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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경 초대석] 이시욱 KIEP 원장,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 상시화 우려”

“미국의 상호관세, 중동 사태 등으로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요구받는 역할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큰 틀에서 통상과 안보, 투자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조치, 이란과의 중동 전쟁 등 불확실성 관련 통상, 안보, 기술, 에너지 등 복합적 대응을 강조했다. KIEP는 지난 1989년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으로 한국의 대외경제 정책 수립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관세 등 통상 리스크, 중동 전쟁, 미·중 갈등 등 불확실하고 복합적인 국제정세 속에서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 전략도 제시하고 있다. 북미, 유럽,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각 대륙별, 국가별 전문 연구팀도 구성해 대외경제를 연구·분석 중이다. 2023년 7월 임명된 이시욱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국제통상학 교수,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한국국제통상학회(KATIS) 회장 등을 역임하며 대외경제와 국제 통상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 원장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는 우리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 탈피, 원유 도입선과 석유 제품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 중인 정부 대응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중심의 수요 구조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우리의 필수 과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는 무역 불균형 뿐만 아니라 기술, 이민, 마약 등 광범위한 미국 내 사회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향후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이 상시화되고, 한국에 대한 역할 확대 요구도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정세 변화의 트렌드 속에서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과 함께 요구받는 역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제언이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 초 중동 전쟁 발발 후 고유가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중동 전쟁이 한국 포함 대외 경제에 끼친 영향을 진단한다면. “미-이란 군사 충돌 이후 세계 경제는 사실상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금리 상승 우려 등 '4중고' 상황에 놓였다. 이번 사태의 국내외적 여파로 첫째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둘째 유가발 인플레이션 재점화다. 셋째 통화정책 긴축 장기화 우려다.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 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원가 부담 증가, 수입 물가 상승, 소비 심리 위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61%, 나프타 54% 등 중동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타격이 더 심했다. 중동 사태 계기로 본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대응책을 제시해달라. “중동 사태는 우리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례다.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 중동산과 미국산 원유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조달 포트폴리오 분산이 필요하다. 다만, 중장기 에너지 정책 관점에서 화석연료 중심의 수요 구조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대응이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효율성 높은 무탄소 에너지원 비중을 늘려야 한다. '원전 대 재생'의 이분법이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원의 조합으로 설계해야 한다." - 종전 후에도 대외 경제의 후유증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도 전쟁 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경제적 후유증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 3~5년이 소요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향돼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임금이나 물류비 등 2차 파급 물가 압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거다. 또 아시아 주요국들이 중동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문제도 남아 있다." - 미국의 상호관세, 중동 전쟁 등 소위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크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후에도 트럼프는 글로벌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 정책과 이민 정책을 안보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행정명령 등 대통령의 권한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빠르게 진행해 왔다. 최근 법원의 판결은 대통령에 부여된 권한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미국 헌법과 법령이 말하고 있는 의회나 법원의 기능과 역할을 드러내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의 경우, 대통령 행정명령에 근거하기보다 향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심이 되는 무역법 301조 등 법적 근거로 조치되지 않을까 본다. 중동 전쟁 역시 유가 상승이나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도 수습 단계로 전환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동 문제와 같은 오랜 지정학적 이슈를 미국이 원하는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잘 드러난 계기가 됐다." -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관세를 빌미로 대규모 투자, 국방비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현 후 기존의 정책 간 경계가 사라지고, 경제통상, 안보, 기술, 에너지 등이 복합적으로 혼재돼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유도 무역 불균형뿐만 아니라 기술, 이민, 마약 등 광범위한 미국 내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한국 등 우방국에 대해 무역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국방비 증액이나 핵심 제조업 부문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향후 트럼프 이후에도 미국 정권에 관계없이 이해관계에 기반한 전략에 따라 한국의 대미 투자, 전쟁 참여 등 역할 확대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큰 틀에서 통상과 안보, 투자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관세 및 대미 투자 요구에 대응해 관세 안정성, 제도적 예측 가능성, 공급망 협력의 상호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 전쟁 참여나 안보 기여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의 핵심 의무와 추가적 정치적 요구를 구분해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또 수출시장, 생산거점, 에너지 도입선, 전략물자 비축을 다변화해 대외 충격에 버틸 수 있는 경제안보 체계를 갖춰야 한다. 결국 한국은 트럼프 개인의 불확실성에 대한 단기 대응 보다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이 상시화되는 환경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중동 전쟁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에도 변수가 됐다. 올해 성장률 수정 가능성 있나. “IMF는 4월 전망 보고서에서 조기 종전 가정 하에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로 제시했다. 지난 1월 전망치 3.3%보다 하향 조정됐다. 우리 기관은 이 전망을 참고하되, IMF의 '제한적 분쟁' 가정보다 중동 사태 여파와 에너지 가격 리스크를 좀 더 무겁게 보고 있다. 현재 5월 세계경제전망 발표에 앞서 전망 수치를 검토 중이다. 휴전 이후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가 전망치 최종 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시욱 원장 프로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9대학교 응용경제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2005~2011)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2011~2014)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2014년~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한국국제통상학회 학회장(2022년)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위원장(2023년~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2023년~현재) 원승일 기자 won@ekn.kr

[인터뷰] 이재완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 “‘실무-이론 무장’ 인재 육성, 탄소 규제 해법 제시”

우주항공청 개청과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도래, 그리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UAM)와 탄소 중립이 급부상하며 항공우주 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기술의 경이로운 진보만큼이나 이를 빈틈없이 뒷받침하고 산업의 토대를 다질 정교한 '정책과 법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는 시점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소재 에너지경제신문 본사에서 대한민국 항공우주 정책 연구의 산실인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의 이재완 원장과 만나 학계와 산업계가 당면한 시대적 미션과 비전을 심도 있게 청취했다. 이와 관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방대한 국제 규범 해석부터 국내 지속 가능 항공유(SAF) 의무화·국제 항공 탄소 상쇄 제도(CORSIA) 도입에 따른 규제 당국과 기업 간의 현실적 딜레마까지 낱낱이 파고들었다. 대한민국 항공 정책이 직면한 뼈아픈 현주소를 진단하고, 글로벌 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 산업계가 그려야 할 입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A1.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은 출범한 지 2년 된 조직으로, 기존 법학과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적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우리의 임무는 모빌리티 공학과 정비 분야 등 기술적 강점이 좋은 법과 정책 환경 속에서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정책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업무에 임할 때 항공 분야 전체가 더욱 빛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에 기반한 감각을 갖추고 실무자가 직접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전수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A2. 철저히 현실 국제 사회의 논의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사로 2년 7개월간 근무하며 느낀 것은 그곳이 글로벌 항공 규범이 형성되는 핵심 무대라는 사실이다. 대학원에서는 일반적인 공법뿐만 아니라 국제 연합(UN)이나 탄소 배출 등 현재 ICAO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살아있는 이슈들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강의한다. 우리 대학원에서는 모듈화된 정책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타국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한국이 어느 위치에 서 있고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A3. 정책 기능은 대학원의 수업만으로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 내 설치된 '항공우주법 연구소'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캐나다 맥길(McGill) 대학교·네덜란드 라이덴(Leiden) 대학교 등 유수한 해외 항공우주 연구소들과 MOU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당장 이들과 동일한 선상에 서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한국의 국력과 ICAO 내 위상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공동 세미나와 인력 파견·교류를 통해 국제 항공 우주 규범을 선제적으로 만들어내고 ICAO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 A4. 국내에서는 의심의 여지 없이 본교 학부·대학원이 최고 수준이다. 아시아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면 싱가포르의 경우 항공 산업을 국가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 상당히 앞서 있고, 일본엔 항공 우주 정책에 특화된 전문대학원이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항공 운송 대국으로 성장했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식 경제 발전과 항공 산업 성장 모델을 배우고 싶어 한다. 정부 차원의 순수 연구 단체 지원과 조직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약점은 존재하지만 그간 쌓아온 국력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역내 항공 정책을 연구하고 리딩하는 데에 매우 우수한 역량과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A5. 기존 항공 분야의 경우 이미 국토부와 여러 항공사 간의 네트워크가 단단하게 구축돼 있다. 정책대학원은 공학 중심이 아닌 정책 중심이므로 이에 특화된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주 정책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영입을 추진 중이다. 원생들이 현장감을 잃지 않도록 우주 경제·정책 일반 등에 관한 실질적인 과목을 제공하며, 우주 산업이 방산 분야와도 직결되는 만큼 학계·정부·기업 3자 간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공동 연구와 세미나를 기획할 예정이다. A6. 진정한 국제적 감각과 협상력은 국제 규범의 토대인 ICAO 부속서(Annex)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에서 출발한다. 항공 정책의 펀더멘털은 결국 이 부속서에서 나온다. 부속서의 방대한 양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를 제대로 강독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지난 학기부터 사고 조사(Annex 13), 환경 보호(Annex 16), 항공 규칙(Annex 2) 등을 직접 원생들과 함께 분석하며 교육하고 있다. 외교관 시절 사고 조사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체득한 사실은 ICAO 이사국 활동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대사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부족하며 방대한 이슈를 지식적으로 뒷받침해 줄 두터운 서포팅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정책 지식으로 무장한 이들 인재가 정부를 서포트할 때 비로소 한국이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할 수 있다. A7. ICAO 이사회 회의는 연간 약 18주에 달하며, 그 의제는 개인이 모두 추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다양하다. 테크니컬한 규칙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 △항공 분쟁 △재정 △UN 텍스트 전반을 아우르는 일종의 정치적·행정적 영역까지 포괄한다. 항공 지식만으로는 탄소 배출 같은 거시적 이슈를 이해하고 방어할 수 없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항공 강국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러한 다방면의 이슈를 지식적으로 서포팅해 줄 연구 기관이 필요하다. 대학원 강의와 연구소의 기능 연계를 통해 핵심 이슈들을 심층 연구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배양시켜 국가의 정책적 입장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A8. 크게 법적 '펀더멘털 재정립'과 당면한 '현실 과제' 두 가지로 압축된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현행 항공안전법상 우주선을 항공기로 분류하는 체계의 정합성 문제와 권고적 효력으로만 치부되는 ICAO 부속서의 실질적인 국내법적 지위·효력 문제를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현실적으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차세대 모빌리티인 UAM과 탄소 배출(지속 가능성) 문제다. 이 두 사안은 항공업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안이다. 특히 UAM은 기술적 '브레이크스루'를 약속하지만 감항성·항공 종사자 자격 증명 체계 마련 등 숱한 안전성 이슈가 미해결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선제적 연구와 정부 정책 제안을 중점적으로 검토 중이다. A9. 본 대학원은 직장인이 다수인 특수대학원의 성격을 띠고 있어 풀타임 대학원처럼 정규 수업 내에서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대학 내 '항공우주법연구소'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연구소가 UAM 안전성 등 현안과 관련해 스타트업 등 산업계와 공동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관심 있는 석·박사 원생들이 연구소의 일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A01. 연구소와 대학원의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정부 프로젝트 참여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탄소 배출·UAM·우주 쓰레기·우주 안보 등 핵심 분야를 담당할 전문가 네트워크를 다지고 있다. 탄탄한 전문가 풀이 완성되면 연구소를 구심점으로 용역에 적극 참여하고, 원생들을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해 지식을 체득하며 이를 학위 논문이나 보고서로 연결 지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A11. 물론이다. 현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원생들의 여건을 고려해야 하므로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는 어렵지만 연구에 뜻이 있는 석사나 박사 과정 원생들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필드 트립을 추진할 것이다. 항공사 정비 시설 견학에 국한하지 않고 국토부 항공정책실이나 우주항공청 등 실제 정책이 입안되는 중추를 겨냥할 생각이다.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논리와 손을 거쳐 탄생하는지 청취하는 경험은 원생들이 향후 정책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유효한 자산이 될 것이다. A12. 항공은 닫혀 있는 하나의 사일로(Silo)가 아니라 철저히 융합된 거대한 종합 학문이다. ICAO의 회의 테이블만 보더라도 외교관·관제사·공학자 등 수많은 이력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항공 분야에서 가장 치명적인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휴먼 에러'는 기계 공학적 결함이 아니라 조종사 등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적 이해를 요구한다. 또한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 말레이시아 항공기(MH17) 피격 사건을 ICAO에서 다룰 때 단순한 항공 기술 지식이 아닌 외교 동향 파악과 국제법 지식이 사태 해결의 결정적 열쇠로 작용했다. 비전공자 특유의 이질적인 학문적 시각과 입체적 경험은 항공의 복합성을 풀어내고 폭넓게 융합하는 데 오히려 더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A13. 졸업생 다수는 국토부 등 정부 조직이나 방산업체, 그리고 주요 항공사와 같은 산업계 핵심 진영으로 진출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항공 안전 규제를 논하고 제도를 다듬는 이유는 항공 운송·우주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기 위한 지지대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들이 대학원에서 다진 정책적 기본기를 토대로 항공 경영과 공학을 유기적으로 조화시켜 대한민국 항공 우주 산업이 팽창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을 획기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탁월한 정책적 토대를 설계하길 바란다. A14. 아직 출범 초기라 체계를 갖춰나가는 중이지만 올 하반기에 국내에서 매우 명망 높은 항공우주정책법학회와 연계해 대규모 조인트 세미나를 개최할 확고한 계획이 있다. 이를 통해 원생들에게 실질적인 학술 발표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인프라가 본 궤도에 오르면 라이덴이나 맥길 대학 등 해외 유수 연구소와 공동으로 국제 세미나를 열고, 한두 달가량 원생들이 현지 연구실에서 강의를 듣고 연구 시스템을 피부로 느끼는 교류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다. A15. 맥길이나 라이덴 대학의 항공 관련 학위 과정은 기본적으로 정규 로스쿨 산하에 있어 전면적인 학점 교환에는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규 파견이 아닌 단기간 방문해 특정 과목을 이수하고 이를 양 기관의 MOU 하에 우리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형태의 협력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도입이 타당하다. A16. 항공 우주 산업은 인류의 명백한 '미래' 그 자체다. 이 거대한 미래의 도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자신의 역량으로 직접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위대한 꿈을 꾸고 싶은 분들은 주저 없이 본 대학원으로 와달라. 항공 기술의 발전사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그것이 실생활에 얼마나 혁명적인 도움을 주는지 깨우치며, 산업에 실제적인 기여를 남기는 역군으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A17. 현재 전임 교원 2명에 조만간 합류할 분까지 초빙 교원이 3명이 되며, 이외에도 다수의 외래 강사진이 포진해 있다. 대학 본부와의 장기적 조율이 전제돼야 하지만 원생 규모가 확장되고 대학원 기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학생 밀착 관리를 위한 전임 교원 충원은 당연한 수순이자 필수 요소다. 특히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우주 경제 및 산업 분야에 깊은 통찰을 지닌 특화된 전담 교원을 충원하는 것이 학교의 장기적 발전을 이끄는 거대한 동력이 될 것이다. A18. 탄소 배출 저감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이 주도하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며,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결의안은 항공 역사상 유례없는 중대 사안이다. 당면한 첫 번째 미싱 링크는 SAF 생산을 뒷받침할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청정 항공유를 공급할 생태계 구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2035년까지 무조건 병행해야 하는 국제항공탄소상쇄제도(CORSIA)와 지속가능항공유(SAF) 정책 간의 유기적인 결합, 즉 '정합성'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탄소 배출 기본 계획에는 SAF 도입과 항공기 운항 효율성 증진에만 매몰돼 정작 재무 타격이 큰 CORSIA 관련 대응책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두 제도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종합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A19. '2030년까지 SAF 등 대체재를 활용해 탄소 배출 5% 감축'이라는 국제 사회의 원칙은 항공 이사국이자 선도국을 지향하는 한국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목표다. 그러나 중동발 위기로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해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항공 연료 체계를 뜯어고치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과 산업 경쟁력의 명운이 걸린 구조적 대변혁이다. 섣부른 독자적 의무 기준 강행보다는 규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들의 적응 동향과 속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그 보조에 발맞춰 유연하게 제도의 수위를 조절하는 전략적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다. A20. 섣부른 티켓 가격 설정 논의에 앞서 가장 절실한 것은 대국민 홍보 작업이다. 소비자가 탑승하는 항공기에서 뿜어내는 탄소가 대기 중에 오랜 기간 머물며 기후 위기에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지, 이를 줄이기 위한 비용 지불이 왜 전 지구적으로 불가피한 희생인지 납득시키지 못하면 강력한 조세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제도 도입의 충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가 초기 단계에 직간접적인 보조를 하거나 기금을 조성하는 등 정부 차원의 재정 분담 논의가 반드시 병행돼야만 한다. A21. 제도의 원활한 이행은 상당히 험난할 것이다. 아직 SAF 원료 수급망과 분배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불확실한 초기 단계에서 기업이 맞닥뜨린 불가피성과 고의성을 가려내 책임을 묻고 제재를 가하는 건 탁상공론이다. SAF 사용은 ICAO 차원의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이를 국내법으로 무리하게 강행 규정화해 처벌 위주로 밀어붙이면 산업계의 수용성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내딛는 기업들에게 당장 족쇄를 채우기보다는 최소 1~3년 정도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적응 유예 기간을 부여하고, 과도기 중 제도의 맹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해외 선진국의 적용 관행을 참고해 제재의 강도를 다듬어 나가는 입법적 유연함이 요구된다. A22. 정책 당국으로서도 해법을 찾기 힘든 난제일 것이다. 규제에 순응하는 기업에게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직접적인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WTO 규정 등 국제 통상 규범에 정면으로 위배될 소지가 농후해 채택하기 극도로 어렵다. 국토부가 대안으로 검토하는 '배출권 인증 전문 기구 설립 지원' 등 간접 지원책 역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눈앞에 닥친 수십억 원의 과징금이라는 거대한 채찍을 기꺼이 감내할 만한 강력한 카운터 밸런싱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A23. 12개나 되는 국내 항공사들이 제출하는 수십만 건의 운항 연료 데이터와 상쇄 처리 내역을 취합해 빈틈없이 검증하고 ICAO에 허위 없이 보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막대한 업무량을 동반하는 전문적인 집행 과업이다.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기존 기관의 본질은 정책 '연구'다. 따라서 조직의 외형이 방대하지 않더라도 환경·탄소 배출 규제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는 실무자와 전문 회계 감사 인력, 통합 웹 시스템 관리자가 유기적으로 포진된 별도의 상설 전문 검증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마땅하다. A24. 전산 시스템 구축에 관한 세부적인 방법론은 기술적인 영역이라 조심스럽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대원칙은 이미 정해져 있다. ICAO 차원에서 방대한 국가 단위의 데이터를 오류 없이 입력하고 보고받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표준 프로토콜 가이드라인이 완성돼 배포된 상태다. 국내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난해하게 설계하기보다는 ICAO가 명시한 이 국제 프로토콜의 양식과 룰에 전적으로 순응해 데이터를 입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혼선을 방지하는 최선책이다. A25.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협력 모델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환경 분야의 기여와 더불어 한국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UAM 운항 표준화 이슈나 뼈아픈 과거 대형 항공 사고들을 통해 축적한 세계구급의 사고 조사 기법 등 핵심 고유 의제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이러한 이슈들을 타국에 앞서 ICAO 무대에 끊임없이 제안하고 공론화시켜 글로벌 항공 규범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자처할 때 진정한 파트 2 리더십의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다. A26. 특정 단일 국가의 체계를 정답으로 꼽기는 무척 조심스럽다. EU가 이 분야의 선구자로서 대단히 촘촘하고 강제력 높은 법령 체계를 선제적으로 완비해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미국의 행보는 다르다. 포괄적이고 거창한 별도의 탄소 전담 법령 신설에 매달리기보다는 SAF 혼합 비율이라는 뚜렷한 목표 수치를 설정해 산업의 체질을 실용적으로 견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EU식 강공법 수용이 우리 실정에 부합할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하므로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닌 주요국들의 법체계와 접근법을 다각도로 해체해 분석한 뒤 최적의 요소를 취합하는 입법적 묘미가 필요하다. A27. 한국의 법률 체계는 뼈대가 철저히 CORSIA 중심으로만 제정돼 있으며, 정작 가장 중요한 대체 수단인 SAF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하위 행정 규칙인 '훈령' 수준으로 격하시켜 누락해 버렸다. ICAO는 부속서 16을 제정할 때 SAF를 별개의 독립된 제도가 아니라 CORSIA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탄소 상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하위 수단의 하나로 규정하고 유기적으로 묶어뒀다. 조속한 개정 입법을 통해 SAF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끌어올리고, 두 제도를 분리된 별개의 덩어리가 아닌 일원화된 단일 탄소 관리 시스템으로 조화롭게 통제하는 뼈대 수술이 가장 시급하다. 이재완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 약력 △고려대학교 법학 학사·박사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법학 석사(LL.M) △공군사관학교 항공법 교수 △제26회 외무고시 합격 △주 몬트리올 대한민국 총영사 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회 대표 △요르단 대사 △몬트리올 총영사 △외교부 영사국장 △전 ICAO 주재국관계위원회(RHCC) 의장 △전 ICAO 항공보안위원회(ASC) 의장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사 △한국항공대학교 초빙 교수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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