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5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긍정보다 부정이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4.8%포인트 하락하며 46.7%, 부정 평가는 5.5% 포인트 상승해 49.7%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 내지만 추세를 되돌리지 못하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지율 하락의 표면적 이유는 6·3 지방선거 관리 부실과 여당 내 당권 싸움이 거론된다. 하지만 출범 1년이 지났는데도 고용 악화와 부동산 시장 불안, 자산 양극화, 내수 침체 등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게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역대 정부가 하지 않았던 상법 개정을 추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 건 평가할 만하다. 그 결과 코스피 지수는 3000선 아래에서 1년 만에 9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반도체 시장 활황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으나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자본시장을 주주친화적으로 개혁한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화려한 증시 뒤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한국 경제의 민낯이 있다. 먼저 고용 참사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상용 근로자 수가 1년 전보다 7000명 줄었다. 정규직을 포함해 고용 안정성이 높은 상용 근로자 수가 감소한 건 외환위기 영향을 받았던 199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무엇보다 고용 악화로 청년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지난달에만 20, 30대 청년 20만 명 가까이 상용직을 잃었다. 기업들이 경력자 위주로 채용하면서 취업 활동을 포기하는 사회 초년생이 계속 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약발도 떨어지고 있다.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대출을 조이면서 초고가 주택 상승세는 다소 꺾였으나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1년 새 13% 가까이 올랐다. 특히 15억 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며 청년과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졌다. 정부는 보유세 등 부동산 세금을 인상해 집값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진보 정부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실질적인 주택 공급이 뒷받침돼 시장 신뢰를 쌓지 못하면 어떤 부동산 정책도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국민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 급등은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반도체 종목과 그 외 종목, 서울 강남 주택과 지방 부동산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등 자산시장 자체의 쏠림 현상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구조적 불평등까지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양극화를 방치하면 민주주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 양극화는 극단주의자들의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3고)의 역습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3고는 내수 산업을 황폐화한다는 측면에서 신속한 처방이 필요하다. 내수 침체가 얼마나 심한지는 몇 가지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1~4월 개인파산 신청이 급증하며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던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환율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높은 금리를 버티지 못해 문을 닫는 중소 제조업체와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장사를 할수록 적자만 쌓인다고 푸념하는 골목상권 사장님이 한둘이 아니다. 사업 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금융권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수출 실적과 코스피만 보면 폭죽이 터지듯 화려하지만 실물 경제는 살얼음판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실상이 이런데도 정부는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 태평하기만 하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수출과 증시가 동시에 내리막길을 타게 될 것이다. 지금은 수출과 증시의 화려함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노동 개혁과 양극화 해소 등 진짜 중요한 과제를 방치하면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더 초라해질 것이다. 장박원 편집국장 jangba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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