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업 CEO 평균연령 50대 첫 진입 ‘세대교체’

국내 500대 기업 CEO 평균 연령이 사상 처음으로 60세 아래로 떨어지며, 경영진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실제 조사 대상인 369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CEO 평균 연령은 2023년 61.1세, 2024년 60.3세에서 올해 59.8세로 하락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솔제지는 한철규 전 대표(63)에서 한경록 대표(46)로,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전 대표(62)에서 김중현 대표(48)로 젊은 경영진 체제로 전환했다. GS리테일 역시 최근 3년간 평균 60대 중반이던 대표진에서 올해 허서홍 대표(48)로 교체됐다.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연소는 이재상 하이브 대표(43)이며, 창업자를 포함한 오너경영인 중에서는 구웅모 LT 대표이사 전무(36)와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39)가 30대로 가장 젊다. 반대로 전문경영인 최고령은 이수광 DB그룹 회장(81)이고, 오너경영인 중에서는 손경식 CJ 회장과 강병중 넥센 회장이 86세로 가장 연장자다. 자사 출신 CEO 비중은 2023년 80.0%, 2024년 80.3%에 이어 올해 81.8%로 증가했다. 특히 은행(13명)과 상사(8명) 업종 CEO는 100% 내부 승진 인물이었다. 여성 CEO 수는 3년 연속 12명으로 전체의 2%대에 머물렀고, 올해 새롭게 취임한 여성 CEO는 한 명도 없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경기 침체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내부 인사를 통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대교체를 병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기획] 하도급에 재하도급…건설사 없는 공사 현장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강력한 산재 근절 드라이브가 이어지면서 건설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특히 건설업계의 지나친 하도급 남발이 안전 투자·관리 소홀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수십년간 이어진 업계의 공사 관행을 송두리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2023년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지차주차장 붕괴사고 시공을 맡은 GS건설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해 아직까지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관할 부처와 지자체가 사고를 낸 시공사에 제제를 가해도 건설업체들이 법적 분쟁을 통해 당국의 제제를 회피해 사고에 대한 처벌이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실질적인 처벌 수단을 강구하라고 강력 지시한 것이다. 건설사들은 산재 사고에 대해 책임감을 통감하면서도 상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공사 현장에서 부지불식간에 벌어지는 모든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건설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항변한다. 건설사들이 사업장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공사 현장의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산재로 인해 피해를 입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시공사 소속이 아닌 것도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작년 한해 전국 건설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496명이 사망했다. 2024년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2098명 가운데 건설업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3.6%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에 이름을 올렸다. 건설업 산재 사망자는 갈수록 증가 추세다. 2023년 건설업 산재 사망자가 486명이었는데 작년 496명으로 늘었고, 올해 1분기에도 건설업 산재 사망자 수는 155명을 기록했다. 사실상 올해 건설업 산재 사망자 수는 500명을 넘을 것으로 확실시 된다. 여기에 하반기 공사 현장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2025년 건설업 사망자 수는 600명을 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설사들은 현장에서의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안전관리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일선 사업지에 안전용 CCTV 및 건설기계 AI카메라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 공사 현장 근로자 상당수가 외국인 근로자로 이뤄져 있는만큼, 한국인 관리자와 외국인 근로자 간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AI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업 시작 전 상태를 체크하고, 취약 근로자로 판명될 경우 작업을 금지하는 출입관리 시스템 등을 운영해 근로자 중심의 스마트 안전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인 디지털 안전보건 솔루션 '안심(안전에 진심)' 앱을 건설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안심 앱은 ▲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교육 ▲실시간 안전점검 ▲사업장 실황 확인 ▲근로자 의견 청취 ▲법률이행 사전알림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현장 안전보건관리 플랫폼으로 현재 하루에 약 2만4000명의 현장 근로자가 앱을 통해 사업장 안전 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아무리 안전 관리를 강화해도 산재 사고가 계속되는 배경엔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인 하도급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사실 일선 현장 근로자의 대부분이 원청 시공사가 아닌 하도급 업체로 채워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2023년 기준 건설업 근로자 수는 181만명인데 우리나라 건설업계 1위 업체와 2위 업체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정규직 직원 숫자는 각각 약 4500명 수준으로 5000명에 채 못 미친다. 나머지 대우건설과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직원 수는 3000명대이고,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2000명대, 현대산업개발은 1000명대에 그친다. 10대 대형 건설사의 정직원 수는 3만명대에 비정규직 직원 수를 합쳐도 5만명대 수준이다. 200만명에 육박하는 건설 근로자를 소화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결국 원청 시공사가 공사 현장의 모든 작업을 맡기엔 일손이 딸리고 건설사들도 인력 관리 등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진다. 각 공정별로 하도급 계약을 맺고 대부분 건설 근로자는 하도급 업체가 관리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문제는 원청이 내준 하도급 계약이 아닌 하도급 업체가 또 다시 하도급을 내주는 재하도급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상 재하도급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재하도급도 발주자의 서면 승낙 등 예외사항을 적용하면 허용되는 상황이고, 이에 일선 공사 현장에선 하도급에 하도급으로 내려오는 불법 재하도급 계약이 빈번한 상황이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명 사고 근로자 대부분이 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국토교통부는 불법 사항인 재하도급 적발에 나서고 있지만 완전 근절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국토부는 건설 현장의 불법 재하도급 197건을 적발했다. 이나마도 관리감독 당국의 적발 건수이고, 실제 불법 재하도급 현황은 어느 정도 되는지 명확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는 우리나라 공사 현장의 현실에서 불법 재하도급의 완전 근절은 어렵지만 원청 시공사인 대형 건설사들의 직접 고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김민형 중앙대 건설대학원 교수는 “재하도급 문제는 십장과 반장 중심으로 공사 현장이 돌아가는 특성 하에서 완전 근절이 어려운 문제"라며 “결국 원청 시공사인 건설업체들이 산재 사고 위험이 높고, 공정이 까다로운 작업에 있어서는 직접 고용을 늘리고, 하도급 계약 시에도 산재 사고를 낸 업체들에 대해선 발주를 주지 않고, 안전 강화에 적극적인 하도급 업체와의 계약을 늘리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李 대통령 “‘목숨보다 돈’ 관행 끊자…후진국형 산재 공화국 탈출”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건설업 등의 하도급 남발을 막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강력한 제도 개선을 통해 '후진적 산재 공화국'의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의 진상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 받고 “이번에 반드시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뜯어 고치겠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가 있는 범위 내 최대치의 조치를 해 달라"면서 “사람 목숨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살기 위해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산재 발생 기업들에게 거액을 물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불가피하면 어쩔 수 없지만, 피할 수 있는데 피하지 않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지출해야 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이라며 “안전조치를 왜 하지 않는지 따져보면 근본적으로 돈 때문이다. 목숨보다 돈을 귀하게 여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을 하는 데서 비용을 아끼려고 안전조치를 안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생각이 들게 손해가 되게 하면 된다"며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면 엄정하게 제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건설분야를 중심으로 한 하청·하도급 남발이 산재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점도 집중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산재가)가장 많은 쪽이 사실 건설 현장인데, 하도급과 재하도급이 원인"이라며 “하도급이 반복되면서 실제 공사비가 줄어들다 보니 나중에는 전체 원래 공사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더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한 것을 하청이나 외주에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하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에서 벗어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올해 들어 4차례의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를 콕 집어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후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 공사장에서 중대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자 휴가 중임에도 “건설업 면허 취소와 공공 공사 입찰 제한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여당도 산재 근절을 위한 초강력 대책을 마련 중이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대국민 국정운영5개년 계획 보고대회에서 산재 사망 사고를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 명당 29명으로 낮추는 목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엔 1만명당 39명이었다. 이를 위해 작업중지권 확대와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도입, 근로감독관 권한 확대, 산재보상 국가책임제·처리기간 단축·급여 선지금 등의 제도를 추진한한다. 한편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날 포스코이앤씨 본사 등 3개 업체 5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4일 미얀바 근로자 감전 사고 발생 후 8일 만이다.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공공입찰 금지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엿새 만다. 고용노동부도 이날 중대재해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與 문진석 ‘55억’ 백지신탁…野 김은혜 ‘엔비디아 1000주’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선언으로 국내 주식 시장이 활력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국회 핵심 기구인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상당한 주식 거래를 하고 있으며 일부는 10억원대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에너지경제신문이 3월 27일자 공직윤리시스템(PET)에 공개된 국회운영위 소속 28명 의원들의 재산 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우선 김영배·이기헌·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선영·조지연 국민의힘 의원 등 5명이 공식적으로는 증권 자산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신고돼 있다. 하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글로벌 빅테크부터 국내 바이오주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진석 민주당 의원의 자산 변동이다. 문 의원은 종전 55억4038만원 규모의 자산 중 비상장사 △세창이엔텍 주식 7만5010주(54억2892만원)를 백지신탁에 맡겼다. 이는 최근 상임위가 국토교통위원회로 변경되면서 해당 상임위와 이해충돌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백지신탁은 해당 주식과 관련한 의사결정이나 거래에 관여하지 않도록 제3의 기관에 주식을 맡기는 제도다. 대신 장남·차남이 농업회사법인 에스씨바이오팜 비상장주를 각각 2만주씩 보유하며 가족 단위 특정 업종 집중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남은 신약 개발 및 바이오 투자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코스닥 상장사 케이피엠테크도 2만810주를 보유 중이다. 현재 가족 전체 자산 평가액은 약2억574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에선 김은혜 의원이 10억원대 '글로벌 테크 주식 부자'였다. 김 의원 가족은 종전 9억8037만원에서 10억7691만원으로 자산이 증가했는데, 특히 배우자가 △엔비디아 1000주(900주 증가), △브로드컴 64주, △테슬라 97주(12주 증가), △애플 4주 등 미국 빅테크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국장에서도 △SK하이닉스 37주, △HD현대일렉트릭 3주, △대주전자재료 24주 등 반도체·전기차 관련주를 신규 매수하며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도 17억원대 비상장주 전문 투자자였다. 박 의원은 전년도 34억2055만원에서 현재 17억5427만원으로 평가액이 줄었지만, 여전히 △아이넥스코퍼레이션 35만5354주, △코이스라시드파트너스 65만주, △웰마커바이오 10만1718주 등 기술·바이오·투자업종 비상장 기업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싱가포르 소재 필테크(Fyltech Pte. Ltd.) 지분 61만5832주를 보유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해외주 선호' 경향이 뚜렷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가족 명의로 종전 3억515만원에서 현재 2억2544만원으로 평가액이 줄었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배우자는 △애플 30주(5주 증가), △아마존 30주(10주 감소), △엔비디아 95주(40주 증가), △마이크로소프트 25주(15주 증가), △테슬라 40주(1주 증가) 등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으며, △ARM홀딩스, △타이완반도체, △팔란티어, △아이온큐 등 차세대 성장주도 대거 편입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KB금융 90주, △LIG넥스원 10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상장주로는 글로벌아이디씨 6만2500주를 갖고 있다. 차녀도 글로벌 반도체·IT 종목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클래시스 등 국내 방산·의료미용 관련주를 보유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가족이 종전 4005만원에서 8765만원으로 2배 이상 자산이 증가한 '빅테크 수혜주'를 보유했다. 구체적으로 장녀가 △엔비디아 45주(41주 증가), △테슬라 100주(18주 증가), △애플 26주, △마이크로소프트 10주(4주 증가), △나이키 5주(신규) 등 미국 대표 성장주를 적극 매수하면서 평가액 상승을 견인했다. 배우자도 △메타플랫폼스 소량 보유와 함께 국내 △휴맥스 2451주를 신규 매수해 글로벌 기술주와 국내 전자주를 병행 투자했다. 반면 백승아 민주당 의원 가족의 주식 자산은 전원 국내 대표 대형 기술주인 삼성전자 보통주로만 구성돼 있다. 장남·차남·장녀가 각각 110주씩 보유하고 있으며, 종전가액은 각 808만5000원, 총 2425만5000원이었으나 주가 하락으로 인해 각 223만3000원씩, 총 669만9000원이 줄어 현재 평가액은 1755만6000원이다. 해외주식은 보유하지 않았다. 보유주 평가액이 크게 줄어든 의원도 있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 배우자는 종전 1억5713만원에서 현재 489만원으로 자산이 급감했는데, △삼성전자 1650주, △셀트리온 63주, △한국금융지주 10주 등 대형주를 전량 매도하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미투젠 등 고위험 중소형주만 보유한 것이 평가액 하락 원인으로 분석된다. '가족 동반 투자' 패턴도 확인됐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가족은 종전 5억2801만원에서 5억3026만원으로 소폭 증가하며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보였는데, 특히 가족 전체가 비상장사 주식회사 백상에 집중 투자한 것이 특징이다. 배우자가 5600주(3억6946만원), 장녀·차녀가 각각 1200주씩(각 7917만원)을 보유해 총 8000주 규모의 동일 기업 지분을 가족 단위로 보유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원칙 없는 세금정책은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세금정책이 시작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지난달 말에 발표한 첫 세제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많다. 특히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주가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두드러진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여당에서는 기준을 다시 50억 원으로 올리자는 안이 나왔다. 세제개편안을 놓고 정부 여당이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확대는 법인세 인상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안이다. 그러나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날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민주당 안에서도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10억 원이 대주주 기준에 맞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연말이면 대주주들이 과세를 피하려고 대거 주식을 팔아치워 시장이 출렁인다는 얘기도 나왔다. 반면 세제개편안 다음날 주가가 급락한 것이 과세 대상 확대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 연말에 팔아치운 대주주들이 연초에 다시 주식을 사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주더라도 단기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주식시장을 띄우려고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으로 높였지만 주가가 올라가기는커녕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업마다 주가 총액이 다른데 일정 액수 이상이면 다 '대주주'라고 하는 용어 자체도 잘못됐거니와, 10억이냐 50억이냐를 떠나 정부의 세제개편안 자체가 모순적인 것은 사실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배당소득은 분리과세 한다면서, 증권거래세는 0.15%에서 0.2%로 높이고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도 늘렸다. 주식시장 활성화와 첨단산업 지원 같은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줄어드는 세수를 확충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개미'들이 당장 체감할 증권거래세는 높이면서 초고소득 금융투자자만 혜택을 볼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성상, 배당소득을 분리 과세한다고 배당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 개편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취지에만 충실했다는 생각이다. 정부 관료들이 정책 효과나 과세 원칙을 따지기보다 대통령의 의중만 살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복잡하고 민감한 세제 개편을 하면서 '도로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가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크다. 애초에 이런 혼란은 지난해 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무산시킴에 따라 예고된 바나 다름없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채권 등 금융 투자 상품에 따라 제각각인 세금 부과 방식을 하나로 통합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실현하려던 제도다. 몇 년간의 논의 끝에 여야가 합의했는데, 작년 1월 느닷없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발표하고, 국민의힘이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폐지가 가시화됐다. 당초 금투세 실시를 주장했던 민주당마저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여기에 동조했으니, 지금의 혼란에 이 대통령과 민주당도 큰 책임이 있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주식시장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을 핑계로 댔으나 이는 단견에 불과하다. 미국 등 해외 주식은 몇 백만 원의 이익을 봐도 10~30%대의 세금을 떼지만, 그 때문에 해외 주식 투자를 안 하지 않는다. 주가에는 세금 뿐 아니라 기업 실적, 환율, 유동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금투세는 투자자 친화적이고 선진적인 제도라서 진보 보수에 관계없이 도입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은 상품별 과세여서 전체 금융투자에서 손실을 봤더라도 세금을 낼 수 있지만, 금투세는 모든 상품을 통합해 5천만 원 이상의 이익이 있을 때만 과세하기 때문이다. 손실을 5년간 이월 공제할 수도 있다. 그때그때 여론에 따라 땜질식 세금정책을 폈다가는 혼란만 가중된다. 정부 여당은 금투세 재도입을 포함해 과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세금정책이 원칙 없이 오락가락 한다면 실용주의도 민생주의도 아니고 나쁜 포퓰리즘일 뿐이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야놀자·여기어때, 미사용 쿠폰 소멸에 과징금 15.4억

공정거래위원회는 ㈜놀유니버스(이하 야놀자)와 ㈜여기어때컴퍼니(이하 여기어때)가 중소 숙박업체에 미사용 쿠폰을 임의로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불공정 거래를 한 혐의로 5억4000만원과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두 플랫폼은 입점업체가 광고비에 포함해 지불한 쿠폰 비용을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환급이나 이월 없이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불공정 거래를 유발했다. 공정위는 이를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하고, 향후 이 같은 불공정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야놀자는 '내주변쿠폰 광고' 상품을 통해 광고비의 10~25%를 쿠폰으로 제공하고, 광고 계약 종료 시 미사용 쿠폰을 소멸시키는 방식이었다. 여기어때는 고급형 광고상품에 10~29%의 쿠폰을 제공하며, 쿠폰 유효기간을 단 하루로 설정해 미사용 쿠폰을 즉시 소멸시켰다. 입점업체는 이미 광고비에 포함된 쿠폰 비용을 지불한 상태에서, 미사용 쿠폰이 소멸되면서 금전적 손해를 입었으며, 이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했다. 야놀자의 '내주변쿠폰 광고' 상품은 광고비의 일정 비율을 쿠폰으로 제공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내주변 쿠폰A(현 쿠폰초이스A)는 1개월 광고비 300만원에 대해 75만원(25%)의 쿠폰이 지급된다. 또한, 내주변 쿠폰B(현 쿠폰초이스B)는 1개월 광고비 200만원에 30만원(15%)이 쿠폰으로 지급되며, 내주변 쿠폰C(현 쿠폰초이스C)에서는 1개월 광고비 100만원에 대해 10만 원(10%)의 쿠폰이 제공된다. 공정위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에 대해 미사용 쿠폰 소멸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입점업체들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또한, 두 플랫폼에 각각 5억4000만원과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향후에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지방자치 개혁 본격 추진…입법권 확대·5극 3특 전략 강화

정부는 자치입법권 강화와 중앙사무의 지방 이양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자치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11일 세종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 2025년 정기회'에서 “새 정부는 중앙과 지방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차관은 “새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핵심 가치로 삼고, 지방 정부가 확대된 권한과 책임 하에 지역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자치 입법권 확대, 과감한 중앙 사무의 지방 이양, '5극 3특 체제' 완성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5극 3특 체제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른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인데, '5극'은 수도권과 충청, 호남, 대경, 부울경 등 5대 초광역권 중심의 다핵 체제를 통해 지역 자립 성장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3특'은 강원·전북·제주를 특별자치도로 지정, 자치 권한과 재정 특례를 대폭 부여해 균형발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이번 개혁은 지방 자율성과 행정 역량을 강화해 지방정부가 중앙의 지시 없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5급 3특 체제'는 지방 정부의 공무원 역량 강화와 특수한 권한 부여를 통해 지방 정부의 자율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새 정부는 중앙 사무의 지방 이항을 통해 지방 정부가 자율적으로 지역 정책을 수립하고, 지방의회 의원 교육 강화와 의정 활동 정보 공개 확대를 통해 주민들의 알 권리와 정보 접근성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방 정부와 주민 간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의 의사가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세종시의회 관계자는 이번 개혁 방향에 대해 “새 정부의 지방자치 개혁은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지방 정부의 자율성 강화를 통해 지역의 목소리가 정책에 더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종시는 행정수도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번 개혁이 지역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모래주머니 차는 재계⑤] 기업규제 다음 목표 ‘지배구조 개편’…총수일가 ‘셈법 복잡’

정부·국회로부터 '반(反)기업 규제·입법'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재계의 다음 고민거리는 지배구조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찍부터 글로벌 ESG 경영 차원에서 필요성이 대두됐고 최근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방어에 대한 위기감까지 높아져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규제 법안 추진은 '발등의 불'이 될 전망이다. 총수 일가는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까지 생각하고 있어 셈법이 더 복잡하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아직 총수일가가 계열사를 장악하는 지배구조를 완전히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아직까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상태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돌아가는 게 가장 크고 중요하다.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이어지는 고리와 현대글로비스가 포함된 작은 순환출자들도 있다. 삼성그룹도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이 완전하지 못하다. 현재는 이재용 회장 등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물산이 지주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삼성전자(5.05%) 지분율이 적다. 삼성물산은 대신 삼성전자 최대주주(8.51%)인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들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와 엮여 상당히 복잡한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다. 요약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일본 비상장사 광윤사를 통해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한국 호텔롯데→롯데지주→각 계열사로 가는 그림이다. 2017년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시도해왔지만 롯데지주 지분을 11.1% 들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되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각 사가 지배구조를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 덩치가 워낙 큰 탓에 이재용 회장 또는 특정 기업이 지분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주사를 새로 만들거나 기업간 수십조원대 지분을 교차하는 '대형 수술'을 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오며 생겨난 기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총수 일가가 '최소한의 지분'으로 '최대한 많은 기업'을 지배하려다보니 각종 부작용이 이어져온 것이다. 순환출자 고리의 경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대부분 해소됐으나 자녀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며 계열사들을 성장시켜온 탓에 지분 구조가 계속 거미줄처럼 얽히게 됐다. 문제는 재계에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공격에 우려가 커지고 있고 국회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 등도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국회에서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는 '삼성생명법'도 신경 써야 한다.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주식가치를 '취득원가'에서 '현재 시가'로 바꾸는 게 골자다. 이럴 경우 삼성생명은 수십조원 규모 삼성전자 주식을 다른 곳에 넘겨야 한다. 자사주 의무 소각은 롯데그룹에게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32.51% 들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자본' 색깔을 지우고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체제를 공고히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주사 체제를 확립해놓은 SK그룹도 사정권이다. SK는 자사주 비율이 24.8%에 이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선진화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작업이지만 의지만으로는 추진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지주사를 설립하거나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에 써야 할 돈을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작업에 넣는 셈이기도 하다. IMF 사태 이후 널리 퍼진 '지주사 만능론'도 최근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재계 지배구조 개편이 힘든 결정적인 이유는 총수 일가 탓이다.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려다보니 순환출자 등 '꼼수'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인 계열사 중복상장 역시 기업 문제가 아니라 총수 개인의 욕심 때문에 나타난다. 알짜 계열사 물적분할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우리 대기업들은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물적분할 이후 해당 기업을 상장까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경제계가 상법 개정이나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며 가장 많이 외친 게 '글로벌 스탠다드'인데 정작 자신들의 지배구조는 개발도상국 중소기업보다 후진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까지 함께 신경 써야 하는 처지다. 현대차그룹을 보면 주력사 현대차 최대주주가 현대모비스(22.36)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5.57% 들고 있지만 정의선 회장 지분은 2.73% 뿐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를 지배하는 현대모비스 지분도 0.33%만 지녔을 뿐이다. CJ그룹과 아모레그룹은 자녀에게 지분을 승계하기 위해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기도 했다. 자녀 지분율이 높은 알짜 비상장사 가치를 높인 뒤 지주사나 핵심 계열사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재계에서 '당연한 공식'처럼 통한다. 기업이 총수 일가 지분을 승계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까지 하는 '묘수'를 꺼내들었다 해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해야 한다는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정공법을 펼쳤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지배회사 체제'를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양도세 등으로만 수조원을 납부하는 강수를 뒀지만 “현대글로비스 주주에 유리하고 현대모비스 주주에 불리하다"는 시장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19.99%)는 정의선 회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재계가 지배구조 개편 전 기대하는 '상속세 완화' 등도 이른 시일 내 성사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최대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징벌적 상속세'를 지닌 국가다. 주요국들은 자국 기업과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상속세율을 낮추는 추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 이후 행동주의 펀드 등에게 공격받는 '1호 대기업'이 누가 될지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획]대통령發 산재 근절 强드라이브…후진국병 사라질까

[기획] 대한민국 산업재해 '제로(0)' 시대로 가는 길 - (1) 계속되는 산업재해에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지속 기업에 대해 면허 취소를 포함한 초강력 제제를 예고했다. 업계는 일선 현장에서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고를 완전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이번만은 관행처럼 이어져온 산업재해 근절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해외 선진국의 산재 대응 모범 사례를 포함해 각 업종별로 산재 근절을 위한 노력을 조망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리 감독 주체와 근로현장의 안전 의식 격차를 극복해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건설업 면허 취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처벌 조치를 찾아서 보고하라." 경남 거제군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6일 잦은 산재 사고를 일으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내린 긴급 지시다. 휴가 중에, 게다가 건설업체로선 '생명'이나 다름없는 면허 취소까지 언급했다. 13세 소년공 시절 입은 장애로 아직도 팔이 굽어져 있는 '산재 피해자' 출신 이 대통령이 얼마나 산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시급한 국정 과제로 간주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건설업 면허 취소는 동아건설이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책임지면서 1997년 면허가 취소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만약 이번에 포스코이앤씨의 면허가 취소되면 28년만에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다음 날인 지난 9일, 토요일 주말에 업무 복귀 후 강조한 첫 지시사항도 '산재 사망 사고 발생 시 직보하라'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사후 조치 내용과 현재까지 조치한 내용을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만 7개월 동안 네 건의 사고와 네 명의 사망자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연달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산재 사망 사고를 연달아 낸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어 이 대통령의 문제 의식을 더욱 키운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특히 산재는 기업들의 현장 안전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 정책 자료 분석 결과 최근 3년간(2022~2024년)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2년 2223명이던 산재 사망자 수는 2023년 2016명으로 소폭 감소해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듯 했지만, 가장 최근 집계연도인 2024년엔 2098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82명(4.1%)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산재 사망자 수가 542명으로 작년 1분기보다 20명(3.8%)이나 늘었다. 산업계 전체적으로 재작년보다 작년에 산재로 인한 피해가 더 커졌고, 올해 들어선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게 실제 통계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처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최근 산재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근절 대책을 강구하려 하고 있다. 특히 '돈'에 약한 것이 기업들의 생리인 만큼 산재 발생시 강력한 과징금·손해배상액을 물게 해 자발적인 현장 안전·산재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 기업들이 일선 근로 현장에서 사고 발생을 위해 안전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결론적으로는 이 같은 기업들의 노력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면허 취소나 영업 정지, 공공 공사 입찰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현행 법률상 건설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상당 부분 존재해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또 죄형 법정주의 등 사법제도의 원칙상 특정 기업을 염두해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영업 취소 등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고위 임원은 “각종 안전 강화 사항을 지시해도 이를 손과 발로 수행하는 사람은 결국 근로자"라며 “더구나 지금과 같이 일선 현장에서 움직이는 근로자들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져 있는데 이 사람들의 머릿 속과 의지까지 본사에서 강제해 움직이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관세협상 타결됐지만…8월 초 對美 수출 14.2% 급감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관세 부과의 여파가 계속된 데다 혹서기 휴가 시즌이 겹처 8월 초순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14.2% 대폭 감소하며 전체 수출도 4.3% 줄어들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47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1억달러로 9.3% 늘었다. 올해 조업일수가 7.0일로 작년 같은 기간(8.0일)보다 하루 적었기 때문이다. 주력 품목 수출은 여전히 호조세를 보였다.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12.0%), 선박(81.3%), 승용차(8.5%) 등에서 늘었다. 반면 석유제품(-19.4%), 무선통신기기(-4.5%) 등은 수출이 줄었다. 반도체·자동차 등이 증가세를 견인했다. 다만 미국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밀어내기' 영향도 일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별로는 미국(-14.2%), 중국(-10.0%), 유럽연합(-34.8%)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베트남(4.1%), 대만(47.4%) 등에서 증가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돼 수출기업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긴 했지만 미 관세 여파가 수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59억 달러로 13.6%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무선통신기기(8.0%) 등에서 늘었고 원유(-14.2%), 반도체(-8.4%), 가스(-29.5%), 석유제품(-1.7%) 등은 줄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2.1%), 베트남(9.4%) 등에서 증가했고 중국(-11.1%), 미국(-18.7%), EU(-5.3%) 등은 감소했다. 수출액이 수입액을 밑돌면서 무역수지는 1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월초이고 여름 휴가가 집중돼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도 감안해야 하는 등 8월 수출 지표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