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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산불피해’ 국회의원보다 먼저 움직인 금융지주 회장들

국회의원들이 민생은 외면하고, 정권에만 몰두한 채 유치한 싸움까지 불사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산불 사태로 26명이 사망하고,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목숨을 걸고 대피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조차 국회의원들은 어김없이 서로를 향한 날선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정말 이정도인가. 국회를 향한 실망이 최고조에 이른 것은 이달 23일이다. 신한지주를 시작으로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오후께 앞다퉈 산불 피해지역 복구 및 이재민 구호를 위해 성금 각 10억원을 기부하고, 긴급 구호키트·급식차·생필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산불 피해를 다룬 뉴스를 보면, 은행 로고가 새겨진 구호 텐트가 나오는데, 이는 모두 금융지주사들이 신속하게 대처한 덕분이다. 나아가 금융지주사들은 이재민의 경제적 어려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은행, 보험, 카드 등 계열사들을 주축으로 특별대출, 만기연장, 금리우대 등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했다. 그 시각 국회의원들은 무얼 했나.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할 때까지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광장에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이에 지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국가는 산불과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정작 국회는 국가 재난을 가벼이 여겼다. 다음날(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태료 300만원을 감수하면서도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배임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300만원이라는 금액은, 산불로 생사를 오가는 이재민들의 상황에 비춰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직후 경북 안동의 이재민 대피소를 비롯한 경북 지역의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그가 정말 산불피해에 진심이었다면, 왜 본인이 무죄 판결을 받고 나서야 현장을 방문하는가. 산불피해 현장에 성금을 기부하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주체는 금융지주사가 아닌 국회의원이다. 어떤 기업들보다 당연히 국회가 먼저 움직여야 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싸우고, 사투를 벌여야 할 대상은 희망 없이 고꾸라지고 있는 국가 재난과 경제 위기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4급 승진 △공업사무관 이광우 △항공사무관 박정권 △항공사무관 하후호 △시설사무관 강우구 △시설사무관 김상수 △시설사무관 문선일 △시설사무관 민경철 △시설사무관 성언수 △시설사무관 안윤상 △시설사무관 오원택 △시설사무관 원일웅 △시설사무관 장미선 △시설사무관 장이슬 △시설사무관 전진 △시설사무관 조광영 △시설사무관 최승연 △시설사무관 최은영 △전산사무관 권영진 △행정사무관 간인숙 △행정사무관 김부병 △행정사무관 김세환 △행정사무관 김종욱 △행정사무관 박종표 △행정사무관 배윤형 △행정사무관 임상준 △행정사무관 최두석 △행정사무관 최예명 △행정사무관 최효준 △행정사무관 홍일산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이상호 칼럼] 한국을 궁지에 모는 중국의 서해안 구조물 불법 설치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인공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직경 70미터, 높이 71미터의 대형 철골 구조물을 무단으로 설치했다. 높이 25층 아파트 건물 크기의 거대한 물건이다. 중국은 한국 해양조사선이 조사를 위해 접근하자 방해하며 양국 해경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현재 한국의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한국의 한 주요 언론사는 중국과 같은 구조물을 중국 쪽에 설치해야 한다며 강경 조치를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다. 중국의 행위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장차 서해를 자기 바다로 만들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한중국대사관은 26일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중국이 무단으로 설치한 철골 구조물에 대해 “중국 국내법 및 국제법에 부합한 것"이라면서 “한중어업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며 협정에 따른 한국 측 권익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로 입장을 냈으며 이 구조물이 심해 어업 양식 시설로 중국 근해에 위치하고 있으며 근해 해양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것이며 심해 어업 및 양식 시설에 대해 엄격한 환경 보호와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베트남 등을 상대로 불법적인 해양영토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2016년에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재판에서 패소했지만 이도 무시했다. 남중국해는 이미 분쟁지역이다. 중국이 2027년에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상황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고조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와 서해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에 우위를 확보하려면 태평양 지역을 지배해야 한다. 그러나 대만, 필리핀 등이 중국의 진출을 막고 이 뒤에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진로를 차단하고 있다. 돌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위험한 행동은 오히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에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의 친러시아 및 북한에 유화적인 행보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힘을 축적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모험주의를 조장하는 원인이 된다. 중국은 미국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되기 전에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을 길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정치가 불안한 한국을 의심한다는 사실을 노릴 수 있다. 미국에 한국은 정권에 따라 친중·친북, 반미·반일을 할 수 있는 기회주의적 국가이며 잠재적 배신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한반도 중재자 및 운전자론을 주장하며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다. 만약 이번에 한국이 중국의 도전에 확실히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은 서해 주권을 서서히 잃어갈 것이고 미국 등 우방국은 한국이 대중국 방어 전선의 취약한 고리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런 약점을 간파한 중국이 트럼프 시대의 혼란을 틈타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더군다나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에 성공하면 친중·친북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선수를 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만약 이번에 한국이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의 의도대로 서해를 중국화할 것이고 강력히 대응한다면 한국과 중국은 충돌하게 된다.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결심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래저래 외통수에 걸렸다. 이상호

◇ 서기관 승진 ▲ 부총리실 김수현 ▲ 대변인실 홍보담당관실 강병구 ▲ 경제공급망기획관실 공급망정책담당관실 김낙현 ▲ 경제공급망기획관실 공급망정책담당관실 김민진 ▲ 기획조정실 기획재정담당관실 김형은 ▲ 예산실 예산정책과 정민철 ▲ 예산실 문화예산과 이국희 ▲ 세제실 환경에너지세제과 이정아 ▲ 세제실 국제조세제도과 고대현 ▲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 김형선 ▲ 정책조정국 정책조정총괄과전성준 ▲ 경제구조개혁국 경제구조개혁총괄과 서준익 ▲ 국고국 국유재산정책과 강보형 ▲ 국고국 계약정책과 박재홍 ▲ 국고국 출자관리과 석상훈 ▲ 재정정책국 재정정책총괄과 정윤홍 ▲ 재정관리국 재정관리총괄과 김희준 ▲ 공공정책국 공공정책총괄과 이상용 ▲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 김민주 ▲ 기획재정부 송현정 ▲ 〃 안창모 ▲ 〃 채원혁 ◇ 과학기술서기관 승진 ▲ 재정관리국 회계결산과 안형자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EE칼럼]재생에너지 지원을 늘려야 할 때

세계는 1.5℃를 넘어 2℃, 3℃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대응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지난 3월 16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2024년 12월까지의 전력통계를 발표했다. OECD(이스라엘 미포함)의 총발전량은 2023년 10,567TWh에서 2024년 10,833TWh로 2.5% 증가했으며, 이 중 태양광이 137TWh 증가하여 전체 발전량 증가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석탄 발전량은 57TWh가 감소하며 화석연료 전체 발전량은 0.9% 줄었다.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 OECD 평균은 35.8%였다. 덴마크 87.8%, 독일 58.5%, 스페인 58.4%, 영국 52.9%, 네덜란드 51.0% 등 20개 나라가 50%를 넘었고 이탈리아 49.4%, 중국 34.3%, 일본 25%, 미국 23.8%, 인도 21.8%를 기록했다. 한국은 10.5%로 사상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였으며 지난달 정부가 많은 논란 끝에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8년 목표 29.2%를 달성해도 2024년 OECD 평균보다 6.6% 낮게 된다. 참고로 이스라엘의 경우 영국의 싱크탱크 엠버(Ember)의 통계를 보면 2023년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10.5%였고 2024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Enerdata 등의 예측에 따르면 2024년 13~14%에 이를 것으로 보여 한국은 이스라엘을 포함해도 최하위다. 또한, 2023년 대비 2024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율도 포르투갈 12.4%, 리투아니아 10.5%, 스페인 6.5%, 헝가리 6.0% 등 OECD 평균이 4%인데 반해 한국은 1.3%로 당분간 OECD 꼴찌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정부는 RPS(신ㆍ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를 경쟁입찰로 일원화하려는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제도의 복잡성, 가격 변동성, 체계적 관리의 어려움, 제도의 지속 가능성 상실, REC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위협 등을 제도개선의 이유로 하고 있다. RPS는 신ㆍ재생에너지 보급확산을 위한 대표적인 정부 지원제도로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발전 전력의 판매에 해당하는 계통한계가격(SMP)에 더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판매금액을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제도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수혜자, 대상자의 동의와 만족을 기반해야 하며 정책 설계 시 대상자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실효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발전사업자 측에서는 재생에너지 점유율 10.5% 수준에서 정부가 물량을 정하고 최저가격으로 입찰하는 것은 사업자 수익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계통 부족으로 31GW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부담의 요인이 될 것이고, 잦은 제도 변경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또한 투자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경매 대상, 낙찰자 선정 방식, 계약형태 등에 따라 제도의 효과는 달라지겠지만 제도의 복잡성, 체계적 관리 어려움은 정부 법령과 편의를 고려한 것이고, REC 가격 상승은 발전사업자에는 수익이 늘어나 오히려 보급확산에 기여 요인이다. 이번 개정 추진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보다는 정부의 행정 편이와 RPS 의무대상기업, RE100에 가입한 대기업을 위한 제도개선 추진이라는 의심이 받는 이유다. 그동안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30.2%를 21.5%로 낮췄고, 연도별 RPS 의무공급비율도 대폭 하향 조정했으며, 한국형 FIT 제도 폐지, 1㎿ 이하 신재생에너지 계통접속 보장제 폐지, 2032년 1월까지 호남지역 발전사업 불허가 등을 추진해 의심을 키우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지원제도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다. 2019년 IEA PVPS 보고서에 따르면 2018 기준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FIT 지원을 받는 비율은 67.2%에 달했으며, RPS는 2.1%에 불과했다. 한국은 2012년 재정 부담을 이유로 FIT를 RPS 변경했으나 같은 해 일본은 RPS를 FIT로 변경하면서 태양광 붐을 맞았고 2012년부터 2023년까지 80GW를 추가했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26GW에 그쳤다. 1990년 세계 최초로 FIT 제도를 도입했으며 경매제도를 운영 중인 독일의 경우 2000년 FIT 기준금액이 전기요금의 약 2.5배였으나 2023년에는 약 20% 수준으로 낮아져 FIT로 계약하는 것보다 자가소비 또는 경매가 더 경제적이 되었으며, 일본도 2012년 주택용 FIT 기준금액이 주택용 전기요금의 두 배 이상이었으나 2023년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기후변화의 긴급성, 에너지 안보, RE100, CBAM 등 글로벌 요구를 고려할 때, 한국은 재생에너지 지원을 줄일 때가 아니라 급격히 늘려야 한다. FIT 재도입 및 확대, RPS 의무비율 상향,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상향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OECD 국가들과 경쟁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다. .

[기자의 눈] 홈플러스 사태는 ‘의료사고’…김병주 회장의 ‘통 큰 사재 출연’ 기대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을 들여다보며, 수년 전 심층 취재했던 의료사고 사례가 떠올랐다. 당시 만났던 유가족들이 하나 같이 분노했던 지점은 의료사고를 낸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리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사고를 냈어도, 오히려 수술을 보조하거나 환자를 관리한 다른 의료진이 책임을 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유가족은 분통을 터트릴 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현행법상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이 유가족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사고 재판에서 유가족이 승소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결과를 낳는 원인이다. 의료사고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하지만, 용어부터 수술 과정까지 의학적인 지식에 무지한 일반인이 전문가를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시 취재에서 만났던 한 남성은 자녀를 의료사고로 잃은 후 생업마저 포기하고 수년에 걸쳐 의학공부를 했다. 덕분에 다른 의사들에게 의료사고임이 명백하다는 감정까지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담당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는 승리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간호사들만 법적 처벌을 받았다. 홈플러스 사태는 의료사고와 결을 같이한다. MBK는 의료사고를 낸 수술 집도의다. 홈플러스 사태는 인수 이후 운영부터 기습적인 회생 신청까지, MBK 방식을 고수한 결과가 만들어낸 참상이다. 유가족에게 입증책임이 전가된 것처럼, 이번 사태에서도 MBK의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역할은 투자자, 금융권, 금융당국 몫이 됐다. 홈플러스 사태는 우리나라 지역 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고, 단기자금 시장을 위축시키고, 상품권 사용 제한 등 소비자 불안을 키웠으며, 금융권과 투자자에 큰 손실을 안긴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조사는 이어지고 수사도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이나 생계를 걱정하는 직원들을 지옥에서 꺼내줄 정도의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투자자들로 부터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면피용일 뿐,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다. 홈플러스는 유동화증권(ABSTB)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겠다던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또 다른 계산이 있었다는 정황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의료사고를 낸 집도의에게 '양심'을 기대할 수 없듯, MBK에 엑시트가 아닌 운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K의 주인 김병주 회장이 보여줄 '통 큰 사재 출연'을 기대해 본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이슈&인사이트] 봄동과 순환경제

이즈음에 많이 듣는 말이 춘래불사춘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세상사와 기후가 춘래불사춘이다. 그러나 불사춘이나 춘래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걱정하며 요즘 나에게 '춘래'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 자체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오는 봄을 어찌 막을 것인가. 세사를 떠나 개인적으로 봄을 맞이하며 느끼는 아쉬움은 봄동의 계절이 끝나는 것이다. 봄동은 겨울에 노지에 파종해 1~3월 수확하는 배추로, 겨울바람을 이겨내며 자라다 보니 땅에 붙어 퍼져 자라 모양이 영 배추를 닮지 않았다. 그 모양이 소똥을 닮았다 하여 원래 '봄똥'이라 하였는데, 음식에 '똥'을 붙이는 게 좀 그렇다고 봄동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동이 겨울[冬]을 뜻한다는 설도 있다. 이 설에 따르면 이 식물엔 멋지게도 봄과 겨울이 공존한다. 봄동을 처음 만난 곳은 슈퍼마켓이 아니라 몇 살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날 초봄의 밭이었다. 지금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외가 쪽 사람들과 함께 어머니의 고향을 찾았다. 거기서 만났다. 땅에 뿌리를 박은 녹황색의 식물. 주변에서 식물의 존재를 보여주는 색깔은 그게 유일했고, 이모가 그 물체를 “봄동"이라고 불렀다. 이모의 사투리 억양이 가세하여 외국말 같았다. 그날 저녁 태어나서 처음으로 봄동 겉절이를 먹었다. 이후 좋아하는 음식의 하나가 되었다. 봄동 겉절이와 이런저런 음식을 마주한 어머니 형제들이 자연스럽게 옛이야기를 했다. 맏딸인 어머니는 평생 늦잠이란 걸 자본 적이 없다. 큰외삼촌과 어머니는 꼬맹이 때부터 새벽 일찍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며 거름으로 쓰려고 개똥을 주워왔다. 빼앗기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개똥도 주워오는 판이니, 용변을 밖에서 보는 건 당연히 금기였다. 비료를 구하기에 마땅치 않았던 그 시절에 외할아버지는 동물의 배설물을 모아 자신 경작지를 기름지게 했다. 자신은 부농이 되었지만 어린 자식들이 고생했다. 최근에 외국 매체를 보다가 미국 버몬트 시골 마을에서 주민들이 소변을 모은다는 기사를 봤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외할아버지가 한 것을 비슷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벌써 12년째 버몬트주 그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소변을 모아 농부들에게 기부하였고 농부들은 기부받은 소변을 농작물 비료로 사용했다. 버몬트에 있는 비영리 단체인 REI(Rich Earth Institute)가 '소변 영양소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민과 농민을 연결했다. REI는 버몬트주 윈드험 카운티 주민 250명으로부터 매년 총 4만5,400리터의 소변을 기부받아 'peecycling'하는데, 기부된 소변은 트럭으로 수거되어 대형 탱크로 운반되고, 여기서 소변을 80℃로 90초 가열하여 저온 살균한다. 그런 다음 보관하였다가 작물에 비료를 줄 시기가 되면 지역 농장에 전달된다. 소변에 든 질소와 인이 비료와 똑같은 기능을 해 수확량을 두 배로 늘려준다고 한다. 여기에다 비료를 만드는 데 드는 환경 비용을 줄이고 소변이 하천에 유입됐을 때 일으킬 부영양화를 막아주니 'peecycling'은 쌍수를 들고 환영받아야 하겠다. 그러나 REI가 이 일을 하기 위해 겪은 어려움은 외할아버지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자식들을 간단하게 통제할 수 있었지만, REI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제를 뚫어야 했다. 과거에는 순환하여 비료로 사용되었지만 지금 소변은 그저 폐기물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세계 많은 곳에서 재래의 방식을 새롭고 창의적으로 되살리는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다. 쉽지 않지만 오려고 들면 봄이 오듯 하려고 들면 되는 법이다. 관점에 따라 봄동보다 봄똥이 더 나은 이름 같기도 하다. 제철 끝물의 봄동 겉절이를 안주로 오는 봄을 축하하련다. 안치용

[EE칼럼] 뱀이 이무기되어야 할 때...수소경제 3.0 으로  전환하자

“용(龍) 그림을 그려두고 뱀에게 용처럼 날아보라 했다." 지난 3월 6일, 서울대 국가 미래전략원의 수소산업 육성 포럼에서 나온 국내 수소경제 관련 재미있는 비유다.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당일 중량감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시국을 고려해, 수소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적되었다. 수소경제의 성장 가능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나 시장 기반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내 수소 산업은 2022년 기준 전체 매출 규모가 약 12.5조 원에 그쳐, 단일 기업인 한화솔루션보다도 적다. 산업 내 수요 구조는 더욱 제한적인데, 전통적 산업용 가스를 제외하면 올해 약 2만 3천 톤 정도의 수소차 연료용 시장이 전부이다. 더욱이 수소차 보급 실적 둔화로 수소유통사업자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며, 이는 다시 민간 투자 위축으로 연결되고 있다. 발전용 연료 시장을 살펴봐도, 실상은 수소가 아닌 수소화합물 중심이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사실상 도시가스(메탄)에 의존하고 있고,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시장 역시 암모니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산업적·사회적․환경적 관점에서 도시가스나 암모니아의 수소 전환에는 뚜렷한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난(難)감축 산업이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에서 수소의 대규모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수요란 주어진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의사인데, 현재는 수소, 특히 청정수소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수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가령 그레이 수소(부생·추출수소)임에도 수송용 수소 소매가격은 kg당 1만 원을 넘는다. 국내 유일한 3.3MW급 풍력 연계 수전해 수소(그린수소)는 제주 함덕 수소충전소에 공식적으로 kg당 약 2만 원에 납품되지만, 실제 가격은 두 배 이상이다. 한편 2019년 이후 국내 수소경제 정책은 크게 2019~2021년까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시기(수소경제 1.0)와 2022년 이후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시기(수소경제 2.0)로 구분 가능하다. 수소경제 1.0에서 수요 확대 중심 정책을 펼치며 일정 부분 민간의 수소 공급 투자를 유도했지만, 수소경제 2.0으로 들어서며 청정수소 공급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급격히 전환되었다. 문제는, 청정수소의 까다로운 조건과 높은 생산비용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있는 가격 인하 전략은 부재하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민간의 잠재적 수소 공급자들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하면서, 수소경제 전체가 교착 상태에 빠진 형국이 되었다. 이에 따라 지금이야말로 수소경제 3.0으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특히 수소경제 1.0와 2.0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성찰하고 제2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수립을 검토해야 한다. 이때 특히 강조하고 싶은 세 가지 중점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소 가격 인하를 위한 구체적 전략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주요국 사례처럼 보조금이나 세금공제, 또는 차액지원 등을 통해 수소생산․공급 확대를 유인, 수요보다 공급을 빠르게 증가시켜 초과 공급 상태를 만들어야 가격이 하락한다. 가령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청정수소 생산에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2031년까지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kg당 1달러, 소매가격을 3달러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도 향후 10년(2035년)내 평균적인 수소가격 목표(가령 3,000원/kg) 달성을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맞추어 수급 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 둘째, 수소 유통 구조의 내실화 역시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차량 운송을 통한 고비용 유통 구조를 유럽처럼 파이프라인 환산망 네트워크 중심으로 전환, 체계화하고, 이들 담당할 수소유통공사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현재 산업 규모에 비해 총 8개나 되어, 비효율적으로 분산된 수소 전담기관들의 기능을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주도형으로의 전환이다. 민간 기업과 투자자가 수소경제의 주체가 되도록 정책의 시야를 전환해야 한다. 투자 환경 조성, 성공 사례의 발굴·지원이 우선이며, 정부는 시장 조성자이자 촉진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이제는 용 그림보다 뱀을 이무기로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뱀이 이무기가 되어야 하늘을 나는 용도 될 수 있다.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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