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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년 연장 ‘평행선’…勞 “소득 절벽” vs 使 “인건비 부담”

법정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7개월 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영계는 비용 증가 및 청년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기존 정년 60세를 유지하되 자율적인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노후 소득 공백을 막기 위해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일 경영계·노동계에 따르면 핵심 쟁점은 법정 정년을 현행 유지하되 기업 자율로 재고용하도록 할 것이냐 아니면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할 것이냐다. 경영계는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임금 삭감이나 고용 유연성 없이 정년을 65세로 올리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고 대신 청년 채용이 줄어든다며 정년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정년을 5년 늘리면 60~64세 고령 근로자 추가 비용이 약 30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청년 90만 명을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은행도 정년이 1년 늘 때 고령 근로자 1명 증가당 청년 근로자 0.4~1.5명이 줄어든다고 봤다. 따라서 정년 상향 대신 '퇴직 후 재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하고, 필요한 경우 '정년 후 재고용 특별법'을 제정해 자율적인 계속고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급연령(현재 63세. 2033년 이후 65세)과 기존 60세 정년 사이에 생기는 최대 5년간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시급히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년과 함께 임금은 끊기지만 연금은 몇 년 뒤에야 나오기 때문에 고령층은 즉시 무소득 상태에 놓이게 된다. 특히 55~64세 임시·일용직 비중이 34%를 넘는 상황에서는 이 공백이 생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또 인구 감소·초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현재 15~60세)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노동계는 경영계의 인건비 부담 증가나 청년층 고용 감소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예컨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법정 정년을 60세로 높인 뒤 55~59세 고용률은 2010년 66.5%에서 2017년 72.6%, 2023년 76.0%로 꾸준히 올랐다. 특히 청년층(25~29세) 고용률도 2016년 69.5%에서 2023년 72.3%로 상승했다. 정년 연장 이후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이 모두 늘어난 것이다. 또 임금체계 유연화 요구에 대해서도 '철 지난 얘기'라는 입장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임금·직무 정보 시스템을 보면, 호봉급 체계를 유지하는 사업장은 2010년 46.3%에서 2023년 12.7%로 크게 줄었고, '특정 임금체계가 없는 사업장'이 64%에 이른다. 이미 연공급 중심 구조가 완화된 상황에서, 높은 연공급을 전제로 한 비용 계산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총괄실장은 “임금 조정은 현행 고용법상 노사 자율 영역"이라며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이라는 식의 단순 프레임을 적용하는 것은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퇴직 후 재고용이나 선별 고용 방식은 사업주에게 과도한 선택권을 줘 결국 '뽑고 싶은 사람만 뽑는 구조'가 돼 노동계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과정에서 자영업자나 영세사업자 등의 충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은 과제다. 정년·연금·임금 구조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데,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를 밀어붙이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 주 5일제 도입 때는 8년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지원책을 마련해 연착륙이 가능했지만, 2018년 최저임금이 사회적 합의 없이 급등했을 때는 자영업자와 영세사업장에 큰 부담이 생긴 사례가 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65세 정년연장은 청년층까지 포함해 찬성이 70%대에 이르는 등 국민적 합의가 충분하다"면서 “정년 법제화를 통한 소득공백 해소라는 상식적 대안을 두고 일부 경영계와 보수 정치권이 과도한 프레임으로 갈등을 키우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자동차 미국 수출 8개월 연속↓…전체 수출도 감소세 전환

지난달 자동차 미국 수출량이 관세의 영향으로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도 추석 연휴 조업일수 축소의 영향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21일 산업통상부의 '2025년 10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5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5%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상승 흐름을 이어왔으나 지난달 감소로 전환했다. 지역별로는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21억2000만달러에 그치며 전년 동월 대비 29.0% 급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한 영향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3월 -10.8%, 4월 -19.6%, 5월 -27.1%, 6월 -16.0%, 7월 -4.6%, 8월 -15.2%, 9월 -7.5% 10월 -29% 등 8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다만 지난 14일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공동 성명서(조인트 팩트시트)에 합의하면서 이달 1일부로 소급해 25%의 관세율이 15%로 낮아진다. 양국은 한국 정부가 국회에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이행을 지원하는 '대미투자특별법'을 제출하는 달의 첫번째 날부터 관세를 일본, 유럽연합(EU)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EU 수출은 7억5000만달러로 2.1% 소폭 줄었지만 기타 유럽은 10.4%(4억8000만달러) 늘었다. 아시아는 8억달러로 42.0%, 중남미는 2억9000만달러로 23.7% 각각 증가했다. 추석 연휴가 작년(9월)와 달리 올해는 10월로 이동하면서 조업일수가 줄어든 점도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10월 누적 수출은 596억달러로 작년에 이어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친환경차 수출은 6만4427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0.9% 증가하며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차 중 전기차 수출은 1만9247대로 0.3% 증가하며 6월에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5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하이브리드차 수출도 3.9% 증가한 4만2683대로 전체 수출 감소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2492대로 30.8% 감소했다. 내수 판매는 12만7138대로 작년 동월 대비 12.8% 감소했다.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6만3663대로 1.4% 증가하며 전체 내수 판매를 이끌었다. 전기차(1만9318대)가 56.1% 늘어나 약진했고 하이브리드차(4만2857대)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801대)는 각각 13.0%, 8.1% 감소했다. 국내 생산은 조업 일수 감소 등 영향으로 작년보다 17.6% 감소한 30만2893대를 기록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일하는 여성 늘었다…워킹맘 ‘역대 최고’·경단녀 ‘역대 최저’

육아·출산 정책의 영향으로 기혼여성 고용률이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의 규모와 비중은 모두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1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 고용현황'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7.3%로 작년보다 1.3%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세부적으로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4.3%로 1.9%p 높아졌다. 자녀 연령별 고용률은 6세 이하에서 57.7%로 1년 전보다 2.1%p, 7∼12세(66.1%)는 1.8%p, 13∼17세(70.4%)는 1.2%p 각각 상승했다. 특히 13∼17세 자녀와 함께 사는 여성의 고용률이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자녀 수별로는 자녀 1명과 2명의 고용률이 64.6%로 같았다. 3명 이상일 때는 60.6%였다. 경단녀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18세 미만 자녀와 사는 기혼여성 중 경력 단절 여성의 비율은 21.3%다. 작년보다 1.4%p 떨어져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은 110만5000명으로 전년대비 11만명 감소했다. 기혼여성 중 경단녀 비율은 14.9%로 전년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규모와 비율 모두 지난 2014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녀 6세 이하에서 31.6%로 30%를 웃돌았다. 작년보다는 1.9%p 낮아졌다. 7∼12세는 18.7%, 13∼17세는 11.8%였다. 자녀 수별로는 자녀 1명일 때 20.2%로 가장 낮고 자녀 2명 22.3%, 3명 이상 23.9%로 높아진다. 자녀가 많을수록, 어릴수록 경력 단절 여성 비율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경단녀가 일을 그만둔 사유는 육아(44.3%)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결혼(24.2%), 임신 및 출산(22.1%), 가족돌봄(5.1%), 자녀교육(4.3%) 순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기간은 10년 이상이 42.1%로 가장 많았고, 이어 5~10년 미만(22.3%), 1년 미만(13.2%) 순이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최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고용률 상승을 여성이 주도하는 흐름, 정부의 육아·출산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부동산대책 효율 높인다”…당정, 토허제 지정 국토부 부여 추진

정부·여당이 부동산 주요 규제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시도지사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장관도 행사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서울·수도권 135만호 공급계획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법안들도 신숙히 추진한다. 정부·여당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회의에서 “2030년까지 서울·수도권에 신규 주택 135만호를 공급하는 9·7 대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연내 발의 및 처리가 가능한 법안들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9·7 공급대책에 대한 입법이 매우 시급하다"며 “공급 효과가 하루빨리 체감되도록 하기 위해선 필요한 법적 기반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핵심 후속 입법으로 △도심정비 활성화를 위한 도시정비법 및 노후계획도시정비법 개정 △현행 시·도지사 권한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국토부 장관에게도 부여하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 △도심 내 공급 확대와 공공택지 물량 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 증가에 대응해 관련 법 제정도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소규모 주거용 위반(불법) 건축물 문제에 대해서는 한시적 합법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 장관은 “어려운 민생·경제 여건을 반영해 소규모 주거용 위반 건축물은 한시적으로 합법 전환을 허용하겠다"며 “동시에 불법을 키워온 불합리한 규제를 합리화해서 위반 건축물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 건설안전을 뒤틀리게 할 건설안전특별법안 재고해야

최근 행정부는 국회의 힘을 빌려 엉성한 안전법을 손쉽게 통과시키기 위해 청부입법을 남발하고 있다. 지난 9월 재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도 국토교통부의 청부입법이라는 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심각한 건 함량 미달의 법이 걸러지지 않고 졸속으로 통과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특별법의 왕국이라 할 만큼 형사특별법이 기형적으로 많이 제정돼 있어 법체계가 뒤틀려져 있다. 건설안전특별법도 가뜩이나 난마처럼 꼬여 있는 건설안전관계법을 더욱 착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예측 가능성과 준수 가능성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혼란이 극심한 마당에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된다면 건설현장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태에 빠질 것 같다. 대형건설사는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재해 예방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중소건설사는 안전조치에 아예 체념하는 방향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 건설안전특별법안은 겉으로는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업계를 살리기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조악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내용이 상당수 규정돼 있다. 안전관리조직, 안전관리, 안전교육 등에 있어 내용적으로 중복되는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법 간에 의무주체가 상이하게 규정돼 있어 충돌이 심한 상태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길이 없다.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복점검, 자의적 법집행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둘째, 강한 형벌이 수반되는데도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규정이 수두룩하다. 예컨대 “안전관리", “적정한 기간과 비용", “안전관리 역량"과 같이 전문가조차도 애매하고 모호하여 판단하기 어려운 개념이 다수 있다. 이런 법이 수범자에게 행위규범으로 기능할 리 없는 만큼 재해 예방은 기대난망이다. 죄형법정주의는 불명확한 형벌규정을 통해 무너진다는 점에서 이런 규정들은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셋째, 안전원리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컨대 하청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원청에게만 안전관리조직의 구축, 안전교육 등의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하청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한 기본적 안전조치 의무를 하청 근로자와 근로관계에 있는 하청에겐 부과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재해 예방에 실효성이 있을 리 만무하다. 넷째, 발주자의 책임을 실현할 수단과 구조가 턱없이 부족하다. 안전자문사, 감리자와의 책임관계가 모호해 발주자는 사실상 책임에서 비켜나 있고 감리자가 책임을 떠안는 폐습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안전자문사와 감리자의 역할이 중복되기도 한다. 공사규모, 사업자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발주자에게 의무를 부과하여 이행의 현실성에도 문제가 있다. 법안이 졸속으로 입안되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섯째, 처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동일한 사항에 대하여 형벌,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과태료를 이중적으로 제재하는 규정조차 발견된다. 가히 '기승전-처벌'이라 할 만한다. 실효적인 예방기준을 만드는 일은 등한시하고 안이하게 처벌을 최우선으로 삼는 제재만능주의에 함몰돼 있다. 재해를 줄이려면 '묻지마' 규제를 쏟아내는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안전원리를 훼손하고 실효성을 무너뜨리는 입법은 금물이다. 아무리 규제와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으면 재해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조장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일명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를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안전을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깨달을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우를 재차 범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 정진우

225조 공공조달 ‘전면 개편’…자율권 늘리되 부패 막는다

정부가 225조원 규모의 공공조달 시장을 전면 개혁한다. 지자체의 자율권을 확대해 경쟁과 신성장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한편 부패 등 문제점은 더욱 철저히 차단하는 게 뼈대다. 정부는 지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조달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조달단가가 지나치게 높거나, 특정 업체 중심으로 거래되는 부조리한 조달 실태에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우선 조달청 단가계약 물품에 대한 지방정부의 의무구매를 단계적으로 자율화한다. 필요 물품을 기관이 직접 계약하도록 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품질 개선도 유도한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경기도와 전북특별자치도에서 PC·가전 등 약 120개 전자제품군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한 뒤, 성과에 따라 오는 2027년부터 전국 지자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율 구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패 가능성도 차단한다. 지자체가 자체 조달을 하더라도 중앙조달과 동일한 반부패 규정이 적용되며 조달청은 규격 조정이나 과도한 조건 부여 등 위법 요소가 확인되면 즉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비리가 드러날 경우 '원스트라이크아웃제'가 적용돼 해당 지자체는 다시 조달청 단가계약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수의계약을 포함한 모든 계약 정보는 나라장터를 통해 전면 공개해 자정 기능을 극대화한다. 자율화 과정에서 중소·여성·장애인 등 약자 기업 구매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도 부과된다. 경쟁 확대 및 가격·품질 관리도 한층 강화했다. 단가계약 물품을 구매할 때 가격과 품질을 추가로 비교하는 '2단계 경쟁' 제도를 전면 확대한다. 참여 기업 수 제한을 없애 누구나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비교가 곤란한 공공조달 전용규격 대신 민간 거래 규격으로 전환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과 물가 상승분도 계약에 신속히 반영하도록 한다. 조달청이 지정한 275개 안전물자에 한정됐던 품질점검 대상을 단가계약 전체 1570개 품목으로 확대한다. 공공조달을 통해 신산업의 성장을 선도하는 전략도 포함됐다. AI·기후테크·로봇 등 신산업 분야의 혁신제품을 오는 2030년까지 5000개 이상 확보하고 혁신제품 공공구매를 현재 1조원 수준에서 2030년 2조5000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혁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은 내년 100억원으로 확대하고 혁신기업이 해외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해외 실증 지원 예산을 2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특히 정부는 AI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AI 제품·서비스의 '첫 구매자' 역할을 하며 AI 적용 제품에 대한 입찰 우대와 수의계약, 나라장터 쇼핑몰 편의 등을 제공한다. '조달행정 AX(AI 전환)'을 추진해 가격비교, 공사원가 검토, 제안요청서 작성, 제안서 평가 등 조달 절차 전반에 AI를 접목한다. 업무 효율성 향상과 동시에 AI 기업에 다양한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이다. 조달의 사회적 가치를 강화한다. 기후테크·저탄소 스타트업을 발굴·우대하고, 관련 우수 제품을 우선적으로 공공 구매한다. 최소녹색기준 적용제품을 확대하고 녹색정보망을 통한 녹색 정보제공 및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유관부처와의 협업도 강화한다. 일과 가정이 조화로운 환경 조성을 위해 일자리 우수기업, 고용안정 기여 기업, 가족친화인증기업 등에 대한 우대를 강화한다. 안전 분야에서는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한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강화하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제품 판매가 즉시 중지된다. 중대재해 발생기업이 실질적으로 낙찰에서 배제되도록 종합·사전심사의 '건설안전' 평가항목을 가점제에서 배점제로 전환하는 등 입·낙찰 평가 기준을 강화한다. 공공조달 전 과정에서도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조달청 직접 관리사업은 '안전·품질관리 전문위원회'를 신설해 구조계산 오류, 물량 누락 등 안전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안전 분야 투자 비용이 공사비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정 계약대금과 간접비 부담을 완화한다. 구윤철 부총리는 “국가계약과 공공조달 제도는 지방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개선한다"며 “내년부터 지방 자율재정 예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등 지역의 발전을 위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기획] 급물살 타던 정년연장 ‘멈칫’…연내 입법 물 건너가나

급속한 인구 감소·초고령화에 따라 노동자의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경영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도 소극적으로 돌아서 당초 목표였던 '연내 입법'이 불투명해졌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던 정부·여당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다. 정년 연장 논의는 최근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최근 10여년 새 급격한 고령화, 인구 감소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생산가능인구(15~60세)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저성장 극복·잠재 성장력 확대를 위한 사회적 과제가 됐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의 불일치가 불러온 소득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도 빗발쳤다. 법정 정년 60세는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당시 국회는 고령자 보호를 위해 사업주에게 60세 이상 정년 달성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노동부 장관이 권고·지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13년 개정에서 이 노력 의무를 '정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으로 바뀌었고 본격 시행된 2016년부터는 말 그대로 '법정' 정년 60세가 정착됐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민주당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입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노동계의 '소득 절벽' 해소 요구가 촉발했다. 현행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수령은 63세(2033년 이후 65세)부터인데, 이 경우 최대 5년 동안 소득·연금이 모두 끊기는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2033년까지 단계적 상향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관련 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현재 63세, 2033년 65세)에 맞춰 정년을 '63→64→65세'로 올리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차이는 연령 조정 시기인데, 박홍배 민주당 의원안은 2027년 63세, 2028~2032년 64세, 2032년 이후 65세로 단계적 인상하는 안이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안은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되, 사업장 규모에 따라 시행 시기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 개정안에는 2028년~32년 64세, 33년 이후 65세로 단계적 인상하는 안이 담겼다.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 말부터 정년 63세가 적용될 수 있다. 단순 연령 기준으로는 1967년생이 2027년 63세 정년의 첫 적용 대상이 되며, 1970년생 이후 세대는 2033년 완성되는 65세 정년제를 전면적으로 적용받는 첫 세대가 된다. 늦어도 2030~2033년 사이에는 전 사업장에서 법정 정년 65세 체제가 사실상 완성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이달 초만 해도 '연내 입법'을 공언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민주당내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 연장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이달 3일 “정년·재고용 안과 임금체계 개편 실효성 확보 방안 합의까진 이루지 못했지만 의견이 근접해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연말까지는 안을 최종적으로 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계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변수가 생겼다. 기업의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므로 현행 60세 정년은 유지한 채 '퇴직 후 재고용'을 중심으로 한 유연한 계속고용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1일 “지금과 같이 경직된 노동시장에서는 정년 연장이 시행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여당의 입법 추진에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최근 연내 법제화와 관련해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며 “기업의 입장, 노동계의 입장을 포괄적으로 충분히 숙의하고 공론화한 다음 최종적인 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18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정년 연장 법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김주영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간사 간 협의한 법안으로 심사를 한 상태"라며 “선출에 따라 법안 심사가 이뤄져 아직 논의가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연내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년연장특위는 경사노위 논의가 중단된 이후 국회가 사회적 대화 기능을 이어받아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기구"라며 “노동계·경영계·청년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7개월간 논의해왔지만, 노사 간 쟁점이 뚜렷해 접점이 없는 상황인 만큼 이제는 국회와 민주당이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이 당초 약속한 정년연장 연내 법제화에 주춤한 사이, 경총과 경영계가 아예 정년연장 법제화 자체를 흔들고 있다"면서 “이미 여러차례 확인한 원칙을 흔들지 말고, 약속대로 연내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배상금 0원’ 13년 만에 韓 승소…론스타 “추가 법적대응 검토”

한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 신청 사건에서 승소했다. 13년에 걸친 국제 소송에서 '배상금·이자 지급 취소'라는 최선의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소송 결과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낸 론스타는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론스타 대변인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위원회의 결정에 실망했다"며 “위원회의 결정에도 한국 규제 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 노력을 부적절하게 차단하고 방해했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사건을 새로운 재판부에 다시 제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새 재판부는 한국이 위법하게 행동했다고 인정하고, 론스타에 손해액 전액을 배상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엿다. 앞서 정부는 전날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중재판정 결과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2022년 8월 31일자 중재 판정에서 인정됐던 한국 정부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2억1650만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의 지급 의무가 취소됐다. 또 그간 취소 절차에 쓰인 소송 비용인 약 73억원도 30일 이내에 지급받을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승소에 대해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이며 대한민국의 금융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성공적 개최, 한미중일 정상외교, 관세협상 타결에 이어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평가했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악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1조3834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외환은행을 되팔기 위해 여러 회사와 협상을 벌인 론스타는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000억원대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국 정부의 승인은 늦어졌다. 결국 2008년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해 매각은 무산됐고,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넘겼다. 거액의 차익을 얻었음에도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매각에 실패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012년 11월 ICSID에 ISDS를 제기했다.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당초 더 높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했던 HSBC에 매각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는 취지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46억7950만달러(약 6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후 ICSID는 2022년 8월 31일 한국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에 해당하는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다만 중재판정부가 배상금이 잘못 계산됐다는 우리 정부의 정정 신청을 받아들여 배상금은 2억1601만8682달러로 정정됐다. 하지만 론스타 측은 배상 금액이 충분치 않다며 2023년 7월 판정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정부도 판정부의 월권,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을 이유로 같은 해 9월 판정 취소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양측의 판정 취소 신청을 받은 ICSID는 2년여간 숙고 끝에 이날 한국 정부 승소 판정을 내렸고,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국제소송은 13년 만에 마침내 마무리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지역건설 경기 최악”…공공 공사 지역업체 몫 3.3조 늘린다

정부가 침체된 지역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역 건설업체들에게 배정되는 공공공사 수주 가능 금액을 연간 3조3000억원 가량 늘리기로 했다. 지역 제한 경쟁 입찰 기준을 기존 공사 금액 88억~100억원에서 150억원 미만으로 대폭 확대하고, 지역 업체 우대 평가 기준도 강화한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확정했다. 최근 비수도권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지역 건설사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우선 정부는 기존 공공기관(88억원 미만)과 지자체(100억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원 미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경우 비수도권 지역 건설업체들에게 돌아가는 공공 공사 물량이 약 2조6000억원(7.9%)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다. 또 지역업체 우대 평가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100억원 미만 공사의 적격심사낙찰제에서는 낙찰자를 평가할 때 지역업체 참여 평가 근거를 신설해 지역업체 참여 비율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100억원 이상 공사의 종합심사낙찰제에서도 지역경제기여도 만점 기준을 상향하고, 관련 가점도 확대한다. 또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에서 지역업체 참여비율을 배점제로 신설하고 낙찰자 평가에서는 지역자재·장비 등 활용계획 제출 시 가점을 부여한다. 이같은 지역업체 우대 평가 신설에 따른 지역 업체 수주 증가 규모는 총 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역 건설업체의 형식적 이전 방지를 위해 본사 소재지 유지 의무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하고 페이퍼 컴퍼니 선별을 위해 낙찰예정자 심사 시 현장 실태조사를 병행하는 사전점검제도 시행한다. 지방 건설업체 간 담합을 막기 위해 사전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조달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정보 공유를 확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담합 발생 시에는 엄정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구 부총리는 '지방의 공공공사에 지역 건설사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겠다“며 "지역업체의 연간 수주금액을 3.3조원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공사계약시 지역 건설사를 더욱 우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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