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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3만원선 돌파…탄소중립법 통과에 선매수 쏠려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2주 사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4년 반 만에 톤당 3만원을 넘어섰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중장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의결된 시점과 맞물려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제4차 계획기간을 앞두고 배출권을 미리 확보하려는 선매수 수요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5일 배출권시장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분 온실가스 배출권인 'KAU25' 가격은 지난 20일 톤당 3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종가 기준 3만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3월 이후 약 4년 반 만이다. 이후 21일 2만8900원으로 조정을 받은 뒤 24일에는 다시 2만9150원으로 올랐다. 특히 이달 중순 이후 상승세가 가팔랐다. 지난 10일 2만5800원이었던 KAU25 가격은 12일 2만5850원에서 13일 2만7450원으로 하루 만에 6.2% 뛰었다. 이후 14일 2만7650원, 18일 2만8350원, 19일 2만9500원으로 상승한 뒤 20일 3만원선을 돌파했다. 10일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약 17% 오른 수준이다. 배출권 가격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과 직결된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 온실가스를 줄일 유인이 떨어지는 만큼 적어도 톤당 2~3만원대로 배출권 가격이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4년 여동안 배출권 가격은 톤당 2만원도 넘지 못했다. 배출권 가격이 오를수록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커지는 반면 감축 설비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커진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효율 개선,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히트펌프 등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 대한 기업의 투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올해부터 시작된 제4차 계획기간의 수급 여건이 꼽힌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강화하면서 기업에 공급되는 배출권이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자 발전사와 산업체 등 배출권이 필요한 업체들이 향후 필요한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추가 가격 상승을 예상한 보유 업체들이 매도를 서두르지 않은 점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3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중장기 NDC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2031~2049년 중장기 감축목표를 5년 단위 범위형으로 규정했다. 2018년 배출량 대비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 수준에서 대통령령으로 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NDC는 향후 배출권 공급 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 감축목표가 강화될수록 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 기업에도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정안이 의결된 13일 KAU25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 넘게 뛰었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미 제4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수급 변화에 대비한 선매수 수요가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었던 만큼 최근 상승세 역시 이 같은 수급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배출권 거래가 많지 않은 7~8월에도 올해는 거래량이 유지되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선매수 수요가 견고하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박현신 에코아이 팀장은 “사실 7~8월은 거래가 많지 않은 시기인데 올해는 아직까지 거래량이 많고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며 “제4차 계획기간을 대비한 선매수 수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출권 시장은 수급 전망과 정책 변화 등에 따라 단기간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실제 지난 6월 8일 KAU25 가격은 톤당 2만8800원까지 올랐다가 17일 1만9600원으로 불과 9일 만에 31.9% 급락했다.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6일에는 2만2650원까지 오르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다만, 배출권 가격이 아무리 하락해도 톤당 2만원 밑에서 하락폭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박 팀장은 “6월에는 가격이 3만원 부근까지 올랐다가 하락했지만 2만원 수준에서 지지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는 제4차 계획기간을 대비한 수요가 워낙 견고한 만큼 6월처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녹지 보존이 친환경 도시인가?

서울의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택지 개발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용산 어린이정원 부지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서는 서울 도심의 귀한 땅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녹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논쟁에는 오래된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개발은 환경파괴이고 보존은 친환경이라는 이분법이다. 물론 도시 녹지는 탄소를 흡수하고 열섬을 완화하며 시민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녹지가 있다는 사실과 현재의 토지 이용이 환경적으로 최적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용산은 더욱 그렇다. 용산공원 대상지의 기존 식생에 대한 공식 조사에서는 현존 식생의 자연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산림은 5.7%에 불과하고 조경수 27.4%, 잔디 7.5% 등 오랜 군사기지 이용 과정에서 형성된 인공적 공간의 특성이 강하다. 땅 아래도 살펴봐야 한다. 과거 용산 미군기지 내외 지하수 조사에서는 석유계총탄화수소와 벤젠 등의 오염이 실제 확인됐다. 일부 기지 내부 관정에서는 벤젠이 당시 기준치의 수백 배에 달한 사례도 있었다. 이것이 현재 어린이정원 전체의 오염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군사기지로 사용된 토지라면 지상의 나무와 잔디만큼 토양과 지하수의 상태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상처에 고름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붕대로 덮어둔다고 치료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땅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곳은 제대로 조사하고 오염됐다면 철저하게 정화해야 한다. 지표가 녹색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두는 것을 환경보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때때로 자연을 인간이 손대서는 안 되는 '신의 영역'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도시 안에서 어느 땅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신념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어야 한다. 탄소의 관점에서 녹지 보존과 개발의 환경효과를 숫자로 한번 따져보자. 용산 어린이정원 약 30만㎡ 전체에 국내 도시녹지 연구에서 제시된 탄소흡수 원단위를 단순 적용하면 수목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연간 약 70~400tCO₂ 범위로 추정된다. 실제 흡수량은 수목의 밀도와 크기, 수종과 식재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서울 평균을 기준으로 5000가구가 주거에너지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연간 약 1만5000t 규모다. 물론 5000가구의 배출량 전체를 녹지의 탄소흡수량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주택이 어디에 들어서든 에너지는 소비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입지와 건축방식에 따라 그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이다. 고성능 제로에너지 건축과 재생에너지, 지역에너지 시스템을 적용하면 이 운영탄소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직주근접에 따른 교통에너지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도시의 탄소를 결정하는 것은 녹지의 면적만이 아니라 건축과 에너지, 교통을 포함한 도시구조 전체인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개발이 환경적으로 우월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건설에 사용되는 철강과 콘크리트에서도 상당한 내재탄소가 발생한다. 기존 수목의 탄소저장, 열섬 저감, 생태와 물순환의 가치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숫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환경비용과 편익을 같은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래야 녹지 면적만으로 도시의 친환경성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알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을 놓고 개발과 보존이라는 구호로 싸울 것이 아니라 30년, 50년의 '환경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야 한다. 녹지의 탄소흡수와 열섬 저감, 건설의 내재탄소, 건물의 에너지효율과 재생에너지, 직주근접에 따른 교통 탄소 감소, 물순환과 생태, 토양·지하수 정화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 결과 현재보다 환경성능이 좋아지는 개발이라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토양을 정화하고, 가치 있는 수목은 보존하면서 탄소흡수와 생태적 기능이 더 높은 녹지를 조성하고, 제로에너지 건축과 재생에너지, 대중교통과 직주근접을 결합하는 것이다. 개발하면서도 개발 이전보다 환경적으로 더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용산의 선택은 용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의 공공택지마다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주택은 필요하고 땅은 부족하다. 탄소중립도 포기할 수 없다. 이제 '개발은 환경파괴, 보존은 친환경'이라는 오래된 이분법을 넘어야 한다. 환경정책의 목표는 자연을 손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bienns@ekn.kr

남부 가뭄 장기화에 정부 긴급 대응…“생활용수 공급 차질 최소화”

주요 댐 저수율이 예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남부 지방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관계기관과 함께 긴급 대응에 나섰다. 특히 생활·공업용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체 취수 확대와 농업용수 공급 조정 등 선제 대응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1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남부지역 가뭄 대응 관계기관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기상청과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해 대구광역시·경상북도 등 가뭄 영향권 지방자치단체가 참석해 최근 강수 현황과 전망, 주요 댐 용수공급 대책, 기관별 협업 방안 등을 점검했다. 정부가 긴급회의를 연 것은 최근 한 달간 남부지역 강수량이 평년을 크게 밑돌면서 주요 댐 저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낙동강 유역 다목적댐인 안동·임하댐과 성덕댐, 밀양댐은 가뭄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다목적댐 가뭄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순으로 운영된다. 성덕댐과 밀양댐 저수율은 약 30% 수준, 안동·임하댐은 40%대로 예년 대비 각각 약 60%,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낙동강 용수댐 가운데서는 영천댐이 '주의', 운문댐이 '심각' 단계다. 용수댐 가뭄단계는 관심, 주의, 심각으로 구분된다. 영천댐과 운문댐 저수율은 각각 33.8%, 27.7%로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섬진강댐(다목적댐)과 평림댐(용수댐)도 각각 '관심' 단계에 올라 있다. 섬진강댐 저수율은 26.6%로 예년의 약 40%, 평림댐은 56.2%로 예년의 약 60% 수준이다. 강수 부족도 심각하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9일까지 남부지역 평균 강수량은 143.2㎜로 평년 같은 기간(271.7㎜)의 52.4%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의 최근 1개월 강수량이 181.0㎜로 평년의 70.3% 수준이었고, 부산·울산·경남은 68.0㎜로 평년의 22.4%에 불과했다. 전북은 197.2㎜로 평년의 67.1%, 광주·전남은 147.7㎜로 평년의 56.4%를 기록했다. 정부는 가뭄이 심화된 댐을 중심으로 하천 유지용수와 농업용수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생활·공업용수는 하천수 등 다른 수원을 활용해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가뭄 '심각' 단계에 들어간 운문댐은 현재 하천유지용수 감량과 낙동강·금호강 대체 취수를 통해 생활·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가뭄이 장기화할 경우 금호강 도수로를 추가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8월 초 가뭄 관리 단계가 '경계'로 상향될 가능성이 있는 밀양댐과 섬진강댐에 대해서는 생활·공업용수 일부를 하천수 등으로 대체 공급하고, 농업용수는 영농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일부 감량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생태 보전” 외치던 글로벌 대기업… 구체적 계획은 10곳 중 1곳뿐

전 세계 식량과 광물, 에너지 공급망을 쥐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잇따라 '생물다양성 보전'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이 중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갖춘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NC타임즈에 따르면 식량과 광물, 에너지 등 세계 자원의 생산과 교역을 좌우하면서 지구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행 여부를 따질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약속을 내놓은 기업은 10곳 중 1곳 남짓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생물학과와 레버훌름 자연회복센터의 이소벨 호킨스 연구원, 소푸스 주 에름가센 교수 등이 미국 스탠퍼드대 해양솔루션센터, 스웨덴 스톡홀름 회복탄력성센터 연구진과 공동 수행한 연구 결과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원 어스(One Earth)'에 '지구 핵심 기업의 생물다양성 약속 평가(Evaluating the biodiversity commitments of Earth's keystone corporations)'라는 제목으로 최근 공개됐다. 연구진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은 업종에서 180개 '핵심 기업(keystone corporations)'을 골랐다. 동물의약품과 바나나·코코아·커피·대두·팜유 등 농산물, 종자·비료·농약, 연어 양식, 제지·펄프, 광업, 석유·가스, 시멘트 기업 등이 대상이다. 108개 기업 중 한국 기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주로 토지와 해양을 이용하거나 농업 원료·광물·화석연료 등 자연자원을 직접 생산·채취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업종은 소수 기업이 세계 생산량과 시장, 자원 매장량의 상당 부분을 지배한다. 그만큼 몇몇 기업의 경영 방침이 전 세계 산림과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이 이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 연차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79%인 143개 기업이 모두 637건의 생물다양성 관련 약속을 제시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대상과 적용 범위, 환경 압력, 목표 시한, 기준선, 측정 방법, 정량 목표, 이행 실적 등 8개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견고한 약속'이 하나라도 있는 기업은 23곳, 전체의 13%에 그쳤다. 생물다양성을 언급하는 기업은 늘었지만 상당수 약속은 '생물다양성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거나 '자연 손실을 줄이겠다'는 식이었다. 무엇을, 어디에서, 언제까지 줄일 것인지, 어떤 지표로 성과를 평가할 것인지가 빠져 제3자가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런 수준의 공시로는 기업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8개 기준을 모두 충족한 기업을 살펴보면 농산물과 산림 관련 기업이 두드러졌다. 대두 분야에서는 미국 ADM과 카길, 번지 글로벌, 브라질 아마기, 루이 드레퓌스 등이 포함됐다. 코코아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코코아 가공업체인 배리 칼레보를 비롯해 ECOM Agroindustrial과 투통 등이 이름을 올렸다. 팜유 분야에서는 AAK, 메와 인터내셔널, 무심 마스, 시므 다비 거스리, 윌마르 등 5곳이 견고한 약속을 제시했다. 제지·펄프에서는 인터내셔널 페이퍼와 브라질 수자노, 연어 양식에서는 노르웨이 레뢰이 시푸드와 모위가 포함됐다. 네슬레는 커피 분야에서 이름을 올렸다. 자원 채굴 기업 중에서는 글렌코어와 킨로스 골드, 쿰바 아이언 오어, 발레 등 4곳이 기준을 충족했다. 석유·가스 업종에서는 셸이 유일했다. 연구진은 농업 분야 기업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에 주목했다. 산림 파괴 여부나 공급망 추적률은 다른 생물다양성 영향보다 상대적으로 측정하기 쉽고, 코코아·팜유 업종에서는 산업 공동 이니셔티브와 인증 체계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견고한 약속을 제시한 코코아 기업들은 '코코아·산림 이니셔티브'에, 팜유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팜유 협의체(RSPO)에 참여하고 있었다. 산림 파괴 없는 공급망 비율이나 농장·플랜테이션 추적률처럼 비교적 측정 가능한 지표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연합(EU) 산림전용방지규정(EUDR)처럼 공급망의 산림 훼손 여부를 추적하도록 하는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동물의약품과 석유·가스 업종은 뒤처졌다. 세계 시장의 81%를 차지하는 동물의약품 기업 10곳 가운데 절반은 생물다양성 약속 자체가 없었다. 석유·가스 분야에서는 9개 기업이 관련 약속을 내놓지 않았고 이 가운데 7곳은 분석할 공개 보고서조차 없었다. 비료 업종도 주요 기업의 70%가 약속을 내놨지만 8개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한 사례는 없었다. 연구진은 자발적 공시에만 맡겨서는 기업 간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 조사 대상 보고서 가운데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 지침을 언급한 비율은 2%에 불과했다. 견고한 약속을 제시한 기업에서도 9%에 그쳤다. 이에 따라 TNFD와 과학기반목표네트워크(SBTN) 같은 체계의 확산과 함께 생물다양성 영향·의존성에 대한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공시하지 않거나 생물다양성 활동을 과장하는 기업에는 제재를 두고, 증권거래소 상장 요건과 금융기관의 투자·대출 기준에 생물다양성 공시와 목표 설정을 반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과학계와 기업이 협력해 업종별 지표와 기준선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로 꼽았다. 연구진은 “핵심 기업들은 생물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글로벌 생산 시스템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며 “보다 명확하고, 잠재적으로는 의무적인 공시 기준과 엄격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자연자본시대(https://www.nctimes.co.kr)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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