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갈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 [기후신호등]](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611.d37b99b820ef42019c9a8c74d4d3eb5e_T1.png)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생산성과 경제를 혁신할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거대한 환경 비용이 자리잡고 있다. AI 혁명의 심장부인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면서 전력망과 수자원 체계, 나아가 지역사회와 기후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14개 주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거나 일시 중단하는 이른바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Data Center Moratorium)' 법안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아일랜드와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확장을 제한하는 정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인간이 AI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우려끼지 겹치면서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Anthropic)조차 “AI 개발 자체에 국제적 모라토리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AI 혁신을 지탱하는 인프라가 역설적으로 AI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AI는 거대한 산업시설 위에서 작동 많은 사람들은 AI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안에서 작동하는 '가상의 기술'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AI는 수많은 서버와 반도체, 냉각설비가 집적된 거대한 산업시설 위에서 움직인다. 사용자가 챗GPT 같은 AI에 질문을 입력하거나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 세계 곳곳의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만 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동시에 작동하며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최근 UN대학 물·환경·보건연구소(UNU-INWE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30년 945TWh(테라와트시, 1TWh=10억k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프랑스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도 엄청나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가 2030년에는 연간 약 9조3000억 리터(93억㎥)의 물을 소비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소양호 저수량(29억㎥)의 3배가 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주민 약 13억 명의 연간 생활용수 사용량에 맞먹는다. 전자폐기물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운영 과정에서 연간 250만 톤 규모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의 주저자인 카베 마다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AI는 단순히 가상적인 것이 아니라 물리적 실체를 가진 인프라"라며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는 깨끗해 보일지 몰라도 그 환경 비용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대신 치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 붐은 어떻게 시작됐나 현재의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은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배경에는 AI 패권을 둘러싼 국가와 기업의 무한 경쟁이 있다. 특히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물론 바이두·알리바바그룹·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까지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더 큰 모델, 더 많은 데이터, 더 강력한 연산 능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이어지면서 수만~수십만 개의 GPU를 수용할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폭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여러 연구기관들은 향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이 AI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오늘날 데이터센터 문제는 AI 산업이 만들어낸 환경적 외부효과의 상징, 즉 AI 산업이 사회 전체에 환경 비용을 떠넘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이 때문에 AI의 환경 비용이 줄이려는 시도는 다양하게 벌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제도화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 주(州) 의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인 미국 주의회 협의회(NCSL)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최소 14개 주에서 데이터센터의 건설 제한 또는 모라토리엄(Moratorium, 신규 건설 유예)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뉴욕주다. 뉴욕주는 20MW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를 일정 기간 중단하는 '책임 있는 데이터센터 개발법(Responsible Data Center Development Act)'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텐 곤잘레스 뉴욕주 상원의원은 기후 전문매체 인터뷰에서 “공공요금 인상으로부터 지역사회를 보호하고 환경 자원을 지키며 뉴욕의 에너지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집적지인 북버지니아에서는 전력망 연결 신청이 폭증하면서 신규 시설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졌다. 이에 버지니아 의회는 전력망 상호연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와 버몬트 주는 영향 평가 연구가 완료될 때까지 허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포괄적 감독체계가 마련되기 전까지 신규 허가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아시아·남미, 한국에서도 같은 고민 미국 외에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은 유럽 최대 데이터센터 허브 중 하나다. 하지만 전력망 수용 능력이 산업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데이터센터들이 국가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21%를 소비하는 상황에 이르자 아일랜드 국영 전력망 운영기관인 에어그리드(EirGrid)는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망 연결을 사실상 제한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농업지역과 충돌했다. 특히 미든메이르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농업용수와 전력망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이 커졌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하이퍼스케일(수십만 대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초대형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싱가포르는 2019년부터 약 3년 동안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중단시킨 바 있다. 국토가 좁고 물과 에너지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은 재생에너지 활용과 고효율 설비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만 선별적으로 허가하고 있다. 우루과이에서는 가뭄 속에 추진된 데이터센터 계획이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구글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물 사용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주민 식수보다 데이터센터가 우선시되고 있다"고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국 역시 데이터센터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AI 산업 육성과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이 추진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하다. 용인·하남·김포·부천 등 여러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반대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전자파와 소음, 비상발전기 운영, 송전선로 증설, 경관 훼손 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전력 당국도 걱정이 많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 송배전망 투자 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제 데이터센터를 국가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AI 자체를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근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정말 규제해야 할 대상이 데이터센터인가, 아니면 데이터센터를 끝없이 필요로 만드는 AI 개발 경쟁 자체인가 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지역에서 건설을 막으면 기업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막히면 텍사스로, 미국에서 막히면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식이다. 결국 근본 원인은 AI 산업의 끝없는 규모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업 앤트로픽의 공동창업자인 잭 클라크는 여러 공개 발언에서 “현재 AI 산업에는 가속 페달은 있지만 브레이크 페달은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환경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과거의 국제 환경 규제를 떠올린다.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는 성층권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화불화탄소(CFC)의 생산과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했다. 현재 협상 중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 역시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AI 역시 언젠가는 국제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일부 연구자들은 AI 개발 경쟁이 결국 에너지와 물, 광물 자원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사회가 개발 속도를 조절하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면 AI 모라토리엄의 현실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도 많다. 염화불화탄소는 특정 산업과 특정 물질을 규제하는 문제였지만 AI는 국가 경쟁력과 군사력, 경제 성장의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 중동 국가들까지 AI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AI 연구는 핵시설이나 대형 화학공장처럼 쉽게 감시할 수 없다. 어느 한 국가가 규제를 거부하면 다른 국가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 'AI의 환경 한계'에 대해 본격 논의 오늘날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논쟁은 단순히 서버 건물을 더 지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AI 무한경쟁이 초래한 환경적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그리고 인류가 AI 발전에 어떤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가를 둘러싼 논쟁이다. 미국 14개 주의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추진, 아일랜드의 전력망 제한, 싱가포르의 건설 중단, 네덜란드의 입지 규제, 우루과이의 물 갈등, 한국의 전력망 문제는 바로 “AI 혁신의 속도를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당장 글로벌 AI 모라토리엄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논쟁 자체가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AI 논의가 저작권, 가짜뉴스, 일자리 감소 같은 사회적 문제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물과 전기, 토지와 광물을 소비하는 거대한 AI 산업 시스템이 가져온 문제로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환경정책이 석탄과 석유, 자동차와 공장을 규제하는 과정이었다면, 21세기 환경정책은 데이터센터와 AI를 규율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UN과 각국 정부도 이제 'AI의 환경 한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전력 사용량과 물 사용량 공개, 재생에너지 의무화, 가뭄 지역 입지 제한, 폐열 재활용, 통합 환경영향평가 도입 등과 같은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지금 벌어지는 논쟁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렇지만 인류가 미래의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는 있다. 어쩌면 긴 논쟁의 끝에는 “AI에 관한 몬트로올 의정서", “파리 AI 협정" 같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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