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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정보 보안에 대한 발상 전환

올해가 저물어 가던 11월 말 온라인 시장 지배력을 키우던 쿠팡에서 3,37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성년자와 온라인 쇼핑몰 이용에 곤란을 겪는 일부 고령층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미 거대 이동통신 3사와 금융기관들의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감이 커지던 국민을 더 큰 불안에 시달리게 만드는 기사들이었다. 세간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공공정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국민의 개인정보가 끊임없이 유출됐다. 이런 상황은 국민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소홀하게 보관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적법하게 수집하고 보관해야 할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 공공기관, 심지어 정부 부처들에 책임이 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이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인지 고민해 보면 결국 정보 보안을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나 불필요한 비용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관념이 출발점이 아닌가 한다. 사실 변호사들의 업무인 법무도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비슷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기업에서는 반대를 일삼아 성장의 발목을 잡는 방해꾼으로 매도당한다. 정부 기관에서도 규제가 필요할 때는 관련 법무 전문가를 찾다가, 규제 완화 여론이 높아지면 같은 전문가에게 다른 해결책을 요구한다. 법무 검토도 단시간에, 저비용으로 끝내려 하지만 관계 법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상응하는 법적·경제적 불이익이란 후과를 직면하고서야 후회하는 사례를 많이 본다. 최근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역시 대한민국의 보안 관련 산업의 현황을 보면 그럴만하다고 수긍하게 된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에서 2025년 4월 발표한 '2024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내 1,200개 기업 중 연간 정보보호 예산이 '500만 원 미만'이라는 답변이 무려 75.8%에 달한다. 심지어 개인정보나 기업 영업비밀에 대한 보안 위협은 더욱 커지는데도 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보 보안 예산을 편성한 기업이 2022년 67.9%에서 오히려 2024년에는 49.9%로 감소하기까지 했다. 정부 기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행정안전부 예산안을 보면 2025년 정부 정보보호 인프라는 2024년보다 44.8%, 정보시스템 소프트웨어 보안 체계 강화 사업은 30.2%, 사이버 침해사고 예방 예산은 3.8% 각 감소했다. 그나마 2026년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정보 보안 관련 예산을 포함해 7.7% 증가된 예산안이 편성되었다니 다행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나 정부의 온나라시스템이 무려 3년간 해킹을 당한 상황에서 안일한 인식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된다. 민간과 공공부문의 정보 보안 예산 경시는 국내 정보 보안 전문 기업들의 영세한 규모만이 아니라 업무에 종사하는 보안 인력의 양성과 숙련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도 미흡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더불어 특히 사이버 보안 관련하여 인공지능 기반 공격과 방어 수단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인공지능 기반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프롬프트 입력, 회피 공격, 인공지능 데이터 또는 모델 추출 공격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될 수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공지능 업무 시스템 이용자들에 대한 초맞춤형 피싱 공격을 발생할 수 있는데, 실제로 최근 오픈소스 형태의 모델뿐 아니라 상용모델인 앤트로픽사의 '클로드'가 해킹에 이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항해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이상 데이터를 탐지하고, 인간이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의 반복적인 공격을 방어하는 인공지능 보안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 탑재 창과 방패의 확산이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 구축과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정보 보안을 비용 개념으로만 보아서는 향후 벌어질 보안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보 보안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도록 공공부문 입찰 가산점, 투자 인센티브 등 세제 지원과 함께 정보 유출로 손해를 입은 정보 주체들이 직접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정보 보안을 소비자 선택의 척도로 끌어 올려 비용이 아닌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보는 시각이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양희철

[EE칼럼] 대통령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못한 기후부

지난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의 업무보고에서 당혹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와 관련하여 던진 상식적인 질문에 아무도 명쾌한 답변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기후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단가(LCOE, kWh) 목표로 해상풍력은 330원에서 250원이하로, 육상풍력은 180원에서 150원 이하로, 태양광은 150원에서 100원 이하로 하겠다고 보고를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근본적인 질문'이라며 “태양광이 100원 수준이면 태양광에 집중 투자하지 왜 굳이 250원짜리 해상풍력을 해야 하느냐, 밤에 생산해서 그러느냐, 장기적으로 봐서 200원 이하로 내려가도 태양광 100원보다 비싼데 왜 이렇게 해상풍력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질의했다. 이에 장관, 차관, 국장은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상풍력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산업적 기여도가 높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는 재생에너지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상식적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상호간에 보완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가동 시간 상 서로가 서로를 보완한다. 태양광은 명백하게 해가 뜬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다. 7시부터 발전을 시작해 13시에 피크에 도달하고 16시 이후 급감한다. 또한 겨울에는 일조시간이 짧아 발전 시간대가 좁다. 해상풍력은 일반적으로 낮 보다 저녁에서 밤 사이 발전량이 많고, 특히 여름보다 겨울의 발전량이 많다. 태양광의 시간대별, 계절별 공백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설비 투자 측면에서도 태양광과 풍력은 상호보완적이다. 태양광은 공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소규모로도 얼마든지 설치가 가능하므로 장거리 송전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부지 확보, 미관 등의 문제로 대규모 개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계통 안정화 설비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풍력은 대규모 설비로 인해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장거리 송전망이라는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을 필요로 하지만, 한번에 높은 용량의 발전시설을 지을 수 있고 동시에 제조업 등 연관산업 육성에 탁월하다. 태양광은 한번 설치하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연관산업 유발효과는 크지 않다. 그러나 풍력, 특히 해상풍력은 연관산업 효과가 뛰어나고 지속적이다. 제주대 김범석 교수 자료에 의하면 1GW 해상풍력개발에 필요한 총 수명비용은 약 9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금액은 사업개발(2%), 해상풍력터빈(26%), 보조설비(19%), 설치시공(14%), 운영 및 유지(39%)로 구성된다. 해상풍력터빈은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큰 타워다. 블레이드, 베어링, 기어박스, 발전기 등으로 구성된 핵심부품으로 풍력 설비기술의 핵심이다. 기술성숙도가 중요한 분야로 국내 정책 연속성의 부재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있다. 보조설비는 해저케이블, 해상지지 철 구조물, 해상변전소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설치 시공 역시 우리나라의 건설 역량이 빛을 발하는 분야이다. 운영 및 유지 분야의 경우 2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기에 고용창출, 산업유치 등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기여도가 높으며, 충분히 육성될 경우 자동화 등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LCOE 하락을 유도한다. 이날 기후부 관료들은 해상풍력이 가지는 이러한 산업적 효과를 부각하려고 노력했지만 근본적인 상호보완성은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이 '밤에 생산해서 그러느냐'라고 의도치 않은 힌트까지 줬음에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기후부 관료들이 평소 전력시장 이슈에 보여주는 뿌리 깊은 '경직성'이 드러난 사례가 아닌가 필자는 우려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상호보완성에는 주목하지 않고 “태양광은 이러한 장점이 있으니 몇 년도까지 몇 GW(%) 보급하자," “해상풍력은 저러한 장점이 있으니 몇 GW(%) 보급하자"와 같은 담론이 등장한다.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것은 좋지만 찝찝하다. 이들 관료들이 아직도 국가 주도적인 공급 계획에 갖혀있기 때문이다. 전력시장과 같이 각종 기술과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일수록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방식은 비효율로 이어진다. 정부가 전기 소매가격(P)과 전기 공급계획(D) 둘 다 손에 쥐고 정치 · 행정 편의적으로 통제해왔기에 한전은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고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OECD 꼴찌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정부는 '판을 엎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정부와 공기업(한전)이 때로는 편을 먹고, 때로는 공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며 시장을 일방적으로 '계획'하는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 가깝게는 도매 시장의 지나치게 경직적인 가격 체계를 손봐야 한다. 실시간 가격 제도와 용량 시장 제도를 실시하고 보조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높여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할 설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변동비 (연료비) 평가 방식의 SMP 제도 역시 가격입찰제로의 전환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매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왜곡 없이 제대로 반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에 맞춰 시장이 반응하니 복잡다단하게 인센티브와 규제를 설계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인식이 관료들에게 부족하니 해상풍력을 두고 인허가 완화, 금융 지원, 항만 인프라 구축 같은 논의만 요란하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전력시장 개편은 뒷전이 될까 걱정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계기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김경식

[이슈&인사이트] 쿠팡 사태, 책임은 국경 밖으로, 피해는 국민에게

이번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다. 약 3,370만 명,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 상당수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태도는 무책임했고 오너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의장은 사과는커녕 국회의 출석 요구조차 “국제적 비즈니스"라는 말로 회피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불출석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소비자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범석이 진정으로 긴장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쿠팡 투자자들을 원고로 한 집단소송이 지난 20일 제기되면서 김범석 개인의 경영 책임과 CEO 지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상장사 CEO는 단순한 '고용인'이 아니라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와 관리·감독 의무를 지는 책임자다. 핵심 자회사인 한국 쿠팡의 보안 관리 실패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이를 방치했고, 그 결과 기업가치와 주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이번 개인정보 유출이 미국 증권법상 중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그리고 적시에 공시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단순한 민사 분쟁을 넘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사회가 '김범석 리스크'를 이유로 CEO 교체를 검토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쯤 되면 김범석에게 이번 사태는 과징금이나 합의금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지위와 경영권이 걸리게 된다. 그런데도 피해당사자인 한국 사회에서 쿠팡이 감당해야 할 책임은 놀라울 만큼 가볍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은 매출의 최대 3%지만, 각종 감경을 거치면 기업 입장에선 '관리 가능한 비용'에 불과하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피해자가 직접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 2차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위자료는 미미한 수준에 머문다. 정부가 강조한 '영업정지'도 소비자·소상공인·노동자 피해를 이유로 실질적으로는 선택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엄청난 사건도 “과징금으로 끝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김범석 개인에 대한 국내 책임 추궁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 역시 국민적 분노를 키운다. 그는 미국 국적자이며 한국 법인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 재벌 총수들이 부담하는 각종 책임에서 자유롭다.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도, 책임은 국경 너머로 넘겨버리는 이 구조를 과연 정상적인 기업 윤리라 할 수 있는가. 이제 우리는 “미국 소송 결과를 지켜보자"는 수동적 태도에 머물러서는 절대 안 된다. 미국 법원이 김범석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와 별개로, 행정부와 입법부는 지금 당장 가용한 모든 제재 수단을 검토 추진해야 한다. 과징금의 실질적 상향,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한 누진 처벌,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묻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집단소송제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 하한선 도입, 기업이 스스로 무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하도록 하는 입증 책임 전환이 시급하다. 이번 사건은 한 기업의 일탈이 아니다. 플랫폼 기업이 기업윤리마저 상실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데이터와 물류는 이미 국가 기간 인프라로 이번 사태는 국민적 재난수준이다. 이를 통제할 법과 제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쿠팡은 반드시 등장한다. 국민의 분노는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제도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또다시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최용

[EE칼럼] 에너지 해결과제들의 구조 변화

요즈음 에너지학습과제들은 AI(인공지능) 관련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우리 정부의 내년도 업무보고내용을 유의할 필요가 많다. 산업통상부는 지역 성장과 제조업의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한 산업 경쟁력 극대화를 강조하였다. 물론 신-통상전략 추진도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6~2040) 수립전략 재점검을 중심과제로 제시하였다. 2040년까지 탄소발전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의 전환기반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망을 적기에 보강하고 시장제도 개편도 함께 한다. 구체적으로는 석탄발전의 감축, 적정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비중 유지와 재생에너지발전 확대에 필수적인 ESS(에너지저장장치), 양수발전 등을 통한 전력시스템 유연성 확충을 기한다. 그러나 지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윤석열 정부 확정) 발전원별 비중인 2038년 원전 35.2%, 10% 대인 석탄과 LNG 발전, 그리고 재생에너지발전 29.2% 수준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재생발전의 세부 내용조정은 불가피한 것 같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 석상에서 2035년 태양광 발전가격이 100원/㎾h 이하 하락이 가능한데도 330원대 해상풍력과 250원대 육상풍력 육성 당위성 검토지시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 발전원가는 40~50원대라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물론 관련 부처에서는 2035년 무렵 해상풍력 규모가 20GW을 초과하면 그 '규모의 경제' 효과로 150원/㎾h 수준 하향 가능성을 제시하고는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은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해상자원개발사업(대왕고래)의 정밀검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설령 성공하여도 국제 유가 70~80달러 수준에서는 그 개발 타당성 미흡을 걱정하였다. 미래예측의 동태적 엄정성과 가치 중립적 평가수준에 대한 우리의 실무능력 한계와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영혼 없는 'AI 논리' 구성은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고민은 최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발표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IEA가 지난 14일 밝힌 10년 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란다. 그만큼 빠르게 변한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의 주종 요인은 세계 경제의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 증가이다. 전기 자동차, 히트 펌프, 그리고 디지털로 연결된 스마트 가전제품 급증에 따른 것이다.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센터' 급증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이들 상당수는 AI 구동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2035년까지 세계전력수요는 전체 에너지 대비 6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IEA는 전망하고 있다. 당연히 에너지 공급부문 역시 빠르게 변화한다. 특히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발전원들의 역할증대가 주목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전력망 관리의 복잡성 문제 해결 필요성을 제기한다. 가변적인 신재생 전력 흐름을 고려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신뢰성과 경제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력시스템의 '디지털'화가 이런 문제 해결의 주역이 될 것 같다. '디지털'화는 효율성을 개선하고, 경제성을 높이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AI는 전력시스템 효율화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대부분이 독자적 특성을 강조하는 디지털 기반이다. 따라서 다른 시스템과 연계 강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독점적인 설계특성으로 '인터페이스'가 부족하며, 상호 연계기능이 부족할 수 있다. 이를 단편화(斷片化)에 따른 비효율성이라 할 수 있다. 비용 증가, 혁신 저해 등 '디지털'화의 장점을 저해한다. 따라서 에너지 시스템에 단순히 디지털 기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원활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상호연계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전력-에너지 부문 한계점들은 '고갈성' 자원의 가치를 금융시장에 인위적 척도인 화폐로 전환-평가하는 과정에서 유발된다. 2차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의 기반은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으로 비용 절감과 공동 성장이다. 지난 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자원공급한계는 익히 알려진 세계공영 체제의 위기 전형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금융 위기이다. 화석 연료 고갈,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취약성,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인해 세계금융 시스템 붕괴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심각한 재정적자 때문이다. 이에 세계 에너지 공급 시스템과 각국 정부 부채관리능력이 동시에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과 경제성장 양 부문이 동반 위축단계에 진입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우려는 '새로운' 자원 고갈과 성장한계론(Finite World)이랄 수 있다. 시의(時宜)에 적절한 논리개발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최기련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히트펌프 보급 목표, 연연하지 말았으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을 100기가와트(GW), 재생열에너지인 공기열 히트펌프를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는 경제성보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우선 고려해 설정됐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약 35GW 수준이고 히트펌프 보급 대수 역시 40만대가 채 되지 않는다. 각각 5년 안에 약 3배, 10년 안에 9배 가까이 늘려야 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 분야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억' 소리가 나올 만한 수치로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기자 입장에서 정부가 제시한 정책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경우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정책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과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실제로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단가 목표를 태양광은 2030년 킬로와트시(kWh)당 80원, 육상풍력은 150원, 해상풍력은 2035년까지 150원 이하로 제시했다. 비록 히트펌프는 목표 단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보급 확대와 단가 인하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이겠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보급 숫자보다 단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재생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에서 경매제도로 전환된다. RPS가 대규모 발전사에 재생에너지 설치를 강제해 왔다면 경매제도는 발전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단가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춘 제도다. 재생열에너지는 발전과 달리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청정열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로 출발한다. 내년 청정열에너지법이 통과되면 RPS처럼 대규모 열생산 사업자에게 청정열 생산 시설 설치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 두 제도가 재생에너지 시장을 형성하고 합리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기업들이 태양광 셀, 풍력 터빈, 히트펌프의 효율 향상 기술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수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국민에게는 전기요금과 난방요금 측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부담을 제시해야 한다. 일정 수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가계와 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부담이 전가된다면 기후 정책은 정치적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 기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경제적 수용성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제 기반을 훼손하면서까지 추진되는 기후 정책은 후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점 자체를 늦출 위험도 안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미래 전장의 승패, 배터리가 아닌 원자력에 달렸다

SF 영화를 보면 레이저 광선이 적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이 레이저 무기가 최근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이나 미국의 함정 탑재 레이저처럼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이 첨단 무기들이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막대한 양의 전기를 끊김 없이 공급해 줄 강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자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그 해답으로 꼽는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활용도가 높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SMR 하나만으로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빈틈을 채워줄 주인공이 바로 초소형모듈원자로(MMR)이다. MMR은 쉽게 말해 트럭에 싣고 다닐 수 있는 움직이는 발전소다. SMR보다 훨씬 작게 만들어져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찍어낸 뒤 트럭이나 수송기로 필요한 곳 어디든 배달할 수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속 오지나 고립된 섬, 재난으로 모든 게 파괴된 현장에도 즉시 전력을 공급한다. 기존의 덩치 큰 발전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장소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MMR이 가진 독보적 능력이다. MMR은 우리 군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K-국방의 핵심 열쇠가 된다. 앞서 언급한 레이저 요격 무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순간적으로 엄청난 전기를 쏟아부어야 한다. 디젤 발전기나 배터리로는 이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MMR은 연료 교체 없이 수년 동안 거뜬히 가동된다. 적의 공격으로 국가 전력망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 군의 지휘부와 작전 기지를 지켜줄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준다. 미국은 이미 MMR의 군사적 가치를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국방부의 '프로젝트 펠레(Project Pele)'다. 과거 전쟁에서 미군은 디젤 연료를 싣고 가던 수송 부대가 적의 공격을 받아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프로젝트 펠레는 이 위험한 연료 수송 작전을 이동형 원자로로 대체해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시도다. 미국은 MMR을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전장에 나간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필수 안보 자산으로 여긴다. 우리가 이 좋은 기술을 국방에 활용하려면 먼저 외교적 매듭을 풀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맺고 있는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막고 있다. MMR을 군사 기지의 전력원으로 쓰는 것은 핵무기를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비폭발적(Non-explosive) 이용이다. 시대가 변하고 안보 환경이 달라진 만큼 우리도 족쇄를 풀고 당당하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기술 활용을 가로막는 또 다른 벽인 규제 체계도 안보 현실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의 원자력 규제는 일반 대중의 안전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검증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군사 작전에 쓰일 MMR은 적보다 앞서나가는 신속성과 보안이 생명이다. 미국이 지난 60년 동안 일반 원전과 군사용 원전의 규제를 완전히 분리해서 운영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도 미국의 방식처럼 군사 안보용 MMR만큼은 별도의 트랙을 만들어 규제 절차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군사용 규제를 따로 만든다고 해서 안전을 포기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MMR은 기술적으로 대형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도가 낮다. 출력이 매우 낮을뿐더러 사고가 나더라도 외부 전원이나 사람의 조작 없이 스스로 식어서 멈추는 피동형 안전 개념이 적용된다. 위험도가 현저히 낮은 기술에 대형 원전에나 적용할 법한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발목을 잡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결국 SMR과 MMR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날게 할 두 개의 날개와 같다. SMR이 기후위기를 막고 국가 산업을 이끄는 주력 함대라면, MMR은 험지와 전방을 누비며 안보를 지키는 특수부대다. 이 두 날개가 튼튼하다면 우리나라는 진정한 에너지 강국이자 안보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레이저 무기를 움직일 심장이 없다면 그 무기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SMR과 MMR이 서로를 보완하며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낡은 규제와 협정을 과감히 혁신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문주현

[데스크 칼럼]쿠팡에게는 공정한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한국을 흔들고 있다. 규모와 경위는 조사 중이다. 국회는 한 발 빠르게 반응했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렀다. 김 의장은 불참했다. 사유는 '해외 사업 일정'이다. 예상된 수순이다. 역대 국회에서 재벌 총수들은 늘 그래왔다. 숱하게 해외 일정을 핑계로 여의도를 피했다. 그때마다 의원들은 호통을 쳤다. 그러나 결국 늘 그렇듯 유야무야 넘어갔다. 관행이고 '약속대련'이다. 이번은 다르다. 공세 수위의 결이 다르다. 국회는 동행명령장 발부까지 거론하며 압박한다. 단순한 압박을 넘어선다. 쿠팡을 본보기 삼아 기업 규제 프레임을 다시 짜려는 기류마저 보인다. 강공의 배경에 '정경유착'이 있다. 실각한 과거 정부와 쿠팡 리더십간의 관계가 주안점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왜 이렇게 쿠팡이 오만방자한가 했더니 강한승 전 (쿠팡)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고 한덕수 전 총리를 미국 대사관에서 모셨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와 민주당계 인사도 쿠팡에서 대관(CR)을 담당하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쿠팡 자체에 대한 조사를 넘어 여야가 서로 정경유착에서 발뺌하려는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회는 이 틈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서두른다. 개인정보 유출은 치명적이다. 여기에 최고경영자의 소환 불응마저 겹쳤다. “글로벌 기업이라며 한국 국회를 무시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이미 쿠팡은 서여의도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국민 정서법이 근거다. 정치적 갈등 속에 낀 쿠팡에 대한 강공은 공정한가. 다른 기업에게 국회는 어떠했나. 시중은행에서 수백억 원대 횡령 사고가 났다. 메신저 기업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었다.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했다. 그때마다 CEO가 소환장을 받았다.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기업의 존폐를 흔들거나 특정 정치 세력의 타깃이 되어 집중포화를 맞지는 않았다. 출석하고, 질타를 받고, 사과로 마무리했다. 두 어달 지나면 여론은 잦아들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은 명백한 과실이다. 현행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면 된다. 과징금을 물리고, 보안 시스템을 감시하면 된다. 그러나 현 상황은 법적 처벌 수준을 넘어선다. 여야 정계인사가 연루되면서 국회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리더십을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 해외 출장을 이유로 한 불출석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다른 기업 총수들이 같은 이유로 빠져나갈 때 적용했던 '유연함'이 김범석 의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중잣대다. 이중잣대를 들이댄 이유는 전 정권 인사 영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대관 전략 차원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삼아 기업 활동 방식을 지적하는 것은 주객전도다. 공정은 형평성에서 온다. 잘못한 만큼 벌을 주는 것이 정의다. 미운털이 박혔다고 더 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지금 국회와 여론의 매질이 쿠팡의 과실에 대한 징계에 그칠 거라고 보이지 않는다. 마치 정치적 희생양을 찾는 '정치적 연대 책임'을 묻는 자리가 되고 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기자의 눈] 부동산 대책, 늦어도 실효성 있게 내놔야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리얼미터가 진행한 정부 부동산 대책 관련 여론조사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정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이 우세했지만, 세대별로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긍정 평가는 40~60대에 집중됐고, 30대와 70대에서는 부정 응답이 더 많았다. 같은 30대인 기자 역시 이 결과가 낯설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개인의 감각일 수도 있었겠지만, 여론조사 결과로 확인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국 집을 가진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인식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무주택자들이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이 눈에 띄게 하락하지도 않았고, 상승 흐름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 사이 전세 매물은 줄고, 비싼 월세로의 전환은 가속화됐다. 규제의 효과는 매매보다 임대 시장에서 먼저 나타났고, 그 부담은 무주택자에게 돌아갔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의 목적에는 무주택 실수요자와 서민 주거 안정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들이 가장 먼저 주거 불안을 체감하고 있다. 정책이 많아질수록 삶이 나아졌다는 느낌은 오히려 멀어졌다. 30대는 출산과 양육을 앞둔 세대이자,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핵심 수요층이다. 이들이 정책에 등을 돌린다는 것은 정책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6·27 부동산 대책, 9·7 주택 공급 대책, 10·15 부동산 대책 등을 연이어 내놨다. 대출 규제 강화와 규제 지역 확대 등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이 골자였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다시 추가 공급 대책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최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급 문제는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추가 공급 대책 발표를 늦출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정책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급하게 내놓은 대책이 또다시 불신을 키운다면 차라리 늦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대규모 개발보다는 도심의 빈 상가·오피스 등을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식처럼 비교적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체감되지 않는 대책을 반복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실효성 있는 한 수가 낫다. 정부가 쏟아내야 할 것은 대책의 개수가 아니라 현실에 닿는 해법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 본사 처(실)장 ▲ 비서실장 오민석 ▲ 준법경영실장 박정진 ▲ 감사실장 김봉덕 ▲ 기획처장 박창률 ▲ 전력시장처장 이정호 ▲ 요금전략처장 천현민 ▲ 기후에너지정책실장 이정택 ▲ 인사처장 연원섭 ▲ 홍보처장 권정주 ▲ 상생조달처장 김성효 ▲ 정보보안처장 정강식 ▲ 배전운영처장 곽상영 ▲ 영업처장 이호윤 ▲ AI혁신단장 주재각 ▲ 기술기획처장 김경훈 ▲ 에너지신사업처장 심은보 ▲ 계통기획처장 곽은섭 ▲ 계통기술실장 최명환 ▲ 해외사업운영처장 정흥규 ▲ 해외사업리스크관리실장 최종호 ▲ 해외원전개발처장 한승훈 ▲ UAE원전건설처장 김의승 ▲ 해외원전운영실장 전철수 ◇ 1차 사업소장 ▲ 인천본부장 이상원 ▲ 경기북부본부장 박종운 ▲ 경기본부장 정학준 ▲ 강원본부장 이철휴 ▲ 충북본부장 정준수 ▲ 전북본부장 윤여일 ▲ 대구본부장 오현진 ▲ 경북본부장 이상엽 ▲ 부산울산본부장 조현진 ▲ 전력기금사업단장 위극 ▲ 인재개발원장 최현근 ▲ 경영지원처장 백수현 ▲ 영업배전시스템실장 이명종 ▲ 전력연구원장 김대한 ▲ 전력기자재센터장 이창열 ▲ 경인건설본부장 배병렬 ▲ 중부건설본부장 김재오 ▲ 남부건설본부장 노상수 ▲ 해외발전엔지니어링처장 강구화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저당(低糖)과 딸기시루

올해 식품업계를 관통한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무엇일까. 제로슈거, '저당(低糖)'이 아닐까 싶다. 비건에서 시작된 트렌드는 저속노화로 번졌고, 올해는 '저당'이라는 키워드가 업계를 휩쓸었다. 소스부터 주류까지 '저당'은 식품업계 전반에 스며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특히나 재미있었던 취재현장을 떠올려보니,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의 강연이 떠올랐다. '2026 식품외식산업 전망'을 주제로 진행된 박 소장의 강연에서 무릎을 '탁' 치게 한 부분은 바로 '저당'과 함께 떠오른 '성심당 딸기시루케이크' 이야기였다. 박 소장은 “저당 제품을 찾아 먹고 혈당 패치를 사서 당 수치를 체크하는 당신은 누구이며, KTX를 타고 대전까지 가서 4시간을 기다린 후 '당 폭탄' 딸기시루를 사오는 당신은 또 누구라는 말입니까"라며 “이게 바로 현대인이 가진 '모순의 식문화'"라고 설명했다. 생각해보면 굳이 성심당의 딸기시루케이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두바이 초콜릿이나 스웨덴 캔디, 토핑이 잔뜩 올려진 디저트 음료를 많이도 마셨던 것 같다. 박 소장은 '딸기시루케이크'로 대변된 디저트가 주는 베네핏(benefit)을 '위로' 라고 해석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보아야 하는 장수 시대에, 사람들이 가진 두려움이 디저트에 대한 갈증으로 표출됐다는 설명이다. 지금 시대에 디저트를 즐긴다는 것은 일종의 사회생활이자, 나에게 전하는 위로다. 제시된 트렌드대로라면 내년에도 식품업계에는 '위로'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소장은 식감에 대한 기발한 변주를 통해 소비자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디저트 업계의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금은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2025년을 마무리하는 길목에 서니 나는 올해 누군가에게 어떤 위로를 어떻게 전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2025년의 마지막 만큼은 나를 돌보고, 서로를 위로하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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