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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국공 새 수장, 필수 덕목은 ‘항공 전문성·글로벌 역량’ 리더십

대한민국 관문이자 글로벌 항공·물류의 핵심 축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7개월이 넘는 긴 경영 공백을 끝내고 제11대 사장 선임을 위한 막바지 절차에 진입했다. 최근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는 박남춘 전 인천시장·김상도 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김문권 전 이스타항공 대표 등 3명으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격변하는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전문성과 정무 능력을 바탕으로 인천공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적임자가 누구로 결정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다. 공기업 수장 인사는 정치적 보은(報恩)이나 세력 안배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지난 업무 보고 과정에서 불거진 전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의 논쟁 사례는 적재적소 인사 원칙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소관 업무의 세부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무적인 선문답식 답변으로 일관하는 수장의 모습은 조직 전체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정책 추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는 초대형 복합 인프라인 인천공항의 최고 경영자는 현장의 실무 현안을 명확히 꿰뚫어 보고 정부 부처·유관기관과의 유기적 공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무형 문제 해결사'여야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이 맞닥뜨린 4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동아시아 초대형 공항 간 주도권 경쟁 격화에서 이겨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 베이징·상해 푸동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일본 하네다·나리타 등 주변국 허브 공항들이 코로나19 이후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를 감행하며 지역 항공 물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 역시 4단계 공항 확장 사업과 제1여객터미널 리뉴얼 사업을 통해 스마트 국제 공항으로 글로벌 공항 산업을 선도해야 한다. 이는 토목·건설 공사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다양한 항공 노선 유치와 인공 지능(AI)을 접목한 첨단 IT기술 적용, 글로벌 물류 기업 유치 등 항공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가능한 과제다. 둘째, 공항 보안·안전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과 유관 기관 간 강력한 공조체계 구축이다. 최근 공항 내 외화 밀반출·마약 밀수·보안 구역 내 위해 물품 반입·보조 배터리 화재 등 공항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항공 보안과 안전은 공항공사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국토부·국가정보원·법무부·국방부·관세청·경찰청·항공 운송 사업자 등 관계 기관과 업체의 빈틈없는 공조가 필수적이다. 현장의 미세한 틈새를 파악하고 각 기관의 역할을 조율하는 세밀한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 셋째, 미래 준비를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와 내부 조직의 통합이다. 인천공항은 고부가 가치 항공 산업인 MRO 생태계를 강화하고 신 모빌리티 상용 운항을 선도해 K-항공 산업의 글로벌 확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이끌어갈 항공 전문 융합 인재 양성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려면 내부 조직의 안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 장기간 수장 공석으로 누적된 내부 구성원들의 피로감을 씻어내고 노사 간 상생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실효적 소통 역량이 요구된다. 넷째, 공항 운영 체계 개편에 대응하고 지방 공항과의 상생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 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에서 공항운영 효율화와 공공 기관 기능 조정 차원에서 검토해 온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합을 유보했다. 지방 공항 활성화 방안을 먼저 마련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다시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양 공항공사의 항공 보안 업무와 관련 보안 자회사를 통합하는 '항공 보안 전문 기관' 설립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새 수장은 이러한 조직 개편 논의에 대응하면서 보안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인천국제공항의 글로벌 허브 경쟁력과 지역 균형 발전을 함께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방 공항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름보다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국가 대표가 필요하다. 축구 국가 대표를 선발할 때 최고의 실력자를 뽑듯, 대한민국 관문을 책임질 인천국제공항의 새 수장 역시 과제를 해결할 역량으로 평가해야 한다. 선임의 기준은 항공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와 국제적 협력 역량, 정부 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수장이 조직의 힘을 모을 때 인천국제공항은 장기 공백의 흔적을 털어내고 세계 최고의 허브 공항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출구없는 뉴스테이…분양전환 혼란은 예견된 미래

제도나 법의 공백에서 생기는 혼란은 예견된 미래다. 8년 만에 뉴스테이 의무 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가운데 분양전환을 두고 발생하는 문제가 그렇다. 뉴스테이는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제도다. 8년 동안 장기 거주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소득수준 제한이 없어 유주택자여도 입주가 가능하다.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뉴스테이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입주 자격과 임대 조건 등 진입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의무 임대 기간이 종료된 이후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종료 이후 사업자가 분양전환을 해야 하는지, 분양전환을 한다면 기존 임차인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게 맞는지, 분양가는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등을 정하고 있지 않다. 제도의 공백이 생기니 이해관계자들은 각자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리츠회사는 계약 당시 분양전환 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이지만, 임차인들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분양전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에서 분양전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탓에, 주주 간 협약이나 리츠의 내부 의사결정 등 임차인이 열람하기 어려운 사적 계약에 의해 분양 전환 여부가 결정되는 한계도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HUG 등은 무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분양전환을 하고, 우선 매수 신청 기한 종료일까지 무주택 자격을 충족하면 현재 유주택자도 분양전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타협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모든 뉴스테이 사례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마다 임차인과 리츠 간에 얽힌 쟁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장은 분양전환 여부 자체가 문제 되지만, 분양전환이 확정됐어도 분양가 산정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은 계속해서 땜질식 처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정례화된 합의 채널을 마련해 혼선을 줄이고, 분양전환 시기가 도래하기 이전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합의를 도출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근본적인 해법은 정책 구상 단계부터 제도의 시작과 끝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 의지를 보였다. 중요한 것은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지만이 아니라 임대 기간이 끝난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이슈&인사이트] 작은 기업의 경쟁력은 고객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고 만든 제품 앞에서 고객은 망설였다. 쌀은 씻어야 하는지, 나물은 헹궈야 하는지, 물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한 간편식 기업 대표가 인터뷰에서 들려준 소비자 반응이다. 만드는 사람은 설명을 넣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포장을 뜯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제품이었다. '간편식'이라는 이름이 간편한 식사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전자레인지 조리 안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700W와 1000W라는 출력 수치를 제시했지만 낯설어하는 고객이 있었다. 이 기업은 '꼬들밥', '촉촉밥'처럼 고객이 원하는 식감을 기준으로 조리법을 안내했다. 기기의 수치와 조리 결과를 고객의 눈높이에서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제품을 개발한 사람이 익숙하게 쓰는 말과, 바쁜 일상에서 한 끼를 준비하는 사람이 이해하는 말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이 기업은 육아 가정의 먹거리 고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간식 상품을 판매한 뒤에는 수많은 구매 후기를 읽으며 제품 구성을 바꿨다. 출산 후 몸 관리를 내세운 간식에서도 고객은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을 원했다. 판매자는 제품에 담은 기능과 의도를 설명하지만, 고객은 먹는 순간의 맛과 편리함까지 함께 평가한다. 후기는 그 차이를 알려주는 자료였다. 작은 기업은 제품 하나를 내놓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을 쓴다. 원료를 고르고 포장을 만들고 생산 조건을 맞춘다. 그 과정을 오래 거칠수록 자신의 제품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조법을 아는 것과 고객의 사용 경험을 아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왜 이 원료를 썼는지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정작 고객이 포장을 어디서 뜯어야 할지 망설이는 순간은 놓칠 수 있다. 수면용 속옷을 만드는 한 기업의 경험은 이 차이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초기 제품은 몸을 강하게 조이고 잡아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 자신은 그 점을 장점으로 여겼지만 고객의 반응은 달랐다. “저는 처음에 그게 좋았어요. 그런데 안 팔려요."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잠잘 때 편하게 입고 싶은 사람에게 강한 압박은 오히려 불편함이었다. 이 기업은 압박을 줄이고 편안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품을 수정했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큰 사이즈를 추가하고 색상도 늘렸다. 그렇다고 이 변화만으로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표는 인터뷰 당시에도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더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성공담보다 제품을 고치는 태도다. 만든 사람의 만족을 잠시 내려놓아야 고객이 원하는 개선을 시작할 수 있다. 상품을 파는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판로를 넓히고 싶어 한다. 온라인몰에 입점하고 새로운 판매채널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살펴야 할 것은 고객이 상품을 만난 뒤의 과정이다. 상세페이지에서 용도를 이해하는지, 배송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지, 기대했던 맛과 촉감이 실제 경험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판매채널이 구매의 기회를 열어준다면, 재구매로 이어갈 이유는 상품을 쓰는 과정에서 생긴다. 고객 이해를 위해 처음부터 큰 조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복해서 들어오는 문의를 모으고, 반품 사유를 읽고, 처음 구매한 고객이 제품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때 고객이 설명을 잘 읽지 않았다고 탓하기 전에 같은 질문이 왜 되풀이되는지 물어야 한다. 제조업체에는 당연한 보관법이나 사용 순서가 소비자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기능을 하나 더 넣기 전에 사용 과정의 막힘을 줄이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요구를 제품에 담을 수는 없다. 같은 불편이 여러 고객에게 반복되는지 확인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먼저 바꿔봐야 한다. 안내 문구를 고치거나 포장을 손본 뒤에는 문의와 반품이 줄었는지, 재구매가 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원가와 품질을 함께 확인해야 개선도 지속할 수 있다. 작은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을 출고하는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고객이 상자를 열고, 한 끼를 준비하고, 옷을 입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평가받는다. 다음 상품을 기획하거나 광고비를 늘리기 전에 우리 제품이 고객의 하루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설명서 앞에서 멈추는 순간, 입었다가 다시 벗는 순간에 고쳐야 할 이유가 담겨 있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순간을 찾아 제품에 반영하는 일이다. bienns@ekn.kr

[EE칼럼] RPS 제도 개편에 부쳐

지난 6일 국정감사장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내년부터 10GW 이상"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에 3.4GW, 2025년에 3.8GW 늘어난 태양광 발전 설비는 올해 상반기에 2.3GW가 증가했다. 연말까지는 약 5GW를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장관의 답변대로 이루어지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두 배 이상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설치되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제도인 공급의무화제도(RPS)의 개편을 위한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밝힌 정부 개선안의 첫 번째 내용은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은 별도의 입찰 시장을 개설하여 정부가 제시한 상한가 이내에서 한전이 사들인다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 해마다 정해진 양의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의무를 지고 있는 대형 발전사들에게 '보급' 의무를 지게하여 대규모 설치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입찰 시장을 개설한 것은 어떠한가? 용량 1MW 이상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는 이미 어느 정도 다른 발전원과 경쟁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 입찰을 해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그러나 500kW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은 입찰로 인한 수익 보장의 효과는 미미한 반면 생산 비용만 늘어날 뿐이다. 지금도 장기고정가격 입찰과 인증서 관리 등이 어려워 업체에 매월 수수료를 내고 대행하는 개인사업자들이 많다. 입찰 시장에서 정부가 상한가를 정한다는 것은 해마다 생산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500kW 이하 소규모 태양광에 대해서는 기준가를 정해 한전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소규모 사업자뿐만 아니라 전력시장과 한전을 비롯해 전력당국의 업무와 비용도 개선안보다 줄어든다. 태양에너지는 공짜로 주어지지만 매우 공평하고 적은 양이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의 복사에너지는 분당 약 1cal/㎠, 와트로 환산하면 1㎡당 700W 정도이다. 한전이 소유한 땅이라고 해서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받는 게 아니다. 하여 태양광 발전 산업은 많은 소생산자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마치 벼농사와 같다. 전국에 산재한 무논에서 벼농사를 지어야 하니 더러 대농도 있지만 중소농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태양광 보급에서도 나타난다. 신규 태양광 설비에서 1MW 이상의 대규모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3.1%, 2024년 26.7%, 2025년 19.4%, 올 상반기는 18%에 불과하다. 그나마 벼농사는 호남평야나 서산 간척지 같이 대규모 농지가 있지만 태양광 발전을 위한 대규모 부지를 마련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소형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고 생산비를 줄여주는 일이 태양광 발전 보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소규모 태양광 만으로는 산업용 전력과 기술 발전에 따라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가 없으니 대규모 태양광 발전 부지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대규모 태양광 발전의 보급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부지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보급 의무를 지는 대형 발전사들은 어디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것인가? 새만금 간척지와 휴전선 접경지역 등이 거론되지만 그 양은 한계가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기획 입지를 개발하지 않는 한 개별 발전사가 대규모 부지를 개발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부지만 있다면 대형 발전사가 아니라도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민간의 여력은 충분하다. 과연 이런 제도 정비로 “내년부터 재생에너지 10GW 이상" 설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소규모 태양광까지 입찰을 유지하거나 태양광 발전 보급의 방점을 대규모 발전에 둔 것은 태양광 발전 산업이 가진 성격을 살리기 보다는 대형화한 설비와 관리 체계로 운영되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에너지 체제의 관성을 추수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의 특성을 도외시한 정책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온다. 유사한 산업의 경험을 가진 나라로서 현명한 정책 수립과 시행을 기대한다. bienns@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지지의 힘과 통치의 책임 사이

이재명 대통령의 SNS가 여권 내부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극단주의를 경계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환했던 대통령은 지난 9일 한층 날 선 메시지를 내놨다. 능력도 없이 자리를 요구하고 뜻대로 되지 않자 개혁을 명분으로 내부를 공격한다는 취지였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기고문까지 공유하며 동지를 향한 공격의 위험성을 환기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견이 이제 개혁의 주도권과 대통령의 인사권을 둘러싼 충돌로 번진 셈이다.유시민 작가는 지지자들이 기대한 것은 개혁의 '증축'인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에 거듭 반발했고, 조국혁신당도 수사·기소 분리의 방향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개혁의 이름으로 인사와 수사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했다. 한때 같은 목표를 향해 손잡았던 이들이 이제 서로에게 개혁의 정당성을 묻는다. 이 갈등을 친명과 반명, 강경과 온건의 싸움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친다. 쟁점은 김 후보자 한 사람을 넘어선다. 새 수사기관에 어떤 권한을 주고, 누가 통제하며, 잘못된 수사에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인사가 적절하다는 판단은 별개다. 반대하는 쪽 역시 과거 경력에 대한 불신을 넘어 후보자의 구체적인 부적격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미국의 링컨은 1860년 대선에서 경쟁했던 윌리엄 수어드를 국무장관으로 기용했다. 경쟁자를 제거하는 대신 국정의 동반자로 끌어들였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1995년 럭비 월드컵에서 과거 백인 지배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오랜 차별에 분노한 지지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두 지도자는 지지층의 감정만 좇지 않고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반면 닉슨 미국 대통령은 정적을 위협으로 여기며 권력 방어에 몰두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당내 이견을 배신으로 몰아붙이는 정치가 내부 견제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패의 원인을 한 가지로 돌릴 수는 없지만, 반대 의견을 차단한 권력은 스스로 오류를 발견할 기회까지 잃기 쉽다. 이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지지층과의 결별도, 강경파에 대한 굴복도 아니다.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수사권 통제와 피해자 구제, 기관 간 책임 분담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김 후보자를 적임자로 판단했다면 경력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뒷받침할 검증 결과로 설득해야 한다. 임명 이후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필요하다. 인사권은 물론 그 결과까지 대통령의 몫이다. 반발하는 지지 세력에도 책임이 따른다. 개혁의 후퇴를 비판할 자유는 있다. 그러나 인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동지를 배신자로 몰거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 대통령 역시 자신에게 불편한 목소리까지 극단주의로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비판의 근거를 따지고 수용할 것은 받아들이되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설득 없는 결단은 독선이 되고, 결단 없는 경청은 우유부단이 된다. SNS의 속도와 국정의 속도도 구별해야 한다. 대통령이 댓글마다 반박하고 논쟁마다 직접 나서면 장관과 여당이 감당해야 할 책임마저 대통령에게 쏠린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하루의 화제를 장악하는 것과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 검찰개혁의 성적표는 SNS의 찬반 숫자가 아니라 수사 공백을 줄이고 국민의 권리를 얼마나 보호했는지로 작성돼야 한다. 여당도 대통령의 방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지층의 요구를 정책으로 다듬고 대통령의 판단에 이견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당이 침묵하면 갈등은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당이 강경파의 목소리만 대변하면 국정의 균형이 무너진다. 대통령과 여당의 건강한 긴장도 민주주의의 자산이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모든 갈등을 없애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지지자에게는 때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반대자에게는 틀렸다는 증거보다 옳다는 근거를 먼저 제시하며, 잘못된 결정은 고칠 줄 아는 리더십을 기대한다. 민생과 경제, 외교와 안보의 성과로 신뢰를 쌓는 대통령을 바란다.지지자는 대통령을 당선시키나 대통령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까지 책임지는 통치의 능력이다.

[기자의 눈] 공모주는 묶어도, 투자자의 마음은 못 묶는다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장기보유를 유도하고 있다. 일정 기간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기관에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오는 11월에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시행도 예정돼 있다. 기관투자자는 공모주 일부를 사전에 배정받는 대신 해당 물량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것을 막고 중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최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오래 보유하도록 만드는 것과 중장기 투자자로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일까. 숫자만 보면 정책의 효과는 뚜렷하다. 지난해 7월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관투자자의 확약 참여가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기업의 평균 의무보유확약비율은 46.32%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6%보다 6배 이상 높아졌다. 공모주 배정 과정에서 의무보유 여부가 기관투자자의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하지만 확약 참여가 늘었다고 기관투자자의 투자전략까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반 IPO 펀드의 운용 전략이 여전히 상장 초기 매도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의무보유를 약속하는 것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장기간 투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관투자자에게 무작정 장기보유를 요구할 수는 없다. IPO 펀드 역시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 상장 초기 주가가 크게 올랐다면 차익을 실현하는 것도 합리적인 투자 판단이다. 기업의 성장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식을 계속 보유할 이유도 줄어든다. 이처럼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얼마나 오래 보유할지는 의무보유확약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확약에 참여할 때는 공모주 배정 혜택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지만, 확약 기간이 끝난 뒤에는 기업의 실적과 성장 전망이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높아졌다는 사실과 장기투자자가 늘어났다는 평가는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의무보유확약 확대와 코너스톤 투자자 도입은 IPO 시장의 단기 수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시도다. 그러나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계속 보유할 이유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제도는 매도 시점을 늦출 수 있지만 투자자의 판단까지 바꿀 수는 없다. 확약이 끝난 뒤에도 투자자를 붙잡아두는 것은 결국 기업의 가치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데스크 칼럼] 강남 아파트 가격 하락, 부동산 정책 성공 아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강남 3구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반면 강북 및 외곽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에 대해 “강남은 내리고 외곽은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표현으로 읽힐 수 있지만 앞뒤 맥락은 전혀 다르다. 해당 이슈를 이 대통령에게 질의한 기자는 “강남 3구 등의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강북 지역 집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입는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분명하게 대통령에게 따져 물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강남은 내리고, 강북과 외곽은 오르는 평탄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과거엔 강남 집값이 높고, 다은 지역 집값은 싼 수직적 구조"였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시장의 '평탄화' 현상이 과거와는 다른,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통령의 언사다. 더군다나 이 대통령은 해당 질문의 가장 핵심 내용, 즉 강북 및 외곽 지역 집값 상승으로 인해 중산층과 서민들이 입는 타격이 크다는 기자의 비판에 대해선 그 어떠한 입장 표명이나 사과도 없이, “부동산 정책은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이 정부는 반드시 부동산 시장을 바로 잡겠다"고 답했다. 이전부터 자신에게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끊임없이 되풀이 했던 말을 이번에도 다시 내뱉었다. 무엇보다 '평탄화'라는 용어를 쓴 것 자체가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들린다. 강남 집값이 주춤하고, 강북은 오르는 최근의 흐름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직접 자기 입으로 '평탄화'라는 용어를 말하기 전까지 여론이나 시장 일각에선 그 누구도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작금의 주택시장 상황은 '평탄화'라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정의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은 강남의 집값 하락과 강북의 집값 상승 현상을 시장이 '평탄화' 되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간담회 후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는 대통령의 '평탄화' 워딩에 대해 현실을 외면하고, 실정을 감추려는 실언이라는 비판으로 가득 찼다. 강남 아파트 시세가 5억원 하락하고, 강북 아파트 가격이 5억원 오르는 현재 시장 상황은 '평탄화'라는 나이브한 현실 인식으로 포장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반포나 압구정의 50억짜리 아파트가 45억원에 팔린다고 해도 중산층과 서민 등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느끼는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강북구나 노원구의 10억원 아파트가 15억에 실거래 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크게 뒤흔드는 일이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세대 수는 총 30만호 정도로 전체 서울 세대 수의 450만호에 6%에 불과한 수준이고, 전국 2450만 세대의 1.2%에 불과한 극히 미미한 숫자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채 1% 남짓한 강남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두고 '평탄화'라는 용어를 사용해가면서 마치 과거에 없던 현상이 생겼다고 단언하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우려스럽다. 그리고 이렇게 부동산 시장을 잘못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태도는 결국 또 다시 부동산 정책의 실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기자의 눈] 18명 설문으로 만든 ‘이재명 정부 AI 실패론’

지난 4월 산업통상부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인공지능(AI) 활용 교육이 열렸다. 참석자는 20여 명. 교육 도중 설문을 돌렸고 18명이 답했다. 전원이 챗GPT와 제미나이 등 상용 AI를 사용한다고 했다. 산업부 직원 약 1250명 가운데 18명이 응답한 조사였다. 이 설문이 지난달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실의 보도자료에 등장했다. 제목부터 이재명 정부의 'AI 100조 투자·한국형 챗GPT' 공약을 겨냥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164억원을 투입한 정부 AI를 외면하고 해외 AI에 의존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 AI를 자주 이용한다는 응답은 0%, 해외 AI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100%라고 했다. 숫자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 숫자가 설명하는 범위다. 점심시간 교육에 참석한 직원들의 응답으로 산업부 전체의 AI 이용 실태를 판단할 수는 없다. 직급이나 연령 등을 고려한 표본조사도 아니었다. 의원실이 이런 한계를 몰랐던 것도 아니다. 응답자 수를 묻자 “18명이요"라고 답했다. “AI 쓰는 사람들을 샘플링해서 조사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원 보고서에는 그런 표본 추출 과정이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설문을 두고 “한마디로 의미가 없는 설문"이라고 했다. 의원실 보도자료에는 정보 유출 우려도 담겼다. 해외 AI 사용이 국가 안보 측면에서 위험하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유출 사례를 확인했느냐고 묻자 의원실은 “일반적인 차원"의 지적이라고 했다. 164억원도 산업부에 별도로 투입된 예산이 아니라 범정부 AI 공통기반 전체 사업비다. 산업부의 책임도 있다.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설문을 공식 연구용역 보고서에 싣고 '정량적 근거'라고 평가했다. 담당자가 뒤늦게 “구색 맞추기 식"이었다고 설명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나 국회는 정부가 내놓은 자료의 허점을 검증하는 곳이다.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의원실은 조사 규모를 알고도 100%라는 비율을 앞세웠다. 여기에 범정부 사업비와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출 우려를 더해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을 비판했다. 각각의 사실이 뒷받침하는 범위를 넘어선 결론이었다. 정부 AI의 활용도가 낮다면 원인을 조사하면 된다. 보안이 걱정된다면 실제 위반 사례와 관리 실태를 확인하면 된다. 국정감사에서 따져볼 사안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번 보도자료는 확인된 사실보다 결론이 앞섰다. 산업부가 만든 부실한 자료를 국회가 걸러내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 자료의 한계를 알고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E칼럼] 알래스카 LNG, 부담을 지렛대로 바꾸려면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달 6일에도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검토에 착수한 단계이며,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발표의 의미를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이 시점에서 한국이 이 사업을 어떤 전략적 관점에서 다룰 것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해 2월, 트럼프 재집권 직후 이 지면을 통해 알래스카가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지평이 될 수 있다고 쓴 바 있다. 필자가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자 동아시아의 이른바 에너지 '큰손' 중 하나인 국가에 내밀 청구서에서 알래스카 가스가 빠질 수는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예상되는 투자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한국의 이익을 확보할 협력의 조건을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였다. 필자는 지금도 한국이 이 사업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워싱턴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북극 지역에 장기적인 경제적 발판을 마련하며, 우리 산업의 활동 범위를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LNG의 직접적인 가치는 공급원뿐 아니라 운송 경로를 다변화하는 데 있다.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가스관으로 남부 니키스키까지 옮겨 액화한 뒤 북태평양을 통해 동아시아로 운송하는 구상이다. 이 경로로 한국에 LNG를 도입하면 호르무즈 해협이나 말라카 해협과 같은 초크 포인트를 거칠 필요가 없다.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로도 아니다. 북극권 자원을 태평양으로 연결하지만, 북극해를 통과하는 항로 개발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에너지 안보와 해양 안보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한국에 특히 의미가 있다. 공급국을 바꾸더라도 지정학적 해상 요충지를 지나야 한다면 위험 분산에는 한계가 있다. 이란 전쟁 이후의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은, 1970년대 석유 위기가 드러냈던 중동발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 여전히 심각한 도전임을 다시 확인해 줬다. 반면 알래스카는 기존 조달 경로와 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정 지역의 불안이 수입 차질로 이어질 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적 선택지를 확보해 두는 것은, 평상시의 가격 비교만으로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운 가치다. 더 넓은 차원에서는 한국의 북극 전략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북극은 자원과 항로,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공간이며, 극궤도 위성의 지상지원 등 우주활동과도 연결되는 전략적 공간이다.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선언하는 것과 실제 사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연루되는 기제를 구축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알래스카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참여하면서 현지 주요 행위자들과의 협력, 인력 교류, 운송과 물류의 경험을 축적한다면 북극권에서 한국의 경제적 활동 기반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국의 자원과 한국·일본의 수요를 연결하고, 세 나라의 금융과 제조업, 운송 역량을 결합하는 구상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 최대 발전기업이자 주요 LNG 구매자인 JERA도 지난해 9월 알래스카 LNG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것이 곧 삼국 공동투자의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일이 각자 미국과 협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성 평가와 수요 전망을 공유하며 투자와 구매, 운송에서 협력할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대미 레버리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적 기회 역시 가스 수입에 한정되지 않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알래스카 LNG 사업을 주도하는 개발사 글렌파네는 지난해 12월 강재 공급과 LNG 장기 도입, 투자 참여를 포함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표했다. 이는 에너지 인프라 건설과 철강산업의 연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참여를 플랜트 건설과 기자재, LNG 운반선과 해운 서비스까지 연결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부산·울산·여수·광양 등 국내 항만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활용한 저장·운송·거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 사업의 성과가 국내 산업과 지역의 기회로 돌아오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이 높은 초기 투자비와 건설 지연의 위험을 완전히 상쇄해 주지는 않는다.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어떤 조건의 투자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위험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기보다 리스크를 줄여 사업을 성립시키고, 그 성과가 국내 경제에도 돌아오도록 조건을 만드는 전략이 절실하다. 미국 측의 위험 분담, 장기 도입가격과 물량, 우리 기업의 참여 범위를 구체화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부담을 지렛대로 바꾸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bienns@ekn.kr

[이슈&인사이트] 미국 중간선거와 그 결과

꼭 한 달 뒤면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알게 된다. 중간선거란 임기 4년인 대통령 선거의 딱 2년 만에, 임기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선거다. 물론 중간선거는 임기 6년인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약 1/3씩 나누어 뽑는데 이번에는 상원의석 35개가 해당한다. 이름대로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매우 강하다. 첫 번째 임기의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직후 최고를 기록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의 하락을 피할 수 없다. 2년 만에 맞이하는 중간선거에서 상원이나 하원 또는 양원 모두에서 점차 다수당의 지위를 빼앗기는 경향이 있다. 보통의 경우에는 재선에 성공하여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도 양원에서는 대통령 소속 정당이 다수당이 아닐 가능성이 꽤 높다. 이러한 경향은 두 번째 중간선거에서 더 강해지고 8년 차 선거에서는 대통령은 물론 양원 모두 주인이 교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른바 '퐁당퐁당' 대통령이다. 1885년부터 4년, 그리고 4년을 쉰 뒤 1893년부터 다시 4년 대통령을 역임한 클리블랜드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사례이다. 트럼프는 2017년부터 4년 재임한 뒤 바이든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2015년부터 두 번째 임기를 보내는 중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임기 초를 제외하고는 30% 초반대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좌충우돌하며 독불장군 리더십 스타일이 기본이다. 거래적 외교로 동맹의 지지도 떨어지고 미국의 위상도 낮아졌다. 관세 폭탄의 부메랑이 트럼프의 표밭에 집중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이 안 보이는데 이란과 교전을 시작해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다. 선거에 유리한 것이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본전이 떨어지는데 그나마 30% 초반대 지지율은 마가세력(Make America Great Again)의 콘크리트 지지층 덕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권위있는 선거분석 업체가 이구동성으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럴수록 트럼프의 선택은 외통수로 몰리는 중이다. 국내적으로는 현금살포 포퓰리즘이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미국 성인에게 5,000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오바마 케어 건강보험 가입자 약 100만 명에게 500불짜리 수표를 우송했다. 과거 건강보험 가입 과정에서 부과된 잘못된 수수료를 돌려준다는 이유다. 또 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어 가입자 가운데 약 2,000만 명에게는 이달 중으로 90불 수표를 준다고 한다. 이 2,000만 명은 대대로 투표 참여가 높은 연령대이다. 아주 대놓고 돈으로 표를 사는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관세 추가 부과 압박이다. 최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540억 불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고선 한국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압박을 가하고 만약 해당 지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두 배, 세 배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는 중이다. 9월 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무소속 전당대회가 열렸다. 양당제가 확고한 미국 정치에서 제3지대가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약 150개 선거구에서 220명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45%가 무당파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양당 외의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약 3%에 그쳤다. 트럼프 시대에 확산된 정치적 혐오감과 경제적 불황이 이번 중간선거에는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bienns@e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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