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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북극항로 시대에 대응하는 법제의 필요성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극지연구센터장 북극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에 많은 영향을 주는 지역으로, 국제사회는 이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국제법과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북극해의 스발바르 제도에 대한 영유권과 국제법적 지위를 정립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스발바르 조약이 체결되었다. UN해양법협약(UNCLOS)과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은 북극해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특히 UNCLOS 제234조는 북극해와 같은 얼음이 많은 해역에 관한 규정을 두었다. 북극이사회와 같은 협의체는 환경 보호, 자원 관리, 과학 연구, 원주민 권리 보호 등을 주요 목표로 하며, 이러한 문제에 관련된 여러 조약이 회원국들 사이에 체결되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북극과 남극의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담보하고 환경을 보호하려고 국제기준(Polar Code)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북극에 대한 공동 관리의 틀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북극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한 지역으로,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과 모니터링은 정책 수립에 필수적이다. 자원의 개발과 관광산업의 확대 등 북극의 경제적 활용은 북극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조사 그리고 정교한 관리와 통제를 위한 국제법과 환경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국제법 질서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국내법을 해당 국제법 기준에 맞게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국제법이 각국의 국내법에 영향을 준다고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는 UNCLOS 제234조에 따라 북극해 관련 국내법을 정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연결되는 북극항로를 통제하고자 한다. 한국도 북극에 관련된 조약을 체결하면서 국내법을 조정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한국은 남극조약체계에 참여하면서 이 기준에 조화되는 국내법을 마련하고자 2004년 남극활동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남극활동의 규율과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법 기준을 국내법으로 수용하며, 남극활동의 허가, 환경영향평가, 동식물 보호, 폐기물 처리, 해양오염 방지, 모니터링 및 보고 등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북극에서 수행되는 활동에 관한 국내법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 지위 획득과 북극정책기본계획 수립을 계기로 북극과 남극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의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정책과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고, 결국 북극 활동까지 포함하는 「극지활동진흥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극지활동진흥법은 남극활동법과의 기본계획 중복, 법적 근거 이중성, 주무부처 사이의 관할 혼선 등 구조적 문제들이 지적되었다. 특히 '진흥법'이라는 명칭과 달리 법의 내용은 '기본법' 성격을 띠고 있어, 명칭과 기능의 불일치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다른 국내법과의 관계도 불명확하여, 이 법이 환경 등 다른 분야의 국내법과 충돌하면 법적 해석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북극항로에 대한 사회적·정부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5년 3월 국회에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안'이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해상 항로의 불안정성과 물류비용 증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항로 개척 가능성 증대 등을 반영하여, 정부의 북극항로 정책 추진과 북극이사회 옵서버로서 역할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이미 극지활동진흥법이 있음에도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법체계 중복과 혼선을 준다는 비판도 있으며, 북극항로 개척 및 지원은 극지활동진흥법을 기반으로 하위규범 정비나 법 개정을 통해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후 우리 국회에는 북극항로에 관한 다른 법안들이 제출되었는데, 이 법안에는 거점이 되는 항구를 지정하여 지원하자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였다. 이제 정부의 북극항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지원하고 활동을 관리할 수 있는 세밀한 국내법의 마련, 그리고 국내법과 국제법의 조화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극항로 관련 국내법이 기존 국내법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조화되어야 한다는 과제는 꾸준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다른 국가의 국내법 제정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김봉철

티웨이항공→트리니티항공 사명 변경…종합여행기업 도약

티웨이항공이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으로 사명을 바꾸고 항공, 여행, 숙박을 아우르는 종합 여행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과의 시너지를 본격화해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8일 티웨이항공은 이와 같은 내용의 리브랜딩 계획을 발표했다. 새 사명 '트리니티(TRINITY)'는 '셋이 하나가 되어 완전함을 이룬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기존 항공업에 숙박과 여행의 가치를 더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이번 사명 변경은 대명소노그룹과의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티웨이항공의 국내외 노선망과 대명소노그룹의 호텔·리조트 인프라를 결합한 차별화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을 구축해 고객 혜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항공, 숙박, 여행이 하나로 이어지는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명 변경을 위한 실무 절차는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적용한 항공기 도장(리버리) 변경 등 전면적인 리브랜딩 작업도 함께 추진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새로운 사명은 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며 “안전과 신뢰를 기반으로 항공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파라타항공, 2호기 A320 도입…운항 안정성·노선 유연성 도모

신생 항공사 파라타항공은 지난 6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2호기인 A320-200 항공기를 도입했다고 8일 밝혔다. 이로써 파라타항공은 장거리와 중단거리 노선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항공기 운용' 전략을 본격화하며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번에 도입된 A320-200은 180석 규모의 중단거리 주력 기종으로, 지난 7월 도입한 북미까지 운항 가능한 장거리용 A330-300에 이어 두 번째로 확보한 항공기다. 이처럼 장거리와 중단거리 기종을 동시에 운용하는 전략은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안정적인 운항 스케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파라타항공의 기재 도입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내 A330-200 1대와 A320-200 1대의 추가 도입을 확정했으며, 광동체 항공기 추가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라타항공은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을 위한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운항·정비·서비스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며 안전 운항 체계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라타항공 관계자는 “안전 운항과 정시성은 항공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고객들에게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만족스러운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첫 운항까지 모든 준비 과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획] ‘닭장론’ 성화에 못이긴 대한항공의 프리미엄석 도입 전면 중단에 대한 고찰

“대한항공은 보잉 777-300ER 항공기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일반석 3-4-3 배열 좌석 개조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좌석 제작사와의 협의 및 재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향후 계획은 추후 안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한항공이 당초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신설하며 일반석 배열을 기존 '3-3-3'에서 '3-4-3'으로 변경하려던 계획이 거센 여론의 역풍과 규제 당국의 압박에 부딪히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번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불만에 대한 수용으로 비치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표준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규제, 그리고 새로운 소비자 수요 충족이라는 복잡한 전략적 고뇌가 얽혀있다. 세간의 비판은 '닭장'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요약된다. 좌석 너비가 약 1인치 줄어드는 것을 두고 서비스의 질적 저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비난이 과연 대한항공이 처한 다층적인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사태는 단순한 좌석 수 논쟁을 넘어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내 여론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규제 준수와 시장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국적 대표 항공사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본 기사는 논란의 핵심을 해부하고, '닭장론'이라는 프레임에 가려진 대한항공의 전략적 선택과 그 불가피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논란의 시작은 단순했다. 대한항공은 총 3000억원을 투입해 777-300ER 11대의 기내 환경을 전면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핵심은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사이의 새로운 등급인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하고, 이코노미석 배열을 기존 한 열에 9석인 3-3-3에서 3-4-3으로 한 자리 늘리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이 변경으로 항공기 한 대당 총 좌석 수는 291석에서 328석으로 37석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코노미석 좌석 너비의 감소였다. 좌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각 좌석의 좌우 폭은 기존 18.10인치에서 17.10인치로 1인치(2.54cm) 줄어들게 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즉각 비난이 빗발쳤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이를 승객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직접 위협하는 조치이자 항공 소비자 권리를 구조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매도하며 계획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언론은 '닭장', '콩나물시루'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부정적인 여론에 불을 지폈다. 여론의 파장은 정치권과 규제 당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주 후보자는 “좌석 축소 뿐만 아니라 소비자 후생 감소 우려가 제기되는 여러 이슈를 다각도로 살펴보겠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승인 조건과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시정 조치 불이행이 확인되는 경우 엄중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소비자 불만 이슈를 중대한 규제 준수 문제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은 대한항공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소비자 여론 악화는 감수할 수 있는 경영 리스크일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합병이라는 그룹의 명운이 걸린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주무 부처 수장 후보자의 발언은 차원이 다른 위협으로 다가왔다. 결국 대한항공은 여론의 성화와 규제 리스크를 이기지 못하고 이미 개조가 완료된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10대의 좌석 배열 변경 계획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한 여론 수렴을 넘어 거대한 규제 장벽 앞에서 취할 수밖에 없었던 전략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닭장'이라는 비난은 과연 타당성을 갖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글로벌 항공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우물 안 개구리'식 비판에 가깝다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대한항공이 도입하려던 보잉 777-300ER 기종의 3-4-3 좌석 배열은 저비용 항공사(LCC)의 전유물 또는 이례적인 원가 절감 조치가 아니다. 오히려 전 세계 유수의 풀 서비스 항공사(FSC)들이 채택하고 있어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다. 777은 1990년 12월 첫 설계가 이뤄졌고, 1994년 4월 시제기가 세상의 빛을 봤다. 출시 이래 1700여대가 팔린 스테디 셀러다. 해당 기종 제작사 보잉은 한 열에 최대 10개의 좌석을 배치할 수 있도록 기내 폭을 디자인했다. 이 잠재력을 활용해 수익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항공사의 보편적인 운영 전략이다. 표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중동의 대표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카타르 항공, 유럽의 에어프랑스·KLM,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항공사 대부분이 B777-300ER 기종의 이코노미석을 3-4-3 배열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의 좌석 너비는 17.00인치에서 17.50인치 수준으로, 대한항공이 계획했던 17.10인치와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더 좁은 경우도 있다. 오히려 대한항공의 기존 3-3-3 배열과 18.10인치의 좌석 너비가 글로벌 표준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넓은 편에 속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변경 계획은 '서비스의 개악'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로의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항공사의 전략적 선택을 국내 기준만으로 재단하고 '닭장'이라 비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번 기재 개조 프로젝트의 본질은 이코노미석 축소가 아니라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선택지의 제공에 있다. 반대 여론은 1인치의 축소에만 매몰됐지만, 대한항공의 진짜 목표는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의 합리적인 가격과 비즈니스석의 편안함을 절충한 '중간 시장'을 공략하는 상품이다.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줄이고 싶지만 비즈니스석의 높은 가격은 부담스러운 개인 여행객이나, 비용 규정상 비즈니스석 이용이 어려운 기업 출장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대한항공이 신설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의 사양은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 좌석 간격은 39~41인치(약 99~104cm)에 달해 해외 주요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동급 좌석보다도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등받이는 최대 130도까지 젖혀지고 더 넓은 좌석 폭과 다리·발 받침대 등이 장착돼 장시간 비행에도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우선 탑승·전용 어메니티 키트·격상된 기내식 등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된다. 항공기 객실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갖는다. 이 공간 안에서 더 넓고 편안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 공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이코노미석의 '밀도화(Densification)'는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과물인 셈이다. 언론과 대중은 이코노미석의 축소라는 결과에만 집중했지만 이는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기 위한 기회 비용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좌석 하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고객 경험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투자의 일환으로 평가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대한항공의 이번 좌석 배열 변경 철회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변수가 있다. 바로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이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의 결합으로 인한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여러 시정 조치를 부과했는데, 그중 핵심이 바로 '공급 좌석 수 유지' 의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에서 2019년 대비 좌석을 90% 이상 공급하라는 강력한 명령을 내렸다. 만약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할 경우 막대한 이행 강제금 부과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기업 결합 승인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등 그 무게는 실로 엄청나다. 실제로 공정위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이 좌석 공급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앞서 운임 인상 제한 조치를 어긴 혐의로는 121억원이라는 거액의 이행 강제금을 매기고 검찰에 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엄격한 규제 환경 속에서 대한항공의 선택지를 다시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3-3-3 배열을 유지할 경우 항공기 한 대의 총 좌석 수는 필연적으로 감소한다. 이는 곧 공정위의 '좌석 공급 90% 유지'라는 절대적인 명령을 위반할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결국 3-4-3 배열로의 변경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합리적인 해법이었다. 이코노미석의 밀도를 높여 총 좌석 수를 291석에서 328석으로 늘림으로써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으로 인한 좌석 수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아 공정위의 기준을 안정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다. 다양한 노선과 좌석 공급 유지라는 소비자 편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좌석 배열인 3-4-3을 강제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소비자 후생'이라는 이름 아래 내려진 상충하는 두 가지 요구인 즉, '좌석 수를 줄이지 말라'는 명령과 '좌석을 넓게 유지하라'는 기대 사이에서 외통수에 몰린 셈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기업의 탐욕이 아닌 경직된 규제와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발생한 구조적 모순에 있다. '좌석 너비 1인치'에 가려져 대중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또 다른 가치들이 있다. 바로 운영 효율성 증대와 환경 보호 기여, 그리고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이다. 첫째, 지속 가능성 측면이다. 좌석 밀도를 높이는 것은 항공사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항공기의 연료 소모량은 승객 수와 무관하게 비행 거리와 기체 무게에 따라 거의 고정된다. 따라서 한 번의 비행에 더 많은 승객을 태울수록 1인당 탄소 배출량은 현저히 감소한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를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은 좌석 밀도가 항공사 연료 효율성의 핵심 동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계획은 단순히 좌석 공급량을 대폭 유지하라는 공정위 규제와 수익성 제고 사이 줄타기의 결과를 넘어 승객 1인당 탄소 배출량을 줄여 '넷 제로(Net Zero)'라는 항공업계의 시대적 과제에 기여하려는 책임 있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둘째, 이번 기재 개조는 단순히 좌석 배열만 바꾸는 것이 아닌, 총체적인 승객 경험을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였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좌석을 도입하며 모든 클래스에 최신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IFE)과 더 커진 개인용 모니터를 설치하고, 전 좌석에서 이용 가능한 기내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이는 좌석 너비 감소라는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이다. 승객들은 비행 중에도 지상과 같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더 풍부한 콘텐츠를 고화질 화면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결국 대중에게 전달된 이야기는 '좁아지는 좌석'이라는 부정적인 단면뿐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프리미엄 선택지 제공 △규제 준수 △환경 보호 △기술 기반 서비스 향상이라는 다각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했다.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일부의 문제에만 집중한 비난은 본질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결국 연일 이어진 언론 보도와 여론에 떠밀려 원안대로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게 됐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현명한 결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엄격한 규제를 준수하며, 새로운 시장 수요에 부응하려던 항공사의 합리적인 전략이 근거가 빈약한 감성적 비난에 의해 좌초됐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대한항공의 계획은 세계 유수 항공사들의 보편적인 운영 방식과 다르지 않았던 만큼 '닭장론'은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결정의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 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한 공정위의 엄격한 규제를 준수하려는 불가피성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지속 가능성과 기내 서비스를 향상시키려는 미래 지향적 비전이 담겨 있었던 셈이다. 이제 공은 다시 대한항공에 넘어왔다. 여론을 수용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과 규제 준수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비 전문적 단견과 편협한 사고에 기반한 감성적 비난을 넘어 기업이 처한 복합적인 현실과 전략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도입 전면 중단”

7일 대한항공은 보잉 777-300ER 항공기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일반석 3-4-3 배열 좌석 개조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호기 기내 환경 개선 작업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남은 10대의 좌석 개조는 소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내부 검토 중이라던 지난 5일 발표 내용보다 더욱 분명한 입장을 낸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좌석 제작사와의 협의와 재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향후 계획은 추후 안내하겠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국제선 하늘길 공유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주최한 '인천공항 인터라인 파트너십 데이 2025' 행사에 참가해 에어프레미아와 인터라인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터라인이란 서로 다른 항공사가 각각 운항하는 노선을 하나의 항공권으로 연계해 판매하는 제휴 방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환승 시 별도 체크인이나 수하물 수취 절차 없이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항공사는 네트워크 확장과 환승객 유치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이번 협약으로 티웨이항공은 에어프레미아와 국제선을 하나의 항공권으로 묶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 티웨이항공을 이용해 인천에 도착한 승객은 에어프레미아의 미주 노선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다. 반대로 에어프레미아의 미주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인천을 경유해 티웨이항공의 아시아·대양주·유럽 노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와 인터라인 협약으로 승객들이 인천공항을 경유해 미주 노선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주요 항공사와 파트너십을 확대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고객 편의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화오션 “‘추락사’ 브라질 감독관 유가족 지원·재발 방지에 최선 다할 것”

지난 3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선박 건조 과정에 참여하던 브라질 국적 감독관 1명이 해상으로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브라질 선주사 소속의 시험설비 감독관으로, 이날 작업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한화오션은 대표이사 김희철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고인의 유족에게 비통한 마음으로 조의를 표한다"며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브라질 정부와 선주 측에도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사고 발생 직후 한화오션은 관련 작업을 즉시 중단했으며,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회사 측은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해 사고 원인을 규명함과 동시에 재발 방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철 대표이사는 “사고 소식에 놀라셨을 지역 주민과 국민들께 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구성원들의 안전을 두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현재 관계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며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 ‘중대재해 제로’ 안전예산 3.5조 투입

HD현대가 오는 2030년까지 조선 부문에 3조 5000억 원 규모의 안전 예산을 투입한다. 4일 HD현대는 안전 예산 투자와 함께 향후 5년에 걸쳐 선진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 시설물·설비를 정비하고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임직원 안전 인식 개선, 협력사 안전 지원 등에도 충분한 예산을 배정해 전사적인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알렸다. 꾸준히 조선 안전 부문에 예산을 투입해 온 HD현대가 조 단위의 투자 규모와 일정을 공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산업재해 사망률 감축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자 기업 차원의 선제적인 조처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HD현대 경영진은 주요 사업장을 찾아 현장 안전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전남 영암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은 자리에서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회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임직원의 생명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더의 결정과 행동이 안전 문화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를 '제로'로 만들 때까지 현장 중심의 경영을 이어 나가달라"고 경영진에게 당부했다. 이같은 대규모 안전 예산 계획과 경영진의 현장 안전 점검에 더해 HD현대는 오는 11월 임직원, 정부 관계자, 안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HD현대 세이프티 포럼'을 열고 안전 비전을 공유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한화에어로, 중동·북아프리카 방산 공략 ‘정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중동·북아프리카(MENA) 총괄법인을 신설하고, 해당지역 방산시장 공략을 위한 정조준에 들어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는 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성일 중동·아프리카 총괄 사장,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아흐마드 압둘아지즈 알 오할리 사우디 군수산업청장 등 양국 정부와 방산 업계 관계자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괄법인 개소식을 했다고 4일 밝혔다. 중동·북아프리카 총괄법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의 기존 사업을 책임지면서 동시에 지역 내 다른 국가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한화그룹 방산 3사의 지역 내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비전 2030'과 연계해 사우디 군 현대화 사업과 현지화를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 등 안보와 경제 파트너십 강화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일 사장은 “중동·북아프리카 총괄법인은 한화그룹이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핵심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도 “정부가 이 전진기지를 중심으로 지역 내 방위력 강화 및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항공대-ANH, 레이돔 기술센터 출범…‘K-방산 눈’ 국산화 날개단다

대한민국 항공우주 연구의 산실인 한국항공대학교가 항공기 부품 전문기업 ㈜에이엔에이치스트럭쳐(ANH)와 손잡고 K-방산의 기술 자립을 향한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항공대학교 지난달 27일 경남테크노파크 우주항공본부에서 ANH와 '레이돔 기술 센터' 출범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그간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던 무인기 및 전투기용 첨단 레이돔(Radome)의 국산화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을 본격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레이돔은 항공기 최전방에 부착돼 레이더나 통신 안테나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핵심 부품이다. 단순한 보호 덮개를 넘어 아군이 발신하는 전파 신호는 손실 없이 투과시키면서 적의 탐지 레이더는 교란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첨단 복합재 부품이다. 특히 최근 K-방산의 주력 수출품으로 떠오른 무인기(UAV)와 스텔스 전투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생산 기반이 전무해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으며, 이는 우리 무기체계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 독립성에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레이돔 기술 센터 출범은 이러한 해외 의존도를 탈피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정책에 발맞춰 방산 부품 생태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협력은 국내 최고의 항공우주 연구 역량과 세계적 수준의 부품 생산 기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남영우 한국항공대 교수 연구팀은 레이돔의 핵심인 복합재 설계와 해석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아군 신호는 통과시키고 적의 위협 주파수는 차단하는 △주파수 선택막(FSS) 설계 △전자기 해석 △구조 건전성 해석 등을 수행한다. 특히 스텔스 기능을 추가한 차세대 레이돔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개발될 국산 전투기와 무인기의 생존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술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연구 성과를 실제 항공기 부품으로 구현하는 역할은 ANH가 맡는다. 2013년 설립된 ANH는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분야의 첨단 복합재 부품에 특화된 강소기업이다. 항공기 구조물의 설계, 해석, 제작부터 시험 평가까지 전 주기에 걸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항공안전청(EASA)의 설계 조직인증(DOA)과 생산 조직 인증(POA)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두 획득하는 등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국제 인증은 기술센터에서 개발된 레이돔이 곧바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품질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기술 센터는 특히 급성장하는 무인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군용 무인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탑재되는 고성능 레이더와 통신 장비를 보호할 레이돔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산 고성능 레이돔이 개발되면 K-방산 무인기의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남 교수는 “이번 협약은 우리 대학의 다기능 복합재 연구 역량과 ANH의 제작 기술을 결합해 무인기 레이돔 국산화의 성과를 이끌어 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설계에서 실제 기체 적용까지 이어지는 산학협력을 통해 국가 방산 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초대 레이돔 기술센터장으로 선임된 박선규 ANH 상무는 “당사가 보유한 복합재 부품의 구조 성능 평가 기술과 센터가 담당할 전자기 성능 평가 기술의 시너지를 통해 해외에 의존했던 레이돔 개발 기술을 국산화할 것"이라며 “국내 방산 자립에 기여하고 나아가 수출까지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양 기관은 이번 협력을 통해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연구 참여를 확대해 미래 국방 연구·개발(R&D)을 이끌어갈 핵심 인재 양성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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