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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인의 말과 삶이 다를 때 ‘민심은 가장 먼저 등을 돌린다’

강진=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기자 정치 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기 시작할 때, 민심은 생각보다 빠르게 등을 돌린다. 역사는 반복해서 이를 보여줬다. 조선 후기 삼정문란 시기 지방 수령과 권력층은 백성들에게 농토를 지키고 세금을 감내하라 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한양과 부유한 지역으로 재산과 생활 기반을 옮겼다. 백성과 함께하겠다던 명분과 실제 삶의 괴리는 결국 체제 불신과 민란으로 이어졌다. 프랑스혁명 직전 역시 마찬가지다. 귀족과 권력층은 국민들에게 국가 재정을 위한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정작 베르사유와 대도시 중심의 호화로운 삶을 유지했다. 민중은 가난 자체보다도 권력층의 이중적인 삶에 더 분노했다는 해석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현대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들은 늘 지역 균형 발전과 공동체 회복, 지방 살리기를 외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자산과 가족의 미래는 수도권이나 대도시 핵심지에 두는 모습이 반복될 때 유권자들은 본능적으로 “정말 그 지역의 미래를 믿고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최근 무소속 강진원 강진군수 후보를 둘러싼 논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강 후보는 오랜 기간 강진군정을 이끌며 인구 유입과 지방소멸 대응, 청년 주거 지원 정책 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워 왔다. 청년들에게는 강진에 정착하라고 독려했고, 지역에 사람이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재산 및 거주 관련 논란 속에서 강 후보가 강진에는 자가 없이 소액 임차권만 두고, 가족 자산은 광주 주요 주거지와 아파트 분양권 등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사회 일각에서 씁쓸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논란 이후 강 후보는 “중요한 것은 어디에 집이 있느냐가 아니라 성과"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군민들은 단순한 재산 문제보다 정치인의 삶의 방향성 자체를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강진군 주민 또한 “군민들에게는 지역에 남아 살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의 삶의 기반은 도시를 향하고 있다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물론 정치인의 거주지나 재산만으로 모든 정책의 진정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지방소멸 위기 지역에서 주민들이 단체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능력만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자신의 삶과 함께 걸고 있다는 상징적 태도 역시 중요한 신뢰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연설보다 그 사람의 삶을 본다. 어디에 집이 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정치인의 미래가 과연 어느 지역 위에 놓여 있는가 하는 점인지도 모른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주가조작의 끝은 세무조사다

2009년 개봉한 주식 범죄 영화 '작전'에서 조폭 출신의 벤처기업 사냥꾼 황종구는 “대한민국 경제는 내가 돌리는 거야"라며 호기롭게 외친다. 평범한 개미투자자 강현수를 비롯한 작전 세력이 600억 원 규모의 주가조작을 기획했던 이 이야기는 스크린 속 상상으로만 남지 않았다. 2025년 대한민국 주식시장 코스닥에 스스로를 “영화 의 주인공"이라 부르며 판을 짠 실사판 작전 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결말은 영화보다 훨씬 씁쓸하고 가혹했다. 새롭게 도입된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로 인해 철석같이 믿었던 동료의 배신을 겪고, 검찰의 구속을 넘어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까지 마주하게 된 대한민국 '리니언시 1호' 주가조작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사건의 총책 A(구속)는 기업사냥 전문가로 통하며, 영화 속 황종구처럼 작전의 전체적인 판을 짰다. 그는 현직 증권사 부장이었던 B(구속)를 포섭해 실행력을 갖추었고, 재력가 C(구속)와 전주(錢主) D로부터 작전에 필요한 현금 30억 원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기획과 실행을 담당하는 'OO 팀'과 자금 조달 및 바람잡이를 맡은 'O 패밀리'라는 두 개의 조직으로 움직였다. 이들이 먹잇감으로 삼은 곳은 코스닥 상장사 '가' 기업이었다. 이곳은 최대 주주 지분율이 45%로 높아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전형적인 '품절주'였다. 게다가 총책 A는 2대 주주의 보유 주식 17%에 대한 매수 권한(속칭 '모찌')까지 미리 확보해 두었다. 즉, 유통 물량을 완벽히 통제해 적은 자금과 거래량만으로도 주가를 쉽게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범행의 시작은 대담했다. 재력가 C와 전주 D는 시세조종에 쓸 현금 30억 원을 여행용 캐리어에 꽉꽉 채워 담아, 수십 개의 차명 계좌 및 대포 폰과 함께 선수 B가 일하는 증권사 사무실로 직접 배달했다.준비를 마친 이들은 2025년 1월 14일, 전일 종가 1,926원이던 주가를 단숨에 상한가인 2,490원으로 끌어올리며 작전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거래량을 평소의 400배까지 폭증시키며 집중적인 통정매매(서로 짜고 치는 매매)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총책 C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시장에 허위 호재를 퍼뜨리는 속칭 '펄 붙이기' 작업으로 개미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주가를 7,000원 이상으로 띄운 뒤, 고점에서 개미들에게 차명 주식을 모두 떠넘기고 수익을 반씩 나누는 것이었다. 실제로 주가는 한때 장중 4,105원까지 폭등하며 이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듯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범죄 카르텔은 2025년 3월 14일, 공범 중 한 명의 '배신'으로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급해진 이들은 무너진 주가를 살리기 위해 전직 축구선수 출신의 시세조종 선수 F를 긴급 영입해 2차 주가 부양을 시도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숨통을 끊어놓은 결정타는 2024년 1월 새로 도입된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였다. 주가조작은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이루어져 내부 고발 없이는 적발이 매우 어려운데,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대검찰청에 '1호 자수자'가 등장한다. 공범의 자수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부는 불과 2개월여 만에 작전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배신과 역습을 거듭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조직원들이 서로를 밀고하며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결국 이들이 차명 계좌로 굴린 289억 원 규모의 거래와 부당이득 14억 원은 백일하에 드러났고, 총책 3인방은 줄줄이 구속되었다.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주가조작 세력의 범죄 수익을 뿌리째 뽑으려는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 최근 국세청은 “코스피 7,000시대, 코리아 프리미엄 안착"을 목표로 내걸고, 주가조작 세력을 포함한 불공정 탈세자 31명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벌어들인 '검은돈'을 추적하며 한층 교묘해진 '터널링(Tunneling,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과 '자산 편취' 수법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을 합법적인 이익으로 위장하기 위해 사주 배우자 명의의 유령 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거나, 회사의 공금을 사주 일가의 고액 급여로 둔갑시켜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 등이 주요 적발 대상이다. 국세청은 부당이득은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탈루 세액을 끝까지 추징하고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을 밝혔다. 과거의 주가조작이 단순히 솜방망이 형사 처벌이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검찰의 신속한 구속 수사, 리니언시 제도로 인한 조직의 내부 와해, 그리고 국세청의 전방위적 세무조사와 세금 추징이라는 '삼중 철퇴'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설된 범죄수익환수부를 통해 범행에 사용된 종잣돈까지 끝까지 추적해 동결하고 있으며, 국세청은 불공정 자본 거래를 시장 질서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돈줄을 완전히 옥죄고 있다. 영화 의 결말은 주인공의 통쾌한 한탕이었을지 모르나, 현실판 작전 세력이 마주한 마무리는 차가운 구치소와 텅 빈 통장뿐이다. 서민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쥐어짜 낸 범죄는 반드시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사법당국과 과세당국의 흔들림 없는 공조를 통해 명백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ekn@ekn.kr

[EE칼럼] 석유 최고가격제에서 빨리 벗어나야

이란 전쟁의 여파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여 에너지 안보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및 공영주차장 5부제 등의 조치를 발동하면서 수요 억제에 나섰다. 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는 단기적인 에너지 수요 억제책으로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 억제정책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1·2차 석유파동 이후 석유수요에는 본질적인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 1·2차 석유파동 이후 국제유가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살펴보자. 1차 석유파동은 1973년말에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이 계기가 되었고 2차 석유파동은 1979년의 이란 회교혁명으로 시작되었다. 두 차례 중동에서 전쟁과 정변이 발생한 이후 고공행진을 하던 국제유가의 흐름이 멈추고 저유가 시대가 온 것은 1986년 중반부터이다. 이때부터 대략 17년 넘게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고 다시 2004년 무렵부터 국제유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하였다. BRICs 등 신흥국에서의 석유수요 증가가 국제유가를 견인한 것이다. 그 후 2008-2009년의 금융위기 때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으나 곧이어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확대 정책으로 국제유가는 다시 올랐다. 2015년 이후 미국에서 셰일혁명에 따라 셰일오일과 셰일가스의 개발이 시작되자 국제유가는 다시 크게 떨어졌고 그 이후 COVID-19 때의 저유가, 러우전쟁 때의 고유가 등의 파고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미국의 경우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0년대 후반에 고속도로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1974년 무렵까지는 기름값이 낮아 미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대도시화가 일찍 시작되었다. 고속도로의 건설은 도심 일터로의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게 되어 도시 주변으로의 주거도시, 전원도시 등의 위성도시를 발달시켜 실질적인 도시의 규모가 커지게 되는 대도시화를 가져온다. 1986년 이후의 저유가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대수는 급증하고 도로연장(도로 총길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도로연장이 크게 증가하게 된 배경에는 도시규모의 확대 즉 메트로폴리탄의 탄생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전반 수도권의 4대 신도시 개발 등은 도로연장을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되었다. Energy Policy라는 에너지 경제 및 정책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에 2008년 미국의 세 경제학자 Hughes, Knittel, Sperling이 쓴 논문이 게재되었다. 이 논문은 1975-1980년의 1차 오일쇼크 당시와 2001-2006년의 고유가 시기 미국 휘발유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비교하였다. 그 값이 각각 1975-1980년대는 음(-)의 값으로 0.21~0.34 수준이었던 반면, 2001-2006년대는 0.034~0.077로 크게 떨어졌다. 25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이처럼 휘발유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크게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즉, 사람들이 휘발유값 상승에 왜 이렇게 둔감하게 변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도시화가 그 주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저유가로 인해 대도시 주변의 베드타운 등으로 사람들이 이주한 이후에 다시 기름값이 올랐다고 해서 예전의 오일쇼크 때처럼 기름을 적게 쓰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대중교통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쉬웠고 또한 자동차도 소형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대도시화가 진행되어 주변 위성도시에서 승용차로 출퇴근하는데 기름값이 올랐다고 갑자기 대중교통 수단을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석유시장의 최고가격제는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가격상한제는 그렇지 않아도 가격에 둔감해져가고 있는 석유 소비를 많이 못 줄인다. 가격상한제는 기름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셈이다. 정부는 정유4사에 대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이미 4조2천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편성하였다. 기름값 묶은 손실을 일반 국민이 세금으로 보전하는 셈이다. 40-50년도 더 된 1·2차 석유파동 때의 정책을 정부가 다시 들고 나왔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정부 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조성봉

[기자의 눈] 포용금융의 진짜 과제

이재명 정부에서 금융권은 '포용금융'이란 과제에 또다시 직면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신용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저신용자에게는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그동안 소외됐던 중·저신용자를 금융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먼저 첫 번째 과제는 현실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금융권의 신용평가모형은 차주의 상환 능력과 부도 위험을 반영해 설계된다. 위험이 높은 차주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본 원리에 가깝다. 이를 거꾸로 적용하면 신용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시장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은행권도 난색을 보인다.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금융의 기본 속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위험이 큰 차주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 좋은 신용을 유지할 유인이 사라지고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의 신용평가체제는 이같은 우려와 시행착오를 거친 뒤 구축된 결과물이다. 이를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두 번째 과제인 중저신용자 확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 이력이 부족해 금융권 밖에 머물렀던 '씬파일러(thin filer)'를 금융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은행권에서 사용한 금융 데이터에서 나아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이 주목받는다. 소비 내역, 통신비나 세금 등 각종 납부 내역, 플랫폼 활동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면 그동안 소외됐던 계층의 상환 능력을 보다 더 세밀하게 판단할 수 있다. 첫 번째 과제를 100% 실현할 수는 없더라도 신용평가모형의 정교함을 높이면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금리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요구하는 포용금융이 신용평가체제 개편만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포용금융은 단순히 대출 문턱을 낮추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금융 시스템 안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최근 만난 한 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은 방향이 분명하지만 포용금융이야말로 더욱 어렵고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요구하고 또 금융사들이 실천해야 하는 포용금융의 의미를 되짚어봐야 할 때다.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인사이트] ‘삼전닉스’ 성과급 사태가 남긴 것

이강윤 정치평론가 대통령까지 참전하는 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다(삼성전자는 노조원 찬반 투표중). 성과급 찬-반 논거는 사회적 공공성과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몇 가지 숙제를 드러냈다. 성과급 찬성론의 핵심은 정당한 보상과 경쟁력 강화다. 초과이익의 기여도 별 배분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라는 주장이다. 성과급이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은 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도체는 불황과 호황 주기가 뚜렷한 고변동성 산업이므로 호황기 수익을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다 R&D-시설투자 재원으로 유보해 장기적 경쟁력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면 중소협력업체들과의 격차가 심화돼 후방산업생태계가 부실해지고,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찬성론은 사회적 연대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극단적 심화와 사회적 위화감 조성이다. 둘째, 산업생태계의 낙수효과 차단이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은 낙후된 환경을 감내한 협력업체들의 희생 위에서 가능했다. 이익을 대기업 임직원만 독식한다면 협력업체에 돌아갈 단가 인상이나 기술지원재원이 줄어들어, 결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국민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반면, 노조의 성과급요구를 집단이기주의나 투자방해요인으로 몰아부치는 비판론 역시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보듯 자본편향적이며 현실을 왜곡하는 한계를 가진다. 첫째, 노동가치의 정당한 대우와 소득주도성장 기여에 대한 부정이다. 비판론은 기업이익을 자본과 주주의 전유물로만 취급하며 노동생산성의 가치를 과소평가한다. 노동자가 성과를 보상받아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세수증대와 내수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경영적 책임전가의 오류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중소기업과의 격차나 투자재원부족의 책임을 노조의 성과급 요구 탓으로 돌리는 건 경영진과 정부의 정책적 태만을 은폐하는 논리로 사용되기 쉽다. 협력사 상생과 미래투자는 경영전략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지 노동자에개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될 수 없다. 이상에서 보듯, 성과급 논란은 분배정의와 성장잠재력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국민 전체가 상생하는 경제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권리를 인정하되, 초과이익의 일부를 '사회연대기금'이나 '상생기금'으로 출연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사 모두 공공성이라는 열린 시야를 가질 때 비로소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물을 떠난 물고기는 없기 때문이다. 1인당 성과급이 6억원 선이 아니라 6천만원 정도였다면 아마 이렇게 뜨겁게 달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성과급 논란과 진통을 금액으로 치환하면 문제는 제 자리고 논란은 도돌이표다. 삼전닉스는 현재 세계 1류 회사들이지만, 대한민국 경제생태계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영위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 회사 직원들 노력으로만 커온 게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과급 성격과 국민경제 순환고리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음지전 양지변'은 경제활동의 오랜 경험치이자 경험칙임을 논란 참여자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bienns@ekn.co.kr

[EE칼럼]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해법 AI

최근 유럽 송전계통운영자(ENTSO-E)가 발표한 보고서(“Data centres and the power system: expected trend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통운영의 시사점을 던진다.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유럽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50% 이상 폭증할 전망이며, 그 부하는 기존 SCADA 시스템이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속도와 주파수 변동을 일으길 것으로 예측된다. UPS 기반 전원 구조는 경미한 계통 외란에도 수백 메가와트를 순식간에 차단해 버릴수 있다. 한 마디로,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전력 수요가 지금의 계통 전체의 신뢰도를 해치고 시스템의 큰 리스크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 지점에서 AI와 전력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해결 방법은, 하나는 수요적으로 데이터센터 입지를 규제해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침투 속도를 늦춰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적 해결책은 AX(AI Transformation)와 GX(Green Transformation)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놓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계통운영의 가장 큰 리스크가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라면, 그 리스크의 해법도 우리는 AI에서 찾아야 한다. ENTSO-E가 지적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관측 불가능성이다. 기존 감시·제어 시스템은 초 단위 평균값을 본다. 그러나 AI 워크로드가 만들어 내는 부하 변동은 밀리초 단위에서 일어난다. 보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해법은 PMU(Phasor Measurement Unit, 위상측정장치)의 고해상도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반 동적 안정도 평가 모델로 실시간 해석하는 것이다. 이미 학계와 산업계에서 딥러닝이 과도 안정도·전압 안정도 평가에서 전통적 수치해석을 수십 배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AI 부하는 AI로만 감시할 수 있다. AI는 '시간-전력 격차(Time-to-Power Gap)'를 메우는 핵심 도구다. 데이터센터의 접속 대기 기간이 길게는 10년을 넘는다는 것은, 송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송전망을 새로 깔지 않고도 가용 용량을 늘리는 길은 있다. AI 기반 동적 송전용량 산정(Dynamic Line Rating), 조류 최적화, 혼잡 예측이 그것이다. 동일한 구리선에서 10~30%의 추가 용량을 끌어내는 이 기술들은 신규 송전선 건설에 드는 수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데이터센터 접속을 앞당길 수 있다. ENTSO-E 보고서의 가장 통찰력 있는 대목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전자기기·배터리·냉각 인프라·제어 가능한 IT 워크로드가 능동적 계통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구글이 이미 두 건의 전력회사 계약을 통해 자사 데이터센터의 AI 학습 부하를 수요반응(DR) 자원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AI 학습은 추론과 달리 시간적 유연성이 크다. 이 유연성을 가상발전소(VPP)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조율할 때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부하가 아니라 움직이는 발전소가 된다. AI 데이터센터 자체가 발전소이자 유연한 전력 운영 시스템 조절자가 되는 것이고 그 조율의 두뇌가 바로 AI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집중 규제와 지역 이전 등 분산자원화로 대응하는 우리의 접근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진정한 해법은 그리드 운영 그 자체를 AI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운영시스템에 머신러닝 기반 안정도 평가, 동적 송전용량 산정, 데이터센터 유연성 통합 플랫폼이 내장되어야 한다. ENTSO-E는 보고서 말미에 “다음 용량의 파도가 그리드에 도달하기 전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 제도의 핵심 엔진은 단연 AI다. AI가 만든 문제는 AI로 풀어야 하며 AI만이 AI로 인한 전력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AI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문법이다. 조홍종

[기자의 눈] 李정부, 은행 잡지 말고 ‘복지 창의성’ 발휘하라

올해 4월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1억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기안84는 서대문구청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 가운데 소득이 적은 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 등 100분을 추려 이야기를 나누고 1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기안84에게 100만원을 전달받은 한 어르신은 “내 일생에 100만원이라는 말은 듣기 힘들다. 감사하다. 제일 먼저 갈비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기안84의 선행과, 갈비를 먹고 싶다는 어르신의 발언은,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기본금융'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국 금융의 신용대출 시스템을 비롯한 금융의 구조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틈만 나면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비판하고 있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신용등급을 두고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연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포용금융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정부는 '금융'으로 취약계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데 어떠한 노력을 다했나. 정책서민금융 금리를 기존 15.9%에서 한 자릿수대로 인하하는 게 진정 '사람 살리는 금융'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최대 연 19.4%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청년미래적금'은 왜 청년들의 몫이어야만 하는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은 왜 만들지 못하는가. 청년미래적금처럼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한 달에 1만원만 저축하면 은행별 우대금리, 정부 기여금, 비과세 혜택을 더해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갈비 먹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금융당국이 다음달 출범시키는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은 기존에 가동 중인 포용금융과 시작부터 달라야 한다. 저금리 생계자금 대출, 소액대출은 대출 의존도를 높이고, 빚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 취약계층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자생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공적인 책임은 하나은행, 우리은행과 같은 시중은행이 아닌 정부와 금융당국의 몫이다. 현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은행이 아닌, 천편일률적인 상품으로 취약계층을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는 정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스타벅스, 정용진 사과는 불필요하다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년에 맞춰 출시된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이렌 클래식 머그' 이벤트와 2026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탱크데이' 마케팅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과거 극우적 행보와 연결지어 일각에서 '도그 휘슬(Dog Whistle)'로 보는 모양이다. 가능한 얘기다. 한국 소비자에게 생소할지 모르지만 현대 마케팅 이론에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란 것이 있다. 기업이 환경, 인권, 정치 등 민감한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특정한 입장을 밝히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자사의 가치관을 명확히 함으로써 신념을 공유하는 소비자를 강력한 팬덤으로 확보하려는 취지다.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또한 팔겠다는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미식축구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나이키나, 환경 보호를 위해 정치적 로비도 서슴지 않는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이다. '브랜드 액티비즘'은 개념상 진보ㆍ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기업이 보수적 가치나 나아가 극우 성향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자유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보여준 방식은 '브랜드 액티비즘'보다는 '도그 휘슬'에 가까워 보인다. 대중 앞에서는 중립적인 척하면서, 뒤로는 음습한 코드를 심어 특정 비극을 냉소하고 조롱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마자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관계자를 중징계하며 고개를 숙인 것도 비굴해 보인다. 신념의 표출이 아니라 야비한 '증오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진정으로 우파 혹은 극우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차라리 비겁한 암호 놀이를 멈추고 당당하게 극우 기업임을 표명해야 한다. 구차하게 사과할 필요도 없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왜곡된 시각을 공식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이에 따른 시장의 평가, 나아가 사회적 단죄를 정직하게 감내하면 될 일이다. 신념을 밝힐 용기는 없으면서 약자나 역사의 상처를 조롱거리로 소비하는 음지의 놀이문화를 기업 마케팅에 슬그머니 이식하는 행태는 가장 저질스러운 장사치에서나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직격한 것은 그러므로 국가 지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정당한 비판이었다.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는 정파적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합의한 헌법적 가치이자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이것을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국가 원수가 분노를 표하고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 부처 차원에서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 제공을 중단하는 등 불매 방침을 선언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 정부는 시장을 규율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이지, 감정에 따라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정부는 반역사적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되, 실질적인 행정적 처벌이나 규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행정부의 역할을 해야지 소비자로 처신하면 안 된다. 구매를 거부하고 기업을 퇴출하는 시장의 영역은 시장의 주인인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기업도 상품화 과정에서 당연히 정치적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정직하게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안타깝게도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번 사건은 혐오와 보편적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았기에 '브랜드 액티비즘'이라 하기도 힘들다. 결국 이 모든 사달은 정 회장의 천둥벌거숭이 행태에서 비롯한 만큼 정 회장이 물러나는 게 회사로선 최선이다. 그럴 리 없으니 차선은 소비자에서 찾아야 하나? 다행히 한국에서 발에 치이는 게 커피숍이다. bienns@ekn.co.kr

[데스크 칼럼] 정용진 회장, 조직 DNA ‘재 각인’이 필요하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불매 인증과 구매 인증이 경쟁적으로 올라오고, 오프라인에서는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사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태 발생 당일인 18일 '저질 장사치'라고 표현한데 이어 23일에는 2년 전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사이렌 머그잔'을 출시한 것을 거론하며 '악질 장사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동조해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종 국민참여 설문조사와 공모전 등에 스타벅스 상품권을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스타벅스와 체결한 격오지 부대 방문 음료 지원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법무부는 검찰청에 스타벅스 구매 내역을 점검하도록 했고, 국가보훈부는 당분간 스타벅스 상품권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들과 후보들이 이번 이슈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앙정부부처들이 특정 기업 불매에 나선 것은 공공행정에서 형평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과도해 보인다. 앞으로 민주주의 역사와 사회적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사건, 국가적 비극을 폄훼하는 사건이 또 발생하면, 그때마다 해당 기업을 모두 불매할 것인가. 불매의 판단 기준은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행정부가 갈등의 중재자가 아닌 갈등의 증폭자가 돼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경영학에서는 기업이나 조직의 '관성적 행동'을 설명할 때 '임프린팅(각인효과)'이라는 개념을 쓴다. 초기 창업기나 CEO 교체기와 같은 '민감한 시기'에 창업주나 교체된 CEO의 개인적 성향이 조직의 문화, 전략, 관행에 마치 '도장'처럼 새겨져 이후 시간이 지나고 외부 환경이 변화돼도 초기에 새겨진 창업주(CEO)의 DNA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는 개념이다.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그룹 부회장 시절이던 2021~2022년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SNS에 '멸공' 등 자신의 개인적 성향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수 차례 올렸다. 이후 2024년 신세계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에는 SNS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과거 게시물을 삭제하기까지 했지만, 이미 8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정 회장의 성향은 널리 알려진 상태다. 문제는 정 회장이 외부로 드러낸 개인적 성향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외부 팬들이나 소비자, 투자자보다 내부 조직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그룹 오너의 의중을 다른 직원보다 더 빠르게 간파해 더 충실하게 이행하고자 직원들간 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정 회장이 자신의 SNS 활동을 두고 개인적인 일상이라거나 팬들과의 소통이라고만 여겼다면 이를 조직 내부 구성원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간과한 경솔한 행동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지난 18일 최측근 중 한 명이던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하고 당시 사태에 대해 격노했다는 정 회장은 26일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와 함께 직접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다. 정 회장이 이번 사태를 온전히 수습하고자 한다면 그룹 내에 어떤 과거의 각인이 남아있는지 파악하고 '재각인(Re-imprinting)'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김성우 시평] 환경과 안보가 끌고 경제가 밀어야 하는 이유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에너지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세가지로, 환경(탈탄소), 안보(안정성), 경제(수익성)을 꼽는다.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된 에너지 전환은 방향 제시에는 성공했으나 기후변화를 멈추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그 속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반복되는 전쟁이 '안보'를 위협하면서 보다 안정적 에너지로의 전환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은 과거 오일쇼크와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 및 산업의 복합 위기로, 이러한 복합적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태양광발전소와 배터리를 결합해 에너지를 자국내에서 생산하면, LNG·석유 등 연료 가격 변동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을 과거 여느 때 보다 부각시킴과 동시에, 화석연료 발전소처럼 전력 공급 안정성이 뛰어난 자산들의 필요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서 수익성 중심의 '경제'라는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기고문에서 필자가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가격과 금리의 조건이 필수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친환경/국내산 에너지라도 너무 비싸면 전환에 한계가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정책과 별개로 시장에서 알아서 확산되기 마련이다. 청정에너지가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어 보자. 작년 한 해 동안 청정에너지 축소와 화석연료 확대 정책에 집중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나 발전소 그리고 공장의 탄소 배출 제한의 근거로 삼아 왔던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조차도 폐기하고 환경보호청(EPA) 내년 예산을 52% 삭감해 제안하는 등 반기후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발전소 투자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발표한 공식 전망에 따르면, 2026년 새롭게 설치되는 발전소 계획용량은 총 86GW인데, 그 중 93%가 태양광(51%), 풍력(14%), 에너지저장장치(24%)이다. 이는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 가능한 에너지를 시장에서 요구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우는 정책 방향까지 에너지 전환을 거들다 보니 수출 확대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10년 전부터 에너지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등 자국내 자원과 역량을 결집하고 전기차 보급 등 수송부문의 에너지 전환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금번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다.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 실적을 바탕으로 에너지전환 기술의(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재생너지설비 등) 수출도 늘고 있다. 2025년 중국은, 전기차의 경우 전세계 생산량의 3/4에 육박하고,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세계 제조용량의 80%, 태양광 패널은 8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사태 이후 주유소 제품가격이 올라가자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에너지 국산화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와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는 등 글로벌 에너지전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도 에너지전환 기술의 가격 경쟁력, 즉 경제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84%를 넘어 에너지자립 기반이 취약한 한국은, 역으로 말하자면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내시장 잠재력이 크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간 제품 포트폴리오가 갖추어져 있고 고밀도 기술력을 장착한 배터리 제조기업들을 포함해 원자력/재생에너지/전력기기 등 에너지전환 산업생태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과 산업을 활용해 (가격경쟁력 포함) 수출경쟁력 확보로 연계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육성되지 않은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에너지자급률 제고를 위한 국내 에너지전환 시장 확대 정책을,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출 정책과도 연결하는 종합적 장기 산업 정책이 절실하다. 가장 극심한 기상이변의 예보와 중동사태의 복합 여파의 예고 속에서 올 여름을 초조하게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초조함은 앞으로도 반복될 확률이 높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환경과 안보라는 요소가 끌고 경제라는 요소가 밀어야 하는 이유다. ek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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