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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30일 채권단 협약식 앞두고 ‘긴장’

정부로부터 '자율 구조조정' 통첩을 받은 석유화학업계가 오는 30일 열리는 정부 및 채권단과 협약식을 앞두고 개별기업 자구 노력과 석화산업 재편안의 내용과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석화기업들로선 개별 자구안과 사업 재편안을 조율해 피해를 줄이면서도 산업 회복을 위한 재무 개선을 요구하는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고, 정부와 채권단을 설득해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양측의 줄다리기가 길어져 정부가 자구안 마련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을 넘길 경우 구조조정의 주도권이 정부와 채권단에 안겨지는 걸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기업의 재무부담 완화에만 집착할 경우 위기에 빠진 석화산업의 재편 실효성을 놓칠 수도 있어 이래저래 이해타산을 따지는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재무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자구안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석유화학기업 채권단은 오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모여 산업구조 혁신 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식에 참여하고 석화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협약식에서 금융위와 채권단은 석화 기업들과 대주주가 성의 있는 자구책과 효과적인 사업 재편안을 내놔야 금융 지원을 해준다는 원칙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자구안 기준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석화기업들이 채권단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시황 부진으로 자구안 및 사업 재편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25일 발표한 '구조조정의 문턱에 선 석유화학산업, 공급과잉 시대의 생존전략' 자료에서 지난해 말 기준 석화기업 13곳의 단기성차입금 규모는 28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2022년 말보다 10조원가량 늘었다. 단기성차입금은 단기차입금에 유동성 장기차입금, 유동성 사채, 유동성 리스부채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채권단)이 석화기업들을 향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강조하며 깐깐한 심사를 예고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주요 은행들과 가진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석화기업들을 향해 “자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재편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석화업계 일각에서 정부의 '선(先) 자구 후(後) 지원' 방침에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권 부위원장은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하려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의 구체적인 원칙 제시도 석화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전체 과정 중 하나"라며 “석화기업 자구안에 대한 채권단의 요구사항이 나와야 현실성 여부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책과 사업 재편안을 요구받는 입장이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업 재편과 정부 지원이 시급한 석화기업들과 성의 있는 자구책을 요구하는 금융권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을 석화기업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석화기업들은 손실을 최소화하며 채권단에 자구 의지를 보여주고, 사업재편 기대 효과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의 선 자구 후 지원 방침에 석화기업들 사이에서 누가 먼저 신호탄을 쏠지 눈치작전이 벌어졌다.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생산 능력을 전체의 18~25%인 270만~370만톤만큼 줄이기로 한 목표를 석화기업들이 알아서 분담해야 해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사업 재편 방향을 확정하는 과정도 변수다. 손실 최소화와 재무 안정성 강화에 무게가 쏠리면 생산설비 통폐합의 실질적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석화사-정유사 간 합작회사(JV) 설립으로 에틸렌 등 석화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원유 정제 설비와 NCC를 통폐합하는 구조조정 방안이 대표적이다. 원유 수입·정제부터 석화 소재 생산에 이르는 공정을 하나의 기업 안에 마련하는 '수직 계열화'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생산 수직 계열화를 목적으로 JV를 설립한다고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JV를 통한 수직 계열화 효과를 어떻게 낼지까지 면밀히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설비가 조금씩 다른 데다 위치도 떨어져 있는 공장을 하나의 JV로 통합한다고 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석화 산업 수직 계열화의 대표적인 사례인 에쓰오일 울산 샤힌 프로젝트는 생산설비 설계·조성 단계부터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샤힌 프로젝트는 정유와 석화 소재 생산을 통합해 '공정상 이득'을 얻는 데 의미가 있다"며 “서로 다른 곳의 시설에 설치된 공정을 수직 계열화하면 실질적으로 공정상 통합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금융권에서 석화기업들의 자구책과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할 때 경영상 효율화만을 보기보다는 정유-석화 JV 설립 이후 기술 통합 시너지와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까지 기술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권이 석화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G화학, 석화 구조조정을 ‘실적 반등’ 전화위복 삼는다

LG화학이 국내외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조정 움직임 속에서도 '실적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광범위한 화합물을 만드는데 쓰이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시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국내 최대로 보유한 LG화학의 실적 회복 기대감은 정부와 채권단이 석유화학업계에 연말까지 NCC 감산 자구안 마련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도 에틸렌 감산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알짜사업 매각에 따른 유동성 확보, 배터리와 첨단소재·생명과학 등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토대로 석화 부문을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중심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2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330만톤으로 국내 생산의 25.8%를 차지해 단일기업 기준으로는 가장 많다. 다만, 다른 석화기업들과 달리 여천NCC나 HD현대케미칼과 같은 합작법인(JV) 설립에 참여한 적이 없다. 국내외 장기 침체로 위기에 빠진 석화업계는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기업별로 에틸렌 생산 감축 자구안을 올해 연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으로 에틸렌 생산설비를 최대 370만톤까지 감축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누가 먼저 감축안을 제시할 지 서로 눈치게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최대 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LG화학에 눈길이 먼저 쏠릴 수밖에 없다. 업계는 LG화학이 이번에 NCC 생산 구조조정을 거치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세를 탈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배경에는 먼저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 기업들을 앞선 중국 석화기업도 자국 정부로부터 구조조정 통보를 받은 점이 작용한다. 이르면 이달 중 중국 석화기업들은 과잉생산을 줄일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럽지역 석화기업들도 에틸렌 설비 폐쇄 및 매각을 추진중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대규모 석화산업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인 시설 감축 흐름으로 에틸렌 가격이 저점을 찍고 반등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에틸렌 가격은 이달 24일 기준 톤당 81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743달러까지 떨어진 뒤상승세가 이어졌다. LG화학의 사업 다각화도 실적 부진 탈출의 요인으로 꼽힌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연결 기준)에 매출 23조5389억원, 영업이익 9145억원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석화부문 매출은 9조3043억원으로 전체의 39.5%를 차지했지만, 1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에 첨단소재 부문에서 매출 1조3251억원, 영업이익 1886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4%를 넘겼고,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도 매출 11조8304억원, 영업이익 8668억원 기록했다. 기초석화 소재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소재도 생산해 왔다는 점에서 석화부문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전환의 토대도 다졌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LG화학은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과 아크릴로나이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수지(ABS)로 각각 연간 116만톤, 95만톤을 생산한다. 기초소재인 에틸렌과 프로필렌(194만톤) 다음으로 큰 생산능력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들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매각하며 재무 체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수처리 필터(워터 솔루션) 사업을 1조4000억원에 사모펀드기업 글렌우드 PE의 특수목적법인에 양도하기로 결정했고, 8월에는 에스테틱 사업을 2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같은 재무 체력을 기반으로 LG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생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업 가치제고 계획을 통해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과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소재, 신재생에너지 산업용 제품 같은 지속가능사업을 키우고 저탄소 사업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지역별로 사업을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석화기업과 채권단의 석화산업 구조개편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식에서 개별기업의 에틸렌 감축 및 사업재편 등 자구 계획안을 놓고 쌍방간 치열한 눈치싸움과 조율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도 자체 에틸렌 감축 규모의 윤곽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맞춰 감축에 부응하는 동시에 사업 매각, 신성장산업 전환을 통해 실적 회복 및 수익 개선을 빠르게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HD현대케미칼, LNG 해외 직도입…“석화업계 최초”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해 만든 HD현대케미칼이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직도입해 원가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HD현대케미칼은 충남 대산 본사에서 프랑스 종합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와 LNG 장기 직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해외 LNG 직도입 계약을 한 것은 HD현대케미칼이 처음이다. 종전까지 국내 석화기업들은 한국가스공사나 국내 대형 에너지기업을 통해 LNG를 들여왔다. 이번 계약을 통해 HD현대케미칼은 오는 2027년 1월부터 2034년 12월까지 연간 20만 톤의 LNG를 국내에 도입한다. 직수입한 LNG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연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기존 연료인 부생가스 대비 21% 수준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HD현대케미칼은 한국가스공사의 LNG 터미널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도입한 LNG의 저장 및 관리를 운영한다. 이에 따라, 인천·평택·통영·삼척에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LNG 터미널을 활용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HD현대케미칼은 이번 계약이 원가 경쟁력 강화를 넘어 토탈에너지스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토탈에너지스는 석유·가스를 비롯해 전력, 수소, 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다. 정임주 HD현대케미칼 대표는 “이번 LNG 해외 직도입은 안정적인 연료 도입과 원가경쟁력 확보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의 협업을 지속 확대해,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석화 구조조정 지연에 정부 “속도 내라” 압박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산업의 회생을 위한 개별 기업 차원의 자구안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정부가 구조조정 속도전을 강조하며 사전정지 작업에 나서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석화업계는 구조조정 작업이 오래 걸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일단 알짜 계열사의 매각을 검토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자칫 석화산업 구조개편이 긴 호흡으로 진행될 경우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석화업계의 자구책 마련과 신속한 이행을 정부가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주요 석화기업 10곳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만나 기업결합 심사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석화 사업 재편 과정의 일환으로 합작법인 설립 같은 기업결합 방식이 거론되면서 양측이 신속한 기업결합 심사 방법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와 석화기업들이 구조조정 방안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지만, 통폐합 내용이 결정되면 빠른 속도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석화기업들에 미리 안내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석화기업 간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려면 담합과 독과점 가능성을 검토하는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업결합 심사는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기업결합 심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으면 자칫 석화 구조조정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질 수 있어 규제당국이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와 석화업계 간담회를 계기로 해당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라는 채찍과 자구책이라는 '뼈를 깎는 고통'에 대한 당근을 동시에 받게 됐다. 석화기업들은 지난달 20일 맺은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통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최대 370만톤(t) 감축 △고부가가치(스페셜티)·친환경 제품 중심 전환 같은 구조조정 내용을 약속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석화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선(先) 자구 후(後) 지원 원칙을 내세웠다. 석화 기업들은 NCC 생산량 감축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비롯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달 19일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참석 석화기업들을 향해 “기업 간 진행중인 협의에 속도를 내 사업재편 계획을 빠르게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며 “정부도 맞춤형 패키지 지원방안을 마련해 기업 사업재편계획 이행을 위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통폐합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NCC 중심의 화학기업 생산시설을 정유기업으로 넘기는 방향이다. 정유기업이 나프타 같은 제품을 생산하고 NCC를 통해 소재를 뽑아내는 수직계열화로 효율적인 산업 재편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수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를 각각 통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대산에서는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간 합병이 거론된다. 다만, 아직 누가 먼저 구조조정 첫 발을 뗄 지 기업들 간 눈치작전이 계속되면서 생산량 감축·구조조정 이외의 카드도 꺼내려는 분위기다. DL케미칼의 석유화학 자회사 카리플렉스 매각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카리플렉스는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만드는 기업으로, 수술용 장갑에 필요한 이소프렌 고무와 이소프렌 라텍스를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 2400억원과 순이익 255억원을 창출했다. 그러나, DL케미칼은 22일 “카리플렉스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한국 석화사업 재편이 시급한 만큼 기업들이 갈팡질팡하지 않도록 자구책을 먼저 마련하라고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석화기업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나섰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버틸 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면 스페셜티 중심으로 석화 산업을 재편한다는 전략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석유화학 산업은 성장하는데 한계에 다다른 데다 중국과 중동 기업의 부상으로 더 어려움에 처하고 있어 산업 구조조정 이슈가 떠오르는 것"이라며, “공정위 같은 규제기관 입장에서도 석화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기업결합 심사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가능한 빠른 속도로 진행하도록 돕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G화학, ‘365일 가동’ 로봇 자동화 실험실 구축

LG화학이 국내 화학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갖춰 연구자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여건을 마련했다. LG화학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분석연구소에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구축했다고 22일 밝혔다. 분석연구소는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정밀 분석해 LG화학의 차세대 배터리 소재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번 로봇 자동화 실험실 도입으로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고온, 고농도 산 처리 등 위험하고 반복적인 분석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안전과 분석효율이 동시에 향상됐다. 담당자가 분석 시료를 보관함에 넣으면 로봇이 출고부터 시료 전 처리, 분석, 시료 폐기까지 한 번에 수행한다. 분석 데이터가 시스템에 자동으로 입력돼 고객 요청에 매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365일 실험이 가능한 연구 환경이 조성된다. 기존에는 연구원들이 근무 시간에 맞춰 실험 준비와 진행에 직접 투입됐지만, 연구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실험 진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연구원들은 신규 분석법 개발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여건을 확보했다. LG화학은 이번 도입을 시작으로 서울 마곡지구에 위치한 연구개발(R&D) 캠퍼스에도 분석 자동화 실험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분석 데이터 해석까지 연계한 인공지능 전환(AX) 융합 자동화 실험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화학 소재 연구개발(R&D) 과정에도 AI를 도입해 효율성과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LG그룹 계열사들이 자체 AI 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 AX를 진행 중인 가운데 LG화학도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토대로 AX에 속도를 낸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신약 개발에 이어 화학 소재 연구개발(R&D) 분야로 AI를 이용한 연구 범위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구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은 “분석 자동화는 단순 업무 효율화를 넘어 연구원들이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이를 통해 차세대 소재 경쟁력을 선도하고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 中에 잠식···지원 확대 시급”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태양광 모듈 보급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태양광 보급시장에서 국산 모듈 비중은 2019년 78.4%에서 지난해 41.6%로 급감했다. 중국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21.6%에서 58.4%까지 증가했다. 국내 태양광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 인버터 등에서 일정 수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산화율이 하락하고 있어 기술력과 시장을 동시에 지켜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국내 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해외 의존도가 심화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전환 정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산 태양광 모듈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기후테크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탄소중립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SK이노베이션, AI에너지 솔루션사업 ‘질주’

SK이노베이션이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에 맞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전력 솔루션 사업과 서버용 액침냉각 기술, 자체 발전 역량을 내세워 AI 시대에 필요한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는 SK그룹이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미래 전략과 맞닿아 있다. 1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7일 냉난방공조(HVAC) 기술과 제조 능력을 보유한 LG전자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AI 데이터센터 에너지-냉각 통합 설루션 공동 개발과 사업화를 해나가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다양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와 LG전자의 칠러 기반 HVAC 기술이 AI 에너지 솔루션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싱가포르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BDC와 MOU를 맺고 말레이시아 소재 BDC AI 데이터센터에 에너지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 솔루션에 적용할 사업 역량은 △AI 기반 데이터센터 에너지 관리 시스템(DCMS) △ 에너지 저장장치(ESS)·연료전지 등 보조전원 설계 △전력 피크 저감 설루션 △액침냉각 기술 등이 꼽힌다. DCMS는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 곳곳의 전력 흐름과 작동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예비 발전기와 보조전원이 가동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ESS와 연료전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에너지를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도록 전력을 저장해둔다. 액침냉각 기술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가 윤활유 제조에 쓰이는 윤활기유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개발한 AI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용 비전도성 액체 '냉각 플루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플루이드는 서버와 같은 전자장비와 직접 접촉하더라도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비전도성 물질로, 높은 냉각 효율을 제공해 칩과 서버의 성능을 최적화한다.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자원을 이용한 SK이노베이션 E&S 중심의 자체 발전 역량도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필요하다. LNG 발전의 경우 가스 생산부터 운반,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까지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있다. 수소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에너지원을 이용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능력은 AI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생산할 필요성 때문에 대두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는 2030년 945테라와트시(TWh)에 달해 2022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SK이노베이션의 역량은 SK그룹이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4차 퀀텀 점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SK AI 써밋' 행사에서 “대한민국이 AI시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수"라며 “SK그룹은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기업"이라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비롯한 AI용 반도체 기술을 보유했고,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축한 AI 인프라는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그룹의 AI 전환에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 역량이 필수다. 울산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SK그룹의 정보통신 기술(ICT), 반도체, 에너지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점이 그룹의 핵심 역량을 AI 사업에 적용하는 전략을 잘 보여준다.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장기적으로는 청정 연료로 생성한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만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그룹 에너지 계열사들의 역량이 필요하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3분기도 힘들다…석화업계 “특별법 신속 제정” 한목소리

가격 경쟁력 저하 등 복합위기에 몰리면서 구조개편을 서두르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가뭄에 우물 찾기' 심정으로 지원 특별법안의 조속 제정을 애타게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제시한 기업 자율의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낼 기미가 안보이면서 석화 산업의 전반적인 위기감이 심화되자 이같은 '특별법 갈증'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기업 선(先)자구, 정부 후(後)지원'의 구조개편 원칙에 석화기업들이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이고 있는 점도 특별법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영업실적 컨센서스를 보면, 롯데케미칼은 3분기 매출이 조60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5%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1327억원으로 적자 추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솔루션은 매출이 22.2% 늘어난 3조3901억원을 나타내겠지만 영업손실이 1327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LG화학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5064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석유화학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영업적자를 이어갈 것을 점쳐진다. 올 1~2분기도 석화부문은 영업손실 1469억원을 냈고, 첨단소재와 생명과학 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이 같은 부진 속에서 지난달 국회에 발의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업계 시선이 쏠려 있다. 석화 지원 특별법은 석화 기업들에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지원금을 제공하는 내용과 전기요금 감면·규제 완화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석화 기업들이 생산하는 소재가 자동차와 반도체 등 다양한 전방 산업에 쓰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쟁력 회복을 돕자는 취지다. 중국과 중동발(發) 석화제품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안보여 특별법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석화기업들은 2022부터 중국 석화기업들이 에틸렌 등 석화 기초제품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연간 2000억달러 수준인 최대 수출 시장을 잃은 셈이 됐다. 석유 자원을 많이 보유한 중동 국가들까지 석화 산업에 뛰어들면서 한국 석화사들이 기초 소재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이 같은 영향으로 2023년 들어 영업 적자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고질적인 문제로 굳어졌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20일 석화산업 구조개편과 정부지원 방향을 선 자구 후 지원으로 내세우며 개편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편안의 핵심은 기업들이 △과잉설비 감축·고부가 스페셜티 중심 전환 △재무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3대 원칙에 따라 자발적으로 구조개편 노력을 하면, 정부가 주요 석화 산업단지 구조개편과 종합 지원 패키지 제공 등으로 돕겠다는 것이다. 에틸렌 등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시설(NCC) 생산량을 업계 전체의 25%인 370만톤(t)만큼 줄여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각 기업이 감축량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다만, 기업들은 스스로 생산 설비를 감축하거나 다른 경쟁 기업에 넘겨줬다가 미래에 시황이 회복됐을 때 대응하기 어려워질까 우려하고 있다.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 울산 등 3대 석화단지별로 기업들 간 설비 통합을 비롯한 개편안을 마련하려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수에서 여천 NCC를 둘러싸고 합작 투자를 한 한화와 DL이 의견 대립을 벌였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GS칼텍스-LG화학과 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간 수직계열화 같은 갖가지 '빅딜'설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석화특별법으로 기업들의 '첫 단추 꿰기'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직접 생산 설비를 정리한 뒤 기업이 추가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세제 특례와 관련절차 축소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일본의 석화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일PwC회계법인은 최근 '일본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공급과잉 해소 목적의 자산 처분·합병에는 법인세·취득세 전액 감면 같은 파격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규제완화·세제지원·노조·지자체 조정 기능을 컨트롤타워로 묶어주되, '어디를 자를지는 기업이 정하게' 하는 일본식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한화그룹 ‘ATM 전락’ 한화토탈에너지스·여천NCC, 배당 성향 낮출까

한화그룹의 핵심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토탈에너지스와 여천NCC가 그룹의 신사업 투자를 위한 '현금 인출기(ATM)'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여천NCC는 2022년부터 본격화된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이익을 넘어서는 과도한 배당 정책을 유지하다 지난 8월 채무 불이행(디폴트) 직전의 위기까지 내몰렸다. 그룹의 야심 찬 사업 재편 이면에 가려졌던 합작사들의 재무적 희생이 수면 위로 드러나 향후 두 회사의 배당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관련 기업들은 중국발 대규모 공급 과잉으로 시작된 구조적 불황에 시달리고있다.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을 50%씩 보유한 여천NCC는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3100억원 상당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의 뿌리는 수년간 이어진 비정상적인 고배당 정책에 있다. 여천NCC는 1999년 설립 이후 2020년까지 총 4조43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두 모회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특히 저유가와 중국 수요 증가로 호황의 정점을 찍었던 2017년 영업이익 1조124억원을 낸 이후 배당 정책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2018년에는 4568억원으로 집계된 당기 순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7400억 원을 배당해 162%라는 경이로운 배당 성향을 기록했다. 이러한 '묻지마 배당'의 대가는 참혹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7년 4182억원이었으나 2018년 말 회사의 132억원으로 곤두박질쳤고, 차입금은 2017년 3661억원에서 2020년 1조1103억원으로 3배 가량 급증했다. 불황에 대비한 '전시 자금'을 쌓기는커녕 빚을 내 배당 잔치를 벌인 셈이다. 결국 2022년부터 3년 간 누적 82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자 회사의 재무 구조는 급격히 무너졌다. 부채비율은 2022년 6월 217.88%에서 올해 6월 338.04%까지 치솟았고, 2023년 말 현금성 자산은 1억 원도 채 남지 않았다. 때문에 한화그룹의 합작 계열사 여천NCC의 위기는 단순한 업황 부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예고된 재앙'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 역시 그룹의 핵심 '캐시 카우'였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1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다. 2021년에는 당기 순이익 6480억 원 중 99.7%에 달하는 6460억원을 한화임팩트와 토탈에너지스에 배당했다. 이 배당금은 '오너 3형제 →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토탈'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통해 그룹의 신사업 투자와 지배력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무리한 현금 확보 전략의 배경에는 한화그룹의 거대한 사업 전환이 있다. 한화그룹은 2022년 이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에 2조원을 투입하고, 북미 태양광 설비에 수조 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은 2022년 말 5조원 미만에서 올해 2분기 10조원을 상회했고 그룹 전체는 올해에만 역대 최대인 3조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석화 합작사들로부터의 배당금은 부채 증가 없이 신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절실한 자금이었던 셈이다. 여천NCC의 위기 상황에서 DL케미칼은 결국 추가 자금 지원을 하긴 했지만 자구책부터 마련하라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고, 양사는 1006억 원의 국세청 추징금 책임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한화토탈의 파트너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로, 이곳 역시 50대 50으로 지분을 소유한 지배 구조로 이뤄져있고, 고배당 성향을 고수해왔다. 한화임팩트와 토탈에너지스는 특히 실적이 부진했던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2625억원, 441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배당금을 수취했고, 배당 성향은 99.7%에 달했다. 양대 주주사의 현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러한 정책은 현재의 불황기에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사내 유보금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순손실이 발생한 탓에 2023년부터 배당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회사의 자본 기반을 약화시킨 뒤여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한화토탈에너지스가 계획했던 설비 투자(CAPEX)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위기 탈출을 위한 투자 여력을 스스로 제약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이는 주주들의 단기적 현금 확보 요구와 합작사 자체의 장기적 전략적 필요가 충돌하며 발생한 구조적 취약점이라는 지적이다. 여천NCC 사태는 한화그룹에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당장 여천NCC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하므로 향후 3~5년간 배당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화토탈 역시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과거와 같은 100%에 육박하는 배당 성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당장의 캐시 카우를 무너뜨리는 전략의 위험성이 확인된 이상 한화그룹의 자금 조달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한화그룹 관계자는 “석화업계 분위기가 매우 좋았을 때에는 영업이익이 남기 때문에 주주에 대한 배당을 하는 것일 뿐, 계열사를 현금 인출 수단으로 쓴 건 아니었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보니 배당을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강 생태계 교란 주범 뽑아내요”…동성케미컬, 서울 이촌 한강공원서 환경 정화

소재 과학 솔루션 기업 동성케미컬의 임직원 70여 명이 서울 이촌한강공원에 모여 팔을 걷어붙였다. 토종 식물의 씨를 말리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히는 가시박, 환삼덩굴 등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동성케미컬은 지속가능경영(ESG)의 일환으로 서울 이촌한강공원 일대에서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을 실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활동은 그간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울산, 여수 등에서 진행해 온 환경 보호 활동을 수도권으로 확대한 첫 사례다. 이날 임직원들은 무성하게 자라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는 가시박과 환삼덩굴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풍잎돼지풀 등을 집중적으로 제거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회사 측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이들 교란 식물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앞으로도 정기적인 보전 활동을 통해 생태계 보호에 힘쓸 방침이다. 이만우 동성케미컬 대표는 “이번 서울 활동을 시작으로, 일회성 행사가 아닌 꾸준한 활동을 통해 환경 보호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성케미컬은 사내 문화 전반에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통해 사내 일회용 컵 사용 제로화를 달성했으며, 이를 기념해 생분해성 봉투 5만 장을 미래한강본부에 기부하기도 했다. 현재는 폐건전지 수거 캠페인도 진행하며 자원순환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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