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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신문은 지난 2월 6일 및 7일 산업면에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하림지주 및 팬오션㈜는 “하림지주는 소유한 팬오션의 자산을 활용하여 자금을 확보한 것 뿐이며, 하림지주의 교환사채 발행은 하림지주의 재무 부담과 팬오션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다. 또한, 팬오션은 NS쇼핑과 달리 해운업 관련 자회사만을 두고 있으며, 지주사나 자회사에 무리한 자금 지원을 하고 있지도 않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광고요금제로 활로 찾는 OTT…기술 고도화·개인정보 보호 관건

광고요금제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기존 대비 약 60%가량 저렴해 가입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를 통해 신규 이용자를 확보하는 한편 방송광고 시장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티빙이 광고요금제를 적용 중인 가운데 쿠팡플레이·웨이브·왓챠 등 국내 사업자들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해당 요금제는 콘텐츠 시청 과정에서 중간광고를 함께 보는 요금제로, 기존 스탠다드 요금제 대비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수준의 화질·동시 시청 지원 기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책임연구위원이 지난 26일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가 주최한 '미디어 이슈와 콘텍스트'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티빙 신규 가입자 중 광고요금제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55%·40%로 집계됐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티빙은 광고요금제 도입 이후인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117억원으로 전년(영업손실 479억원)보다 적자 폭을 75%가량 줄였다. 연간 영업손실의 경우 △2022년 1192억원 △2023년 1420억원에서 지난해 713억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매출 역시 390억달러(약 57조원)로 16.6%가량 늘었다. 광고요금제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한 게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강 연구위원은 “OTT 이용자층은 라이트·헤비 유저뿐 아니라 가격 민감도에 따라서도 세분화되고 있어 기존 단일 요금제로는 다양한 수요를 흡수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경제 불확실성과 가처분 소득 감소가 맞물리며 저가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광고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 방송광고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광고요금제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채널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특히 초개인화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자체 데이터 알고리즘을 토대로 인기 콘텐츠 혹은 특정 장르를 타겟팅해 광고 노출 빈도·배치 기준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몰입도를 높이면서 피로도는 줄이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 중 광고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애드테크 플랫폼'을 도입해 광고주의 타겟팅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원수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한류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는 비용효율적 수단"이라며 “국내 기업의 대부분이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광고 노출 빈도의 적정성 기준 및 광고효과 측정 기술 개발은 숙제다. 광고요금제가 OTT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광고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이용자의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광고 수익 확보와 이용자 몰입도 간 균형을 맞추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고리즘 기술의 역효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알고리즘이 수집하는 콘텐츠 시청 패턴은 플랫폼 이용행태와 개인정보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민감 정보는 수집을 제한토록 설정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개인정보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데이터 수집 범위를 이용행태에 국한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광고요금제 이용자들에게 '2등 요금제'로 인식되지 않도록 콘텐츠 접근성·화질 등 차별화 요소도 신중히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LG디스플레이 체질개선 속도 붙는다···정부지원·자산매각·원자재 ‘호재’

LG디스플레이가 정부지원, 비핵심자산 성공 매각, 원자재 가격 하락 등 호재에 웃고 있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영업손실액이 5조원 넘게 쌓였지만 체질개선에 속도가 붙으며 흑자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게 업체 측 목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사업재편 계획 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LG디스플레이를 대상 기업으로 승인했다. 기업활력법에 기반한 사업 재편 제도는 사업 혁신과 구조 변경에 나서는 기업을 지정해 금융·세제 등 혜택을 주고 규제를 일부 완화해주는 게 골자다. 이번에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24개사 중 대기업은 LG디스플레이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로 인해 향후 인공지능(AI) 생산 시스템 구축, 중소형 OLED 경쟁력 강화 등에 각종 혜택을 받게 됐다. 구체적인 지원 방법은 비공개지만 수천억원 수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비핵심자산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9월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중국 TCL 자회사 CSOT에 매각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108억위안(약 2조1800억원)이지만 이달 31일 처분예정일자를 앞두고 대금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매각 대금이 다소 증가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금액은 다음달 초 산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하반기 기준 디스플레이 분야 주요 원재료인 편광판 가격은 전년 말 대비 5% 가량 싸졌다. 같은 시기 폐인쇄회로기판(PCB), 백라이트 거래가도 각각 4%씩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 원재료 매입가에서 PCB와 편광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6.6% 정도다. LG디스플레이는 시장 포화 및 중국 업체들의 공세 등 탓에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연결 기준 영업적자액이 2022년 2조850억원, 2023년 2조5102억원, 지난해 5606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307%까지 오른 상태다. 발행한 회사채 중 상당수 계약내용에 '부채비율 400% 이하 유지' 항목이 있다는 점에서 신용리스크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2023년 1조3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응했다. 앞으로 OLED 경쟁력 강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업체 측 생각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주총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대형 제품 판매 확대와 동시에 원가 혁신을 통해 흑자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기술과 신사업 분야에서 일정 수준 성과도 내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장이 커질 것을 감안, 지난달부터 업계 최초로 초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 '40인치 필러투필러' 양산을 시작했다. 게이밍 시장 공략을 위한 5K2K 화질 45인치 게이밍 OLED 패널도 만든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상도의 OLED 모니터 패널이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연간 기준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각종 호재뿐 아니라 지난해 2000여명 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영향 등이 반영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는 작년 4분기 기준 83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상황이다. 스마트폰용 패널 출하가 늘어나며 OLED 제품 비중이 역대 최대치인 60%를 기록한 덕분이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보수적인 투자 집행,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 중국 광정우 LCD 공장 매각 등을 통해 운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 OLED TV 부문을 중심으로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車관세 확정에 韓 타격 불가피…HMGMA 세운 현대차만 ‘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재차그룹은 미국 현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관세 정책을 정면 돌파한다는 해결책을 내놨지만, 이느 앞서 25년 동안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이라도 당장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만큼 투자를 늘리기가 쉽지 않아 단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규모가 크지 않아 미국에 생산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일부 국내 완성차 기업이나 자동차 부품 업체로서는 마땅한 대응 방안 자체를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민관이 협력해 최대한 미국과의 협상에 집중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수입차 관세 규모로 '25%'를 예고했는데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인 707억8900만 달러의 49.1%를 차지했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수입 가격은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자동차 평균 가격보다 한국산 자동차 가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동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수출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25%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악화돼 수출에 대규모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 1위 품목이기에 자동차 업계를 넘어 한국 경제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미국 투자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무관세 발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투자 방안을 살펴보면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 부품·강판 모두를 생산하는 공급망 체계를 갖추고 연산 100만대 수준인 자동차 현지생산을 12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대미 수출 규모는 101만5005대다. 현대차가 63만7638대, 기아가 37만7367대를 수출했다. 연산 120만대 생산 체계가 갖춰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규모의 수출을 유지하면서도 관세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면,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며 화답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도 지난 2000년 미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 설립을 결정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투자를 늘려왔기에 이 같은 정면 돌파가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오랫동안 투자를 유지하지 못했던 대부분 국내 완성차·부품 업체들이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GM은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의 미국 수출량은 41만대 가량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85%에 달한다. 이에 자동차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신속한 대응을 통해 미국 현지 투자를 어필하면서 관세 면제 내지는 유예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26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발표를 예고한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관세 발표 이후 협상은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해야 하므로 그때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라며 “관세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관세 정책이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에 (현지 투자가) 조금 좋은 영향이 있다면 저희로서는 굉장히 노력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관세 부과 예고일인) 4월2일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미국 생산량을 순차적으로 늘리고 현지 일자리도 늘리면서 쿼터제식으로라도 일부 관세를 유예하는 등의 협상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까지는 몇 대, 내년까지는 몇 대까지 관세를 면제해달라는 식으로 제안하는 방법도 시도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엔씨소프트, ‘R2M’ 저작권 2심도 승소…法 “웹젠, 169억원 배상해야”

엔씨소프트가 웹젠의 모바일 게임 'R2M'이 자사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제기한 저작권 소송 2심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특히 법원이 게임 배포를 금지함에 따라 웹젠은 게임 서비스 중단 위기에 처했다. 다만 즉각 항소를 예고하면서 양사의 저작권 분쟁은 대법원으로 갈 전망이다. 서울고법 민사5-1부(송혜정·김대현·강성훈 부장판사)는 이날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에서 “피고는 R2M을 일반에 사용하게 하거나 선전·복제·전송·배포·번안해선 안 된다"며 웹젠이 엔씨소프트에 169억1820만9288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사상 법원에서 인정된 가장 큰 배상액이다. 앞서 엔씨는 지난 2021년 1심은 웹젠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엔씨 측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판결 후 웹젠이 법원에 낸 강제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서비스를 이어왔다. 엔씨는 지난해 9월 항소심 과정에서 배상 규모를 600억원으로 늘렸다.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리니지M에 대한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부정경쟁 행위가 지속돼 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웹젠이 게임 출시 이후 일부 게임 내용을 수정한 건 사실이지만 당시까지의 증거를 종합하면 여전히 부정경쟁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고의 침해금지청구를 인용하고, 청구액은 재판부가 보는 합계 매출액의 10%에 상당한 금액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 총비용 중 40%는 엔씨가, 60%는 웹젠이 부담한다"며 “2024년 9월 13일부터 2025년 3월 27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완전히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엔씨 측은 판결 직후 “기업의 핵심 자산인 지식재산권(IP) 및 게임 콘텐츠가 법적 보호 대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IP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웹젠 측은 “조속한 상고와 함께 서비스 중단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한국적 AI’부터 ‘소버린 클라우드’까지…KT ‘AX 액셀러레이터’ 가속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한국적 AI'부터 '소버린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시장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를 주도하는 액셀러레이터가 되겠다는 포부다. 27일 KT는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대출 심사처럼 국내 기업과 제도를 이해하는 데 특화한 AI 에이전트, 이른바 '한국적 AI'를 2분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의 '한국적 AI'는 단순히 한국어를 잘 처리하는 언어 모델을 넘어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정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일상과 비즈니스 환경에서 유용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AI를 의미한다. 김훈동 KT AI 리드(상무)는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은행별, 대출상품별로 신용평가 기준과 대출 약관이 모두 다르다"며 “챗GPT·클로드 같은 범용 AI가 유창한 답변을 제공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국내 특정 기업에 특화한 데이터 학습을 거친 한국적 AI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대출 심사 업무에는 AI 에이전트가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대출 심사 단계에 따라서 각 AI 에이전트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대출 신청 접수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다. 고객의 대출 신청을 받고 신용 평가 정보를 수집하며 개인의 상황을 반영해 대출 조건을 검토한다. 두 번째는 신용 평가 및 심사 에이전트다. 고객의 신용 점수를 평가하고 금융권 프로세스에 맞춰 심층 평가를 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대출이 가능한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세 번째 심층 리포트 작성 에이전트로 넘어간다. 이는 최종 승인 과정에 검토 리포트로 활용되며, 오픈AI의 딥 리서치와 유사한 기술이 사용된다. 마지막 에이전트에는 AI와 Human 담당자가 신용 평가 결과 리포트를 최종 검토 승인하고 고객에게 결과를 전달하는 단계다. KT는 AI 에이전트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고객이 “다음 달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적합한 대출 상품이 있냐"고 묻자 AI는 나이와 소득, 거주지, 세대주 여부 등을 물어 신용정보를 수집하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했다. KT 관계자는 “향후 금융권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계에서 AI 에이전트 활용이 확대되는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하며 각자 산업에 필요한 AI 모델을 효율적, 합리적으로 최적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AX 시대에는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도 치명적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어디에, 어떻게 저장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데이터 주권' 해결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주목받는 해법 중 하나로 데이터를 국내에 저장·처리하면서 동시에 자국 규제를 충족하는 '소버린 클라우드'가 있다. KT는 MS와 공동 개발한 소버린 클라우드인 'KT SPC(KT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2분기 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기존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보호하지 못했던 '사용 중(in Use)인 데이터' 영역까지 암호화하며, 하드웨어 보안 모듈인 'managed HSM' 서비스와 고객 관리키 등을 사용한다. 고객이 제어권을 갖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 시에도 암호 해제가 불가능해 데이터의 전 생애주기 동안 강력한 보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성권 KT 클라우드 리드(상무)는 온라인 브리핑에서 “퍼블릭 클라우드는 공유 자산이어서 운영자가 내 자산을 허가 없이 볼 가능성이 있다"며 “내 자산이 내 관리 안에 통제되려면 소버린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KT SPC가 출시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KT SPC의 강점으로 데이터의 모든 단계에 걸쳐 고객만이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상무는 “기존 클라우드는 사용 단계에서는 암호화를 지원하지 못한다"며 “KT SPC는 기밀 컴퓨팅이라는 하드웨어 기반의 메모리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서 메모리 덤프(Memory Dump)가 유출되더라도 복호화를 불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장, 전송 단계에서도 고객 소유의 키로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고객 소유 키는 고객만이 접근할 수 있는 '관리형 하드웨어 보안 모듈(HSM)'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고객 외에는 데이터를 해독할 수 없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고객만이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AI와 클라우드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MS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양사는 AI·클라우드·IT 분야에서 5년간 수조 원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교육 분야 협력도 논의 중이다. 김영섭 KT 대표이사는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한국적 AI와 KT SPC를 상용화하고 다양한 산업에서 AX 혁신을 확대할 것"이라며 “올해 대한민국 AX 가속화를 주도하는 액셀러레이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영풍, 28일 고려아연 주총서 의결권 행사 못한다

영풍이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보유한 지분 25.4%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27일 영풍이 제기한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을 기각했다.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최대 쟁점은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는지 여부였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 바로 전날 호주 손자회사인 유한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주식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근거로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상법에서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상호주 제한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영풍은 이에 반발해 임시주총이 끝난 뒤 법원에 해당 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7일 상호주 규정이 주식회사에 적용된다고 판단해 영풍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SMC의 모회사이자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썬메탈홀딩스(SMH)가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 방식으로 상호출자 고리를 변경했다. SMH는 호주에서 아연 제련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관리하는 지주회사다. SMH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완전 자회사이며, SM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돼 영풍의 의결권이 여전히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영풍은 1월 임시 주총 때와 달리 정기 주총 개최 이전에 법원에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가처분이 결국 기각되면서 상법상 상호주 관계에 따라 의결권을 제한받게 됐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계속해서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MBK파트너스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이 최 회장 및 그 우군보다 적기 때문이다. 실제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도 영풍 의결권 제한을 통해 상정한 핵심 안건을 모두 통과시킨 바 있다. 이로써 28일 정기 주총에서는 회 회장 측이 핵심 안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 설정 및 분리선출 가능한 감사위원 수 설정을 포함한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최대 17인) 등 의안을 표결한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이사 수 상한을 설정하고 자신이 추천한 이사를 최대한 선임해 놓으면 오랫동안 MBK·영풍 측에 맞서 이사회를 방어해낼 수 있다. 정기 주총 이후에는 MBK·영풍 측이 주총 결과에 불복해 본안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자연스레 장기전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최종적인 결정을 받기까지 2~3년이 경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이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MBK·영풍 측에 악재가 적지 않다. 최근 MBK가 피인수한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광일 MBK 회장을 긴급 현안 질의 증인으로 소환하려고 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풍도 최근 2년 동안 적자를 기록하는 등 본업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최 회장 측과 지속적인 여론전을 벌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때문에 MBK·영풍 측이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 1월 임시 주총 이후 최 회장이 한 차례 화해를 제안하기도 한 상황이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양자가 화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은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 본안 소송 등이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향후 MBK·영풍 측이 분쟁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기에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픽업 그 이상의 가치”…기아 타스만, SUV와 픽업트럭의 경계를 허물다

기아가 브랜드 최초 픽업트럭 '타스만'에 탑재된 세부 기술들을 공개했다. 기아는 타스만에 정통 픽업 버금가는 오프로드 성능, SUV에 뒤처지지 않는 승차감 구현해 추후 치열해질 픽업트럭 경쟁서 한발 앞서 가겠다는 방침이다. 27일 기아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에서 '더 기아 타스만 테크 데이'를 개최하고 차량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기아는 이날 타스만 개발을 담당한 연구원의 발표를 통해 타스만에 적용된 다양한 온-오프로드용 기술을 소개하고, 각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부품을 전시한 별도의 공간을 구성했다. 특히 기아는 타스만이 '온오프로드'서 모두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최동호 기아 MLV프로젝트팀 책임연구원은 “타스만은 보다 많은 고객들이 픽업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신규 모빌리티"라며 “기존 픽업트럭의 약점인 첨단사양과 2열 편의성을 확보한 패밀리카"리고 설명했다. 타스만은 뛰어난 적재 능력,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 높은 내구성 등 정통 픽업의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픽업 플랫폼이 적용됐다. 타스만의 플랫폼은 두 개의 굵은 프레임이 크로스멤버로 연결된 형태의 '보디 온 프레임' 구조가 적용돼 최대 700kg의 적재 중량과 3500kg의 견인 성능에 걸맞은 내구성을 확보했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는 사다리 모양의 강철 프레임에 파워트레인과 차체를 얹는 방식으로 일반 승용차 대비 무거운 하중을 더욱 잘 버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타스만은 험로 주행에 최적화된 설계가 적용돼 252㎜의 높은 최저지상고(X-Pro 모델 기준)를 확보했으며, 변속기와 배기계 부품, 연료탱크 등 주요 부품을 프레임 위에 배치해 험로 주행 시 손상되지 않도록 했다. 또 픽업트럭답게 우수한 도강성능도 갖췄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기아는 최초로 에어인테이크 흡입구를 측면 펜더 내부 상단950㎜ 높이에 위치시키고 흡입구의 방향 또한 차량 진행방향과 반대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기아는 800㎜ 깊이의 물을 시속 7km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도하 성능을 확보했다. 타스만은 픽업트럭만의 매력인 적재함의 효율성도 보유했다. 타스만의 적재함은 길이 1512㎜, 너비 1572㎜, 높이 540㎜로 약 1173ℓ(VDA 기준)의 저장 공간에 최대 700kg을 적재할 수 있으며, 휠 하우스 간 너비는 1186㎜로 각 국가별 표준 팔레트 수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타스만의 기능 중 가장 주목 받은 것은 2속 ATC를 활용한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이 기술을 통해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각각 최적화된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아는 타스만에 2속 ATC를 적용해 다양한 주행 상황에 최적화된 구동 모드를 제공한다. 2속 ATC는 엔진의 구동력을 전?후륜 구동축에 전달하는 부품으로 운전자는 주행 상황에 따라 2H, 4H, 4L, 4A 등 4개의 구동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H 모드에서는 후륜에만 구동력을 전달해 연비 주행이 가능하며, 4H 모드에서는 전륜과 후륜에 구동력을 균등하게 배분해 험로 주행이 가능하다. 저단 기어를 체결하는 4L 모드에서는 구동력을 극대화해 더욱 험난한 지형에서도 주행이 가능하고, 4A 모드에서는 차량이 주행 상태를 판단해 자동으로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한다. 이밖에도 타스만은 풍부한 편의옵션도 갖췄다. 차량 하부 노면을 보여주는 '그라운드 뷰 모니터', 차량의 구동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로드 페이지' 등 오프로드 주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사양도 갖췄다. 더불어 타스만은 토잉(towing) 시 높아지는 엔진 부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냉각 성능을 최적화해 3500kg까지 견인할 수 있는 토잉 성능을 확보했다. 게다가 타스만은 우수한 주행 성능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패밀리카로서 역할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아는 안정적인 차량 거동을 확보하기 위해 2개의 분리형 마운트 부싱과 4개의 일체형 마운트 부싱을 적용해 타스만의 샤시 프레임과 차체를 연결했다. 또 전륜 및 후륜 쇽업소버에 다양한 노면에서의 운행에 적합하게 튜닝된 주파수 감응형 밸브와 차체의 움직임을 줄여주는 우레탄 스토퍼를 적용해 승차감을 더욱 향상시켰다. 정숙성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타스만은 NVH 성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전방 유리 및 1열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하고 차량 곳곳에 흡차음재를 적극 사용했다. 또 외부에서 실내로 이어지는 환기통로를 최적 설계해 로드 노이즈 유입을 최소화하고 씰 스트립을 적용해 승객실과 적재 공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윈드 노이즈를 줄였다. 2열도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타스만은 2214㎜의 승객실 크기를 바탕으로 1, 2열 시트백의 두께를 줄여 더욱 넉넉한 2열 공간을 제공하며 동급 최고 수준의 레그/헤드/숄더룸을 확보해 2열 탑승객의 편안한 이동을 돕는다. 기아는 타스만을 시작으로 전기, 하이브리드 픽업트럭도 출시할 예정이다. 가아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타스만을 활용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개발도 검토 중"이라며 “이 플랫폼을 활용한 SUV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D램값 올린 마이크론…삼성·SK는 “가격보다 신뢰” 신중 대응

마이크론이 움직였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최근 전방 수요 회복세와 고성능 제품 수요 확산을 이유로, D램을 비롯한 주요 메모리 제품 가격을 전방위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도 시장 흐름 속에서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 섰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전날 실적 발표에서 “AI 중심의 수요 증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강조했다. 이와 함게 실적 발표 당일 채널 파트너에게 보낸 별도 서신에서는 “글로벌 수요 강세에 따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고객사와의 거래 조건 변경을 통보했다. DRAM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과 DDR5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가격 협상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마이크론의 결정은 시장의 전환점이다. D램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낸드플래시 등 타 메모리 품목으로 파급 효과가 이어지고, 전체 반도체 수익성 개선 국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단순한 계절적 반등이 아닌, 수요자 중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 질서가 재편되는 신호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출하 경쟁이 아니라 가격 방어가 핵심 전략이 되는 국면"이라며, “업계 전반이 '적과의 동침'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AI 서버, 고성능 GPU, 첨단 데이터센터용 HBM 수요는 올해 내내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이미 2025년 HBM 생산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히며, 2026년 수요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엔비디아, AWS 등 주요 고객사들이 연이어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HBM 가격 추가 인상도 예고됐다. 이와 같은 고부가 수요 중심의 구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공급사들이 장기 계약이나 전략적 협상 조건을 강화할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제 대한 한국의 반응은 다소 차분하다. 이상락 SK하이닉스 GSM(글로벌 세일즈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날 경쟁사가 채널 파트너에게 보낸 서신을 우리도 봤다"며 “저희는 따로 고객들에게 그런 서신을 보내진 않고, 항상 유동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공식적인 가격 인상 움직임은 아직 없다. 이 같은 태도는 시장 내 리더십을 쥔 두 기업이 성급하게 흐름을 주도하기보다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가격 후행'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시장의 특성상, 고객사와의 장기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고려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업계가 신중함을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요의 질적 회복은 일부 부문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PC용 D램, 모바일 D램 등 전통적인 응용처의 수요는 아직 완전한 회복 단계로 접어들지 않았다. AI 특수가 전체 시장을 끌어올리고는 있지만, 범용 제품 가격 인상은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가격보다 시장 신뢰와 기술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신중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수익성 회복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2분기부터 글로벌 고객들과의 가격 재협상 분위기가 본격화되면, 공급자 간 눈치싸움도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선제적 움직임이 기준점이 된다면 후발 주자들에게는 유리한 협상 여건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반대로 시장이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못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한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더 유연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포스코, 철강 부산물로 길 닦고 기찻길 만든다…순환 경제 실현 앞장

포스코가 철강 생산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잉여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며 순환 경제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 등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만들어 순환 경제 사회 구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슬래그는 철광석에서 철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대표적인 제철 부산물로, 국내에서만 매년 약 2500만 톤 이상이 생겨난다.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약 50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환경 보호는 물론 천연 자원 절약을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슬래그를 단순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기 위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포스코는 슬래그를 건설 자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제강 공정에서 나오는 제강 슬래그는 천연 자갈·모래 등에 비해 강도가 높고 입자의 형태가 각져 있어 도로 포장용 골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성토용 기초 골재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고내구성 포장이 필요한 도로에 직접 적용되기 시작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의 아스팔트 포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고품질 포장을 위한 1등급 천연 골재는 점차 고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아스콘 제조사들과 협력해 제강 슬래그를 도로 포장용 골재로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국도 3호선 5개 구간에 제강 슬래그를 적용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광양 제철소 내 도로에도 이를 사용했다. 제강 슬래그를 활용한 도로는 일반 아스팔트보다 최대 2.2배인 64개월까지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진 슬래그 입자들이 퍼즐처럼 맞물리며 구조적 강도를 높이는 '인터로킹 효과' 덕분이다. 또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도로교통연구원·한국건설순환자원학회·현대제철과 함께 제강 슬래그의 안정적 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는 제강 슬래그의 품질 안정성과 공급 기반을 확보하고, 향후 신규 고속도로 건설·유지·보수에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슬래그의 활용은 도로 건설에만 그치지 않는다. 포스코의 사내 벤처 기업 '이옴텍'은 슬래그와 폐 플라스틱을 결합한 복합 소재 '슬래스틱(Slastic)'을 개발해 철도 침목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옴텍은 2019년 포스코 사내 벤처 1기로 출범한 스타트업으로, 박영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기존 침목에 사용되던 고가의 유리 섬유 일부를 슬래스틱으로 대체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했고, 사용된 침목 또한 100%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적 가치도 높다. 슬래스틱 침목은 잘 갈라지지 않고 내구성이 뛰어나 고하중 철도에 적합하다. 또 가공이 용이해 다양한 형태와 길이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개발 초기에는 고온·고중량 조건의 제철소 테스트에서 실패를 겪었지만, 포스코의 기술 지원 아래 지속적인 개선 끝에 상용화에 성공했고 현재는 포항 제철소 철도 노선에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슬래그와 같은 철강 부산물을 재활용해 자원순환 사회 구현에 기여하고, 천연 자원의 사용을 줄이며 지속가능한 철강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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