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선임] ◇부사장 △감사본부장 김동성 ◇전무 △경영지원본부장 방극봉 [승진] ◇전무 △준법감시인 이광호 송두리 기자 dsk@ekn.kr
[신규 선임] ◇부사장 △감사본부장 김동성 ◇전무 △경영지원본부장 방극봉 [승진] ◇전무 △준법감시인 이광호 송두리 기자 dsk@ekn.kr
□ 보임 ▲전략본부장 안중길 ▲해외사업본부장 이진희 ▲건설본부장 이정실 ▲마케팅기획처장 김영기 ▲시설이용처장 김무현 ▲LNG사업처장 김태언 ▲법무실장 심규헌 ▲재무처장 배경석 ▲상생협력처장 안준영 ▲인천기지본부장 윤상현 ▲수소신사업단장 오권택 ▲수소사업처장 오기석 ▲공급운영처장 김상기 ▲전북지역본부장 조강철 ▲전략기획처 예산부장 고경민 ▲경영관리처 조직경영부장 오세인 ▲디지털혁신처 디지털정책부장 오태식 ▲영업처 개별요금운영부장 이승준 ▲영업처 도시가스영업부장 최성재 ▲LNG구매처 계약이행통관부장 양기철 ▲시설이용처 시설이용사업부장 이경준 ▲해외사업기획처 해외사업기획부장 이선제 ▲LNG사업처 아프리카사업부장 이우진 ▲LNG사업처 LNG마케팅부장 심은정 ▲법무실 국내법무부장 한용운 ▲법무실 해외법무부장 박철웅 ▲KC대책실 KC대책부장 이범락 ▲경영지원처 사옥안전관리부장 김지석 ▲재무처 자산관리부장 주현철 ▲상생협력처 상생기획부장 이과형 ▲상생협력처 동반성장부장 신승섭 ▲상생협력처 공사용역계약부장 김홍대 ▲상생협력처 공정거래심사부장 이정진 ▲정보보안실 보안운영부장 임정환 ▲가스연구원 연구기획운영부장 김재홍 ▲평택기지본부 기지장 한동욱 ▲인천기지본부 기지장 최선환 ▲인천기지본부 지역협력부장 김학범 ▲인천기지본부 설비운영1부장 박원규 ▲인천기지본부 기계보전부장 천석훈 ▲통영기지본부 시설보전부장 고영무 ▲삼척기지본부 관리부장 김진아 ▲제주LNG본부 관리부장 정영란 ▲제주LNG본부 설비운영부장 최명환 ▲건설설계처 계전설계부장 홍동의 ▲건설설계처 토건설계2부장 채영길 ▲건설사업단 건설안전공무부장 설강국 ▲당진기지안전건설단 안전부장 임덕채 ▲수소신사업단 수소유통센터장 송진용 ▲수소사업처 수소사업기획부장 마재현 ▲수소사업처 수소사업운영부장 박상민 ▲신성장사업처 인프라사업개발부장 마지운 ▲공급운영처 공급진단부장 신관철 ▲공급운영처 공급개선부장 이승호 ▲서울지역본부 양주지사장 이건섭 ▲서울지역본부 양주보전부장 채익근 ▲인천지역본부 안전부장 정경복 ▲강원지역본부 설비보전부장 하광택 ▲전북지역본부 홍성지사장 김영현 ▲광주전남지역본부 설비보전부장 최남식 ▲광주전남지역본부 순천지사장 이재훈 ▲대구경북지역본부 설비운영부장 이훈상 ▲대구경북지역본부 설비보전부장 배창언 ▲부산경남지역본부 설비보전부장 송종업 ▲부산경남지역본부 울산안전부장 김창민 이상 65명, 2025년 1월 1일자. □ 보임 ▲ LNG구매처 계약운영부장 장인찬 이상 1명, 2025년 3월 1일자. □ 보임 ▲ LNG사업처 미주사업부장 이재훈 이상 1명, 2025년 3월 15일자.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몇 달 전 국내 이커머스 기업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에게 판매 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못해 발생한 사태는 많은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 이 사건은 국내 4위와 5위 이커머스 업체의 경영 위기를 사회적으로 드러낸 동시에, 국내 유통 시장 전반에 걸친 재편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 회사는 현재 법원의 회생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경영진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두 기업의 위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과잉 경쟁과 그로 인한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티몬과 위메프와 경쟁하던 SSG닷컴과 G마켓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최고경영자가 교체되었고, 매년 1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해온 롯데온은 희망퇴직을 받으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특히, 중국발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이 초저가와 빠른 배송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공세를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경영 압박이 가중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무리한 경영 전략을 택한 것도 티몬과 위메프의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3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227조 원에 달하며, 1위는 쿠팡, 2위는 네이버 쇼핑, 3위는 11번가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의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는 대대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사태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 유통 자회사를 보유한 유통 대기업들은 부진한 온라인 부문 실적이 모그룹의 수익성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오프라인 점포들은 폐점하거나 새로운 업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통 산업 전체가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며, 각 기업은 새로운 경영 전략을 모색하는 중이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막대한 자본력,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 그리고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저가와 빠른 배송을 제공하며 한국 시장에 공세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유통산업은 전체 사업체 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종사자 대부분이 소상공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영세성과 과당 경쟁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에서 촉발된 변화의 태풍은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소상공인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발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세로 인해 이들의 경쟁 환경 또한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거나 독창적인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 생존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촉발된 변화는 단순히 온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오프라인을 포함한 유통 시장 전체를 재편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소상공인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소상공인들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적응하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경제 불황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동시에 개별화된 라이프스타일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사업 모델을 혁신해야만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 역시 소상공인들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재정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와 시장 환경에 맞는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소상공인들이 공동으로 구매력을 강화하거나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업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결국, 이커머스 시장과 유통 산업의 변화는 소상공인과 대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소상공인들이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박주영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최근 24년11월7일 본지에서 단독 보도 된 SK어드밴스드가 전력 도매시장 직접 접근을 모색한 사례는, 우리 전력시장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현재 한국의 전력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자유롭게 만날 수도 없는 왜곡된 형태를 띠고 있다. 도매시장에서는 다수의 전력 공급자가 있지만, ㈜한국전력이라는 단일 독점 수요자가 존재하며, 소매시장에서는 ㈜한국전력이 독점 공급자로서 모든 전력 소비자를 상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시장의 기본 원칙인 자유 경쟁과 완전 경쟁의 정의에 어긋난다. 전력시장의 개방이 왜 필요한가?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넘어서 경제 효율성의 문제로 연결된다. 도매 전력 가격이 소매 가격보다 낮다는 점은 경제적으로 명백하며, 기업들이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는 이미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형 RE100의 핵심 수단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이는 전력시장이 유통 과정을 축소하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라 할 수 있다. SK어드밴스드의 사례는 이와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기업 입장에서 도매시장 접근권은 단순히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본질적 권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마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것과 유사하다. 중간 유통업자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거래 효율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역할 변화는 불가피하며 이러한 변화의 핵심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미 정부 당국자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에 손을 대고 있지 못할 뿐이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망 구축 사례를 보자. 한국전력은 전용 송전망 구축 비용을 기업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업들은 이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만약 기업들이 시장에서 전력을 도매가격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다면, 송전망 구축 비용 역시 자발적으로 감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송전망 구축 비용도 물면서 소매가격으로 전력구매를 하자니 억울한게 아닌가. 정부가 ㈜한국전력의 재정난을 이유로 도매시장 개방을 막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 명분 모두 부족하다. 도매시장 접근권을 차단하는 것은 국영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려는 행위로, 자본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굳이 전기사업법 제32조를 근거로 한 법적 분쟁의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전력시장이 시장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 전력도 공정한 가치가 매겨져야 하는 상품의 하나이다. 이는 경제와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자원으로, 그 시장구조가 공정하고 효율적이어야만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전력시장은 정치적 시혜나 소득 재분배의 도구로 악용되며 수많은 문제를 발생시켜 왔다. ㈜한국전력의 독점 구조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으며,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의 접근성은 자본주의의 핵심 근간이다. 우리가 비웃는 사회주의 체제의 특징이, 공급자에게는 충분한 보상도 안 주고 제품생산을 강요하며, 소비자에겐 어처구니 없이 싼값에 상품을 제공하는 거 아닌가.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정부가 시장의 중간에 끼어서 공급자는 소매시장에 접근 못하게 하고, 소비자는 도매시장에 접근 못하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전력시장은 그와 다를 바 없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시장에서 중간 브로커로서의 역할과 존재를 강제시키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연결될 수 없게 적극적으로 방해자를 두고 차단벽을 치는 것이다. 전력시장 개방은 공급자에게는 더 나은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할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더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는 전력시장이 진정한 시장다운 구조를 갖추는 첫걸음이다. ㈜한국전력은 독점적 역할에서 벗어나야 하며,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과감한 정책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의결 이후, 정치권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그러나 권력이 어느 방향으로 재편되든, 미래를 이끌 새로운 권력에게 전력시장 개혁은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강력한 이니셔티브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제안한다. 보수 진영에게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적용하는 정책으로, 진보 진영에게는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매력적인 아젠다를 제공할 수 있다. 유종민
▲ 자본시장부장 박상주
▲서덕업씨 별세, 하영식·영구(전 은행연합회 회장)·영채·신옥·영희씨 모친상, 김홍석·김영배·이종안씨 장모상, 윤영림·조미원씨 시모상 =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 27일, 장지 전남 광양시 광양읍 사곡 선영.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후변화' 아닌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아닌 '지구 가열화.' 단어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단어는 단순한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그 단어가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게 만들고, 또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게 할지 결정짓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라는 표현을 떠올려보자. 어딘가 완만하고 점진적인 느낌을 준다. 변화라는 단어는 마치 시간이 충분히 있고 천천히 적응하면 될 것 같은 여유가 느껴진다. '지구온난화'라는 말도 비슷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결코 느긋한 표현으로 담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지금은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행동을 촉구하는 단어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와 '지구 가열화'라는 표현이 중요한 이유다. 전 세계는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가뭄, 기록적인 폭우와 산불 같은 기상이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만 해도 북반구 곳곳에서 섭씨 50도에 가까운 폭염이 나타났고, 해수면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해양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올여름, 서울과 대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38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졌고, 강릉에서는 역대 최고기온인 41도를 기록했다. 장마철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는 하천을 범람시키고 마을을 삼켰다. 충청권과 경북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며 큰 인명 피해를 냈다. 이런 극단적인 날씨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단순히 '변화'라고 표현하기엔 이 모든 현상은 너무나 극단적이다. 지금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온난화'가 아니라 '가열화'라는 표현이 지금의 위기를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익숙한 단어들이 현실의 위급함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우리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좌우한다. '변화'와 '온난화'가 주는 여유 대신 '위기'와 '가열화'가 주는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음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를 '변화'라고 부르는 건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 '변화'라는 느긋한 표현 대신 '위기'로, '온난화'라는 부드러운 단어 대신 '가열화'로 선택해야 한다. 단어를 바꾸는 일이 별 것 아닌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19세기 조선은 내부의 모순적 사상과 부패한 관료들로 혼란에 빠져있었다. 당시 한반도까지 밀려온 제국주의로 조선이 가지고 있던 중국 중심의 세계관까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서구와의 직접 교류를 거부하고 청에 의존하던 조선은, 1876년 강화도조약이라고도 부르는 근대적이지만 불평등한 조약인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를 체결하였다. 이후 조선은 1882년부터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시작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서구 열강들과 유사한 조약을 체결하여 항구를 열어 외국과 직접 교류하며 공식적인 외교관계도 수립하였다. 조선은 영국의 거문도 점령이 지속되었던 1886년까지 제국주의 국가들과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였는데, 조선이 서구 열강과 체결한 이 조약은 기존 청 또는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와 유지하였던 외교관계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서구적 방식의 외교관계 수립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조약을 근거로 조선에는 그들의 외교공관이 마련되었고, 전문적인 외교관이 파견되었다. 한반도는 제국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던 이들, 과거부터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한 청 그리고 새로운 제국주의를 구현하려는 일본이 복잡하게 경쟁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변화는 조선 정부가 청과의 전통적인 관계를 종료하고 자주적으로 서구와 교류하려는 자극제가 되기도 하였으나, 당시 조선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하였다. 예를 들어, 1884년 체결된 조선과 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수호통상조약도 양국 직접 교류에 국제법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이 조약의 여러 내용이 불평등한 것이었음을 관찰하면, 양국의 불평등한 외교관계는 예상가능한 것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약은 당시 체결되었던 수호통상조약들과 다른 고유한 규범적 특성도 가지고 있다. 러시아 제국은 청과의 베이징 조약 등으로 극동에서 새로운 영토를 확보하여 부동항을 얻고 조선과 국경을 직접 마주하며 교류하게 되었다. 결국 동아시아 상황을 관망하던 러시아는 조선과 직접 교섭을 하려고 하였고, 이 조약의 배경과 협상 과정은 러시아의 극동이자 한반도 주변에 관한 러시아의 인식과 정책 그리고 당시의 국제 상황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조선과 러시아 사이의 육로 교류에 관한 규정은 청의 반대로 규정화되지 못하였지만, 수년이 지나서 별도의 조약인 육로통상조약의 체결로 해결하였다. 이 조약과 조선이 체결한 다른 수호통상조약의 관세(율)에 관한 규정과 내용들도 차이가 있다.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역사의 산물이 되어버린 조선이 체결한 수호통상조약의 현대적 의미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최혜국 대우의 원칙은 A국과 B국이 서로 좋은 교역 수준을 제공하다가 A국이 제3국인 C국과 더 좋은 (최고의) 교역 수준 혜택(최혜국 대우)을 제공하면, 자동으로 B에게도 C국 수준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수호통상조약에도 최혜국 대우의 원칙이 명시되었는데, 지금은 WTO 다자주의 무역조약을 포함한 현대 사회의 많은 조약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원칙이 되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이 현재의 한국과는 다르게 당시 현실에서는 조선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후 한반도에서는 조선의 붕괴와 일본의 패망으로 인한 광복, 남과 북의 분열과 이데올로기 경쟁, 경제성장과 평화 그리고 핵무장 위협 등 여러 일들이 벌어졌다. 국제사회도 세계대전과 제국주의의 종료로 인한 신흥국의 출현과 발전, 이념으로 무장된 냉전, 유럽의 분열과 통합, 그리고 소련의 붕괴와 새로운 러시아의 갈등 확산 등이 발생하였다. 한반도의 작은 한국 그리고 서구 열강이었던 국가들은 조선 말기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냉전 시기 이념경쟁과 한국전쟁, 20세기 말부터 이어진 경제협력 그리고 최근의 경제제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연결된다. 세상이 묘하게 변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비하고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점을 오래전 조선이 체결했던 수호통상조약들로부터 배우게 된다. 김봉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산림을 파괴할 것입니다." 지난 12월 12일 대통령 담화를 듣던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하고는 곧바로 전문을 찾아보았다. 아뿔싸! 그대로였다. 일국의 대통령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적 위기의 한 요인으로 '중국산 태양광'을 꼽은 것이다. 지난 3년 윤석열정부가 재생에너지에 적대적인 정책을 펼쳐온 것을 우려해왔지만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실감하고는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의 인식을 살펴보고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여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 도입이 제한된 유럽연합은 에너지 위기에 처했다. 유럽연합은 파이프로 싸게 들여오던 러시아 가스 대신에 좀 더 비싼 미국의 LNG를 들여와야 했다. 이와 함께 주춤하던 태양광 발전 설비의 보급을 확대하였다. 외국의 에너지 자원에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립에너지인 태양광의 확대는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기반이 되어주었다. 90%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연간 200조원을 써야 하는 우리에게 자립에너지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태양광은 또한 청정에너지로서 탄소 감축에 핵심적인 수단이다.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적극적인 것은 그동안 재생에너지 확대에 누구보다 앞서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한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이 국내보다 더 유리한 해외 사업장의 확대에 가중치를 둘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은 우리의 안보를 해치는 적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튼튼하게 하고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주도할 중요한 산업으로서 우리의 아군이다. '중국산'은 주적인가?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산업국가이다. 세계 교역량 순위 6위인 우리나라는 국내 시장이 독자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크지도 않고 부존자원도 부족하다. 우리 경제가 현재의 수준으로 올라온 것은 오롯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판매한 수출기업들에 의존한 바 크다. 더구나 21세기 들어 우리의 최대 교역국가는 중국이다. 무역수지에서 우리가 가장 이익을 보는 나라이기도 하다. 시골 5일장의 장돌뱅이도 내 물건을 많이 사주고 나도 사오는 거래처와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빈말이라도 상냥하게 하고 서비스라도 하나 더 준다. 윤석열 정부 초기 급감했던 대 중국 수출이 왜 발생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국내에 설치한 태양광 셀 중 중국산의 비중은 74.2%에 달했다. 2019년 33.5%였던 중국산 비중이 4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국산 셀 비중은 2019년 50.2%에서 지난해 25.1%로 줄었다. 바로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왜 이리되었을까? 첫째는 중국의 퀀텀 전략의 성공이다. 21세기 들어 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및 보급에서 세계 최대의 투자국은 중국이었다. 우리의 반도체와 무선통신이 세계 일류가 되었듯 중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미 싸고 효율 좋은 수준에 들어서고 있다.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셀, 모듈 등 세계 태양광 산업 공급사슬의 70~80%를 중국산이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째는 국가 온실가스 저감목표의 하향 조정과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등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축소에 기인한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패널제조업체들은 미국이나 유럽, 중동 등 새 시장을 찾아 떠났다. 며칠 전 태양광 셀 제조업체인 한화큐셀은 세계 최초로 페브로스카이트 적층 셀의 상용화에 한발 다가섰다고 발표했다. 기존 실리콘 셀과 페브로스카이트 셀을 적층하여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함으로써 발전효율을 28.6%까지 끌어올려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 시스템연구소로부터 국제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이 셀이 상용화되면 현재의 셀보다 15%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일류에 진입하고 있는 '중국산 태양광'을 극복하는 길은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국내 보급 시장을 확대하는 데 있다.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비를 삭감하고 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에서 이에 항의하는 학생의 입을 틀어막고 쫓아내는 사태가 다시 발생해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끝으로 '전국의 산림'은 어떤지 살펴보자. 2018년 2443ha로 최고치를 기록한 태양광 목적 산지전용 허가 면적은 점차 줄어들어 2020년에 229ha로 급감하고 2021년 상반기엔 32ha에 불과했다. 2018년 산림청이 산지전용허가 경사도 기준을 25도에서 15도로 강화하고 2019년에는 환경부가 생태자연1등급 지역을 회피지역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에 이미 산지 태양광 발전은 매우 어려운 사업이 되었던 터이다. 국가의 모든 고급 정보가 올라오는 대통령실에서 무엇을 보고 정책 결정을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새해에는 정상적인 경제 인식을 가진 이들에 의해 우리의 미래가 결정되기를 희망해본다. 신동한
“내년에도 인공지능(AI) 열풍이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만난 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그의 말에서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는 통신, 게임 등 ICT 산업이 녹록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통신 업계는 꾸준히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이동통신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며 긴장감이 감돈다. 게임 업계도 이용률 감소로 고민에 빠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59.9%(5988명)가 '최근 1년간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62.9%)와 비교해 3%포인트(p) 감소한 수치로, 콘텐츠진흥원이 전체 게임 이용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한때 전체 국민 4분의 3에 이르렀던 게임 이용률이 하락세에 직면한 것. 이러한 상황에서 ICT 업계가 주목하는 해법은 바로 'AI'다. 통신사들은 미래 먹거리로 AI를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AI 에이전트 및 AI 데이터센터(DC)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게임 업계의 AI 활용도 눈여겨볼 만하다. 게임 내 캐릭터에 지능을 부여하고, AI와 대화하며 진행하는 추리게임을 개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게임 경험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이다. 이를 통해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앞서 업계 관계자가 AI 열풍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친 이유다. 과거 메타버스가 확 떴다가 급격히 관심이 사그라든 것처럼 AI도 메타버스의 전철을 밟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하지만 AI와 메타버스는 다르다는 의견이 많아 업계는 희망을 품고 있다. AI의 강점은 실용성과 접근성에 있다. 복잡한 업무를 간소화하고,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AI는 더 이상 유행의 대상이 아니라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았다. ICT 업계는 현재 내년 사업 계획서에 AI 관련 내용을 추가하느라 바쁘다. 이러한 노력과 AI 열기가 맞물려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기를 기대해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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