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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금융투자자가 바라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세, 비자 같은 시급하고 중대한 현안이 마구 밀려왔는데, 그 와중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이 눈앞에 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따라 기후 위기와 국제 협약에 적극 대응한다는 긍정적 시각과, 에너지 분야의 부처 간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또한 중국의 제조업 굴기에 따라 국내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중후장대 산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정책과 산업정책의 분리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있다.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금융투자자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녹색금융에 기여하고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다. 전 정부 시기에 수립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며, 소형모듈형원전(SMR)이나 대형 원전이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점은 2035년 이후다. 그 사이 AI 데이터센터, 전기차·자율주행차 산업은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울 텐데, 전력 부족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제철이나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으로 전력 수요를 상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기에 무리하게 기존 계획을 뒤엎기보다는 로드맵을 유지하되 재생에너지 목표의 조기 달성을 모색하는 편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실에 기반한 정책이 요구된다. 전체 발전을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어 RE100을 달성하더라도, 철강·금속 등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열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현재의 기술과 역량으로는 2050년에 전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Net-Zero)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신기술 개발 및 실증에 힘써야 한다. 따라서 현재 관점에서 경제성이 낮아 보이는 수소, 암모니아, 탄소포집·이용·저장(CCUS) 기술 개발 및 실증, 사업화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른바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공공 및 민간 벤처캐피털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위기에 놓인 철강·석유화학산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탄소 녹색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특히 녹색채권과 녹색여신)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대선 공약에서 강조된 2040년 석탄화력발전 폐지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시장의 힘을 활용해 무탄소 발전으로의 전환과 전력망 확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든 일을 공공만으로 감당할 수 없으니, 민간 금융과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 및 에너지 전환에 투자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에 대한 정책적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를 신속히 제공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확신과 신호를 주어야 한다. 금융투자자는 구호보다 구체적인 결과, 정치보다 안정적인 정책, 돌풍 같은 인기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선호한다. 양대 강대국이 한국에 경제적·산업적으로 막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모두가 위기를 말한다. 바로 이 시기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다. 전환과 혼란의 시대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할 만큼, 공공과 민간 자본을 조직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순발력 있는 전략 수립과 이행이 절실하다. 그것이야말로 금융투자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모습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우 시평]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함의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매년 9월 미국 뉴욕에서 UN총회와 함께 열리는 '기후주간(Climate Week NYC)'가 어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로이터는 행사 시작 직전인 20일(현지시각) 역대 최다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진행되는 행사가 지난해 보다 10% 늘어난 1000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는 2009년부터 유엔 총회 기간에 맞춰 열리는 세계 최대 민간 주도의 기후행사로, 각 국가의 정부는 물론 기업이나 시민사회가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다양한 글로벌 기후정책 및 시장 변화를 미리 볼 수 있기 때문에 필자도 트럼프 1기 시절 KPMG 기후부문 아시아태평양 대표 및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이사 자격으로 여러 차례 발표 및 토론에 참여했었다. 올해는 기후변화 심각성이 가중되면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미국의 반기후 정책 기조가 교차하는 가운데, 기후주간내 UN 기후 정상회의에서 발표되는 NDC포함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에 시선이 쏠렸다. 이는 각 국이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개최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에서 협상할 내용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35년까지 고점 대비 7∼10% 감축하겠다고 밝힌 것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전세계 온실가스의 30%를 넘게 배출하는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원단위 감축이 아닌 절대량 감축 수치로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또한, 2035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 중 화석연료 비중을 30% 이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이를 위해 풍력·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을 2020년 수준의 6배 이상으로 늘리고,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가 신규차의 주가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목표가 지구를 살리기에 충분한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등 청정기술 시장확대와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정산업 육성 및 글로벌시장 확대가 아니라면 디플레이션 압력 등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 굳이 기후정책 목표를 강화할 이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가 정한 2035년 NDC 제출 기한인 9월24일을 맞추지 못했는데, 이는 2035년 NDC와 연동되어 있는 2040년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1990년 대비 90% 감축) 대해 회원국들간 합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EU는 2035년 NDC를 확정하진 못했지만, UN 기후 정상회의를 통해 의향서(Statement of Intent) 수준의 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그 범위는 1990년 대비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6.3~72.5% 감축하는 것이다. 잠정 합의된 수치라도 72.5% 감축은, 러·우 전쟁 및 대미 협상 등 정치경제 위기를 감안하면 도전적인 수치다. 이는 글로벌 기후리더십과 청정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에너지 가격안정화 및 안보도 달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필자가 올해 2월 파리에서 열린 청정산업 협력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서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에 기반한다. 이처럼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해 미국은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구조상 감축이 쉽지 않은 중국이나 회원국간 이견이 많은 EU가 강화된 감축 목표를 국제 사회에 발표한 이유는, 이를 산업정책과 연계해 자국내 청정산업 육성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기후리더십을 강화해 글로벌 청정산업을 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세계자원연구소(WRI)는 EU, 중국 등 주요 배출국들의 목표가 글로벌 배출량 격차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 제출된 NDC들이 이행돼도 2035년까지 14억톤 추가 감축에 그쳐, 지구 온도를 1.5도 이내 상승으로 억제하려면 최소 260억톤 이상은 더 감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어쩌면 중국과 EU는 자신들이 리드하는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정책이 잘 연계될 경우, 국제사회가 더 줄여야 할 260억톤은 자신들의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가장 많이 이 기술을 사야 하는 국가는 지금 감축을 뒤로 미루는 국가일 것 같다. 김성우

[EE칼럼] 블루수소 외면, 수소경제의 선순환도 멈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수소 사용 강제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 면에서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인프라 확충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아직 경제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블루수소를 배제하고 그린수소만을 인정한다 해도, 수소 생태계의 성장은 지체되고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를 인위적으로 구분해 차별하는 정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 나아가 이런 조치들이 결국 값싼 중국산 그린수소 수입을 위한 '레드카펫'을 까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디젤 차량에 필수적인 요소수 공급이 중국 수출제한에 막혀 국가적 혼란을 겪었던 기억을 떠오른다. 어떠한 상품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활용을 아우르는 선순환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저탄소 경제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는 수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충전소, 생산시설, 운송망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수소차와 연료전지의 수요가 늘어나고, 확대된 수요는 다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초기 투자비용은 막대하고 단기 수익성은 낮아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를 풀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과도기에서 블루수소는 반드시 거쳐야 할 가교적 대안이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가 충분히 확대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천연 혹은 부생가스 개질에 CCUS(탄소포집·저장기술)를 접목한 블루수소로 공급을 늘리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다. 특히 한국처럼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 입장에서, 제철·석유화학·정유 공정 등에서 부산물로 함께 발생하는 부생가스(by-product gas)는 정말 보물이나 다름없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소가 각광받는 시대에서, 한국을 산유국 같은 자원 부국으로 만들어줄 유일한 수단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소경제를 향한 마중물로서의 블루수소는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 인프라 가동률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 수단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도 2030년까지 국내외 탄소저장소 확보를 전제로 연간 75만 톤의 블루수소 생산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고, 주요 기업들은 정부를 믿고 대규모 플랜트를 추진해왔다. 물론 최종 목표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 생산 방식이 좋지만, 지금 단계에서 그린수소만을 고집하는 것은 경제성을 맞추지 못해 국내 수소 연관산업 생태계의 싹을 잘라버릴 위험이 크다. 아직 생산 단가가 높은 그린수소에만 정책이 집중된다면 자연히 관련 민간 투자는 움츠러들고, 인프라 확장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국제 경쟁이다. 중국은 이미 막대한 재생에너지 설비를 바탕으로 값싼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만약 한국이 과도기를 버티지 못한 채 성급히 정책적으로 그린수소만을 고집한다면, 결국 값싼 중국산 수소에 전면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주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수소경제의 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값싸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절실하다. 이전 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인식하고, 초기에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생수소와 천연가스 개질 수소에 의존하되 민간의 대규모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라도 했었다. 주요 기업들로부터 2030년까지 43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이끌어냈고,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과 세제 혜택, 정책금융을 결합한 인센티브 패키지로 화답했다. 수소 기술을 신성장 산업으로 지정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저리 융자와 보증을 제공했으며,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 지원과 안전기준 정비에도 나섰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부가 공언한 수소충전소 구축 목표는 절반 수준에 그쳤고, 도심은 규제와 주민 반발로 설치가 거의 불가능했으며, 낮은 수요로 인한 만성 적자를 겪고 있다. 정부가 설치보조금과 운송 지원책을 내놨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2019년부터 추진한 개질 기반 생산기지 10곳 중 2021년까지 완공된 곳은 단 한 곳뿐이었고, 그마저도 후속 생태계 조성 미비로 기업들의 기존 투자가 모두 매몰비용으로 취착될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상당 부분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으며, 산업 생태계는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보조금에 연명하는 구조만 남겼다. 궁극적으로 에너지 산업의 실무자 관점에서 수소 인프라 투자는 철저히 정책 리스크와 경제성에 의해 좌우된다. 과거 정부의 경험은 분명하다. 초기 판을 정부가 깔아줄 수는 있지만, 민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투자의 지속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앞으로 정부는 일관된 정책 신호와 보조금의 효율적 운용으로 민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선은 블루수소를 사용할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운영비 지원 제도를 확충하며, 중국 의존 최소화를 위한 국내 자급률 목표 설정 등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수소경제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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