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최근 해외 과일소주 시장을 겨냥한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주류업계의 '글로벌 K-소주' 경쟁이 기존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2파전에서 3파전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최근 특허청에 'DOLDOL', 'ZZAN', 'JJAN' 등 영문자로 된 상표권 3개를 출원했다. 향후 선보일 소주 브랜드의 후보군으로, 상표 선점 차원에서 여러 개를 등록해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지정상품에 소주·과실주·리큐어 등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일반소주뿐만 아니라 과일소주까지 출시를 염두에 둔 조치로 파악한다. 맥주 명가로 꼽히는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모회사 AB인베브가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 흡수합병을 마무리하고, 오비맥주가 제주소주의 수출 공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오비가 소주사업을 내수보다 수출에 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이다. 과일소주 중심의 수출용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을 영위해 온 제주소주의 역량과 인프라를 해외시장 경쟁력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한 AB인베브의 네트워크 장점을 더하면 오비 소주의 빠른 판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전망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소주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는 내부 조직 구축에 갓 돌입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소주시장 참전이 가시화되자 과일소주를 필두로 K-소주 수출에 힘써온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과일소주 선점 기득권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해외시장은 새로운 기회"라고 피력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소주 세계화' 선포와 함께 제품 다변화에도 공들이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최근에 과일소주 신제품 '레몬에이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과일소주 신제품을 내놓는 것은 2022년 '복숭아에이슬'을 선보인 후 3년 만이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 라인업은 △복숭아에이슬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자두에이슬 △딸기에이슬 등 총 5종이며, 이 가운데 자몽·딸기·복숭아맛이 수출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과일소주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력품목이다. 롯데칠성음료도 현재 과일소주 시리즈 '처음처럼 순하리'의 수출용 새 제품으로 자두·리치맛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복숭아·블루베리 등 기존 9개 제품에 더해 총 11개로 라인업이 늘어나게 된다. 2016년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롯데칠성음료는 총 40여개국에 처음처럼 순하리를 수출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간 과일소주 연평균 수출액이 23% 가량 늘어날 만큼 수요도 늘고 있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두·리치맛에 대한 제조 보고를 한 게 맞다"면서 “다만, 현재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는 단계로 출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과일소주 수출액은 9159만 달러로 10년 전(194만 달러) 대비 폭발 성장을 거뒀다. 전체 주류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5%에서 28.1%까지 성장하며 수출효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