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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모터쇼 참가로 모빌리티 사업 본격화

롯데그룹이 모빌리티를 4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관련 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롯데는 4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처음으로 참가해 그룹의 모빌리티 역량을 종합적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롯데 화학군(롯데케미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인프라셀)과 롯데이노베이트,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 롯데는 '엘 모빌리티 파노라마(L.Mobility Panorama)' 주제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전시관은 모빌리티 기술존, 자율주행존, 수소 밸류체인존 등 3개 구역으로 나뉘어 배터리 핵심 소재부터 자율주행, 수소 에너지까지 롯데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케미칼은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모빌리티 스페셜티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화재 확산을 지연할 수 있는 고강성 난연 플라스틱과 자동차 강판과 유사한 성능을 가지면서도 가벼운 고강성 경량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생산에서 이차전지 종합 소재사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익산2공장에서 연산 1000톤 규모의 LFP 양극재 샘플 생산을 시작했으며, 국내에서 준양산급 규모로 생산하는 첫 기업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전기차 충전과 자율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4년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B형 자율주행셔틀에 대해 시속 40km 운행 허가를 받았다. 이번 모빌리티쇼에서는 롯데이노베이트가 전시장 외부에서 자율주행셔틀 탑승 체험을 제공한다. 킨텍스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 간 왕복구간에서 운영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친환경 물류와 자율주행 물류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면서 기아와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공동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자율주행업체 마스오토와 자율주행 화물차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자율주행 화물차 시장 활성화, 전용 환승 거점 개발, 글로벌 시장 확장 등을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모빌리티 사업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고자 처음으로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여한다"며 “전지소재, 전기차 충전,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기반 사업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서울모빌리티쇼는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가 공인한 국내 유일의 국제 모터쇼다. '공간을 넘어, 기술을 넘어(Mobility Everywhere)'를 주제로 12개국 451개사가 참여해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경북개발공사, 디지털 전환 선언…미래형 혁신 경영 본격화

예천=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개발공사가 디지털 기반 경영 실현을 위한 '디지털 전환 선포식'을 갖고 미래형 혁신 경영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1일 공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클라우드 전환, 업무 자동화 등의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고객 중심의 스마트 서비스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공사는 전날 가진 선포식에는 공사 전 임직원이 참석해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공사 내에 신설된 '디지털혁신TF팀'이 디지털 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변화와 혁신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이어 전 직원이 디지털 혁신 실현을 다짐하는 선언식을 진행하며, 디지털 경영 도입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경북개발공사는 이미 다양한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변화를 준비해왔다. 인공지능 기반의 'GBDC 생성형 AI 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을 도입해 신속하고 안전한 거래 환경을 마련했다. 또한, 가상현실(VR) 모델하우스를 도입해 비대면 주택 관람을 가능하게 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클라우드 기반의 웹메일 시스템 도입, 로봇자동화(RPA) 구축, 모바일 업무 시스템 마련 등을 통해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재혁 사장은 “디지털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해 공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북개발공사는 이번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효율적이고 투명한 공공 경영을 실현하며, 미래형 스마트 행정의 선도적 모델을 구축해 나갈 전망이다. jjw5802@ekn.kr

신용보증기금, 삼성디스플레이 협력기업에 ‘해외수출 공동 프로젝트 보증’ 지원

프리미엄급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출 경쟁력 향상 기반 마련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신용보증기금이 삼성디스플레이의 '프리미엄급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및 수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협력기업에 올해 첫 '해외수출 공동 프로젝트 보증'을 지원한다고 31일 밝혔다. '해외수출 공동 프로젝트 보증'은 기존의 기업 단위 심사방식이 아닌 신산업 수출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성을 평가해 참여 협력기업에 대한 보증을 적기에 일괄 지원하는 상품이다. 이번 공동 프로젝트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중소·중견 협력기업이 프리미엄급 중소형 OLED의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생산 효율화를 추진해 수출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보는 공동 프로젝트의 혁신성, 사업성 등을 평가해 총 8개 협력기업에 165억원 규모의 '해외수출 공동 프로젝트 보증'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젝트 참여기업에 대해서는 보증비율 90%와 고정 보증료율 0.8%의 우대 혜택을 제공하며, 2023년 8월 정부에서 발표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에 따라 대출금리는 최대 1.5%p를 인하한다. 한편, 신보는 2020년부터 총 400개의 중소·중견기업에 5,575억원의 공동 프로젝트 보증을 지원함에 따라 미래 신산업 및 수출 전략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국가 성장동력 확충에 기여하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이번 공동 프로젝트 보증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우수사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보는 혁신성과 사업성이 우수한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국가 경제활력 제고와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뒷받침하겠다"라고 밝혔다. jmson220@ekn.kr

[종합] ‘김승연의 한화’에서 ‘김동관의 한화’로…전략적 승계 완성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의 절반가량을 세 아들에게 무상 증여했다. 이로써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지배력이 총수 2세대인 김동관 부회장에게 집중되며,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는 31일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 보통주 1844만7949주(22.65%) 중 절반인 약 848만8970주(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증여 대상은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다. 각 아들에게 증여된 지분은 김동관 4.86%, 김동원과 김동선에게 각각 3.23%다. 증여일은 오는 4월 30일이다. 이번 증여 이후에도 김승연 회장은 지분 11.33%를 유지하며 여전히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하지만 실질적 경영권은 김동관 부회장에게 넘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김 부회장은 이번 증여로 개인 지분이 8.65%까지 늘어났고, 동시에 자신과 두 동생이 공동으로 100% 보유한 비상장사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 22.16%를 보유하고 있어, 세 아들이 지배하는 지분은 총합 42.67%에 달한다. 즉, 직접 보유지분과 간접지배력을 모두 합치면 김동관을 중심으로 한 2세 체제가 ㈜한화의 과반에 가까운 지배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 되는 ㈜한화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지주회사다. 이에 ㈜한화의 지분 구조 변화는 곧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재편을 의미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 증여를 통해 한화가 전통적인 장자 중심 승계 모델을 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이미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그룹 전략과 신사업 전반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룹 안팎에서 후계자로서의 정당성과 역량을 쌓아왔다. 동생들인 김동원, 김동선 역시 각각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김동관 중심의 단일 지배체제가 굳어진 모양새다. 한화그룹은 이번 증여와 관련해 “김승연 회장은 지분 증여 이후에도 한화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와 경영 자문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고 본연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회장직은 유지하되, 실권은 자식세대로 이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번 지분 이동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일인은 김승연 회장이지만 향후 김동관 부회장으로의 변경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한편 한화 측은 이번 증여에 따라 발생할 증여세 규모는 약 2218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5년 3월 4일부터 3월 31일까지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이며, 실제 과세 기준은 증여일 전후 각각 2개월 간의 주가 평균으로 확정된다. 한화그룹 측은 납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배당 확대나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재원 마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최근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한화오션 지분을 대거 사들인 것도 승계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조3000억원가량을 투입해 한화오션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이로써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와 거의 같은 시점에 이뤄진 점,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기는 그룹 내 현금 흐름 재편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이번 지분 확대 역시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핵심은 배당 구조에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면, 한화오션이 앞으로 벌어들이는 이익 가운데 더 많은 몫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배당의 형태로 가져갈 수 있게 된다. 한화오션은 최근 4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배당을 다시 실시하리라는 기대감이 높은 종목이다. 한화오션이 배당을 실시할 경우 배당으로 나온 현금은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익이 되고,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주주인 ㈜한화로 유입된다. 그리고 ㈜한화는 김승연 회장과 세 아들이 지분을 나눠 들고 있는 지배회사이기 때문에, 이 현금은 다시 총수 일가에게 배당이나 기타 재무 수단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결국 이번 한화오션 지분 인수는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 현금이 위로 흐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미리 구축해둔 작업으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지고 있던 현금을 직접 총수일가가 가져갈 수는 없지만 이 작업을 통해 향후 배당을 확대하는 씨앗으로 삼은 것이다. 실제로 세금 자체를 줄이거나 면제받는 구조는 아니지만, 필요한 돈을 보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지분 증여와 지분 인수는 서로 맞물린 하나의 승계 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순환출자 해소와 공정거래법에 따른 규제 회피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지만 한화는 ㈜한화를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고수했다"며 “이에 ㈜한화 지분 구조의 변화는 곧 그룹 지배구조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강현창·윤동 기자 khc@ekn.kr

가전도 ‘관세 폭풍’ 사정권···삼성·LG전자 ‘공장 이전’ 카드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이하 현지시간) 전세계 국가 대상 '상호관세' 발표를 예고하면서 우리나라 가전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LG전자는 멕시코에서 만들던 가전 물량을 미국 등 다른 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외 다른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고민거리도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전자는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에 생산 기반을 다수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케레타로, LG전자는 몬테레이·레이노사 등에 공장이 있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세탁기, 건조기, TV 등은 대부분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으로 향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우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양사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은 멕시코가 미국의 '관세 부과 1순위 타깃'이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불법이민, 마약 등 다양한 문제를 언급하며 멕시코를 압박해왔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공장 이전을 포함한 대응책을 이미 마련해둔 상태다.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1순위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가전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잘 짜놨다는 입장이다. 황태환 삼성전자 DA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최근 열린 비스포크 신제품 발표 행사장에서 “미국 관세는 다양한 안을 준비하고 있고, 여기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관세 정책에 우리는 적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당초 광주공장에서 만들던 구형 냉장고를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해 생산하려 했으나 이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LG전자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제23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다른 국가보다는 멕시코 관련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고 다양한 가전을 생산할 라인은 구축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나 업종별 관세 장벽을 세우는 것을 두고 “예외는 없다"거나 “유연하게 대응하겠다" 등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을 계속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자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거두는 국가를 '더티 15'(Dirty 15)라고 칭해 관세 대상국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더 광범위한 무역 상대국에 관세가 20% 부과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LG전자는 미국 가전 시장 내 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이다. 2023년 기준 양사 합산 점유율은 TV 55.2%, 냉장고 40%, 세탁기 40% 등이다. TV·냉장고의 경우 업체별 순위 1·2위를 휩쓸었고, 세탁기는 월풀(점유율 31.7%)에 이어 2·3위를 차지했다. 관세 폭풍이 부는 가운데 우리 가전업계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 구도 변화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기술력을 확보해 프리미엄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들이 관세 장벽이 없는 시장으로 물량을 밀어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중국 TCL과 하이센스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각각 15%, 14.6%를 기록했다. 2020년만 해도 5.1%, 4.2%에 불과했지만 4년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IDC가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홈 기기 시장 분기 추적 보고서'를 보면 중국 기업 로보락은 지난해 판매량(16%)과 매출액(22.3%) 부문에서 모두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샤오미의 경우 '포코' 등 프리미엄 제품 출시 국가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가는 중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AI 新경제] AI로 대체 가능한 일자리 327만개가 위험하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일자리 지형의 변화가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기업의 인력 구조와 직무의 본질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의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는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으며, 새로운 직무가 전혀 다른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AI가 고용의 총량 자체를 줄일 것인지, 아니면 구조를 바꾸는 '재편의 파도'에 그칠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국가적 대응의 시점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사회 구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은 전 세계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맥킨지가 지난해 7월 각국 기업 관계자 1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6%가 생성형 AI로 인해 HR 분야에서 3년 안에 3% 이상 규모의 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실질적인 고용 구조 변화를 야기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AI로 인해 직업의 변화를 겪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4%의 근로자는 AI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27%는 임금 삭감이나 실직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에 따르면 AI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 수는 327만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일자리의 13.1%다. 특히 전문직 분야에서 196만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해 있으며, 관리 및 금융 전문직의 99.1%가 AI로 인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 기업들도 AI 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T는 AI·ICT(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4년 10월, KT는 네트워크 운영에 초점을 맞춘 두 개의 자회사 설립을 승인했으며, 이는 수천명의 직원 재배치기 잔행됐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 역시 AI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AI의 도입은 새로운 직종의 탄생도 예고하고 있다. AI 및 기계학습 전문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석가, 정보보안 전문가 등의 직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감시자 등 AI 시대에 특화된 새로운 직업군도 등장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따라 정부도 AI 시대에 대비한 다각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AI 전략 정책 방향'을 통해 2030년까지 AI 전문인력 20만명 양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AI 특화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교육과정 개선, 해외 연수 기회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더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1만 명의 AI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서울소프트웨어아카데미를 통해 4000명, 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6000명을 교육할 계획이다. 또한, AI 관련 석사 과정 학생 60명을 지원하는 6억원 규모의 장학금 프로그램도 올해 신설한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AI 교육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AI 시대에 대비한 장기적인 인재 양성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인재 양성은 기업들에게도 시급한 현안이다. 이에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는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 교육 대상을 마이스터고 졸업생까지 확대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제도와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 특별채용 등을 통해 우수 기능인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힉이다. 네이버도 행정안전부와 함께 공공 AI 전문인재를 네이버가 자체 양성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인재 양성에 노력 중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AI를 단순히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I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처럼 AI 시대의 노동시장 변화는 도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AI의 발전은 불가피한 흐름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효성, 화학 살리기에 1조 넘게 투입했지만…구조적 한계 ‘뚜렷’

효성그룹이 자회사 효성화학의 재무 위기 해소를 위해 그룹 역량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엄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성그룹은 현재까지 1조원이 넘는 자산을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효성화학의 유동성 확보에 나서, 자본잠식 해소와 부채비율 개선이라는 단기 성과를 일단 거둔 상태다. 그러나 핵심 사업 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베트남 법인의 장기 부실이 지속되면서, 이번 구조조정이 결국 '돌려막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부 투자나 신규 자금 유입 없이 내부 자산만을 순환시키는 방식의 한계가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첫 구조조정 조치는 지난해 말 단행한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었다. 지난 2024년 12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고부가가스인 NF3(삼불화질소)를 생산하는 특수가스 사업부를 형제회사인 효성티앤씨에 약 9200억원 금액으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효성화학은 2024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지만, 이 딜의 결과 덕분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이어 지난 28일 효성화학은 울산 온산공단 내 탱크터미널 사업부를 지주사인 ㈜효성에 1500억원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이번 양도를 통해 차입금 상환 등 재무안정성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효성그룹은 자회사의 재무구조를 회복시키기 위해 사실상 '내부 유동성'을 총동원했다는 평가다. 특수가스와 탱크터미널, 두 사업부 모두 그룹 외부가 아닌 내부 계열사를 상대로 매각됐다. 그 결과 총 1조700억원 규모의 자산이 그룹 내에서 순환되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효성화학의 핵심 위기 요인으로 꼽히는 베트남 법인의 고질적 부실이 있다. 효성화학은 2018년 베트남에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해 'Hyosung Vina Chemicals'를 설립하고 폴리프로필렌(PP) 및 탈수소화(DH) 설비를 운영 중이지만, 2022년부터 현재까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3137억원, 2023년 2594억원, 2024년에도 232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법인의 지속 운영을 위해 2023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총 2060억원을 출자하고, 5777억원을 대여했다.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법인에 투입된 자금은 약 78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PP 시황의 구조적 부진과 고정비 부담, 중국 저가 공세가 계속되면서 단기 흑자 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다. 핵심 사업의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효성화학의 유동성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단기적인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개선은 가능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결국 지주사와 계열사의 부담 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효성화학은 옵티컬 필름과 식품·산업용 필름 사업부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자산의 매각 대금이 2000억원 내외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구조적 사업위기라는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 채 내부 자산을 순환시키는 '돌려막기'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유동성 확보 이상의 본질적 체질 개선과 사업 전략 재정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AI 가전=삼성’ 주도권 굳히기 나선다…비스포크 AI 라인업 공개

삼성전자가 진화된 '비스포크 AI' 가전을 앞세워 글로벌 AI 가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대한다. 보안과 연결성을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 행사를 열고, AI 기술이 접목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 △2025년형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2025년형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등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신제품에서 가장 강조한 요소는 '연결성'이다.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가전 간 연결을 강화해, 소비자가 더욱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신제품에 탑재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모든 가전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와이파이 △직비(Zigbee) △매터 스레드(Matter Thread) 등 다양한 프로토콜을 지원해, 별도의 허브 없이도 조명과 스위치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기까지 제어 가능하다. 보안 역시 대폭 강화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를 발전시켜, AI 가전에도 '녹스 매트릭스(Knox Matrix)'를 적용했다. '녹스 매트릭스'는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기술로, 가전제품 간 보안 상태를 상호 점검하고, 외부 위협이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비밀번호와 인증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별도의 보안 칩에 저장하는 '녹스 볼트(Knox Vault)'도 가전제품에 최초로 적용됐다. 여기에 양자컴퓨팅의 보안 위협을 대비한 '양자 내성 암호(PQC)' 기술도 도입해 보안 수준을 한층 높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AI 가전=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비스포크 AI 가전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AI 기반 맞춤형 서비스와 에너지 절감 기능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네이버 쇼핑과 쿠팡에서 인기 있는 AI 가전 633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의 제품이 스마트폰 연동과 에너지 효율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혼부부나 1인 가구 소비자들 사이에서 '축하 선물'로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AI 가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가전 시장이 전반적인 수요 부진을 겪는 가운데, 여러 제조사가 AI 기술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며 시장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LG전자는 AI를 '공감지능'으로 정의하고, 사용자의 불편을 스스로 인식해 해결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 가전 브랜드 로보락도 AI 기반 자율 주행 시스템을 적용한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I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대표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는 보안과 연결성을 더욱 강화한 비스포크 AI 가전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확립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은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 행사에서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보안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가장 큰 강점은 보안"이라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고, 올해 확실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종승 삼성전자 DA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도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보안과 연결성을 강화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러한 혁신이 AI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화세미텍, HBM 시장 진출…국내 반도체 체인 다변화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이 SK하이닉스와 HBM용 반도체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의 변화가 본격화 중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해당 장비는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단독으로 공급해왔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신규 벤더의 시장 진입이라기보다 반도체 장비 시장 내 공급망 전략이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TC본더 사업을 위한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유증신주는 100% 모회사인 한화비전이 전량 인수한다. 마련하는 자금은 최근 SK하이닉스와 체결한 계약을 위해 사용한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와 최근 HBM 패키징 공정에 사용되는 TC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엔비디아(NVIDIA) 공급체인'에 합류했다. TC본더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에서 핵심 장비로 꼽힌다. 이번 계약은 2023년 첫 공급 이후 두 번째 계약으로, 후발 주자로서 한화세미텍이 일정 수준의 기술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의 TC본더는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해왔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의 오랜 협력 관계 속에서 TC본더 개발과 공급을 선도하며, HBM2E부터 HBM3E까지의 장비를 안정적으로 납품해왔다. 2025년 초에도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108억원 규모의 HBM3E용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4년까지 누적 공급액은 3500억원을 넘는다. 이에 한화세미텍이 계약을 확보하며 SK하이닉스의 공급 체계에 변화가 생긴 변화의 핵심은 '단일 벤더 체제'에 대한 재평가다. HBM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기술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 병목이나 리스크 발생 시 대체 가능한 벤더를 확보해두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복수 벤더 전략이 조달 안정성과 기술 유연성 확보를 위한 사실상의 전제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한미반도체의 경쟁력 약화라기보다는, 시장 구조 변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미반도체가 여전히 기술력과 신뢰성 면에서 독보적이지만,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전략적 판단 하에 조달 구조를 재설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화세미텍의 기회도 여기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세미텍은 원래 디스플레이 장비에 주력해왔으나, 2020년대 초반부터 반도체 장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2023년부터는 TC본더 개발에 집중 투자했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공급사로서의 기술 검증을 통과했다. 여기에 더해 한화비전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본력을 뒷받침하면서, 생산능력 확대와 수주 대응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과 자금력이 결합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HBM 장비를 넘어 다른 장비 카테고리로도 복수 벤더 전략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검사장비, 테스트 소터, 번인 시스템 등에서도 기술 의존도가 높은 단일 벤더 체제를 유지할 경우, 조달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도 맞닿아 있다. 인텔, 마이크론, TSMC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핵심 장비에 대해 복수 벤더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 반도체 기업 역시 유사한 조달 전략을 본격화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시장이 기술력 중심의 경쟁에서, 전략적 유연성과 공급망 대응력을 포괄하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력은 여전히 핵심적인 경쟁 요소지만, 그것만으로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고객의 전략을 읽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조직력과 자본력을 동원할 수 있어야 다음 단계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애플·레노버 ‘기부 제로’…외국계 전자기업 사회공헌 기대이하

한국 시장에서 소비재를 주로 판매하는 외국계 전자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많게는 수천억원대 이익을 내면서 기부금은 거의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부가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보편화된 시점에 사회 환원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이 국내 고용 창출이나 설비투자 측면에도 거의 기여하지 않는데다 본사 등에 배당에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30일 외국계 전자기업 12개사의 최근 회계연도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0.55%로 집계됐다. 삼성전자(6.6%)와 비교해 12분의 1 수준이다. 대상 기업은 △애플코리아(이하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 0%) △다이슨코리아(0.8%) △캐논코리아(1.3%) △HP코리아(0%) △소니코리아(1.3%) △한국레노버(0%) △한국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0.02%) △한국화웨이(0.3%) △한국엡손(0.3%) △파나소닉코리아(1.3%) △밀레코리아(0.6%) △니콘이미징코리아(0.7%) 등이다. 특히 애플코리아, HP코리아, 한국레노버 등 3개사는 기부금 지급액을 표시하지 않아 '0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같은 기간 각각 3013억1300만원, 71억8027만원, 59억7543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국후지필름의 경우 92억4575만원을 벌어 기부금으로 250만원을 냈다. 다이슨코리아(기부금 2억45만원)와 캐논코리아(기부금 3억600만원)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수십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려 수천만원 수준을 기부했다. 전기 대비 기부금 액수를 늘린 기업은 다이슨코리아(1억8760만원→2억45만원), 소니코리아(2000만원→3098만원), 파나소닉코리아(1930만원→3204만원), 한국화웨이(0원→2000만원), 니콘코리아(439만원→1254만원) 5개다. 본사 등에 하는 배당에는 다들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12개사의 배당금 지급액은 총 4267억930만원으로 기부금 합계(6억1879만원)의 690배에 달한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지급액(배당성향)이 100%를 넘어서는 곳은 애플코리아, 소니코리아, 한국엡손, 파나소닉코리아, 한국후지필름 등이다. 대상 기업 중 애플코리아, 다이슨코리아, HP코리아, 한국레노버, 한국화웨이 5개사는 유한회사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전자업체들이 국내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생활가전, 복합기, 카메라 등 '소비자 친화형'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B2C 제품을 팔아 전국민과 접점이 높은 브랜드가 대부분인 만큼 일정 수준 사회공헌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코리아와 다이슨코리아의 경우 매출액을 각각 7조8376억원, 7943억원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 애플코리아는 세금 회피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회사는 최근 회계연도(2023년 10월1일~작년 9월30일) 감사보고서에서 매출액이 7조8376억원인데 매출원가가 7조2268억원에 달한다고 적었다. 전기에도 매출 7조5240억원 중 원가가 6조6803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 애플코리아가 매출원가율을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낮춰 세금을 줄이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인앱결제' 관련 수익을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애플코리아 측은 “애플이 사업을 운영하는 각 국가에서의 소득은 과세 대상"이라며 “배당 전 이익에 세금을 납부하고 배당금 지급 시에도 한국 세법에 따라 추가 세금을 낸다"고 공식 입장을 낸 상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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