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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시평] 환경과 안보가 끌고 경제가 밀어야 하는 이유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에너지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세가지로, 환경(탈탄소), 안보(안정성), 경제(수익성)을 꼽는다.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된 에너지 전환은 방향 제시에는 성공했으나 기후변화를 멈추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그 속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반복되는 전쟁이 '안보'를 위협하면서 보다 안정적 에너지로의 전환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은 과거 오일쇼크와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 및 산업의 복합 위기로, 이러한 복합적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태양광발전소와 배터리를 결합해 에너지를 자국내에서 생산하면, LNG·석유 등 연료 가격 변동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을 과거 여느 때 보다 부각시킴과 동시에, 화석연료 발전소처럼 전력 공급 안정성이 뛰어난 자산들의 필요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서 수익성 중심의 '경제'라는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기고문에서 필자가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가격과 금리의 조건이 필수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친환경/국내산 에너지라도 너무 비싸면 전환에 한계가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정책과 별개로 시장에서 알아서 확산되기 마련이다. 청정에너지가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어 보자. 작년 한 해 동안 청정에너지 축소와 화석연료 확대 정책에 집중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나 발전소 그리고 공장의 탄소 배출 제한의 근거로 삼아 왔던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조차도 폐기하고 환경보호청(EPA) 내년 예산을 52% 삭감해 제안하는 등 반기후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발전소 투자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발표한 공식 전망에 따르면, 2026년 새롭게 설치되는 발전소 계획용량은 총 86GW인데, 그 중 93%가 태양광(51%), 풍력(14%), 에너지저장장치(24%)이다. 이는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 가능한 에너지를 시장에서 요구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우는 정책 방향까지 에너지 전환을 거들다 보니 수출 확대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10년 전부터 에너지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등 자국내 자원과 역량을 결집하고 전기차 보급 등 수송부문의 에너지 전환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금번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다.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 실적을 바탕으로 에너지전환 기술의(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재생너지설비 등) 수출도 늘고 있다. 2025년 중국은, 전기차의 경우 전세계 생산량의 3/4에 육박하고,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세계 제조용량의 80%, 태양광 패널은 8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사태 이후 주유소 제품가격이 올라가자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에너지 국산화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와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는 등 글로벌 에너지전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도 에너지전환 기술의 가격 경쟁력, 즉 경제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84%를 넘어 에너지자립 기반이 취약한 한국은, 역으로 말하자면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내시장 잠재력이 크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간 제품 포트폴리오가 갖추어져 있고 고밀도 기술력을 장착한 배터리 제조기업들을 포함해 원자력/재생에너지/전력기기 등 에너지전환 산업생태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과 산업을 활용해 (가격경쟁력 포함) 수출경쟁력 확보로 연계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육성되지 않은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에너지자급률 제고를 위한 국내 에너지전환 시장 확대 정책을,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출 정책과도 연결하는 종합적 장기 산업 정책이 절실하다. 가장 극심한 기상이변의 예보와 중동사태의 복합 여파의 예고 속에서 올 여름을 초조하게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초조함은 앞으로도 반복될 확률이 높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환경과 안보라는 요소가 끌고 경제라는 요소가 밀어야 하는 이유다. ekn@ekn.kr

[이슈&인사이트] AI 투자 랠리, 채권시장 불안 넘을 수 있나

지난 15일 세계 주식시장이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의 코스피도 6%가 넘는 하락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 금리 인상이라는 이슈가 부상했다. 채권 시장의 소리 없는 외침을 주식 투자자들이 이제야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채권 시장의 약세(금리 상승)에도 주식과 채권은 디커플링이 유지되었다. 금리 시장은 미국-이란의 충돌로 유가가 상승하자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전쟁 중에도 주식 시장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 시장의 강세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AI 산업의 핑크 빛 전망과 전쟁 이후 재건을 기대하는 주식들을 중심으로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가 된다고 해도 이 주식들이 인플레이션 헤지를 할 거라는 인식으로 강세를 이어왔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AI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엄청난 설비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설비 투자는 성장을 지지하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고 금리나 물가가 높더라도 그런 우려를 상쇄할 수 있고도 남을 정도의 기세가 있었기에 전쟁 이슈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의 강세를 이끌어 가는 동인이었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런 요인들이 모두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 이후에도 인플레가 꺾이지 않을 거라 두려워하고 있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캐빈 워시의 어설픈 통화 완화에 대한 두려움, 즉 인플레이션이 통제가 되지 않는 환경에서 금리가 낮아지는 게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이다. 성장을 방어하기 위해 채권 발행의 증가하고 있다. 채권 공급의 증가와 함께 금리가 뛰는 문제를 만들게 된다. AI의 설비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회사들이 유보된 현금을 통해 설비 투자를 늘려왔지만 이제는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는 순간이 도래했다.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채 공급의 증가로 채권 시장에 부담을 주는데 빅테크마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국가와 빅테크가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형국이 되고 있다. 게다가 역설적이지만 설비 투자로 강한 성장이 나오게 되면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물가도 높고 성장도 강하다. 그럼 채권 금리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써 지는 거다. 전쟁 이후에도 AI 산업에 대한 빅테크들의 투자와 AI가 인픞레이션을 만회하는 성장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주식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상승하였지만 채권 금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평가에 상위에 올려 놓으면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금리를 올리고 재정 지출을 늘린다고 한다. 호주와 노르웨이는 이미 금리를 인상했고 ECB도 6월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은 규모 없이 쓴 재정이 문제가 되어 스타머 정권이 불안한 상태다. 길트 금리도 상승 중이다.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마지노 선인 4.5%를 넘어 4.6%까지 뛰어올랐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까지 모으면서 1년 전에 2.6%까지 낮춰졌던 한국 국고채 10년 금리는 지금 4.2%를 넘어섰다. 한은도 7월에는 25bp 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게 다수의 생각이고 연말에는 3%까지 올라갈 거라 예상하고 있다. 그럼 주식 시장은 좋은데 채권 시장은 나쁘니 채권 시장에서 돈이 빠져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 거다. 그럼 채권 시장의 약세(금리 상승)가 더 심해지고 결국은 높아진 채권 금리가 주식 시장의 상승에 발을 걸 것이다. 그러한 징조가 나왔기에 주식 시장이 서서히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채권 시장의 추이를 봐야 할 시점이다. bienns@ekn.kr

삼성전자 ‘억대 성과급’,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뇌관’ 건드리나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수억원대 성과급'을 놓고 수개월 간 대립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 협력업체 소외 등 '양극화 심화'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잠정)가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사회적 상생 이슈로 건드리는 '뇌관 역할'을 하면서 산업현장에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1인당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으면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을 보면서 중소기업 재직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소기업엔 정당한 보상 있었나" 삼성전자 노사 합의 '민낯' 24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가까스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반도체 부문에 특별성과급을 신설해 사업 성과의 10.5%를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해당 직원들은 올해 약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하자마자 중소기업중앙회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중기중앙회는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 노사협상 과정을 지켜본 중소기업 근로자와 사업주는 마음이 무겁다"며 “수억원에 달하는 성과급 논쟁 속에서 과연 협력 중소기업들에는 정당한 대가와 보상이 이뤄졌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일침했다. 중기중앙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고, 각종 상여금과 복리후생의 격차는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선두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수천개의 협력업체와 소재·부품 중소기업이 원팀으로 함께 일궈낸 성과다. 협력 중소기업의 기여와 역할도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의 열매를 협력업체와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꾸준히 제시됐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나누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함께 고생한 협력사들은 무시하느냐'며 지탄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파산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렸다 기사회생한 회사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과 경영진 노력은 물론 협력업체 및 지역사회의 배려와 헌신도 크게 작용했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만 해도 수천개에 달한다. 2·3차 협력사와 연계한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더하면 지역사회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노사 합의를 통해 협력사 등과 이익을 공유한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인당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으면서도 부족하다고 파업을 운운하는 것을 보며 중소기업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벌어지는 임금 격차…“오래 다닐수록 급여차 확대" 대기업-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확대는 우리 사회가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구조적인 결함이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가 고속성장하는 시점에 재벌·대기업 위주로 몸집을 불린 게 원인이 됐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삼성·현대차 등 글로벌 '1등 기업'이 탄생했지만 반대로 기업간 임금 격차 문제가 심각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삼성전자 노조가 지역사회·국가·회사의 헌신을 모두 무시한 채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면서 비롯됐다. 반도체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성과급을 위해 심지어 같은 회사 소속 디바이스경험(DX) 동료들도 '차별'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간극이 상당히 벌어져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이 제공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종사자의 1인당 월임금총액은 상용 근로자가 약 746만원으로 임시일용근로자(약 269만원)보다 477만원 정도 많았다. 상용근로자의 월임금총액은 전년보다 약 71만원 늘었다. 반대로 임시 일용근로자는 5만원 남짓 줄어들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월임금총액 격차는 2020년 316만원 정도였는데 5년 사이 1.5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양극화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진다는 통계는 다른 측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을 봐도 2023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477만원이었다. 50인 미만 근로자(271만원)보다 월 200만원 이상 많았다. 50∼300인 미만(364만원)과 비교하면 11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하면 593만원과 298만원으로 거의 두 배였다. 근속 1년 미만인 신입사원 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월평균 소득 차이는 81만원에 그쳤지만 근속 20년 이상에서는 367만원으로 확대됐다. 일단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대기업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보니 청년들이 첫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이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대기업 쏠림'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말 발간한 '한·일·대만 임금 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이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보다 높아 생산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1년 기준 한국 대기업 임금이 9만6258달러로 일본(6만574달러)보다 58.9% 높았고, 같은 기간 중소기업 임금(5만5138달러)도 일본(4만5218달러)을 21.9% 상회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성과급 대란' 후폭풍이 중소기업으로 번지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2·3차 협력사들이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앞세워 '묻지마 투쟁'에 나설 경우 우리 사회·경제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의 고정비율을 성과급으로 주는 제도가 확산할 경우 대기업으로 인력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대기업과 임금 및 복지 격차로 불만인 중소기업 종사자들이 '우리도 성과급을 달라'며 사측과 날을 세울 경우 그에 따른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Q&A] AI 호황에 코스피 폭등하는데…원화 추락하는 이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원화 가치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11.30원 오른 1517.40원에 마감했다. 이번 장 주간 거래(9시~15시 30분)의 종가 1517.20원과 비교하면 0.20원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1주일 전 야간 거래에서 1497.50원에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한 주에만 무려 20원 가까이 오른(원화 약세)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5% 가까이 상승했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일반적으로 증시가 오르면 통화 가치도 함께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흐름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원화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통상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보도 등을 토대로 원/달러 환율 상승세와 관련한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올해 들어 원화 가치는 약 4% 하락해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상승률이 86%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사상 첫 8000선을 돌파한 코스피와 대조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2024년 12·3 비상계엄 여파에서 회복되며 지난해 상반기 달러당 135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하반기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 3월에는 1500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영향 등으로 이달 초 145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상방 압력을 받으며 지난 3월 고점 수준에 다시 근접했다. 과거에는 원화 가치와 코스피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매수하려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야 했기 때문에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수록 원화 수요도 함께 늘어났다.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 구조 역시 이런 흐름을 강화했다. 수출 호조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던 시기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수출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원화 수요를 확대했다. 강한 수출 경쟁력은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자산 선호를 높이며 추가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축적된 한국의 해외 자산 구조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흑자의 상당 부분이 외환보유액으로 편입됐지만, 최근에는 민간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로 유입되는 비중이 커졌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빠른 고령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가계와 기관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자금 흐름은 수출입보다 원화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강세 간 관계가 2015년 전후부터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한 국내 주식을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내면서 증시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환전 수요를 새로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원화 강세 없이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점도 원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비용이 늘어나면서 달러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 역시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원화는 글로벌 무역과 경기 흐름에 민감한 통화로 인식돼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질 때 약세 압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협정 과정에서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역시 원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규모 미국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 흐름을 멈추고 다시 상승 반전한 시점도 이 무렵부터였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자금의 해외 유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해외 주식 매각 대금을 국내에 재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적용되는 95% 비과세도 100%로 확대했다. 금융 당국은 투기적 외환 거래를 막기 위한 구두 개입도 강화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경고성 발언이 작년 말부터 크게 늘었고, 실제로 한국 외환당국은 2025년 4분기에만 225억달러 규모의 달러를 순매도하며 원화 방어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올해 연초부터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국민연금의 환헤지 확대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은 환율 방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이달 발표한 '5월 월간 외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올 2분기 말 달러당 1480원을 기록한 뒤 3분기 말, 4분기 말에 각각 1470원, 1460원으로 내려가고, 내년 1분기 말에는 1450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원/달러 환률이 올 2분기말 달러당 1492.18원으로 하락하고, 전날 기준으로 1년 뒤 1452.78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인베스팅닷컴은 이날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기술적으로 달러당 160.09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달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던 160엔 수준에 다시 근접한 것이다. 원화가 엔화와 동조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다시 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1엔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호황에 힘입은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로 불어나고, 이 과정에서 통화 절상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정부-정유업계, “손실 보전 논의 본격화…7월 정산”

6차 석유 최고가격도 동결되면서 정부가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마련한 재원 4조2000억이 조기 소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국내 최고가격의 차이만큼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했는데 4차례 동결로 재정 부담이 누적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6개월 유지를 전제로 재원을 마련한 만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정 부담을 고려해 올 하반기 최고가격제 종료 수순을 밟도록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6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로 이날부터 정유사의 공급가격 상한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유지된다. 앞서 정부는 3월 27일부터 시행한 2차 석유 최고가격을 통해 1차(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보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렸다. 이후 3차부터 6차까지 4번 연속 동결되면서 이 가격은 한 달 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유업계는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커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중동 전쟁 사태로 급등한 국제 원유를 비싸게 들여왔는데, 정부가 상한을 정한 최고가격제로 낮은 가격에 국내 공급하다 보니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 주요 4개 정유사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16∼29일 2주간 공급가 차이에 따른 손실액은 1조267억원으로 추산됐다. 업계 전체로 볼 때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손실액은 한 주에 5000억원 가량, 누적 기준으로 4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업계 손실 보전을 위해 4조2000억원의 목적예비비를 편성했다. 당초 최고가격제 6개월 시행을 전제로 한 규모지만 손실 규모가 커지며 3개월 뒤 예산 범위를 초과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정유사의 원가 기준 손실을 보전한다는 입장이어서 예비비 조기 소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향후 두 달 정도의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실 보전의 기준이 되는 석유 제품의 가격 산정 방식을 두고 정부와 정유업계 간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정부의 원가 기준 보전 방침과 달리 정유업계는 원유 재고량의 가치 하락분까지 보상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 기간 동안 비싸게 구매한 원유 가치가 종전으로 폭락하면 원가 이하 판매 등으로 정유사의 재고 평가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이달 말 목표로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기준을 마련해 고시할 계획이다. 정부와 정유업계 간 손실 인정 범위, 보전 수준 등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실질적인 정산이 이뤄지는 시점을 7월 이후로 내다봤다. 양 실장은 “기업들의 2분기 회계 마감 시점을 고려해 6월 말로 정산 기준 기간을 자르면 7월 이후 실질적인 정산금 지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분간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6개월에 맞춰진 예비비 등을 감안해 종료 시점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종료해야 하느냐를 부처 간에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국제 석유 가격 흐름, 석유류 가격·소비량 변화,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재정으로 확보해놓은 4조2000억원 규모를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는 점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실 보전에 따른 재정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어 정부가 최고가격제 관련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 하반기에는 유가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중에는 최고가격제의 필요성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고, 정부도 계속 유지할수록 부담이 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너도나도 ‘반도체’ 선거판...‘삼성·SK하이닉스’만 외치는 후보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광역단체 16곳 중 9곳에 출마한 후보들이 5대 핵심 공약에 반도체 산업단지·공장·팹(Fab) 유치를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선거 유세에서 반도체 유치를 내건 광역단체까지 더하면 사실상 전국이 '반도체 공약 러시'에 휩쓸린 형국이다. 반도체 초호황에 유권자 관심이 쏠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없는 공수표"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22일 본지가 16개 광역단체장 주요 후보들의 5대 공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 경기·인천·세종·충남·전북·전남광주·대전·경북·대구 등 9개 광역단체에서 후보 1인 이상이 반도체 공장·산단·팹 유치를 5대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공세적인 곳은 대구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팹을 유치해 대구·구미를 잇는 'TK 반도체 산업벨트'를 구축하겠다"며 “용인은 이미 포화 상태라 더 이상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했다. 임기 내 대기업 팹 유치를 추진하고 2034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완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전남광주에서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취임 1년 내 10조원 규모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민 후보에게 경선에서 밀린 이종욱 후보도 “공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용인 삼성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전남광주 이전을 촉구하는 시민유치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경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을 잇는 'K-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가 같은 권역을 포괄하는 '초광역 AI·반도체 클러스터 K-벨트 구축'을 각각 공약했다.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도지사로서 꼭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후보는 구미 국가산업단지 기반 반도체 팹 유치를 공약하며 “K-반도체 자립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에서는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가 2030년까지 3조4585억 원을 투입해 유성 교촌동에 530만㎡ 규모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에서는 이원택·양정무·백승재 후보 모두 반도체 관련 공약을 5대 핵심에 포함시켰다. 이원택 후보는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패키징 공장이 증설되면 전북에 올 수밖에 없다"며 삼성 반도체 실증 공장 유치도 약속했다. 충남에서는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첨단 반도체 후공정 생산 거점·수출기지 조성'을, 인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송도·영종·남동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산업클러스터 완성'을 내걸었다. 세종에서도 조상호 민주당 후보가 반도체 소부장 특화 스마트 국가산단 조성을 5대 공약에 포함했다. 5대 공약에는 반도체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선거 유세에서 반도체 유치를 언급한 광역단체도 4곳에 달했다.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는 “데이터센터 100조 원 투자와 반도체·이차전지 신산업 유치에 힘쏟겠다"고 밝혔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AI 전력반도체 제조 특구' 조성을 공약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는 2022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반도체 클러스터 대기업 유치"를 선거 구호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충북을 핵심 산업기지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공약은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2022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김진태 후보는 “삼성 반도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원주를 들썩이게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원주에 들어선 것은 삼성의 생산라인이 아닌 교육원뿐이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외치고 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도 2022년 캠프스탠리 부지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임기 내 이행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미이행 공약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유권자의 검증 의지 부재가 지목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연구위원은 “지난 선거 때도 반도체 공약은 지자체마다 있었다"며 “그 때 공약을 걸었던 곳 중에서 실천한 곳이 있는지를 보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다른 지역에서 잘 되니까 뺏어오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가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다 지은 다음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오히려 그 지역에 해를 주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약이 산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기 한남대 교수는 “이미 용인·평택에 투자를 결심하고 부지도 마련한 기업 입장에서는 황당무계한 것"이라며 “만약 실제로 이행된다면 기업에 굉장히 큰 비용을 발생시키고 불확실성을 겪게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을, SK하이닉스는 같은 지역에 60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이미 확정했다. 김광두 서울대 교수는 “실현성도 없고 국가 이익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잘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괜히 혼선을 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도 “이미 다른 지역으로 결정이 난 상황에서 초기 투자비가 상당히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공약이 기업에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교수는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미국의 경우 기업을 유치하고 싶으면 인센티브를 주거나 토지를 제공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적 억지력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이 현재 위치에 있는 건 전력·냉각수·전문가 접근성 등 모든 조건을 따진 결과"라며 “4년에 한 번 하는 선거 때문에 다 옮긴다는 건 엄청난 낭비"라고 했다. 이종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소장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다는 건 최소 생산라인 4개 규모의 대단지를 의미하며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며 “설령 가능하다 해도 공장은 생산라인 관리 인력이 대다수이고 로봇 비율이 높아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 유치는 소재 업체도 같이 지방으로 내려와야 하는 문제"라며 “수도권은 물류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 지방은 어떻게 물건을 옮겨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청년 주거’ 숨통 트이나…내년까지 ‘매입임대’ 9만호 공급

정부가 올해부터 2년간 수도권 내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한다. 청년 등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의 한 축으로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공공이 선도적으로 비아파트 공급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지역 중심으로 매입 임대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하고, 이중 6만6000호는 규제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매입임대주택 9만호 중 6만6000호는 서울 25개 구, 과천·수원·용인 등 경기 12개 규제 지역에 공급한다. 매입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기존 지어진 오피스텔, 빌라, 원룸 등을 직접 사들여 다시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민간 비아파트 공급 위축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청년·신혼부부·저소득층 등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 또 신규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보다 더 빠르게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구 부총리는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빨라 1~2년 안에 가시적인 공급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청년층의 주거 애로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매입임대주택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자 비용 부담을 완화해 조기 착공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미 인허가를 받았는데 아직 착공하지 않은 주택은 사업장별로 철저하게 밀착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탈세와 집값 띄우기, 재건축비리 등 부동산 불법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도 강화한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의 매매 가격은 치솟고 있는데 매물은 줄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 부총리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2주 연속 확대됐다"며 “매물이 큰 폭 감소한 이후 최근 정체된 가운데 전월세 매물은 소폭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변동과 매물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철도망 확충 발판 삼아… 수원 곳곳에 ‘15분 도시’ 들어선다

수원시가 기존의 교통망 확충을 발판 삼아 대중교통 중심의 압축도시인 '15분 도시'로의 탈바꿈을 본격화한다. 시내 곳곳의 철도역 주변을 압축 개발해 정주 여건을 대폭 개선하고 정체된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수원 지역에는 현재 국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등 3개 전철 노선, 총 14개의 전철역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신분당선 연장, 동탄인덕원선, 수원발 KTX 직결 사업과 최근 속도가 붙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까지 완공되면 향후 지역 내 전철역은 총 22개로 늘어나게 된다. 수원시는 이러한 철도망 확충에 발맞춰 역세권 중심의 도시 공간 재편을 전면 추진하기로 했다. 새롭게 추진되는 도시 가치 개편 사업은 승강장 반경 300m(수원역과 수원시청역은 500m) 이내의 역세권 구역을 대상으로 한다. 총 면적 4.6㎢에 달하는 이 지역들을 민간 제안 방식으로 고밀도 복합 개발하여 도심 내 가용 부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다각적인 성장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시는 우선 올해 수원역, 성균관대역, 영통역 등 지역적 특성과 연계성이 높은 9개 역을 중심 지구로 지정해 선제적 사업에 착수했으며, 나머지 13개 역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개발 대상이 되는 22개 역세권은 지역별 고유 특성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세분화되어 맞춤형 조성이 이루어진다. 업무와 상업 기능이 밀집한 수원역, 영통역, 수원시청역 등 5개 환승 거점은 중심 상권과 연계한 '도심복합형'으로 꾸며진다. 대학교나 첨단 산업시설이 가까운 성균관대역, 아주대삼거리역, 광교역 등 8개 지역은 '일자리형'으로 분류돼 청년 창업과 고용 창출을 위한 산업 거점으로 육성된다. 화서역, 고색역, 세류역 등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한 9개 지역은 '생활밀착형'으로 지정되어, 노후 주거지와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도보권 내에 다양한 주민 편의시설을 대거 확충할 예정이다. 최종적인 목표는 역을 중심으로 도보 15분 이내의 거리에서 주거와 업무, 문화, 의료, 교육 등 일상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압축적인 정주 환경 구축이다. 이를 위해 새로 짓는 건축물에는 복합 용도 적용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민간과 공공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규제 완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사업 시행자가 공공 기여 조치로 토지 가치의 15% 수준에 해당하는 기반 시설이나 공공 건축물을 제공할 경우 용적률을 기존보다 최대 100%까지 높여준다. 아울러 건축 연면적의 일정 부분을 청년 및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이나 기후변화 대응 환경 건축물, 도심 여가 공간 등 시의 주요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시설로 채울 경우, 용도지역 상향과 더불어 최대 300%까지 용적률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완화된 기준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가치는 합리적으로 환수해 주민 생활 기반 시설 확충에 재투자된다. 원활한 조성을 위해 행정적 지원도 이어질 예정이다.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민간 주체를 위해 사전 타당성 검토와 전문가 자문 제도를 상시 운영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복합 구조 개편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획기적인 주거 환경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송기우 기자 kwsong@ekn.kr

석유 최고가격 4번째 ‘동결’…“4주마다 조정”

정부가 6차 석유 최고가격을 22일 0시부터 동결하기로 했다. 3차 때부터 네 차례 동결이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유지된다. 다만, 정부는 최고가격 조정 주기를 기존 2주에서 4주로 늘리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5차 최고가격 지정 이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며 “석유 등 물가와 민생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이번에도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3월 27일부터 시행한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1차(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보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렸다. 이후 3차부터 6차까지 4번 연속 동결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교착 상태로 국제유가가 전쟁 초기보다 제한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과 함께 민생 부담 경감을 위해 이번에도 최고가격을 동결로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 상한을 정하는 최고가격제 시행 주기를 2주 단위에서 4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중동 전쟁 초기에는 시장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1차 때부터 5차까지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조정해 왔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상황이 지속돼 6차 이후부터 조정 주기를 4주 단위로 늘리기로 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쟁 초기와 달리 모든 상황이 일종의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주유소 사업자들의 재고관리, 일반 국민들의 생활, 생계형 운전자들의 경제활동 등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조정 주기 변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양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안정화되고 국제유가가 90달러 선으로 내려와 안정되면 종료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등 중동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4주 조정 주기와 무관하게 탄력적으로 최고가격제를 운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선거운동 첫날…吳 “밥은 해본 사람이” 너스레, 鄭 “일 못하면 바꿔야” 일침

정원오 더불어민주당·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나란히 서울 전역으로 출격했다. 정 후보는 동서울우편집중국 새벽 배송 현장에서 출발해 왕십리 출정식·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삼성역 지하 공사 현장 점검까지 오세훈 시정 실패를 파고들었다. 오 후보는 자정 가락시장 배추 경매장을 시작으로 강북·서대문·구로·성북·동대문·종로·강남구를 회오리 형태로 훑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실정 심판을 외쳤다. 정 후보가 선거운동 개시 첫 행보로 택한 곳은 서울 전역으로 소포와 택배물이 오가는 동서울우편집중국이었다. 파란 점퍼와 작업용 장갑을 낀 정 후보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박스를 옮기고 분류하는 작업을 직접 도왔다. 작업을 마친 정 후보는 “선거 홍보물과 투표용지가 이곳을 통해 가정으로 전달된다. 미리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 자리를 택했다"면서 “6월 3일, 좋은 소식이 시민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 앞 파란 풍선과 파란 모자로 뒤덮인 지지자들이 광장을 빼곡히 메웠다. '하나씩 착착! 정원오' 손피켓은 현장에서 1000원에 팔렸다. '착착 유세단'이 선거송 '으라착착 정원오'를 선창하면 지지자들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착착'은 정 후보가 내건 슬로건 “하나씩 착착"에서 따온 것으로, 공약을 하나씩 차근차근 실행하겠다는 의미다. 정 후보의 애창곡이기도 한 '무조건'이 흘러나오자 지지자들이 다시 함성을 높였다. 이해식 총괄선대본부장이 직접 개사한 곡으로, 유세본부가 이번 선거운동을 위해 준비한 로고송 8곡 중 하나다. '일 잘하는 서울시장' 문구가 내걸린 출정식 유세 단상에 선 정 후보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것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오세훈 시장을 끝내고 삶을 안전하고 든든하게 바꿔보자는 것 아니냐"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맞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1년, 삼성전자 파업 위기 중재와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귀환까지 이것이 바로 효능감"이라며 “이제 서울시만 바꾸면 됩니다"라고 외쳤다. 오 후보를 향한 공세는 주거·경제·교통·안전 순으로 쉼 없이 이어졌다. 그는 “2021년에 매년 8만 호씩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22년부터 24년까지 착공 기준 연 3만 9천 호밖에 안 됐다. 절반도 안 된 것"이라며 “전임 시장 탓, 현 정부 탓할 게 아니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자, 광장 곳곳에서 “맞아!"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용산 참사, 이태원 참사, 싱크홀 인명사고, 삼성역 철근 누락까지. 오세훈 후보는 뉴스 보고 알았다고 한다"며 “그동안 안전을 얼마나 등한시했으면 직원들이 보고조차 안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중 사이에서 “왜 그러냐고!"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에 정 후보는 “일 잘하는 사람은 계속 뽑아주고, 일 못하는 사람은 바꾸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냐"고 답했다. 출정식 직후 정 후보는 광진구 한 스튜디오에서 청년안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마주 앉았다. 보증금 미반환 피해 청년 윤여진(29) 씨는 “'청년안심주택'이라는 서울시 이름을 믿고 들어갔는데 보증보험이 가입조차 안 돼 있었다"고 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이철빈(32) 공동위원장은 “소송부터 경매, 채권자 연락까지 전부 세입자에게 떠넘기고 서울시는 관망만 한다"고 했다. 이에 정 후보는 “선거 후 인수위에서 서울시의 잘못을 짚고, 피해자들이 원래 약속대로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철근 누락사태가 발생한 강남구 영동대로 GTX-A 삼성역 공사 현장 지하 5층을 직접 찾았다. 현장 소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정 후보는 균열이 촘촘히 번진 콘크리트 벽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현장 소장은 “철근 2500개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작년 11월에 인지했고, 보강 방법을 찾는 동안 해당 구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지 않고 공간을 비워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후보가 “보강 방법이 결정되기 전에 왜 나머지 공사는 계속 진행했느냐"고 따져 묻자, 소장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현장을 나온 정 후보는 취재진에게 “균열이 너무 많아 비전문가인 저도 놀랐다"며 “문제가 발견되면 관계 기관과 전문가가 모여 보강을 완료한 뒤 다음 공사로 넘어가는 게 상식인데, 한쪽에서는 보강 방법을 찾고 있고 한쪽에서는 공사가 계속 진행돼 이미 지하 3층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보강 방법이 바뀐다면 지하 3층까지 다 해놓은 걸 어떻게 하겠느냐"며 “이렇게 공사를 해도 되는 건지 의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일정은 이날 자정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었다. '서울의 경제를 깨우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오 후보는 양손에 목장갑을 끼고 직접 배추를 트럭에 실으며 상인들과 함께 땀을 보탰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하게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덕분에 서울의 경제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서울 시민과 함께 공유하면서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세 첫 무대는 오 후보의 유년기를 보낸 강북구 삼양동이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입주권 확보', '신속통합 재개발' 현수막이 붙은 삼양초 뒤편 내리막 골목길에 우비 한 장에 빨간 캡모자를 눌러쓴 오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나타났다. 그는 출정 대시민 메시지에서 “이곳은 제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곳"이라며 “그 시절 삼양동은 불도 들어오지 않고 공용 우물물로 물을 길어다니는 동네였다. 초등학교를 4곳 전전하며 가장 힘겹게 버텨냈던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이곳을 첫 출정식 장소로 선택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삼양사거리에는 '드넓은 서울을 살릴 사람 오세훈~' 질풍가도 개사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사거리 한쪽을 가득 메웠다. 오 후보는 주먹을 꽉 쥐고 “집 생각만 하면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시죠. 대통령도 정원오 후보도 단 한 마디 설명도 사과도 없다. 이 사람들 이번에 정신이 번쩍 나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곳곳에서 “네!"라는 함성이 터졌다. 유승민 전 의원도 나란히 “네~"라고 호응했다. 정원오 후보를 향해서는 “5년 동안 사력을 다해 온 저 오세훈에게 전월세난 책임이 있다고 적반하장으로 뒤집어씌우는 정원오 후보를 반드시 심판해 달라"며 “그런 비양심적인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만든 게 이재명 대통령 아니냐. 이번 선거는 전형적인 관권 선거"라고 쏘아붙였다. 단상에 오른 유 전 의원은 “1번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해도 그대로 따라 할 사람"이라며 “선거는 절박한 사람이 이기는 것. 오세훈 후보는 삼양초를 네 번 전학하며 어려운 분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 후보는 작심한 듯 부동산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11시 서대문구 인왕시장에 흰 반팔 티에 빨간 조끼 차림으로 등장한 오 후보는 “만에 하나 제가 안 되고 다른 당 후보가 되면 서울 주택시장은 완전히 재앙 수준으로 힘들어질 것"이라며 “집이 있으면 있어도 고민, 없으면 없어도 고민, 갖고 있으면 보유세, 팔려고 하면 양도세. 이재명 대통령 부동산 정책은 '빵점'"이라고 외쳤다. 주민들을 향해 “맞습니까?"라고 묻자 여기저기서 “맞아요!"가 터져 나왔다. 이어 “내년에는 선거가 없다. 집값이 계속 올라도 청와대에 하소연할 데가 없다"며 “제가 다시 시장이 돼서 이재명 대통령과 맞장 떠서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다 돌연 웃음기를 띠며 말투를 낮췄다. “4번 했는데 5번 한다니까 지겨우시죠? 홍제천 폭포, 안산, 인왕시장, 유진상가 싹 바꾸는 계획 누가 세웠습니까. 일은 해본 사람이 잘하는 법입니다. 밥도 해본 사람이 진밥 안 만들지 않습니까. 이제 한 번밖에 더 못 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로구 베다니교회 앞 유세에서는 “제가 돌아오기 전 구로의 재개발·재건축은 모두 올스톱이었다. 지금은 44곳에서 정비사업이 시작됐다"고 운을 뗀 뒤, “이재명 정부 들어 6·27 대책, 10·15 대책으로 집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모두 힘들어졌다. 전셋값 뛰고 월세 오르면 학원비도 반찬값도 병원비도 다 쪼그라든다. 주식시장엔 돈이 넘친다는데 구로구 서민 주머니는 텅 비어간다"고 외쳤다. 유세 막바지 마이크가 30초가량 꺼지자 오 후보는 육성으로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를 크게 외쳤다. 그는 곧바로 “마이크 꺼지니까 답답하시죠? 오세훈을 다시 안 만들면 서울시도 엔진이 꺼진다"며 “정원오 후보는 대통령 도움 없으면 한 걸음도 못 뛰는 알맹이 없는 후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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