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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극 깬다…李, 첨단산업 지도 다시 그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발표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핵심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다. 1000조 원을 넘어서는 전체 투자 규모 가운데 절반 이상이 광주·전남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만난 이후 삼성전자의 광주·전남 반도체 전공정 팹(fab) 투자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전공정 팹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까지 망라한 투자로 광주·전남 클러스터에 먼저 힘을 보탰다. 투자가 현실화되면 수도권에 집중됐던 국내 첨단산업 지형도가 호남(반도체)·영남(피지컬 AI)·충청·강원(AI 데이터센터) 등 권역별 특화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3대 권역별 산업 특화다. 광주·전남 등 호남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제2 반도체 클러스터'가, 경남 창원·사천 등 영남권에는 한화·두산 등을 중심으로 우주항공과 로봇을 아우르는 '피지컬 인공지능(AI) 종합 벨트'가 조성된다. 강원(동해)과 충청(당진)에는 GS그룹 등이 주도하는 기가와트(GW)급 통합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첨단산업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분산하는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본격화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 첨단산업의 뼈대가 될 이 구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까지는 개선해야 할 인프라 과제도 적지 않다. 전공정 팹 1기를 가동하려면 20만 평 규모의 부지와 하루 20만t 수준의 용수, 1GW 안팎의 전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연구위원은 “반도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만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건 현실"이라며 “지자체 간에 협업이 있어야 한다. 전남은 전기, 다른 지역은 부품과 소재, 또 다른 지역은 용수 이런 식으로 특색을 갖고 협업해 넓혀나가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부지 확보는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가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광주 첨단3지구(339만㎡), 빛그린국가산업단지(407만㎡), 군공항 이전 부지(826만㎡) 등이 이미 가동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289만㎡),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415만㎡)와 맞먹는 규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문제는 용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용인 산단은 2050년 하루 109만t 이상의 용수 부족이 예상돼, 광주·전남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광주는 장성호와 영산강, 용연정수장 등을 활용해 물량 자체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평가지만, 관건은 '양'이 아닌 '질'이다. 반도체는 나노미터(㎚) 단위 회로를 새기는 초미세 공정인 만큼 고순도 수질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 확보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반도체 팹 1기는 대형 원전 한 기와 맞먹는 24기가와트시(GWh)급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24시간 가동이 필수인 팹에서는 0.01초의 순간 정전조차 조 단위 손실로 직결되는 탓에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조성 중인 클러스터의 총 전력 수요는 5.8GW에 달하지만, 3·4기 팹에 공급할 전력원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 자립도 197%(전남 기준)인 호남은 수치상 최적지로 꼽힌다.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영남권과 달리, 호남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기반의 잉여 전력이 풍부하다. 전남을 지역구로 둔 '5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해남은 풍부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있어 대규모 전력 수요 충당과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태양광·풍력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커, 미세한 전압 변화조차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 공정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반도체 라인은 단 1밀리초(0.001초)의 전압 강하로도 수백억 원의 웨이퍼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력의 '양'을 넘어 '질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각적인 보완 과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호남권 클러스터의 성패는 단순히 전력이 많다는 차원을 넘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정제해 반도체용 '1급수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정부와 한국전력이 호남권 계통에 동기조상기와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무탄소 기저전원을 패키지로 공급하는 인프라 투자를 선행해야 기업들의 투자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빛 원전의 계속운전, 여수 권역과 경상권 원전 단지에서 광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 확충, 광주 권역의 LNG 발전소 추가 건설을 통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정 팹 관리에 필요한 석·박사급 엔지니어 수천 명의 지방 근무 기피는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우수 인력이 내려갈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경기 평택·이천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 탕정에 산업단지를 구축할 당시에도 우수 인력의 지방 이주 기피로 고전한 사례가 있다. 정부와 기업은 29일 발표를 시작으로 후속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30일에는 SK가 광주에서, 다음 달 2일에는 삼성이 충남 아산에서 각각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충청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후공정 기반을 살려 수도권과 호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천안·온양 캠퍼스의 후공정 고도화를,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3高 악재’ 하반기 경제 전망…정부 낙관에 “성장 0.1%p 그쳐”

올 하반기 한국 경제는 반도체 호황 속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다. 동시에 내수 회복과 성장률 상승 효과로 이어지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대외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합의에도 재봉쇄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남아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파괴된 생산시설 복구와 공급망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치솟는 물가에 고환율, 하반기 예상되는 금리 인상은 성장률 반등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한 불은 껐지만 잔불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경제 상황을 이같이 비유했다. ◇ 정부, 하반기 성장률 상향 조정 예고…종전 후 성장 '제한적' 정부는 종전 합의로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경제 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종전 합의는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해소된 것으로 하반기 전망으론 나쁠 것이 없다"며 “국제유가가 계속 낮아져 하반기 물가 부담도 상쇄되면 올 초 정부 전망치 2%에서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경부는 7월 초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할 예정인데, 올해 성장률을 당초 2.0%에서 2% 중후반대로 끌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확실한 개방 등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국제유가가 80달러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굉장히 좋은 사인"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잇따른 성장률 상향 조정 움직임도 정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1.9%에서 2.5%로, 한국은행은 2%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에서 2.6%로 무려 0.9%포인트(p) 끌어올렸다. 모두 중동전쟁 발발 전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한 것으로 종전 후 불확실성 제거, 반도체 호황과 내수 개선세 등을 긍정적 요소로 꼽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종전 합의가 당장 하반기 성장률 상승 효과로 이어지기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훼손된 생산시설 복구와 유가 안정, 공급망 회복까지 수개월에서 최대 2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서다. 한은도 종전 협상 타결 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상승 기여도는 0.1%p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종전 후에도 시설 파괴로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80~90 달러 이상 고유가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0.1%p란 성장률 인상 효과를 보듯 향후 중동 상황에 따라 국내 미치는 영향이 가변적이라서 매우 제한적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도 “사실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말고는 회복세를 실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2%대 이상 성장률 전망도 작년 1%에 그쳤던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高' 리스크…7차 석유 최고가격 시행 “당분간 유지" 종전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에도 올 하반기 고물가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유가 하락분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 걸린다. 또, 석유류 등 급등한 에너지 가격은 생산자물가와 수입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실제 지난 달 소비자물가는 3.1% 오르며 처음 3%대를 넘어섰다. 특히, 석유류 물가가 4월 21.9%, 5월 24.2% 등 상승 폭이 커지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한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2.2%에서 2.7%로, 내년 2%에서 2.3%로 각각 올려 잡았다. 유가 상승세가 꺾이더라도 곧바로 물가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안정목표를 점검하며 “에너지 공급망이 중동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해 기름값을 누르고 있는 석유 최고가격제도 당분간 유지된다. 정부는 27일 0시부터 7차 석유 최고가격을 이전보다 리터(ℓ)당 150원씩 내리기로 했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각각 인하됐다. 중동 정세 안정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국제유가 90달러 이하 안정화 등 정부가 내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종전 합의 후 실제 바뀐 게 없어 종료 시점을 예단하기 이르다"며 “종료 여부는 석유의 시장 공급가 차이가 최대한 줄어 물가 충격이 최소화되고, 민생 부담 경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도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7차 최고가격은 향후 4주간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중동정세, 국내외 유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상황 변화에 따라 4주 조정주기를 탄력 운영할 예정이라며 그 전에 종료 여지도 남겼다. 최근 1500원 안팎에서 널뛰는 원·달러 환율도 하반기 내수 회복과 물가 안정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은 완화됐지만 전쟁 후유증에 안전자산인 달러에 자금이 쏠리고, 외국인 자금 유출도 지속돼 당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단가 인하 효과도 상쇄돼 국내 기업들은 수입 비용에 물류비 상승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고물가·고환율은 하반기 금리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통화당국은 긴축 정책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신 한은 총재는 5월 말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성장·환율 등으로 봤을 때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쟁점은 언제,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올리느냐"라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고물가·고환율에 고금리까지 겹치면 이자 비용이 커져 내수 위축, 서민 부담 등 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하반기 고용 부진·반도체 쏠림 걸림돌…“중동 재건 사업은 기회" 정부는 지속되는 청년 고용난과 함께 일자리 주력 산업인 제조업 취업자 감소 등을 하반기 성장의 위험 요소로 꼽았다. 중동 전쟁의 여파가 고용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기 변화는 시차를 두고 후행적으로 고용에 반영된다. 강기룡 차관보는 “5월 취업자가 4만명 줄어 올해 들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고, 제조업 일자리도 14만개 감소해 고용 부진은 우려스런 대목"이라며 “반도체 수출 호조세와 달리 고용 감소세는 부정적 요소로 하반기에는 청년 뉴딜 정책, 양극화 해소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산업과 고용 양극화를 야기하는 반도체 쏠림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항공우주 등 신 성장 동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영관 KDI 위원은 “하반기 경제는 반도체 호황으로 주식시장의 지나친 기대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어 정부는 코스피 급락에 대비 위험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금리 인상 후 부동산 쏠림에 따른 버블 위험 등 한쪽 쏠림 현상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반도체 호황이 식었을 때 이후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AI와 빅데이터, 항공우주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종전 후 중동의 재건 사업 참여,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 대한 정책적 주문도 나왔다. 김정식 교수는 “전후 복구 과정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하반기 경제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중동에 편중된 공급망 다변화, 경제 안보 품목의 안정적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적정 최저임금 ‘동상이몽’…노동계 “1만2천원” vs. 소상공인 “9천원 미만”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동계와 소상공인·자영업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양측이 생각하는 적정 최저임금은 3000원가량 차이가 나고 있는 만큼 올해도 합의점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7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도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000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적정 최저임금으로 올해 최저임금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논의의 핵심 플레이어인 소상공인업계는 다음 달 2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경영계는 지난 23일 열린 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와 같은 시급 1만320원을 제시했다. 윤곽이 드러난 노사 최초 요구안 격차는 1680원이지만, 이것이 양측이 생각하는 '적정' 최저임금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업계는 현재 고용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최저임금이 '9000원 미만'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적정 최저임금 1만2000원과 3000원 차이가 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소상공인의 54.7%는 현재의 고용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8500원~9000원 미만'을 꼽았다. 직원을 새로 뽑을 수 있는 추가 고용 가능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8500원 이하'가 가장 많이 꼽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30일 10차 전원회의에서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에 진전된 수정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李대통령 “팔란티어와 경쟁할 韓 기업 만들자”…10조원 펀드 조성

정부가 2030년까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한국형 팔란티어' 5곳과 매출 1000억원 이상 신안보 혁신기업 50곳을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형 벤처캐피털 '한국형 인큐텔(IQT)'을 설립하고, 향후 5년간 최대 10조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조성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중소벤처기업부·국방부·우주항공청 등 관계부처와 중소중견기업, 민간 전문가 60여 명이 참석한 '미래 신(新)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육성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K-방산은 대기업 중심의 하드웨어 무기체계에 편중돼 있고, 경직된 조달 구조로 인해 민간 혁신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며 “전통적인 방산 강국을 넘어 글로벌 신안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안보는 전통적인 재래식 군사력이 아니라 국방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우주항공, 사이버 보안, 양자 통신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보 역량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낸 미국 팔란티어가 대표적인 신안보 기업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기업가치가 480조 원에 이르는 미국의 팔란티어나 26조 원에 이르는 독일의 헬싱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혁신 기업을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신안보 혁신기업'이란 표현을 처음 꺼낸 것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로, 기존 '방위산업' 틀을 넘어 신성장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은 올해 글로벌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 6.0%로 세계 4강에 진입했지만, 업력 10년 이내 스타트업 비중은 3%에 불과해 혁신기업 생태계 조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안보 혁신기업을 3단계로 발굴·지원한다. 전략분야 기술·경험을 보유한 기업은 '우수기업 Pool'에 등록하고, 기업가치 300억원 이상이면서 소요 기술역량을 갖춘 기업은 '후보기업'으로,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이면서 민군 겸용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혁신기업'으로 지정한다. 조달 기간 단축을 위한 신속 조달체계도 마련한다. 기존 무기체계는 소요 기획부터 전력화까지 7~10년이 걸렸는데, 국방 분야에는 첨단 무기체계의 최초 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줄이는 '첨단기술형 획득제도'를 신설한다. 우주항공 등 비국방 분야에는 혁신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신속하게 계약·구매할 수 있는 '혁신촉진형 계약제도'를 도입한다. 아울러 신안보 전용 'OTA형 연구개발' 제도를 마련해 기업당 최대 5년간 100억원을 지원한다. OTA는 미국의 일부 연방기관이 혁신기술과 제품을 빠르게 계약·실증·구매할 수 있도록 한 특례 계약 제도다. 신안보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한국형 인큐텔(IQT)'도 설립한다. 인큐텔은 미국 CIA가 정부예산 100%로 1999년 설립한 비영리 벤처캐피털로, 유망 안보 기술기업에 투자하고 정부기관 구매를 연결하는 조직이다. 팔란티어는 인큐텔이 투자해 키운 대표적 기업이다. 한국형 인큐텔은 한국벤처투자 자회사 형태로 설립되며, 한국벤처투자와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관계기관이 공동 출자한다. 2027년까지 중기부와 방사청이 총 500억원을 조성하고, 이후 4년간 매년 재원을 추가로 확보해 초기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다. 모태펀드 출자 펀드와 방산 정책펀드 등을 합쳐 1조원 이상 규모 펀드도 조성한다. 이와 별도로 신안보 기술특화 자산운용사인 '한국 전략기술 파트너스(가칭)'를 설립해 향후 5년간 미래 원천기술과 주력 산업 핵심기술의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등에 최대 10조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 국방부는 '50만 드론전사 양성' 프로젝트로 교육용 상용드론을 2026년 1만1000여 대, 이후 매년 1만7000여 대씩 도입해 총 6만 대 규모의 공공 수요를 직접 창출한다. 한국형 저가형 자폭드론 'K-LUCAS'는 2027년 시제기 시범 운영에 들어가며, 실증전담부대는 현재 1곳에서 2026년까지 9개로 확대하고 혁신랩도 구축한다. '2026 대한민국 드론공방전'을 처음 열어 드론·대드론 기술의 실증·인증 기회도 넓힌다. AI 분야에서는 한국군 특화 AI 운영체계 'K-메이븐'과 국방 특화 AI 모델, 국방 월드모델 개발도 추진한다. 우주항공청은 러-우 전쟁에서 스타링크가 전장 통신을 맡은 사례를 들어 우주를 '신안보의 중심'으로 규정했다. 'K-문샷 프로젝트' 내 우주데이터센터 핵심기술을 개발해 위성 데이터 처리·저장 시장을 선점하고, 국가 위성정보 공개 플랫폼을 구축해 스타트업의 활용 기반도 마련한다. AI 무인기와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수직이착륙 항공기도 자체 개발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꾸리고 중소벤처기업부 내에는 전담 추진단을 설치한다. 국가계약법령 개정과 국방첨단전력사업법 제정도 함께 추진된다. 이 대통령은 “첨단 반도체, 드론, 로봇, 인공위성, 네트워크 등 민간의 최첨단 혁신 기술은 국가 안보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열쇠가 됐다"며 “기술 우위가 곧 안보 우위"라고 말했다. 이어 “신안보 시장은 대한민국 혁신 스타트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새로운 생태계 조성을 적극 지원해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안보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7차 석유최고가격 150원씩 내린다…“4주 적용”

정부가 7차 석유 최고가격을 리터(ℓ)당 150원씩 내리기로 했다. 정유사 공급 상한가는 6차 대비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각각 인하된다. 정부는 향후 주유소 기름값도 리터당 1800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7차 최고가격은 27일 0시부터 4주 간 적용된다. 산업통상부는 26일 “'민생 안정'이라는 최고가격제의 기본 취지에 맞춰 국내 석유가격 안정과 국민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국제유가 하락분을 선제적으로 반영, 7차 최고가격을 전격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 후 국제유가가 70~80달러대로 하락한 추세를 시장 가격에 미리 적용해 석유 소비자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25일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5달러로 전쟁 직전(72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72달러, 두바이유는 64달러까지 하락하며 70달러 수준을 밑돌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종전 MOU 합의 후,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사례가 증가하는 등 중동정세의 불확실성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라며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 초·중반까지 하락했고,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6월 초 대비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3월 27일부터 시행한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1차(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보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렸다. 이후 3차부터 6차까지 가격을 동결하면서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의 상한가가 석 달가량 유지돼 왔다. 정부는 7차 최고가를 150원씩 내리면 최근 2000원 초반대의 주유소 가격도 1800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정부는 정유사들의 기존 유류 재고가 소진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주유소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까지 다소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더라도 국내 기름값 하락까지 통상 2~3주가 걸린다. 정유 업계로서는 유가 하락 전 비싼 가격으로 사들인 유류를 소진할 때까지 기존 최고가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국제유가 하락분을 미리 반영해 최고가를 내린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최고가격 하락을 국민들이 신속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기존 재고가 남아있다는 이유로 가격 인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주유소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소비자 단체와 공공기관 합동으로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가격과 물량을 집중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범부처 시장점검단'이 고강도 현장 점검을 실시해 주유소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 방침도 재확인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7차 최고가격은 향후 4주간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중동정세, 국내외 유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상황 변화에 따라 4주 조정주기를 탄력 운영할 예정이라며 그 전에 종료 여지도 남겼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한미, 1500억달러 조선협력투자 시동…“美 시장 진출 발판”

1500억 달러(232조원) 규모 한미 간 조선협력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최근 출범한 한미전략투자공사(KUIC)와 정책금융기관, 국내 조선 3사는 25일 한미 조선 협력 투자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관련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미국 조선업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금융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업무협약에는 정책금융기관으로 한국수출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함께했다. 조선 3사는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참석했다. 협의체는 기관 상호 간 정보 교류와 사업 기회 발굴, 정책금융 지원 등을 추진한다. 수출입은행이 간사를 맡아 대내외 소통과 사업 추진 현황을 관리한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11월 한국과 미국이 맺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 중 1500억 달러 규모 조선협력 투자를 보다 구체화하기 마련됐다. 조선협력 투자는 한국 기업의 직접투자(FDI),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한다. 조선협력 투자로 생기는 수익은 한국 기업 몫이 된다. 앞서 지난 18일 3500억달러 규모 한미 전략투자의 전담기구인 한미전략투자공사가 공식 출범했다. 미국 조선업 재건 목적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을 토대로 미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협약식에 참석해 “조선협력 투자는 대미 투자와 함께 한미 전략투자의 양대 축"이라며 “대형 조선사부터 중소 조선사·기자재 협력업체까지 우리 조선 생태계 전체가 새로운 일감과 시장을 얻는 호혜적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적시에 충분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개별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과 초기 투자의 불확실성을 함께 나누어 질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도 “이날 협약식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마중물이자 우리 조선산업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책 금융기관들 간 원활한 공조를 통해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미전략투자공사와 정책금융기관, 민간금융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필요한 금융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구미의 1조2,000억 승부수, “82만 평을 평당 1,000원에”…반도체 지형 흔든다

삼성·SK 호남 투자설 속 긴급 기자회견“정치 아닌 산업 경쟁력으로 결정해야" 정부에 투자 전략 재검토 촉구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국내 반도체 투자 지형을 뒤흔들 파격 제안이 나왔다. 구미시가 25일 반도체 제조시설(Fab) 유치를 위해 제5 국가산업단지 82만 평을 평당 1,000원에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이 받는 혜택만 최대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전례 없는 지원책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대형 신규 투자가 호남권으로 향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국가 반도체 투자 전략'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번 제안은 단순한 투자 유치 경쟁을 넘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점을 정면으로 묻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수백 개 협력기업이 결합된 산업 생태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입지 선정이 정치적 고려보다 공급망과 생산 효율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미시는 이미 구축된 산업 인프라와 파격적인 지원책을 앞세워 “대한민국 반도체 생산거점의 최적지는 구미"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부가 향후 반도체 투자 전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5 국가산업단지 2단계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팹 유치 전략을 발표했다. 김 시장은 “국가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장경제 원리와 산업 생태계를 훼손해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산업인 만큼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기준으로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특정 지역에 대한 정책적 고려에 치우쳐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를 외면한다면 훗날 역사적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산업 경쟁력과 국가균형발전을 함께 살릴 수 있도록 지방 투자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미시가 내놓은 카드는 국내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제5 국가산단 2단계 82만 평을 반도체 생산시설 용지로 활용할 경우 평당 1,000원 수준에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체 지원 규모는 약 1조2,000억 원에 달하며, 우선 반도체 팹 2기 건설이 가능한 40만 평을 먼저 공급해 약 6,000억 원 상당의 투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구미는 이미 국내 대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거점 가운데 하나다. SK실트론과 LG이노텍을 비롯해 309개 반도체 연관 기업이 집적돼 있으며,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반도체 밸류체인이 구축돼 있다.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 능력도 경쟁력을 갖췄다. 전력 자립도는 전국 최고 수준인 228%이며, 낙동강 수계를 활용해 하루 68만 톤 규모의 추가 산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향후 개항 예정인 대구 경북 신공항과 제5 국가산단이 10㎞ 이내에 위치해 글로벌 물류 접근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구미시는 첨단반도체 연구단지 조성과 반도체 소재·부품 시험센터, 반도체 장비 챔버용 소재·부품 제조·검증 테스트베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확대해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실증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발표는 최근 반도체 신규 투자 후보지로 호남권이 거론되면서 제기된 대구·경북 소외론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대응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반도체 산업을 지역 안배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논의를 다시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장호 시장은 “구미는 소부장 기업 집적도와 전력·용수 공급 능력, 물류 접근성까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조건을 모두 갖춘 도시"라며 “기업이 가장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대한민국 반도체 혁신 벨트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이슈&인사이트] 워시의 연준 2.0: 5대 TF와 포워드 가이던스의 종말

2011년 연준을 떠난 케빈 워시가 15년 만에 연준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연준의 근본적인 개혁을 예고하며 “체제 전환(regime change)"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재검토하고, 새로운 원칙에 따라 통화 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포워드 가이던스도 없애고 점도표도 없애고 연준이 그동안 했던 양적완화와 오퍼레이션 트위스톨 인해 불어난 대차대조표도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연준이 전통적으로 그동안 하지 않았던 프로그램들을 마구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금의환향한 케빈 워시는 이 레거시를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그의 개혁안은 크게 소통 방식의 혁신과 통화 정책 운용의 전면 재검토라는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준 내에 5개의 TF를 가동할 것을 밝혔다. 그 5개 TF는 1. 연준의 소통(Fed Communications): 향후 발표할 경제 전망 요약(SEP)의 내용과 방식, 기자회견 개최 빈도 등 연준의 모든 대외 소통 채널을 재검토. 2. 연준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불어난 6조 7천억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 방안의 연구. 3. 데이터 의존도 및 활용(Data Sources): 연준이 정책 결정에 사용하는 기존 데이터(특히 정부 발표 지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방법을 도입하는 방안의 검토. 4. 생산성과 일자리(Productivity and Jobs): 급격히 발전하는 AI와 같은 신기술이 생산성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것이 연준의 물가 및 고용 목표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연구. 그리고 마지막 5. 인플레이션 체계(Inflation Frameworks):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재점검하고,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맞춰 물가 안정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케빈 워시의 취임으로 이제 세계, 특히 자산을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워시가 들어서자마자 모든 걸 없앨 수는 없기에 일단은 점도표 찍는 것을 거부하고 포워드 가이던스 부분은 많이 축소했다. 케빈 워시는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대차대조표도 축소하고 싶어하고, 기존의 근원 PCE 말고 절사평균물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고 있다. 데이터의 기준 역시 바꾸고자 한다. 그리고 AI가 물가상승 없는 이상적 성장을 가져다주리라 믿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인플레이션 관리 실패를 보여준 현재의 프레임워크를 송두리째 교체하려고 하고 있다. 그 방법을 위시는 TF를 통해서 각 주제에 대한 연준 위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내부의 저항을 없애려고 하고 있다. 기존 연준 의원들이 반발을 염려하여 TF를 통해서 하나하나씩 변화의 과정을 빌드업하려고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혼자서 연준 이사들을 설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TF를 통해 우회적으로 그리고 논리로 연준을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어느 TF가 먼저 결과를 낼지 모른다. 아니면 그의 의도대로 되지 않고 지금의 연준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어쨌든 워시의 연준이라는 배가 출항을 했다. 이제 시장은 친절한 연준씨가 없어졌다. 향후 금리에 대한 예고편인 점도표도 경기 전망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도 사라졌다. 시장은 이제 각자도생하면서 스스로 금리와 경제를 전망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위시에게는 트럼프의 압력과 기존 연준 내부의 인사들과도 싸워야 한다. 우리 또한 이제 미국의 경제 전망과 금리 전망이 사라지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 스스로 준비를 해야 하는 워시의 시대가 열렸다. bienns@ekn.kr

[독자위원회] 에너지경제 정체성 살린 기획물 늘어…일반 독자 위한 쉬운 기사도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2026년 2차 독자위원회 회의가 17일 서울 중구 에너지경제신문사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올해 4~6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온라인·지면 보도를 평가했다. 위원장인 박규호 한신대 경영학 교수를 비롯해 김정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서희원 기후변화센터 선임연구원, 이선희 법무법인클라스한결 변호사, 이해수 서강대 언론학 연구교수(가나다 순) 등 5명의 독자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기획·연재 기사를 중심으로 기사 내용과 방향성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 딱딱한 수치·어려운 용어, 구체적 비유·도식화로 풀어쓴 점 칭찬 ▲이선희 변호사=우선 미-이란 전쟁이 끝나서 다행이다. 전쟁 이후 (호르무즈해협 문제 등 기사를 다루려면) 에너지경제신문이 상당히 바빠질 것 같다. 저는 칭찬할만한 기사와 조금 아쉬운 기사, 그리고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우선 6월 14일자 ''전력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갈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 [기후신호등]' 기사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정체성과 잘 맞는 좋은 기사라 생각된다. 단순히 데이터센터에서 쓰는 전력이나 물 부족 문제를 수치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비유를 들어줘 확 와닿았다.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쓰는 전력 소비량이 현재 프랑스 전체 전력 소비량의 두 배에 해당하고 물 사용량도 우리나라 소양호 저수량의 3배가 넘는다는 기사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두 번째로, 지난 1차 회의 때에도 언급했지만 '재벌승계지도' 기획기사(4월 10일·24일, 5월 11일, 6월 17일자)가 자세히 정리돼 좋았다. 한화그룹이나 HD현대그룹 등의 재벌 구조를 승계 문제나 세금 상속 등 정책적인 관점과 연계해 잘 정리했고, 특히 그림(소유지분도)으로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칭찬하고 싶다. 6월 14일자 '스페이스X發 자금 블랙홀…외국인 '팔까 살까' 변동성 경고 [주간증시]' 기사도 어려운 내용을 (챗GPT 생성 이미지로) 시각화해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 점이 칭찬할 만하다. 반면 (에너지경제신문 특성과 관련해) 조금 아쉬운 기사를 들자면, 6.3 지방선거 기사를 들 수 있다. 정치 기사는 일반 종합일간지에서 너무 많이 다루고 있어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어려워 보였다. 제언하자면, 지자체장 후보들마다 많은 정책 어젠다를 내놓는데 이 중 에너지정책이나 산업단지, RE100, 지방 재정문제 등과 관련된 이슈에 포커스를 맞춰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자동차 시승기 관련 기사도 이런 점에서 조금 아쉬웠다. 대중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기사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에너지경제신문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는 만큼 일반 자동차 전문지에서 다루는 주행감이나 편리성 외에 연비나 유지비, 전기차의 경우 충전 문제나 배터리의 탄소배출 등에 관한 관점을 좀 더 보강했으면 좋겠다. 결국 전체적인 방향성을 말하자면 에너지경제신문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종합일간지를 지향하다 보면 에너지경제라는 특수성이 약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갈등도 있겠지만 에너지경제라는 핵심을 잊지 않으면서 논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수 교수=저도 '기후신호등' 기획기사가 눈에 띄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AI)을 어떤 가상의 기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후신호등 연재기사는 서버나 반도체, 냉각설비 등 거대한 산업시설이 움직인다는 물질계에 집중한 점이 신선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온난화나 기후위기를 대기오염이나 폭염 같은 '육상'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후신호등 연재기사는 △멈춰서는 대서양 해류 △물 파산 시대 △냉각수 해양 배출 등 해양 위기 측면에 더 집중한 점이 주목된다. 바다는 운송·물류 측면에서도 중요한 만큼 여러 해양 관련 기획기사를 다뤄주길 바란다. 조금 아쉬웠던 기획기사를 들자면 '실버이코노미' 상·중·하편 기사(2월 4일·6일·10일자)가 있다. 저널리즘에서 거론되는 문제 중 하나는 언론이 대변하는 연령층이 청장년층에 집중돼 있어 노인 문제에는 소홀하거나 복지 또는 돌봄 이슈에 국한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기획기사는 신노년층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생산주체로 다루고 에이지 테크로 연결시킨 점이 흥미로웠다. 기존 뉴스의 낡을 틀을 조금 깨줬다는 점에서 반가웠는데 단 3회에 마무리되고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노인 문제는 유통 분야 테크 산업과 연결되고 노동시장이나 주거형태 변화에도 변화를 주는 만큼 3부작이 좀더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밖에 전문성을 유지하되 독자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라이트한 기사들도 있으면 좋겠다. 일례로 6월 5일자 '막 오른 서울국제환경영화제…정재승 위원장 “AI와 환경, 구조적으로 닮아"' 기사가 있다. 기후위기나 AI 생태계 문제를 주제로 활동하는 예술가도 많고 관련 다큐멘터리나 신간도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거창한 기획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단신 형태의 코너를 신설한다면 무거움도 좀 덜어내고 일반 대중 독자층도 겨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희원 선임연구원=6월 16일자 ''보이지 않는 온난화 주범 '간접 온실가스'…새 기후 대응 과제로 부상''은 일반 독자가 보면 수산화라디칼(OH) 등 어려운 기호들이 많아 눈에 안 들어올 수 있지만 기후변화 분야에 종사하는 저로서는 낯설지 않다. 특히 이 주제는 글로벌에서 굉장히 주목하는 이슈임에도 국내에서는 아직 정책도 미비하고 관심도 없는데 에너지경제에서 이 이슈를 다뤄 굉장히 놀랐다. 에너지경제신문의 기후변화 관련 기사들이 전문적이어서 해당 분야 종사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산업 종사자나 일반 대중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대중을 타깃 독자층으로 할지, 에너지·기후 분야 전문가를 타깃 독자층으로 할지 방향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기후변화 보고서 등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수 있으므로, 기사에서 기관·저자 배경과 이해관계를 설명해주면 독자들이 정보를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AI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문제 중 하나는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리스크'에서 상위 순위에도 오른 '정보조작'과 '정보왜곡' 문제다. 일부 사실만을 발췌해 특정 기후대응 사업이나 제도 전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문제점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부 사례만으로 전체를 폄훼하기보다는 제도 또는 사업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현지사회에 미치는 UN 지속가능목표 영향까지 균형 있게 조명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언론은 단순히 외부 정보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닌, 정보의 신뢰성이나 맥락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균형잡힌 보도와 역할이 중요하다. 이밖에 에너지 전문 기사라 하더라도 기후변화, 산업 경쟁력 등과 연계하면 독자가 하나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계·정책 설계자 인터뷰 등 다양한 시각을 기사에 포함하면 균형 잡힌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 전문성 있는 기획기사, 쇼츠 유행 속 갈증 해소시켜 줘 ▲김정훈 교수=요즘 쇼츠가 유행이고 짦은 영상에 매몰돼 있다보니 신문들도 쉽고 짧게 쓰는 기사가 트렌드가 될 수 있겠지만, 에너지경제 기획기사만큼은 전문성을 가지고 심도있게 다뤄주고 있어 그동안의 갈증이 조금 해소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독자위원을 하면서 에너지경제 기사가 시간이 흐를수록 짜임새나 구조가 조금씩 발전해 나간다는 느낌도 받았다. 장점이 훨씬 더 많이 보이지만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4월 6일자 '[에너지 절약 이렇게] 차 연료·가정전력 10% 줄이면 CO₂ 연간 1450만톤 감축' 기사를 들 수 있다. 이 기사에는 자동차 연료 사용 10%와 가정용 전력 10%를 줄이면 이산화탄소를 연간 1453만톤 감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기사 분량의 절반 이상이 이 수치를 도출하는 과정만 다루고 있다. 이 수치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도출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인 것 같지만 약간 알맹이가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앞에서 미국의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움 기사(6월 14일자 '전력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갈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 [기후신호등])를 언급해 주셨는데, 이는 사실 미국의 일부 주에서 일부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한 것에 불과하다. 사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고 우리나라도 가야할 길이다. 그리고 이 기사는 유럽, 아시아, 남미 지역의 데이터센터 확대에 대한 규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 민원이나 인허가 측면을 언급하고 있어 (유럽, 아시아, 남미의 경우와 함께 언급하기에) 맞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센터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전력계통 영향평가이다. 차후 전력계통 영향평가로 인한 지방 분산 효과 등이 다뤄질 필요가 있다. ▲박규호 교수=에너지경제신문의 기획기사들이 신문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신문의 주 독자층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도 계속 하게 된다. 독자들은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구논문에 별 관심이 없고 몰라도 크게 상관이 없다. 따라서 연구논문을 정리해 기사로 만드는 경우, 그 연구의 시사점 위주로 정리해 주고, 우리나라 실정은 어떤지 그리고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간략히라도 넣어주면 독자들이 전반적으로 우리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만들어 넣는 기사들이 있는데 복잡한 그림은 눈에 잘 안들어온다. 오히려 '부동산현장' 연재기사가 (현장 사진들이 많아) 오히려 더 눈에 잘 띄었다. 이 연재기사는 길음역 일대(6월 16일자 길음역 일대 뉴타운 마지막 퍼즐 20년만에 맞춘다) 등 가장 핫한 지역을 선정해 실제 기자가 발로 뛰어서 그 지역의 장단점을 균형있게 정리한 기사로, 다른 경제신문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기사라 생각된다. 또한 '유증 리포트' 연재기사도 돈을 구하는 기업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보여주는 의미 있는 코너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코너의 제목을 '유증 리포트'로 하면 일반 독자들 눈에 잘 안들어올 것 같다. 이 외에 '글로벌 레이더', '이슈+', '머니+' 등 제목의 코너들이 있는데 각 코너마다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조금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위원장 박규호 한신대 경영학 교수 ◆위원 김정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서희원 기후변화센터 선임연구원 이선희 법무법인클라스한결 변호사 이해수 서강대 언론학 연구교수 장박원 본사 편집국장(간사)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정말 1만피 갈까”…코스피, 반등에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머니+]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우려로 전날 폭락했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로 향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AI 관련 투자 쏠림 현상이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7.18포인트(3.26%) 오른 8471.02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반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9.84%, SK하이닉스는 0.98% 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조만간 9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991조원으로 늘어나며 1839조원의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거래일 만에 다시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 반등은 전날 코스피가 AI 투자 과열 우려로 10% 가까이 폭락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베 첸 밴티지 글로벌 프라임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기술주 랠리에서 처음으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AI 투자 스토리와 올해 한국 증시의 기록적인 상승세 모두 앞으로는 뉴스에 더욱 민감하고 변동성이 큰 흐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국시간 25일 오전 5시30분 발표되는 마이크론의 실적으로 쏠리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마리자 베트마네 주식 리서치 총괄은 “단기적으로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결국 마이크론 실적"이라며 “기술주 랠리가 다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마이크론이 강력한 실적과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더라도 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날 코스피 급락에 대해 “지속적인 상승으로 누적된 피로감"이라며 “추세적 하락 보다는 일시적 숨 고르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와 주변 AI 관련 종목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이들 제품이 계속해서 핵심 병목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제시했다. 이어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1만500, 약세장 시나리오에서는 6500까지 가능하겠다고 봤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별도 기사에서 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최근의 시장 움직임이 대규모 매도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AI 산업의 장기 성장 전망 자체는 유효하지만 과도하게 누적된 투자 포지션, 레버리지 ETF 확대, 옵션 헤지 거래, 반도체 업종의 급등세가 맞물리자 단기적으로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바비 몰라비 파트너는 “액티브 펀드든 패시브 펀드든, 헤지펀드든 퀀트 전략이든, 기관이든 개인이든 사실상 모두가 매일 AI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상승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매도 국면에서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몰라비 파트너는 이어 현재 시장이 5% 수준의 급등락에 익숙했져 있었던 닷컴버블 말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10% 하락이 발생했을 때"라며 “그 이후에도 시장을 지지할 바닥이 존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레버리지 ETF를 최대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현재 글로벌 레버리지 ETF 자산 규모는 약 2000억달러에 달한다. 기초지수가 1% 움직일 때마다 약 90억달러 규모의 리밸런싱 거래가 같은 방향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특히 기술주와 모멘텀 전략이 전체 레버리지 ETF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어 관련 종목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증시에서도 나타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들은 목표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약 60억달러(약 9조 288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두 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약 14%에 해당한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 나란히 12% 넘게 급락했다. 레베카 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ETF 애널리스트는 “전날 시장 하락은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때문이 아니었다"며 “레버리지 ETF들이 일일 노출도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매도 압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하루 5% 움직일 경우 약 47억달러(약 7조 2756억원) 규모의 ETF 리밸런싱 자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평소 하루 평균 거래대금의 약 8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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