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이재명(친명)' 공천을 통해 당선된 친명계 인사들과 함께 당 장악력을 강화, '이재명의 민주당'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낼 것으로 관측됐다. 민주당을 이끌 원내 사령탑도 친명계인 박찬대 의원을 추대하려는 분위기다. 국회의장도 당내 강경 친명파인 세 명의 후보로 압축됐다. 이에 민주당과 민주당이 절대 과반의석을 차지한 차기 국회가 이 대표의 차기 대권 가도에 지원군 역할을 하는 약(藥)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강경 친명이 독주하는 현재의 민주당 및 차기 국회 체제가 장기적으로는 이 대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22대 국회에서 당원 권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인 권리당원 중심의 정당을 강조해, 당 지지층의 주류 세력도 친명으로 확고하게 가져가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려고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 연임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 대표가 8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권을 쥘 때까지는 강경 친명계가 약이 돼 이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본인의 '사법리스크' 대응을 위한 방탄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당내 입지, 조직 기반이 약했기 때문에 친명 공천을 강행했고, 현재 당내 조직 기반이 강화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앞으로 남은 3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국정을 자신이 주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민주당이 친명계로 가득한 상황이지만, 사실상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서는 이 대표를 대적할 만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차기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절대 다수의 의석으로 밀어붙이며 '입법 독주'를 할 경우 그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의 경우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유연하고 안정감 있는 리더십 이미지 구축이 필요한데, 장기적으로 보면 당의 지도부를 강경 친명파로 구성하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불통 논란이 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도 너무 본인 중심으로 당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 대표에게 쓴소리 할 사람이 없어진다"며 “당을 위해서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 나와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데 그럴 사람이 거의 없어 1인 독재 비슷하게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그게 꼭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다"라며 “당이 사분오열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성철 소장은 “경쟁자, 대항자가 없는 상황은 국민들에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작은 불씨가 있겠지만 형식적인 경쟁자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대통령, 국회도 쥐락펴락하게 되면 거기에 따르는 부작용과 후과에 따른 책임도 져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의 상황이 과거 2000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사례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황 평론가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청와대에 김대중 대통령, 여의도에 이회창 대통령이 있었다"며 “당시 이회창 총재처럼, 2027년 대선이 이 대표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 입장에서는 용산에 대통령이 있을 뿐이고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를 이 대표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권력자라도 내 눈 앞에 온 권력을 고사하는 사람은 없다"며 “다 누리고, 휘두르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차기 대권에서) 독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장 소장도 “국회의장, 국회 지도부 등이 모두 친명계가 독식할 경우 독선적인 야당 대권 후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생겨 2002년 당시 이회창 후보의 전례를 따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강경 친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인물들이 친명계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변화되면 친명계라고 주장하던 인물들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