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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대출규제에 DSR 강화까지…“수요 잡았지만 공급은?”

지난달 27일 단행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원 제한에 이어 1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가 시행됐다. 대출 문턱이 대폭 높아지면서 수요 심리는 진정되고 있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속도 있는 공급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한 DSR 3단계가 적용됐다. DSR 한도는 40%로 유지되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가산금리(1.5%포인트)를 추가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 소득 6000만 원인 차주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기존엔 최대 4억5000만 원까지 가능했지만 이달부터는 3억~3억2000만 원 수준으로 축소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6억 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에겐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생애최초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는 기존 80%에서 70%로 낮아졌고, 실입주 요건도 강화됐다. 향후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DSR 적용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시장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한 중개업소에 따르면 “문의는 있었지만, 대출 얘기만 나오면 다들 주저앉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직방이 지난달 말 앱 이용자 5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향후 1년 내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73.1%, 매도 계획은 54.8%에 달했다. 매수·매도 심리 모두 높아진 듯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막차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DSR 3단계보다 더 강력한 6억 원 한도와 실입주 요건이 적용되면서 7월 이후 고가 수요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전반에 관망 분위기가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대출 공급과 각종 규제 완화, 기준 금리 인하로 촉발된 서울 집값 급등세가 이번 대책으로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공급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22~2024년 기준 직전 3년 대비 15% 줄었고, 착공 물량은 35% 가까이 감소했다. 인허가만 받고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단지도 적지 않다. 착공이 줄어들면 분양 가뭄으로 이어진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려운 만큼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규제 효과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경호 '어쩌면 사회주택' 저자는 “대출 규제는 불을 끄기 위한 소방차일 뿐"이라며 “공공·사회주택 같은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병행돼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된 15억 원 초과 주담대 금지 조치의 효과는 6개월에 그쳤고, 상승세는 상급지에서 하급지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가 퍼져 있는 상황에선 대출 규제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강한 수요가 존재할 땐 시장이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결국 핵심은 심리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불안을 잠재우려면, 공급 신호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처럼 상징적인 정책 카드라도 시장에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간보고 빠진다는 건 오해”…삼성물산, 적극 수주 전략 변화 無

삼성물간 건설부문이 최근 일부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이탈한 것을 두고 “간만 보고 빠진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적극적인 수주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압구정2구역 입찰 불참을 계기로 수년 전처럼 “이익이 남지 않는 주택 사업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한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압구정2구역 입찰 불참 이후 '정비사업 소극론'에 시달리고 있다. 대치쌍용2차 등 앞선 사업지 철수 사례까지 거론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수주에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우리를 '간만 보고 빠지는' 회사로 보는 프레임은 오해"라며 “압구정2구역은 조합의 이례적인 조건 탓에 사업 제안 자체가 어려웠던 케이스"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조합은 대안설계 범위를 제한하고, 금융 조건도 CD(양도성예금증서)+가산금리 고정 수준으로 제한해 사실상 시공사의 차별화 경쟁을 원천 봉쇄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또 같은 시기 개포우성7차에는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래미안 루미원'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고,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와 협업한 디자인을 내세우며 대우건설과 수주 경쟁 중이다. 광고물 선점, 조합 설명회, 현금 150억 원 투입 등 수주전 총력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단지는 6778억 원 규모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지난 2020년 반포3주구 이후 5년 만에 다시 재건축 수주전에서 맞붙는다. 개포우성7차는 지하철 3호선 대청역과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 영희초, 중동중·고, 삼성서울병원 등이 인근에 위치한 강남 요지로, 입지와 사업성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다. 기존 802가구 단지를 최고 35층, 112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중도 철수하면서 현재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간 양강 구도로 좁혀졌다. 대우건설은 김보현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는 등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 변화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리는 예전부터 신중하게 사업성을 검토해왔고, 올해 하반기엔 여의도, 잠실, 개포 등 강남권 프로젝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재건축 속도가 붙은 여의도 대교아파트와 시범아파트도 주요 관심지다. 대교아파트는 서울시의 '패스트트랙' 1호 사업장으로, 다음 달 시공사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단지 외벽에 축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조기 홍보전에 나선 상태다. 시범아파트 역시 연내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을 접었다는 얘기는 경쟁업체 등에서 퍼뜨린 루머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 “오히려 '브랜드를 지킬 수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우리를 '치고 빠지는 회사'로 보는 일부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비사업은 그 자체보다 고객 가치와 사업성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BS한양, 재생에너지사업단장에 윤을진 부사장 영입

BS한양은 재생에너지사업단장(부사장)으로 윤을진 전(前) 한화솔라파워 대표를 영입했다고 30일 밝혔다. BS한양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LNG, 수소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재생에너지사업단을 신설했으며, 이를 총괄하는 단장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영입했다. 윤을진 재생에너지사업단장은 2008년부터 LG CNS에서 스마트그린사업부 단장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 한화큐셀코리아, 한화솔라파워 등에서 △한국사업총괄 상무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국내외 태양광, 풍력 사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춘 재생에너지 전문가다. 윤단장은 한화솔라파워 대표이사 재임 중 국내외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며 풍부한 사업 네트워크와 운영 노하우를 축적했으며, 애월해상풍력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태양광부터 해상풍력까지 재생에너지 전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다. 회사 측은 “윤 단장 영입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역량을 한층 강화함은 물론, 기존 태양광 중심에서 풍력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주민참여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이란-이스라엘’ 휴전에 K-건설 ‘제2의 중동신화’ 재점화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격 휴전에 돌입하면서 중동에 진출한 우리 건설사들도 다시 뛰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할 것이라는 강경 모드를 보이면서 현지서 긴장이 크게 고조됐지만 조기 종전으로 다시 현장은 안정을 되찾고 있다. 2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중동에서 10건의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각 국가별로 살펴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건의 공사를 진행해 가장 현장이 많다. 이 밖에 이라크에서 2건, 아랍에미리트(UAE) 1건 등의 시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동에서 6건의 시공 현장을 운영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4건, 카타르 2건이다. SK에코플랜트도 중동에서 6개 현장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쿠웨이트 2곳, UAE 2곳, 이라크 1곳, 카타르 1곳 등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중동에 사우디 3곳, 이라크 1곳 등 4개 현장이 있다. 대우건설과 한화 건설부문도 이라크에만 각 3곳씩 공사를 수행 중이다. GS건설은 사우디 1곳에 현장이 있다. 이번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로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현장이 중동 국가 중 분쟁 위험성이 가장 적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현장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또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 있는 현장들도 이란 및 이스라엘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다. 그나마 우리 건설사 공사 현장이 있는 중동 국가 중에서 이란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는 이라크 뿐이다. 현재 이라크에선 대우건설과 한화 건설부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 5개 국내 건설사가 시공 현장을 운영 중이다. 이라크는 내전 종료 이후 재건 작업으로 인한 공사 수요가 크게 늘면서 국내 건설사가 활발히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과 인접한 이라크에 한국 건설사가 많이 진출해 있는 까닭에 예기치 못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국내 건설사 시공 현장이 이란-이스라엘 분쟁 지역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남부에 집중돼 있어 물리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건설업계는 이번 조기 휴전에 안도하면서 추후에도 혹시 터질 수 있는 중동 리스크와 관련해 사태를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에 돌입한 순간부터 현지 지사를 중심으로 시공 프로젝트 현장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조치를 시행했고, 단계별로 대응 상황 등을 철저히 시뮬레이션 하는 등 만일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며 “다행히 현지 상황이 조기 휴전으로 안정을 되찾은 만큼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중동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 될 수 있도록 만전의 노력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재주는 K-원전, 돈은 웨스팅하우스”…원전 건설 ‘호구 노릇’ 논란

국내 원전 건설업체들이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 원전 건설 입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K-원전 기술의 지식재산권 상당 부분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하고 있어,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 수익성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 '재주는 K-원전이 넘고 돈은 웨스팅하우스가 버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입지를 다진 국내 건설사들은 시장 확대를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핀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포툼(Fortum),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업무착수계약(EWA)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 원전 사업에도 적극 참여한 바 있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가 독자적인 시공 능력을 갖추지 못해 사실상 단독 수주가 불가능한 회사이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럽 진출 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즉,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 불리는 웨스팅하우스에 AP1000 원자로 설계를 맡기고, 전략적 제휴를 맺지 않은 국내 기업은 시공·조달·건설만 담당하며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1997년 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 체결된 기술사용협정에서 제3국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독자 노형인 APR1400을 개발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 냉각재펌프(RCP),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 설계 핵심코드 등에 자사 기술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의가 필요했으나, 올해 1월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협력에 합의해 제3국 시장 진출 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한수원이 체코 수주를 대가로 조 단위 로열티나 일감을 제공하는 등 상당한 양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체코원전을 수주한 팀코리아는 유럽 시장에 첫 깃발을 꽂기 위해 체코 원전 수주 시 가격 경쟁력 우위를 내세워 계약 단가를 유럽이나 미국보다 낮게 제시했었다. 여기에 웨스팅하우스에 거액의 수수료를 제공했을 경우 손익분기점조차 넘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시공 당시 웨스팅하우스에 제공된 주기기 공급 물량(41%)과 기술 자문료 등이 총 29억 달러(약 3조9000억원 이상)에 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전체 수주액의 약 16%로, 당시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규모보다도 큰 수준이었다. 더욱이 한수원이 지난 2월 슬로베니아 원전 프로젝트 등에서 잇따라 발을 빼면서, 업계에선 한수원이 유럽 진출을 사실상 포기하고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의에 따라 유럽과 중동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다만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수익성 저하와 산업 자립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기술 독립이 필수다. 한수원도 지식재산권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현재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SMR 개발에 착수했으며, 웨스팅하우스와 완전히 분리된 독자 대형 원전 기술 개발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이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추경 예산에도 포함됐지만, 원전 관련 예산은 확보하지 않는 상태"라며 “원자력 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정부 의지가 핵심이나, 현재 상황을 보면 정부가 새로운 원전 노형 개발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대출 규제는 임시방편…‘종합 대책’ 나와야 제대로 잡는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응해 첫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해 단기적인 진정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풍선 효과나 실수요 위축, 전세·월세 불안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선 공급량을 늘리고 세제, 통화 정책, 국토 균형 발전 가시화 등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수도권과 일부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이내로 제한하고 다주택자는 아예 대출을 금지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다음날부터 시행됐다. 생애최초자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80%에서 70%로 낮아지며 전입 의무도 부과된다. 이같은 강력한 대출 규제는 최근 몇달간 진행된 서울 집값 과열 양상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43% 상승해 2018년 9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동·마포·송파·강남 등 한강변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시장에선 벌써 관망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 마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연합뉴스에 “대출 규제 발표 첫날엔 급하게 계약일을 앞당기려는 매수자들이 몰려 눈코 뜰 새가 없었는데, 규제가 시작되니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면서 이번 규제는 여파가 꽤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마포 아파트는 대출이 안 나오면 사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기존 아파트 '갈아타기'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른바 이번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한 '한강 벨트' 지역에선 어제 오늘 이틀 동안 매물 문의가 뚝 끊어지고 거래도 거의 중단되는 등 진정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을 끌어올리던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와 지방의 자산가들을 몰려 오게 한 원정 갭투자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기존 LTV 조정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강도"라며 “일률적인 6억 원 상한은 현실과 괴리가 있고, 시장이 관망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도 “단기적으로는 거래가 위축되며 일시적인 안정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책의 부작용이나 추가적인 종합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이번 규제로 대출없이 서울 상급지에서 집을 사기 어려워져 '현금 부자'들만 덕을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월세 시장으로 주거 수요가 몰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 규제가 시작된 후에도 현금 여력이 충분한 사람들은 여전히 매물을 찾아 나서고 있다"면서 “시장 위축으로 실수요자와 임차인의 주거 불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후속 대책을 세밀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조만간 공급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택지를 대거 지정해 공급량을 늘리기 보다는 기존의 도심 내 유휴부지나 역세권·상업지구내 고밀도 개발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때 추진됐다가 흐지부지된 태릉골프장(1만가구), 용산 캠프킴(3100가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등의 공급 계획도 부활할 지 주목된다. 국토부는 업무·상가 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고, 공공청사를 재개발하면서 저층에는 청사, 고층에는 주택을 배치하는 방안,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용적률·건폐율을 상향하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정비사업 기간을 줄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발표했던 약 8만 가구 공급 방안도 속도를 높여 조기에 공급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 내내 방치하다시피 했던 주택공급계획, 3기 신도시 조성계획, 공공 재개발 계획을 꼼꼼하게 점검해 신속하게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신도시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방위 공급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발표 신규 택지·3기 신도시의 개발 밀도를 상향하는 것도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는 않겠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종합보유세 정상화·거래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강하다. 또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공단, 교육 시설, 공공 기관 등을 전국 주요 거점 지역으로 이전해 인구를 분산하는 국토 균형 발전 전략을 다시 짜서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 회장은 “6억 원 이하 중저가 매물에 수요가 쏠리면서 키 맞추기식 가격 왜곡과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지역 간 공급 격차 해소 같은 구조적 처방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주택의 미래는 모듈러”…민간-공공 시장 선점 경쟁 ‘치열’

일명 조립식 주택의 개념을 확장시킨 '모듈러 주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민간 건설사와 공공기관 간 경쟁이 치열하다. 2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모듈러 주택 시장은 GS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는 물론이고, 한국 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생산한 모듈러를 현장에서 시공해 완성하는 친환경적 건축 공법을 말한다. 터파기·기초공사 등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공정 후 곧바로 모듈러 전용 제작 공장에서 모듈러를 제작하고 현장에 반입해 시공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발생이 덜하다. 친환경 공법으로 인해 민원도 적게 발생하기에 자연스럽게 공사 기간을 지연시킬 수 있는 외부요인이 줄어들어 신속한 공사 진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친환경'과 '신속함'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은 국내 대형 건설사는 물론 공공에서도 주목하는 공법이다. 모듈러 주택 사업을 가장 활발히 벌이고 있는 민간 건설사는 GS건설이다. GS건설은 모듈러주택 사업을 영위하는 Prefab 본부를 독립적인 사업실로 두고,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모듈러주택 사업 진출을 시도 중이다. 실제로 GS건설은 2020년 모듈러 주택 전문 해외 업체인 폴란드의 단우드 S.A.와 영국의 엘리먼츠 사를 인수하면서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폴란드의 단우드는 주로 독일 시장을 대상으로 목조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는 업체다. 엘리먼츠사는 철제구조 모듈을 공급하는 업체로 글로벌 개발사와 시행사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기업이다. 목조와 철제구조 모듈러 주택 전문 해외 기업들을 한꺼번에 품에 안은 GS건설은 유럽을 중심으로 모듈러 주택 시장 개척을 꾀하고 있다. 국내에선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제품 생산 및 공사를 수행하는 법인인 지피씨와 목조로 주택을 공급하는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했다. 특히 자이가이스트는 친환경 소재인 목재를 활용한 단독주택을 공급하고 있고, 시장 내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온라인 시스템 모델을 개발해 2023년부터 B2C 시장을 공략 중이다. 해외와 국내에서 동시에 사업을 모듈러 주택 사업 추진 중인 GS건설의 Prefab 본부는 올 1분기 매출 1241억원을 거둬 회사 전체 매출의 4%를 차지하는 등 GS건설 실적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 함께 사우디 내 모듈러 제조시설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를 시작으로 해외 건설 시장에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공공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모듈러 주택 시공에 관심을 쏟고 있다. LH는 현재 세종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모듈러 아파트 단지를 시공 중이다. LH는 세종 5-1생활권 L5블록에 국내 최초로 모듈러 아파트 단지를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을 적용해 통합공공임대로 건설 중이다. 모듈러 주택 세대는 총 450세대 규모로 공동주택 단지로 지어지는 모듈러 주택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단지는 2027년 5월 준공 예정이다. 모듈러 주택은 공정 특성 상 단독주택이나 적은 세대수로 구성된 단일동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LH는 국내 최초로 대단지 아파트 형식의 공동주택을 모듈러 방식으로 시공해 모듈러 아파트 단지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LH는 모듈러 주택을 미래 아파트 모델로 선정하고, '2030 LH OSC주택 로드맵'을 마련해 공공아파트 영역에 모듈러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집 보러 갈까”…대선 끝난 후 대형건설사 분양 봇물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각 건설사들이 본격적인 분양에 나서는 가운데,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도 27일 견본주택을 대거 개관하며 분양에 돌입함을 알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7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111-1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의 견본주택을 개관했다. 이 단지는 신한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며,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7개 동, 총 507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중 전용면적 5584㎡ 144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입주는 2028년 5월로 예정됐다.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는 IoT 기술을 활용해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유·무선으로 연동, 간편한 제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공동현관과 세대현관에는 안면인식 기반의 원패스 시스템이 적용되며, 동체 감지 기반 침입 감시 시스템과 빈 주차공간 안내 기능도 갖췄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스터디라운지와 독서실, 어린이집 등이 마련된다. 교통 여건도 우수하다. 단지 앞 정류장에서 M버스를 포함한 10개 노선이 운영돼 KTX광명역과 수도권 1호선 안양역 등 주요 거점으로 1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 광명역에는 2026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안양역에는 2028년 개통 예정인 월판선 등 철도 호재도 예정됐다. 교육 환경으로는 삼봉초등학교가 도보권에 있으며, 박달중·안양중·안양고·안양외고 등 다수의 학교가 인근에 자리해 있다.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은 경기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 인근에 마련됐다. GS건설도 경남 양산시 평산동 47-1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양산자이 파크팰리체'의 견본주택을 27일 개관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돌입한다. 양산에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이 아파트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6개 동, 총 842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주택형은 △84㎡A 334가구 △84㎡B 174가구 △84㎡C 160가구 △120㎡ 171가구 △168㎡P 3가구 등이다. 이곳은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며, 재당첨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계약금 1차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등 금융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계약금 완납 시 즉시 전매도 가능하다. 또, 이마트 트레이더스, 웅상문화체육센터, 양산시청 웅상출장소 등과 인접해 있고 도보권 내 평산초등학교도 위치한 '초품아' 인 것도 특징이다. 단지 인근에는 약 9만9680㎡ 규모의 웅상센트럴파크가 조성되고 있다. 이밖에 전 가구는 남서·남동향 위주로 배치되며, 건폐율은 약 13.77%로 채광과 환기 성능을 높였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게스트하우스, 교보문고 큐레이션 도서관, GDR 골프연습장, 돌봄센터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견본주택은 양산시 주진동 169-9 일원에 위치하며, 입주는 2028년 7월 예정이다. 대우건설·두산건설 컨소시엄도 서울 영등포 1-1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의 견본주택을 27일부터 운영한다. 단지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5가 32-8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33층, 5개 동, 총 659세대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중 전용 59~84㎡ 175세대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11억9340만~12억7080만원, 76㎡는 13억9600만~15억3930만원, 84㎡는 15억7410만~16억9740만원 선으로, 3.3㎡당 평균 약 4800만 수준이다. 주변 실거래가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교통 여건도 뛰어나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1호선과 KTX가 정차하는 영등포역도 가깝다. 이 외에도 안산선, GTX-B노선 등 향후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교육 환경으로는 도보 통학이 가능한 영중초를 비롯해 양화중, 영원중, 장훈고, 영등포여고 등 다양한 학교가 인접해 있고, 목동 학원가로도 빠르게 이동 가능하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단지 입구부터 세대 내부까지 5개 구역의 미세먼지를 집중 관리하는 '5존 클린 에어 시스템'도 적용한다. 현관 스마트 도어 카메라, 지문 인식 디지털 도어락, 무인택배 시스템, 스마트 일괄제어 스위치, 스마트폰 기반 원패스 시스템 등 첨단 설비도 선보일 예정이다.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 견본주택은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337, 써밋갤러리에 마련됐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건설공사 줄어도 대형건설사들은 재건축 수주로 ‘잭팟’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수주고가 늘어나면서 되레 활짝 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건설 수주액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삼성물산·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은 상반기에만 28조원에 달하는 일감을 따낸 것으로 집계된다. 반면 중견사는 고금리와 공사비 부담에 막혀 '그림자 경쟁'에 머무는 양상이다. 이는 국토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통계'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1분기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은 60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특히 민간부문이 9.5% 줄어든 반면, 공공부문은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광주(-34.8%)와 전남(-22.4%) 등 일부 지역에선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혀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리모델링을 포함해 총 27조8298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연간 수주액(27조8702억원)의 99.9% 수준으로, 불과 반 년 만에 한 해 실적을 채운 셈이다. 상반기 기준 수주액 1위는 삼성물산이다. 이달 말까지 누적 수주액은 5조213억 원으로,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원) △신반포4차 재건축(1조310억원)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1조1945억원)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울산 남구 B-04구역 재개발(6982억원)의 시공권 확보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수주 총액은 5조7195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연산5구역 재건축(7657억원)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1조5138억원) △구리 수택동 재개발(1조9648억 원)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5조1988억원을 수주했다. 이달 내 미아9-2구역 재건축(공사비 3370억원) 시공권을 확보하면, 총액은 5조5357억원으로 늘어난다. 해당 사업은 현대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1조2972억원) △이수 극동·우성2·3단지 리모델링(1조9796억원) △방배15구역 재건축(7553억원) 등에서 시공권을 따내며 총 5조30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구리 수택동 재개발에선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8421억원 규모를 확보했다. 재건축·재개발(2조8946억원)보다 리모델링(2조1356억원)에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롯데건설(2조5354억원), HDC현대산업개발(2조2262억원), DL이앤씨(2조6830억원)도 잇따라 수주고를 쌓으며 전년 실적을 상회했다. 특히 DL이앤씨는 한남5구역(1조7584억원) 수주 효과가 컸다. 하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플레이션, 자금력 부족, 브랜드 열세 등으로 경쟁 자체가 쉽지 않다. 일부 사업장은 입찰 자격조차 확보하지 못하거나 들러리로만 참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전이 사실상 대형사 중심으로 굳어지는 구조"라며 “중견사 입장에선 무리하게 경쟁에 나서기보다 포기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체 수주 물량은 줄어드는 반면, 정비사업과 도시개발 등 고부가 분야에만 경쟁이 집중되며 업계 양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사업 물량이 줄고, 수도권은 대형사 쏠림이 심화되는 이중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중견사 생존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강남 재건축, 아무나 못해”…삼성·포스코가 물러선 이유

고분양가 규제와 고금리 여파로 정비사업 수주 환경이 전반적으로 녹록치 않은 가운데,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되레 조합이 '갑'이 되는 풍경이 확산되고 있다. 시공 능력은 물론 브랜드·자금력까지 검증된 대형 건설사들마저 잇따라 입찰을 포기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기기 위한 입찰이 아니라 피하기 위한 판단이 늘고 있다"며 강남권 정비시장 내 '역전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에 시공사 입찰 불참을 공식 통보했다. 삼성물산은 “조합의 입찰조건을 검토한 결과, 대안설계 및 금융 조건 등이 지나치게 제한돼 당사가 준비한 제안들을 펼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 입찰 지침으로는 월드클래스 설계와 디자인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물산은 압구정 맞은편에 전용 수주 홍보관인 'S.라운지'를 열고, 세계적 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협업한 대안설계를 준비하는 등 수주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조합은 최근 대의원회를 통해 △대안설계 범위 축소 △금융조건 제한(CD+가산금리 고정) △이주비·추가지원 금리 제안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입찰 지침을 확정했고, 결국 삼성물산은 발을 뺐다. 포스코이앤씨도 비슷한 이유로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서 철수했다. 당초 설계 제안서까지 준비하며 참여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내부 판단에 따라 불참을 결정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조합 조건과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특정 조합이 사실상 특정 건설사를 '지정'하거나, 과도한 요구조건이 붙는다면 사업성 측면에서 수주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스코이앤씨는 수주 의지를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철수한 반면, 경쟁사인 대우건설은 김보현 대표가 진두지휘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개포우성7차는 개포지구 내 마지막 대형 재건축 단지로, 포스코이앤씨의 철수로 인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간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건설사 경쟁력보다 조합의 입찰 조건이 수주 여부를 좌우하는 시대"라고 분석한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예전엔 시공사가 조합의 눈치를 보며 조건을 맞추려 했다면, 이제는 건설사가 조합의 조건을 보고 '들어갈지 말지'를 선별하는 분위기"라며 “사업성·리스크 판단이 우선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의 권한이 강해진 건 법적으로 당연한 구조지만, 사업성이나 일정, 분담금 문제 등 현실과 조화되지 않는 입찰 조건은 시공사와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는 오히려 시공사 이탈을 불러와 조합의 협상력만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며 “실제 수주전에서 '이기는 전략'보다 '빠지는 판단'이 늘고 있는 점이 시장 흐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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