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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항공, 볼크 M&A 완료…김영준 의장 “5조 가치 글로벌 도약” 선언

무인 이동체 군집 제어 전문 기업 파블로항공이 방산 정밀가공 기업 볼크(Volk) 인수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파블로항공은 자사의 AI 기반 군집 제어 기술과 볼크의 정밀 제조 역량을 결합해 민수와 방산을 아우르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기업 가치 5조원 규모의 글로벌 무인기·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이다. 29일 파블로항공은 방산 제조 전문기업 볼크와의 인수·합병(M&A) 절차를 완료하고, 지난 26일 창원 센터에서 '합병 기념 비전 선포식 및 김영준 의장 취임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한 김 신임 의장은 “파블로항공의 AI 및 군집 비행제어 기술력에 볼크의 뛰어난 정밀 가공 역량이 더해져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방산·민수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 2030년까지 기업 가치 5조원을 달성하고 미국 증권 시장 상장까지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번 합병으로 파블로항공은 전체 임직원 270여 명 규모로 확대됐으며, 조직을 민수사업부와 방산사업부의 '투 트랙(Two-Track)' 체제로 재편했다. 민수 사업부는 △불꽃 드론쇼 기술 고도화 △AI 군집 드론 항공기 외관 검사 솔루션(MRO) △드론 배송 서비스 상용화 △도심 항공 교통(UAM) 솔루션 개발 등을 추진한다. 방산 사업부는 자체 국방 브랜드 'PabloM'을 통한 군집 정찰 및 자폭 드론 양산과 볼크의 기존 방산 전투 체계·정밀 기구 가공품 사업 확대를 통해 육·해·공 무인 체계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황금 연휴 앞둔 LCC 업계 “바쁘다 바빠”…제주항공 ‘고객 편의’, 티웨이항공 ‘일자리 창출’

10월 황금 연휴를 앞두고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가 여행객 맞이와 내실 다지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여행자 보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며 고객 편의성 제고에 나섰고, 티웨이항공은 항공 일자리 창출의 공로를 인정받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10월 황금 연휴를 앞두고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자사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여행자 보험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보장 범위를 넓혔다고 밝혔다. 가장 큰 특징은 항공기 출발 당일에도 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제주항공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 예약 단계는 물론, 예약 조회 후에도 보험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태풍·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항공편 지연·결항 시 최대 50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일본·동남아 노선 전용 프리미엄 상품도 새롭게 출시해 여행객의 불안감을 덜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황금연휴 여행객들을 위해 편의성을 높였다"며 “차별화된 여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2025 제8회 항공산업 JOB FAIR'에서 항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티웨이항공은 잡페어에서 취업 상담 부스를 운영하며 400여 명의 예비 항공인들에게 직무 정보와 취업 노하우를 제공했다. 또한 올해 부문별 일반직·정비사·객실 승무원 등 다양한 직군의 채용을 활발히 진행하며 항공 산업의 고용 안정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항공 진로를 희망하는 예비 항공인들과 소통할 수 있어 뜻깊었다"며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며 업계 전문가로 함께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중공업, 인도 스완 조선소와 ‘맞손’…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삼성중공업이 인도 조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에 속도를 낸다. 중국, 미국에 이어 인도 조선소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을 선점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스완(Swan Defence and Heavy Industries)' 조선소와 '조선·해양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협력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자사의 선진화된 선박 설계·구매·생산 관리(EPM)와 해양 프로젝트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스완 조선소에 제공하게 된다.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스완 조선소는 초대형 유조선(VLCC) 건조가 가능한 인도 최대 규모의 드라이 도크(662mⅹ65m)를 보유하고 있어 양사 간 높은 시너지가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MOU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생산 교두보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인도는 급증하는 해상 물동량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핵심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 이번 인도 진출은 삼성중공업이 추진해 온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 중국 '팍스오션', 올해 8월 미국 '비거마린 그룹'과 사업 협력 관계를 맺는 등 전 세계적으로 생산 및 영업망을 확대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남궁금성 삼성중공업 생산지원본부장(부사장)은 “기술과 시장이 결합한 이번 협력은 양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최고의 협력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미래 신성장 기회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핀 쿠마 삭세나 스완 조선소 CEO 역시 “글로벌 기업인 삼성중공업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해양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앞두고 ‘동행’…보육원서 함께 구슬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결합을 앞두고 연합 봉사활동을 펼치며 사회적 가치 실현에 한목소리를 냈다. 양사 임직원들은 지역 보육원을 찾아 노후 시설을 보수하는 등 주거 환경 개선에 힘을 보태며 통합 이후 시너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29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지난 2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지온보육원에서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활동에는 양사 임직원 20여 명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노후화된 벽지를 제거하고 벽면을 다듬는 샌딩 및 도장 작업을 진행했고 아동들의 안전을 위해 계단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시설 곳곳에 온정의 손길을 더했다. 대한항공의 '희망의 집 짓기' 활동은 국제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와 함께하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2001년 건축비 지원을 시작으로 2004년부터는 임직원들이 직접 봉사에 참여해왔으며, 지난 22년간 전국 각지에 총 19채의 '희망의 집'을 세우는 데 기여했다. 특히 이번 봉사활동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양사가 함께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양사는 지난 7월 목소리 기부로 오디오북을 제작한 'KE-OZ STUDIO' 활동을 시작으로, 8월에는 업사이클링 파우치를 제작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꾸준히 공동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역 아동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사가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진-네이버, ‘N배송’으로 물류 동맹 강화…이커머스 배송 경쟁력 선점

㈜한진이 네이버와 손잡고 당일·일요배송 등 특화 배송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며 급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양사는 기존의 도착 보장 서비스를 'N배송'으로 개편하고 판매자 전용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협력 범위를 넓혀 배송 품질 경쟁에서 차별화된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9일 ㈜한진은 네이버와의 물류 동맹을 강화하고, 'N배송' 서비스 참여를 통해 당일·일요 배송 등 특화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 강화의 핵심은 2025년부터 기존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를 개편한 'N배송'이다. N배송은 내일 배송 보장을 넘어 오늘 배송이나 일요 배송 등으로 서비스 선택지를 넓힌 것이 특징으로, ㈜한진은 전국 단위의 물류망을 활용해 고도화된 배송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양사는 또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한진의 물류 인프라를 직접 이용할 수 있는 'N 판매자 배송'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를 통해 판매자는 상품을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 물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한진은 2022년 12월부터 네이버 풀필먼트 동맹(NFA)의 핵심 파트너사로 '네이버 도착 보장' 서비스를 수행해왔다. 200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배송 품질'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양사는 이번 협력 확대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네이버와의 협력은 단순한 물류 제공을 넘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속하고 안정적인 배송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앞으로도 네이버와 함께 물류 혁신을 이어가며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스타항공, 내달 12일까지 부산 거점 경력직 승무원 채용

이스타항공은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경력직 객실 승무원을 채용한다고 29일 밝혔다. 이스타항공의 부산발 운항편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부산 거점 채용은 지난 8월 진행한 신입 승무원 공채에 이어 두 번째다. 전형은 서류 평가→체력 시험→통합 면접→채용 검진 순이며 특히 체력 시험에서는 오래 달리기와 배근력 측정, 데시벨 측정 등을 통해 기내 비상 상황에서 필요한 기초 체력을 평가한다. 지원 자격은 △객실 승무원 근무 기간 2년 이상인 자 △교정 시력 1.0 이상인 자 △병역필 또는 면제자 △초대졸 이상인 자 △해외 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에 한하며, 영어·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 등 외국어 능력 우수자는 우대한다. 서류는 9월 29일 오후 2시부터 10월 12일까지 이스타항공 채용 사이트에서 접수할 수 있으며, 최종 합격한 객실 승무원은 11월 중 입사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부산발 노선이 확대되면서 승무원들의 피로도 관리와 인력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거점 승무원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부산발 김포·구마모토·타이베이·치앙마이·오키나와·푸꾸옥·알마티 노선을 보유하고 있고, 10월 26일부터 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 노선에 취항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美관세·中 기술 도전 ‘압박’ 속 K-가전 ‘초격차만이 살 길’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발동한 수입 세탁기에 대한 긴급 수입 제한 조치(세이프 가드)는 K-세탁기에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이 조치로 미국 내 세탁기 가격은 약 12%, 대당 86~92달러가량 인상됐다. 이러한 관세 장벽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LG전자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각각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공장 건설이 아니라, 관세 대상인 '수입업자'에서 현지 '생산자'이자 '고용주'로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이었다. LG전자는 현지 수요 급증에 대응해 인기 모델인 '워시 타워' 생산 라인을 테네시 공장에 증설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현지 생산은 완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관세 문제를 해결했지만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협의 형태가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전환됐다. AI DD모터나 반도체 같은 핵심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 관세의 타겟이 완제품이 아닌 부품으로 전환될 경우 새로운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내 노동 시장의 변화·물류 시스템의 문제·각종 규제 환경 등 현지 운영에 따르는 복잡성에 직접적으로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자 보호 무역주의 기조가 다시 강화됐고, 예상대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장기적인 투자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가전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은 과거의 저가 공세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이들은 수십 년이 걸리는 브랜드 구축 과정을 M&A를 통해 단숨에 뛰어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얼의 GE 가전 부문 인수다. 하이얼은 54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해 GE 가전 부문을 인수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유통망·생산 기지까지 한번에 확보하며 북미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메이디가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부를 인수한 것 역시 동일한 맥락의 전략이다. 이러한 대규모 M&A는 포화 상태에 이른 자국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려야만 하는 중국 기업들의 절박함이 반영된 필연적 선택이었다. 인수한 브랜드와 축적된 기술력을 무기로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이디는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4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해 이를 글로벌 사업 확장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이얼은 유럽 시장에서 정교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캔디(Candy)·후버(Hoover) 등 현지 브랜드를 인수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유럽의 에너지 위기 상황에 맞춰 스마트 그리드와 연동해 전기 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자동으로 작동하는 세탁기를 출시하는 등 현지 소비자의 요구에 철저히 부응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현지 시장에 깊숙이 뿌리내리려는 장기적 포석이다. 이제 '중국산은 저렴하다'는 인식은 위험한 착각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R&D에 쏟아붓고 있다. 매년 8만 명 이상의 이공계 박사가 배출되고, 전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력 중 47%가 중국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들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과거 기술 모방에 그쳤던 하이얼과 메이디는 이제 독자적인 드럼 세탁기 R&D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의 기술적 성장은 TV 시장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TCL·하이센스 같은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군인 미니 LED TV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며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데 이는 세탁기 시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 명백한 선례다. 그럼에도 여전히 K-세탁기의 기술적 우위를 현재진행형이다. 2024년 컨슈머리포트 평가 결과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LG전자는 드럼·통돌이·교반식 세탁기 등 3대 핵심 부문에서 1~3위를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컨슈머리포트는 “LG 세탁기는 뛰어난 세탁 성능, 물·에너지 효율성을 일관되게 제공하며 우리 평가를 지배하고 있다"고 극찬하며 이는 일시적인 성과가 아닌 누적된 기술력의 결과임을 시사했다. 더 나아가, 상위권에 오른 LG 제품들은 모두 '그린 초이스(Green Choice)'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물과 에너지 사용 효율이 특히 뛰어난 친환경 제품에만 부여되는 것으로, 환경 규제와 비용에 민감한 선진 시장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 역시 교반식 모델 등 특정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며 한국 기업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함께 증명했다. 지난 10여년 간 기술 혁신과 품질 경영으로 쌓아 올린 K-세탁기의 리더십은 지금 가장 복합적인 시험대에 올라 있다. 기술력으로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도전, 예측 불가능한 보호무역주의의 파고, 그리고 유럽처럼 각기 다른 해법을 요구하는 시장의 다변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미래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프리미엄화·AI 고도화 △초현지화(Hyper-localization) △지정학적 회복 탄력성 구축과 같은 전략적 기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공장에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승리하던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글로벌 세탁기 시장의 미래는 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지정학·문화적 통찰력·전략적 선견지명을 갖춘 기업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K-세탁기는 첫 번째 영역에서 이미 세계 최고임을 증명했지만 지속적인 지배력 유지 여부는 나머지 영역을 어떻게 정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삼성·LG, AI·올인원 고도화로 ‘글로벌 리더십 구축’

글로벌 세탁기 시장을 향한 중국 가전업체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 'K-가전 자존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과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두 축으로 '테크 리더십' 수호에 나서고 있다. AI와 올인원 모두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8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사들은 최근 세탁기 제품 내 AI 기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선보인 '비스포크 AI 세탁기'는 'AI 맞춤세탁+' 기능을 탑재했다. 세탁물이 가진 특성과 패턴을 분석해 옷감을 구분하고, 소재에 맞춰 세탁부터 헹굼, 탈수까지 섬세하게 제어한다. 세탁 중에는 오염도에 따라 세제 양과 세탁 시간을 자동 조정한다. 또 기존 일반·섬세·타월류 3종에서 데님류·아웃도어류까지 총 5종으로 옷감 인식 범위를 넓혔다. 7인치 'AI 홈' 터치스크린을 통해 세탁 코스를 직관적으로 확인·제어할 수 있으며, 스마트싱스 앱과 연동해 'AI 절약 모드'를 설정하면 세탁 시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60% 줄일 수 있다. LG전자는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에 AI를 결합한 'AI 코어테크'를 자사 세탁기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대표기술인 'AI DD 모터'는 세탁물의 재질과 양을 분석해 6가지 드럼 모션 가운데 최적의 동작을 선택,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세탁력을 극대화한다. 양사는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출시한 '비스포크 AI 콤보'에서 쾌속 코스(3㎏ 기준) 건조 시간을 기존 대비 20분 줄여, 79분 만에 세탁부터 건조까지 마칠 수 있도록 개선했다. LG전자는 올해 초 '트루스팀'을 적용한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선보였다. 100℃의 물을 끓여 미세 스팀 입자를 만드는 기술로, 건조 과정에서 의류 살균 효과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올인원 제품군의 대중화를 주목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두지 않아도 돼 협소한 도심 주거 환경에 적합하며, 공간 효율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1~2인 가구에 특히 인기가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올인원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분리형이나 타워형 제품에 대한 선호가 강했지만 최근 올인원 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세탁물을 넣으면 건조까지 해결된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AI 고도화와 올인원 성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지키는 핵심 승부수로 삼고 있다. 그러나, 중국 세탁기 브랜드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 세탁기 시장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약 88조원)의 30%를 차지하는 셈이다. 하이얼·메이디를 비롯해 샤오미·TCL·하이센스 등은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무기로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중국 가전사의 트레이드마크인 '저가·가성비' 전략에서 탈피해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 진출, 최근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라인업까지 확대하는 등 한국 세탁기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다수의 중국 세탁기 제품에 도입한 음성 제어, 앱 연동 등이 기초적인 AI 기능에 머물러 있는 반면, 삼성·LG는 세탁물의 특성을 분석하고 에너지 절감을 구현하는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고도화된 AI 기술로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올인원 제품군의 성능 향상이 결합되며, 단순한 편의성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생활 패턴 전반을 변화시키는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과 LG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존재감 확대에 적극적이다. 최근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5에서 LG전자는 'AI 코어테크' 전시존을 운영해 호응을 얻었으며,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콤보'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AI 체험존 마련,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탁기 시장에서 최근 가장 큰 화두는 단연 'AI와 올인원'"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성능 강화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중국 업체와 확실한 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AI와 올인원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글로벌 세탁기 시장의 향후 판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이 몸집을 불려가는 가운데, 삼성·LG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글로벌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SK, 경주 APEC서 ‘국가 AI 생태계’ 글로벌 비전 공유

SK그룹이 오는 10월 하순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역량과 청사진을 세계와 나눈다. SK그룹은 10월 28일 경북 경주시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회의의 '최고경영자 서밋(CEO Summit)' 퓨처테크포럼 AI(Future Tech Forum AI'를 주관한다고 28일 밝혔다. 퓨처테크포럼은 APEC 정상회의와 함께 열리는 CEO 서밋의 공식 부대행사로 세계 산업을 이끄는 국내외 대표 기업 CEO와 정부 관계자, 학계 인사들이 참석한다. '국가 AI 생태계'를 주제로 설정한 이번 퓨처테크포럼 AI에서 SK는 구축한 반도체부터 에너지·서비스까지 가치창출형 AI 생태계 확장 경험을 공유하고, 글로벌 빅테크, 정부 관계자, 석학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AI 혁신 방안을 논의한다.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한국의 경험을 나누고 국내외 기업, 학계에 몸담고 있는 AI 전문가들이 APEC 회원국의 AI 전략과 산업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CEO 서밋 의장이기도 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마련을 위한 전략을 제안할 예정이다. 같은 날 경주엑스포대공원 야외특별관에서는 'K테크 쇼케이스'가 열린다. 한국 주요 기업의 미래 기술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SK엔무브 등의 AI 역량을 한데 모은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선보인다. 반도체와 냉각, 운영·보안 등 AI 인프라 전 영역에서의 SK그룹 역량이 소개돼 SK가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SK그룹은 경주 APEC의 퓨처테크포럼에 이어 오는 11월에 'SK AI 서밋 2025'를 연다. 올해 2회를 맞는 'SK AI 서밋'은 11월 3~4일 이틀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AI Now & Next'를 주제로 열린다. SK그룹과 국내외 대표 AI 기업들이 연합해 국내 스타트업, 학계와 AI 생태계 최신 동향, 혁신기술을 공유하는 가교의 장으로 구성된다. SK그룹 관계자는 “APEC을 계기로 국가 AI 생태계 전략을 세계와 나누고, SK가 반도체부터 에너지, 서비스 전 영역에서 다져온 가치 창출형 AI 생태계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국가 AI 생태계를 위한 SK의 노력, AI로 풍성해질 미래 산업 경쟁력을 함께 만나는 동행(同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석화업계, 30일 채권단 협약식 앞두고 ‘긴장’

정부로부터 '자율 구조조정' 통첩을 받은 석유화학업계가 오는 30일 열리는 정부 및 채권단과 협약식을 앞두고 개별기업 자구 노력과 석화산업 재편안의 내용과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석화기업들로선 개별 자구안과 사업 재편안을 조율해 피해를 줄이면서도 산업 회복을 위한 재무 개선을 요구하는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고, 정부와 채권단을 설득해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양측의 줄다리기가 길어져 정부가 자구안 마련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을 넘길 경우 구조조정의 주도권이 정부와 채권단에 안겨지는 걸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기업의 재무부담 완화에만 집착할 경우 위기에 빠진 석화산업의 재편 실효성을 놓칠 수도 있어 이래저래 이해타산을 따지는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재무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자구안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석유화학기업 채권단은 오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모여 산업구조 혁신 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식에 참여하고 석화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협약식에서 금융위와 채권단은 석화 기업들과 대주주가 성의 있는 자구책과 효과적인 사업 재편안을 내놔야 금융 지원을 해준다는 원칙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자구안 기준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석화기업들이 채권단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시황 부진으로 자구안 및 사업 재편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25일 발표한 '구조조정의 문턱에 선 석유화학산업, 공급과잉 시대의 생존전략' 자료에서 지난해 말 기준 석화기업 13곳의 단기성차입금 규모는 28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2022년 말보다 10조원가량 늘었다. 단기성차입금은 단기차입금에 유동성 장기차입금, 유동성 사채, 유동성 리스부채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채권단)이 석화기업들을 향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강조하며 깐깐한 심사를 예고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주요 은행들과 가진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석화기업들을 향해 “자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재편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석화업계 일각에서 정부의 '선(先) 자구 후(後) 지원' 방침에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권 부위원장은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하려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의 구체적인 원칙 제시도 석화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전체 과정 중 하나"라며 “석화기업 자구안에 대한 채권단의 요구사항이 나와야 현실성 여부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책과 사업 재편안을 요구받는 입장이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업 재편과 정부 지원이 시급한 석화기업들과 성의 있는 자구책을 요구하는 금융권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을 석화기업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석화기업들은 손실을 최소화하며 채권단에 자구 의지를 보여주고, 사업재편 기대 효과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의 선 자구 후 지원 방침에 석화기업들 사이에서 누가 먼저 신호탄을 쏠지 눈치작전이 벌어졌다.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생산 능력을 전체의 18~25%인 270만~370만톤만큼 줄이기로 한 목표를 석화기업들이 알아서 분담해야 해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사업 재편 방향을 확정하는 과정도 변수다. 손실 최소화와 재무 안정성 강화에 무게가 쏠리면 생산설비 통폐합의 실질적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석화사-정유사 간 합작회사(JV) 설립으로 에틸렌 등 석화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원유 정제 설비와 NCC를 통폐합하는 구조조정 방안이 대표적이다. 원유 수입·정제부터 석화 소재 생산에 이르는 공정을 하나의 기업 안에 마련하는 '수직 계열화'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생산 수직 계열화를 목적으로 JV를 설립한다고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JV를 통한 수직 계열화 효과를 어떻게 낼지까지 면밀히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설비가 조금씩 다른 데다 위치도 떨어져 있는 공장을 하나의 JV로 통합한다고 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석화 산업 수직 계열화의 대표적인 사례인 에쓰오일 울산 샤힌 프로젝트는 생산설비 설계·조성 단계부터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샤힌 프로젝트는 정유와 석화 소재 생산을 통합해 '공정상 이득'을 얻는 데 의미가 있다"며 “서로 다른 곳의 시설에 설치된 공정을 수직 계열화하면 실질적으로 공정상 통합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금융권에서 석화기업들의 자구책과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할 때 경영상 효율화만을 보기보다는 정유-석화 JV 설립 이후 기술 통합 시너지와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까지 기술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권이 석화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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