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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칼럼]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있는 걸까?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면, 국가 혹은 국민이라는 단어와 연관해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정치는 철저한 권력 현상에 불과하다. 여기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국민, 민주주의, 국가 등의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렇다면 이것이 모두 거짓말인가 하는 부분을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런 단어 사용을 반드시 거짓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국민과 주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실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이유는, 이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고,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서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래서 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엄 사태에서 불거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보인 행동은, 이런 정치의 일반론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번 계엄 사태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이 충분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비상계엄 선포의 '상황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 모두가 결여됐을 뿐 아니라, 포고령 1호 내용에도 위헌적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투입했고, 군이 국회 본청을 난입한 것은 중요한 탄핵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비상계엄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제할 수는 있어도, 입법부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 군이 난입한 것은, 바로 이 점에서 위법, 위헌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요소가 많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생생히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탄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현장을 생생히 봤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은 본성상, 본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본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을 부결시키고,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는 아예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다시 탄핵당하면 향후 20년 동안 집권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것 같다.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탄핵 반대의 실질적 이유라면, 이는 오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당시 새누리당이 동참했기 때문에, 그나마 5년 후에 다시 정권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민의힘 구성원 대다수가, 윤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당할 정도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더욱 큰 문제다. '주관적 시각'으로 사태를 파악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들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어떻든, 국민의힘은 지금 스스로 폭망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 행위에 해당하느냐 마느냐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최소한 국민의 눈에는 이런 행위가 내란 아니면 무엇이냐고 비쳐질 확률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은 국민의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당과 정부가 나서서 국정을 담당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런 방안은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 문제다. 즉,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면 2선 후퇴했던 대통령이 언제든 다시 국정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당정의 계획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들의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시점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윤 대통령을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그런 국민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 국민은 암담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율

[EE칼럼] 트럼프 에너지정책2.0 예측

미국 대통령에 재당선된 트럼프의 통치 철학은 의심할 바 없이 미국 우선주의다. 초강대국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 의제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트럼프에게는 중국, 인도 등이 협조하지 않는 기후변화 대응은 손해 보는 장사로 그의 목표인 위대한 미국 재건(MAGA) 달성에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일 뿐이다. 트럼프 머릿속에 기후변화는 아예 없어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는 기후변화 논의를“녹색 신종 사기",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거칠게 비난하며,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에 전격적으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결정하기도 했다. 최근 에너지정책은 기후 정책의 하위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각종 규제와 보조금이 에너지정책의 근간이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이슈의 정책 순위를 최고로 높이고, 국내 석유, 가스개발을 억제하는 각종 규제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등을 제정하고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당연히 바이든 행정부와 정반대의 에너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석유 생산 업체인 리버티 에너지의 최고경영자 크리스 라이트를 에너지장관으로 지명함으로써 정책 의지를 분명히 했다. 라이트는 민주당 쪽의 기후변화 대응을 공산주의적 정책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강경한 기후위기 부정론자다. 미국의 에너지정책의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트럼프의 에너지정책은 화석연료 생산 확대,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파리기후협약 탈퇴, 원자력 발전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내내 바이든 행정부가 화석에너지를 억지로 규제하는 바람에 에너지비용만 높여 미국 경쟁력을 훼손시켰다고 비난하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 아래 국내 석유와 셰일가스 생산 확대를 약속했다. 또한 AI 시대에 필요한 충분한 전력을 얻기 위해 SMR을 중심으로 원전 부활에 나서고, 송전망 등 전력인프라 증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 기후변화를 부정하면 간헐성 등 태생적 약점이 많은 재생에너지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트럼프에게는 태양광 및 풍력에 대한 세금 감면과 보조금은 낭비일 뿐이다. 재생에너지 지원의 법적 근거였던 IRA의 폐지가 점쳐지는 이유다. IRA를 믿고 투자했던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IRA에 공격적으로 대응해 왔던 K-배터리가 대표적 예다. 트럼프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선언한 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20%로 곤두박질하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도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K-배터리가 또 하나의 리스크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IRA 폐지에는 정치적 허들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공화당이 상원 의석수 100석에서 53석을 차지했지만, 압도적으로 과반수를 넘겼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IRA의 완전한 폐지는 의회의 벽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미 IRA 보조금에 힘입어 청정에너지 투자에 의한 경제적 이익을 크게 누리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네바다주는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 설치, 와이오밍주는 풍력 발전소와 탄소 포집 및 저장(CCS) 프로젝트 투자를 유치했으며, 조지아주와 테네시주는 IRA 인센티브의 지원을 받아 탄소중립 산업의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공교롭게 이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결정적 역할을 한 지역이다. IRA 폐지는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결코 특정 에너지산업을 편애하지 않는다. 그에게 에너지정책은 오로지 위대한 미국 재건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저비용 에너지와 전력 생산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미국 내에 풍부히 매장되어 있는 화석에너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에너지라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이와 같은 트럼프의 실용적인 접근 방식은, 기후변화 이슈를 후순위로 격하시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탄소중립 산업이 다소 위축되겠지만, 보조금이나 인위적 규제에 기대지 않는 공정한 에너지 간 진검승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주헌

[기자의 눈] 계엄 다음 파업…불안한 한국경제 우려 커진다

“계엄보다 그 이후 파업이 국내 경제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파업 사태에 대해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노동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인 현대차지부와 한국GM지부가 지난 5~6일 주·야 각 2시간씩 파업을 추진했다. 역시 금속노조 소속인 HD현대중공업지부도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금속노조의 파업은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에는 완성차, 조선뿐 아니라 철강, 전자 등의 주요 제조업체들이 속해 있다. 특히 금속노조는 윤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오는 11일부터 전체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금속노조 뿐 아니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최근 윤석열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파업이 얼마나 확대될지 언제까지 지속될지 쉽사리 짐작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률 둔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계엄과 파업 사태가 겹쳤다는 점이다. 계엄과 파업 사태 이전부터도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를 하향조정하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전보다 0.2%포인트(p) 하향 조정한 2.3%로 제시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1.8%다. 지난 10월 보고서들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0.2%p 하향 조정됐다. 글로벌 IB들 대다수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계엄 사태로 주가와 환율 등 경제지표가 충격을 입은 것도 모자라 파업으로 제조업의 생산량까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 국내 경제가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셈이다. 다만 계엄 충격은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대해서 적극적인 정책 대응 덕분에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파업에 따른 영향도 최소화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까 싶다. 노조가 국내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는 파업보다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선택해보길 기대한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E칼럼]송전망 신뢰도 기준과 위험관리 시스템 제대로 검토해 보자

십수년 전 잘 아는 선배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낡은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 안쪽에 “1935년부터 자랑스럽게 운행 중(Proudly serving since 1935)"이라는 라벨을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고 한다.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라서 불안했는데 이에 더하여 1935년부터 운항한 낡은 기종이라는 것을 알고는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걱정을 눈치챘는지 같이 갔던 일행 중 한 분이 이 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기종이라고 알려 줬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1935년에는 비행기의 제작과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세부적인 설계 및 과학적 원리가 정밀하지 않아 무조건 최고의 안전도 기준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거의 사고가 나지 않는 기종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고 무거워 기름도 많이 드는 비행기라는 설명도 함께 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 전력망을 운용하는 신뢰도 기준이 이러하지 않나 생각한다. 필자는 전기공학자가 아닌 경제학자여서 기술적인 내용까지 잘 이해할 수는 없으나 전기공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서로 나뉘고 있다는 점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현재 전력 당국은 전력망 운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력망에 비상사태가 생겼을 경우를 가정한 이른바 'N-2'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N-2 기준은 폭풍과 산불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시에도, 2회선이 고장났을 때에도 전력망 운용이 가능할 정도로 신뢰도를 적용한 경우이다. 낙뢰나 산불이 났을 때 2회선 고장이 발생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낙뢰나 산불 등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에 의한 고장도 2005s년-2023년간 국내 765kV 송전선로 누적 고장건수 71건 가운데 61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N-2라는 보수적인 기준이 필요한 이유도 수긍이 된다. 신뢰도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공짜는 아니다. 전력을 더 보낼 수 있지만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리스크를 줄이려면 느는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비용을 줄이자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제도적인 문제점도 따른다. 기술적 조작도 시간이 걸리고, 특정 지역이나 선로에만 기준을 달리한다면 형평성 문제와 이해관계자의 항의와 민원이 빗발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신뢰도 기준에 대해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담 컨트롤 타워나 전문역량이 없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넋 놓고 송전망 새로 지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태도이다. 신뢰도 문제도 때와 상황에 따라 상세하게 구분해서 각각의 리스크와 대처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 낙뢰와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를 우려해야겠지만 일년 내내 낙뢰 가능성이 있거나 산불이 나는 것은 아니다. 어렵다면 미리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전력수요도 항상 일정하게 부하가 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말과 주중으로 나누고, 피크 때와 저부하시를 나누어서 상황별로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세부적으로 검토도 해봐야 한다.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도 시간대별로 적용하는데 송전선도 그런 세부적인 검토를 왜 못하는가? 기술과 과학이 발전하는 것은 이런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이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해서 분석해보고,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하며, 이를 규정과 법과 필요시 경제적 인센티브로 뒷받침할 수 있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송전망에 대한 신뢰도 기준과 위험관리 시스템을 검토하기 어렵다고 포기하며 수조 원씩 들어가는 전력망 공사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있는 자원을 가지고도 지혜롭게 쓸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연구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조성봉

[박원주 칼럼]비상계엄 사태...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은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6시간 만에 국회의 해제 의결과 대통령의 수용으로 무력화되었다. 기록적인 짧은 시간에 헌정 사상 초유의 민주주의 파괴 위기를 극복해낸 우리 국민들과 국회에 대해서 각국 언론을 중심으로 놀라워하는 반응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위기를 빨리 극복했다고 자랑스러워 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이미 우리 시장경제 질서가 폭력적 권력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 지 드러났고, 이러한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속되었다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와 경제 환경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번 위기가 순조롭게 극복된다 해도 외국 기업을 비롯한 우리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다시 한국을 신뢰할 만한 협력 대상으로 평가해 주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국민들이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지점은 대통령이 용인에서 열린 민생경제 토론회에 참석하여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물가 안정을 위한 재정 투입 등을 통해서 고통받는 서민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한 바로 다음 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외국인과 개미 투자자들의 이탈로 주가가 폭락했고 달러 환율도 순식간에 1446원까지 급등한 뒤 겨우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의 악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을 당사자들은 바로 윤 대통령이 지원하겠다고 했던 서민들 아닌가? 사단이 벌어진 뒤 금융, 경제당국은 금융시장과 산업계, 민생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비상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국민들의 피해를 과연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서민을 위한다며 도대체 어떤 서민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 이러한 정치적 파행 이전에 이미 우리 경제는 큰위기에 처해 왔다. 부동산 발 PF 위기 여파로 서민 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고 있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 종식 이후 나름의 경기 붐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는 고물가와 소득 정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 대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만성적인 불경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인 위정자라면 이런 때 국민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정치적 도박을 해서는 안 되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불안심리는 우리 내수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적지 않고, 이는 내수경제의 중심축인 중소기업과 서민경제에 특히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일로 우리나라가 여러 나라 정부로부터 여행주의 대상국가로 지정됐다는 소식도 여러 건 보도되고 있다.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우리나라를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 드는 것이 더 큰 걱정거리다. 관광객 수의 감소 또한 관광업과 요식업 등 우리 내수 경제에 적지 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비상계엄 발표 직후 시내 편의점의 식품류가 동나는 등 매점매석 사태가 있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 국내 정세 불안은 시장의 정상적인 유통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이 이처럼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 정상적인 유통 질서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위기가 불과 수시간 만에 해소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심각하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더 본격적인 시장 불안으로 자리잡을 우려도 있으며 이는 우리 경제의 회복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12월 3일 밤,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서 여의도의 마천루 사이를 여러대의 군헬기가 질주하면서 무장병력을 국회의사당에 쏟아냈다. 또한 특전사 병사들이 총기를 들고 의사당의 유리창을 깨거나 우발적으로 야당 대변인에 총기를 들이대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여과 없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보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평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국이 지금까지처럼 안전한 투자처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되리라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안이한 것 아닐까? 이미 영국 BBC는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평판을 (미국에서 벌어진)1월 6일 폭동때 (미국)보다 더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이번 계엄령 선포가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불필요하게 위험에 빠뜨렸다는 아픈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고속성장과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가 오랫동안 쌓아왔던 경제적 역동성과 안정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이번 일로 얼마나 훼손되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신뢰의 위기는 외국인 투자만이 아니라 우리 수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우리 경제는 저가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으로 싼값에 물건을 내다파는 개발 경제의 시대를 넘어서 있다. 우리 수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가 훼손된다면 기업들의 장기 안정적인 거래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수출 환경에 또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 당장 우리가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해소하여 영구적인 피해를 막았다는 점은 평가해 줄 만하지만, 아직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 경제가 갈 길도 달라질 것이다. 위기를 온전하게 극복함으로써 우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탁월한 복원력(resilience)을 입증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최악의 사태를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복원하고 국내외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우리 경제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민들부터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지켜 봐야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일 것이다. 박원주

[기자의 눈] 경제 아닌 계엄 살린 尹, 어떻게 책임질 건가

155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국회의 해제요구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이다. 민의의 전당을 군홧발이 짓밟은 초유의 사태. 본회의장을 사수한 건 장갑차를 온몸으로 막아낸 국회 직원과 보좌진, 그리고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이었다. 이로써 서슬퍼렇던 계엄은 한밤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듯 보이나,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만천하에 입증해보였다는 평가다.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단어가 불쑥 튀어나오면서 국격은 순식간에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이에 정부를 비롯해 삼성·SK 등 주요 그룹들의 대외신인도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계엄 충격파'가 우리나라 경제에 남긴 생채기 또한 크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다. 원자재 가격과 직결되는 만큼, 제조원가 상승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금융시장 쇼크로 이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 매도 행렬이 이어지며 주가가 2400선까지 밀렸고,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까지 뛰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의 주가 변동성은 확대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가능성은 줄었다. 안 그래도 내수 부진 장기화와 대규모 세수 결손,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수렁에 빠져 있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도,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45년 이상 후퇴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계엄 사태가 정국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면서 의회 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본회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었던 민생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엔 인공지능(AI) 기본법부터 반도체 특별법, 전력망법 등 분초를 다투던 산업계 최대 현안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연내 제정을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여느 법안들이 그랬듯 기약 없이 지체되게 생겼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155분 천하'가 남긴 결과물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앞으로 국정동력과 국민 신뢰를 크게 잃게 될 정부가 과연 이러한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그 사이 기업과 국민이 지게 될 고통의 무게를 가늠하자니 벌써 아득해진다. 윤 대통령은 이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충분히 숙고해 답해야 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기자의 눈] 포스코 창사 첫 파업, 무엇을 얻기 위함인가

포스코 노조가 포항·광양에서 진행된 출정식에 이어 상경투쟁을 예고하는 등 창사 첫 파업을 위한 스텝을 밟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6월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 말까지 12번 만나 임단협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연봉협상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통로이자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는 수단이다. 가정 및 개인의 풍족한 삶을 위해 조금이라도 높여 받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이해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포스코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국민기업'이기 때문이 아니다. 철강산업이 처한 심각한 어려움이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탓이다. 건설을 비롯한 주요 전방산업 부진이 길어지면서 내수가 힘을 쓰지 못하는 탓이다. 중국 철강사들이 자국 건설·기계 수요 부진과 연동되지 않는 생산량을 기록하면서 국내로 쏟아내는 물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측은 유례를 찾기 힘든 경영난 속에서도 기본급 인상폭을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이고 여름휴가 5일 신설을 제안하는 등 '할만큼 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정년 후 재채용, 비노조원을 제외한 구성원 대상 타결금 지급 등이 더해지면 수용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신규 채용은 커녕 업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어렵고, 노조의 협상력이 지나치게 강해진다는 우려다. 포스코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8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전체 제조업 근로자 평균(4128만원)의 2배를 넘는다. 일명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이 자동차·조선·기계 등 국내 주요산업의 제품을 만드는 주요소재인 만큼 그 중요성이 결코 작지 않으나, 억대 연봉자가 '우리의 권리를 되찾겠다'며 나서는 것은 다른 근로자들에게 박탈감도 자아낼 수 있다. 또한 임금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판가에 전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금도 중국산 조선용 후판은 국산 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 지난날 철강사들이 다운사이클로 고생하던 조선사들에게 대승적으로 양보했던 점을 들어 협상에 나서는 것도 힘들 수 있다. 전체 매출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후판사업에서 문제가 생기면 설비 가동률 저하 및 폐쇄 흐름이 빨라질 공산도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올해만 설비 2곳의 셧다운을 결정했다. 이는 결국 포스코 노조가 말했던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어렵게 만드는 길이 될 수 있다. 처우개선도 결국 회사가 살아남아야 가능한 만큼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슈&인사이트] 6시간의 촌극, 비상계엄

밤새 안녕이라더니 오늘(4일)이 꼭 그 꼴이다. 동기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방송에서는 윤 대통령이 긴급기자회견을 자처해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아우성이다. 지난달, 필자는 당시 김민석 의원의 계엄령 준비 주장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는 칼럼을 썼었다. 당시 논리는 헌법 제77조에 비상계엄 요건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매우 엄격하다는 점과 무엇보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는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계엄령은 선포됐고, 국회의 해제요구에 따라 불과 6시간 반만에 해제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도대체 윤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계엄령 선포라는 촌극을 벌인 것일까. 그는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고 했는데, 비상계엄 이외의 방식으로도 종북세력 척결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니 결국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임이 명백하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하늘이 준 선물"과 같다. 우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촌극은 문자 그대로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다. 20% 선을 간신히 유지하던 대통령 지지도는 곤두박질칠 것이 분명하고 위헌적 계엄선포는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는 대통령 탄핵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동안 일부 의원들이 주장해 온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해 밀어부칠 계기를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제공했으니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더욱이 45년 만의 계엄령 소리를 들은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터이니, 이 대표의 대권가도는 제트엔진을 달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게 비상계엄은 더이상 윤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키려 하다가는 보수우파 세력 전체가 무너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국민의 분노를 달래고 차기를 노리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대표가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데 앞장서야 한다. 계엄선포 건의권을 갖는 국방, 행자부 장관의 해임과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를 건의하고,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 대통령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선거 주기 일치를 위한 임기 단축 등 오랫동안 국회와 학계에서 논의돼온 개헌을 야당과 함께 논의해 가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더이상 정상적인 통치가 불가능하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은 이미 심정적으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국제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죄인이 된다.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만들어 오면 이를 수용하고 사퇴할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 그나마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들은 김건희 의혹, 명태균 사건을 비롯한 대통령 측의 문제들과 백현동, 대장동, 위례신도시, 성남FC 등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들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기소를 해야 하고, 사법부는 신속한 재판을 통해 법 앞에 특권은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이 제기한 수많은 탄핵사건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 국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24시간 재판 체제를 가동해서라도 신속하게 모든 탄핵 사건의 결말을 내 국가기관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틀을 마련하고 혼란 없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다. 홍성걸

[김한성 칼럼] 생성형 AI 시대, 정부가 중심에 서야 할 이유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을 혁신하며 미래를 재정의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오비어스(Obvious)'라는 AI 화가가 그린 초상화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 2,500달러에 낙찰되어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딥마인드의 AI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 구조를 단 몇 시간 만에 예측하여 신약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핀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테슬라의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교통 안전을 향상시킨다. 나아가 스마트 시티에서는 AI가 교통 신호를 최적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도시 생활의 질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의 이면에는 윤리적 문제와 법적 과제가 산재하다. 지난해 연말 뉴욕타임스가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 캐나다에서도 유력 일간지 두 군데에서 OenAI를 상대로 똑같은 소송이 반복되고 있다. AI 모델이 저작권으로 보호된 기사를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AI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새로운 기준 설정을 요구하며, 지적 재산권 보호와 기술 발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또한 맥킨지는 AI로 인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의 15%에 해당하는 4억명의 근로자가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은 2022년 보고서에서 AI와 기술혁신이 2025년까지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AI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AI가 만들어가는 변화가 단지 긍정적인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AI 기술은 우리의 미래를 혁신할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잠재력이 긍정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중심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단순히 기술 혁신에 집중하기보다 부정적인 영향에 대비하고,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다른 국가에 앞서서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해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며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려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율 규제를 중심으로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AI 기본법을 최근에야 제정하며 윤리적 AI와 안전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규제 체계로는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기술의 발전과 윤리적 사용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에, 한국의 준비 상태는 여전히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AI가 가져올 기회와 도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성과 평가 체계 마련, 균형 발전 지원, 유연한 규제 도입을 통해 기술 혁신과 윤리적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산업 육성', '윤리적 사용 보장', '기술 신뢰성 강화'라는 방향성 만을 제시하고 있으며, 실행과 세부적 실효성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첫째, 윤리적 AI 개발을 위한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윤리적 AI 개발은 데이터 출처를 명확히 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과제이다. 이를 위해 학계, 산업계,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통해 윤리적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카이스트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기관과 기업은 AI 윤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각각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인 노력을 더욱 확대하고 통합된 접근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독립적인 'AI 윤리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 둘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AI 기술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도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이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재정적 지원과 실무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AI 기술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유망 기업과의 파트너십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각국의 요구에 부합하는 현지화 전략수립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국내 AI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국제 전시회와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AI 기술력과 혁신 사례를 홍보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AI 표준 설정과 기술 오용 방지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여 국제 사회에서 신뢰받는 AI 기술 리더십을 확립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역할을 통해 한국 AI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이루도록 지원해야 한다 결국, AI 기술의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기술 혁신과 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은 정부가 주도해야 할 과제이다. 이제 AI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단계를 넘어, 그 가능성을 사회와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AI와 함께 만들어갈 미래는 바로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 김한성

[기자의 눈] 3만4000명 태울 ‘통합 대한항공·진에어’ 위대한 이륙

'1473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선언한 2020년 11월 16일부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을 최종 승인한 2024년 11월 28일까지의 시간이다. 2021년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 13개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종결·승인을 얻어내기까지 운수권·슬롯 반납 등 아주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많은 사람들은 독과점 문제를 들어 각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서 실패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항공 출입 5년차 기자인 필자는 글로벌 항공업계 인수·합병(M&A) 시도가 단 한 건도 어그러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당연히 성사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한편으론 4년 조금 넘는 이 기간을 모두 지켜봐온 입장으로서 솔직히 지쳤는데, 당사자들은 오죽했을까 싶다. 대한항공 측도 이만큼 승인이 지연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랬던 만큼이나 본격 합병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오는 20일까지 유상 증자 선납급 7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8000억원을 추가 납입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취득하게 되고, 향후 2년 여 간 별도의 자회사로 운영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을 완전 흡수한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있지만, 두 회사 기재는 현재 기준 총합 223대로 글로벌 항공업계 10위권에 드는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게 된다. 또한 제반 비용 절감과 협상력 제고가 기대된다. 진에어 중심의 통합 저비용 항공사(LCC)가 탄생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처럼 산업적 측면에서 회사 규모가 커져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항공 역사상 최초인 이 M&A는 아시아나항공을 넘어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아시아나세이버 근로자들의 고용이 걸려있어 소위 '먹고사니즘'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의 가족과 협력사 관계자들의 생계까지 고려하면 사회적 의미가 더욱 커진다. 이번 통합 작업은 대승적 차원에서의 이익을 끌어낼 수 있는, 어쩌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모처럼의 기회여서 마무리가 잘 돼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전체 직원 3만3715명을 태울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진에어'의 위대한 이륙에 박수치며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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