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하며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차기 국회 수장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한 모양새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관례적으로 원내 1당에서 2명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각 2년 임기로 선출해왔다. 당내 경선에서 이긴 후보가 국회 본회의 무기명 표결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을 얻으면 당선돼왔다. 17일 민주당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일단은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조정식 사무총장(61)과 추미애(66) 전 법무부 장관의 '2파전'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6선 고지에 올라 당내 최다선이 된 두 사람 모두 친이재명(친명)계로, 국회의장직 도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계 출신인 조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선거와 지난 대선 캠프에서 중책을 맡으며 당내 대표적인 친명계로 입지를 굳혔고, 이번 총선에서 공천 등 선거 실무를 담당하며 압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사무총장은 “이 대표와 총선 개혁 공천을 이뤄내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승리했다"며 “22대 국회는 정당 정치와 의회 정치를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 젊고 개혁적이며, 이 대표와 당과 호흡을 맞출 의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016년 당 대표로 선출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끌어 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총선 전부터 6선에 성공하면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온 추 전 장관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 의장'의 역할을 많이 기대해주기 때문에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거부하지 않겠다"며 “총선의 민의를 누가 잘 반영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 누가 가장 근접한 실행을 해왔느냐가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 사무총장과 추 전 장관이 경선을 치른 후 전반기와 후반기 의장직을 나눠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당내에서 서서히 대두되는 '5선 의장론'이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내내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벌여온 만큼 거대 양당의 협치를 잘 이끌 '일하는 의장'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5선 가운데 도전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 내부에서 선수와 나이만 고려해 뽑는 의장은 효능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5선 후보군으로는 김태년·안규백·우원식·윤호중·정성호 의원 등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역시 친명계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김·우·윤 의원은 원내대표를 지내 협상력을 갖췄고, 정 의원은 친명 좌장으로 불릴 만큼 이재명 대표와 가깝다. 안규백 의원은 이번 총선 국면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여기에 원로급의 경륜을 갖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하마평에 오른다. 박 전 원장과 정 전 장관도 이번 총선에서 5선에 성공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