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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전환의 시대, 한국은 어느 길 위에 서 있는가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IAEE 부회장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제46회 국제학술대회는 유럽에서 열리는 여느 에너지 분야 학술대회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협약 부문의 성과와 진전에 대한 기조 발제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학술대회가 진행되면서 유럽 국가의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뭇 다른 의견이 제기되었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후변화 및 ESG 규제들이 너무 강하고 급하며 충분한 조정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였으며 국가별로 프랑스, 독일, 영국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였다. 참가한 한국 학자들은 프랑스는 원자력이 충분하여, 그리고 영국은 EU를 탈퇴한 것이 이유일 것이라고 논의하였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발표하고 추진 중인 산업 정책 및 에너지 정책이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원인임에 의견을 같이하였다. IAEE(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Energy Economics)는 에너지경제학 분야의 세계 최대 학술단체이다. 미국에 본부가 있으며 80여 개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국제학술대회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학술적인 발표뿐만 아니라 에너지기업과 정책 분석기관, 그리고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종합적인 행사로 개최되고 있다. 한국의 참여도 활발한 편이다. 2013년 6월에 제34회 국제학술대회를 한국에 유치한 바 있다. IPCC의 의장을 역임한 이회성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학회장을 맡은 바 있으며, 박희천, 강승진, 장영호, 허은녕 교수 등이 IAEE 학회의 부회장 및 이사회(council) 멤버로 활동하였다. 올해부터 강승진 교수가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한 한국 학자들을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이슈는 주요 국가들이 공통으로 지정학 이슈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는 것이다. 최근 전쟁들과 여러 국가에서 진행 중인 선거들로 인하여 지정학과 더불어 빈곤, 복지, 접근성, 기후변화적응 등 사회적인 문제들의 중요도가 크게 상승하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에너지기업 대표들이 그러하여 지정학적 이슈가 에너지기업의 경영에서 주요 이슈로 주목받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유럽 석학들의 발제 내용의 변화에 더하여 유럽 여러 국가에서 에너지 정책의 목표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보이고 있음도 감지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영국 정부가 6월 23일에 발표한'신산업전략 (Modern Industrial Strategy)'을 들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 전략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산업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이라고 발표하면서, 청정에너지, 첨단 제조, 디지털·AI 기술, 생명과학, 국방, 금융서비스, 비즈니스 서비스, 창조산업을 8개 핵심 투자 분야로 제시하면서 향후 10년간 이들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집중하고 우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였다. 영국 정부는 이번 장기 산업 전략의 실행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20억 파운드(약 3조 7300억원)이상의 공공 지출을 투입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영국 정부가 이번 발표 자료에서 '수십 년간 이어온 기존 접근 방식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라고 반성한 것이다. 특히 지난 수십 년 간의 과도한 규제와 행정 부담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이에 따라 이제는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정책 전환이 추진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분야의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발표한 계획에는 특히 전력 가격을 여러 지원책을 통해 2027년부터 최대 25%까지 낮추는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미국, 중국이 이미 발표한 산업 정책 목표와 궤를 같이하는 변화임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낮은 에너지 가격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새로운 정부를 맞아 우리나라 역시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크게 낮아진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기반으로 하는 장기 정책 논의를 듣지 못하고 있음이 못내 아쉽다. 다시 한번 에너지가 국제적이고 지정학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이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90% 이상의 에너지와 전략 광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임을 그저 외면하고 살아왔음을 반성하게 한 국제학술대회였다. 허은녕

[EE칼럼]주민 참여 재생에너지사업 활성화해야

우리나라에서 지역사회의 경제적 부가 외부로 유출되는 큰 부분은 교육비와 의료비다. 2022년 가구당 의료비 지출은 297만원이고, 2023년 미혼 자녀를 둔 세대의 교육비 지출은 755만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교육과 의료는 지역사회 내에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처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 비용은 어떠할까? 2023년 4인 가구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만을 집계하면 약 150만원 정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난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은 가스 비용이 40퍼센트 이상 비싸므로 겨울철 난방비용이 도시 지역의 두 배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농촌지역의 에너지 소비는 60년 전만해도 거의 자립을 하는 수준이었다. 농가의 취사와 난방에는 인근 산에서 채취한 나무나 짚 등 농업 부산물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주변의 산들은 모두 민둥산이 되어버렸다.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화석연료의 공급 기반이 갖추어지고 농촌에도 구공탄과 석유의 사용이 권장되었다. 벌목은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산림은 엄격하게 보호되었다. 자연히 농촌 지역의 에너지 공급도 해외에 의존하게 되었다. 자립 에너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고 난 뒤였다. 유가의 급등으로 경제적 혼란을 겪은 각국은 수입하지 않는 에너지를 찾아 나섰다.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에 대한 연구와 보급이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당시 산업화의 도정에 있던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에너지원의 수입도 늘어났다. 그에 따라 에너지 자립도는 점차 하락했다. 1차 석유파동이 있던 1973년 54%였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9년에는 73%로 높아졌고 1997년 98.3%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80%에 이른 1987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하였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어떻게든 자립에너지를 찾아야 했지만 마땅한 에너지원을 찾지 못해 성과는 지지부진하였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에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풍력발전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부터이고 태양광 발전이 본격적으로 주택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스위스와 독일에서였다. 1992년 리우 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면서 풍력과 태양광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더욱 힘을 받아 확산되었다. 태양광과 풍력은 이제까지 화석연료와 그것으로 만든 전력의 소비자였던 사람들을 에너지 생산자로 탈바꿈시켜 주었다. 프로슈머가 된 태양광발전 설치 가구는 자가 소비용 전력을 청정 에너지로 생산할 뿐만 아니라 가계의 새로운 소득원을 갖게 되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지역사회에는 공동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각 지역에서 크게는 도시 단위, 작게는 마을 단위로 구성된 에너지 협동조합은 공공시설이나 공유시설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하여 그 수익을 조합원에게 배분하고 일부는 지역사회 복지를 위해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완공한 여주시 구양리 햇빛두레발전소와 올해 1차사업을 마친 영광군 월평마을의 영농형 태양광 사례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여 태양광 발전 시설을 공동체 자산화하고 혜택을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좋은 사례이다. 구양리는 70여 가구, 150여 명의 주민이 전원 참여하여 '구양리 햇빛두레발전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마을회관, 창고, 체육시설 등에 약 1M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추었다. 현재 발전소의 수익은 마을버스 운영과 경로당 무료급식, 마을행사 지원 등에 사용하며, 앞으로 4~5MW로 발전용량이 확대되면 주민들에게 '햇빛연금'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월평마을은 28가구가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염해 간척지에 영농형 태양광 약 1MW를 설치하여 토지소유주와 경작자, 마을 주민이 함께 햇빛연금을 나누는데 가구당 연간 142만원 정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3단계까지 3MW를 설치하면 연금도 늘어날 것이다. 현재 전국 1,404개 읍·면 가운데 499곳은 농촌소멸 위험 지역, 227곳은 고위험 지역으로 절반 이상이 공동체 해체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농촌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까닭이다. 에너지 정책의 정상화 작업에 들어선 새 정부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주길 기대한다. 신동한

[EE칼럼] 기후위기 속의 장마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일주일가량 빠른 지난 6월 12일, 제주도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한동안 장마전선이 활성화되지 못하다가, 베트남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올해 1호 태풍 '우딥'이 몰고 온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한차례 강한 비가 내리기도 했다. 그 뒤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확장되며 며칠간 많은 지역이 폭염에 시달렸지만, 장마전선이 남부와 중부지방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일, 한반도 북쪽 편서풍대로부터 떨어져 나온 한랭한 절리저기압과 함께 내려온 찬 공기가 북태평양고기압과 한반도에서 만나 정체전선을 형성하면서 이 전선을 따라 많은 비가 내렸다. 올해 중·남부지방에 내린 첫 장맛비였다. 그러나 지난주 내내 이렇다할만한 장맛비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제 막 장마에 접어든 시점이지만, 벌써부터 장맛비보다는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보면 올해 장마도 그리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 장마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었던 과거에는 단순히 여름철에 오랫동안 비가 내리는 현상을 장마라 하였다. 관점에 따라 다소 다르게 정의될 수 있겠지만 장마란 남쪽의 온난습윤한 열대성 공기덩어리와 북쪽의 한랭한 한대성 공기덩어리가 만나 형성되는 경계선을 따라 습윤한 공기가 유입되어 장기간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장마는 봄까지 줄곧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던 한랭한 공기덩어리들이 점차 물러나고 그 자리에 태평양에서 발달하는 덥고 습한 아열대 공기덩어리가 확장해 올라오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두 공기덩어리가 만나는 경계선이 동서로 길게 정체되어 늘어서면서 전선이 형성된다. 이 경계선에서는 상승하려는 덥고 습한 공기와 하강하려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서로 충돌하고 대치하기 때문에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진다. 그로 인해 흐리고 궂은 날씨가 지속되며 지역에 따라 집중호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이 정체전선을 장마전선이라 하며, 보통 6월 말에서 7월 하순 사이 한반도 부근에 형성되어 며칠에서 몇 주간 지속적인 비를 내리게 한다. 원래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공기덩어리는 쉽게 섞이지 않기 때문에 장마전선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여러 기상 요인의 영향을 받아 남북으로 오르내리기며 장기간 유지된다. 이 기간이 바로 장마철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연강수량은 약 1,200 ~ 1,500mm 정도인데, 이 중 대략 31일간 이어지는 장마철에 내리는 비는 보통 300 ~ 500mm에 달한다. 이는 연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내리는 비는 수자원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남쪽의 덥고 습한 아열대 공기와 북쪽의 냉랭한 공기가 한반도 부근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장마철 날씨는 대체로 습하고 기온은 매우 변덕스럽게 변한다. 뿐만 아니라 전선은 일시적으로 사라져 소강상태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장마철이 지나 8월에 접어들어 한여름이 되면 한반도는 강해진 남쪽의 아열대성 고기압인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된다. 덥고 습하지만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며 때때로 소나기성 강우가 내리는 것이 8월 기후의 특성이다. 이때 내리는 소나기성 강수는 남북 간에 성질이 다른 공기 사이에서 발생하는 장맛비와는 달리, 가열된 지면 위의 공기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생기는 국지성 강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같은 비라도 이 시기의 비는 장맛비와는 태생적으로는 성질이 다르다. 한편, 8월 하순부터 9월 초 사이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화되어 남쪽으로 물러나면서 우리나라는 무더운 아열대고기압의 영향권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덩어리의 사이에 다시 놓이게 되는데, 이 때 정체전선과 온대저기압 등이 영향을 받아 많은 비가 내리기도 한다. 비가 잦은 이 시기를 일반적인 장마와 구별하기 위해 '가을장마' 또는 '2차 우기'라 부른다. 2019년 제주지역에서는 열흘 남짓한 가을장마 기간에 내린 비의 양이 장마철 강수량을 넘어선 사례도 있다. 모든 기상 현상이 그렇듯, 매년 반복되는 장마라도 그 기간과 시작·종료 시점, 강우일수와 장마기간 중 총강수량 등에서 모든 장마는 사뭇 다른 특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2020년에는 중부지방 장마가 6월 24일경 시작되어 8월 16일경 종료되어 무려 54일간 지속된 최장의 장마로 기록되었다. 이 기간 동안 서울 등 중부지방에는 평년보다 2배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고, 전국 곳곳에서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해 인명은 물론 산사태, 침수, 도로 유실 그리고 일조시간 부족에 따른 농작물 피해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이보다 불과 2년 전인 2018년에는 남부지방 장마가 6월 26일 시작되어 불과 14일 만인 7월 9일 종료되며, 남부지방 관측 이래 가장 짧은 장마로 기록되었다. 이 해의 경우, 장마가 일찍 종료되면서 이후에 열돔 현상에 의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고, 특히 무강우 기간이 벼의 생장과 밀접히 관련된 시기와 겹치면서 농작물 피해가 컸다. 장마철 강수일수 또한 매년 큰 차이를 보이는데 2020년의 경우, 장마기간도 길었던 만큼 장마기간 동안 비가 내린 날도 28.5일로 가장 많았던 반면, 2014년에는 불과 9.9일로 가장 적었다. 이처럼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지만, 그 양태는 해마다 크게 다르다. 주목할 점은 장마와 관련한 여러 가지 기록적인 통계가 최근, 특히 2000년대 들어서서 잇달아 갱신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최장·최단 장마기간, 최다·최소 강수일, 최저 강수량, 장마 중 최고 일강수량 등 다양한 기록이 근래에 들어 새롭게 경신되고 있는 것이다. 장마의 이러한 변화는 의심할 나위 없이 전지구적으로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에서 그 궁극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장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북태평양 고기압, 우리나라 남서쪽에 위치한 열대몬순 기압골, 북동쪽의 고온건조한 대륙성기단, 한랭습윤한 오호츠크해 기단, 한대성 극기단 등이 있다. 이들 기단의 발달과 상호 균형에 의해서 장마가 시작되고 진행되며 그 특성이 결정된다. 그러나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들의 강도와 발달시기, 위치 등이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극과 고위도 지역이 더 빠르게 온난화되면서 찬 해역에서 발달하는 오호츠크해 기단의 세기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반면 북태평양 기단은 이전보다 더 강하고 이르게 발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티베트고원에서 발달하는 상층 고기압이 한반도에 일찌감치 영향을 미치면서 장마의 정상적인 발달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장마는 과거 교과서에서 정의하고 설명하던 전형적인 장마와는 이미 다르며 미래에는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과학적 근거에 의해 마련된 미래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미래의 장마에 관한 분석에 따르면 금세기 후반에 장마는 현재보다 약 10일 정도 일찍 시작되고, 약 10일 정도 일찍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장마지속기간은 지금과 유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마기간 중 강수량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장마기간 중 비의 강도가 증가할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상위 5% 수준의 강한 강도를 갖는 폭우는 38% 이상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강한 대류성 강수의 증가는 하층으로 유입되는 열과 수증기의 증가로 인한 대기불안정성의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장마 후에도 강한 대류성 강수현상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마의 시종과 발달 양상의 변화와 더불어 장마기간 중 강우 강도의 변화는 향후 장마의 뉴 노말(new normal)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더 거칠어질 장마는 농업, 도시, 수자원, 에너지, 보건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예기치 못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한 수자원 관리, 도시 배수 및 홍수 인프라, 관개 및 농작물 관리, 전력 등 에너지 수급, 의료·보건 및 위생 등 다양한 분야의 대응체계를 개선하고 강화해야 한다. 특히 기존 재난 대응체계는 장마철 폭우, 여름철 폭염, 가을철 태풍 등 개별 재해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폭우와 폭염, 가뭄 등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적인 재해의 양상이 예상되는 만큼 복합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다 종합적이고 정교한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EE칼럼] 바람과 햇빛이 지켜낼 농촌의 내일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면면이 확정돼 가는 가운데 지난 23일에 이재명 대통령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했다. 이날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1년 7개월 농림축산식품부를 이끈 송 장관 유임 결정이 발표되자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파격 인사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수와 진보의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송미령 장관이 새 정부의 철학과 국정 운영 방향에 동의하신다고 알고 있다"며 “과거에 어떤 활동과 결정을 하셨든 간에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 개인을 떠나 인사 방침 자체는 타당하다. 동시에 장관과 국민은 다르다는 점 또한 이 대통령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무직 공직자와 달리 국민이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 반대로 새 정부가 국민 전체에 맞춰 그들의 삶을 보살펴야 하며, 국민은 진보이든 보수이든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전체로 국민이다. 새 정부에서 송 장관이 성과를 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햇빛연금'이지 싶다. 이 정책은 농촌을 재생에너지 확산의 전략 거점으로 삼겠다는 이 대통령 구상으로, 개인형 '햇빛연금'과 마을형 '햇빛소득마을'을 두 축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농촌 수익 확대를 꾀한다. 햇빛연금은 농민이 지붕 등 유휴 공간에 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전력판매 수익을 20년 이상 연금처럼 받는 개념이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단위로 부지를 개발해 태양광 발전을 하고 공동기금 방식으로 수익화하는 개념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농민 소득 향상을 결합한 재생에너지 정책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송 장관이 앞으로 내어놓을 텐데, 같은 공무원 조직을 활용해 지난 정부의 실패를 서둘러 만회하는 태세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송 장관의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 정부의 공과를 다룰 마음이 없지만, 재생에너지의 위축은 대표적 실패라고 판단한다.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동안 윤 정부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의 맥을 끊어버렸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 미만으로, 한국의 목표나 국제사회의 기준에 많이 못 미친다. 햇빛연금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 방향은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하다. 현재 지구촌의 탄소 대응은 탄소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과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는 크게 두 방향이다. 탄소의 발생 단계 저감의 대표 정책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이다. 전력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쓰는 발전을 태양광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를 쓰는 발전으로 바꾸자는 데에 지구촌의 합의가 있다. 이미 대기 중에 나와 있거나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ㆍ저장(CCS)하는 방법은 기존 경제시스템을 보완하자는 발상으로 현재 각광받는 기술이다. 스탠퍼드대학교 마크 제이컵슨 교수 연구팀이 과학 저널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한 최근 논문에 따르면 화석연료로 오염된 대기를 CCS로 정화하는 것보다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환경 효과가 크다고 한다. 연구진은 CCS와 재생에너지 발전을 병행하려는 현재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가 맞는 방향이란 얘기다. 전 정부의 장관을 다시 쓰는 정무적 유연성과 실용주의는 국민에게 보내는 정치적 포용성의 신호로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탄소 대응에서는 포용이 사라진 엄격한 실용주의가 관철되어야 한다. 단호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알고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 안치용

[김성우 칼럼] 미국의 탄소국경세 방향과 차별화 요소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기후대응기금운용심의위원 유럽연합(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를 세계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CBAM이란 EU 역외에서 생산되는 對EU 수출품에 대하여, EU 역내에서 EU 배출권거래제의 적용을 받고 생산되는 동일 상품이 부담하는 탄소 가격과 동일한 비용을 '관세와 유사한 국경조정세(Border Tax Adjustment)'로 부과하는 제도이다. 비록 지난 6월 18일 EU 이사회와 EU 의회가 CBAM 면제 기준 변경에 합의해 소규모 기업은 CBAM 적용 면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고탄소 배출 산업의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99%를 규율한다는 규제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이행을 지속가능하도록 현실화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 주목할 것은 미국내 발의된 관련 법안이다. 2023년 11월 공화당 캐시디(Cassidy)와 그레이엄(Graham) 상원의원은 '해외오염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 FPFA)'를 처음 발의한 후, 지난 4월 8일 상세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국산 제품보다 배출집약도가 높은 수입품에 국경조정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국경조정세는 수입품의 관세 가치(Customs Value)에 '가변 비용(Variable Charge, %)'을 곱하여 산정되는데, 배출집약도 차이에 따라 3단계(Tier)로 차등화된 가변 비용이 적용된다. 자국내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 가격과 연동되어 있는 EU CBAM과 달리, 자국내 연방차원의 탄소가격을 부과하고 있지 않은 미국의 경우 미국 제품의 배출집약도와 수출국 재퓸의 배출집약도를 비교해 국경조정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미국 제품 대비 배출집약도 차이가 10%를 초과하는 제품부터 관세가 부과되며, 오염도가 가장 심한 3등급(Tier 3) 제품은 최대 100%에 달하는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최근 개정안에는 적용 대상 품목 역시 기존 6개(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비료, 유리, 수소)에서 태양광 및 배터리 부품을 더한 8개로 확대되었으며, 중국 등 비시장경제 국가나 해외우려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 생산품에는 최대 4배의 가중치가 가변비용에 적용될 수 있어 중국 견제 의도도 엿볼 수 있다. 동 법안은 향후 의회내 논의 과정에서 내용 변경 및 합의 여부를 지켜봐야 하고 법안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 집권당이 지향하는 탄소국경세의 상세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침 동 법안에 대한 분석도 이달 초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Belfer Center)가 발표한 논문에서 확인된다. 이 연구에서는 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대부분 교역 상대국의 평균 배출집약도가 미국보다 높다고 산출되었고, 특히 알루미늄은 약 113%, 철강은 약 57%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낸다. 이는 FPFA와 같은 제도가 미국 산업에 가격 경쟁력을 부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첫해에만 한국으로부터 약 4억 5,600만 달러(주로 철강, 태양광, 배터리 부품)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 점도 흥미롭다. EU 및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은 2027년부터 도입되는 자체적인 CBAM 제도를 공식화했고, 호주 역시 탄소 누출 제도 설계 검토를 위한 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탄소국경세는 새로운 국제 무역 규범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제품의 배출집약도가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규범 확대 흐름 속에서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제품 수출 시 탄소국경세로 인한 수출가격 변화를 계산해 보고, 경쟁국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제품의 배출집약도를 낮춤으로써 국경조정세 지불을 최소화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먼저 시작된 EU CBAM에 대한 준비를 통해 저탄소제품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되, 국경조정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배출보고서를 작성해 봄으로써, 비용 최소화를 시뮬레이션해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제품별 탄소비용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제품 단위 탄소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고 성과관리 기반을 마련하여 이미 제품의 탄소 감축을 의무화하기 시작한 선진 시장에서의 제품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그 동안 탄소배출은 감축요구 대응으로 우리 기업에게는 방어적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상술한 탄소가격 부과의 글로벌 흐름이 지속된다면, 제품의 저탄소경쟁력을 먼저 갖출 경우 오히려 공격적 요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늘 차별화를 고민해 온 우리가 이 요소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김성우

[EE칼럼] ESG의 이면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최근 몇 년 사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들의 핵심 화두가 되었지만, 이제는 그 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볼 시점이 되었다. ESG는 한때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되는 조건부 전략으로 변질되고 있다. 시장성과 수익성, 그리고 효율성이 ESG 원칙을 압도하는 순간, 기업과 금융기관은 주저 없이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거나 후퇴한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례들은 ESG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보여준다. 첫째,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탄소 감축 목표에서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시티, 모건스탠리 등은 2025년 들어 Net-Zero Banking Alliance(NZBA)에서 잇달아 탈퇴하거나, 기후 목표를 1.5℃에서 “파리협정 이하" 수준으로 완화하는 등 ESG 약속을 대폭 후퇴시켰다. 이들은 “정책 변화"와 “고객 전환의 어려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이유로 들며, 사실상 수익성과 실현 가능성을 ESG보다 우선시한 것이다. 둘째, ESG를 앞세운 펀드가 실제로는 탄소 집약적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 JP모건의 '지속가능' 펀드가 약 2억 파운드(약 3000억 원)를 전 세계의 에너지 및 실물 자산 거래 1 등기업인 글렌코어(Glencore)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렌코어(Glencore)는 환경 규제 위반 이력까지 있는 기업으로, 이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이름 아래 실질적 ESG 원칙은 무시된 사례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는 ESG 전략에 따라 사우디의 아람코(Saudi Aramco)와 셰브론(Chevron) 같은 고탄소 기업을 '기후 솔루션' 투자처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탈석유·탈가스의 흐름과는 명백히 반대되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CalPERS는 “전환기 투자"라는 프레임을 적용해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ESG를 투자 수익과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재정의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 중요한 흐름은 정부 차원에서도 ESG에 대한 유연한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 및 주 정부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경제성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며, 최근 에너지 관련 규제들을 적극 재검토하고 있다. 여러 주는 기후변화, ESG, 환경정의, 탄소세 및 벌금 등과 관련한 각종 규제 중 이념 중심의 비현실적 정책들을 식별하고, 위헌적이거나 과도한 조치들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ESG를 무조건 지키는 이상적 규범이 아닌, 경제·안보 현실과 조화되는 실용적 정책 프레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친환경을 주도적으로 외치던 EU도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하여 지속가능실사 지침을 연기하거나 유예하고 있으며 탄소국경조정 대상 기업을 대폭 면제해주는 등 실사구시의 자세로 경제가 우선임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가? ESG를 우선하면서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고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환경규제 위주의 탄소중립 정책의 결말은 제조업 경쟁력 하락과 국민 비용 증가만이 남을 것이다. 물론 탄소중립과 녹색 전환은 시대적 과제이며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술적·지리적 제약, 불리한 자연조건, 높은 전환 비용을 고려할 때, 무리한 선언보다는 실현 가능성과 경쟁력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산업 기반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이고 유연한 정책 조정을 검토해야 하며, 기업은 실효성 있는 ESG 실행 방안을 스스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영리하고 현실적인 전략을 통해 ESG와 생존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때다. 조홍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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