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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한국인의 캄보디아 국제범죄조직 가담은 새로운 국가 안보 위협

최근 중국인이 주도하는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한국인 대학생을 고문 후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지금 시대 어떻게 외국의 범죄 조직이 한국인을 납치하여 살해할 수 있는지, 이런 상황을 방치한 주캄보디아 공관과 무능한 한국 외교를 이대로 뒤도 되는지 뜨거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피해를 당한 많은 한국인은 선량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이들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자발적으로 가담하거나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캄보디아행을 선택한 잠재적 범죄자들의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혼인 빙자 사기), 주식·코인 리딩방 등 악랄한 범죄를 주도하여 선량한 우리 국민에게 고통을 준 세력이다. 이들은 사실 국제 범죄 조직 몸통의 일부였다. 국가정보원도 10월 22일 “캄보디아 내 스캠(사기) 범죄 조직에 가담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규모가 최대 2,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하며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암울한 사태가 확산한 배경에는 40년 독재로 부정부패와 비리로 찌든 캄보디아가 있다. 특히 캄보디아 지배층이 범죄 조직과 결탁해 불법 활동을 비호 혹은 묵인하고 있으며, 국정원은 캄보디아 사기 범죄 조직의 수익이 캄보디아 GDP(국내총생산)의 절반일 정도로 거대한 규모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충격적이고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캄보디아는 1970년대 가장 순수하고 이상적인 공산주의 낙원 건설을 꿈꾸던 폴포트가 집권하여 700만 명의 국민 중 200만 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상상할 수도 없는 악행을 저질렀던 곳이다. 이후 권력을 장악한 훈센 총리 치하에서 많은 발전을 했지만, 캄보디아는 지금도 여전히 문맹률이 높고 고급 인적자원 부족한 후진국으로 남았다. 이런 환경이 중국 범죄 조직이 세력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제 캄보디아는 사실 중국 공산당과의 연계가 의심되는 중국범죄단체가 국정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캄보디아만 아니라 미얀마, 라오스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마수를 펼치고 있다. 캄보디아는 겉보기에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내전으로 황폐해진 미얀마, 해적이 날뛰는 소말리아, 테러 집단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내전과 종교분쟁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와 같은 '실패한 국가'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실패한 국가'를 장악한 범죄 조직이 전쟁, 테러, 자연재해에 못지않은 국제사회 안보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 국토의 60% 이상을 장악했고, 조직원은 특수부대를 포함한 준 군사 조직이 되었으며, 멕시코 정부도 이들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범죄 조직이 국가를 지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미국은 국방부가 의회에 보통 4년 주기로 제출하는 최상위 국방 전략 문서인 2025년도 '국가방위전략(NDS)'에서 아시아보다 미국 본토와 서반구 방어를 우선시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확산하는 국제범죄가 전쟁이나 테러와 못지않은 도전으로 미국의 국익과 안보를 위협할 만큼 큰 문제가 되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우리 한국도 북한과 전쟁 같은 대규모 재래식 위기 이외 미래 다양한 도전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이미 국가 안보 위협은 코로나 등 보건 위기, 사이버전, 테러, 다국적 범죄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었다. 이번 캄보디아 사태는 한국의 군사력과 정보 능력도 이에 맞게 창의적이고 유연하며 탄력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이번 캄보디아 조직범죄에 가담하거나 연루된 한국인 범죄자들은 단순 범죄자들이 아니라 외국의 적대세력과 결탁해 한국의 국익과 안전, 안보를 위협한 잠재적 외환 세력이다. 외환죄는 외부로부터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최악의 범죄이다. 이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우리 국민의 삶을 파탄 냈다.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해 발본색원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 캄보디아만 탓할 일인가

이강윤 정치평론가 느닷없었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신문방송에 캄보디아사태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한국 대학생의 죽음으로 촉발되었다. 1보는 끔찍했고 경악스러웠다. 일거리를 찾아 캄보디아에 갔던 대학생이 감금 고문 폭행끝에 사망했다. 사건의 얼개가 정확히 분간되기 전에 여론은 들끓었고 구출송환 얘기가 나왔다.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정부로서는 당연한 얘기이기도 했다. 아직 진상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 급기야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터져 나왔다. 캄보디아에 군대를 파견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 민주당 3선 이언주 의원과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민수 씨 등이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군대라니! 파병이 무슨 의미인지나 알고 발언했을까. 서울 대림동 등 조선족 밀집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소란이나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대처와 해결에 물론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한국에서 중국인 범죄 가‧피해와 사건 연루가 많으니 중국 군대를 보내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캄보디아 측에서 보자면 파병은 침략에 준하는 행위일 것이다. 파병이라는 몰상식적 주장을 편 정치인들, 아직까지 사과나 해명조차 없다. 개탄스럽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일부 정치인들의 몰상식 발언만 문제가 아니다. 군대파견 역시 개돼지 발언과 다름 없다. 정치 이전에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지 의아한 경거망동이다. 양국 교섭 끝에 정부는 전세기를 보내 구금중이던 한국인 64명을 1차로 송환했고, 우리 경찰은 59명은 구속영장, 5명은 석방조치를 내렸다. 우리 정부는 캄보디아에 한국인이 최대 2,000명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언제,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멀리 캄보디아까지 갔을까. 국제범죄조직의 꾀임에 넘어가 고수익 알바에 현혹돼 간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들은 일단 피해자다. 그러나 그렇게 건너가 그들이 한 일 중에는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인 사람도 일부는 있을 것이다. 일단은 현안으로 대두된 한국인 안전송환이 급선무다. 본질적 해결책은 왜 한국의 젊은이들이 그 멀리까지 가서 취업이라는 형태의 피해를 당하고, 한편으로는 극히 일부겠지만 부분적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진단, 그리고 대책 마련이다. 그들이 한국에서 일 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거기까지 갔겠는가. 일자리 대책과 사회환경 개선이 본질이다. 그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일단 한국인들의 안전책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해결은 아니다. 청년실업대책, 공교육의 붕괴와 희망을 찾지 못하는 세대에게 이상한 방향으로 탈출구가 열리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 이전 정부와 현 정부 사이에 책임 소재를 가리려는 것도 본질적 해결은 아니다. 그 많은 한국인들이 어느 정부 때 캄보디아에 갔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들이 갈 수밖에 없었는지와, 재캄보디아 한인 중 일부가 본국송환을 거부하고 있는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만드는 일이다. 이전 정부와 현 정부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소재로 활용하거나, 책임소재가 어느 쪽에 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사태 해결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논쟁이 흐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 대학생의 억울하고도 참혹한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캄보디아사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압축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을 꾀어 범죄행위에 이용한 국제범죄단체를 발본색원해야 함은 물론이고, 안으로는 우리 내부에서 그런 범죄조직의 꾀임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국가와 정부가 할 일이다. 캄보디아 일부 공권력의 부정부패와 소극적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분명해보이나 그것이 이번 사태의 주 요인은 아닐 것이다. 양은냄비가 팔팔 끓어올랐다가 다시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잦아드는, 그간 숱하게 겪어왔던 일관성 들끓음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할 일이 많다. 이강윤

[이슈&인사이트] 원화 스테이블코인, 해볼만하지 않을까?

일상적인 거래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한 덕목 중에는 “안정성"이 있다. 극단적인 예로 식당 밥값이 하루는 만원이었다가 다음날 만오천원이었다가, 또 하루가 지나니 8천원이 되어있다면 밥맛이 뚝 떨어질 지경이다. 물론 대부분의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식당의 경우 음식값을 달러로 매기는 특이한 식당이 있기는 하다. 이는 예외로 하자. 일각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유통의 범위 측면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경쟁력이 없어, 금방 소멸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물론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원화는 한국을 떠나는 순간 내재가치가 영(零)으로 수렴하는 명목화폐 또는 법화인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의 그림자와 동일하므로 그 가치도 해외에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이는 우리가 부정하고 싶어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국제화에 있지 않다. 앞서 예시를 들었듯이, 가격의 안정 측면에서 국내에서 유통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면 그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외에는 없다. 한 예로 일부 우려와 같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유일한 스테이블코인이며 이를 활용하여 경제활동을 하려고 한다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달러로 표기해야만 한다.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는 이내 계산이 복잡해진다. 휴대폰을 꺼내서 현재 환율을 학인하고 이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원화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는 곧 매회 거래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할 뿐만 아니라 거래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온라인에서나 가게에서 자동으로 계산하여 공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원화표시 가격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이와 같이 가격변동이 나타나는 경우, 소위 “위험을 기피하는" 소비자는 소비를 꺼리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을 자주 변경하여 판매자 수익의 안정을 꾀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같은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낫다는 논의에 기반한다. 가격을 달러화로 책정하게 되면 원화표기 가격이 계속 변하게 될 것이고, 원화로 가격을 책정할 경우에는 달러화 가격이 계속 변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도 우리나라 소비자에게는 달갑지 않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를 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소비자는 달러표기 가격도 안정화되기 바랄 것이다. 한편, 이 물건 또는 서비스 가격이 익숙할 원화 단위로 얼마인지 가늠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원화표기 가격도 안정화되길 바랄 것이다. 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딜레마라고 볼 수있다. 우리가 미달러화를 도입하거나 달러화 가치에 원화를 고정시키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경제로 전화하지 않는 이상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거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이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해외에서 개발된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것과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을 확장해가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들여와 정착시키는 것이 해외송금 등에서 일견 나아보일 수는 있을 것이나, 우리의 토양에서 태생한 시스템이 성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리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이 비록 국내에 대부분 한정되어있고 달러에 비해 잠재력과 경쟁력이 약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우리나라도 이 자리에서 5천년을 버텼고, 원화가 아직 국제통화는 아니나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도 아직 살아남았다. 오히려 원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어느나라보다 선진화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경우, 원화의 국제화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루어질 기회를 잡을 지도 모른다. 불안보다는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추진해볼만 하다. 김수현

[이슈&인사이트] 성장-소비 선순환에 올라가는 자산 시장…그러나 무너지면?

미국 주식은 AI 산업 붐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다. 초창기 AI 산업을 이끈 엔비디아의 주가가 지금은 잠시 주춤거리지만 구글, 애플, AMD 등 빅테크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과 전망으로 소위 순환매 장세를 이끌면서 시장 상승의 건전성을 더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다음 주 연준회의(FOMC)에서 최소 25bp 금리인하가 예상되면서 유동성 추가 공급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 정부 셧다운도 다음 주까지 해결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가장 문제가 되었던 관세정책은 관세부과의 타겟이었던 중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면서 이번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기간동안 두 정상간의 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협정을 방해하고 있는 희토류, 대두, 펜타닐 3대 문제가 해소되면서 미-중간 무역 협정이 타결될 거라는 희망이 시장에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코스피 역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2017년 이후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킬 거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만의 ADATA 천리바이 회장은 “D램, 낸드플래시, 하드디스크(HDD)까지 4대 주요 메모리 제품이 동시에 부족한 건 30년 업력 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라고 하면서 AI 고정 수요가 과거 3~4년 주기의 메모리 경기 순환을 완전히 깨뜨리고 있고 이번 호황기는 최소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을 중단한다고 예고한 DDR4 16Gb(기가바이트) 현물 가격은 석 달 새 약 44%나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4배(413%) 넘게 뛰었다. DDR5 16G 제품 역시 1년 만에 약 83% 비싸졌다. 특히 DDR4 칩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하려는 고객이 줄을 서고 있는 상태다. 지금 자산 시장이 오르는 이유는 미국의 성장, 특히 AI 산업에 대한 기대를 머금고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성장이 흔들리더라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나와 유동성의 힘으로 자산 가격이 올라갈 수 있기에 돈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올라버린 자산 가격으로 소비를 늘리니 소득 하위층의 소비가 줄고 있음에도 전체 소비가 양호하게 버텨주고 있다. 자산 가격의 상승이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성장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고 올라버린 자산 가격이 소비 성장을 자극하니 또 자산 가격이 오르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만약 주식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 전반이 어떤 충격을 받아 무너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가가 하락하면 소득 상위층의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소득 하위층의 소비는 초토화 되어있는데 상위층의 소비까지 줄어들면 전반적인 소비 위축의 민감도가 높아져 자산 가격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거다. 그렇다면 어떤 리스크가 자산 가격의 하락을 만들 수 있을까? 예상 외의 인플레이션, 국가 부채의 문제, 은행권의 신용 위험,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 미중간의 갈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관련 규제 등. 하지만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은 J.P Morgan의 다이먼 회장과 무디스 수석연구원 마크 잔디 등 유명 비관론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버블을 키워 가고 있다. 상승론자들은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돌아왔기에 앞으로 최소 2년간 자산 시장 상승은 이어질 거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가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용기 있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항상 욕심과 두려움의 경계에 서 있다. 재무투자론 1장에 나오는 영원한 딜레마 두려움(Fear)과 욕심(Greed) 사이에서 투자자의 고민은 계속 이어질 거다. 최용

[이슈&인사이트] 보이스피싱이 만든 모두의 지옥

기나긴 추석 연휴가 끝나갈 무렵 충격적인 기사가 보도되었다.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납치된 대학생이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는데 시신을 한국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내에서 기존에 보이스피싱으로 많은 피해 사례가 발생했기에 기사를 접한 국민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런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서인지 정치권에서 나오는 타국 영토에 군대를 파견하자는 도를 넘어선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왜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차분한 성찰이 필요하다. 국내에선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이른바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으로 인한 피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했다. 음성(voice), 개인정보(private data) 및 낚시(fishing)가 결합해 미리 파악한 개인정보와 전화를 이용한 사기라는 의미로, 현대적 의미의 보이스피싱은 대만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도 겪었던 1997년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휩쓸 당시 대만에서 실업률이 급증하자 취업할 곳을 잃은 청년들이 쉽게 이익을 얻는 범죄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대만 경찰의 단속을 피해 한국, 중국 등 주변 국가로 도피한 사기범들이 보이스피싱 기법을 전파했고, 시대 변화와 각국의 환경에 맞춰 진화를 거듭했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오레오레 사기'라는 친인척 빙자 사기가 지속됐고, 한국에서는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등 관공서 사칭부터 투자 정보 링크를 포함한 문자 메시지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연애 사기로 발전했다. 중국에서도 2010년대 이후 피싱 사기가 증가했는데 발신자 전화번호 변경,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얼굴, 목소리 변조 등 첨단기술까지 동원한 사기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이 점차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양산하자, 2020년대 들어 한국, 중국, 일본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엄중히 처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강경 엄벌 기조에 따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본거지를 감시의 눈이 소홀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옮기며 세를 확장했고, 그렇게 기업화된 범죄 조직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는 사실 이전부터 많이 있었으나 정부의 대책은 항상 한 발짝 늦곤 했다.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임을 깨닫고 피해금을 이체한 계좌 정지를 신청해도 실제 정지까지는 시간이 소요되어 환급이 어렵거나 심지어 추가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이 범인을 검거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은 해외에 있고, 검거되는 것은 주로 현금 인출책이나 통장 명의자에 불과해 발본색원이 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에서도 국제형사사법 공조를 통한 주범을 검거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피해 신고를 받아도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말만 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수사기관이 잡지 못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을 개인이 직접 검거하는 영화까지 나올 정도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가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나 추락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해외에 있는 총책 등 주범은 처벌하지 못하면서 국내에서 검거된 방조범들만 엄벌에 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장 명의를 빌려주거나 현금을 대신 인출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돕는 것은 분명 비난받을 행위다. 하지만 속았거나 협박을 당하는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런 행위에 이르게 된 경우도 보게 된다. 차명 계좌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정상적인 상품권 거래나 대출 컨설팅으로 위장해 피해금을 자금 세탁하는 등 나날이 사기 기법이 발전한다. 이런 과정에 연루되어 상품권 거래나 대출 컨설팅을 통해 계좌를 개설했다고 보이스피싱의 고의를 인정해 보이스피싱 범죄로 처벌되고 있다. 주범을 처벌할 수 없으니, 종범들이라도 최대한 대신 엄벌하겠다는 정책적 고려로도 보이지만 형사 정책이 형법의 자기 책임원칙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가해자가 동시에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소위 '피라미드'란 유사수신행위 범죄와 비슷한 상황도 생긴다. 이렇게 보이스피싱이 만연하다 보니 실제 수사기관이나 은행이 전화해도 믿지 못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앞으로 딥페이크를 활용한 보이스피싱이 더 빈번해지면 가족들이나 지인들의 전화나 메시지도 신원 확인을 해야 할 판이다. 결국 사회 전체의 신뢰가 저하되게 되고, 그로 인한 비용은 우리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현지에 전담 수사팀을 파견하는 등 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도 왜 젊은 피해자가 멀리 캄보디아까지 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양희철

[신율의 정치 내시경] 획일성 강요하는 공천 기준, 정당 민주주의 위협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말까지 지방선거 공천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핵심 기준은 '세 번 이상 탈당 전력자 공천 배제'인데, 범죄 경력이나 음주 운전 같은 기존의 부적격 사유에 더해 탈당과 복당을 반복한 정치인들까지 '예외 없는 부적격자'로 규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재창출보다 자기 정치에만 몰두했던 인사들을 걸러내겠다는 뜻"이라며 “이제는 경력보다 책임, 성과보다 충성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됐다. 당 충성도를 강조하는 이러한 방침은 표면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 정치에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철새 정치인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철새 정치인'이라는 표현은, 공정한 공천 규칙과 투명한 경쟁 절차가 보장된 상황에서도 단지 공천 탈락 우려만으로 당을 떠난 경우에 한정해 사용돼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구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해진다. 민주당의 과거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현재는 당을 떠났지만 다시 정치에 복귀하고자 하는 인사들 전체를 '철새'로 낙인찍고, 이들의 경선 참여를 원천 차단하거나 경선에서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22대 총선 당시 공천 과정을 돌이켜 보면, 이른바 '비명 횡사, 친명 횡재'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로 공정성 시비가 적지 않았다. 당시 이러한 불공정한 공천을 이유로 탈당한 비명계 인사들의 복당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한다면, 이는 특정 계파를 겨냥한 불이익 조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공천 기준은 진정한 의미의 당 쇄신이 아니라 특정 세력을 배제하기 위한 '계파 정리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크다. 유사한 양상은 국민의힘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의힘은 탈당 전력보다는 당에 대한 기여도와 충성도를 계량화하여 공천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접근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내용을 검토하면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당에 대한 기여도'라는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 보도에 따르면, 당원 모집 실적, 당론 행사 참석률, 정책 홍보 기여도, SNS 활동 등이 기여도 평가의 세부 지표로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당론 행사 참석률'이나 '정책 홍보 기여도'는 객관적 측정이 어렵고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크다. 예컨대, 얼마 전 국민의힘 지도부가 제시한 '패널 인증제'는, 당의 입장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을 하는 방송 패널의 출연을 제한시키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런 입장을 내놓은 지도부가 당론 행사 참석률이나 정책 홍보 기여도를 공천 기준으로 제시할 경우, 이는 당 지도부의 노선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민주적 정당이라면 당내 소수 의견과 비판적 목소리 역시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충성심 부족으로 규정하고 공천에서 불이익을 가한다면, 이는 민주적 정당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당내 다양성을 억압하는 이러한 방식이 과연 선거 승리를 위한 합리적 전략인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당 내 계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민주적 정당에서 계파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계파는 억압해야 할 부정적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당 내부의 다양성과 민주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여야 모두가 공천 제도를 통해 획일적이고 동질적인 정당을 구축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적 정당 운영을 통해 구현되는 민주주의의 심화와 발전이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권위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만큼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경로를 견지해 나가기를 바란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ICAO 이사국 선출, 항공 선도국 도약의 기회로

우리나라는 지난 9월 30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42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서 2026~2028년 임기의 이사국(파트 3)으로 다시 선출되었다. 이는 국제사회가 인정한 우리 항공 위상의 반영이자, 192개 회원국을 상대로 치밀하게 선거 외교를 펼쳐온 정부의 성과다. ICAO 이사회는 급변하는 국제 항공 질서를 조정하고 기술표준을 제정하는, 말 그대로 '항공 외교의 중심 무대'다. 우리나라는 1952년 ICAO 가입 이후 기술협력을 발판으로 항공산업을 키워 왔다. 지금은 ICAO 정규예산 분담금 7위, 항공운송량 8위, 인천공항 국제승객 처리능력 3위라는 성과를 기록하며 항공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3년 우리 항공산업(연관 산업 포함) 규모는 780억 달러로 GDP의 4.6%를 차지하며, 약 1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팬데믹 이후 세계 항공수요는 빠르게 회복해 지난해 승객 수가 46억 명에 달했으며, 2050년에는 124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 효율성,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국제항공의 과제는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항공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기여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ICAO 이사국 파트 승격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파트 3 지위는 지역 대표성에 머무르고 있어 우리의 항공 능력과 기여도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3년마다 치열한 선거운동을 반복하며 외교적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다행히 시카고협약 개정안(2016년) 발효로 조만간 이사국 정원이 확대되어 파트 조정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의 상임이사국인 파트 1 또는 파트 2로 승격하기 위한 전략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둘째, 정부 내 ICAO 전담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ICAO가 채택한 19개 부속서와 1만 2천 개이상의 기술표준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 그러나 이를 분석·시행할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 4월 '항공안전혁신방안'을 발표하며 항공 거버넌스 개편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제는 항공 안전과 행정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ICAO 활동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개발도상국과의 항공 협력사업을 'K-항공' 브랜드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는 2001년 이후 140개국 3,500여 명의 항공청 공무원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해 왔다. 이는 ICAO의 핵심 가치인 “No Country Left Behind(모두를 위한 항공발전)"를 구현한 대표적 모범 사례다. 향후 급증하는 항공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 사업을 체계화하고, 지역·분야별 맞춤형 지원을 결합해 'K-항공'이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넷째, ICAO 사무국 고위직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인재의 고위직 진출은 전무하다. 항공 전문가 풀을 체계적으로 육성·관리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번 ICAO 이사국 선출은 단순한 지위 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다. 2050년 항공 탄소중립 실현, 선진항공모빌리티(AAM) 도입, 인공지능(AI) 활용 등 미래 항공의 거대한 도전을 슬기롭게 대처하며, 책임 있는 항공 선도국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이슈&인사이트] 한미 관세협약은 트럼프 치적 과시용, 경제 을사늑약으로 귀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와 관련해 '선불'이라고 발언함으로써 양국 간 관세 협상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특히, 미국측이 한국측 요구조건인 통화스와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타결하기가 어려워졌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타결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측 요구에 대해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선을 그었다. 3500억달러는 한국의 최근 5년 치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FDI) 금액보다 클 뿐만 아니라 한국 외화보유고의 84%가 넘는 금액이다. 이 정도로 막대한 금액을 보증, 대출 등을 거의 동원하지 않으면서 단기에 현금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은 부자 나라라고 하면서 일본처럼 빨리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5,500억 달러 투자에 합의한 일본은 기축통화국이고 외환보유고가 한국 보다 훨씬 많을 뿐더러 해외에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어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트럼프는 당초 중국에 대한 관세전쟁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강력 대응하자 관세부과 유예 조치를 취하면서 원래 공언했던 싸움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대신 EU,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을 상대로 팔을 비틀고 소위 '삥땅'을 뜯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사실 트럼프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관세부과로 소비자물가는 오르고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러자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활용해서 이른바 '배당금(Dividend)' 형태로 국민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사상 최대로서 37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이민자 단속을 강행하면서 시위대와의 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국경순찰대가 시위대 여성에게 총격을 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카고에 주방위군 병력 배치를 승인했다. 트럼프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엉망진창 속으로 빠뜨리고 미국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정책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만 하고 미국의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트럼프가 압박을 가한다 해도 트럼프의 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환율이 1400원을 넘고 있는데, 만약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양보하면 막대한 현금이 단기간에 빠져나가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실물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게 된다. IMF 위기 같은 외환위기가 올 것이 뻔하고, 한국 경제는 고꾸라진다. 한미 관세협정에 사인하는 것은 경제적인 을사늑약에 사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계속 압박할 것이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관세전쟁으로 미국내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불법이라고 판결하였다. 물론 연방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지만 마구잡이식 관세폭탄 투하 모우멘텀은 상실했다. 중간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트럼프는 궁지에 몰릴 것이다. APEC 계기에 한미관세를 타결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여기에 연연하면 안 된다. 정부는 치열하게 협상하되 사인하는 것은 가능한 미루고, 사인안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회는 트럼프 요구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가장 성공적인 협상이었다. 합의문을 작성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잘 되었다"고 자화자찬하였는데, 이것은 잘못되었지만, 그 후 태세 전환하여 다행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관세 협상 합의문에 사인했으면, 탄핵 당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가지고 야당에서 반미선동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여야가릴 것이 없다.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해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홈쇼핑의 답은 ‘신뢰 큐레이션’

유통은 간단한 수학으로 움직인다. 매출 = 고객 수 × 구매량 × 객단가. 문제는 모든 채널이 이 공식을 똑같이 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홈쇼핑의 해법도 기술 모방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이 대신 골라주는 신뢰'에서 찾아야 한다. 유통의 역사는 기술과 생활양식이 맞물릴 때 도약했다. 철도·전철이 사람을 실어 나르자 백화점은 역세권에서 '고객 수'를 극대화했다. 자동차와 전산 물류가 깔리자 대형마트·창고형 점포는 '구매량'을 키우며 성장했다. 오늘의 온라인은 택배 혁신과 추천 알고리즘으로 '객단가'와 '구매 편의'를 동시에 밀어 올린다. 업태마다 같은 공식을 서로 다른 축으로 풀어온 셈이다. 한때 홈쇼핑은 '집에서 편히, 설명을 들으며 사는' 혁신 채널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응은 단편적 모방에 그쳤다. 디지털 채널만 늘려 '고객 수'를 흉내 내고, 고가·대용량 편성으로 '객단가·구매량'을 억지로 끌어올리지만, 온라인·라이브커머스와의 정면 승부에서 차별성이 옅다. 결국 홈쇼핑이 팔아야 할 것은 배송 속도나 최저가가 아니라, 소비자의 '검증 피로'를 덜어주는 신뢰의 큐레이션이다. 핵심은 쇼호스트의 역할 재정의다. 쇼호스트는 단순 진행자가 아니라 구매 대리인(Proxy)이다. 가격 비교·품질 확인·위험 신호를 대신 봐 주고, 그 과정과 근거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글로벌 아트페어에서 이름난 갤러리 앞에 줄이 길듯, 큐레이터의 브랜드가 작품 가치를 증폭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다. 홈쇼핑도 '쇼호스트 브랜드화'를 통해 신뢰를 자산으로 축적해야 한다. 해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권한과 책임을 묶은 쇼호스트 모델. 상품 발굴·검증 권한을 부여하고, 반품률·재구매율·클레임률 지표를 성과보상과 직결하라. 방송을 잘했다는 주관평가 대신, 신뢰지표를 '현금화'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둘째, 품질·안전 검증 인프라의 전면 업그레이드. 원재료·공정·인증·A/S 체계를 사전에 점검하고, 방송 중에는 근거자료(시험성적서, 리콜 이력, 비교테스트)와 한계를 투명 공개하라. 신뢰는 '노출된 검증'에서 나온다. 셋째, 디지털과 사람의 결합. AI 추천·라이브·숏폼은 보조수단이다. 핵심 메시지는 사람(쇼호스트)의 큐레이션으로 전달하고, 디지털은 그 신뢰를 확산·재방문으로 전환한다. 특히 공영홈쇼핑의 과제는 더 명확하다. 대기업과 가격으로 싸울 이유가 없다. 대신 중소기업·소상공인 상품에 '신뢰의 필터'를 입혀 시장 진입비용을 낮추는 공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방송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동일 카테고리에서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건강기능식품이라면 유효성 근거 레벨(무작위대조·관찰·기전), 원료 출처, 표시·광고 준수도 등을 카테고리 룰로 고정하고, 쇼호스트가 그 룰을 지키며 추천하는 방식이다. 규칙이 쌓일수록 소비자는 '그 채널은 믿고 본다'고 느낀다. 측정도 바꿔야 한다. 단기 매출 대신 △재구매율 △반품·클레임률 △신규고객 유입 중 추천 기반 비중 △방송 후 검색량·구독 증가 같은 신뢰 KPI를 보조지표가 아니라 주지표로 승격하라. 그래야 편성·소싱·보상 체계가 함께 움직인다. 공급자에게도 같은 신호를 줘야 한다. “과장 광고로 1회 매출을 내는 브랜드"가 아니라 “귀찮은 질문에도 답할 준비가 된 브랜드"가 방송 기회를 얻는 구조로 재설계하라. 결국 유통의 공식은 변하지 않는다. 달라져야 하는 것은 어떤 축을, 어떤 무기로 극대화하느냐다. 홈쇼핑이 살 길은 '고객 수·구매량·객단가'의 기계적 확대가 아니다. 소비자가 기꺼이 시간을 맡기고 돈을 예치할 수 있을 만큼 검증을 대신해 주는 신뢰다. 쇼호스트를 큐레이터로, 방송을 '근거가 보이는 추천'으로 바꾸는 순간, 홈쇼핑은 다시 공식을 자기 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 실행은 복잡하지 않다. 모든 상품에 1페이지짜리 '팩트카드'를 의무화하고, 쇼호스트·제조사가 반품·클레임률에 연동해 리스크를 함께 지는 계약으로 바꾸면 된다. 나아가 분기마다 신뢰 KPI를 외부에 공시해 시장의 감시를 끌어들이면, 과장과 왜곡은 자연히 걸러진다. 그 결과 소비자는 '싸서'가 아니라 '믿어서' 사게 되고, 홈쇼핑은 다시 필요한 채널로 돌아올 수 있다. 박주영

[이슈&인사이트] 생산적 금융의 대전환과 국민경제 성장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는 금융 부문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은 자금이 비생산적인 가계부채나 부동산으로 쏠리는 현상을 극복하고, 혁신기업·첨단산업 등 실물경제 성장 부문에 자금을 집중되는 금융 정책을 말한다. 2025년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는 정책금융, 금융회사, 자본시장 세 분야에서 생산적 금융 체제를 구축, 국민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목표로 한다. 정부가 발표한 생산적 금융 정책의 핵심은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조성을 통한 미래 전략산업과 지역경제 집중 투자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벤처 생태계에 장기자본을 공급해 혁신 성장을 촉진한다. 동시에 부동산 금융 관련 공적보증 축소 및 기술금융 강화로 자금 흐름을 전환한다. 이로써, 은행과 보험사는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생산적 투자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핵심성과지표(KPI)를 재정비해 과도한 위험 회피를 완화하고 생산적 대출을 장려한다. 하지만, 금융업권 현장에서는 여전히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금융권은 부동산 및 가계대출의 비중이 높은 데다, 기업대출의 위험과 낮은 수익성으로 생산적 금융 확장에 소극적이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 상향으로 은행의 주담대 자금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반면, 벤처기업 등에 대한 투자 RW는 낮춰 투자 여력을 확대하였으나 금융권 내부의 리스크 관리 관행과 수익 모델 변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손실 흡수 장치 및 세제 혜택 등 추가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금융업권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는 데 또 다른 중요한 문제점은 금융회사의 투자 역할 제약과 업무범위 제한이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는 법적·제도적으로 본업과 밀접한 부수업무 외에는 참여가 어렵고, 기업 지분 보유에도 제한이 많아 사회적 투자나 혁신·지역 재건, 기후 대응 사업 등 생산적 금융 확대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은행의 혁신기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자본 투입과 적극적 투자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제한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은행법을 개정해 '지속가능 사회 구축에 이바지하는 업무'를 은행 본사와 자회사 업무로 허용하는 등 은행 업무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한 바 있다. 국내 금융업권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혁신 투자를 유도하도록 금융 업무범위 확대 및 자율성 부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금융회사가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생산적 금융에 기여하도록 하는 필수적 제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금융업권에서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확산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크다. 우선, 첨단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면서 신성장 동력과 고용 창출이 확대된다. 이는 국내 산업구조의 혁신을 촉진하고,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 완화에 기여한다. 또한, 금융자원의 효율적 분배는 자본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증가시키고, 경제 활력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민소득이 증대되고, 국가 주요 산업의 지속가능한 혁신 투자도 가능해져 국민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은행, 제2금융권, 보험업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각 권역별 맞춤형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은행은 자본규제 완화와 위험가중치 조정을 계기로 기업대출, 특히 중소·중견기업 및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기술금융과 관계형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 제2금융권은 지역 소상공인과 창업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신용평가 모델 개선으로 보다 포용적인 대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은 중장기 자본을 활용한 인프라 투자와 친환경·신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통해 국민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체계 개편과 성과평가 지표에 생산적 금융 비중을 반영하는 등 동기 부여 장치를 강화해 각 금융업권이 생산적 금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정책은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금융업권이 혁신과 지역경제를 적극 지원하는 체제로 변화할 때 국민경제 전체에 긍정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규제 개선과 정책금융 강화, 금융회사의 효과적 리스크 관리와 성과 지표 혁신 등이 이루어져야 생산적 금융이 국민경제 성장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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