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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살인”…10년 넘게 금융범죄 추적한 변호사의 ‘일갈’

“사기는 살인이다. 사기 피해자들은 가정이 파탄나고, 자살한다." 이민석 변호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지금도 수만,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는 대규모 금융사기 사건들 사이에서, 피해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모아 사회에 외치는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가 활동하는 “금융피해자연대"는 피해자만 1만 명 이상, 피해액이 1조원을 넘는 사건들만 모아 구성한 단체다. 피해자들의 연대는 단순한 소송단을 넘어 “사회적 연대체"의 성격을 띠고 대규모 금융범죄에 맞서 활동 중이다. 이 변호사는 20일 에너지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통해 “키코, MBI, KOK,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ICC-FVP 등 수많은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금융피해자연대에 속해 투쟁 중"이라며 “이들 사건은 피해 규모만 30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사기 사건들에서 단순한 개인의 탐욕이 아닌 “구조적 배경"을 지적한다.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는 금융사기에는 반드시 비호세력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규모의 피해가 반복될 수 있었겠나?"라는 그의 말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수사와 재판, 제도의 빈틈을 지적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그는 IDS홀딩스 사건을 예로 들며 정치권과 사법기관, 수사기관이 얽힌 구조를 비판했다. IDS홀딩스는 FX마진거래 고수익·원금 보장을 내세워 약 1만2000명에게서 1조1000억원 가량을 편취한 대규모 폰지 사기다. 그는 “IDS홀딩스 창립 행사에 변웅전 전 자유민주연합 대표, 경대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동영상 축사를 했고, 이우현 의원은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유죄가 확정됐다"며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이 IDS홀딩스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정관계의 그림자와 연결된 복합 범죄라는 것이다. 이민석 변호사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도 지적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무인가 상태로 크라우드펀딩 방식 벤처 투자를 빙자해 약 3만 명에게 7000억원 이상을 불법 유치했다. 그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에서 유시민, 도종환, 이재정, 변양균 등이 강연을 했고,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대표 이철에게서 6억원대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MBI의 경우엔 인천경찰청 경감의 부인이 근처 사무실을 차려 다단계 모집을 했다. MBI는 말레이시아 기반 국제 금융 다단계 사기로, 가짜 광고권과 GRC 토큰 투자를 미끼로 국내에서만 약 10만명에게 5조원대 피해를 입혔다. KOK도 비호세력의 의혹이 짙다. KOK는 K-콘텐츠 플랫폼 투자를 빙자한 암호화폐(KOK 토큰) 다단계 폰지 사기로, 전 세계 180만명 이상(추산)에게 약 4조원의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호사는 KOK 행사에 국회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노웅래 전 의원이 축사를 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비호세력은 수사의 외압이 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사법시스템을 부패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그의 주장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사기 범죄는 34만7901건 발생했고 피해액은 30조원에 달했다. 그는 “정부에 범죄 척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사기 수법은 해마다 진화해왔다. 그는 조희팔의 상품 다단계 사기에서 시작해, IDS홀딩스와 VIK의 금융 다단계, 라임 옵티머스의 사모펀드형, 그리고 KOK나 시더스그룹 같은 코인형 사기에 이르기까지 그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최근에는 코인이나 토큰을 이용한 금융 다단계 사기가 폭증하고 있다"며 “KOK는 실체 없는 K-콘텐츠 사업을 빙자해 KOK 토큰을 배포하며 사기를 쳤고, 시더스그룹은 해피캐시, 쇼핑캐시를 이용한 유사한 수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MBI의 구체적인 사기 방식을 언급하며, “엠페이스 광고권을 1구좌당 650만원에 구매하면 1년에 두 번 1.5배씩 증액된다며, 허구의 광고권과 GRC라는 토큰을 연계해 사기를 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기 방식은 이름만 바꾸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범죄를 가능케 한 법과 제도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는 '무기력한 수사 시스템'과 '솜방망이 처벌'을 동시에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검찰은 '증거를 가져오라'는 식이고,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엔 수사조차 안 한다"며 “수사는커녕 범죄예방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구체적인 예도 제시됐다. 그는 “90만 명 피해, 4조원대 사기 사건인 KOK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울산지검으로 갑작스럽게 이송된 것 자체가 축소수사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1조원대 사기로 재판을 받던 중에도 공범과 검사실에서 27억원의 범죄수익 은닉을 공모했음에도 검찰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법원과 검찰이 사기의 공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의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전국 단위의 검경합동 통합수사본부 설치. 둘째, 범죄단체조직죄를 적극 적용해 조직 전체를 처벌할 수 있는 기반 마련. 셋째, 범죄수익 환수 제도의 강화다. 그는 “범죄수익금이 공범이나 정관계 비호세력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소된 자의 재산은 모두 몰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해 “사기조직을 범죄단체로 보아야 상층부터 말단까지 일괄 처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원 중 일부만 기소되면, 나머지는 여전히 다단계 사기업체 이름을 바꿔가며 범행을 이어간다"고 지적했다. 양형기준 개혁도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피해자 50명에게 50억원을 사기쳐도, 한 사람에게 50억원을 사기친 사람보다 낮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처럼 총 피해액 기준으로 형량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과주의'와 '가중주의'의 차이를 설명하며 “권도형이 한국행을 희망한 건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IDS홀딩스 김성훈은 1조원을 사기치고 징역 15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은 징역 14년 6월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 정치권, 언론을 향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법부는 사기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기를 당하면 가정은 파탄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이른다. 사기는 살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법원에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판결이 나온다"며 “IDS홀딩스 사건으로 50여명이 넘는 자살자가 나온 것을 법원은 알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는 “언론은 피해자들이 보고 안심하고 투자하게 만들 정도로 사기를 홍보해줬다"며 IDS홀딩스나 KOK 사례를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공영방송에서 문제를 지적한 지 한 달 만에 다른 언론은 품질대상 상패를 안겨주기도 했다"고 말해 언론의 무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사기업체를 홍보하는 언론보도 때문에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다가 피해를 입었다"며 “기자 개인이 쓴 기사가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사회가 많이 썩었다고 하더라도 굴러가는 이유가 있다. 소수지만 신념을 가지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작은 물결이 큰 물결이 되고, 결국 사회를 바꾸는 건 국민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경콘진,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참여기업 모집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경콘진)은 21일 도내 문화기술 기업의 콘텐츠 유통 활성화를 위해 '2025년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내달 21일까지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경콘진에 딸르면 이 사업은 제작이 완료된 문화기술 콘텐츠의 유통을 지원해 도내 기업의 국내외 시장 진출 및 판로 개척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총 5개사를 선정해 각 3000만원씩, 총 1억 5000만원 규모의 유통 자금과 함께 유통 전략 수립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선정 기업에게는 경기 콘텐츠 페스티벌과 연계한 하반기 성과 전시 및 시연 기회도 함께 제공된다. 올해도 총 5개사를 선정하여 오는 7월부터 10월까지 본격적인 유통 활동을 지원하며 기업별 유통 계획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 후속 유통 파트너 매칭, 경기 콘텐츠 페스티벌 내 전시 및 홍보 기회 등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추진한 대표 사례로는 △Dome screen VR 콘텐츠 '우주고양이 키츠'의 글로벌 홍보(크리에이티브섬) △IP 기반 콘텐츠와 롯데백화점 굿즈 기업이 연계한 팝업스토어 운영(샵팬픽) △AR 앱 '듀윙'을 활용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하노이 교육 행사(이한크리에이티브) △제스처 기반 반응형 영상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전시 콘텐츠(온즈) △XR 시어터 기반 이머시브 연극 (파란오이) 등이 있다. 이와함께 경콘진은 가상융합·신기술 분야 유망기업에 육성 프로그램 및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2025년 엔알피(NRP. Next Reality Partners) 기업육성' 참여기업을 내달 15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엔알피(NRP) 기업육성' 사업은 총 16개사를 선발해 최대 3천만 원씩 총 4억원의 사업화 자금과 함께 전문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가 운영하는 성장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 중 투자유망 기업들에는 엑셀러레이터의 연내 합산 3억원 이상 직접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성장지원 프로그램은 지원기업의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기업 맞춤형 진단, 투자사 멘토링,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컨설팅, 투자라운드 등으로 구성했다. 특히 올해는 투자유치 단계별 특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시드(Seed)'단계, '프리A(Pre-A)'단계로 구분해 운영한다. 시드단계 프로그램은 ㈜리벤처스, 프리A 단계는 ㈜더넥스트랩이 각각 운영한다. 지원기업은 참가신청 시 투자단계를 고려해 희망하는 엑셀러레이터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사업 참여 자격은 메타버스, 가상‧증강‧확장현실(VR/AR/XR), 인공지능(AI) 등 가상융합 및 신기술 분야 중소기업으로, 경기도내 주소지(본사, 지사)를 두고 있거나 이전 예정인 기업이다. 엔알피 사업은 도내 콘텐츠 기업의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경콘진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과 연계 운영된다. 이번 지원기업 모집 또한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과 통합해 진행된다.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은 콘텐츠 유망기업에 투자 의향을 가진 투자파트너사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단계별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은 내달 15일까지 전자우편을 통해 접수 가능하다. 배영상 경기도 디지털혁신과장은 “엔알피 기업육성 사업은 도내 미래콘텐츠 분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도 많은 기업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sih31@ekn.kr

급히 성사된 한·미 통상회담, 美 보호주의 변화 오나

한국과 미국 간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다음 주 워싱턴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협의가 미국 측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 산업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현실적 개선 신호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안덕근 장관이 오는 23일 출국해 워싱턴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함께 미국 측과 통상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임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다. 협의 의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미국 내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의 투자 안정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꼽는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 기준의 현실화, IRA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의 우방국 배려 등이 산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되, 투자 기업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를 요구해 주길 바란다"며 “이번 협의가 실질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ASML·엔비디아도 직격탄…반도체 실적에 ‘통상전쟁’ 반영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미·중 통상전쟁 격화가 반도체 업계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 아직 반도체는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별도 25%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부정적 여파가 퍼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 1위 업체인 ASML은 올해 1분기 수주액이 39억4000만 유로(약 6조3000억원)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48억2000만 유로)를 크게 밑돌았다. 또 ASML은 올해 2분기 매출 총이익률을 50∼53%로 전망하면서, 관세 영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망치 범위를 평소보다 넓게 잡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과 관련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최근 관세 발표로 거시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상황은 한동안 역동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ASML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사인 만큼 ASML 실적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즉, ASML의 수주가 기대를 밑돌면 고객사들이 예상보다 수요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고 설비 투자를 보류하거나 미뤘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ASML도 네덜란드에서 최종 조립한 장비를 미국에 수출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일부 품목에 필요한 부품 등을 수입할 때 관세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SML의 신규 수주는 주요 고객사의 보수적 투자 기조, 계획 지연에 따라 전 분기 대비 급감했다"며 “반도체 장비·부품 관세 우려로 전방 수요 위축 가능성도 언급된다"고 말했다. AI 반도체를 이끄는 미국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을 새로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으로 포함하면서 수출 장벽을 높였다. 엔비디아는 이번 규제 강화로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발생할 손실을 5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로 예상했다. AMD도 AI 칩 MI308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이 되면서 수출길이 막혀 8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엔비디아·AMD 등 주요 반도체주 주가는 이 여파로 최근 급락했다. 1분기에는 규제 시행 전 수요가 몰리며 호실적을 냈지만, 2분기부터는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TSMC와 삼성전자는 관세 시행 전 비축 수요로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1분기 순이익이 3616억 대만 달러(약 15조7000억 원)로 전년 대비 60% 급증했다. 블룸버그 예상치 3468억 대만 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발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로 미국에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재고 비축 수요가 증가한 결과 TSMC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출시 효과와 D램 출하 증가로 시장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6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분기에는 메모리 부문에서 전 분기의 관세 부과 전 출하 증가에 따른 '기저 효과'로 출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메모리 수요가 선반영되면서 단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 ‘비스포크 AI 콤보’, 전국 1000개 매장으로 판매 확대

삼성전자가 2025년형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판매 접점을 전국 약 1000개 매장으로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한 비스포크 AI 콤보 신제품의 판매처를 기존 삼성닷컴, 삼성스토어, 하이마트뿐 아니라 이마트 130개점, 전자랜드 78개점 등 약 1000개 매장으로 대폭 늘린다고 20일 밝혔다. 이를 통해 세탁건조기 대세화를 지속 이어나가는 한편, 'AI 가전=삼성' 공식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 신제품은 기존 비스포크 AI 콤보 건조 용량인 15kg에서 3kg 더 늘어난 18kg 건조 용량과 25kg의 세탁 용량을 갖췄다. 국내 최대 세탁·건조 용량을 달성하는 동시에 제품 외관 크기는 기존과 동일해 공간을 한층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업그레이드된 열교환기로 건조 효율도 극대화했다. 열교환기의 핀(fin)을 더욱 촘촘하게 배치해 부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열 면적을 약 8% 확대했다. '쾌속 코스' 3kg 기준 건조 시간을 기존 모델 대비 20분가량 크게 줄여, 79분 만에 세탁부터 건조까지 완료할 수 있다.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부터 건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AI 홈' 스크린과 더 똑똑해진 빅스비(Bixby)를 탑재해 편리한 스마트홈 경험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세탁물의 무게와 오염도·건조도 등을 감지해 AI로 맞춤 케어하는 'AI 맞춤+' △세탁이나 건조 후 자동으로 문을 열어두는 '오토 오픈 도어+' △세탁물에 맞게 적정한 양의 세제를 알아서 투입하는 'AI 세제자동투입' 등 편리한 핵심 기능도 고루 갖췄다. 김용훈 삼성전자 한국총괄 상무는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강화된 AI 기술과 사용자 중심 설계를 통해 세탁과 건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비스포크 AI 콤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소비자 접점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 한 달만 앱 다운로드 500만건 돌파

네이버의 별도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출시된 지 한 달을 넘어선 가운데 앱 다운로드 및 매출 모두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다운로드는 안드로이드 버전과 애플 iOS 버전을 합쳐 500만건을 넘어섰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기준 4월 2주차(7~13일 기준)에는 60만 다운로드를 기록해 챗GPT(95만)에 이어 주간 전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거래액 성장도 가파르다. 가장 큰 폭의 거래액 신장률을 보인 부문은 디지털·가전이다. 노트북, 에어컨, TV 등 상당수 제품에 인공지능(AI) 쇼핑 가이드가 적용되며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가전에 이어 식품, 생필품, 자동차·공구, 유아동, 펫, 이미용 순으로 거래액 성장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AI 추천을 기반으로 개인의 관심, 취향에 따라 초개인화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앱 출시 이후 카테고리 전반에 걸쳐 고른 성장을 보였다는 것은 개인화 쇼핑 경험의 고도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지표"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스탠바이미 다음은 ‘스마트모니터 스윙’…LG전자, 이동식 스크린 시장 리더십 확장

LG전자가 높낮이와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대화면·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편리한 터치 기능을 모두 갖춘 'LG 스마트모니터 스윙(Swing)'을 선보인다고 20일 밝혔다. LG전자는 무선의 뛰어난 이동성과 어느 공간에도 어울리는 차별화된 디자인의 스탠바이미(StanbyME)로 이동식 스크린이라는 신(新)시장을 개척했다. 스탠바이미는 최근 화면부를 스탠드와 분리해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스탠바이미2로 진화했다. LG전자는 이에 이어서 △화면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모니터암(Monitor Arm) 디자인 △조작이 편리한 터치 기능 △멀티태스킹에 유리한 대화면 등으로 무장한 LG 스마트모니터 스윙으로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고객들을 사로잡으며 업무용 모니터의 패러다임을 바꿈은 물론, 이동식 스크린 시장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LG 스마트모니터 스윙은 장시간 업무나 멀티태스킹을 위한 필수 액세서리가 된 '모니터암'을 이동식 스탠드와 결합, 모니터 높낮이와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체형 디자인을 구현했다. 개발 단계부터 화면부와 스탠드를 함께 설계해 설치 및 해체도 원 버튼으로 간편하다. 또 전원 어댑터와 선은 스탠드 내부로 넣어 깔끔함을 더했다. 신제품은 △화면을 좌우로 회전할 수 있는 스위블(Swivel) △위아래로 기울일 수 있는 틸트(Tilt) △가로/세로 모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피벗(Pivot)을 모두 지원한다. 높이도 폭넓게 조절할 수 있다. 바퀴 달린 스탠드로 이동도 가능해 홈오피스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업무, 여가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러 명이 하나의 모니터를 보며 회의할 때도 LG 스마트모니터 스윙은 유용하다. 넓은 시야각으로 좌우 측면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보여준다. 화면을 돌려가며 터치로 자유롭게 화면을 제어할 수도 있다. 32형(대각선 길이 약 80cm) 대화면에서 4K UHD(3,840 x 2,160) 해상도를 지원해 동시에 여러 창을 띄워놓는 멀티태스킹에도 유리하다. 신제품은 LG전자의 독자 스마트TV 플랫폼인 'webOS'를 탑재한 스마트모니터로 PC 등 별도 외부기기와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양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고객은 LG 스마트모니터 스윙에서 클라우드 기반 오피스 서비스를 통해 문서 작업을 하거나 캘린더 서비스로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webOS가 제공하는 다양한 편의 기능도 장점이다. 고객은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인 LG채널,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지포스 나우(GeForce NOW), 아마존 루나(Amazon Luna) 등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오는 24일 온라인브랜드샵을 통해 LG 스마트모니터 스윙의 판매를 시작한다. 출시일 저녁 7시부터는 네이버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신제품의 국내 출하가는 104만9000원이다. 이윤석 LG전자 IT사업부장은 “새로운 폼팩터로 업무 효율성을 대폭 강화한 LG 스마트모니터 스윙으로 고객에게 다양한 업무 공간에서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강민석 LG이노텍 부사장 “FC-BGA 경쟁력 충분···2030년 조단위 매출 목표”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이 회사 차세대 먹거리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경쟁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30여 년간 반도체 기판 사업을 하며 쌓은 기술력을 신제품에도 활용할 수 있는데다, 고객사를 이미 확보해 둔 상태라 수주에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17일 경상북도 구미시 LG이노텍 구미4공장에서 진행된 '드림팩토리' 언론공개 행사에 참석해 “(FC-BGA 분야 후발주자지만) 경쟁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부사장은 “반도체 기판 업력이 30년이라 기술력은 이미 갖췄다. FC-BGA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라 해도 투자가 필요할 뿐 기술 장벽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이미 '플립칩 칩 스케일 패키지'(FC-CSP)를 납품하고 있는 '탑티어' 고객들과 오랫동안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라며 “FC-BGA는 같은 고객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고객 관계 측면에서 이미 신뢰가 확보돼 있다"고 자신했다. 드림팩토리를 최첨단 시설로 만든 배경도 설명했다. 강 부사장은 “FC-BGA는 다른 기판들과는 다르게 평균 수율이 90%, 난이도가 높은 것들은 50% 되는 제품들도 있다"며 “우리가 수율을 높일 수 있다면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보통 '스마트팩토리'라고 하면 무인화를 많이 생각한다. 플로우에 있는 작업자들을 없애는 것인데, 드림팩토리는 플로우 시설들을 관리하는 엔지니어 역할까지도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완전한 무인화는 아직 어렵지만 훨씬 더 적은 리소스로 더 많은 생산성을 내는 셈이다. 단순히 작업자를 줄이는 수준을 넘는 스마트팩토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관세 전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강 부사장은 “미국 정부 반도체 품목 관세 목록에 기판이 포함됐지만 우리가 만든 제품들은 주로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쪽으로 간다"며 “기판이 직접 미국으로 가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관세 전쟁 여파로 (전체 시장) 수요가 줄어든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FC-BGA 분야에서 2030년 조 단위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이지만 추가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강 부사장은 “그동안 집행한 투자는 드림팩토리 콘셉트를 완성하기 위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추가 투자 일정은) 글로벌 빅테크 고객들과 논의를 하면서 기회를 보고 있고, 향후 물동에 맞춰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확한 사업상 숫자를 밝힐 수 없지만 올해까지는 우리가 예상한 계획대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초반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비즈니스인데, 투자된 부분에 대한 감가가 빠지는 순간부터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통상 그 시점을 5년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내부적으로는 손익분기점을 2027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C-BGA 고객 수주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강 부사장은 “고객 관점에서는 우리는 현재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드림팩토리가 처음 시도하는 부분이고 시행착오들도 있다 보니 동시에 많은 고객들과 업무를 진행하면 안정화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고객 중에서도 가장 큰 곳과 집중적으로 양산을 추진하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글로벌 시장 5위권 업체를 고객사로 추가했다. 사업이 안정화되는 내년부터는 더 다양한 고객과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르포] LG이노텍 ‘드림팩토리’, 반도체 기판 시장 판도 바꿀까

다른 공장들과는 분명 달랐다. 깔끔해도 너무 깔끔하다. 먼지 한 톨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주위를 둘러봐도 작업자가 보이지 않았다. 다양한 종류 로봇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제 역할을 했다. 종합관제센터에도 사람이 없다. 시설 관리 엔지니어 역할까지 인공지능(AI)이 수행하고 있었다. LG이노텍 구미4공장(드림팩토리) 얘기다. 17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드림팩토리를 방문했다. LG이노텍이 지난 2022년 LG전자로부터 인수해 새단장한 시설이다. 회사는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사업 신규 진출을 선언하고 이 곳을 '최첨단 시설'로 조성했다.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인 FC-BGA에는 주로 연산 기능 등을 수행하는 인공지능(AI) 칩이 들어간다. 공장은 총 2만6000㎡ 규모로 조성됐다. 입구부터 경계가 삼엄했는데 생산현장에 들어가기는 더 어렵다. 신발을 벗고 장갑, 마스크, 위생모, 방진복을 착용해야 한다. 그 위로 장갑을 한 겹 더 끼고 방진화까지 신으면 준비 완료다. 강한 공기로 이물을 제거하는 '에어 샤워'를 한 뒤 드림팩토리 안을 엿볼 수 있었다. 층고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 눈길을 잡았다. 한 층에 11~12m 가량을 확보했다는 게 현장 직원의 설명이다. 실제 사용 공간은 5m 정도고 나머지는 각종 친환경 설비가 들어가는 공간이다. 드림팩토리 전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라인 모니터링 시스템'(LMS) 화면이 크게 보였다. 공장 종합관제센터 격인데 관리자는 없었다. 화면에는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한 시스템이 구동되고 있다. 가동 중인 생산라인과 제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유무, 제품 생산 실적 및 품질 현황 등이 초단위로 업데이트된다. LMS실을 나와서도 사람은 못봤다. 설비들 사이를 오가는 자동로봇들만 분주하다. 고객 납기 기간에 맞춰 생산 명령이 내려지면 로봇이 원자재를 공정설비로 운반한다. 원자재에 찍힌 바코드를 설비가 인식하면 공정 레시피가 자동으로 설정된다. 생산이 완료된 제품을 다시 적재하는 일도 자동로봇의 역할이다. LG이노텍이 최첨단 공장을 만들기 위해 전 공정을 자동·정보·지능화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패널에 붙어있는 보호 필름을 벗겨내는 공정 과정도 사람이 아닌 로봇이 일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미세 스크래치나 분진 같은 이물 등으로 발생하는 불량요인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드림 팩토리에서는 FC-BGA 생산 관련 하루에 20만개 이상 파일, 100GB에 달하는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생성된다. LG이노텍은 모든 설비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생산과정 전반에 걸친 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이 빅데이터를 지속 학습하는 AI를 불량 예측 및 검사 시스템에 적용해 불량 발생으로 인한 리드타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작업자 없는 환경에 품질검사까지 무인화한 '투명성'을 앞세워 고객 신뢰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제품 양품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단계인 AOI(Automated Optical Inspection) 과정에는 AI 딥러닝 비전 검사가 제역할을 한다.생산이 완료된 FC-BGA 기판 제품을 로봇이 비전 스크리닝 검사대로 옮기면, FC-BGA 불량품 및 양품 데이터 수만 건을 학습한 AI가 미세 불량영역을 30초 안에 잡아낸다. 기존 육안검사를 하는 공장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AI 비전검사를 통해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90% 단축하고 샘플링 검사를 위해 투입하던 인원도 9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의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FC-BGA 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드림팩토리 경쟁력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경쟁사 대비 최첨단·최신 시설로 구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사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이를 넘어서는 신뢰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품질 이상을 실시간으로 감지·분석해 자동으로 보정하는 공정 지능화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는 사람 손을 조금은 거쳐야했던 FC-BGA 생산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반도체 기판 공장에서 나오는 이물과 수율저하의 원인은 대부분 사람"이라며 “작업자가 지나가거나 호흡만 해도 이물을 배출하는데 이를 줄이면 수율개선 뿐 아니라 리드타임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말 북미 빅테크 고객향 PC용 FC-BGA를 본격 양산에 돌입해 글로벌 빅테크들을 연이어 고객사로 맞이하고 있다. 올해는 PC 중앙처리장치(CPU)용 FC-BGA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FC-BGA 사업을 조 단위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지배구조의 지렛대] ⑤ 상법 개정, 균형 찾는 ‘무게추’ 될까

한화에너지, 삼성에버랜드, 현대글로비스, SK C&C. 이들 기업은 각기 다른 그룹에 속해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나 승계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내부거래 집중, 전환사채(CB) 발행, 비상장 계열사 활용 등 방식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해왔다. 이런 구조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공정하지 않은 승계, 소수주주의 이익 침해, 시장의 신뢰 저하 등의 문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외부 위협에 대비하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이처럼 기울어진 지렛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시도로 읽힌다. 삼성에버랜드는 1996년 주당 7700원의 CB를 발행했다. 당시 장외시장에서는 8만500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주식이었다. 이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인수하면서, 이 회장은 단숨에 최대주주(25.6%)로 올라섰다. 이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구조는 이른바 '헐값 승계' 논란을 촉발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00% 지분으로 설립한 후, 그룹 물류를 집중 수주하면서 급성장했다. 설립 초기 내부거래 비중은 80%를 넘었고, 2016년에도 67.4%에 달했다. 초기 투자금은 약 30억원으로 알려졌지만, 수년 만에 수천억원의 자산 가치로 불어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정 회장은 2015년과 2022년에 걸쳐 지분을 매각해 내부거래 규제를 피했다. SK C&C는 비상장사로서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해왔다. 2010~2011년 기준 60%를 넘었고, 공정위는 2012년 부당지원 혐의로 3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SK㈜와의 합병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지배구조는 더욱 단단해졌고, 당시 활용된 워커힐호텔 주식 맞교환 방식은 법원에서 배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단 SK C&C 사례는 한편으로는 '불공정한 합병'의 대표적 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이후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며 그룹은 경영 공백 위기를 맞았고, 이 틈을 타 외국계 사모펀드 소버린이 지분을 대거 매입해 경영권을 노렸다. SK는 이사회를 통해 방어에 성공했지만, 이를 위한 수단으로 SK C&C를 활용했고, 워커힐호텔 주식 맞교환과 같은 구조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SK 입장에서는 '위기 속 지배력 방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다. 이러한 사례들은 상법이 지배구조 내에서 소수주주 보호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규정하고 있어, 주주 개별의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보호할 근거가 부족했다. 실제로 삼성물산 합병 논란 당시 이 조항은 “회사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면책 논리로 작동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에 대해 책임을 묻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한 내부거래나, 비정상적인 합병 비율 결정 등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논의도 진척되고 있다. 이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 복잡한 지배구조에서 실질적인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SK나 한화처럼 '옥상옥' 구조가 존재하는 그룹에서 특히 실효성 있는 견제 수단으로 평가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 역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장치로 논의되고 있다. 재계는 이러한 개정안들이 도입되면 소송이 남발되고, 기업의 경영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영진이 소수의 주주나 외국계 자본의 위협에 흔들릴 수 있다"며 “합리적 판단의 위축은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우려는 과장일 수도 있지만, 무시해서도 안 된다. 제도의 취지는 균형에 있다. 경영 판단의 자율성과 시장의 공정성이 충돌할 때, 법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견제는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지배구조는 기업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시장의 신뢰를 결정짓는 요소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렛대는 한 방향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로 인해 시장의 불신은 커지고, 기업도 그 주체로 의심받았다. 개별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현행 상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불만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상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지난 17일 국회는 상법 개정안의 재표결을 시도했지만 국민의힘의 이탈로 재의결 정족수 200석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민주당은 전략적으로 삭제했던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를 모두 포함해 개정안을 재발의 할 방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은 지렛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공정하게 설계하자는 것"이라며 “이제는 '총수를 위한 지렛대'가 아닌, '모두를 위한 지렛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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