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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저탄소 철강’ 연와정초식이 기다려지는 이유

철강사들이 제철소에서 고로를 세우거나 개·보수를 진행할 때 내화벽돌에 문구를 새기는 연와정초식(煉瓦定礎式)을 진행한다고 한다. 연와정초식은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고로 하단에 쌓는 연와(내화벽돌)을 주춧돌 삼아 제위치에 놓는' 행사다. 고로는 철광석과 코크스(석탄)를 녹여 쇳물을 만들기 위해 1500℃ 안팎의 고온 열을 견뎌야 하므로 내화벽돌이 필수다. 연와정초식은 포항제철 시절에도 있었다.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홍보관에는 1970년대 포항제철소를 처음 세우는 과정에서 '혼(魂)'이라는 문구를 새긴 고로 내화벽돌을 전시하고 있다. 당시 경제 성장이 절실했던 만큼 사람들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을 기원하는 진심을 여러 문구로 벽돌에 담았을 것이다. 고로 속 혼이 담긴 내화벽돌은 한국이 제조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주춧돌이었다. 철강업계는 지금 또다른 절실함을 마주하고 있다.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7%를 차지하는 철강산업이 '탄소 다배출' 업종의 오명을 떼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국내 철강사들도 빠르면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로 철광석 산소를 떼어내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개발 중이고, 내년부터 정부와 포스코·현대제철이 실증에 나선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공정 개발 단계는 첨단 수준이 아니다. 친환경을 무기로 탄소 무역장벽을 세운 유럽은 이미 생산설비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이르면 내년 수소환원제철 생산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영국과 독일, 스페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조 단위의 지원금으로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자신감을 무기 삼아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근거로 수입 철강제품에 탄소 배출비용을 부과하는 무역 장벽을 세운다.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해 철강사들의 친환경 경쟁력을 일찍이 키워놓은 뒤 보호무역 기조에서 자신들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려는 속셈이다. 한국 철강사들이 이 벽을 넘어야 국내에서도 기간 산업으로서 핵심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다. 철강 불모지에 처음 제철소를 세울 때처럼 어느 때보다 강력한 기술개발 지원이 절실하다. 친환경 전환은 생존의 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이제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보호무역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철강사들이 생존을 위한 기술 개발 사투를 해나가고 있다. 철강산업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서 나아가 실행까지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서도 곧 '수소환원제철 연와정초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슈&인사이트] 홈쇼핑의 답은 ‘신뢰 큐레이션’

유통은 간단한 수학으로 움직인다. 매출 = 고객 수 × 구매량 × 객단가. 문제는 모든 채널이 이 공식을 똑같이 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홈쇼핑의 해법도 기술 모방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이 대신 골라주는 신뢰'에서 찾아야 한다. 유통의 역사는 기술과 생활양식이 맞물릴 때 도약했다. 철도·전철이 사람을 실어 나르자 백화점은 역세권에서 '고객 수'를 극대화했다. 자동차와 전산 물류가 깔리자 대형마트·창고형 점포는 '구매량'을 키우며 성장했다. 오늘의 온라인은 택배 혁신과 추천 알고리즘으로 '객단가'와 '구매 편의'를 동시에 밀어 올린다. 업태마다 같은 공식을 서로 다른 축으로 풀어온 셈이다. 한때 홈쇼핑은 '집에서 편히, 설명을 들으며 사는' 혁신 채널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응은 단편적 모방에 그쳤다. 디지털 채널만 늘려 '고객 수'를 흉내 내고, 고가·대용량 편성으로 '객단가·구매량'을 억지로 끌어올리지만, 온라인·라이브커머스와의 정면 승부에서 차별성이 옅다. 결국 홈쇼핑이 팔아야 할 것은 배송 속도나 최저가가 아니라, 소비자의 '검증 피로'를 덜어주는 신뢰의 큐레이션이다. 핵심은 쇼호스트의 역할 재정의다. 쇼호스트는 단순 진행자가 아니라 구매 대리인(Proxy)이다. 가격 비교·품질 확인·위험 신호를 대신 봐 주고, 그 과정과 근거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글로벌 아트페어에서 이름난 갤러리 앞에 줄이 길듯, 큐레이터의 브랜드가 작품 가치를 증폭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다. 홈쇼핑도 '쇼호스트 브랜드화'를 통해 신뢰를 자산으로 축적해야 한다. 해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권한과 책임을 묶은 쇼호스트 모델. 상품 발굴·검증 권한을 부여하고, 반품률·재구매율·클레임률 지표를 성과보상과 직결하라. 방송을 잘했다는 주관평가 대신, 신뢰지표를 '현금화'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둘째, 품질·안전 검증 인프라의 전면 업그레이드. 원재료·공정·인증·A/S 체계를 사전에 점검하고, 방송 중에는 근거자료(시험성적서, 리콜 이력, 비교테스트)와 한계를 투명 공개하라. 신뢰는 '노출된 검증'에서 나온다. 셋째, 디지털과 사람의 결합. AI 추천·라이브·숏폼은 보조수단이다. 핵심 메시지는 사람(쇼호스트)의 큐레이션으로 전달하고, 디지털은 그 신뢰를 확산·재방문으로 전환한다. 특히 공영홈쇼핑의 과제는 더 명확하다. 대기업과 가격으로 싸울 이유가 없다. 대신 중소기업·소상공인 상품에 '신뢰의 필터'를 입혀 시장 진입비용을 낮추는 공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방송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동일 카테고리에서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건강기능식품이라면 유효성 근거 레벨(무작위대조·관찰·기전), 원료 출처, 표시·광고 준수도 등을 카테고리 룰로 고정하고, 쇼호스트가 그 룰을 지키며 추천하는 방식이다. 규칙이 쌓일수록 소비자는 '그 채널은 믿고 본다'고 느낀다. 측정도 바꿔야 한다. 단기 매출 대신 △재구매율 △반품·클레임률 △신규고객 유입 중 추천 기반 비중 △방송 후 검색량·구독 증가 같은 신뢰 KPI를 보조지표가 아니라 주지표로 승격하라. 그래야 편성·소싱·보상 체계가 함께 움직인다. 공급자에게도 같은 신호를 줘야 한다. “과장 광고로 1회 매출을 내는 브랜드"가 아니라 “귀찮은 질문에도 답할 준비가 된 브랜드"가 방송 기회를 얻는 구조로 재설계하라. 결국 유통의 공식은 변하지 않는다. 달라져야 하는 것은 어떤 축을, 어떤 무기로 극대화하느냐다. 홈쇼핑이 살 길은 '고객 수·구매량·객단가'의 기계적 확대가 아니다. 소비자가 기꺼이 시간을 맡기고 돈을 예치할 수 있을 만큼 검증을 대신해 주는 신뢰다. 쇼호스트를 큐레이터로, 방송을 '근거가 보이는 추천'으로 바꾸는 순간, 홈쇼핑은 다시 공식을 자기 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 실행은 복잡하지 않다. 모든 상품에 1페이지짜리 '팩트카드'를 의무화하고, 쇼호스트·제조사가 반품·클레임률에 연동해 리스크를 함께 지는 계약으로 바꾸면 된다. 나아가 분기마다 신뢰 KPI를 외부에 공시해 시장의 감시를 끌어들이면, 과장과 왜곡은 자연히 걸러진다. 그 결과 소비자는 '싸서'가 아니라 '믿어서' 사게 되고, 홈쇼핑은 다시 필요한 채널로 돌아올 수 있다. 박주영

[데스크 칼럼] 백척간두의 대한민국號

백척간두, 정말 벼랑 끝 위기다. 2025년 10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다. 국제 정세는 3차 세계대전 직전의 분위기다. 국내도 어느때보다 심각한 정치 양극화, 경기 불황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다. 자칫 초강대국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거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어느때 보다도 높다. 가장 당면한 현안인 한미 관세협상부터 잘 처리해야 한다. 3500억 달러의 현금을 선불로 달라는 미국의 요구는 당연히 부당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똘똘 뭉쳐 있다. 지난 1~2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와 실시한 여론조사 등 대부분의 조사에서 80% 안팎이 “부당하다"는 일치된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협상해서 어떤 결과물을 얻어내냐다.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정과 평화, 경제적 번영 유지 등 '실질적인 국익'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역대 정부들은 모두 말로는 국익과 실용외교를 내세워 왔지만 각자의 이념·가치에 따라 휘둘려 왔다. 특히나 한미 관세협상은 복잡하다. 다른 나라처럼 단순한 경제 협상이 아니다. 북핵의 위협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을 제공받아야 한다. 또 미국은 이미 이달 말 발표될 안보전략에서 고립주의를 심화시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최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전시작전권 회복·강력한 자주국방을 강조하고 내년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린 것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진영 내 반대에도 한미 자유무역(FTA) 협정·이라크 파병을 단행해 장기적으로 큰 이득을 본 것을 되짚어 보자. 협상 과정 관리도 필요하다. 양국간 갈등이 불필요하고 거칠게 노출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손해다. 또 될 수 있는 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에서 한미 정상이 만나 해법을 도출할 수도 있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다. 미국 내에서도 물가 상승 압박, 불법적 이민 단속과 군대 파견 등으로 내전에 준하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다가올 중간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이다. '자신감'을 갖자. 우리나라는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미국이 제조업 부활을 이루고 미·중 패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지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과거처럼 미국이 기침만 해도 몸살을 앓던 시절은 지났다. 무엇보다 국론 분열은 금물이다. 외적 앞에 나라가 똘똘 뭉치지 못하면 아픈 역사가 반복된다. 그런데도 야당은 한미 관세협상을 정치 공세에 이용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한 유튜브의 '전언'을 근거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암살당한 찰리 커크로부터 우리 정부의 종교탄압 소식을 듣고 '관세를 15%에서 300%로 올려야겠다'라고 발언했다는 기사를 보았다"고 전한 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선 말기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청나라에 군대 파견을 요청한 황사영 백서 사건이 떠오른다. 송 원내대표가 애국자라면 가짜뉴스를 전해 매국적 행동을 한 사람들을 꾸짖었어야 했다. 정부·여당도 잘하는 것은 없다.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논란 등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고 내란청산·개혁 완수만 내세운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힘을 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E칼럼] EIA의 저유가 전망···재고 급증·수요 둔화가 원인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2026년의 국제원유 가격 평균치가 배럴당 52달러 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10월 7일자 단기에너지예측보고서(Short-term Energy Outlook)에 전망된 브렌트 원유 기준 예측치이다. 2026년 하반기에는 아예 5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보았다. 52달러라는 가격은 2023년 평균인 83달러, 2024년 평균인 81달러에 비하여 매우 낮아진 것이며, EIA가 예상한 2025년도 평균인 69달러에 비해서도 25% 정도 하락한 수치이다. 더욱이 이 수준은 현재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장에서의 내년도 원유 선물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EIA의 이러한 낮은 원유 가격 전망치가 7월 보고서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8월 보고서부터 하락하더니 3개월째 낮은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EIA는 왜 이렇게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였을까? 가장 큰 이유로 든 것은 원유를 포함한 석유류의 재고가 2025년 여름에 크게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2025년 4분기에 재고량은 2천6백만 b/d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2025년 5월에서 9월까지의 5개월 동안 세계의 석유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1천9백만 b/d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류 소비 감소가 재고량을 늘어나게 하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 EIA는 특히 재고 증가에도 불구하고 2925년 여름 동안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음에 주목하였는데, 이는 중국이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들자 그 대신 비축을 크게 늘리고 있음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중국이 비축을 늘리고 있다고도 분석하였다. EIA는 이러한 추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EIA는 2025년도 4분기에 원유 국제 가격은 62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며, 2026년 상반기에 곧바로 52달러 수준으로, 그리고 하반기에는 50달러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낮아지는 두 번째 이유로 EIA는 국제 석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를 들었다. OPEC+ 에 속한 국가도, 속해있지 않은 국가도 모두 증산할 것으로 보았다. 특히 북중남미의 브라질, 캐나다, 가이아나 등이 2025년에만 2백만 b/d 이상 증산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들이 증산을 주도할 것으로 보았다. OPEC+ 역시 2025년과 2026년에 1.1백만 b/d 정도를 늘릴 것으로 보았다. 한편, 미국의 원유 생산 규모는 2025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국제 수요는 2026년에 1.1백만 b/d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았으며 대부분 BRICs 및 개발도상국에서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EIA는 그러나 천연가스의 가격은 2026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재고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과 수출량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상대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연료인 천연가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26년은 전반적으로 석유류의 감소세 속에 천연가스의 강세가 드러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인 것이다. 21세기 들어서 국제원유가격이 50달러 선 이하로 떨어졌을 때 대부분 그 지속 기간이 1년 정도였고 곧바로 80~100달러 선으로 올라갔었다. 하지만 이번 하락세가 국제적인 경제 침체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면, 이번에는 그 보다는 더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실로 오랜만에 맞이하는 50달러 이하 수준의 국제유가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저유가인데 그저 알아서 하라고 놓아두기에는 우리의 에너지 사정도 이미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저유가의 기회를 살릴 묘책이 필요해 보인다. 불경기에 힘들어하는 중견‧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위하여 이들에게만 낮은 가격으로 석유류를 공급하는 방안은 어떨까. 아니면 중국처럼 이 기회에 전략적 비축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모쪼록 오랜만에 찾아오는 좋은 기회를 현명하게 사용하면 한다. 허은녕

[기자의 눈] ‘숫자’에 약하다는 김윤덕 국토부장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19%인가...제가 수치에 약합니다. 신뢰를 높이려면 수치에 연동해야 하는데..." 지난달 2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말이다. 7월 31일 취임 이래 약 두 달만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본인이 수치에 약하다는 말을 4~5회 반복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겸손함의 표시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직접 현장에서 목격한 김 장관의 어투와 표정, 뉘앙스를 보자면 단지 겸손만은 아니었다. 물론 김 장관의 경력이 전북대 회계학과 졸업이라는 학력에 맞지 않게 숫자를 다소 멀리해 오긴 했다. 3선 출신 국회의원이지만, 국토교통부에 어울리는 커리어가 없는 전형적인 운동권 정치인이다. 굳이 국토부와 업무 연관성을 찾는다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4년 정도 활동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김 장관이 수치에 약하다는 말을 언론 앞에서 반복해서 언급하는 모양새는 어색했다. 특히 그 발언이 나온 대목이 국토부나 김 장관 입장에서 자랑스럽게 답변하긴 어려웠을 서울 아파트값 문제와 국감 질문에서 나왔다는 것에선 '수치에 약하다'는 워딩이 핑계로까지 느껴졌다. 관가를 다니다 보면 김 장관에 대한 여러 소문이 떠돈다. 내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리를 바랬던 김 장관이 갑자기 국토부장관으로 임명돼 실망감이 컸을 것이라는 얘기부터,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출마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는 뒷말도 들린다. 김 장관은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훗날을 도모하더라도 현직에 있는 동안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 국토부의 업무는 국민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주거 문제를 관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 장관이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시작하기 30분 전 경에 서울시가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주거 정책을 놓고 불협화음 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김 장관에게 서울시 대책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9월 29일 서울시의 주택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국토부와 시는 이미 사전에 관련 내용을 조율하고 의견을 소통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토부 주택정책 담당부서가 김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 날은 김 장관이 미디어를 상대로 처음으로 지난 두 달여간의 행보에 대해 본격적인 평가를 받는 시간이었다. 링에 오르기 직전이라도 김 장관 스스로나, 그를 수행하는 보좌진이 서울시의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관련 내용은 간단히 브리핑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든다. 국가 주택정책 수장의 무지(無知)는 자랑이 아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 정부, ‘실용’의 끝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어느날 밤 서울 도심의 한 카페. 스무 살 청년들 서넛이 유튜브 정치 채널을 보며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누군가는 대법원장을 조롱하는 밈을 공유하고, 또 다른 이는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무조건 집값은 떨어진다"며 장담한다. 현실은 결코 단순하지 않지만, 그들의 스마트폰 속 세계는 한 편의 쇼처럼 흘러간다. 문제는 이 환상과 흥분이 점점 더 사회의 의사결정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원래 제도와 법, 차가운 숫자와 데이터에 근거해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감정과 영상, 팬덤과 음모론이 제도를 압도하고 있다. 대법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국회의 의제가 되고, 사실 확인보다 유튜브 채널의 해석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합리적 토론은 자취를 감추고, 여론조사 수치만이 진실인 것처럼 소비된다. 결국 정치가 냉정한 판단을 잃고 흥분의 무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경제와 외교도 걱정스럽다. 지금도 지지부진한 한미 관세 협상을 보자. 정부는 3500억 달러 투자와 관세 15% 인하를 성과라고 홍보했지만, 따져 보면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 한국은 이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고, 투자 규모는 GDP 대비 일본이나 유럽보다 훨씬 무겁다. 투자 성격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합의서 한 장 없이 “성공"이라 포장한 것은 현실을 가린 자화자찬일 뿐이다. 국가 재정을 담보로 한 거대한 모험을 “성과"라 부르는 것은 책임 있는 협상이 아니라 눈속임에 가깝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부동산 정책은 더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28번 대책을 쏟아내고도 실패했던 이유는 수요 억제와 공공임대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주택담보 대출을 제한하고, LH 중심의 공급 확대를 내세웠지만, 정작 민간 건설사들은 움츠러들었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은 오히려 줄고,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멀어졌다. 공공임대 확대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음은 이미 입증됐다. 하지만 집권 세력은 여전히 민간 공급보다는 표심 관리에 유리한 방식에만 집착한다. 시장은 더 왜곡되고 집없는 서민들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에너지 정책 역시 불안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실험으로 원전 생태계가 붕괴된 뒤 이제야 회복 기미를 보이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원전 건설 백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15년이 걸린다'는 이유만로 원전 포기 가능성에 자락을 깔아놓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국가 에너지 안보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도 투자를 멈추고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단순한 정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흔드는 선택이 되는 셈이다. 정치도 과거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반대 진영을 몰아붙였다면, 이재명 정부는 내란 청산을 내세우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국회는 합의와 타협 대신 거대 여당의 단독 처리가 일상화되었고, 관행은 무너지고 있다. 제도와 규칙이 무너진 자리에는 선동과 진영 논리뿐이다. 국민은 점점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대립과 갈등이 깊어진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시민들이 이런 정치 속에서 오히려 '힘을 가졌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대목이다. 유튜브와 SNS는 짜릿한 정치적 흥분을 제공한다. 지지자들은 자신이 국가의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을 맛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범죄자들은 무죄를 받기 쉬워졌고, 피해자들은 변호사비 부담에 시달릴 일만 남았다. 정치적 흥분은 달콤하지만, 실제 삶은 더 고단해진다. 결국 손해는 국민이 본다. 이재명 정부의 문제는 몇 가지 정책 실패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환상에 기대려 한다는 것이가장 큰 문제다. 관세 협상에서 포장된 성과, 부동산과 에너지 정책에서 반복되는 오류, 청산 정치라는 이름의 대립과 갈등, 팬덤 정치와 음모론이 제도를 압도한다. 현실을 외면하고 눈앞의 환상에 취한 결과다. 정치는 흥분과 쇼의 무대가 아니다. 차가운 이성과 냉정한 계산 위에서만 나라가 굴러갈 수 있다. 지금처럼 환상과 감정에 기대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단순히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깊고 심각한 위기로 향할 수밖에 없다.

[장박원 칼럼] 트럼프 식 정치는 정치가 아니고 술수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 요구하는 게 부당하다고 답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전국 유권자 1008명을 상대로 긴급 현안 여론조사를 한 결과다. 미국의 압박에 대한 반감은 영남과 호남, 보수와 진보, 세대와 상관 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조사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언행을 보면 과연 대한민국을 진정한 동맹 국가로 존중하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사실 한미동맹은 한국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을 위한 부분도 상당하다. 대한민국은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적인 질서와 균형 측면에서 미국의 이익에 큰 비 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의 이익과는 관계없는 것처럼 무례한 언행으로 외교 정책을 펴고 있다. 한미 무역 협상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15%의 관세로 합의했으면서도 회담 내용이 귓전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3500억 달러 투자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들고 나왔다. 원금 회수 때까지 각각 50%씩 이익을 분배하고 원금 회수가 끝나고 나면 90%를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투자 방식이나 대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정하겠다고 한다. 횡포도 이런 횡포가 없다. 중세시대 노예를 팔고 사는 강자들의 착취성 경제 논리를 한미 무역 협상에 적용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전쟁 방어용 안보 만을 위한 70년 전과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2025년 한미동맹은 같이 잘 사는 경제 동맹 위에 있다. 미국은 대한민국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과거 우유나 밀가루를 원조 받던 나라가 아닌 세계 10위권의 경제국이며 군사력도 세계 5위 반열에 우뚝 선 선진국이다. 정치 측면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 역량은 충분하다.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는 동행하지 않을 수 없는 불가 분의 관계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성숙된 판단으로 미국을 지켜보면서도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 언행에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진정한 우방이며 동맹국인가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의뢰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우리 국민 80% 이상이 한미 관세 협상이 부당하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3500억 달러라는 현금은 우리 외환 보유액의 85%에 해당한다. 달러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 국민은 그 악몽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우방과 동맹의 기본 이념을 무시하고 억지 요구를 꺾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고 반 트럼프 정서는 더 확산할 것이다.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글로벌 시대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를 하는 게 아니고 혼자만의 정치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관세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할 것 같지만 미국에게, 아니 트럼프 자신에게 부메랑이 될 게 뻔하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관련 기업들도 스스로 무덤을 파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순응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국가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합당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간교하다 못해 치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술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GA)보다 국제사회에서 존경은커녕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장박원 기자 jangbak@ekn.kr

미쉐린코리아 미셸 주 신임대표 취임

미쉐린코리아는 미셸 주 신임 대표가 1일 부임했다고 밝혔다. 1991년 회사 설립 이래 최초의 여성 대표다. 주 신임 대표는 미쉐린 그룹 임원이자 동아시아 및 호주 지역 리더십 팀의 일원이다. 이번 인사에 따라 미쉐린코리아의 모든 비즈니스 운영을 총괄하게 된다. 프랑스 국적인 그는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푸단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ESCP 파리에서 유럽경영학 석사, 인시아드(INSEAD)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미쉐린에서는 유럽 최고 혁신 책임자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여러 주요 비즈니스 리더십 직책을 역임했다. 주 신임 대표는 향후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해 프리미엄 타이어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주 신임 대표는 “한국은 글로벌 자동차와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을 선도하는 핵심 시장"이라며 “임직원들과 함께 사람, 성과, 환경의 전략적 균형을 추구하며 미쉐린의 '모든 것이 지속가능한' 비전을 적극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뱅송 미쉐린코리아 전임 대표는 미쉐린 재팬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롯데지주 컴플라이언스위원장에 박정화 전 대법관 선임

롯데지주는 박정화 전 대법관을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선임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2017년 출범한 롯데지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롯데그룹의 준법감시정책 방향 심의, 계열사의 법규 준수 활동 점검 및 개선, 규범준수 경영 지원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박 신임 위원장은 1991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법조 경력을 쌓았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대법관을 역임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서울행정법원 개원 이래 첫 여성 부장판사이자,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으로서 재임기간 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보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박 신임 위원장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롯데그룹이 될 수 있도록 준법경영 강화와 윤리의식 제고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슈&인사이트] 생산적 금융의 대전환과 국민경제 성장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는 금융 부문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은 자금이 비생산적인 가계부채나 부동산으로 쏠리는 현상을 극복하고, 혁신기업·첨단산업 등 실물경제 성장 부문에 자금을 집중되는 금융 정책을 말한다. 2025년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는 정책금융, 금융회사, 자본시장 세 분야에서 생산적 금융 체제를 구축, 국민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목표로 한다. 정부가 발표한 생산적 금융 정책의 핵심은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조성을 통한 미래 전략산업과 지역경제 집중 투자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벤처 생태계에 장기자본을 공급해 혁신 성장을 촉진한다. 동시에 부동산 금융 관련 공적보증 축소 및 기술금융 강화로 자금 흐름을 전환한다. 이로써, 은행과 보험사는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생산적 투자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핵심성과지표(KPI)를 재정비해 과도한 위험 회피를 완화하고 생산적 대출을 장려한다. 하지만, 금융업권 현장에서는 여전히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금융권은 부동산 및 가계대출의 비중이 높은 데다, 기업대출의 위험과 낮은 수익성으로 생산적 금융 확장에 소극적이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 상향으로 은행의 주담대 자금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반면, 벤처기업 등에 대한 투자 RW는 낮춰 투자 여력을 확대하였으나 금융권 내부의 리스크 관리 관행과 수익 모델 변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손실 흡수 장치 및 세제 혜택 등 추가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금융업권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는 데 또 다른 중요한 문제점은 금융회사의 투자 역할 제약과 업무범위 제한이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는 법적·제도적으로 본업과 밀접한 부수업무 외에는 참여가 어렵고, 기업 지분 보유에도 제한이 많아 사회적 투자나 혁신·지역 재건, 기후 대응 사업 등 생산적 금융 확대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은행의 혁신기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자본 투입과 적극적 투자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제한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은행법을 개정해 '지속가능 사회 구축에 이바지하는 업무'를 은행 본사와 자회사 업무로 허용하는 등 은행 업무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한 바 있다. 국내 금융업권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혁신 투자를 유도하도록 금융 업무범위 확대 및 자율성 부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금융회사가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생산적 금융에 기여하도록 하는 필수적 제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금융업권에서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확산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크다. 우선, 첨단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면서 신성장 동력과 고용 창출이 확대된다. 이는 국내 산업구조의 혁신을 촉진하고,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 완화에 기여한다. 또한, 금융자원의 효율적 분배는 자본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증가시키고, 경제 활력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민소득이 증대되고, 국가 주요 산업의 지속가능한 혁신 투자도 가능해져 국민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은행, 제2금융권, 보험업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각 권역별 맞춤형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은행은 자본규제 완화와 위험가중치 조정을 계기로 기업대출, 특히 중소·중견기업 및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기술금융과 관계형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 제2금융권은 지역 소상공인과 창업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신용평가 모델 개선으로 보다 포용적인 대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은 중장기 자본을 활용한 인프라 투자와 친환경·신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통해 국민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체계 개편과 성과평가 지표에 생산적 금융 비중을 반영하는 등 동기 부여 장치를 강화해 각 금융업권이 생산적 금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정책은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금융업권이 혁신과 지역경제를 적극 지원하는 체제로 변화할 때 국민경제 전체에 긍정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규제 개선과 정책금융 강화, 금융회사의 효과적 리스크 관리와 성과 지표 혁신 등이 이루어져야 생산적 금융이 국민경제 성장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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