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3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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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누가 당선되든 AI 반도체 패권 관심…배터리 공급망 내재화·다각화 필요”

미국 대선을 한달 반 가량 앞둔 가운데 한·미 반도체·배터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미국 대선 결과가 해당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는 이날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국의 두 후보 모두 한국을 외교·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산업의 중요한 파트너로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 협력은 안보 동맹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며 “한·미 양국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하고 특히 미국의 기술력과 한국의 제조 역량이 결합되면 긍정의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의 중국 견제와 자국 내 투자 확대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움직임 속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기·기회 요인을 간파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부 주제 발표에 나선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누가 당선되든 미·중 패권 경쟁은 반도체를 넘어 AI·양자 컴퓨터 등으로 확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대응 방안에 관해 그는 “고성능 AI 전용 메모리칩과 선행 기술, 표준·로드맵 설정 등 제반 분야에서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메가 클러스터 생태계 확충과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인력 투자 등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상 연결로 패널 토론에 참여한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 피터슨 국제 경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되든 미국 내 반도체 투자에 크게 기여한 칩스법은 바뀌지 않겠지만, 다음 대통령 임기 중 반도체 산업의 주요 관심사는 AI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터슨 연구원은 “고성능 반도체와 인재 확보가 필수적인데 만일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이 두 가지를 중국으로부터 철저히 차단시키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양국의 윈윈 전략으로는 “중국에 어떤 반도체를 수출 또는 생산 못하게 할지 양국 간 합의가 있으면 좋은데, 특히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3D 메모리칩이 중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주요국처럼 직접 보조금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특별법 등 관련 법안들이 국회 내에서 신속히 검토되고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창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도 “미국의 반도체 투자와 R&D 정책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국가 안보와 경제력 향상이라는 큰 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초격차 반도체 개발을 위해 한국·대만·일본·네덜란드 등 동맹국과의 연합을 유지·강화시켜나가겠지만 특정 분야에 있어 뜻밖에 중국과 화해하는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특히 칩렛 기술을 중심으로 미중 간 기술 교류·공동 표준 개발 등 선별적 협력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봤다. 2부 배터리 분야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화상 연결로 주제 발표에 나선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IRA를 포함한 배터리 정책 전반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지만, 트럼프가 된다면 IRA 혜택이 축소돼 한국 배터리 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 협력 방안에 대해 그는 “한국 배터리 산업은 미국 기업들이 채굴한 리튬을 활용할 수 있고, 양국 기업과 대학 간 공동 R&D 추진은 물론 한국 배터리 연관 스타트업들이 미국 벤처 자본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종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총괄본부장은 “트럼프 재집권 시 행정부 권한을 활용해 IRA 지원 규모를 축소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공급망 내재화가 시급해 질 수 있어 올해 시행된 '공급망 기본법' 등을 활용해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가격 차이를 좁히고, 국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트럼프가 당선 시 행정 권한으로 IRA가 후퇴한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며 단행했던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들이 전면 재조정될 것"이라며 “배터리 원료·소재의 내재화와 조달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가치 사슬(GVC)에서 신뢰 가치 사슬(TVC)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한국은 광물 가공-소재-배터리-전기차 전체 밸류 체인에서 중국의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정부 차원에서 한국 기업들의 광물 자원 확보, 소재 가공·생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중국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나고 미국 공급망 분야의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동시에 미국은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투자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IRA·외국 우려 기업(FEOC) 변화 가능성 등의 정책 불확실성을 제거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속가능미래기술연구본부장은 “미국은 자국 기업 이익을 우선시 하므로, 올해 초 포드가 IRA를 우회해 CATL과 합작한 것처럼, 중국산 배터리를 완전 배제하진 않을 것"이라며 “기업과 정부가 집중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패널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서정건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로 한 결정 자체에 대한 이견은 이제 미국 내에 없다"며 “다만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지에 대한 문제는 양당의 입장이 다르고, 의회 다수당 여하나 의회 내 규칙·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한 정치적 디테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분석] “적대적=필패”…고려아연 ‘MBK는 적대적 M&A’ 강조하는 이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 M&A'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MBK파트너스는 우호적 인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적대적 M&A로 규정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는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인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적대적 M&A로 규정한 고려아연의 전략 2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은 이번 인수 시도를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시도가 회사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세계 최대 아연 제련업체로서 국가 기간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고려아연이 외국 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내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다"고 강조하는 중이다. 고려아연 측 주장의 배경에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얘기다. 실제 한국에서 적대적 M&A를 시도한 사모펀드는 대부분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9년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그룹이 연합하여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외환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재계를 충격으로 몰고갔던 소버린자산운용의 SK 경영권 장악 시도는 2003년 실패로 끝났다. 이어 2006년 칼 아이칸이 이끄는 해외 헤지펀드의 KT&G 인수 시도 역시 실패했다. 당시 시장은 물론 국민적인 여론도 적대적 M&A에 참여하는 사모펀드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분위기였다. 반대로 사모펀드지만 우호적 M&A를 시도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성공 사례가 많다. 지난 최근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가 있으며, 2013년 한앤컴퍼니가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2018년 대만 퉁이그룹에 매각한 사례도 큰 저항 없이 이뤄졌다. 2022년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인수도 대표적이다. 이런 과거를 비춰볼 때 이번 MBK파트너스의 M&A시도를 적대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고려아연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적대적 M&A로 규정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 인수 무산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시민단체 반대 움직임 확산 실제 효과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인수 시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려아연 공장이 있는 울산시의회와 김두겸 울산시장,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등은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추가로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아연 제련업체로서 국가 기간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사모펀드 입장에서 넘어야 할 벽이다. 정부와 재계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SK그룹이나 KT&G 사례에서도 정부와 재계의 지원으로 적대적 M&A를 막아낸 바 있다. 또 MBK파트너스의 투자자 구성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국, 캐나다 연기금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중국 자본 등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최근 미국에서 US스틸의 일본 제철 매각을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비슷한 정서가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MBK “적대적 아닌 우호적 인수" 반박 반면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가 적대적 M&A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합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로서 지분을 늘리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개매수는 현 최대주주와 합의한 경영권 인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적대적 M&A가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 단순히 경영권 확보나 단기적 이익 추구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산업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고려한 접근임을 시장에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지분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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