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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여파’ 태안 IGCC, 올해 발전량 ‘0’…“내년 말 가동 목표”

충남 태안군 화력발전소에 위치한 346메가와트(MW) 규모의 석탄가스화 복합화력발전소(IGCC)가 지난해 12월 폭발사고 이후 발전 실적을 못내고 있다. 폭발로 훼손된 설비를 수리하는 일정 때문에 대형 발전설비를 가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태안 석탄화력발전 1호기 가동을 멈춘 것과 IGCC 보수가 맞물리면서 올해 서부발전의 영업실적 부담도 같이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체 발전량 28만6819기가와트시(GWh) 가운데 IGCC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IGCC를 운영하는 곳은 충남 태안에 위치한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뿐이다. 지난해에는 IGCC로 총 1510GWh의 전력을 생산했다. IGCC를 하루 평균 약 11.9시간 가동한 셈이다. 태안 IGCC는 2023년 1월에 이어 지난해 12월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망자는 없었지만, 협력업체 직원 2명이 다쳤다. 이후 서부발전은 지금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시설 복구와 수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부발전 측은 내년 말 설비 정상화를 목표로 복구와 진단, 안전보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4월30일부터 오는 12월21일까지 '태안 IGCC 발전설비 상태진단 및 설계기준 대비 건전성 평가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설비의 잔여수명과 취약부분을 분석하고 설비·안전보강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 뒤, 내년 진단 결과에 따른 보강 작업, 시운전, 안전성 검증을 거칠 계획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태안 IGCC는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가 아니라 내년 말 설비 정상화를 목표로 복구와 진단, 안전보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IGCC는 석탄을 직접 태우는 대신 고온·고압에서 산소와 반응시켜 일산화탄소와 수소 등으로 구성된 합성가스를 생산하고, 이 합성가스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 방식이다. 발전 대비 발전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석탄 발전 대비 25% 저감하는 효과가 있어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각광받기도 했다. 연소 전에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같은 공해물질을 제거해 천연가스 발전 수준으로 낮추고, 송전단 기준 42% 이상의 발전 효율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태안 IGCC는 지난 2007년 정부 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이후 2011년 착공해 2016년 7월 준공했다. 같은 해 8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약 14개월 동안 설비 최적화와 가동률 상향 등 실증운전을 거쳤다. 투자 비용은 총 1조3000억여원이다. 두 차례의 폭발 사고로 인해 IGCC는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첫 폭발 사고 때는 186일 만에 사고 수습과 철골·기계 등 설비 정비, 시운전까지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갔다. 두 번째인 지난해 사고 이후에는 200일이 지났으나 정비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위험성 부담도 여전하다. IGCC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이 고온·고압이라 폭발 위험에 대비해야 하고, 합성가스의 주요 성분인 일산화탄소(CO)는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나 자극을 유발하지도 않아 작업장 안에서 누출되더라도 사람이 초기에 감지하기 어렵다. CO는 공기 중 농도가 높으면 사람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다만 화재 사고 이후 IGCC가 전력 생산을 멈춘 데다 500MW 규모의 태안 석탄화력발전 1호기가 지난해 말 발전을 종료하면서 영업실적에는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서부발전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35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2%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155억원이 발생하며 적자 전환했다. 부채비율은 166.7%로 지난해 말보다 15.1%포인트(p), 지난해 1분기 말보다는 25.4%p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태안 IGCC 폭발 사고의 여파로 약 90억원을 연결 재무제표상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IGCC 가동 중단 상태가 이어지는 만큼 하반기에도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동발(發) 에너지 수급 불안의 여파로 석탄발전 비중 확대가 가능해져 매출이 늘어났는데도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 3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상한 비율을 기존 80%에서 100%로 높이며 발전사들이 석탄 발전 비중을 확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부발전의 경우 올해 1~6월 발전량이 전년 동기보다 29.5% 증가한 1만9009GWh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유연탄으로 생산한 전력이 총 1만2482GWh로 40.5% 늘었고, 복합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는 5827GWh로 33% 늘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최태원·빌 게이츠, AI 전력 해법 논의…SK이노-테라파워 SMR 협력 강화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을 세계 시장에서 확대하고 한국 전력 산업에도 적용할 가능성을 검토하는 사업 협력의 주요 조건에 합의했다. 14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테라파워의 차세대 비경수형 SMR '나트륨(Natrium)' 사업 협력과 차세대 SMR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 체결식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함께 자리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주식회사는 테라파워의 2대 주주로, 지난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억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한 이후 테라파워와 SMR 사업 협력 방향을 모색해왔다. 나트륨 SMR은 테라파워가 개발한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SMR로, 원자로와 용융염 기반 열에너지저장시스템(TES)을 결합했다. 원자로에서 나온 열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점에 활용해 안정적인 기저전원과 출력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날 합의서에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는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 주 케머러에 건설하고 있는 SMR 실증로(케머러 1호기)와 후속 상용 프로젝트에 SK이노베이션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케머러 1호기 SMR 프로젝트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최초의 상업용 첨단원자로 건설허가를 받은 뒤 사업을 본격 진행중이다. 양사는 △국내 SMR 공급망 활용 확대 △국내 나트륨 SMR 사업 개발 △SMR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발굴 같은 내용도 합의서에 포함했다. 나아가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 규제·산업·전력계통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나트륨 SMR 사업모델인 'K-나트륨'의 추진 방향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합의서 체결 이후에는 최 회장과 게이츠 의장이 참여한 만찬 자리가 열렸다. 최 회장과 게이츠 의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대응과 차세대 원전 산업의 발전 방향, 한·미 원자력 협력 가능성 등을 함께 논의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양사는 테라파워의 나트륨 SMR 기술과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개발 및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결합해 K-나트륨 사업모델의 추진 전략을 정립해 나갈 토대를 마련했다. 국내 연구·설계기관과 원전·발전 기자재 기업의 참여도 확대해 나트륨 SMR 핵심 기자재의 국내 공급망 활용과 한국형 설계·사업 수행체계 마련 방향도 모색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실증사업 참여를 통해 차세대 원전의 설계·건설·운영 경험을 확보하고, 이를 향후 국내 적용 가능성 검토와 글로벌 프로젝트 개발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SMR 프로젝트 개발과 운영사업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양사는 한·미 양국의 정책 및 금융 지원과 연계 가능한 미국 내 SMR 프로젝트 발굴 방안도 공동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별 사업성 검토와 자금조달, 공급망 구성, 건설 및 운영계획 등을 구체화하고 미국 정부 및 관련 기관과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다. 추형욱 대표는 “이번 합의서는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나트륨 SMR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테라파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K-나트륨 사업모델의 추진 방향을 구체화하고, 향후 미국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사업개발 및 운영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의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넘어 SMR 사업개발과 프로젝트 실행에 직접 참여하는 사업자로 역할을 확대하고, 전기화(Electrification) 전략의 핵심 추진동력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과 LNG 발전, 전력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SK온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확대해왔다. 여기에 테라파워 투자 및 SMR 사업개발 역량을 결합해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대상으로 LNG·전력·ESS·SMR을 아우르는 통합 에너지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LNG 발전과 ESS를 활용해 AI 데이터센터 및 산업단지의 초기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SMR을 안정적인 무탄소 기저전원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전략이다. 이는 최 회장이 SK그룹이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와 전기화 역량 등 AI 밸류체인 전반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AI 풀스택' 전략을 강조해온 점과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와 SK텔레콤의 AI 인프라, SK이노베이션의 LNG·전력·SMR, SK온의 ESS 배터리를 연결하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저장장치 공급망을 그룹 차원에서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두산에너빌리티, 테라파워 SMR 핵심 기자재 제작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핵심 기자재 제작을 맡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의 보호용기와 지지 구조물, 내부 구조물 등 핵심 기자재를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2024년 12월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첫 SMR의 핵심 기자재에 대한 제작성 검토 계약을 체결한 이후 설계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테라파워는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물 대신 액체 소듐(나트륨)으로 냉각하는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 와이오밍주에 345메가와트(MW) 규모의 상업용 SMR 발전소를 짓는 사업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허가받고, 2030년 실증로 가동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그간 쌓아온 경수형 원자로 기자재 제작 능력을 토대로 SMR 기자재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해 말에는 SMR 전용공장 신축과 기존 공장 최적화, 혁신 제조시설 구축 등에 8068억원 규모의 투자를 올해부터 2031년까지 단행하기로 했다. 연간 약 20기의 SMR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사장은 “이번 제작 계약은 테라파워와 다년간 쌓아온 긴밀한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됐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한편 SMR 제조 역량을 지속해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 기업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숨통 트인 전력 수급…폭염 기세 꺾이고 SMP도 140원대 안정세

전국을 달구던 극한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전력 수급도 비교적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90기가와트(GW)를 넘나들던 최대전력수요가 80GW대로 내려온 데 이어 치솟았던 전력도매가격(SMP)도 kWh당 140원대로 낮아졌다. 13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최대전력수요는 83.7GW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5일 93.3GW에서 6일 95.0GW, 7일 95.3GW까지 치솟았다. 주말인 8~9일에는 공장 가동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각각 82.1GW, 78.8GW까지 낮아졌다. 이후 평일인 10일 89.0GW, 11일 86.7GW, 12일 83.7GW를 기록하며 90GW를 밑돌았다. 전력당국은 이날 최대전력수요 역시 오후 5~6시께 86.4GW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시간대 공급예비력은 20.25GW로 예상돼 전력수급은 '정상'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SMP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SMP는 지난 1일 kWh당 147.8원에서 3일 152.6원으로 150원선을 넘어선 뒤 7일에는 155.8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10일 153.5원, 11일 154.4원을 기록했지만 12일 149.54원으로 140원대로 내려왔다. 이날 SMP도 kWh당 147.4원으로 나타났다. 전력수요와 SMP가 동반 하락한 것은 전국을 강타했던 극한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서울에서도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관측지점이 나왔다.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28분 서울 노원구의 기온은 40.2도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기온이 평년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냉방을 중심으로 한 전력수요도 감소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일에는 우리나라 북동쪽에 위치한 고기압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더위가 일시적으로 누그러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어제(12일) 우리나라 북동쪽에 있던 고기압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머무르면서 다소 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폭염특보가 발표된 지역이 다시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올랐지만, 15~17일 사이 흐린 날씨와 소나기 등의 영향으로 기온이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복절 연휴인 15~17일 서울 최고기온은 30~31도 수준까지 떨어진다. 다만 극한 폭염이 완전히 지나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 주에는 한반도 주변 태풍 등 저기압이 소멸하면서 기압계가 다시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후 고기압의 발달과 위치에 따라 폭염이 다시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력수요 역시 기온 변화에 따라 재차 상승할 수 있어 이달 하순까지 전력수급 상황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이상기후 시대의 에너지 복지

올여름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방콕을 웃도는 일이 일어났다. 대기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중·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뜨거운 공기가 두텁게 쌓여서 생긴 현상이다. 기상청은 지난 6월 기존 폭염주의보, 폭염경보 보다 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했다. 올여름 이 폭염중대경보가 전국적으로 수차례 발령되었다. 폭염중대경보는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되는 지역 중, 체감온도가 38도 이상 또는 기온이 39도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폭염으로 인한 생명 위협 등 중대한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극단적 고온이 예측될 때 발표되는 최상위 경보다. 서유럽과 미국 서부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언론에서 현재의 폭염을 엘니뇨 때문이라는 기사를 내보낸다. 엘니뇨는 지구 온난화 이전부터 존재한 태평양 해양-대기 시스템의 자연적인 변동성 중 하나이다.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엘니뇨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다. 지구 자전과 적도 부근의 대기 순환으로 인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이 생긴다. 대항해시대에 범선들은 이 바람을 이용해서 무역을 했다. 이 바람을 무역풍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다. 무역풍은 저위도 지역에서 1년 내내 일정하게 부는데, 태평양의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게 된다. 이 때문에 태평양 동부에서는 바닥의 해수가 위로 올라오면서 바닥에 깔려있던 풍부한 영양분도 같이 올라와 황금어장이 형성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역풍이 약해질 때가 있다. 무역풍이 바닷물을 미는 힘이 약하다보니 온도가 낮은 바다 깊숙한 곳의 해수가 적게 올라와서 바다 표면의 수온이 오르게 된다. 그리고 바다 바닥에 깔려있던 영양분이 위쪽으로 적게 올라오니, 물고기들도 위로 올라오지 않아 어획량 감소로 이어진다. 페루와 에콰도르 연안에 몇 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 시즌에 물고기가 많이 없는 것을 어부들이 발견했다. 이러한 온난기에 어부들은 조업을 쉬며 장비를 수리하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민들은 이 시기를 아기 예수가 준 크리스마스 휴가라고 여겨 엘니뇨(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라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적도 태평양의 수온이 몇 달 연속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을 때 엘니뇨 발생을 선언한다. 엘니뇨 현상은 일반적으로 2~7년 주기로 발생하며, 보통 9~12개월 동안 지속된다. 대개 3월에서 6월 사이에 발생하기 시작하여 11월에서 2월 사이에 최고조에 달하며, 발생 다음 해에 지구 기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NOAA는 지난 6월 열대 태평양에서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발표하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미국 남부와 멕시코 지역은 강우량이 높아지는 반면, 미국 북부 지역과 캐나다는 건조한 날씨를 보이기도 한다. 아시아, 호주, 중앙아프리카, 아프리카 남부엔 가뭄이 찾아오곤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엘니뇨로 인한 올겨울 기상 이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폭염, 엘니뇨와 같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미치지 않는다. 이상기후가 심해질수록 그 충격은 냉난방 여건이 취약한 계층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전가된다. 이는 기후위기가 곧 복지의 문제로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에너지 바우처 제도는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2015년부터 저소득층의 겨울철 난방비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2019년부터는 여름철 냉방비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지원규모는 1인 세대 295,200원부터 4인 이상 세대는 701,300원까지다. 올해부터는 에너지 비용이 월세 등에 포함되어 에너지 바우처로 직접 결제가 어려운 경우에는 에너지 비용을 현금으로 지원한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를 직접 방문하는 서비스도 확대한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통해 에너지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이상기후 시대에, 우리 이웃들의 사회 안전망을 튼튼하게 만드는 에너지 복지에 더 큰 정책적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bienns@ekn.co.kr

한전, 올해 2분기 영업익 1조1286억원…전년比 47.2%↓

한국전력이 지난 2분기 석탄 발전량 확대와 유연탄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영업 실적을 냈다. 한국전력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조12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2% 줄었다고 12일 공시했다. 매출은 21조9189억원으로 0.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76.4% 감소한 2775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계 매출은 46조3173억원으로 0.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조9127억원으로 16.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1% 줄어든 2조7965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에 관해 한국전력은 “전력 판매량이 소폭 감소하고 국제 유연탄 가격이 상승해 전력 생산을 위한 연료비가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판매 단가가 킬로와트시(kWh)당 167.6원으로 비슷했지만 판매량이 266.7테라와트시(TWh)로 0.6% 줄면서 전체 매출도 소폭 줄었다. 반면 연료비는 석탄발전 출력제한을 상향하면서 석탄 발전량 증가한 영향으로 8.8% 증가한 10조142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민간 발전사에서 구입한 전력 비용이 17조2069억원으로 0.9% 감소했다. 연료 가격도 유연탄은 톤당 128.2달러로 24.3% 상승했고, 액화천연가스(LNG)느, 939.4원으로 10.3% 하락했다. 다만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연료비 급등 여파로 6월 말 연결 기준 약 211조원의 부채와 133조원의 차입금이 남아 하루 115억원 수준의 이자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보다는 4억원 낮아졌다. 이에 한전은 비상경영체계 강화 고강도 긴축 경영 등 지속적인 자구노력과 재정건전화 계획으로 대응해 상반기 누계 1조4000억원의 재무개선 실적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통운영방안 개선을 통한 송전 제약을 완화하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구입전력비를 절감했다. 이에 더해 예산절감 노력을 강화해 약 6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한전은 하반기에도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따라 전기요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되, 차입금 상환과 필수 설비투자 재원 마련 등이 재무에 미칠 영향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구입전력비 절감을 위한 전력시장 제도 개선과 고강도 자구 노력을 추진하는 동시에 지난 4월 개편한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를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국가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고, 전력 설비와 망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공급 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호남·용인 반도체 산단에 20GW 전력 공급…정부·전남광주·삼성·SK·한전 맞손

정부가 호남권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2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 확충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호남에는 2029년부터 우선 3GW를 공급하고 용인에는 2041년까지 송전망과 3GW 규모 LNG 발전소 등을 활용해 전력 공급을 확대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에서 '호남권·용인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전력공급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협약에는 기후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했다. 이번에 체결된 협약은 호남권 반도체 산단 1건과 용인 국가산단·일반산단 2건 등 총 3건이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춰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일정에 필요한 전력공급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호남권 산단에서는 6GW 이상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오는 2029년부터 1단계 전력공급설비를 통해 약 3GW를 우선 공급한 뒤 추가 설비를 구축해 공급 규모를 6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단계에서는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에서 분기해 산단으로 연결되는 선로를 구축하고 산단 내 변전소 1곳을 신설한다. 2단계에서는 변전소 1곳을 추가하고 송전선로도 확충한다. 구체적인 2단계 공급선로는 추가 기술검토와 기업·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1단계 전력공급설비 비용은 공공과 민간이 사용 비중에 따라 나눠 부담한다. 민간 분담금 일부에는 지난 11일 시행된 반도체특별법을 근거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국가재정 지원도 추진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송·변전설비 구축에 필요한 인허가 기간 단축에 협조하기로 했다.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서는 2041년까지 14GW 이상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일정에 맞춰 기존 송전망 증설과 신규 송전선로, LNG 발전소 등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용인 국가산단은 6개 팹에 2041년까지 순차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2032년까지 산단 인근 단거리 송전선로와 산단 내 1GW급 LNG 발전소 3기를 구축해 초기 수요에 대응한다. LNG 발전소는 노후 석탄발전 대체 물량을 활용한다. 이후 2035년까지 기존 송전선로 용량을 늘리고 최종적으로 동해안과 중부권 발전력을 끌어오는 공급선로를 구축할 방침이다. 용인 일반산단은 지난 7월 준공된 신안성변전소와 동용인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선로를 통해 초기 전력을 공급한다. 이어 2031~2032년 산단 인근 송전선로와 동해안 공급선로를 조기 구축해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응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신속한 전력공급"이라며 “신규 산단 건설에 맞춰 전력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특별시는 전력망 구축 행정절차를 최대한 앞당기고, 기반시설도 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에너지전환시대에 천연가스개발이 중요한 이유

기록적인 여름 폭염과 같은 이상기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모든 것이 기후변화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의 주원인은 이산화탄소 방출이다.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로부터 시작된다. 현재 화석연료가 일차에너지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에너지전환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을 늘려야 한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은 아직 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많고 산업 규모가 큰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탄소 방출이 많은 국가의 획기적 변화 없이는 지구의 탄소중립은 요원한 것이 사실이며 현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탄소증립이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탄소배출의 2%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 될까? 4차산업 시대로 들어서면서 생산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의 수요가 급증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전력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바야흐로 전기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국가는 신재생과 원자력을 활용하여 전력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력의 60%를 석탄과 천연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즉, 완벽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력 생산을 신재생, 원자력, 수소 등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바꿔야 하고 동시에 늘어날 전력수요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남은 25년간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전환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달성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전력 생산의 35%를 석탄이, 27%를 LNG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에너지원 공급 현실과 에너지 인프라 전환 및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에너지도 현재는 90% 이상을 대부분을 석탄과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기반하여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계획 자체보다는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에 필요한데 그 실천은 큰 희생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우리에게 미래의 에너지전환은 그냥 나중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다가오는 “전기의 시대"에 늘어나는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을 대신해 탄소배출이 60% 수준인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과 달리 천연가스는 일차에너지원으로서 냉난방에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천연가스는 수소의 생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다만 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층에 주입하여 저장 격리하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분야가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탄소중립의 늦은 속도와 큰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지금의 에너지전환 시대에는 천연가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탄소중립 정책이 본래 시간표대로 수행되더라도 에너지전환의 가교 에너지원으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수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CCS 기술과 연계되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탄소중립이 우리의 청사진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늦어진다면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생산이 완료된 가스전은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천연 가스전은 자체로 탄소중립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불확실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천연가스와 이를 활용한 수소 생산과 CCS 분야를 연계한 적극적인 정책이 추진되면 에너지 신산업화 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국내 가스전 개발과 그 활용인 CCS가 중요한 이유이다. bienns@ekn.kr

전력거래소, 이번주 최대 전력수요 96.7GW 전망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번주 최대 전력수요는 96.7기가와트(GW)로 전망됐다. 다만 극한 폭염은 주춤해 역대 최대 전력수요 기록이 경신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10일 전력거래소가 기상청 최신 기상전망을 반영해 산정한 '8월 2주차 전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전력수요는 92.9~96.7GW 수준으로 예상된다. 전망 상단인 96.7GW까지 전력수요가 증가하더라도 2024년 8월 20일 기록한 역대 최대 전력수요 97.1GW에는 0.4GW 못 미친다. 다만 96.7GW를 기록할 경우 기존 역대 두 번째인 지난해 8월 25일의 96GW를 넘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전력수요가 된다. 앞서 전력당국은 극한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 경우 이번 주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지만, 최신 기상예보를 반영한 전망에서는 기록 경신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극심한 폭염이 한풀 꺾이면서 서울에서는 최근 이틀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는 11일 전국 예상 최고기온도 27~34도로, 40도 안팎까지 치솟았던 지난주와 비교하면 낮아질 전망이다. 전력 공급에도 여유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주 공급능력은 106.9~107.5GW, 예비력은 10.3~14.4GW로 예상됐다. 예비율 역시 10.7~15.5%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전력당국은 기온과 습도 등 기상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발전설비 고장에 따라 수요와 공급 여건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전력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AI보다 전력수요를 더 확실하게 증가시키는 냉방 수요

시애틀이 아니라 서울이다. 잠 못 이루는 밤 말이다. 지난달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9.7일로 작년의 8.8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제는 밤에도 에어컨 없이는 잠들기 어렵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우리보다 몇 달 앞서 폭염을 맞은 동남아시아의 냉방 수요도 급증했다. 베트남은 지난 5월 최대 전력 소비량이 57GW를 넘어섰다. 야간 최대수요도 30GW를 돌파했다. 많은 사람들이 온열질환으로 숨지고 에어컨도 동나게 한 프랑스의 폭염은 올해만 나타나는 이상 기후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역은 여름철의 습도와 온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이다. 싱가포르의 국부 고 리콴유 수상은 에어컨이 열대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갈 때는 아무리 덥더라고 셔츠 위에 입는 윗옷을 꼭 준비해야 한다. 실내에서는 냉방이 너무 세서 여름 감기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냉방 수요가 이미 포화된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앞으로 그 증가폭이 더욱 커질 인도,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이목이 더 집중된다. IEA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에어컨 24억대는 2050년까지 56억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의 상당수는 중국과 인도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와 멕시코에서도 2020년과 2050년 사이에 에어컨 숫자가 각각 11배와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1인당 GDP가 높게 올라온 지역이 아니라 앞으로 높은 속도의 증가세가 전망되는 지역 중 냉방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될 지역은 습도와 온도가 높은 인도, 동남아시아 및 중국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는 에어컨 있는 집이 다섯 집 중 하나밖에 안 되지만 향후 냉방 수요는 소득과 기온의 상승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의 냉방 수요에 대해 분석한 IEA의 또 다른 최근 보고서는 특히 태양광 발전이 소용없는 야간에 냉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도의 평균기온과 최고 기온 모두 상승하고 있으나 야간 기온 오르는 추세가 낮 기온 오르는 속도보다 두 배 빠르다는 것이다. 지난 5월 45GW 규모 인도의 석탄발전은 낮에는 태양광 발전에 길을 내주었고 태양광이 사라진 야간에는 발전량을 늘리는 유연한 발전원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거의 92%에 달하는 최대한의 가동률을 보여주면서 급등하는 야간 전력수요를 충족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사정이 인도 정부가 현재 40GW에 달하는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이유다. 다들 경험했겠지만 소득수준이 증가할 때 한번 맛본 냉방 수요는 다시 줄어들기 어렵다. 폭염의 기온에 습도까지 높을 때 시원하고 쾌적한 에어컨 맛을 본 다음 이를 절제하고 안 켜는 것은 고행에 가깝다. 게다가 높은 습도로 기온의 일교차가 작아 열대야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 기후의 특징을 고려할 때 잠 못 이루는 밤을 막아주는 냉방 수요의 증가세를 억제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1인당 GDP의 증가세가 높은 이 지역들의 전력설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지역의 주머니 사정상 냉방수요 충족용으로 아직은 값비싼 LNG를 함부로 쓰는 것도 답이 아니다. 게다가 꾸준히 증가하는 야간 전력수요를 태양광 발전으로 감당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석탄발전이 유일한 대책이자 해결책이다. AI의 사용에 따른 전력수요의 급증에 대해서는 오래전 닷컴 버블 때처럼 아직 그 증가 폭에 대해 여러 견해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광활한 지역의 아시아 각국이 직면하는 냉방 수요의 급증은 AI보다 확실한 전력수요의 증가요인이며 동시에 탄소배출을 심화시키는 석탄발전의 증가요인이다.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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