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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22대 국회, 에너지 정책 정상화의 첫 단추는 법제화다

5월 30일, 제22대 대한민국 국회의 임기가 개시된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왔지만 '기후정치'가 의제화한 첫 선거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전에도 각 정당들이 기후위기를 언급하고 관련된 정책을 공약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언론에서도 '기후정치', '기후유권자'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사용하였다. 올초 로컬에너지랩 등 관련 연구단체가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17,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신은 기후유권자인가요?'라는 질문에 33.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응답자도 62.5%에 달했다. 총선 결과에는 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적 의제들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 정부 들어 역주행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의사 표현도 당락에 영향을 끼친 주요 변수가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는 입법·사법·행정 삼권의 분립이라는 권력 구조를 택하고 있다. 집권 세력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잡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정책이 펼쳐지는 데는 아무래도 집행을 하는 행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막중하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에도 공화당 집권 시에는 화석연료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기도 하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지난 2년 우리나라는 뒤늦게 세계적 흐름을 쫓아가고 있던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이 역주행하는 경험을 하였다. '국가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계획'에서 온실가스의 국내 감축은 축소되었다. 산자부는 2030년까지 30.2%로 하려던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의 목표를 21.6%로 하향 조정하였다. 또한 태양광 발전에 대한 마녀사냥이 결국 관련 업계를 위축시켜 해마다 신규 설치 용량이 줄어들기에 이르렀다. 기후에너지 정책의 후퇴는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입증하지 못해 최종 단계에서 계약이 무산된 자동차 부품 회사도 있으며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대기업조차 미국이나 중국, 유럽의 생산 비중을 늘리고 국내 시설 확장을 재고하는 상황에까지 처해졌다. 지난해 10월 시범 실시에 들어간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로 우리 기업들은 결국 유럽연합의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다.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이런 역주행이 계속된다면 지금도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이 심화할 것이고 그 부담은 온전히 우리 경제의 과제로 남겨질 것이다. 국회의 역할은 행정부의 정책을 살피고 잘못한 경우 입법권과 예산심사, 국정감사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22대 국회는 후퇴하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되돌리고 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한 산업의 확대를 통해 한국 경제가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촉진하여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집권 세력의 변화에 따라 기후에너지 정책이 갈팡질팡하지 않도록 목표를 법에 명시하는 작업이다. 21대 국회는 전 정부 시절인 2021년 9월에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으로 신규 제정하면서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고 명문화하였다. 이전 법은 전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었는데 진일보한 국회의 노력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데 목표치가 매우 낮을 뿐 아니라 탄소감축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수단인 재생에너지의 보급 목표는 빠져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위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서는 현재 의무공급량을 '총전력생산량의 25퍼센트 이내의 범위에서 연도별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였다.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21.6%로 10% 가까이 축소할 수 있었던 근거인 셈이다. 유럽연합 의회는 재생에너지 지침을 통해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최소 42.5%로 정하고 있다. 처음 제정하던 2014년엔 27%를 목표로 하였으나 2018년에 18%로 수정하고 지난해 9월에 목표를 상향하여 법을 개정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연히 발전량의 목표는 더 높아지게 된다. 이제 22대 국회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의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수준으로 탄소감축 목표와 이를 위한 최종 에너지소비에서 재생에너지의 목표를 '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법'에 명시해야 한다. 이에 맞춰 '신재생에너지법'의 재생에너지 발전 의무공급량의 목표도 상향하여 명시하길 바란다. 더이상 갈팡질팡하기엔 우리 경제의 앞날이 너무나 엄중하다. 신동한

[EE칼럼] 플라스틱 협약, 한국 리더십 발휘해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달 말 캐나다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이른바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을 위해 열린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다. 당초 계획했던 기간보다 하루 연장되며 치열한 밤샘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INC-4에서는 지난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INC-3에서의 논의를 토대로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 UNEP)이 작성한 '수정 초안(revised draft text)'에 대해 토론을 계속했지만, 참가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환경부의 설명이다. 유엔 차원에서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대응은 기후변화 대응에 비해 논의 자체가 매우 늦게 시작됐다. 2022년 2월에 역시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Resumed fifth session of the UN Environment Assembly: UNEA-5.2)가 2024년까지 플라스틱의 생산 및 소비부터 폐기물의 처리까지 전주기를 포함시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유엔환경총회는 193개에 달하는 유엔 회원국 모두가 참여해 UNEP의 사업은 물론 글로벌 환경 현안들을 논의하는 최고위급 회의인데, 2022년에서야 비로소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협약을 마련하자는 데 중론이 모아진 것이다. 성안을 목표로 총 5차례의 정부 간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였고 마지막 정부 간 협상이 될 INC-5는 올 해 11월 부산에서 열린다. 플라스틱 오염 대응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논의는 일찌감치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지만, 이 역시 우여곡절의 과정이 매우 길었다. 1997년에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 총회(Third session of the Conference of the Parties: COP3)에서 이른바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지만, 미국은 선진국 중에 유일하게 비준을 거부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역사적 책임이 크다고 하는 선진국들과 아직 산업화를 해야 하는 개발도상국 사이의 간극이 커서 감축에 대한 의무가 이른바 Annex I에 속하는 선진국으로 한정되었다. 교토의정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구분한 것과는 달리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 총회(COP21)에서는 참가국 전체가 참여하는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하게 된 데에는 개최국인 프랑스의 올랑드 전 대통령과 당시 유엔의 수장이었던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70년대부터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를 경고해 왔고, 90년대 초에 들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전 회원국이 참여하는 체제로 전환된 것은 2015년이었으니, 무려 20여년의 노정을 거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협정을 탈퇴하여 다시 한 번 기후 거버넌스 레짐을 흔들기도 했다. 기후 거버넌스 레짐이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친 것을 떠올릴 때,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INC-5까지 전문가 그룹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였지만, 최대 쟁점 사안이라고 하는 1차 플라스틱인 폴리머 생산의 감축은 아예 의제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이는 1차 플라스틱의 주원료가 되는 석유를 생산하는 주요 산유국들이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 역시 미묘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대만 하더라도 불과 150만 톤 수준이었지만, 2021년에는 약 3억 9천만 톤에 이르렀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소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인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6년에는 88kg 정도였으나, 이제는 조사 기관마다 수치의 차이가 있다 하여도 90kg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가 모두 막대하다 보니, 정부 역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해 다소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INC-4 개최 기간 중 태평양 도서국들을 포함한 20여 개국이 폴리머 생산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부산으로 가는 다리(Bridge to Busan)'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정작 개최국인 한국은 참여하지 않아 빈축을 사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산업 생태계에 대한 우려가 깊을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것은 수출이고,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수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우수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재료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부산 INC-5를 산업 체질 전환의 계기이자 미래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을 주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고 있느니 만큼 플라스틱 거버넌스 레짐 설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입장이 다른 국가 간의 간극을 조율하는 데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인류세의 유산이라는 플라스틱의 오염 방지를 위한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결단과 리더십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임은정

[김상호 칼럼] 하남시 청소년의회, ‘더불어 숲’ 가자

하남시 미래 정치의 꽃, 청소년의회는 하남시 희망입니다. 제5대 하남시 청소년의회가 개원했습니다. 올해 4월 선출된 청소년의원이 30명이 당선증을 받았습니다. 2020년 초대 손혜원 의장을 비롯해 2021년 2대 김진주 의장, 2022년~23년 3-4대 이은표 의장이 청소년의회를 이끌었습니다. 올해는 박찬용 의장이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하남시에는 청소년 대표 7명이 5만여명 청소년을 대변합니다. 청소년수련관 청소년 관장(박채은), 청소년의회 의장(박찬용), 청소년운영위원회 위원장(김현주),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정태희), 아동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김아정), 덕풍청소년운영위원회 위원장(양슬기), 학교밖지원센터꿈드림 위원장(임서진)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 7명 대표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처럼, 하남청소년 참여시정을 통해 청소년 권리를 스스로 찾습니다. 정당가입연령 16세, 선거권도 18세로 되면서 청소년 시선과 목소리가 더 필요합니다. 특히 청소년의회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실현과 인권 보호 및 권익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입니다.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통해 민주적 참여의식을 함양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율성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하남시 청소년 국회입니다. 청소년의회는 청소년 참여시정을 위해 교육상임위원회(8명), 안전환경상임위원회(7명), 문화체육상임위원회(8명), 인권소통위원회(7명), 청년보좌관(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청소년 대표들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일을 합니다. 첫째, 청소년 주민참여 예산을 심의-의결합니다. 청소년이 자신들의 사업을 결정하고, 이를 예산으로 뒷받침하는 제도입니다. 최종 안건으로 결정된 제안은 하남시 주민참여 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해 예산으로 편성됩니다. 청소년이 생활 속에서 접한 고민이 다양한 안건으로 제안됩니다. 작년에는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다시 쓰는 방울상점 사업' 등이 선정됐습니다. 둘째, 청소년 정책제안대회 '청포도'(청소년들의 포근하고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를 개최합니다. 다양한 주제로 경합하며 제안합니다. 하남시 안전 지킴이 헬멧 대여대 설치', '바다의 시작, 배수로, 담배꽁초-쓰레기는 NO',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와 참여권 확대' 등 좋은 제안을 조례로 제정합니다. 특히 2021년 '하남 내일 제안대회'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구성된 미래원정대는 미사 나무고아원 별칭을 '쉼트리'로 해 보다 친근한 인식을 심어주고, '나무를 위한 음악 제작' 등 이야기가 흐르는 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청정하남 시작! 나무 고아원 쉼트리' 프로젝트는 하남시 성인 발표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셋째, 국내외 교류활동으로 세계시민으로 성장합니다. 하남시 국내외 자매도시와 소통하며 국가-도시를 뛰어넘어 견문을 넓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자매도시 영월과 메타버스 교류를, 미국 자매도시 리틀락시와는 지속적인 홈스테이 교류를 통해 세계시민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남시 청소년은 독립적인 인격체이자, 무한한 잠재력과 역량을 지닌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하남시민, 하남시, 시의회, 광주하남교육청, 선출직 공직자가 청소년 참여를 보장하고 권리증진을 위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새롭게 출범한 5기 청소년의회가 하남시 14개 동 청소년 목소리를 대변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다문화, 새터민 청소년과 함께하는 의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청소년수련관 조재영 관장님, 덕풍청소년문화의집, 감일청소년문화의집 관장님들과 청소년 지도자분들은 하남시 청소년공동체들을 북돋는 '더불어 숲'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청소년의회가 하남시 청소년과 소통하는 '더불어 숲'이 되길 바랍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최저전력수요 ‘심각’…전력계통망 투자 시급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봄철에 전력 문제가 심각하단다. 그리고 그 이유가 전력 수요가 모자라서라고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전력의 이슈는 언제나 공급 부족이었다. 특히 냉방 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에 전력수요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그리고 전기 난방으로 겨울철에도 전력 수요가 몰리면서 여름철과 겨울철에 급격하게 솟구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비상근무를 하고는 하였었다. 그러던 추세가 급격히 바뀐 것은 지난 3~4년 전부터이다. 기존에는 전혀 문제가 없던 봄철과 가을철에 전력 수요가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그 최저치가 전력계통 안정화에 이슈가 발생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어서다. 2020년 봄철 전기수요는 42.8GW였으나 2021년 42.4GW, 2022년 41.4GW로 줄어들더니 작년에는 급기야 39.5GW로 40GW 아래로 낮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봄 전력 수요가 37.3GW로 작년 봄보다도 2.2GW 줄어들어 역대 최저전력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지난 3월에 차질 없는 전력수급을 위해 봄철 전력수급 특별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에너지소비 중에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22년 21.5%로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5분의 1 수준이며, 정부가 발표한 다양한 중장기 계획을 살펴볼 떄 2050년에는 전력 소비 비중이 25~35%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나타나고 있다. 그럼 최근 봄철 및 가을철에 전력 수요가 급하게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늘어났기 떄문이다. 특히 봄철은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높아져 수급 불균형이 크게 나빠진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봄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전력수요 편차가 11.1GW에 이르렀다고 한다. 출력을 조절할 수 없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낮은 전력수요와 함께 봄·가을철 계통운영 난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017년에 5.1GW 수준이던 국내 태양광 설비는 2019년 12.8GW에서 2023년 28.9GW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봄철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을 수립하여 올해 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을 작년보다 1주일 확대하여 3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 총 72일간 운영하고, 선제적으로 전력계통 안정화 조치를 이행한 후 계통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출력제어를 시행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전력 소비량이 너무 많이 이를 줄이기 위하여 시행하던 각종 발전설비 정비일정 조정과 수요자원(DR) 활용 등이 반대로 태양광 전력 공급량을 줄이기 위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이번 봄에는 특히 5월 4~6일에 3일의 연휴가 이어지고 있어 전력 업계와 당국의 시선이 집중되었었다. 긴 연휴를 맞아 공장 가동이 극단적으로 감소하는 등 전력수요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는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특히 태양광 발전설비의 전력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작년에는 처음으로 연휴 기간동안 필수계통유지운전용 발전기를 제외하고는 전력생산 100%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담당하는 상황이 발생, 국내 전력시장 개설 이후 최초로 계통한계가격(SMP)이 0원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 등지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풍력의 비중이 높은 유럽의 경우는 전력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음(negative)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연휴기간 동안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들어 시급한 문제는 피했다고 한다. 전력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비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바로 우리나라의 전력 계통에 대한 투자가 크게 모자라 급변하고 있는 전력 공급원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95% 이상의 국민에게 전력을 공급하며 또한 정전이 세계 최소 수준인 매우 휼륭한 전력망을 가지고 있지만 1980~90년대에 지어진 설비들이 많아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적용이나 새로운 재생에너지원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해결하고자 이미 10여년 전에 이미 스마트 그리드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전력망의 개선과 투자를 시도하였으나 님비(NIMBY) 현상 등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계통망 투자 지연과 감소로 인한 부작용은 지금과 같은 봄, 가을철 전력 수요 급감의 문제는 물론 지방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고 있는 등 지속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향후 봄·가을철 공급과잉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 출력제어 서비스 시장 개설 등 계통 안정화 조치 과정에서 전력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전력계통망 투자 계획을 마련하여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전력망의 스마트화를 꾀하여야 하겠다.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전기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의 개발과 투자의 장이 활발히 열리기를 기대한다. 허은녕

[EE칼럼] 기후에너지정책 관련 중앙은행 역할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시스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는 기후위기에 중앙은행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 총재 직속의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했다.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중앙은행의 역할을 예고하는 것이라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관련 조직을 크게 보강하여 운용 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환경 및 에너지 관련 시장 관계자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설득력 있는 통화당국의 역할이 보여질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어찌 보면 기후 관련 정책에 있어서, 정부 부처들 보다도 중앙은행이 가장 중립적이고 공정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이다. 관련 보고서나 총재의 언급에 큰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일선 부처들은 딸린 관련 예하 기관들도 많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이슈에 관한 입장도 이미 정해진 경우가 많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지만 산하 공기업인 석탄발전소를 포기하기 힘들 것이고, 경제도 지켜야 하지만 제철소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 해외 이전하라고 등 떠미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 부처의 입장 및 산하기관들의 밥벌이와 예산집행권이 당장 눈앞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 국익이나 큰 흐름 차원에서 머리로는 동의가 돼도 손발이 따라줄 수 없는 한계가 많다. 그러니 아무리 토론을 해봐도 윗선에서의 정무적인 결정이 없는 한 답이 정해진 약속 대련만 보게 된다. 반면 중앙은행은 그런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 포괄적인 조사분석 및 정책대안 제시가 가능하지 않은가. 물론 금융권에서 늘 하는 수박 겉핥기식 해석, 예컨데 관련 채권의 부실화 정도로 치부하는 등을 넘어서, 한국은행이 관련 이슈에 대해 근본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말이다. 필자가 과거 말단 직원일 때 팀장께 들은 말인데,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이라는 청룡언월도(거시정책수단)만 있지, 시장주체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볼 도구로서의 검사권 같은 바늘(미시정책수단)이 없어서 정책 수립에 활용할 필수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단다. 중앙은행의 제대로 된 역할을 위해선 시장에 대한 선험적 정보 파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역사적으로도 중앙은행은 실물을 가리는 금융 베일(veil)만 보고 행동하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기후환경에너지 부문도 마찬가지지만, 내밀한 실물 시장 상황을 모르고는 현실과 동떨어진 똥 볼만 차는 중앙은행이 될 우려도 있다. 사실 많은 기후환경에너지 정책들이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며 이미 진행 중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모두 공약한 탄소차액계약지원제도(Carbon Contract for Difference)를 통한 막대한 보조금, 연간 2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대응기금으로 인한 재정지출은 외국환평형기금 등 국채발행 및 상환과 마찬가지로 시장 유동성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많은 미시적인 기후 정책들은 단순히 환경 및 에너지 관련 이슈를 넘어서, 산업정책화 되고 있는 현실이다. 탄소시장에서의 부문간 할당과 거래, RE100의 달성 유무에 따라 국가 전체의 성장잠재력도 크게 영향 받는다. 무역측면에선, 탄소국경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에 의해 국제수지가 결정되며 이는 다시 산업 부문간의 고통분담과 관련된 고민을 안겨준다. 한국 내수시장도 언젠가는이러한 국제경쟁력 상실을 가져올 탄소누출 방지 차원에서의 무역장벽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학계에서도 꾸준히 기후변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경제블록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해서도 금융권에서는 말만 떠들썩하지 실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없다. 녹색, ESG 채권 시장 등도 실제로는 관련된 실물시장이 매우 미비하여 아무것도 안 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금융권 단독으로 공시기준 강화 혹은 관련 금융상품 출시 등을 해봐야 공염불이다. 이럴 땐 금융감독당국이 벌주고 때리며 앞에서 잡아 끌고 갈게 아니라, 중앙은행이 해줄 잔소리 한마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실물시장이 왜 미시적으로 받쳐주지 못하는지에 대해 면밀한 조사역량을 보유해야만 가능한 역할이다. 물론 아직 한국은행이 해당분야에 대한 경험 및 전문성이 부족하고, 이를 기존에 다른 일 하던 공채 인원들로는 채우기 힘들다. 아마 한국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해당 부서는 한직(閑職)으로 인식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통 정책부서에 배치 받지 못해 마지못해 끌려가듯 기후변화 업무를 맡는 상황에서는, 능력 축적은 고사하고 의욕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폐쇄적인 한국은행 순혈주의 문화에선 외부인력이 들어와 일순간 전문성을 보강해줘도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가지기 힘들다면, 매우 빠르게 변화가 닥쳐오는 기후환경에너지 분야에서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승진 및 파견으로 보상받는 조직문화 속에서 해당 외부수혈 인력에 의욕을 불어넣어 줄 마땅한 수단도 없을 것이다. 아무튼 기후변화 관련 정책에 있어서 중앙은행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통화정책을 비롯해 앞으로 많은 거시정책들이 기후변화 및 그를 의한 각종 리스크들에 의해, 또한 정부부처들이 행하는 각종 관련 정책들에 의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은 심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행 내의 문화를 알기에, 전담부서를 만들었다고 저절로 굴러가진 않을 것 같아 노파심에서 글을 쓴다. 유종민

[EE칼럼] 9회 말 역전 홈런을 기대한다

어떤 일이든 일어난 시점에 따라 감흥이 다르다. 야구 경기에서 홈런도 그렇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패하기 일보 직전인 9회 말 2아웃 상황에서 터트린 역전 홈런은 다른 홈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한 기쁨을 준다. 지금 우리는 9회 말 역전 홈런을 기대한다.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말이다. 21대 국회에서 4명의 여야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는 등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는 뜨거웠지만, 원전 정책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로 법안이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까지 한 달가량 남았다. 여야가 합심한다면, 법안 통과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한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4.4%며, 에너지 수입금액은 미국 달러로 2164억 달러다. 이는 2022년 우리나라 총수입액의 29.6%에 해당하며, 2021년 1359억 달러 대비 57%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었다. 최근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에서의 분쟁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면서, 에너지 가격을 들썩이고 있다. 자칫 중동과 우리나라를 잇는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제품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물가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원자력은 준국산 에너지로서 우리 경제와 산업발전을 위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2023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원자력을 국내 생산으로 포함했을 때, 2022년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4.4%에서 82.0%로, 12.4%포인트 줄어든다. 그 이전도 비슷하다. 이처럼 원자력은 에너지 수입액을 절감해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한편, 절감된 외화를 국내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었다. 또 원자력은 고품질 전기를 값싸게 공급해 왔다. 2022년 발전원별 정산단가는 원자력 52원, 석탄 158원, 액화천연가스(LNG) 239원, 신재생 271원이다. 이처럼 원자력은 우리 경제와 산업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반이다. 앞으로 원자력 이용 확대는 불가피하다. 우리나라가 육성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은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한다. 그런데 심화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인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생애 온실가스 배출계수(g/kWh)는 석탄 820, LNG 490, 태양광 27, 수력 24, 원자력 12, 풍력 11 순이다. 이처럼 원자력은 깨끗한 전기를 365일 24시간 공급할 수 있어, 환경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원자력 이용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다. 우리나라는 5개 본부에서 2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다. 원전을 가동하면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이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저장하고 있다. 원전 가동과 함께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늘어나며, 저장시설의 저장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저장시설이 가득 차면, 해당 원전은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한빛 원전, 한울 원전, 고리 원전의 저장시설이 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2030년부터 3년 이내에 19.3기가와트(GW)의 전력 설비가 사라지는 것과 진배없다. 이런 규모의 신규 발전소는 당장 건설을 시작해도 그때까지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전의 순차적 가동정지는 결국 대규모 전력부족 사태를 초래하여, 국민과 기업은 전기 없는 고통의 시간을 수시로 체험하고, 국가 경제는 괴멸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특별법은 예견된 재앙의 도래를 막기 위한 보루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부족으로 인한 대규모 원전 정지를 막기 위해서는 각 원전 부지에 저장시설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그런데 원전 주변 지역주민이 그 저장시설이 나중에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시설로 둔갑하지 않을까 우려하여, 저장시설 확충에 반대하고 있다. 지역주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언제까지 영구 처분시설을 건설해 사용후핵연료를 그리로 옮기겠다는 정부의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 특별법이 그 보증수단이다. 5개 원전 본부에 저장돼 있는 1만 8600톤을 포함해 앞으로 발생할 사용후핵연료를 더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영구 처분시설은 꼭 필요하다. 남은 한 달, 21대 국회의 마지막 기회다. 임기 내 빈약한 입법 실적으로 질타를 받은 21대 국회가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전력부족 우려를 저 멀리 날려버릴 수 있게, '특별법 통과'라는 역전 홈런을 치길 기대한다. 문주현

[EE칼럼] 국제감축사업,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이 핵심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서 경제, 사회, 그리고 정치적 차원에서 긴박한 도전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기후변화 저지를 위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파리협정은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가능한 한 1.5도 섭씨 이하로 유지하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전신인 교토의정서에 비해 파리협정은 개도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다양한 지원 메커니즘과 감축의 투명성과 도전성을 높이는 여러 장치들을 배치했다. 그런데 협정 출범 9년이 지난 지금도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합의되지 않는 조항이 있으니, 바로 파리협정 제6조이다. 제6조는 국제협력에 의한 감축에 관한 규정이다. 그만큼 당사국 간 이견이 크다는 뜻일 거다. 교토의정서에서 국제감축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청정개발체제(CDM)이었다.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낮은 지역에서 감축활동을 벌이고 감축량을 이전해서 사용하거나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개도국도 편익을 얻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나 탄소 삼림 프로젝트에는 자금 지원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CDM은 저비용의 감축사업만을 선호한다"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아울러 CDM 프로젝트의 혜택이 일부 국가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분석 결과와 함께 파리협정 체제에서는 저개발국가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량 및 탄소 상쇄를 통한 제거(removal)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측정 도구의 불확실성, CDM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이 추가적이며 영구적인지에 관한 의문, CDM 프로젝트 재원이 부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한 경우 등 실제 감축 효과가 과대평가되었다는 등 여러 비판에 직면했다. 이러한 비판을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파리협정 제6조 체제이다. 6.2조는 국가 간의 협력을 통해 감축을 추진하고, 6.4조는 다자 메커니즘을 구축해서 민간이 배출권을 국제적으로 이전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제약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외 감축분을 포함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2023년에는 NDC의 부문 간 목표 조정을 하면서 국외감축분을 3350만톤에서 3750만톤으로 늘려 잡았다. 이는 산업부문의 목표 2307만톤 보다 더 많은 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외감축의 달성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국외감축 사업은 대부분 개도국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CDM의 경험에서 개도국은 국제감축 협력사업이 그다지 자국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필자의 연구팀이 8개국의 CDM 프로젝트 승인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으며, 조사에서는 기존 프로젝트들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다양한 사례가 제시되었다. 또한 국제 감축사업에 대한 파리협정의 룰이 교토의정서 보다 훨씬 엄격해지기도 했다. 국제감축 사업이 배출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추가성의 원칙이라는 것을 지켜야 하는데 이것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특정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감축이 기존의 법률이나 규제, 다른 정책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하고, 파리협정 6조 메커니즘에 따른 지원 없이는 재정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프로젝트여야 하며, 기존의 기술이나 관행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파리협정 6.4조의 새로운 방법론은 배출권 발급량을 실제 감축량보다 낮게 설정함으로써 감축된 배출량의 일부는 개도국이 직접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기술 수명보다 짧은 크레딧 발급 기간을 설정해 후반기 이익이 개도국에 귀속되도록 하는 등 개도국이 장기적인 이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파리협정 하의 국제감축사업은 지속가능발전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A 국가에서 발생한 감축량이 우리나라로 이전될 경우, 상응조정에 따라 A 국가는 해당 감축량을 자신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추가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감축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투명성 원칙 등이 요구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탄소 규제가 느슨한 지역에서 강한 지역으로 탄소가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화되고 있는 탄소무역규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적용 확대 등으로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감축수단이 제한적인 많은 기업들이 국제감축사업과 자발적 탄소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 또한 NDC 달성을 위해 국제협력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조건들을 보면 국제감축이 국내에서의 감축보다 더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교토의정서 때와 달리 개도국 또한 감축 의무를 지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국제감축의 가능성은 감축사업이 개도국의 지속가능발전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파리협정 6.4조는 지속가능발전메카니즘이라 불리기도 한다. 과거 CDM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성 평가보고서는 형식적 서류에 불과했지만, 파리협정에서는 지속가능성이 프로젝트 승인과 검증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국제감축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우리 입장에서 얼마나 저렴하게 감축을 달성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는 토지, 산림, 수질, 대기오염 방지 등의 환경 개선과 재생에너지의 확산, 교육과 기술 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한 지역 사회 역량 강화와 이를 통한 소득 증대 등을 위한 계획도 진정성 있게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대형 에너지개발사업에서 인허가와 설비건설 만큼 정성을 쏟아야 하는 것이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한다. 국제감축사업도 사업대상 국가와 프로젝트 실행지역 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막연히 국내감축보다 국외감축이 더 쉽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파리협정에서 국제감축의 타당성평가 및 검증에 지속가능발전 평가 의무화와 상응조정 등의 강화된 조건이 추가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국제감축이 우리에게 NDC 달성의 대안이 되려면 발상의 대전환과 철저한 준비가 절실하다. 하윤희

[김성우 칼럼] 국제협력에서 국제압력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지난 3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2월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사상 2월 기온 중 가장 높았고, 2023년 3월부터 12개월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6도 높아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년간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폭의 마지노선인 1.5도를 넘긴 것이다. 2015년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파리협정을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파편화된 국가별 대응 정책들이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도 하고, 탄소를 감축한 실적을 기업끼리 거래하게 만드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기도 하는 등 각 국가별 사정에 맞게 탄소에 가격을 부과해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 규제가 강한 국가와 약한 국가간 탄소 가격이 달라 국가별 제품의 생산비용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환경을 위해 탄소 규제를 강하게 시행하는 국가의 제품 생산비용이 높아져 글로벌 경쟁력이 감소하게 되는 불공평한 탄소 가격 차이는 국가간 상품 교역시 특히 문제가 된다. 유럽연합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탄소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만든 제품을 EU로 수입할 경우 생산국의 탄소가격과 EU의 탄소가격의 차이에 대해 요금(Tariff)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했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6가지 수입품에 대해, 2023년 10월부터 2년간 '전환 기간'(transition period)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도 2023년 6월부터 탄소국경조정 준비와 관련된 법안 5개를 발의하였다. 그 중 'PROVE IT ACT(Providing Reliable, Objective, Verifiable Emissions Intensity and Transparency Act)'는 2023년 7월 발의된 후 올해 1월 18일 법안심사회의를 통과하여 입법절차를 진행 중인데, 미국 에너지부에게 주요국을 대상으로 22개 지정품목(철강, 시멘트, 수소, 핵심광물, 천연가스, 태양광 등)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조사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탄소국경조정을 시행하려면 국내외 제품별 탄소배출량이 기준으로 되므로,관련 데이터의 확보는 탄소국격조정제도 도입시 필수다. 더욱이, 지난 4월 16일에는 백악관 기후통상 TF 발족을 발표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탄소 배출이 많은 상품의 수출(carbon dumping)을 방지하는 기후통상정책을 마련하고, 제품별 탄소배출량 등의 데이터 확보가 TF의 미션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도 2027년부터 Border Carbon Adjustment를 시행한다고 발표하며, 올해 대상품목을 확정하고 이행 규정 등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iron), 철강(steel), 알루미늄, 비료, 수소, 세라믹, 유리, 시멘트 등과 같은 탄소 집약적 제품이 대상품목에 포함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호주 및 캐나다 등도 탄소국경조정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형태의 제도 도입을 고민하고 있고, 러시아 및 튀르키예 등은 탄소국경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내 탄소가격제도 도입을 선언했으며, 인도, 인도네시아, 칠레, 브라질, 태국 등은 자국내 탄소가격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필자는 지난 1월 프랑스 몽테뉴연구소(Montaigne Institut)가 주최한 유럽연합(EU)-아시아 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탄소국경조정 및 탄소가격 제도로 인한 기업에의 영향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3월에는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가 주최한 탄소국경조정 워크숍에 참석해 영국, EU,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 전문가들과 함께 탄소국경조정 확산시 개도국의 애로사항에 대해 토론했다. 이 논의과정에서 탄소국경조정과 탄소가격 제도의 국가별 확산이 현살화되고 있음을 절감했다. 공통된 국제사회의 기후목표를 향한 장기적 '국제협력' 보다 국가별 탄소정책을 통한 단기적 '국제압력'이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고 있다. 김성우

[김상호 칼럼] ‘공적 책무’에 집중하는 선량, 유권자 몫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셨겠지만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도-시-군의원은 '선량(選良)'이라 불립니다. 가려 뽑을 선(選)과 좋을 량(良), 즉 선량은 국민대표라는 뜻(representative)입니다. 본래 선량은 원해 뽑는다는 의미였는데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되면서 그 의미가 국회의원을 뜻하게 됐습니다.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며 소외되고 억울한 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의원, 마을과 도시를 가꾸고 민생을 챙기는 단체장, 나라와 국민 삶과 미래를 위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그런 선량을 만들기 위해 유권자는 어떤 역할이 필요할지 생각해 봅니다. 선출직 공직자는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일상을 숙명처럼 마주합니다. 지역 경조사부터, 관변단체, 향우회, 체육회, 각종 민원상담 등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의정-시정활동은 소홀해지고, 정작 해야 할 일은 놓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공적 책무와 현실정치의 괴리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먼저 정치인 부지런함입니다. 본연의 공적 책무를 다하되, 지역현장과 꾸준하게 소통하는 개인 노력입니다. 유권자 의식 변화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은 지역구 대표가 아니라 국민 대표이며, 하남시 대표를 대한민국 무대로 보낸 것이란 생각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개인 부지런함이 공적 책무와 연결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유권자가 공적 책무에 대한 선량 역할은 뒤로 한 채 지역행사에서 만남으로만 평가할 때 악순환이 거듭됩니다. 이제는 공적 책무에 집중하도록, 선출직에게 성찰하고 내공을 다질 수 시간을 허락해주셔야 합니다. 그럼 선량의 공적 책무는 무엇일까요? 선출직 공무원은 대한민국과 지역사회와 시민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 다섯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정책 결정(안전과 민생 즉 고용, 주택,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을 비롯해 △예산 편성과 심의(나라와, 도시 예산을 편성하고 자금 배분) △지역사회 대표(지역 목소리를 대변하고 주민요구 사항을 시, 도, 정부에 전달) △법률 제정(나라와 지역에 필요한 법률 제-개정) △감시 및 감독(행정부와 집행부, 공공기관을 감독해 투명성-책임성 확보)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국정과 시정 운영에서 민생안정을 우선순위로 두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통찰력, 선심성 예산을 삭감하는 용기, 취약계층을 위해 선제적 예산을 편성하는 애민의식, 공정하고 합리적인 예산편성으로 다음 세대에 짐을 주지 않도록 하는 책임감 등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잘하는지가 선출직에 대한 핵심 평가항목입니다. 이런 공적 책무보다 행사장 대면 정치를 중시하는 유권자 의식이 바뀌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언론 역시 선출직 공적 책무에 대한 평가에 게으르지 않기를 부탁합니다. 부지런함으로 지역과 소통하되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선출직을 힘껏 응원합니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선출직에 공적 책무를 다하도록 공부하는 선출직, 대안을 제시하는 선출직, 입법으로 대변하는 선출직이 되도록 선량에게 반추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주면 좋겠습니다. 또한 선출직 공직자에게 표로 압박하는 지역 이익단체에 휘둘리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 공적 책무에 몰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 통찰력을 갖고 더 부지런히 미래 사회를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촉매제가 되어주기를 요청합니다. 이것이 국가 발전은 물론 하남 발전을 위한 길이라 굳게 믿습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원가연계형 요금제만이라도 정상 작동되길

2020년 12월 도입된 원가연계형 요금체계의 핵심은 연료비 조정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의 신설이다. 우선 연료비 조정요금은 기준연료비와 실적연료비의 차이를 주기적으로 반영해 소비자 요금을 조정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가격신호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전기요금은 총괄원가를 회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총괄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전기요금 조정시기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전기요금 결정의 최종권한 소재가 불명확해 정책적인 목적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한 순간에 모두 고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연료비의 변화분은 소비자 요금에 제때 반영하도록 하여, 요금의 본래 목적과 기능을 회복하자는 것이 연료비 조정요금의 주요 취지다. 또한 사전에 정해진 산식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도록 함으로써,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신뢰성 및 수용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기후환경요금은 RPS 의무이행비용과 ETS 이행비용 등의 기후환경비용을 별도로 분리 고지함으로써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전은 해당 비용의 정산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비용을 모두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재무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사실 국내 현실에서는 이것이 더 큰 목적일 것이다). 기후환경요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에서는, 한전이 꼼수를 부려 복잡한 항목을 신설하고 소비자의 요금부담을 더 키우려는 술수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이 어떤 용도로, 어떤 명목으로 산정되는지 모르고 내는 것보다 이렇게 항목별로 분리해서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원가연계형 요금이 도입된 직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을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요금체계가 이제야 비로소 선진화되긴 위한 과정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만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같은 제도에 대한 평가를 다시 부탁한다면 아마 열이면 열 모두 원가연계형 요금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낼 것이라 확신한다.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과 함께 지난 2022년부터 작년까지 약 40%의 전기요금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동안 한전이 부담했던 비용과 비교해보면 전기요금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던지라 작년 하반기부터는 제대로 된 요금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제대로 조정되지 못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이해를 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전기요금 조정은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하니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고, 한동안은 사과를 중심으로 한 과일 가격이 이슈가 되더니 이젠 원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물가를 주제로 한 뉴스가 매일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물가가 들썩이니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시 공공요금의 억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연료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다보니 한전의 올해 영업실적이 괜찮을 것 같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당장 전기요금을 안 올려주면 한전이 부도날 것 같던 1년 전과는 상황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년 중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을 앞두고 전기요금을 올리자고 주장하자는데 힘을 실어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기준연료비가 전기요금에 이미 다 반영되었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의미를 갖는 제도이다. 연료비 예상치를 토대로 (총괄원가의 다른 요소들도 같이 반영해서) 전기요금을 산정하는데, 당초 예상한 것보다 연료비가 오르거나 내린다면 그 부분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 연료비 조정요금이다. 그런데 기준연료비뿐만 아니라 다른 원가 요인이 요금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니, 3개월마다 발표하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또한 기후환경요금에 대한 논의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총선 때문에 요금조정을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기후환경요금 단가 재산정 작업은 연초에 이루어져야만 했다. 1년에 한번씩 단가를 재산정해 놓기로 해 놓고선, 아무런 해명도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지나가버리면 이것이 관례가 될 것이 뻔하다. 물가를 관리하는 분들은 전기요금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기분이 안 좋겠지만, 최소한 원가연계형 요금제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한만큼 전기요금을 다 올리지 못하더라도, 전기요금 조정 체계만큼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정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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