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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대통령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못한 기후부

지난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의 업무보고에서 당혹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와 관련하여 던진 상식적인 질문에 아무도 명쾌한 답변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기후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단가(LCOE, kWh) 목표로 해상풍력은 330원에서 250원이하로, 육상풍력은 180원에서 150원 이하로, 태양광은 150원에서 100원 이하로 하겠다고 보고를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근본적인 질문'이라며 “태양광이 100원 수준이면 태양광에 집중 투자하지 왜 굳이 250원짜리 해상풍력을 해야 하느냐, 밤에 생산해서 그러느냐, 장기적으로 봐서 200원 이하로 내려가도 태양광 100원보다 비싼데 왜 이렇게 해상풍력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질의했다. 이에 장관, 차관, 국장은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상풍력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산업적 기여도가 높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는 재생에너지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상식적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상호간에 보완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가동 시간 상 서로가 서로를 보완한다. 태양광은 명백하게 해가 뜬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다. 7시부터 발전을 시작해 13시에 피크에 도달하고 16시 이후 급감한다. 또한 겨울에는 일조시간이 짧아 발전 시간대가 좁다. 해상풍력은 일반적으로 낮 보다 저녁에서 밤 사이 발전량이 많고, 특히 여름보다 겨울의 발전량이 많다. 태양광의 시간대별, 계절별 공백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설비 투자 측면에서도 태양광과 풍력은 상호보완적이다. 태양광은 공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소규모로도 얼마든지 설치가 가능하므로 장거리 송전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부지 확보, 미관 등의 문제로 대규모 개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계통 안정화 설비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풍력은 대규모 설비로 인해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장거리 송전망이라는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을 필요로 하지만, 한번에 높은 용량의 발전시설을 지을 수 있고 동시에 제조업 등 연관산업 육성에 탁월하다. 태양광은 한번 설치하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연관산업 유발효과는 크지 않다. 그러나 풍력, 특히 해상풍력은 연관산업 효과가 뛰어나고 지속적이다. 제주대 김범석 교수 자료에 의하면 1GW 해상풍력개발에 필요한 총 수명비용은 약 9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금액은 사업개발(2%), 해상풍력터빈(26%), 보조설비(19%), 설치시공(14%), 운영 및 유지(39%)로 구성된다. 해상풍력터빈은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큰 타워다. 블레이드, 베어링, 기어박스, 발전기 등으로 구성된 핵심부품으로 풍력 설비기술의 핵심이다. 기술성숙도가 중요한 분야로 국내 정책 연속성의 부재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있다. 보조설비는 해저케이블, 해상지지 철 구조물, 해상변전소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설치 시공 역시 우리나라의 건설 역량이 빛을 발하는 분야이다. 운영 및 유지 분야의 경우 2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기에 고용창출, 산업유치 등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기여도가 높으며, 충분히 육성될 경우 자동화 등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LCOE 하락을 유도한다. 이날 기후부 관료들은 해상풍력이 가지는 이러한 산업적 효과를 부각하려고 노력했지만 근본적인 상호보완성은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이 '밤에 생산해서 그러느냐'라고 의도치 않은 힌트까지 줬음에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기후부 관료들이 평소 전력시장 이슈에 보여주는 뿌리 깊은 '경직성'이 드러난 사례가 아닌가 필자는 우려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상호보완성에는 주목하지 않고 “태양광은 이러한 장점이 있으니 몇 년도까지 몇 GW(%) 보급하자," “해상풍력은 저러한 장점이 있으니 몇 GW(%) 보급하자"와 같은 담론이 등장한다.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것은 좋지만 찝찝하다. 이들 관료들이 아직도 국가 주도적인 공급 계획에 갖혀있기 때문이다. 전력시장과 같이 각종 기술과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일수록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방식은 비효율로 이어진다. 정부가 전기 소매가격(P)과 전기 공급계획(D) 둘 다 손에 쥐고 정치 · 행정 편의적으로 통제해왔기에 한전은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고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OECD 꼴찌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정부는 '판을 엎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정부와 공기업(한전)이 때로는 편을 먹고, 때로는 공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며 시장을 일방적으로 '계획'하는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 가깝게는 도매 시장의 지나치게 경직적인 가격 체계를 손봐야 한다. 실시간 가격 제도와 용량 시장 제도를 실시하고 보조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높여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할 설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변동비 (연료비) 평가 방식의 SMP 제도 역시 가격입찰제로의 전환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매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왜곡 없이 제대로 반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에 맞춰 시장이 반응하니 복잡다단하게 인센티브와 규제를 설계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인식이 관료들에게 부족하니 해상풍력을 두고 인허가 완화, 금융 지원, 항만 인프라 구축 같은 논의만 요란하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전력시장 개편은 뒷전이 될까 걱정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계기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김경식

한전원자력연료, 2025 주니어닥터 프로그램 우수참가 기관 선정...대전광역시장상 수상

한전원자력연료(사장 정창진)가 주니어닥터 프로그램 우수 참여기관으로 선정되어 대전광역시장상을 수상했다고 22일 밝혔다. 주니어닥터(과학기술 청소년 박사)는 전국의 청소년들이 여름 방학 기간 동안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원, 공공기관, 대학, 민간 등 30여개 참여기관에서 과학기술 인프라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제18회를 맞았다. 한전원자력연료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원자력연료 제조 공정 시설 견학 등 총 17회 참여하여 미래 과학발전을 주도해 나갈 미래 인재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해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정창진 사장은 “학생들이 원자력연료 제조시설을 직접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선을 통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 가일층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빛 1호기 40년 설계수명 만료…가동정지·연장 여부 주목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한빛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40년 설계수명을 마치고 가동이 정지되면서 영구 정지 혹은 수명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빛원자력본부는 22일 한빛 1호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한빛 1호기는 앞서 지난 9일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 가동이 멈춰 있었다. 한빛 1호기는 지난 1985년 12월 23일 운영허가를 받은 이후 이날까지 40년 수명을 마쳤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2월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설계수명을 10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한빛 1·2호기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한빛 2호기 설계수명도 내년 9월 끝난다. 원안위는 최장 2년간 분야별 심사를 거쳐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한빛 1·2호기를 비롯해 국내 가동원전 26기 중 9기가 계속운전을 신청해 심사를 진행 중이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계속운전이 허가된 것은 2008년 고리 1호기, 2015년 월성 1호기, 올해 11월 고리 2호기 등 3차례 있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에너지 해결과제들의 구조 변화

요즈음 에너지학습과제들은 AI(인공지능) 관련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우리 정부의 내년도 업무보고내용을 유의할 필요가 많다. 산업통상부는 지역 성장과 제조업의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한 산업 경쟁력 극대화를 강조하였다. 물론 신-통상전략 추진도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6~2040) 수립전략 재점검을 중심과제로 제시하였다. 2040년까지 탄소발전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의 전환기반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망을 적기에 보강하고 시장제도 개편도 함께 한다. 구체적으로는 석탄발전의 감축, 적정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비중 유지와 재생에너지발전 확대에 필수적인 ESS(에너지저장장치), 양수발전 등을 통한 전력시스템 유연성 확충을 기한다. 그러나 지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윤석열 정부 확정) 발전원별 비중인 2038년 원전 35.2%, 10% 대인 석탄과 LNG 발전, 그리고 재생에너지발전 29.2% 수준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재생발전의 세부 내용조정은 불가피한 것 같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 석상에서 2035년 태양광 발전가격이 100원/㎾h 이하 하락이 가능한데도 330원대 해상풍력과 250원대 육상풍력 육성 당위성 검토지시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 발전원가는 40~50원대라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물론 관련 부처에서는 2035년 무렵 해상풍력 규모가 20GW을 초과하면 그 '규모의 경제' 효과로 150원/㎾h 수준 하향 가능성을 제시하고는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은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해상자원개발사업(대왕고래)의 정밀검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설령 성공하여도 국제 유가 70~80달러 수준에서는 그 개발 타당성 미흡을 걱정하였다. 미래예측의 동태적 엄정성과 가치 중립적 평가수준에 대한 우리의 실무능력 한계와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영혼 없는 'AI 논리' 구성은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고민은 최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발표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IEA가 지난 14일 밝힌 10년 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란다. 그만큼 빠르게 변한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의 주종 요인은 세계 경제의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 증가이다. 전기 자동차, 히트 펌프, 그리고 디지털로 연결된 스마트 가전제품 급증에 따른 것이다.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센터' 급증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이들 상당수는 AI 구동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2035년까지 세계전력수요는 전체 에너지 대비 6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IEA는 전망하고 있다. 당연히 에너지 공급부문 역시 빠르게 변화한다. 특히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발전원들의 역할증대가 주목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전력망 관리의 복잡성 문제 해결 필요성을 제기한다. 가변적인 신재생 전력 흐름을 고려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신뢰성과 경제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력시스템의 '디지털'화가 이런 문제 해결의 주역이 될 것 같다. '디지털'화는 효율성을 개선하고, 경제성을 높이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AI는 전력시스템 효율화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대부분이 독자적 특성을 강조하는 디지털 기반이다. 따라서 다른 시스템과 연계 강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독점적인 설계특성으로 '인터페이스'가 부족하며, 상호 연계기능이 부족할 수 있다. 이를 단편화(斷片化)에 따른 비효율성이라 할 수 있다. 비용 증가, 혁신 저해 등 '디지털'화의 장점을 저해한다. 따라서 에너지 시스템에 단순히 디지털 기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원활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상호연계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전력-에너지 부문 한계점들은 '고갈성' 자원의 가치를 금융시장에 인위적 척도인 화폐로 전환-평가하는 과정에서 유발된다. 2차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의 기반은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으로 비용 절감과 공동 성장이다. 지난 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자원공급한계는 익히 알려진 세계공영 체제의 위기 전형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금융 위기이다. 화석 연료 고갈,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취약성,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인해 세계금융 시스템 붕괴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심각한 재정적자 때문이다. 이에 세계 에너지 공급 시스템과 각국 정부 부채관리능력이 동시에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과 경제성장 양 부문이 동반 위축단계에 진입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우려는 '새로운' 자원 고갈과 성장한계론(Finite World)이랄 수 있다. 시의(時宜)에 적절한 논리개발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최기련

한전,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연료비조정단가 유지

한국전력공사가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단기적인 에너지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요금의 기준이 바로 '연료비 조정단가'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종합해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현재는 최대치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이 밖의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은 아직 결정된바 없다. 한전은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와 동일하게 ㎾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미래 전장의 승패, 배터리가 아닌 원자력에 달렸다

SF 영화를 보면 레이저 광선이 적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이 레이저 무기가 최근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이나 미국의 함정 탑재 레이저처럼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이 첨단 무기들이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막대한 양의 전기를 끊김 없이 공급해 줄 강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자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그 해답으로 꼽는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활용도가 높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SMR 하나만으로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빈틈을 채워줄 주인공이 바로 초소형모듈원자로(MMR)이다. MMR은 쉽게 말해 트럭에 싣고 다닐 수 있는 움직이는 발전소다. SMR보다 훨씬 작게 만들어져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찍어낸 뒤 트럭이나 수송기로 필요한 곳 어디든 배달할 수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속 오지나 고립된 섬, 재난으로 모든 게 파괴된 현장에도 즉시 전력을 공급한다. 기존의 덩치 큰 발전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장소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MMR이 가진 독보적 능력이다. MMR은 우리 군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K-국방의 핵심 열쇠가 된다. 앞서 언급한 레이저 요격 무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순간적으로 엄청난 전기를 쏟아부어야 한다. 디젤 발전기나 배터리로는 이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MMR은 연료 교체 없이 수년 동안 거뜬히 가동된다. 적의 공격으로 국가 전력망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 군의 지휘부와 작전 기지를 지켜줄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준다. 미국은 이미 MMR의 군사적 가치를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국방부의 '프로젝트 펠레(Project Pele)'다. 과거 전쟁에서 미군은 디젤 연료를 싣고 가던 수송 부대가 적의 공격을 받아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프로젝트 펠레는 이 위험한 연료 수송 작전을 이동형 원자로로 대체해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시도다. 미국은 MMR을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전장에 나간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필수 안보 자산으로 여긴다. 우리가 이 좋은 기술을 국방에 활용하려면 먼저 외교적 매듭을 풀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맺고 있는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막고 있다. MMR을 군사 기지의 전력원으로 쓰는 것은 핵무기를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비폭발적(Non-explosive) 이용이다. 시대가 변하고 안보 환경이 달라진 만큼 우리도 족쇄를 풀고 당당하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기술 활용을 가로막는 또 다른 벽인 규제 체계도 안보 현실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의 원자력 규제는 일반 대중의 안전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검증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군사 작전에 쓰일 MMR은 적보다 앞서나가는 신속성과 보안이 생명이다. 미국이 지난 60년 동안 일반 원전과 군사용 원전의 규제를 완전히 분리해서 운영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도 미국의 방식처럼 군사 안보용 MMR만큼은 별도의 트랙을 만들어 규제 절차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군사용 규제를 따로 만든다고 해서 안전을 포기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MMR은 기술적으로 대형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도가 낮다. 출력이 매우 낮을뿐더러 사고가 나더라도 외부 전원이나 사람의 조작 없이 스스로 식어서 멈추는 피동형 안전 개념이 적용된다. 위험도가 현저히 낮은 기술에 대형 원전에나 적용할 법한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발목을 잡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결국 SMR과 MMR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날게 할 두 개의 날개와 같다. SMR이 기후위기를 막고 국가 산업을 이끄는 주력 함대라면, MMR은 험지와 전방을 누비며 안보를 지키는 특수부대다. 이 두 날개가 튼튼하다면 우리나라는 진정한 에너지 강국이자 안보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레이저 무기를 움직일 심장이 없다면 그 무기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SMR과 MMR이 서로를 보완하며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낡은 규제와 협정을 과감히 혁신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문주현

‘원전·가스터빈·풍력’을 동시에…두산에너빌리티, 국가전략자산이 되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가스터빈·해상풍력이라는 에너지 핵심 인프라 분야를 동시에 아우르는 '국가 전략자산형 기업'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단순 기자재 공급업체를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제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가스터빈 수주를 연이어 따내며 글로벌 전력시장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여기에 원전 주기기와 해상풍력 핵심 설비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에너지 전환과 안보 경쟁이 격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일주일간 무려 3건의 단일판매 및 공급계약 공시를 올렸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체결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공급 2건과 미국 빅테크향 가스터빈 패키지 공급 1건이다. 금액만 최소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액은 16조9000억원이며, 2026년은 18조2500억원, 2027년은 20조3000억원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가스터빈이다. 회사는 2013년 국책과제로 개발에 착수해 12년만에 자체 제작 기술력을 확보했다. 대형 가스터빈 제작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밖에 없다.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은 성능과 가격경쟁력까지 입증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가스터빈 및 핵심 부품 수주가 잇따르며, 단기간에 여러 건의 수주 공시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계약은 금액이 비공개일 정도로 전략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AI 데이터센터 확산, 전력 피크 대응,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 등으로 가스터빈은 '차세대 전력안보 설비'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동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정책 차원에서 자국 내 또는 신뢰 가능한 동맹국 기업의 가스터빈 공급망을 중시하고 있어,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술력과 공급 이력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스터빈은 단순 발전설비가 아니라 국가 전력 시스템의 즉응 전력(back-up power)을 좌우하는 전략 무기"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영역에서 이미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경쟁력은 이미 검증된 영역이다. 대형 원전 주기기(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제작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 기업으로, 체코·중동·국내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실적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된다. 최근 미국 엑스-에너지와 SMR 16대 핵심소재에 대한 예약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용 원자로 주기기뿐 아니라, 향후 미국 내 대형 원전 재개 흐름까지 염두에 두고 공급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를 동시에 추진하며 원전 산업 재건에 나선 상황에서, 신뢰 가능한 제조 파트너 확보는 정책적 과제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원전 생태계에서 빠질 수 없는 아시아 공급망 파트너"로 거론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대형 하부구조물·주기기 역량을 축적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중후장대 제조 역량이 필수인 산업이다. 원전·가스터빈·해상풍력이라는 세 축은 서로 다른 전원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국가 차원의 에너지 인프라와 직결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세 영역을 동시에 보유한 드문 기업으로, 에너지 전환기 '백업과 전환을 모두 담당하는 제조사'라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반도체가 국가 전략자산으로 부상했듯, 에너지 설비와 공급망 역시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단순 민간 기업을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일부로 기능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제 특정 프로젝트 수주 여부를 넘어, 한국이 에너지·원전·전력 기술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기업"이라며 “원전·가스터빈·해상풍력을 동시에 하는 회사는 사실상 국가 전략자산에 가깝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최근 수주 러시는 일회성 호황이라기보다, 글로벌 에너지 질서 변화의 결과에 가깝다. 탈탄소, 전력안보, 지정학적 공급망 재편이라는 세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만들 수 있는 나라'의 상징적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SMR과 대형 원전, 가스터빈과 해상풍력을 동시에 아우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행보는, 한국 에너지 산업이 단순 소비국을 넘어 공급국으로 남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동서발전, 울산항 연계 청정수소발전 생태계 구축

한국동서발전(사장 권명호)는 노후 울산 2,3복합발전설비를 대체할 '울산 그린1복합(가칭)'건설을 본격화하며, 울산을 청정수소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사업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전략'과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그리고 청정수소발전(CHPS) 수소 혼소발전 확대 기조에 부응하는 핵심 사업으로, 지난 11월 발전사업 변경허가를 마치며 본격적인 추진 궤도에 올랐다. '울산 그린1복합'은 최신 고효율 가스터빈을 적용한 수소 혼소 발전소로, 초기에는 LNG와 수소를 함께 활용하되, 단계적으로 수소 비율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100% 수소 전소 발전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국동서발전은 기존 발전부지와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수소발전 체제로의 연착륙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설비 교체를 넘어 울산 지역의 에너지 기반 확충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지역 기업과 인력이 참여해 약 1만 2천 명의 일자리 창출, 약 2조 7,37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소 공급·저장·운송 등 연관 산업 전반의 동반 성장이 촉진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 9월 발표된 '해양수산부 항만고시 개정'을 통해, 울산항 내 공유수면 매립이 가능해짐에 따라, LNG·수소 혼소발전을 지원하는 저장탱크 및 부두시설 등 항만기지 구축 기반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2035년 준공을 목표로 울산항 청정연료 인수기지 구축을 추진하고 △울산항 수소 도입 △국가산업단지 내 저장·운송 △인근 청정수소발전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수소 공급망·발전 클러스터 조성 여건을 갖추게 됐다.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는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 참여를 비롯해 안정적인 수소 연료 공급망 확보, 주민 수용성 강화, 울산항 수소 도입 인프라 연계를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울산을 대한민국 수소경제 중심지이자 청정수소발전 대표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국산 가스터빈 발전기의 미국 수출에 대한 소고

에너지 공학에서 효율(Efficiency)은 투입된 에너지 대비 활용된 에너지의 비율이며 에너지 변환 상의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데 사용한다. 효율의 단위는 무차원수 혹은 %로 표현될 수 있다. 분모와 분자의 성분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스템의 우수성을 효율만으로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조명의 경우는 투입되는 전기 에너지 대비 조명의 밝기 같은 것이다. 적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더 밝은 조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 그 조명기기는 우월한 것이다. 이때 그 단위는 %로 표현할 수가 없는데 분모(전기)와 분자(조도)가 상이한 단위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변환 상의 손실량이 얼마인가 보다는 원하는 현상이 얼마나 잘 발현되는 가를 평가하는데 사용되며 효능(efficacy)이라고 한다. 전력 시스템에서 효율과 효능은 비슷한 듯 하나 전혀 다른 관점에서 해석된다. 전통적 석탄 발전소에서 발전된 전기가 집안의 백열등까지 전달되어 사용될 때의 에너지 효율은 5% 미만으로 황당할 정도로 낮은 효율을 가지고 있지만, 최종 결과물인 방 안의 밝기는 그 비효율성을 용인한다. 손실된 에너지의 비용은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얻게 해준 것에 대한 보상을 넘어서는 가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스템에서 효율은 공학도들의 관심사고 효능은 소비자들의 관심사이다. 지난 200년 석탄과 석유의 시대는 단지 에너지 생산력의 증가 뿐만이 아니라 그 원료 가공물에 의한 문명의 전환을 이룬 시기였다. 탄소 함유 물질은 에너지 연료 이외에도 플라스틱, 아스팔트, 화학 섬유, 합성 고무 등 인류 생존과 생활의 필수품에 영향을 주고 시장과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특히 물질을 산소와 화학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고온의 열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연소 엔진 기술은 인간을 지구 위의 '겸손한' 존재에서 삶의 환경을 지구 밖 우주에서 탐색할 수 있는 '괘씸한' 존재로 만들었다. 지구 위의 바람과 태양 에너지의 일부를 수거하여 겸손히 살아가자는 것과 물질에서 신이 숨겨놓은 에너지를 뽑아내어 경계의 벽을 넘어 날아가자는 것은 전혀 다른 가치의 효율과 효능이다. 연소 엔진의 폭발적 효율성은 연료를 수소로 바꾸면 친환경적 효능성을 가지면서도 유지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에 수출한다고 보도된 두산 에너빌리티의 가스 터빈 발전기는 그러한 경계를 넘어서는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확보하는 궁극의 연소 엔진 기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탄소중립 정책과 더불어 화석 연료 에너지 시스템의 좌초 자산화라는 인식으로 인해 가스 터빈 기술을 주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미래의 에너지 시장은 재생 에너지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가 있다고 해서 천연가스 시대가 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미래 수요를 잘못 예측하면서 현재의 주력 기술에서의 혁신을 소홀히 하는 경우는 20 여년전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투자 방향을 바꾸면서 벌어진 결과를 생각나게 한다. 그 당시 일본은 단순히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반도체 기술 보다는 뭔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더 부가가치가 높아질거라 기대했었다. 한국은 오히려 단순하다는 메모리 용량 늘리기에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게 되었다. 일본은 시스템 반도체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었고 산업생태계 전반에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오늘 내가 하는 것은 단순하고 쉬우니 미래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새로운 것을 하자는 것은 리스크가 작지 않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투자 전략과 결과는 시장의 수요 예측의 타이밍과 종합적 대응 방안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김재민

두산에너빌리티, 미국 빅테크에 가스터빈 3기 공급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서 가스터빈 추가 수주에 성공하며 북미 시장 확대 속도를 높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와 380MW급 가스터빈 3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기업이 건설하는 데이터센터에 가스터빈과 발전기를 2027년 각 1기, 2028년 각 2기씩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 10월 체결한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에 이은 추가 수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약 두 달 동안 동일한 미국 빅테크 기업과 총 5기의 가스터빈 공급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서 가스터빈 수주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검증된 성능, 빠른 납기, 그리고 미국 현지 자회사의 서비스 지원이 있다. 2019년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1만 7000시간 실증을 완료하며 기술 신뢰성을 확보했고 이번 계약 포함 현재까지 총 12기를 수주하며 경쟁력도 입증했다.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자회사 DTS의 가스터빈 유지보수 역량도 수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손승우 파워서비스BG장은 “첫 해외수출에 이어 추가 공급계약까지 성사되면서, 두산은 가스터빈 글로벌 플레이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급성장하는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늘어나는 수요에도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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