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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오, R&D·스타트업 투자 전략 대조적…공통점은 AI

네이버와 카카오의 연구개발(R&D)과 스타트업 투자 전략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R&D 투자가 줄고 타법인 출자 규모가 늘었다. 반면 카카오는 스타트업 투자가 줄었지만 R&D 비용을 늘려 인공지능(AI) 기술 확보에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네이버의 지난해 R&D 투자 비용은 1조8579억원으로 전년(1조9926억원)보다 6.76%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3.3%p(포인트) 감소한 17.3%를 기록,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선이 뚫렸다. 지난해 매출 10조 클럽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치를 거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개발과 메타버스·자율주행·클라우드 등 미래기술 투자를 본격화하며 R&D 비용을 늘려왔다.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매년 R&D 투자 비율은 20~25% 사이를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던 네이버제트 등 일부 연결 제외 기업이 생긴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해 3월 약 20%가량의 네이버제트 지분을 라인플러스 등 계열사에 매각했다. 일본 라인야후 자회사인 Z인터미디어트글로벌과 라인플러스에 매각했다. 타법인 출자를 통한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소폭 상승한 모습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7건의 직·간접적 출자를 통해 69억1300만원가량을 투자, 전년(약 18억원)보다 약 50억원가량 증가했다. 투자 대상은 대체로 북미에 기반을 둔 AI 스타트업에 집중된 가운데 숏폼·네이버플러스스토어 사업 관련 내역이 두드러진다. 네이버는 스타트업 투자사 D2 스타트업 팩토리(D2SF)를 통해 △생성 AI 기반 3D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클레이디스 △패션 특화 멀티모달 AI 개발 스타트업 예스플리즈 △AI 기반 동영상 광고 솔루션 전문 스타트업 램브랜드에 각각 11억3000만원, 14억7000만원, 29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전체 투자 비중의 약 80%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의 북미 진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북미 스타트업 발굴·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현지 기업·투자사·창업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의 지난해 R&D 투자 비용은 전년(1조2336억원)보다 3.76% 오른 1조269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대비 비율은 16.1%로 0.1%가량 줄었으나, 이는 전년 대비 매출(7조5565억원→7조8738억원)이 상승한 영향으로 보인다. AI 에이전트 카나나 및 생성AI 모델 개발에 투자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5년 동안의 투자 추이를 분석할 때, 금액 증가폭은 5년 사이 가장 둔화된 모습이다. 카카오는 2020년 5354억원에서 2021년 7645억원, 2022년 1조213억원 등 30~40%p의 성장폭을 보여왔다. 2023년 또한 전년보다 19.8% 늘렸음을 감안하면, 투자 집행이 다소 보수적인 모습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투자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의 2023년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150억원대였으나, 2024년은 72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역시 197억원대에서 67억원대로 줄었다. 양사 모두 2020년대 초반 200억~600억원대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카카오는 벤처캐피탈(VC) 카카오벤처스를 통해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전문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이들이 투자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AI·헬스케어에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2023년보다 스타트업 투자가 줄어든 건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되며 투자 상황이 전반적으로 녹록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술 기반 기업 창업이 줄며 투자할 만한 국내 스타트업을 찾기 쉽지 않다는 반응도 적잖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AI 수익화 기조가 확대됨에 따라 관련 기술 고도화 목적의 투자가 늘 전망인데, 스타트업 추가 투자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양사의 해외 스타트업 투자가 증가한 건 국내 법인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플립(Flip)' 현상이 늘어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외면받던 ‘올인원 세탁건조기’…이제 필수 가전 된 이유

한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올인원 세탁건조기'가 최근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성능이 개선됐고, 공간 절약과 사용 편의성 덕분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결합한 제품이다. 2010년대 초반 처음 출시됐지만, 당시에는 세탁과 건조 기술이 미흡해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특히 히터 방식은 건조 성능이 미흡하고, 높은 열로 인해 옷감 손상 위험이 커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이 기술을 대폭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 반응이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콤보'는 출시 5개월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3만대를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도 비스포크 AI 콤보의 판매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는 출시 1년 만에 전자랜드의 세탁건조기 카테고리에서 누적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3년 이상 된 기존 타워형 제품들을 제치고 순위권에 오른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업계는 올인원 세탁건조기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로 기술적 성능 향상과 공간 활용성을 꼽는다. 소비자들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올인원 제품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비교 시험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기존 드럼세탁기에 비해 세탁 성능이 1~4%포인트 높았으며, 건조 성능 또한 기존 건조기와 유사한 수준(건조도 103%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특히 건조 성능에 주목하고 있다"며 “제조사들이 히터 방식 대신 저온 제습 방식의 인버터 히트펌프를 적용하면서 옷감 보호 효과를 높이고, 에너지 효율도 개선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또한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한 대로 해결할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기존 세탁기와 건조기를 개별 설치할 때보다 약 40%의 설치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아울러 세탁 후 건조까지 자동으로 진행돼 세탁물을 옮길 필요가 없다는 점도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다. 올인원 세탁건조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업계는 긍정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가가 높은 제품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수익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근 중국 로보락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H1·M1' 모델을 선보인 로보락은 20일 'H1 Lite'를 추가로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독주 체제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시장 수요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기존 제품보다 건조 용량을 3kg 늘려 18kg까지 확대했다. LG전자는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에 '트루스팀' 기능을 적용해 의류 살균 성능을 향상시켰다. 트루스팀은 100도로 끓인 물로 미세한 스팀 입자를 생성해 건조 시 옷감에 분사하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시장에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제품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기술 혁신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SK하이닉스, 육아 휴직 어렵다고?…워라밸 공시 해프닝 ‘진땀’

SK하이닉스가 올해부터 시범 시행된 '워라밸(work-life balance) 공시' 탓에 진땀을 뺐다. 작년도 사업보고서에 적은 여성 직원 육아휴직 사용률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아 '직원 복지가 나쁘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통계 작성법이 달라 생긴 해프닝이지만 SK하이닉스만 홀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594명의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2023년(827명)이나 2022년(775명)과 비교해 다소 줄었다. 이 회사 전체 임직원 수는 기간제를 포함해 3만2390명이다. 이 중 1만897명이 여성이다. 이목을 끄는 점은 지난해 SK하이닉스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16.6%라고 표시됐다는 점이다. 전년(16.6%)과 2022년(19.1%)에도 비율이 20% 선을 넘지 못했다. 출산을 하더라도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직원 비중이 80%를 넘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공시 이후 SK하이닉스에는 '육아휴직 사용률이 왜 이렇게 낮냐'는 질문이 쏟아졌다고 전해진다. 숫자만 보고 직원 복지가 나쁜 곳이라고 지레짐작한 경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측은 사용률을 산정하며 분모에 '육아휴직 대상 근로자수'를 넣어 생긴 착시라고 해명하고 있다. 아이가 있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전체에서 당해 실제 휴직한 사람 비중을 추렸다는 뜻이다. 문제는 다른 기업들은 대부분 분모에 '당해 출생 자녀를 가진 직원'을 넣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률은 자연스럽게 90% 안팎 수준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97.8%), 현대자동차(91%), LG전자(94.6%), 포스코(93.1%), 네이버(82.7%), 카카오(84.3%) 등 주요 기업들이 모두 같은 기준을 사용했다. SK(86.7%), SK텔레콤(80%), SK이노베이션(87.5%) 등 SK그룹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당해 출생 자녀를 가진 직원'을 분모에 넣으면 타사와 비슷한 수준인 약 80~90% 가량의 육아휴직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현황 등을 공개하는 것은 향후 '워라밸 공시'가 의무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일·생활 균형 경영 공시제' 도입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 중이다. 민간기업들이 육아휴직, 출산휴가, 유연근무제 사용 현황 등을 알리도록 한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아직 정비가 필요한 기업들은 작년도 사업보고서에 해당 내용을 기재하지 않고 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주요 기업 중에는 KB금융, 신한지주 등 금융권이 관련 집계를 완료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음에도 괜한 비판을 받은 셈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직원 워라밸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에는 임금협상을 타결하며 출산 축하금을 첫째와 둘째 각 100만원, 셋째부터 500만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남성 구성원에 대한 1년 이내 특별 육아휴직 제도 신설 등도 논의 중이다. 교대근무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올해 들어 시차출퇴근제도 도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워라밸 공시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아직 없는 상태라 육아휴직 사용률 등 수치가 다른 기업들과 크게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사업보고서를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늦게 제출했는데 올해 처음 추가된 분야에서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며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선임

삼성전자는 19일 '제56기 정기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 의장은 2020년 박재완 의장, 전임 김한조 의장에 이어 사외이사가 회사 이사회 의장을 맡는 세번째 사례가 됐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데 이어 2020년 2월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처음 선임했다. 올해 신 전 위원장이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삼성전자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신 의장은 이사회에 상정할 안건을 결정하고 회의를 소집해 진행하게 된다. 의장 권한으로 이사들 사이의 의견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신 의장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이사회에 합류했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재정경제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삼성전자는 같은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영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했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에 오른 뒤 11월 말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부회장에 위촉됐다. 그는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로 입사했다. D램·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 등을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다. 작년에는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삼성전자와 전자관계사의 미래먹거리 발굴을 수행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해 부문별 사업책임제를 확립하고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 지속성장가능한 기반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카카오 노조 “다음 분사는 사실상 매각 수순” 주장…단식농성 돌입

카카오가 최근 포털 다음(DAUM) 분사 계획을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권고사직과 매각을 염두한 결정이란 것이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전국화섬식품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IT밸리에 위치한 카카오 아지트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 분사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오는 26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임금및단체협상(임단협)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일괄 결렬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3일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콘텐츠CIC 직원들에게 분사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한 지 11년 만이다. 사측은 공시를 통해 “그룹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음의 경쟁력 강화와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는 분사 계획에 대해서만 공유된 단계로,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향후 매각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가 현재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제외한 비핵심 사업 부문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144개에서 122개로 줄었다. 그동안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후 지분 매각을 추진했던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다음 매각설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17년 분사한 카카오모빌리티와 2019년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대표적이다. 이 중 카카오엔터프의 경우, 2019년 설립 이후 한 번도 영업이익을 기록하지 못하며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이 사이 수 차례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임직원 수가 1200명에서 500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 부담과 피해가 직원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 해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분사·매각의 형태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치문 카카오엔터프 노동조합원은 “본사에서 제공하는 복지가 분사 이후엔 쟁취 대상이 됐고, 임금 인상·성과급 또한 본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며 “3년 내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회사 상황은 더 어려워졌고, 일부 리더들은 본사로 돌아갔지만 직원들은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을 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분사가 추진될 경우, 적지 않은 직원들이 고용불안에 직면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다음 서비스 관련 인력은 300명이 넘고, 유관업무 담당자와 계열 법인 내 직접 관련 대상자를 포함하면 최소 800명 이상이다. 간접적인 업무 관련 담당자들을 포함하면 약 1000명 정도인데, 콘텐츠CIC 소속 직원들을 제외하면 선택권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주로 근무하는 제주 지역에서의 사업 철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서승욱 지회장은 “경영진이 콘텐츠CIC 분사를 발표하며 지분 매각도 감안하고 있다고 밝혔기에 이번 결정은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 없다"며 “회사는 대부분 계열사의 분사와 매각을 사모펀드를 통해 진행했다. 그렇기에 어떤 방식으로도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단협 교착상태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현재 11개 법인에서 임금교섭을 진행 중인 가운데 사측이 성과급 교섭을 거부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성과급 규모조차 공개하지 않고, 정보공개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키도 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지난해 200여명 가까이 희망퇴직을 단행한 카카오VX의 경우 최근 또 추가적인 권고사직과 전 직원 연봉 동결을 통보했다고도 밝혔다. 올해 연봉 동결을 제시한 건 공동체 중 최초인데, 이후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카카오가 판교IT밸리에서 가장 먼저 교섭이 체결되는 기업이었음을 감안하면, 정신아 대표 취임 이후 노사 협상 기조가 바뀐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도 진통을 겪었다. 임금협상에 대한 노사 입장차가 조율되지 않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지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며 노사갈등이 장기화됐다. 지난해 11월 주1회 재택근무 등 내용이 담긴 잠정 합의안이 통과되며 일단락됐다. 카카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023년 1억100만원에서 2024년 1억200만원으로 100만원 인상됐다. 임원 보수액이 20~30억원대를 상회하는 반면, 직원들의 평균 보수액은 소폭 상승에 그친 모습이다. 서 지회장은 “지난해 포털업계 보수 1위는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로 30억원이 넘는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전 대표는 상반기에만 22억원을 수령했다"며 “경영진은 '회사의 위기'를 교섭 장기화의 이유로 말하지만, 그 위기가 모두의 위기인지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기 주총 전까지 내부 농성을 진행한 후, 사측으로부터 답변이 없을 경우 9개 법인의 임단협을 일괄 결렬, 대규모 단체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서 지회장은 사옥 3층에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측은 “콘텐츠CIC 분사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단계로, 분사 법인으로의 이동에 대한 선택권은 각 크루에게 있다"며 “개별 크루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며, 앞으로도 크루유니언을 포함한 임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올해 가시적인 M&A 성과 낼 것”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 추진이 중요하지만 그동안 성과는 주주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올해는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진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한 부회장은 회사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해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새로운 기술 역량 확보는 글로벌 시대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부회장은 “반도체 분야는 독점 논란 등으로 M&A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며 “관련 조직을 갖추고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총장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질타·격려가 쏟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사즉생(死卽生)' 각오를 공유한 만큼 주주들도 회사의 경영의지에 힘을 실어줬다. 주총장은 입구부터 북적였다. 갤럭시 S25 시리즈 기기, 마이크로 LED 등 프리미엄 TV, 하만 오디오 기기 등이 전시된 영향이다. 인공지능(AI) 집사 역할을 하는 '볼리(Ballie)'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개'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한쪽 벽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마련돼 있었다. 주주들은 갤럭시 탭을 활용해 응원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주총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졌다. 글로벌 관세 전쟁, 국내 정치 불안, 치열해지는 신기술 경쟁 등 회사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의사봉을 잡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안건별로 질의응답을 받았다. 사회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온라인으로 어떤 질문이 왔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1호 재무제표 승인과 2호 이사 선임 안건을 보고하고 질의응답을 받는데만 1시간10분 가량이 소요됐을 정도다. 참석자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한 주주가 “경쟁사 대비 임금격차가 나고 있고 글로벌 인력 유치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하자 한 부회장은 “우수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지만 해당 의견을 경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의논하겠다"고 답했다. 주가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한 부회장은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그는 “변화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TV·가전 등은 압도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경쟁력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전영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에 반대표를 던졌는데 그 의중을 파악했는지, 여성 사내이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인재 육성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 이도 있었다. 주총은 1시간30분 가량 펼쳐졌다. 안건을 통합해 두 차례에 걸쳐 전자표결을 진행한 덕분에 진행이 비교적 빨랐다.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4인(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이혁재) 선임 △사내이사 3인(전영현, 노태문, 송재혁)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2인(신제윤,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총회장 실황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수어·통역 서비스도 제공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 종료 이후 '주주와의 대화' 순서를 따로 마련해 약 1시간10분 동안 사업전략을 공유했다. 한 부회장이 디바이스경험(DX)부문, 전영현 부회장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 계획을 소개했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업황 관련한 질문에 “하반기에는 수요회복에 따라 균형이 잡힐 것"이라며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3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HBM4 등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신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한 대응법에 대해서는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DDR4 등 범용 제품은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주주들이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걱정하자 한지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파운드리는 수주 사업으로 2~3년 뒤에야 매출이 나온다"며 “65나노부터 2나노까지 다양한 공정을 확보하고 있고 수주와 고객을 최적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태문 MX사업부장은 스마트폰 경쟁력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등 AI 리더십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앞으로는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도 폭넓게 활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반도체특별법과 주 52시간근무제 예외 적용 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한 주주가 정부·국회 동향에 묻자 전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이 아니라 국가간 패권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위기에 직면했는데 기술적인 개발 난이도도 증가해 집중근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주 52시간 규제 등으로 개발 일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게 현재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젠슨 황 “AI 발달로 컴퓨팅 능력 100배 더 필요해”

젠슨 황 엔비디아 NVIDIA CEO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 과거 대비 100배에 이르는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며 새로운 AI 가속기와 운영 시스템, 운영체제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9일 새벽 엔비디아의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키노트에서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AI가 단순한 검색 도구에서 벗어나, 맥락을 이해하고 추론하며 행동하는 '에이전트(Agent)'로 진화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컴퓨팅 산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젠슨 황은 “AI는 더 이상 정해진 데이터를 단순히 불러오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며 “이제는 AI가 직접 데이터를 생성하고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이러한 방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최소 100배 이상의 연산량이 필요하며, 이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새로운 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를 공개했다. 블랙웰 아키텍처는 이전 세대 대비 최대 25배 높은 연산 성능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젠슨 황 CEO는 블랙웰 GPU 아키텍처의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가 2026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랙웰 울트라는 기존 블랙웰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버전으로, 베라 루빈(Vera Rubin) 아키텍처가 출시되기 전까지 최고 성능을 제공하는 GPU가 될 예정이다. 늘어나는 AI 연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운영체계도 제안했다. AI가 보다 정밀한 답변을 생성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훨씬 많은 연산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의 운영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AI 운영체제 '다이너모(Dynamo)'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다이너모는 AI가 학습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젠슨 황은 “이제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라, AI가 직접 데이터를 생성하고 처리하는 'AI 공장(AI Factory)'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기존 데이터센터는 미리 준비된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불러오는 방식이었지만, AI 팩토리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AI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I 모델이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이를 운영하는 데 드는 연산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역시 “지난해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 예상했던 연산량보다 실제 필요했던 연산량이 100배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즉, AI의 발전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결국, AI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거나, 기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엔비디아가 제시한 '에이전틱 AI'가 실제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 AI는 특정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는 강점을 보이지만, 완전한 '자율적 사고'를 구현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의료나 금융 같은 신뢰성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쉽게 도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블랙웰-다이너모' 조합이 AI의 학습·추론 과정을 보다 정교하게 최적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AI의 '추론 능력'이 인간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이번 발표는 AI 인프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 모델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고도화됨에 따라, 기존의 데이터센터 구조로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으며, 엔비디아가 제시한 'AI 팩토리' 개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게 이번 키노트를 접한 업계의 반응이다. 젠슨 황은 “AI의 발전은 이제 막 시작됐으며, 엔비디아는 이를 실현할 핵심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하이닉스, 세계 최초 HBM4 12단 샘플 공급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 제공했다고 19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HBM4 12단 샘플을 출하해 고객사들과 인증 절차를 시작한다"며 “양산 준비 또한 하반기 내로 마무리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샘플로 제공한 HBM4 12단 제품은 AI 메모리가 갖춰야 할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를 갖췄다. 12단 기준으로 용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선 이 제품은 처음으로 초당 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했다. 이는 FHD(Full-HD)급 영화(5GB = 5기가바이트) 40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으로, 전 세대(HBM3E) 대비 60% 이상 빨라졌다. 아울러 회사는 앞선 세대를 통해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HBM 12단 기준 최고 용량인 36GB를 구현했다. 이 공정을 통해 칩의 휨 현상을 제어하고, 방열 성능도 높여 제품의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HBM3를 시작으로 2024년 HBM3E 8단, 12단도 업계 최초 양산에 연이어 성공하는 등 HBM 제품의 적기 개발과 공급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 리더십을 이어왔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Infra(인프라) 사장(CMO)은 “당사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꾸준히 기술 한계를 극복하며 AI 생태계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며 “업계 최대 HBM 공급 경험에 기반해 앞으로 성능 검증과 양산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MBK의 홈플러스 ‘자산 먹튀’ 의혹 국회서 폭발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경영 방식이 국회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18일 개최한 긴급 현안 질의에서 의원들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대규모 자산 매각과 기업 회생 절차 신청을 통해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특히 김병주 MBK 회장의 국회 불출석이 논란을 키우는 가운데, 의원들은 청문회 개최와 강력한 법적 조치를 요구하며 사모펀드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정무위에서는 홈플러스가 자산 매각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시도한 것인지, 아니면 MBK가 투자 이익 극대화를 위해 '먹튀'를 시도한 것인지에 대한 공방이 치열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15개 점포를 매각하고 1조8600억원을 확보했지만, 이 자금이 경영 정상화에 사용되지 않고 MBK의 투자금 회수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광일 MBK 부회장은 “매각 대금은 부채 상환뿐 아니라 운영 자금에도 활용됐다"고 해명했으나, 의원들은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인수 당시 MBK가 7조2000억원 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고, 이후 인수 2년 내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회생 신청을 한 것은 배임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을 두고도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준비한 기간이 불과 4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생 신청 서류를 준비하는 데는 최소 1~3개월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준비한 시기가 3·1절 연휴기간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내가 회생 담당 판사였다"며 “연휴기간안에 필요한 서류가 발급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신장식 의원도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을 하기 직전 단기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한 것은 투자자 기망 행위"라며 “회생 신청 당일 법원이 1시간 만에 결정을 내린 것도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광일 부회장은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의원들은 “사전 계획된 회생 신청 가능성이 크다"며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강훈식 의원은 “신용등급이 A3에서 A3 마이너스로 하락한 기업 중 단 하루 만에 회생을 신청한 사례가 있느냐"고 신영증권 금정호 사장에게 질문했고, 금 사장은 “이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답변하며 홈플러스 회생 신청의 비정상성을 시사했다. 홈플러스의 부실 경영과 대규모 인력 감축 문제도 집중 질의 대상이 됐다. 강훈식 의원은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직원 수가 2만4000명이었으나, 현재 2만명 수준으로 줄었고 간접 고용까지 포함하면 1만명 이상이 감축됐다"며 “MBK가 구조 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광일 부회장은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 MBK가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 실패 사례도 거론됐다. 강훈식 의원은 “MBK가 ING생명, 롯데카드, 네파, BHC 등 여러 기업을 인수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알짜 자산을 매각하거나 구조 조정을 단행한 후 매각을 추진해왔다"며 “결국 노동자와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병주 MBK 회장의 국회 불출석은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유영화 국민의힘 의원은 “김 회장이 정무위원회의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뒤 이틀 만에 해외 출장을 계획하고 국회 소환을 피했다"며 “이는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훈식 의원도 “MBK는 토종 사모펀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회에는 출석하지 않는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이 다시 부각되며 '검은 머리 외국인' 논란도 재점화됐다. 민병덕 의원은 “김병주 회장은 MBK의 실질적 오너이며, 그가 해외 자본과 연계해 기업을 인수한 후 대규모 이익을 챙긴 후 떠나는 것은 국부 유출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김 회장이 국회에 출석할 때까지 청문회를 개최하고, 필요하면 국정조사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차입매수(LBO) 방식과 회생 신청 절차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정 의원은 “MBK처럼 기업을 인수한 후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경영하는 방식은 결국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차입매수 방식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협력업체와 납품업체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홈플러스 쓰러질 때 MBK는 ‘페라리’ 수집”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김광일 MBK 부회장이 다수의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개된 김 부회장의 차량 목록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초고가의 슈퍼카 컬렉션으로, 홈플러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와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김광일 부회장이 보유한 슈퍼카 사진을 공개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유 의원은 “이 차량이 김 부회장의 자택 주차장에 있는 것이 맞느냐"고 추궁했고, 김 부회장은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페라리 296 GTB(약 4억원), 페라리 812 컴페티치오네(약 6억원), 페라리 푸로산게(약 5억원) 등 고가의 스포츠카 3대가 김 부회장의 자택 주차장에 주차된 모습이 담겼다. 이에 유 의원은 추가적으로 “총 27대가 더 있다"며 “이 차량들이 성수동 포레스트 아파트와 하남에 건설 중인 전용 주차장에 보관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부회장은 10여대 수준이며 차량들의 등록 명의가 캐피탈(할부금융사)이라고 해명했지만, 유 의원은 “이 차량들이 단순한 개인 소유인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활용된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핵심은 홈플러스의 경영난과 대조되는 MBK 고위층의 사치스러운 생활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지속적으로 점포를 매각하고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이를 통해 MBK 측은 상당한 이익을 남겼지만, 정작 홈플러스는 경쟁력 약화로 매출 부진을 겪고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의 대금 지급이 지연되고, 직원들은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의 슈퍼카 논란이 불거지며 여론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김광일 부회장의 슈퍼카 구매 자금 출처와 명의 문제에 대해 불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직원들은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을 걱정하는데, 경영진은 수십억 원대 슈퍼카를 굴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노했다. 정치권에서도 “기업이 어려울 때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이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며 MBK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이번 정무위 회의에 불출석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MBK 측은 “김 회장이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의원들은 “책임 회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에서는 김 회장에 대한 추가 소환과 MBK의 자금 흐름 조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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