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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내달부터 최신 챗GPT-5 도입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는 오는 10월부터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오픈AI 챗GPT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는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인공지능(AI) 캠퍼스에서 개발자대회 '이프 카카오 25 콘퍼런스'를 열고, 카카오톡 채팅 탭에서 챗GPT 최신모델 도입 등 하반기에 선보일 카카오톡 개편 등 주요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카카오톡에 선보일 챗GPT 모델 버전은 GPT-5로, 카카오톡 이용자라면 누구나 채팅탭 상단의 챗GPT를 눌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으며 챗GPT로 주고받은 대화와 생성된 콘텐츠를 대화방에 공유할 수 있다. 또, '카카오 에이전트'를 통해 선물하기, 카카오맵, 예약하기, 멜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가능성, 일상이 되다'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이프 카카오 25 콘퍼런스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번 개편은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카카오의 전략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5년만의 대대적 개편으로 평가받는 이번 성과 공개에서 카카오는 목적형 메신저에서 탐색형 서비스로 진화하는 카카오톡 개편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카카오는 카카오톡 전용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카나나는 이용자의 대화 상황을 스스로 이해해 별도의 지시가 없어도 이용자에게 카톡을 보낸 일정을 관리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안내한다. 이밖에 예약 및 상품 추천까지 지원한다. 특히, 카나나는 보이스톡 녹음 및 요약 기능도 제공한다. 보이스톡으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카나나가 대화 내용을 요약해준다. 또 '안 읽은 채팅방'의 대화를 카나나가 요약해주는 기능도 포함됐다. AI 서비스는 10월 중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편, 카카오톡 서비스도 15년 만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불편 사항을 해소했다"고 전했다. 먼저 '채팅탭'은 '채팅방 폴더' 기능을 도입해 이용자가 직접 설정한 카테고리별로 채팅방을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8월 '메시지 삭제' 기능 개선에 더해 '메시지 수정' 기능도 추가된다. 채팅탭 내 '안읽음' 폴더에서 채팅방을 아래로 살짝 당겨 아직 읽지 않은 메시지를 볼 수 있는 기능과 읽지 않은 채팅방 메시지를 카나나가 요약해 주는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새롭게 개편된 '지금탭'으로 '숏폼'은 다양한 영상을 스크롤해 보며 친구에게 바로 공유할 수 있고, 채팅방에서 친구와 함께 영상을 보며 소통할 수 있다. '오픈채팅'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오픈채팅 커뮤니티'는 개별 채팅방에 입장하지 않아도 화제성 있는 대화들을 피드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친구탭도 친구의 프로필을 일일이 눌러보지 않아도 프로필 변경 내역, 게시물을 타임라인 형태로 확인할 수 있고,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도 강화돼 사용자가 직접 프로필 내 게시물의 공개 범위, 댓글 허용 여부 등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친구의 소식을 보지 않길 원할 경우에는 친구 숨김 설정도 가능하다. 카카오는 채팅방 폴더를 비롯해 메시지 수정, 보이스톡 통화 녹음 및 AI 요약, 지금탭, 친구탭 등 카카오톡의 신규 기능 업데이트(v25.8.0)는 23일 오후부터 이용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세탁기, 중국제가 최고”…대륙의 이유 있는 ‘애국소비’

“수입 제품이 우리 것보다 좋지 않냐고요? 아닙니다. 중국 제품의 가성비가 훨씬 좋습니다." 지난 8월 4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중국 가전제품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베이징 시내의 현장 곳곳을 찾았다. '애국 소비' 열풍에 힘입어 자국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그 이유'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현장에서 만난 하이센스(Hisense) 직원의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는 이번 취재의 목적을 관통하는 답변과도 같았다. 중국의 애국 소비는 맹목적인 국산품 사랑이 아닌, 치밀한 현지화 전략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제품 경쟁력'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다. 매장 곳곳에서 확인한 중국 가전의 현주소는 한국 기업들이 더 이상 '프리미엄'이라는 이름만으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치열한 격전의 현장이었다. 베이징의 한 대형 가전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하이센스의 '3-in-1' 세탁기였다. 상단에 1kg 용량의 소형 드럼 세탁기 두 대와 하단에 13kg 용량의 대형 드럼 세탁기 한 대가 결합된, 마치 로봇처럼 생긴 독특한 형태였다. 하이센스 매장 직원은 “이 세탁기는 동시에 세 부분을 구동할 수 있다"고 설명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속옷, 아기 옷, 양말 등 소량의 빨랫감을 상단에서 각각 분리 세탁함과 동시에 하단에서는 이불이나 많은 양의 옷을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어서다. 한 번에 최대 15kg의 세탁물을 용도에 맞게 나눠 빨 수 있는 것이다. 이 제품은 최근 중국 사회의 변화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해당 직원은 “요즘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는 1~2인 가구가 급격히 늘었다"며 “이들은 빨래를 모아뒀다 한 번에 하기보다 소량이라도 자주, 그리고 분리해서 세탁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 세탁기 하나면 여러 대의 세탁기를 놓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공간 효율성도 높다. 단순히 물리적인 결합에 그치지 않았다. 기술력 또한 인상적이었다. 세탁물의 무게와 종류를 감지하는 AI 기능이 탑재돼 물의 양, 세제 투입, 세탁 시간 등을 알아서 최적화한다. 이 직원은 “수천만 가지의 옷감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옷의 재질을 식별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세탁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실크 같은 섬세한 옷감은 스팀으로 부드럽게 관리해주는 식이다. 세탁 성능을 나타내는 객관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그는 “세탁 후 얼마나 깨끗한지를 나타내는 국가 표준 세척도 수치가 있는데, 이 제품은 1.33에 달한다"며 “보통 다른 브랜드 제품은 1.15 수준에 머문다"고 자신했다. 여기에 하이센스의 자체 스마트홈 앱인 '아이자(愛家)'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세탁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제어하는 사물 인터넷(IoT) 기능까지 갖췄다. 모터는 무려 12년, 기기 전체는 3년간 품질을 보증한다는 조건은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큰 세탁기와 냉장고를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한국 가서 정말 놀랐어요." 현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자신이 중국 집에서 8kg짜리 LG 세탁기를 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매장을 둘러보는 내내 20kg가 넘는 대용량 세탁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8~10kg, 커봐야 13kg 용량의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이는 중국의 세탁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많은 가정이 두꺼운 이불까지 집에서 세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중국의 상황은 달랐다. 현지 직원과 통역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솜이불을 많이 사용해왔고 이는 물세탁 대신 털어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아예 전문 세탁소에 맡기거나 집 근처 코인 빨래방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집안에 거대한 세탁기를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한국 가전 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력으로 미는 25kg짜리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을 중국에 그대로 가져와서 팔아봤자 그 필요성을 못 느끼는 현지 소비자들에게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현지 수요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집하는 전략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지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오프라인 백색 가전 매장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도 시장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중국 가전 시장은 하이얼(Haier)이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여러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였다. 한 매장 직원은 “전 세계 판매량으로 보면 하이얼이 단연 1위"라고 단언했다. 하이얼의 가장 큰 무기는 '가성비'와 '품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장이 적고, 문제가 생겨도 AS가 편리하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하이얼이 단순히 가성비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이얼은 '카사디(Casarte)'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하며 고급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그는 “동일한 사양의 제품이라도 카사디 브랜드로 출시되면 디자인과 스크린 등에서 차별화를 둬 2000위안(한화 약 37만 원)가량 더 비싸다"고 전했다. 이는 삼성의 '비스포크 인피니트'나 LG의 '시그니처'처럼, 대중적인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이원화 해 시장을 공략하는 고도화된 전략이다. 여기에 샤오티엔어(小天鹅, Little Swan)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중견 브랜드와 샤오미(Xiaomi)처럼 IoT 생태계를 앞세워 가전 시장에 뛰어든 신흥 강자까지 가세해 시장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샤오미는 세탁기뿐만 아니라 스마트 건조대까지 선보이며 집안의 모든 가전을 하나로 연결하는 스마트홈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제품들과는 별개로 오프라인 매장의 분위기는 다소 침체돼 있었다. 특히 시내의 한 '궈메이(Gome)' 매장은 불 꺼진 공간이 많고 먼지가 쌓여 있어 마치 창고를 방불케 했다. 이는 중국 역시 온라인으로 소비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불황 속에서도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강력해 보였다. '이구환신(以旧换新)'이라 불리는 당국의 가전 교체 보조금 정책이 대표적이다. 헌 제품을 반납하면 새 제품을 살 때 일정 금액을 보조해주는 이 정책은 소비자들의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내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자국 브랜드의 성장에 든든한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4박 5일 간의 짧은 취재였지만 중국 가전 시장의 저력과 잠재력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애국 소비'라는 말 뒤에는 자국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꿰뚫는 치밀한 현지화, 글로벌 브랜드를 위협하는 기술력, 그리고 시장을 세분화해 공략하는 노련한 브랜드 전략이 숨어 있었다.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는 값싼 제품의 대명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한국 기업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강력한 경쟁자의 이름이 됐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가전 거인’ 부상 중국, 글로벌 리더십 뽐낸다

하이얼·메이디·하이센스·TCL 등 중국 가전 기업들이 전세계 세탁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와 LG전자 상품성을 따라오지는 못했지만 물량과 자본을 앞세운 공세가 꽤나 매섭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도시바 가전사업부를 흡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중국 세탁기의 글로벌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한국 가전기업의 '캐시카우'인 세탁기 분야에서 중국산의 약진 배경을 찾고 대응 방법을 찾는 차원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일본에서 한·중 세탁기 진출상과 현지기업들의 방어 움직임도 소개한다. [베이징(중국)=김윤호 기자] 글로벌 가전 시장의 구도가 바뀌고 있다. 한때 '값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 세계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가전업체들이 이제는 기술 중심 기업으로 변신해 삼성·LG로 대표되는 한국가전 기업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특히 세탁기 분야에서 하이얼·메이디를 필두로 샤오미·TCL·하이센스 등 '메이드인 차이나 빅5'는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정책 지원을 무기로 글로벌 리더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 세탁기 시장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글로벌 시장(88조원)의 약 30%를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의 세탁기 생산량은 1억1737만대로, 이 가운데 4297만대(36.6%)가 내수 판매로 소화됐다. 이는 전년(2023년) 대비 7.3% 증가한 수치로, 소매액 기준으로는 약 20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압도적인 내수 기반은 중국 기업들에 안정적 수익원이자 원가 경쟁력을 키우는 훈련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정책도 차이나 가전 브랜드의 성장에 가속도를 붙인다. 소비진작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을 통해 노후 가전을 친환경·스마트 제품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내수 확대와 기술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유도하고 있다. 베이징의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은 소비자들에게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반 프리미엄 제품을 사도록 유도해 기업들의 연구개발(R&D)과 대량생산을 뒷받침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트렌드가 더해지며 중국 브랜드에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궈차오 열풍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며 내수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축적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든든한 내수 기반을 토대로 중국 가전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각편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삼각편대 공세는 △M&A를 통한 프리미엄 진입 △가성비·신흥국 집중 공략 △럭셔리 브랜드 창출 등을 말한다. 하이얼은 뉴질랜드 피셔앤페이클(2012), 미국 GE 가전(2016), 이탈리아 캔디(2019) 등을 인수하며 현지 유통망과 브랜드 신뢰를 확보했다. 이후 '산이냐오'라는 IoT 플랫폼을 이식,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사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전략을 전개 중이다. 샤오미·TCL·하이센스는 '신흥국 맞춤형' 전략을 강화했다. 샤오미는 AIoT(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술) 생태계와 연동되는 가성비 세탁기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에서 세를 넓혔고, TCL·하이센스는 대용량·에너지 효율 제품으로 중동·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하이얼과 메이디가 각각 '카사르테', '콜모'라는 럭셔리 브랜드를 선보였다. 카사르테는 지난해 매출이 20% 크게 신장하며 프리미엄 시장 입지를, 콜모는 AI 통합·혁신 디자인을 앞세워 글로벌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중국 가전이 이제 단순 제조를 넘어 브랜드를 '창조'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메이드인 차이나 가전의 공세에 맞서 한국 가전기업들은 상반된 전략으로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생태계를 축으로 '프리미엄 리더십'를 확대하고 있다. AI 세탁 최적화, 음성 제어 등 차별화 기술을 통해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보다 유연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 중국 스카이워스와 합작개발생산(JDM)을 도입해 유럽 중가 시장을 겨냥한 세탁기를 공동생산해 LG 브랜드로 판매한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하기 위한 외형 확장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결국, 차이나 세탁기의 위협에 삼성은 '정공법'을, LG는 '볼륨존 확대'라는 서로 다른 생존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중국 세탁기 산업의 부상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정책·기술·브랜드·소비문화가 맞물린 입체적 도전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가전기업들은 프리미엄 초격차를 지키면서 동시에 중저가 시장 압박을 방어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가전의 속도를 과소평가할 경우 프리미엄 시장마저 내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AI 혁신 강화,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확장, 브랜드 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삼성과 LG의 대응은 단순한 개별기업의 시장 방어 차원을 넘어 K-가전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와 국가산업 생존 전략과 직결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기, 서울대와 ‘첨단소재 산학협력센터’ 설립

삼성전기가 MLCC 제품·기술 경쟁력 제고 및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서울대학교와 손잡고 '첨단소재 산학협력센터'를 설립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기와 서울대는 소재·부품 분야와 인공지능(AI) 공정 등 제품개발의 전 영역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산학센터인 '첨단소재 산학협력센터'를 신설하는데 합의하고 MOU를 체결했다. 지난 22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최재열 컴포넌트사업부장 부사장, 주혁 중앙연구소장 부사장, 김영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심병효 교무부학장, 김성재 대외협력위원장, 이명규 재료공학부 학부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기와 서울대는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첨단소재 산학협력센터에서 향후 5년간 소재·부품 및 AI를 활용한 공정 등에 대한 산학협력 연구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는 서울대 10여명의 교수가 참여한다. 연구과제는 MLCC 제품 재료·공정 연구 및 메커니즘 해석 기반의 원천기술 확보로 이뤄져 있다. 또한, 과제에 참여하는 석·박사급 연구원을 대상으로 우수 인재 양성 및 확보를 위한 채용 연계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소재·부품 산업의 기술경쟁이 갈수록 첨예해지면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 서울대학교와의 협약은 삼성전기의 기술 경쟁력은 물론, 한국 소재·부품 산업의 뿌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은 “이번 MOU를 통해 첨단 소재·부품 산업 발전에 서울대가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특히 이러한 블록펀딩 형태의 산학협력은 대학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연구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협력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자 ‘버라이즌 6G 혁신 포럼’ 참여…6G 기술 미래 선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6G 기술의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컨소시엄인 '버라이즌 6G 혁신 포럼'에 참여한다고 23일 밝혔다. 컨소시엄은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주도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메타, 에릭슨, 노키아, 퀄컴 등 정보기술(IT)·통신 기술 분야의 주요 기업들이 참여한다. 참여 기업들은 새로운 사용 사례, 디바이스, 네트워크 기술 설계 등 6G 생태계 구축과 상용화를 목표로 협력한다. 이를 위해 △신규 스펙트럼 대역 발굴 및 대역폭 테스트 △3GPP등 글로벌 표준 기구와의 협력 강화 △6G 연구소 설립을 통한 시제품 개발 및 필드 테스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발굴하고 관련 통신 기술 개발 등 6G 시대를 위한 연구를 적극 진행할 계획이다. 정진국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부사장)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미래 무선을 이끌 AI와 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검증하고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6G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장]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자동차 전시장 아닌 ‘놀이터’로 탈바꿈

현대자동차가 서울 강남 압구정에서 운영하고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을 일종의 자동차 놀이터로 탈바꿈시켰다. 현대차는 23일 모터스튜디오 서울을 전면 리뉴얼하고 새로 문을 열었다. 리뉴얼은 지난 2014년 개관 이후 10년 만의 전면적 변화로, 단순한 신차 전시장이 아니라 자동차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즐기는 '자동차 놀이터'의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다. 재단장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쇠파이프와 강판으로 꾸며진 조형물이다. 안내를 맡은 모터스튜디오 관계자는 조형물이 “쇳물에서 자동차로, 다시 자동차에서 볼트와 철로 순환하는 현대차의 자원순환 철학을 상징한다"며 “2만개의 부품이 모여 자동차를 완성하듯 작은 디테일까지 장인 정신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체 5층 규모 가운데 1·2층은 일본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기업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과 협업해 만든 '오토 라이브러리'로 꾸며졌다. 이 곳은 단순한 서적 공간이 아닌 자동차와 관련된 2500여 권의 책과 500여 개의 아이템을 큐레이션해 자동차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빈티지 컬렉션'에는 포니 엠블럼, 옛 택시 미터기, 미쉐린 캐릭터 '비벤덤', 페라리와 피닌파리나 로고, 포르쉐 917 미니카 등 마니아라면 눈을 떼기 어려운 희귀 아이템들이 전시돼 있다. 일부 아이템은 구매도 가능하다. 현장에서 안내자는 “실제 수집가와 직접 접촉해 모은 유일무이한 제품들"이라며 포니 엠블럼과 스쿠프 엔진의 의미를 차분히 풀어냈다. 자동차 헤리티지뿐만 아니라 캠핑·여행·아트북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확장해, 자동차가 일상과 문화 속에서 어떤 상상력을 자극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3층은 고성능 브랜드 N의 전용 공간이다. 전시 차량 가운데 'RN24 롤링랩'은 WRC(월드랠리챔피언십) 기술과 전기차가 결합했을 때 어떤 주행감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콘셉트 모델이다. 안내자는 “아이오닉 5보다 휠베이스는 짧고 무게는 320kg 가벼워, 극적인 드라이빙을 선사한다"며 “핸드브레이크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 드리프트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옆 공간에는 유명 드리프트 드라이버가 참여해 개발한 '아이오닉 5 N DK 에디션'이 전시돼 있다. 초록색 포인트 컬러가 적용된 이 차량은 50대 한정 생산됐으며 이미 사전 예약이 마감됐다. N 브랜드의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에서는 아반떼 N의 엔진음과 아이오닉 6 N의 전기차 전용 사운드를 들어볼 수 있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4층은 아이오닉 브랜드 전시관이다. 특히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다이캐스트월'에는 아이오닉 전 모델의 108가지 색상 미니어처가 전시돼 있다. 실제 차량 내·외장 컬러를 그대로 재현해, 차량 구매 예정자들이 색상을 직접 비교·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안내자는 “정밀하게 제작된 다이캐스트 내부에는 실내 컬러까지 반영돼 실제 차량 느낌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상층은 새로 도입된 '현대 모터스튜디오 멤버십' 전용 공간이다. HMS 클럽 라운지에는 신차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 전시, 코워킹 스페이스, 프랑스 명품 출판사 협업 서적 등 멤버 전용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멤버십 가입 고객은 자동차 관련 모임, 시승 프로그램, 네트워킹 행사 등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자동차 문화를 한 공간에 담아냈다. 포니에서 아이오닉까지 이어지는 헤리티지, 레이싱과 시뮬레이터로 체험하는 퍼포먼스, 캠핑·아트북으로 확장되는 라이프스타일이 층별로 펼쳐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자동차 문화를 함께 완성해 가는 놀이터이자 브랜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LG화학, ‘365일 가동’ 로봇 자동화 실험실 구축

LG화학이 국내 화학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갖춰 연구자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여건을 마련했다. LG화학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분석연구소에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구축했다고 22일 밝혔다. 분석연구소는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정밀 분석해 LG화학의 차세대 배터리 소재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번 로봇 자동화 실험실 도입으로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고온, 고농도 산 처리 등 위험하고 반복적인 분석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안전과 분석효율이 동시에 향상됐다. 담당자가 분석 시료를 보관함에 넣으면 로봇이 출고부터 시료 전 처리, 분석, 시료 폐기까지 한 번에 수행한다. 분석 데이터가 시스템에 자동으로 입력돼 고객 요청에 매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365일 실험이 가능한 연구 환경이 조성된다. 기존에는 연구원들이 근무 시간에 맞춰 실험 준비와 진행에 직접 투입됐지만, 연구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실험 진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연구원들은 신규 분석법 개발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여건을 확보했다. LG화학은 이번 도입을 시작으로 서울 마곡지구에 위치한 연구개발(R&D) 캠퍼스에도 분석 자동화 실험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분석 데이터 해석까지 연계한 인공지능 전환(AX) 융합 자동화 실험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화학 소재 연구개발(R&D) 과정에도 AI를 도입해 효율성과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LG그룹 계열사들이 자체 AI 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 AX를 진행 중인 가운데 LG화학도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토대로 AX에 속도를 낸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신약 개발에 이어 화학 소재 연구개발(R&D) 분야로 AI를 이용한 연구 범위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구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은 “분석 자동화는 단순 업무 효율화를 넘어 연구원들이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이를 통해 차세대 소재 경쟁력을 선도하고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개인정보 9천만건 털렸다…국민도 기업도 ‘해킹 포비아’

국내 산업·금융권 전반에 '해킹 포비아(공포증)'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기업의 사이버 정보 침해 신고 건수가 3배 급증하고 개인정보는 8854만건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스24, SK텔레콤, KT, 롯데카트 등 사태가 여전히 진행형이란 점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 커지고 있다. 기업 및 정부는 재발방지에 고심하고 있다. 22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기업의 정보침해 신고 건수는 총 6447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640건이었던 사이버 정보침해 신고 건수는 지난해 1887건으로 약 3배 많아졌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도 이미 1501건 접수된 상황이다. 기업들이 속수무책 당하며 정보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 이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는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개인정보 유출로 확인돼 가해진 당국의 행정처분 건수는 총 451건이었다. 이 가운데 해킹이 원인인 경우가 197건, 업무 과실 등 기타 사유가 254건이었다. 해당 기간 유출된 개인정보 건수는 무려 8854만여건에 달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KISA 자료에서도 2020년부터 이달 14일까지 접수된 기업의 사이버 침해 신고 건수가 7198건이라고 전날 밝혔다. 이는 금융위원회 소관 금융사 해킹까지 포함된 수치다. 유형별로는 '시스템 해킹'이 4354건(60.5%)으로 가장 많았다. '악성코드 감염·유포'(1502건, 20.9%)와 '디도스 공격'(1342건, 18.6%)이 뒤를 이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같은 KISA로부터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일어난 사이버 침해 6447건 중 중소기업 피해가 5286건으로 전체의 약 8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 의원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달리 보안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라 해킹 등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피해 심각성과 함께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이나 국가 연구기관이 사이버 공격 타깃이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21년 20건이던 대기업 사이버 침해 신고 건수는 지난해 56건으로 뛰었다. 올해는 1~8월에만 53건이 접수돼 첨단산업 해킹 노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정헌 의원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이 지난 10년간 2700여건의 해킹 공격에 노출됐다고 최근 밝혔다. 기업 정보보호망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잇따르자 정부 당국의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위반 시 전체 매출액의 3% 이내 과징금이나 5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실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처분은 과징금 125건(약 877억원), 과태료 405건(약 249억원)에 불과했다. 황정아 의원은 “고의적 은폐나 축소가 드러난 경우 징벌적 제재를 가해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침해 대응에 지원을 늘려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사이버 침해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신사 및 금융사 해킹 사고 관련 긴급 현안점검회의'에서 최근 잇단 기업 해킹 사태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정보들이 다 털렸다고 볼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는 유사한 해킹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보보호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겠다"면서 “기업의 신고가 있어야만 조사가 가능했던 기존 제도를 직권 조사 체계로 바꾸고, 보안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도 한층 강화해 책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K-철강, 저탄소 철강재 생산거점 ‘호주 낙점’

국내 철강업계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친환경 수소(그린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DRI)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호주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철광석과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가 풍부해 저탄소 철강재를 생산하기 유리해 저탄소 철강 산업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소 생산 경제성 확보라는 장벽이 아직 높지만 K-철강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 투자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달 호주 블루스코프, 일본제철, 인도 JSW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리버티스틸 소유 와얄라 제철소 인수에 관한 사업성 검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남호주 주정부에 와얄라 제철소 인수에 관한 법적 구속력 없는 예비적 의향서를 냈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월 말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와얄라 제철소 자체는 120만톤 봉형강 위주로 생산해 (인수 시) 직접적인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자체 광산을 가지고 있으며, 풍부한 남호주 재생에너지를 연계하면 중장기적으로 저탄소 원료, DRI, 열간성형철(HBI) 확보에 도움될 것이라 판단해 가능성에 관심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와얄라제철소 인수를 검토하기 전인 지난 2023년 서호주 포트 헤들랜드 지역에 철강사업 법인 '포트 헤들랜드 아이언'을 세운 바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그룹도 호주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저탄소 기반 현지 생산을 검토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로 두 회사마다 셈법이 다르다는 평가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호주철강협회(ISA)의 호주 철강지속가능성(SSA) 인증을 국내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받았다. 반면, 동국제강그룹은 동국씨엠의 고급 컬러강판 판매가 늘어난 호주를 새 거점으로 정하고 멜버른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처럼 국내 철강사들이 호주 철강시장에 관심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수소환원제철로 넘어가는 교두보로 꼽히는 DRI가 자리잡고 있다. DRI는 석탄으로 만들어진 환원제(코크스) 없이 수소나 천연가스 같은 기체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공정이다. DRI를 고온에서 압축하면 HBI가 된다. 호주는 풍부한 철광석을 보유한 데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수소(그린수소) 생산에 유리한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는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36%를 차지한다. 영토가 넓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용이하다. 이에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경쟁력이 우수한 천연가스 DRI와 달리, 그린수소를 이용한 DRI는 호주에서 경제성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단법인 넥스트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 수입하는 수소 DRI의 예상 단가가 톤(t)당 574달러로 중동보다 45달러 낮을 것으로 추정됐다. 호주 정부도 DRI 기반 철강산업 탄소 저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6월 호주 재생에너지청은 서호주 퀴나나 시에 호주 최대 규모의 제철소 전기 용광로 플랜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1980만 호주달러(AUD)를 투자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대표적이다. 물론 수소DRI를 상용화하기까지는 경제성 난관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수소 자원을 생산, 운반하는 문제가 먼저 꼽힌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로 바꾸는 수전해 설비가 아직 비싼 데다 액화수소 또는 암모니아로 변환해 운송하는 과정이 아직은 까다롭다. 호주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단가가 하락했지만, 추가로 낮춰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현대차그룹, 협력사 납품대금 2조228억원 조기 지급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석 명절을 앞둔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규모 납품대금 조기 지급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추석을 앞둔 협력사들의 경영 안정을 돕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납품대금 2조228억원을 당초 지급일보다 최대 20일 앞당겨 지급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 납품대금 조기 지급은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건설·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현대트랜시스·현대위아·현대오토에버 등 현대차그룹 소속 주요 그룹사와 부품 및 원자재, 소모품 등을 거래하는 6천여 개 협력사가 대상이다. 이번 납품대금 조기 지급은 직원 상여금 등 각종 임금과 원부자재 대금 등 추석 명절 기간 일시적으로 집중되는 협력사들의 자금 운용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도 2·3차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하도록 권고해 선순환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재정 관리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고,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는 등 조기 지급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설, 추석 명절 전 협력사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납품대금을 선지급해왔으며,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도 각 2조3843억원, 2조446억원의 대금을 조기 지급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외 통상 환경 변화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자금 수요가 많은 명절을 맞아 협력사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키로 했다"며 “협력사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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