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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칼럼]또다시 국민 소환제?

지난 2월 10일 이재명 대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국민 소환제' 도입을 제안했다. 국민 소환제란,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주민 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 소환제는 선출직 지자체 단체장을 포함해 시의원, 도의원. 군의원 등을 임기 중에 소환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소환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는 나라를 꼽자면, 영국, 대만,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키리바티, 키르기즈스탄, 나이지리아, 에디오피아, 팔라우 정도다.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는 국가들 중에,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나라는 영국과 대만 정도다. 영국의 경우, 하원의원들에 대한 국민소환이 가능한데, 소환 절차를 보면, 소환 원인 발생 6주 이내에 지역 유권자의 10% 이상만 소환 청구에 서명하면 국민소환이 가능하다. 투표 절차는 필요 없다. 투표가 필요 없는 이유는, 소환 대상이 형사 문제로 기소돼 실형이 확정된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즉, 범법을 저지른 의원에 대한 실형 선고가 '확정'되면 비로소 소환 대상이 된다는 것인데, 이를 보면, 영국식 국민 소환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원들이 범법 행위로 인해 실형이 확정되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민 소환제는 이런 영국식이 아니라, 해당 지역구 주민의 '일정 수'가 소환 청구를 하면 투표를 통해 소환을 결정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런 국민 소환제 도입 주장과 관련해 몇 가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민주당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국민 소환제를 약속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 실현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개헌안을 공개하며 국민 소환제 도입을 주장했고, 2020년 21대 총선 공약으로 국민 소환제를 내세웠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의 이낙연 당시 후보와 이재명 당시 후보 모두 국민 소환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이런 수차례에 걸친 대국민 약속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태 국민 소환제를 입법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았었다.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을 자주 단독으로 통과시켰는데, 왜 국민 소환제는 '예외'였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니까 실현 의지에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지역구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소환 청구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할 수 있지만, 비례 대표 의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도 궁금하다는 점이다. 비례 의원들을 소환하겠다고 국민 투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민 소환제 도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도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 말고도, 현재의 정치적 양극화가 판치는 정치판 속에서 국민 소환제를 도입하면 정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면, 국민 소환제가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압도적 다수당의 국회 독주를 보면서, 국민 소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난관이 있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국민 소환제를 위해 개헌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그런 고민 중 하나다. 이재명 대표가 국민 소환제를 약속한다면, 이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대표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허언이 아니기를 바란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암호화폐와 달러화의 악어새와 같은 공생관계가 가능할까?

50대 이상 세대는 어린시절 어머니나 할머니가 시장에 가실 때 “쌀 팔러 가"라고 하시고는 고등어, 두부 등 저녁 찬거리만 들고 오신 것을 기억할 것이다. 쌀은 팔지도 않은채 쌀 팔러 가신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오랜 기간 쌀이 우리 경제의 상품화폐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 쌀을 들고 가면 물건을 살 수 있었다. 그러니 돈을 들고 찬거리를 사러 가실 때에도 “쌀 팔러"가신다는 언어습관이 그대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당시 쌀은 자체로도 소비 가능한 상품임과 동시에 화폐로도 사용되었다. 현대 경제가 크게 성정하고 화페 및 금융시스템이 정교해짐에 따라 쌀과 같은 상품은 화폐기능을 잃게 되고, 대신 사용가치는 없지만 국가가 가치를 보증하는 명목화폐만 남게 되었다. 신뢰를 바탕으로한 명목화폐는 현대 경제시스템의 근간이다. 상품화폐야 생산된 상품이 있어야 하지만 명목화폐는 발행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며, 현금 외에도 전자 신호로만 존재하는 형태라도 발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명목화폐는 국가가 가치를 보증해야하고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가치가 보존될 수 있다. 이렇게 명목화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 당시에는 반드시 발행량에 준하는 담보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금이 담보로 활용되었으나, 금의 보유량을 늘리는 것보다 경제의 성장속도가 더욱 빠르게 되자 국가들은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화폐를 발행한 국가들은 그만큼의 국채를 발행해야하며, 이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미국정부가 채권을 발행하여 시장에서 돈을 끌어다 쓰는 경우를 제외하고, 미연준에 채권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경우 새로운 화폐가 발행될 수 있다. 이에 세계의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달러화도 국제금융 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어 금리와 미정부채 수요, 글로벌 정세 등이 달러화 증감에 중요한 요소가 복잡다단하게 연관되게 되었다. 글로벌 무역뿐만 아니라 원유결제, 외환결제 등이 달러화로 이루어지며 미국 외에 전세계 주요 국가들도 달러화를 미정부채 등 달러자산으로 다량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라 하지만 각국의 이해가 얽혀있는 현재, 달러화에 무한한 신뢰를 보낼수만은 없을 것이다. 사실 미정부채가 수십년간 축적되고 미국의 재정적자, 무역적자가 깊어감에 따라 달러화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지 오래다. 이에 복잡한 국제정세로 일부 국가들은 미정부채 보유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달러화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달러를 대체한다는 금에 대해 수요가 증대되어 금 한 돈 가격이 50만원에 육박하기에 이르렀고,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어 달러화 위기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에 2008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달러화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은 매우 큰 권력이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 지도자는 화폐시스템부터 손을 봤으며, 명목화폐를 찍어내자마자 발생하는 주조차익은 국가권력을 확장하는 재원이 되었다. 흥선대원군도 기존 화폐에 대한 일당백이라는 당백전을 발행하여 경복궁을 증건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등 화폐시스템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면 결국 권력도 무너지게 되어있다. 역시 흥선대원군 이후 구한말의 상황이 이를 입증해준다. 제 아무리 슈퍼파워라는 미국도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잃고 달러화 기축통화 시스템이 흔들리게 되면 국제정세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지위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미국도 이를 잘 알기에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같이 미정부채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이벤트에 기민하게 대응해왔고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0 시대에는 새로운 담보를 확보한 듯하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달러패권을 위협한다던 암호화폐를 오히려 역으로 활용하여 달러화의 지위를 견고히 하고자 한다. 이론적으로 비교적 음지에서 통용되던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자산을 미정부채로 규제함으로써 가능하다. 스테이블 코인은 갖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그 편리성과 활용 가능성으로 인하여 이미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 소규모 무역상들도 스테이블 코인으로 대금을 결제받고 있다고 한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양성화 및 제도화로 사용량이 증가할 경우 미국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대되고 이는 미정부채 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미국 재정적자 및 달러화 신뢰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에 들어 이제껏 달러화를 위협할 것이라는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가져가는 데에는 달러와 암호화폐 사이에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도 미국에 움직임을 주시하고 암호화폐 시장을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리문제를 한은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채 수요 저변을 확대하여 중장기 금리가 하락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수현

[신연수 칼럼] 트럼프의 ‘벼랑 끝 전술’

역시 트럼프다. 취임하자마자 전방위적인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다.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의 전형이다. 국제정치 용어인 벼랑 끝 전술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술을 말한다. 트럼프는 1기에 이어 2기에는 더 강하게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모양이다. 우리에게 벼랑 끝 전술은 '국제사회의 문제아' 북한을 묘사하는 단어로 친숙하다. 그러나 사실 원조는 미국이었다. 냉전시대 소련에 대해 핵전쟁도 불사할 것처럼 위기를 고조시키는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원래 미국에 저작권이 있던 벼랑 끝 전술이 21세기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할까. ◇트럼프는 왜? 트럼프의 벼랑 끝 전술은 특히 경제 통상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트럼프가 동맹국이자 이웃나라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선언했을 때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무역전쟁은 대개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다른 나라들의 보복 관세로 이어져 세계 무역이 크게 줄고 경기침체와 대공황이 심해졌다. 세계 경제가 1930년대보다 더 밀접하게 연결된 지금, 미국의 높은 관세가 실현되면 상대국은 물론이고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공급망이 마비되고 물가가 상승하며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 참모와 관료들도 무역전쟁의 위험을 모르지 않을 터, 그런데도 트럼프는 포기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한 달 보류했지만 철강 반도체 유럽 등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트럼프는 왜 이러는 걸까?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에 공장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관세를 내기 싫으면 미국에 공장을 세우라'고 한다.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미국 공장에서 자동차가 완성되려면 관련 부품들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여러 차례 드나들 만큼 오늘날의 제조업은 다국적으로 얽혀 있다. 더 많은 이익과 더 적은 비용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미국 헌법상 대통령은 2번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번이 마지막 임기다. 4년 안에 이 복잡한 산업의 재편이 얼마나 이뤄질까. ◇미국에 대한 국내외적 도전과 응전 트럼프의 전술은 경제적 목적 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 목적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의 지지 세력인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들을 향한 메시지다. 바이든 정부 시절 경제가 활성화되고 성장률도 높았지만 이번 대선 직전 유권자의 70%는 경제가 나쁘다고 했다. 아마존 구글 같은 빅테크와 월스트리트가 아무리 잘 나가도 저소득층은 성장의 과실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불만을 파고들어 보호무역의 기치를 내걸었다. 둘째 미국 정부의 엄청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다. 미국 연방 정부 부채는 36조 달러(약 5경 2천조 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가 넘는다. 트럼프는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을 약속했기 때문에 재정적자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내국세에서 줄어드는 세금을 관세로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셋째 관세를 국내 문제 해결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콜롬비아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을 실은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하자 트럼프는 콜롬비아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콜롬비아는 바로 백기를 들었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 지표보다 정치 사회적 효과다. 자유무역과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미국 노동자들을 달래야 하고, 턱밑까지 추격해오는 중국을 눌러야 한다. 냉전 이후 세계를 1극 체제로 재편했던 미국이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도전받고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들은 발빠르게 움직이는데 …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끝나고 다른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쉽게 변할 수 없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 역시 트럼프 1기의 중국 봉쇄와 보호무역 기조를 상당부분 이어받았었다. 트럼프는 이를 좀 더 거칠고 과격하게 실행할 뿐이다. 벼랑 끝 전술은 자칫 모두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전술이다. 재앙을 피하려면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면서도 우리의 이익을 챙길 현명한 외교가 필요하다. 세계 각 국이 발 빠르게 대미 외교를 펴고 있지만 한국은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꼼짝을 못하고 있다. 조속한 정치 안정과 힘 있는 경제외교 정책이 절실하다.

[이슈&인사이트] ‘국정 겨울잠’ 시기 정치권이 할 일

이강윤 정치평론가 국정 컨트롤타워 유고 상태가 두 달 넘게 지속중이다. 신뢰 위기-불확실성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탄핵안이 인용돼 조기대선이 실시된다 해도 최소 서너 달은 계속될 것이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행정부를 담당하고 있지만 기능이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민들은 현 시기 국정운영의 중심을 국회나 민주당으로 여기는 듯하다. 각 부처 업무보고와 정책발표가 벌써 진행됐어야 할 시기지만 들리지 않는다. 컨트롤타워 부재상태이니 서로 눈치 보며 현상유지만 하는 '로키(low key)'로 가기 때문일 게다. 신진대사를 최저로 하면서 생명현상만 유지하는 겨울잠 동물이 연상된다. 컨트롤타워 부재…겨울잠 자는 동물 연상되는 국정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의 자세가 그래서 중요하다. 명목상 여당인 국힘은 내란 선긋기가 아니라 계엄내란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옹호적이다. 헌법정신으로 보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차원이건 국정운영책임자 차원이건 용인받을 수 없는 태도다. 물론 대선을 염두에 두고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트럼프체제 출범 이후 국제경제와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여러 면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긴장과 기민 대응이 필수건만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다. 계엄내란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처리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맡기고 국회와 각 당은 국정 겨울잠 상태를 깨워야 한다. 이 비상시기에 하는 것도 없고 되는 일도 없는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 대표기관이자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회의 직무유기이고, 각 당의 수권능력 부재 증명이다. 양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재판정 진술 하나하나로 공방을 벌인다.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일텐데 3권분립 정면 위배다. 국힘은 극우세력과 결별하고 국정관리자 역할에 진력해야 한다. 그게 집권여당의 책임이다. 민주당도 탄핵심판이나 내란형사재판은 법원에 맡기고 국정 공동운영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대개혁방안-개헌논의 병행돼야 지금은 계엄내란으로 드러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사회대개혁 우선 순위를 정하는 한편, 큰 틀의 개헌논의도 병행해야 하는 시기다. 즉, 현 단계 주요 의제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차기 대선에서 이런 개혁안(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과 개헌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경쟁이 펼쳐져야 한다. 이게 조기 대선의 주 의제이자 시대정신이다. 조기 대선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종료당하는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는 단순 보궐선거가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대개혁이 절실한 상황이자,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정부는 이미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경험하고 학습했다. 새 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5~6월경으로부터 딱 1년 후면 지방선거다. 내년 초면 벌써 선거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이 없다. 민주당은 '지금은 혼란기이므로 개헌논의는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판단이다. 또 다시 실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판은 법원에 맡기고 정치권은 개혁방안 경쟁해야 계엄령이 발동된 12월 3일 밤 대통령이 누구와 무슨 통화를 했고, 법정진술이 엇갈리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를 두고 각 당이 옥신각신 공방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월권인 동시에, 양 당은 그 진위를 밝혀낼 능력이나 수단도 마땅찮다. 이재명 대표의 정책 우클릭을 두고 정책경쟁이라 할지 모르나 본질은 대선을 염두에 둔 외연 확장방안이다. 총체적 사회대개혁과는 거리가 있다. 진영 간 사생 대결과 양당의 '상대당 무조건 비토'가 현 위기와 직결돼있다. 개헌 논의가 정국불안요소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차원에서 진행된다면 그 자체로 진전이자 현 위기상황의 수습방안이기도 하다. 그간 무수히 논의되어왔기에 개헌의 요체나 쟁점은 대개들 알고 있다. 각 정파는 입장을 제시하면 된다. 선거 도움 여부로 접근하면 주객 전도다. 정책경쟁도 선거용 득표전략(집토끼-산토끼라는 케케묵은 선거공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사회대개혁 방안으로 향도되어야 한다. '일단 집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준비기간 없이 긴급 출범할 수 밖에 없었던 비상정부를 곤경에 처하게 했다.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라 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과거이자 지금도 진행중인 현실이다. 비상 시기 각 정파의 입장변화를 촉구한다. 국민들은 누가 집권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무슨 개혁을 관철시켜 나라의 퇴행을 막고 민주공화국을 굳건히 다질까가 주 관심사다. 그게 곧 선거운동이자 국민들 채점포인트다. 탄핵은 탄핵, 재판은 재판, 대선은 대선이다. 각각 독립된 영역이자 별도 채널이다. 재판부가 할 일과 정치권이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만일 집회 군중의 숫자나 규모로 재판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올바르지도 않을뿐더러 요즘 유행하는 '실용적 자세'도 아니라는 것을 각심해야 한다. 이강윤 정치편론가

[이슈&인사이트] 헌법재판소가 자초한 위기

2025년 2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권한이 헌법재판소에 주어졌다. 헌재에 접수된 수많은 탄핵 및 권한쟁의 사건들, 그중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는 이 나라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헌재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헌재의 위기는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것이다. 헌정사상 두 번밖에 없었던, 그것도 대통령에게만 이루어졌던 국회의 탄핵소추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무려 29번이나 발생했다.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도 탄핵됐다. 누가 봐도 사적 목적이 명백한 탄핵인데도 헌재는 각하할 생각도 없고 심판을 서두르지도 않았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단 하루 만에 탄핵소추 당했다. 단 하루 만에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얼마나 있었을까마는 헌재는 6개월을 꽉 채워 결과를 내놨다. 방통위가 6개월이나 무력화돼도 서두르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재판관의 성향에 따라 정확히 4:4로 판단이 갈렸다는 것도 놀랍다. 법 해석을 놓고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이 재판관의 이념에 따른 것이라면, 혹은 국민이 그렇게 느꼈다면, 헌재 스스로 국민의 불신을 일으킨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특히 탄핵소추의 의결정족수에 의문이 제기된 사건이다. 민주당이 말을 듣지 않으면 권한대행의 대행도 탄핵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기에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의 의결정족수 문제는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었다. 그런 사안을 두고도 아무 설명도 없이 헌재는 마은혁 후보자 임명보류의 합헌성 여부를 먼저 다뤘다. 헌재 대변인은 위헌결정을 전제로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위헌이라며 협박까지 했다. 지금까지 위헌법률이나 헌법불합치 판정난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있는 국회에 대해 단 한 번의 경고도 없던 헌재가 말이다. 어이없게도 마 후보자 임명보류의 합헌성 결정을 불과 두 시간 앞두고 취소했다. 스스로 헌재의 신뢰성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다. 그뿐인가. 윤 대통령 탄핵사건 준비 기일에 국회 측 대리인은 '헌재의 권고에 따라'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였던 내란죄를 심리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내란수괴라며 탄핵해 놓고 내란죄를 빼달라니, 그 무슨 해괴한 일인가. 그것도 '헌재 측 권고에 따라'서라니! 헌재의 중립성을 의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헌재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자연스럽게 재판관들의 과거 행적과 이념 성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언제, 누구에 의해 지명됐느냐에 따라 재판관들이 특정 이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판단의 주된 이유가 재판장의 이념이나 가치라면 문제는 다르다. 앞서 언급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안 결정이 우려를 불러일으킨 이유다. 재판관의 제척사유 유무도 논란이 많다. 단순히 동창이나 동향, 또는 개인적 친분이 제척사유가 아니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건관계자 혹은 대리인과 인척 관계나 고용 등 특수관계라면 얘기는 다르다. 대학입시에도 4촌 이내 친족이 지원한 경우, 입시관리에 참여할 수 없다. 정계선 재판관처럼 남편이 그런 관계에 있다면 당연히 제척을 고려해야 한다. 부부는 무촌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설명도 없이 제척요구를 즉각적으로 거부했다. 헌재가 문제없다고 해서 그대로 믿을 국민이 아닌데도 말이다. 헌재와 함께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시위대가 난입한 것은 있어서는 안될 불행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도 따지고 보면 법원이 자초한 일이다. 과거 이재명 대표의 구속적부심에서 법원은 유죄가 소명되지만 야당 대표임을 고려해 불구속한 전례가 있고, 그 이유도 소상히 설명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는 단 한 줄로 구속해 버렸다. 증거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며 아예 내란죄로 단정했고 '내란수괴'라고 부르면서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다고?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다. 법원에 대한 폭력행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이 사태를 법원 스스로 초래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국민은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론이 어느 쪽이든 다른 쪽 국민은 헌재를 믿지 않을 것 같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명백한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서울서부지방법원과 같은 난동과 폭력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 헌재는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홍성걸

[이슈&인사이트]신문 안 읽는 대통령의 부정선거 타령

지난 1월 21일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 제3차 변론 막바지에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린할 수 있으면 해봐라, 어떤 장비들이 있고, 어떤 시스템이 가동되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선거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라는 차원이었다"고 강변했다. 만약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보낸 병력보다 더 많은 군인을 중앙선관위에 투입할 필요가 있었나. 팩트체크 차원이라면 왜 북파공작 암살조로 알려진 HID 요원에게 임무를 맡겼을까. 팩트체크라면 비상계엄을 선포할 게 아니라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동창인 중앙선관위 김용빈 사무총장을 불러서 정식으로 보고를 시키거나 직접 선관위를 방문해서 확인해도 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니 유튜브에 빠지는 대신 민경욱 전의원이 제기한 2020년 총선 부정선거 의혹 관련 2022년 9월 대법원의 기각 판결문을 법원 종합법률정보에서 인터넷으로 찾아 읽는 간단한 방법도 있었다. 아니면 국정원에게 2023년 7-9월 선관위와 합동으로 실시했던 선관위 보안 컨설팅 실시 결과를 다시 보고하라고 시켰어도 될 일이었다. 대통령은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부정선거와 관련해 국정원의 컨설팅 결과를 근거로 삼았지만 계엄 해제 직후 국정원은 국회에 출석하여 “과거 선관위 직원의 e메일을 해킹해 대외비를 포함한 일부 업무자료가 유출되는 등 선관위의 보안 시스템이 다른 기관보다 취약하다고 판단했을 뿐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라고 다시 보고했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선관위 시스템에)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였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저는 당시 대통령으로서 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라고 주장했지만 같은달 30일 국정원은 기자들에게 "국정원은 선관위 전산 시스템상 많은 취약성을 확인했으나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부정선거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또다시 공지했다. 도무지 믿지 않는 사람이 많겠지만 대통령은 신문을 안 읽기로 유명하다. 김순덕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신문을 안 본다... 지난해 총선 전에도 여권 인사에게 “신문 보지 말고 민심(즉, 극우 유투브)을 들으라"고 했다더니 지난달 15일 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에도 “요즘 레거시 미디어(전통적 신문·방송)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했단다“라고 썼다. 감옥에서는 더 이상 유튜브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대신 티브이 뉴스라도 잘 보고 누가 편향된 것인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요새 언론에서 부정선거 팩트체크가 늘어나서 다행이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자신의 승리가 5-10% 포인트 우위인 사전 예측보다 적은 0.73% 포인트 차“로 끝나서 2022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대통령 면전에서 통계학적으로 반박했다고 한다. 자기가 이긴 선거까지 부정선거라고 했다니 누워서 침 뱉는 대통령이 통계 전문가로서 얼마나 허술해 보였을까. 또 대통령 측은 헌재에서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의 비밀번호 '12345'는 조잡하기도 하려니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결 번호로서 중국 등 외부에서 풀고 들어오라고 만들어 놓은 듯이 기이한 일치성“을 가져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12345는 한국의 119 격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12345가 가장 흔한 비번인데 이를 쓰는 사람은 다 중국과 가깝다는 말인가. 더 황당한 것은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수원의 선거연수원에서 민간인 90여 명이 감금된 정황이 있다는 기사가 한 언론에 의하여 중국인 해커부대 90여 명으로 둔갑된 보도다. 이 기사는 다시 중국인 간첩 99명으로 색칠되었고 이들이 계엄군에 의하여 체포된 뒤 평택항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압송되었다고 재생산되었다. 그나마 주한미군에서 이것이 완전한 거짓이라는 입장을 밝혀서 다행이다. 이준한

[박원주 칼럼]이재명대표, 실용주의 행동으로 보여달라

흑묘백묘론은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의 정치 지도자 덩샤오핑이 했던 말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그의 주장은 이후 중국 공산당이 마오쩌둥의 교조적 정경 통제를 벗어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허용하고 시장의 문을 열게 되는 개혁개방정책의 시발점이 되었다. 덩샤오핑의 개혁은 당시 마오쩌둥과 소위 4인방에 의해 주도되었던 문화혁명의 후과로 북한보다 못 살 만큼 피폐했던 중국을 오늘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 국가로 올려 세운 획기적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덩샤오핑의 개혁이 모든 면에서 바람직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덩샤오핑의 공산당은 당의 절대 권력에 기대어 정치와 경제를 모두 국가가 장악하던 이념적 사회주의를 벗어나 시장 참여자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는 대신 공산당을 비롯한 기득권 엘리트들이 경제적 이권의 배분에 개입할 수 있도록 묵인했다. 그러한 개혁은 급속한 경제성장이라는 성과와 동시에 사회와 국정 전반의 부정부패, 그리고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당장의 시급한 개혁을 위해 잠재적인 반대 세력들까지 모두 만족시키려 했던 덩샤오핑의 선택은 쥐만 잘 잡았던 것이 아니라 벽지를 찢고 가구를 갉아먹는 버릇없는 고양이들이 창궐하는 세상을 열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십 년 후 집권한 시진핑 주석이 당에 의한 절대적 통제와 분배 우선주의 정책, 즉 사실상 마오쩌둥으로의 회귀를 주장할 수 있었던 씨앗은 이미 덩샤오핑 시대에 뿌려진 것이다. 그렇다면 덩샤오핑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나? 단연코 그렇진 않다. 그의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여전히 꽉 막힌 대나무숲 뒤에 숨어서 상상속의 평등과 인민 행복을 부르짖는 가난하고 정체된 나라로 남아 있거나, 서로 다른 민족들로 갈갈이 찢어져 형체도 남기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행복한 선택은 없다. 공동체를 위한 하나의 결단은 항상 이익을 보는 자와 손해 보는 자를 낳게 되어 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손해 보는 이들을 설득하고 이익 보는 이들을 최대한 늘려서 사회 전체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정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품에 안는 포용의 정치여야 한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집합이론에 빗대어 이야기해 보자. 두 개의 서로 다른 집단이 일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 공유하는 부분을 교집합이라고 부른다. 각자가 가진 공간 중 공유된 부분을 제외한 것을 여집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각자가 가진 모든 공간을 합친 것을 합집합이라고 한다. 정치를 하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행위는 바로 교집합에 속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정책이므로 쉽게 결정하고 욕도 안 먹을 수 있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서 서로 상대방이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험악한 분위기라고 한다면 각자가 자기가 소유한 여집합만을 주장할 것이다. 심지어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세상에 미래가 있을 리가 없다. 될성 부른 사회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나나 우리 편에게 이익이 안 되더라도, 혹은 손해가 되더라도, 상대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서로 내려 준다면 모두의 이익의 총합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피해가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의 합의를 통해 보상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런 보상은 이익 보는 지분의 일부를 공유하거나 국가재정의 문을 열어서 해결할 수 있다. 합집합의 정치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난 수년간 우리 국민들은 제 정신이 아닌 정치를 보아 왔다. 보수와 진보의 각 정파가 서로 찢어져서 상대편에 이익이 되는 결정이라면 무엇이든 반대부터 하고 보는 여집합의 정치를 목도해야 했다. 국정이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었을까? 좌파 종북주의자라며, 독재자라며 엄연히 국민이 선출한 정치 지도자들을 서로 범죄자로 낙인찍기 바빴다. 정의롭고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할 국가 권력을 자기 이익을 위해 남용했으리라는 의혹도 도처에서 쏟아지고 있다. 서로의 발목 잡기가 꼬리를 물면서 결국에는 전대미문의 계엄령과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국민들은 살기 힘들고 앞길이 막막하지만 자기가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정치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심지어는 탄핵 법정에 서서 '계몽령'이라는 전대미문의 헛소리를 하는 모습까지 보아야 한다니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우리도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기 정치 집단의 성향이나 이익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도 국익에 부합한다면 과감하게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주주의와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제하기 위해 친시장적인 개혁과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았을 수송용 유류 가격개편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휘발유, 경유, LPG 가격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도록 했다. 보수 지지층에 의해 빨갱이로 매도되고 퇴임 후에는 정치적 탄압으로 불행한 선택까지 강요 당해야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사회 각계각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FTA라고 하는 가장 논란이 컸던 통상 정책의 변혁을 일구어 냈다. 경제성장의 전설을 등에 업고 보수 대표주자로 등단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 출신 경영자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대중소기업간의 동반 성장과 산업 생태계 복원이라고 하는 친진보적인 규제 어젠다를 가장 강력하게 추진했던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상대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는 통 큰 합집합의 정치야말로 우리 공동체와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주는 책임 있는 행위인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선택은 없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르며, 부작용은 온전하게 선택한 자가 지고 가야 할 짐이 된다. 부작용이 두렵다고 선택을 안 하거나 모두가 공감하는 선택만을 한다면 그런 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 최근 우리나라 거대 야당의 대표가 공식적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인용했다. 덩샤오핑의 선택이 가져왔던 부작용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해야 했던 덩샤오핑의 고민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극한 대립의 정치 구도속에서 좌파 극단주의자로 비난받아 왔던 그가 중도에 선 많은 국민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진정한 지도자로서의 격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의 거대 야당은 더 이상 집권당의 실책을 비판하는 견제자로서의 역할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야당 단일의 의사 결정만으로도 많은 개혁입법들을 성사시킬 수 있다. 그러한 결정들이 국가와 국민의 삶과 미래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기존의 이념과 가치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이제까지 성공했던 다른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친화적이고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대안들부터 보다 과감하게 택해 주기를 바란다. 기업과 가계에 부담을 주는 규제들은 꼭 필요할 때 사회적 동의를 얻어 제한적으로 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지금 충분히 행동할 수 있는데 정권을 얻고 난 뒤에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안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당장 실용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여당 또한 힘을 합쳐 주어야 한다. 위난의 시기에 국정 주도권을 둘러싸고 야당의 주장이라고 반대부터 하고 보는 여집합의 정치를 해선 안 된다.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실용주의자는 우리 국민들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보수든 진보든 국태민안의 시대를 열어 주는 고양이가 더 좋다. 박원주

[이슈&인사이트]헌재에 세워지고 있는 높고 단단한 이념 콘크리트 둔덕...

무안공항 제주여객기 참사의 사고 원인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와 랜딩기어 미작동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활주로가 끝난 부분에 설치돼 있는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이 가장 큰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로컬라이저는 부서지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공항공사는 “부서지기 쉽게 만드는 방안을 확보하라"고 지침까지 내려놓고도 설계업체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더 강화한 설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참사를 초래했다. 규정을 지켰다면 비행기가 폭발하지도 않았고 피해도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무안공항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들이 다수를 점하면서 높고 단단한 이념 콘크리트 둔덕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법연구회는 1989년 출범해 2018년 해체된 법원 내 사모임이다.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을 전개하던 운동권 사람들이 사법부에 진출하면서 결성한 것이다. 정치적 편향성을 두고 있고 요직을 주고받는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 '사법부의 하나회'로 불린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중 3명이 우리법연구회와 인연을 맺고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정계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미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은 근무한지 이틀 만에 탄핵소추되었다. 이틀 동안 근무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일을 얼마나 많이 심각하게 저질렀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편향된 재판관 4명이 탄핵 인용에 손을 들었다.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문형배 직무대행이 좌편향되었다는 것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후 SNS에 남긴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문 직무대행은 한국을 구하기 위해 온 유엔군을 북침하기 위해 온 듯이 썼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수십만 명의 외국 청년들이 극동의 가난한 신생국 한국에 와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쳤다. 문 직무대행에게 묻는다.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왔는지 정말로 모르는 것인가? 문 직무대행의 편향적인 정치관이 드러나면서 정상적인 헌법재판관 역할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천재현 공보관은 “대통령 탄핵 심판의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 대상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지, 그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지는 것으로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진숙 위원장 탄핵심판에서 이념적 성향에 따라 탄핵인용을 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여기에 더하여 헌법재판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우리법연구회 출신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마 후보자가 합류하면 우리법.국제인권법 연구회 재판관은 4명이 된다. 특히, 마은혁 후보자는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강성 진보좌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신드룸을 일으키고 있는 전한길 한국사 일타강사는 유튜브 영상에서 “우리 국민은 모두 속고 있었다. 무너진 대한민국의 사법체계 특히 헌법재판소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부패했고 이미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이며 자유대한민국 체제는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은혁 후보자가 합류하면 헌법재판소에는 더 높고 단단한 이념의 콘크리트 둔덕이 구축된다.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소 공정성은 정말 기대할 수 없게 되고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파운드리 부문 분사는 삼성전자 난국 수습의 실마리

2014년 당시 독일 총리였던 메르켈이 독일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삼성전자(삼전)의 경영혁신 비법을 알려달라"고 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같이 각국 정상들이 한국 대통령보다도 더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삼전의 이재용 회장이다. 삼전이 8만 전자에서 5만 전자로 날개 없는 추락을 할 때도 한국민은 자손에게 물려줄 주식으로 삼전을 생각하고 외국인의 무차별 매도를 받아냈다. 그런데 지금 종합전자 회사인 삼전은 반도체를 하도급 생산하는 회사에 불과한 대만 TSMC 시총(1,700조 원)의 1/5인 350조 원에 불과하다. 2015년만 해도 삼전의 시총은 TSMC의 2.5배였다. 반도체 공정은 설계, 제조, 조립으로 나뉜다. 설계만 하는 회사를 팹리스(Fabless), 제조만을 하는 기업을 파운드리, 조립 및 검사를 하는 기업을 OSAT라고 한다. 여기에 인텔이나 삼전과 같이 설계 제작, 조립을 일괄공정으로 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IDM)가 있다. 팹리스는 공장(Fab) 없이(less) 설계만 한다는 의미다. 빅테크에 속하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이 대표적인 팹리스 회사다. 한국의 팹리스 기업에는 LX세미콘, 에이디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파운드리 기업은 팹리스 기업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제작만 하는 회사로, 대표적 회사는 TSMC, 미국의 Global Foundry, 중국의 SMIC 등이 있다. 반도체 조립과 테스트를 하는 OSAT 기업으로는 미국의 AMKOR, 대만의 SPIL, ASE 등이 있다. 한국에는 하나마이크론, SFA반도체, 네페스 등이 있다. 과거의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대량 생산 체계에는 일괄공정의 IDM이 대세였다. 그러나 삼전과 인텔의 예에서도 입증되는 바와 같이 다품종 소량시스템에는 부적합하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비메모리 반도체에는 공정의 수직 분업이 요구된다. 이에 삼전도 반도체 공정의 수직적 분업의 하나로 지난 2021년 이후 파운드리를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 2024년 TSMC는 파운드리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60조 원에 달하지만, 삼전은 약 4조 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2024년 말 TSMC가 시장점유율 65%인데 삼전은 한 자릿수로 추락한 결과다. 삼전 난국 수습의 실마리로서 파운드리 분사와 미국 상장을 제기한다. 이는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분사하고 이를 미국에 상장하는 것은 어떨까?" 2022년 7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낸 리포트 '지경학 시대와 반도체'에서 제기한 내용이다. 삼전의 실무진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를 시기상조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대로라면 TSMC의 독주를 막을 길이 없다. 'TSMC, 세계 1위의 비밀'(2025년)의 저자 린훙원은 TSMC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삼성이 고객 신뢰 다시 얻는 게 시급하다고 전제한다. TSMC와 삼전의 파운드리 사업 결과가 차이가 나는 것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TSMC는 파운드리에 전문화된 회사이기 때문에 품질과 연구개발 속도에 우월성이 있다. 둘째는 애플과 같은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삼전의 다른 부문과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제작 전문회사이기 때문에 자사의 반도체 설계도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삼전에게는 불안하다. 셋째는 인재의 문제다. TSMC에서는 파운드리가 주업이기 때문에 가장 우수한 인재가 집합된다. CEO인 웨이저자를 비롯하여 28명의 이사 중 17명이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반면에, 삼전에서 파운드리 사업부는 삼성후자에 속한다. 그만큼 인재 확보가 어렵다. 삼성후자는 삼전을 제외한 그룹 계열사들의 자조적인 표현이다. 최근에는 삼전 내부에서도 전자와 후자로 나눈다. 삼전 내부에는 초과 실적 성과금으로 연봉이 50% 격차가 나타난다. 동기부여가 되는 전자가 있다면 사기가 저하되는 후자가 있다. 후자에는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 윤덕균

[이슈&인사이트]유럽의 그린란드, 아메리카로 가는가?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고 언급하였으며, 필요하다면 무력의 활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것은 부동산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언급일 수도 있지만, 그린란드의 지리적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린란드는 북아메리카 캐나다에서 동북 방향에 위치하며, 대서양 건너편인 유럽인 덴마크의 자치령이다. 이 지구에서 가장 큰 섬에는 6만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주로 해안에 거주하고 있다. 그린란드의 이러한 지리적 특징은 북아메리카와 유럽 사이의 바다인 북대서양 또는 북극해의 중요한 수송로의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즉 그린란드는 현대 사회에서도 북아메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수송로에서 중간 보급기지로서 역할을 하였고, 이 해역을 지배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하여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린란드의 중요성도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곳에 매장된 천연가스부터 희토류 같은 경제성 높은 여러 지하자원이나 인근 해역의 개발가능성도 그린란드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 그린란드는 북극 지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북극 지역의 중요성이 경제적 활용에만 연결된 것도 아니다. 국제사회와 여러 국가는 북극지역에 관한 최근 정치안보적 중요성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른바 '미중경쟁' 또는 '신냉전'의 확장된 무대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라는 전지구적 위험성이 특히 북극지역에 두드러진 영향을 주기도 하고, 북극지역에 존재하는 소수민족과 새롭게 진출한 문명세계의 갈등도 북극지역의 생태환경적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원인이다. 경제-안보-환경-인간 등의 여러 주제와 대상이 얽힌 복잡한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북극지역은 대체로 지구의 북극점과 북위 66도 이상의 고위도 지점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며, 이 공간에 영토가 존재하는 국가들은 북아메리카의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5개국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덴마크, 그리고 러시아가 포함된다. 특히 러시아는 북극해에 가장 길게 접하고 가장 많은 영토를 북극지역에 두고 있으며, 미국은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이후 북극인접국이 되었다. 이 북극인접국은 1990년대 '북극이사회'라는 그룹을 형성하며, 북극에 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논의와 규율을 시작하였다. 많은 국제사회 구성원들은 북극이사회 참여를 원하였는데, 북극이사회에는 '옵저버'라는 지위를 만들어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3국 등을 옵저버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북극이사회 운영은 북극인접국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북극지역이 원칙적으로 북극점 중심의 바다인 북극해가 대부분이며 북극해는 주로 얼음이 차지하고 있는데, 북극지역의 아래쪽 일부분에 위 8개국의 일부 영토가 접한 상황이다. 이러한 모습은 지구 반대편의 남극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남극은 하나의 독립된 대륙 즉 육지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북극 문제가 여러 복잡하고 통합적 규율이 아닌 상황인 것에 비하면, 남극 문제는 비교적 통일적인 규율체계의 통제를 받고 있다. 1959년에 체결된 남극조약과 이 다자간 조약의 철학을 반영한 여러 세부적인 조약들이 '남극조약체제'라는 통일적인 국제법 체계로 남극문제를 규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남극대륙은 어느 국가의 영토도 아니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과학연구 등만 허용된다. 한국은 북극이사회에서 옵저버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북극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한다. 북극점에 가까운 스발바르 제도의 북극연구기지에서 한국의 연구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의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 산하의 극지연구소와 해양수산개발원 등이 과학/정책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연구쇄빙선 아라온호가 북극항로 개척과 북극해 연구를 위한 항해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외교부에는 극지협력대표(대사)가 북극에 관련된 국제협력을 위한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2021년에는 '극지활동진흥법'을 제정하여 국제사회 활동, 전문가 육성, 인식 및 교육 확산 등을 위한 장단기 계획수립과 실천이 이루어진다. 북극지역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은 여러 면에서 한국에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지역의 환경문제가 경제개발 방법의 대안을 요구하는데, 한국기업들은 전통적인 방법들이 지배하고 있던 기존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 대안을 제시하거나 적응하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환경보호를 추구하는 녹색경제 개념에서 발전한, 이른바 '청색경제' 개념이 환경보호와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과학기술 적용과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낳으면, 한국의 경제에 활로를 열어주는 무대가 마련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극인접국을 포함한 여러 국제사회 구성원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김봉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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