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산업부가 올해 1분기까지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전환 로드맵에는 발전 5사의 재편 방향은 물론 기존 석탄발전 인프라 활용계획,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발전소 소재 지자체와 관계부처도 이 로드맵 수립에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전 5사 석탄화력의 75%를 폐지하고 LNG와 양수 등 대체 발전설비를 건설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함께 수소 및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석탄발전 폐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발표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의 석탄발전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근로자와 주민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어 소비 위축, 재정여건 악화 등 지역경제가 침체된다는 분석을 내어 놓았다. 그런데 정부의 에너지전환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정책적' 차원으로 수행되는 것이지만 '법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발전 5사와 한전 그리고 그 주주의 이해이다. 발전 5사의 석탄발전 설비는 사실상 발전 5사 수입의 주원천이다. 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민간을 포함한 석탄발전의 거래금액은 25조 원을 넘는다. 민간 석탄발전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발전 5사 수입의 상당 부분이 석탄발전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수익의 원천인 석탄발전을 에너지전환 정책이란 명목으로 보상도 하지 않고 폐지할 수는 없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따져 보면 허점이 많다. 주지하다시피 한전은 상장회사이다. 그리고 한전은 발전 5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따라서 한전의 주주는 한전 및 발전 5사 자산의 주인이다. 한전의 주주에는 정부도 있지만 일반 민간 주주도 있고, 여기에는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맡은 국민연금도 주주이다. 그런데 한전과 발전 5사의 손해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주주, 외국인, 국민연금 등의 손해에 대해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석탄발전을 폐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일 정부는 원전 폐쇄를 보상하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 8천억 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2020년에 독일 의회는 '석탄발전 조기 폐쇄법'을 통과시켰고 이를 유럽연합 위원회가 2023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독일 전력회사 RWE가 26억 유로(약 3조 9천억 원)를 보상받는 등 총 43억 유로(6조4천5백억 원)가 석탄발전 폐지에 대한 보상으로 지불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는 1990년대에 시행된 전력산업 경쟁체제의 도입을 위해 기존 발전설비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즉, 원가보상 규제대상인 기존 발전설비가 경쟁시장의 도입에 따라 회수할 수 없게 된 좌초비용(Stranded Costs)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에너지산업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데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그때그때 바뀌게 될 때 정부가 이를 나 몰라라 하면 이미 건설한 에너지설비의 주인이 입게 될 손해는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시로 변하는 정책에 따라 정부의 신뢰성이 무너진다면 누구도 에너지설비를 책임지고 건설하거나 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밸류업(Value-Up)'이란 기치로 상장회사가 주주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상장된 공기업 주주의 이해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장 대기업에 대해서만 주주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하면 누가 이런 '밸류업'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조성봉

[이슈&인사이트] 윤석열과 마크롱, 배신 정치의 닮은 꼴인가?

윤석열의 '종말'을 지켜보면서 지구 반대편의 마크롱을 떠올려본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아내의 적극적인 '조언'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다. 윤석열은 52살 때에 결혼한 12살 아래의 아내 김건희가 논문표절, 주가조작, 뇌물수수. 장모 최모씨 구속 등 온갖 비난을 샀으나 '윤건희 공동정권'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그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고, 마크롱은 30살 때 24살이나 많은 친구의 엄마 브리지트와 사랑에 빠져 그녀와 결혼한 뒤 그녀의 내조에 상당부분 의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황의 시대에 가장 성업하는 직업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라 할 만큼, 배우자 불신의 시대에 두 사람은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상남자'의 진면목을 보여준다(적어도 외형은 그렇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배신의 화신'이었다는 점이 비슷하다. 자신을 요직에 임명한 진보좌파 정권의 뒤통수를 치고 뛰쳐나가, 자유주의를 주창하며 자신을 대선 후보로 만들어준 우파 보수당까지도 궤멸시키고 극우로 돌아선 과정이 희한하게 비슷하다. 3년 전, TV 대선토론 때마다 손바닥에 굵은 펜으로 임금왕(王)를 쓰고 나온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아무런 논의나 토론도 없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붙어있는 경복궁 뒤편의 청와대를 떠나,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관저를 한남동으로 옮긴 뒤 많은 무리수(? )를 두었다. 재직 2년 6개월, 그는 자신이 26년 동안 재직했던 검찰의 후배들을 동원해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나, 심지어 자신을 등용한 인사들을 괴롭히는데 몰두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미일 안보동맹이라는 미명아래 남북관계를 파탄냈고, 미국을 대신하여 중국을 악마화하고, 숭미친일 굴종외교로 미국과 일본을 즐겁게 했다는 야당측 공격을 받았다. 또 국가보훈부, 독립기념관, 진실화해위원회, 심지어 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노골적인 친일 사관 논란을 야기한 인사들을 기용했다. 그런 그가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 반란수괴 혐의로 감옥살이 운명이지만,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기를 앞세운 극우 시위대는 법원을 부수는 폭동을 일으키며 그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프랑스에서는 잇단 선거에서 패배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다수당인 야당과 충돌하며 윤석열의 실패를 연상시킨다. 사상 최저치의 지지율로 유럽의회 선거와 총선에서 연이어 패배한 마크롱은 소수당 전락 이후 자신이 내세운 후보의 총리 임명이 무산되자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의 당선을 결정적으로 도왔던 정치인 프랑수아 바이루의 총리임명을 강행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집권당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야당에 총리직을 내주고, 내각 구성권을 양보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마크롱은 고집을 부린다. 과거 미테랑 좌파 대통령은 총선 패배후 우파 시라크를, 시라크 우파 대통령은 좌파 조스팽을 총리로 임명하고, 내각 구성권을 넘긴 적이 있다. 집권당은 소수당으로 전락했으나 비교적인 국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동거정부(Cohabitation) 덕택이었다. 하지만 마크롱은 선례를 무시했다. 마크롱은 자신의 국정 비전에 비협조적인 좌파 연합에 맞서, 극우와 중도좌파 사이를 오가며 사탕발림을 하고 있다. 극우를 설득할 때는 안보법이나 반이민법을 미끼로 삼고, 중도좌파를 대상으로는 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하거나 국회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법률 조항을 제안한다. 야당과의 실랑이에 지친 마크롱은 불과 1년 전에 엘리제궁에서 부부끼리 만난 윤석열의 구속뉴스를 접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난 후진국형 쿠데타는 일으키지 않아.' 성일권

[기자의 눈] 오늘이 급한 소상공인에게 한 달 뒤는 멀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새해 첫 소상공인 현장 간담회 현장을 취재하다가 신용 취약 소상공인을 위해 마련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저신용자 직접대출 정책자금이 6일 신청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조기마감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기마감에 대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상황이 심각했다. 경영난 악화로 오매불망 정책자금 대출 신청만을 기다렸는데 손이 느려 신청을 못했다는 후기부터, 상황이 정말 어려운데 이런 정책자금이 있는 줄 이제야 알았다는 게시글 등이 불만들이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궁금증은 딱 하나였다. 다음 신청은 또 언제 받느냐는 것이었다. 소진공 관계자에게 물으니 일단 오는 4월로 계획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당 내용을 비교적 짧은 기사로 작성한 후 송고했는데, 직후부터 소상공인들의 메일이 쏟아졌다.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한탄하는 내용부터 4월에 또 신청을 받는 게 정말 확실하냐고 묻는 메일까지. 한 소상공인은 실제 대출 실행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취재해달라는 문의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한 소상공인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가슴에 꽂혔다. 운이 좋게 대출 신청에는 성공했으나, 실제 대출 실행이 언제 이루어질지 몰라 가슴만 졸이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은 신용은 낮지만 사업성과 경쟁력이 있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금이다. 문제는 이 정책자금 신청부터 실 집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이 정책자금은 대출 비율이나 연체, 세금 체납 등을 대출 제한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정책자금을 신청한 소상공인은 다른 대출을 알아볼 수도 없고 연체를 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희망을 붙잡기 위해 신청한 정책자금이 도리어 저신용 소상공인의 신용을 더 떨어트릴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소상공인 지원 최전선에서 고생했던 소진공의 애로사항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긴 설 연휴까지 낀 1월은 소상공인에게 너무나도 힘든 시기다. 대출의 실제 집행까지 설 연휴 전에 처리되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승인 가부 정도는 다른 어떤 정책자금보다 빨리 안내하는 정책의 세밀함을 보여주는 게 바로 민생정책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E칼럼]프레임 씌우기

광고와 홍보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던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용어가 되었다. 우리가 화랑에서 유화를 감상한다면 액자가 중요한가 아니면 그림 자체가 중요한가? 당연히 그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액자에 주목하도록 하는 것이 프레임 전쟁이다. 2017년 탈원전 정책의 선언되었을 때, 신고리5·6호기와 신한울3·4호기의 건설을 중지시켰다. 각각 30%와 10% 정도의 건설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적 반발이 일어나자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 여부에 대해서 공론화에 붙였다. 이때 건설중단을 주장하는 측이 제시한 프레임이 '밀집'이었다. 고리부지의 4개호기과 신고리부지의 6개호기를 합치면 고리에 10기의 원전이 서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세계 최고의 밀집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리와 신고리는 '고리'라는 단어만 같이 쓸 뿐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항공사진으로 보면 3-4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작은 구릉과 도랑도 지나간다. 그런데 '밀집'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고 나자 아무도 실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야말로 '밀집'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2023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커졌을 때,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염수를 처리하고 희석하여 배출기준치 이하 농도의 처리수를 만들고 이를 방류하는 것이었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염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고집하였다. 이 단어가 더 친숙하고 널리 사용됨으로써 오해가 확산되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여년간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처음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하였다. 초안을 공개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고 공청회에서 논의하였던 것인데 그 이전 단계로 실무안이 공개된 것이다. 공개해놓고 분위기를 봐서 조정을 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원전비중이 너무 많다.'는 프레임을 걸었다. 산업부는 신규원전 건설을 1기 줄이고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그 2배정도 늘리는 조정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프레임의 마법에 걸려서 신규원전 건설이 당초에 얼마였고 재생에너지 건설이 얼마였는지 보는 대신에 '원전비중이 많다'는 것을 그대로 믿는 듯하다. 제11차 전력수급계획 실무안에서 신규원전 건설은 4.9 기가와트(GW)였다. 대형 원전 3기와 SMR 1세트인 셈이다. 재생에너지는 72GW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가 14배 많다. 기존에 건설된 것을 포함하여 보아도 마찬가지다. 2038년 설비비중이 원전이 36.6GW, 재생에너지가 119.5GW가 되는 것에 원전비중이 높은가? 비중이 높거나 낮다는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신규발전의 양 또는 설비용량 어느 쪽으로 보다도 원전비중이 높다는 판단을 하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전력공급의 원칙 가운데 무엇을 가장 중시할 것인가이다. 전력공급의 안정성, 가격,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이 세가지 원칙 가운데 어떤 것이 얼마나 우선이고 또 다른 원칙을 어떻게 잘 섞어서 최적안을 만들어내는가 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산화탄소 배출저감도 원칙이 아닌 듯하다. 원전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떄문이다. 그 자리에 재생에너지보급이라는 프레임이 걸린 것이다. RE100이나 여러 가지 환경관련 지표는 같은 오류를 보이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RE100의 뜻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자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산화탄소배출저감의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전체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따지는 것이 맞다. 현재 수준의 재생에너지 보급으로도 한전의 적자가 늘어나고 있고 전기요금은 치솟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전기요금떄문에 미국으로 이전을 발표한 바 있다. 원전 10기분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삼성전자, 7기분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SK하이닉스 등은 전기요금이 2배로 뛰었다. 흑자를 보기 어려운 구조로 가는 것이다. 전력공급의 다른 원칙인 안정적 공급과 가격은 완벽히 무시되고 있는 듯하다. 당초안인 재생에너지 72GW도 제대로 건설할 수 없을 것이고 전력공급의 차질을 예상하던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프레임씌우기를 잘하는 비전문가가 압도하는 듯하다. 정범진

[기자의 눈] 어게인, 개미의 봄

올겨울에도 대한민국 증시판에 상장사들의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빼미 공시는 물론이고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쪼개기 상장 등 주주들을 분노케 하는 일들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수페타시스는 장이 종료된 6시40분경 제이오 인수를 위해 5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악재성 정보를 일부러 장 마감 후 기습 발표하는 '올빼미 공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수페타시스의 올빼미 공시로 시장이 떠들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2월 줄기세포 연구 전문 기업인 차바이오텍과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장 마감 후 유증 공시를 내는 등 올빼미 공시는 여전히 반복됐다. 무리하게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상장사도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폐암 신약인 렉라자를 유한양행에 기술이전을 한 오스코텍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증명됐음에도 주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자회사인 제노스코를 코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예비심사 청구 하루 전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도 자회사 상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주주들로부터 깜깜이 중복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인 삼목에스폼은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와 대주주의 차익 실현 의혹을 제기한 소액주주연대를 지난해 두 차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기업들이 주주들의 반발을 알면서도 꼼수를 강행하는 데는 주주 보호보다는 사측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회사가 꼼수를 쓰는 건 결국 대주주 배불리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나 중복 상장의 이면을 파헤치면 그 이익이 모두 대주주에게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들의 꼼수를 막기란 쉽지 않다. 꼼수 방지의 출발점이 될 자본시장법 개정을 놓고도 여야 간 진통이 거센 상황이다. 탄핵 정국을 핑계로 여당도, 금융당국도 법 개정을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듯하다. 누구도 지적하지 않으니 기업들도 '배 째라'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인 소액주주들에게로 전가될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나마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등을 통해 주주들이 지분을 결집해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을 넘어선 주주연대도 있고 주주활동 자금으로 수천만원 넘게 모금한 주주연대도 생겨났다. '뭉치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개미들의 결집이 대한민국 증시판에 봄을 일으킬 날이 오길 바란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