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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안 끝났다…“약달러 환율 대비해야”

'트럼프 리스크'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환율 충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각국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손본 이후 다음 의제로 환율을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달러-원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이 걱정이었던 과거 경제위기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1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트럼프 2기 달러 약세 시나리오 점검 및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해 고율 관세와 함께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 임시 이사로 지명한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 구상은 이같은 의견에 힘을 보탠다. 미국이 관세 협상과 환율 협정을 연계해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할 경우 달러-원 환율 하락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러라고 합의는 '선 관세-후 달러 약세' 유도를 골자로 한 통화 협정이다. 1985년 G5(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가 공동으로 통화 가치를 조절한 플라자합의에서 착안했다. 당장 마러라고 합의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각국 통화가치 절상은 수출경쟁력 약화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이에 공조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마러라고 합의 또는 주요국 통화 절상을 요구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서 우리 수출입에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수출액은 0.25% 감소하고, 수입액은 1.31% 증가한다고 봤다. 수출기업은 원화 수익성 방어를 위해 달러 기준 수출가격을 인상해야하는 유인이 크지만 이 경우 수출물량이 더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입의 경우 원화 환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물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은 원자재 수입단가를 낮춰 생산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달러-원 환율 10% 하락 시 생산비용은 평균 3.0% 감소하며 제조업(4.4%)을 중심으로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계는 국제 질서가 급변하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때마다 원화약세 현상이 나타나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반대 상황도 걱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우리나라 '정치 불안' 환경 속 환율 상승 압박을 크게 받아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발간한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으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 대비 0.3~0.7% 포인트 가량 하락할 수 있다. 보고서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자영업 대출 및 가계부채, 주력산업 부진 등 잠재된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 실물·금융리스크와 결합한 복합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며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철강 등 신용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외화차입 기업들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산업계는 환율 방향에 따라 업종별 표정이 달라진다. 통상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경우 원화가치 하락이 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대로 항공·여행, 철강 등 산업군은 환율 상승이 손실로 직결된다. 원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식품·유통 업계도 원화가치 하락에 압박을 받는다. 무협은 환율 변동성이 1% 포인트 확대될 경우 수출물량은 1.54%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변동성이 커지면 불확실성으로 수출기업의 계약체결이 지연되고, 환헤지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돼 수출물량이 축소된다는 이유에서다. 환율 급등락 해법으로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통화스와프'다. 한국은 현재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스위스, 튀르키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 중이다. 캐나다의 경우 한도 없이 무기한으로 협정을 체결했다. 다른 나라는 총액 또는 기한 등에 제한이 있다. 미국은 캐나다, 영국, 일본, 유로존, 스위스 등과만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 중이다. 양지원 무협 수석연구원은 “마러라고 합의가 아니더라도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주요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막기 위해 미국이 통화 강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 하락에 대비해 통화스와프 확대 등 외환시장 안정장치를 강화하고 수출기업의 환리스크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모래주머니 차는 재계⑤] 기업규제 다음 목표 ‘지배구조 개편’…총수일가 ‘셈법 복잡’

정부·국회로부터 '반(反)기업 규제·입법'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재계의 다음 고민거리는 지배구조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찍부터 글로벌 ESG 경영 차원에서 필요성이 대두됐고 최근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방어에 대한 위기감까지 높아져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규제 법안 추진은 '발등의 불'이 될 전망이다. 총수 일가는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까지 생각하고 있어 셈법이 더 복잡하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아직 총수일가가 계열사를 장악하는 지배구조를 완전히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아직까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상태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돌아가는 게 가장 크고 중요하다.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이어지는 고리와 현대글로비스가 포함된 작은 순환출자들도 있다. 삼성그룹도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이 완전하지 못하다. 현재는 이재용 회장 등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물산이 지주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삼성전자(5.05%) 지분율이 적다. 삼성물산은 대신 삼성전자 최대주주(8.51%)인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들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와 엮여 상당히 복잡한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다. 요약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일본 비상장사 광윤사를 통해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한국 호텔롯데→롯데지주→각 계열사로 가는 그림이다. 2017년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시도해왔지만 롯데지주 지분을 11.1% 들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되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각 사가 지배구조를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 덩치가 워낙 큰 탓에 이재용 회장 또는 특정 기업이 지분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주사를 새로 만들거나 기업간 수십조원대 지분을 교차하는 '대형 수술'을 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오며 생겨난 기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총수 일가가 '최소한의 지분'으로 '최대한 많은 기업'을 지배하려다보니 각종 부작용이 이어져온 것이다. 순환출자 고리의 경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대부분 해소됐으나 자녀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며 계열사들을 성장시켜온 탓에 지분 구조가 계속 거미줄처럼 얽히게 됐다. 문제는 재계에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공격에 우려가 커지고 있고 국회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 등도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국회에서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는 '삼성생명법'도 신경 써야 한다.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주식가치를 '취득원가'에서 '현재 시가'로 바꾸는 게 골자다. 이럴 경우 삼성생명은 수십조원 규모 삼성전자 주식을 다른 곳에 넘겨야 한다. 자사주 의무 소각은 롯데그룹에게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32.51% 들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자본' 색깔을 지우고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체제를 공고히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주사 체제를 확립해놓은 SK그룹도 사정권이다. SK는 자사주 비율이 24.8%에 이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선진화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작업이지만 의지만으로는 추진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지주사를 설립하거나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에 써야 할 돈을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작업에 넣는 셈이기도 하다. IMF 사태 이후 널리 퍼진 '지주사 만능론'도 최근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재계 지배구조 개편이 힘든 결정적인 이유는 총수 일가 탓이다.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려다보니 순환출자 등 '꼼수'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인 계열사 중복상장 역시 기업 문제가 아니라 총수 개인의 욕심 때문에 나타난다. 알짜 계열사 물적분할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우리 대기업들은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물적분할 이후 해당 기업을 상장까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경제계가 상법 개정이나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며 가장 많이 외친 게 '글로벌 스탠다드'인데 정작 자신들의 지배구조는 개발도상국 중소기업보다 후진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까지 함께 신경 써야 하는 처지다. 현대차그룹을 보면 주력사 현대차 최대주주가 현대모비스(22.36)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5.57% 들고 있지만 정의선 회장 지분은 2.73% 뿐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를 지배하는 현대모비스 지분도 0.33%만 지녔을 뿐이다. CJ그룹과 아모레그룹은 자녀에게 지분을 승계하기 위해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기도 했다. 자녀 지분율이 높은 알짜 비상장사 가치를 높인 뒤 지주사나 핵심 계열사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재계에서 '당연한 공식'처럼 통한다. 기업이 총수 일가 지분을 승계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까지 하는 '묘수'를 꺼내들었다 해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해야 한다는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정공법을 펼쳤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지배회사 체제'를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양도세 등으로만 수조원을 납부하는 강수를 뒀지만 “현대글로비스 주주에 유리하고 현대모비스 주주에 불리하다"는 시장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19.99%)는 정의선 회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재계가 지배구조 개편 전 기대하는 '상속세 완화' 등도 이른 시일 내 성사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최대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징벌적 상속세'를 지닌 국가다. 주요국들은 자국 기업과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상속세율을 낮추는 추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 이후 행동주의 펀드 등에게 공격받는 '1호 대기업'이 누가 될지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화그룹, DL그룹 ‘여천NCC 원료 공급·자금 지원’ 주장에 정면 반박

11일 한화그룹은 DL그룹의 '여천NCC(YNCC) 원료공급계약' 및 'DL케미칼 증자' 관련 주장을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규정하고 자금 지원과 계약 체결 모두 시장원칙에 따른 공정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화그룹은 DL케미칼이 이날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밝히며 여천NCC 원료 공급 계약을 둘러싸고 자사를 비난한 데 대해 “25년간 2조2000억 원의 배당금을 챙기고도 1500억원 지원을 거부해 부도 위기를 초래한 DL그룹이 여론 비판을 피하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화그룹 측에 따르면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케미칼(구 대림케미칼)에 판매한 에틸렌·C4RF1 등의 제품이 '시장가 대비 저가 공급'으로 판단돼 법인세 등 1006억 원을 추징당했다. 특히 C4RF1 등 일부 품목은 추징금의 96%를 차지했다. 문제가 된 원료 공급 계약은 1999년 합작 당시 체결돼 2024년 12월 종료됐으며, 한화는 국세청 과세 결과와 현재 석유화학 시장 상황을 반영해 '시장가격 기준' 신규 계약을 제안했다. 그러나 DL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 2025년 1월부터 임시 가격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DL은 “한화가 저렴하게 원료를 공급받아 여천NCC 손실이 누적됐다"고 주장했으나, 한화는 “가격은 DL이 다른 거래처에 공급하는 수준이며 현재 시장 시세와 동일하다"고 맞섰다. 오히려 한화는 연간 100만 톤, DL은 40만 톤의 에틸렌을 사용하지만 대량 구매 할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저가 공급 조건을 유지하면 법인세법·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시장가 거래는 법 준수와 재발 방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DL케미칼의 유상증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금 용도가 '운영자금'으로 기재돼 실제 YNCC 지원 의사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YNCC 지원을 위해서는 DL케미칼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합작사인 YNCC 이사회와 주주사 차입 결의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추가 조치는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DL은 YNCC 자금 지원과 관련해 한화와 어떠한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한화는 자금 지원과 공급 계약을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화는 “YNCC에 대한 신속한 자금 지원 이후 계약은 공정한 조건으로 체결하겠다"며 “불공정 거래로 인해 과세 처분이나 부당지원 행위 등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원칙에 따른 시가 거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자금 지원 의사가 확고하며, DL과의 신속한 협의를 통해 공동 지원으로 조속한 정상화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DL도 YNCC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자금 지원에 동참하고, 필요하다면 이후 공급 계약 관련 추가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업 10곳 중 6곳 “하반기 정규직 채용”…경력자 선호

국내 기업의 약 60%가 올해 하반기에 정규직 사원 채용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은 기업 371개를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58.5%가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11일 밝혔다. '채용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27.5%였고, 나머지 14%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기업 규모별로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73%), 100인 미만(57%), 300인 이상(55.2%) 순으로 정규직 채용을 확정한 기업이 많았다. 하반기 정규직을 뽑는 기업 중 58.5%는 신입과 경력을 모두 채용할 예정이었다. 반면에 32.3%는 '경력만 채용'하며, 9.2%는 '신입만 채용'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하반기에 신입 사원을 뽑을 기업은 조사 대상의 67.7%, 경력 채용 예정 기업은 90.8%에 이른다. 특히, 신입 채용 비중에서 올해 상반기(83.6%)와 비교하면 하반기에 16%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하반기 정규직 사원 채용 이유로 '현재 인력 부족'(58.1%,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인력 퇴사가 예정돼 있어(28.1%) △우수인력 확보하기 위해(24%) △사업을 확장해서(18.9%) 등의 답이 나왔다. 하반기 신입사원들의 초봉은 평균 3298만원으로 집계됐다. 구간별로는 △3000만 이상~3500만원 미만(31.3%) △2500만원 이상~3000만원 미만(29.9%) △3500만원 이상~4000만원 미만(19%) △2500만원 이하(7.5%) 등 순이었다.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방식은 '수시채용만 활용'이 59.2%였다. '공개채용과 수시채용 모두 활용'은 34%였다. 사람인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수요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부 우수 인재에 대한 선제적 투자나 사업 확장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모래주머니 차는 재계 ④] 잇단 산재에 정부 “엄단”…기업 ‘중처법 리스크’ 가중

지난 2022년 시작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산업계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는데 일부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들 역시 초반에는 “경영에 부담이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등 법안 도입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다만 대통령이 나서 중처법 외 추가 입법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은 재계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10일 정재계에 따르면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게 골자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사망자가 나오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을 유예하다 지난해부터 실시했다. 재계는 당초 '법안이 모호하다'며 중처법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내용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해 기업이 어떤 조치까지 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번졌다.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이 감옥에 가기 싫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과도한 처벌 수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망 사고에 1년 이상 징역은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 매우 엄격하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강력한 처벌이 오히려 기업 투자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시행 3년이 지난만큼 경제계는 일정 수준 중처법에 적응한 모습이다. 다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논쟁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월 국내기업 2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안전투자 현황 및 중대재해 예방정책 개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3%는 '중처법 시행 전 대비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늘었다'고 답했다.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중처법상 전담조직 인력, 현장 안전요원 등이 해당한다. 증가 인원 수는 1000인 이상 사업장 평균 52.9명(20%↑), 300인~999인 3.9명(48%↑), 50인~299인 2.6명(71%↑), 50인 미만 1.9명(133%↑)으로 나타났다. 관련 예산 역시 조사기업의 72%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가 예산액은 1000인 이상 사업장 평균 627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허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기업의 62%가 '과도한 서류작성에 따른 행정력 낭비'라고 털어놨다. 아직 중처법 규정 불명확성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인데 절차서, 매뉴얼 및 반기 1회 점검 등 이행증빙 서류를 준비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기업들은 중처법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는 지난 6일 경기도 오토랜드 광명에서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 공동 안전보건 선언식'을 열었다. 기아 노사는 모든 중대재해를 근절하겠다면서 안전 우선 원칙 실천, 위험 요인 발굴·개선 역량 집중, 안전 경영 실천 등을 약속했다. 이밖에 현대차, 동원그룹, CJ그룹 등 다양한 기업들이 관련 조직을 승급시켜 운영하거나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각 사 뿐 아니라 협회들도 나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다. 중처법을 두고 재계와 정치권은 정 반대 생각을 하고 있다. 법안을 현실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국회에서는 '더 센 중처법'을 만드려는 조짐이 보인다. 경총이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올해 초까지 검찰이 기소한 위산 사건 중 총 31건의 법원판결(1심)이 내려졌다. 이를 규모별로 보면 50~299인 중소기업이 27건(87.1%)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1000인 이상 기업 사례에 대한 판결은 아직 없어 “소규모 사업장 부담만 키운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생겼다. 경총은 “현재까지 중처법 판결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판단과 논증에 입각해 유무죄 여부를 결정했다기 보다 인과관계의 인정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인과관계의 상당성에 대한 논증을 생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판결의 경우 의무위반 판단에 있어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난 내용을 포함하는 등 형벌 법규의 엄격 해석 원칙(확장해석금지)에 위배되는 해석도 있다"며 “형법적용에 있어 문언이 가능한 의미를 크게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행위가 판사의 자의로 처벌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가 위태롭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처법 이행가능성과 예견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와 국회가 하루빨리 법령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재계 목소리다. 정부 생각은 전혀 다르다. 포스코이앤씨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4건, 광양제철소 1건 등 지난달까지 포스코그룹 산하 작업장에서는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포스코이앤씨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과 관련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는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산업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징벌적 배상제 등 가능한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에도 포스코이앤씨 회사명을 직접 거론하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일침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달 31일 포스코이앤씨 사옥을 방문해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포스코그룹은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중처법만으로는 기업의 안전 불감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중처법이 사고 후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에 사전 예방 효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던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처법 시행 당시부터 사고 후 엄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며 “국회가 별도 입법을 추진한다면 기존 중처법은 현실에 맞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대차그룹, 광복80주년 맞아 독립유공자 보훈 사업 지원

현대자동차그룹이 독립에 헌신한 순국선열의 희생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독립유공자 보훈 사업을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8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국가보훈부와 '국가보훈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은 현대차그룹과 국가보훈부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보훈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뜻을 모으는 차원에서 성사됐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독립운동 사료 전산화 △유해봉환식 의전차량 지원 및 국립현충원 셔틀버스 기증 등을 통해 독립유공자 보훈 사업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은 독립유공자의 공훈을 기리고 기록을 보존하기 위해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활용해 독립운동 사료 전산화를 진행한다. 독립유공자 포상 및 검증 업무에서 핵심이 되는 독립운동 사료는 대부분 종이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국가보훈부는 이를 전산화해 보훈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OCR 기술은 이미지를 스캔해 글자 정보를 인식하고 구조화하는 모델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정비 과정에서 차량의 번호판, 계기판, 차량등록증 등을 촬영해 자동으로 차량 정보를 추출하는 등 OCR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한글 및 영어 필기체 정보 인식에 특화된 OCR 모델을 기반으로 독립운동 사료를 전산화하고 사료 분석 업무를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밖에 유해봉환식에 필요한 유해운구 차량 및 유가족 이동 차량 등 의전차량을 지원한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유해봉환식의 품격을 높이는 차원이다. 국외 서거 독립유공자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는 유해봉환식은 국외 서거자의 공훈을 기리고 애국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국가보훈부가 1975년부터 시행해왔다. 현재까지 미국, 중국, 일본 등 12개국에서 독립유공자 총 149위의 봉환이 이루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다음 세대로 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인적·물적 자원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훈 활동에 국가보훈부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S그룹, 중대재해 차단 ‘ESH(환경·안전·보건)경영’ 앞장

LS그룹이 지난 2021년 출범시킨 ESG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산업현장의 디지털전환(DX)을 통한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안전경영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7일 LS에 따르면, ESG위원회는 출범 이후 '안전', '환경', '윤리'를 그룹 경영의 근간으로 삼고 그룹 ESG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안전 관련 ESG 성과로 친환경 에너지 계열사 E1의 무재해 41년 기록을 꼽고 있다. 올해 3월 민간 에너지업계로는 최장기간인 무재해 41년 기록을 달성한 E1은 1984년 여수기지 운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단 1건의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LPG를 공급하고 있다. 전사 차원의 '안전의식 내재화'를 위한 다양한 안전사고 예방 활동 및 체계적인 안전 환경 보건 시스템 구축 등을 수행한 결과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E1은 안전 리스크 선제대응을 위해 안전관리 현황을 종합관리할 수 있도록 '안전환경포털' 시스템을 구축했고, 안전환경 무재해 결의대회, 비상대응훈련, 긴급구조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임직원의 안전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또다른 계열사 LS전선은 HSE(안전·보건·환경) 분야 투자 확대로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전사 차원의 안전경영을 총괄하는 안전 전담본부와 안전보건경영위원회 등 내부 조직을 설치 가동해 안전관리를 한층 체계화했다. 그 결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공인하는 안전보건관리 경영시스템 인증(ISO45001)을 획득해 모든 사업장을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안전문화 일터로 조성해 나가고 있다. 또한, LS전선은 중소 협력사와 공동개발한 '아이체크(i-Check) 진단/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이체크는 전력케이블과 전기설비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해 발열과 부분방전 등 이상상태를 실시간 감지해 전력계통의 정전 및 화재 등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LS전선은 “지난해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아이체크 모니터링 시스템이 본격 설치되기 시작했다"며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등 국내외 기업들도 아이체크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도 안전환경지원 부문을 중심으로 전사 차원 안전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청주·천안·부산 사업장 각 사업장 환경안전팀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준의 'ESH(Environment, Safety, Health:환경 안전 보건)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해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공장 핵심기술을 통해 안전한 사업 환경을 적극 조성하고 있다. LS일렉트릭 청주사업장 1개동에 부품 공급부터 조립·시험·포장 등 전 라인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을구현한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가동중이다. 이에 따라, 청주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저압기기 라인 38개 품목의 1일 생산량이 기존 7500대 수준에서 2만 대로 크게 늘어난 반면, 에너지 사용량 60% 이상 절감, 글로벌 스마트공장 수준의 불량률 6PPM(백만분율)으로 급감 등 획기적인 개선사례를 나타냈다. 이밖에 LS MnM은 '중대재해 제로'라는 목표 달성을 세우고 2022년부터 '안전보건 경영방침' 선언, 안전보건 3대 원칙인 사전적 관리, 상시적 관리, 현장중심적 관리를 기반으로 조직 재정비 등으로 안전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LS엠트론 역시 2009년 녹색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친환경 경영을 적극 펼치는 한편, '전사 5대 환경안전 수칙' 제정,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에 따라 위험성평가 정기·수시 실시와 중대재해위원회의 평가 및 개선 조치로 안전관리 시스템을 한층 공고하게 만들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모래주머니 차는 재계③] 상법 ‘묻지마 개정’에 힘 빠지는  기업들

정부·국회가 상법을 지속적으로 손보면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경제계와 의견을 전혀 조율하지 않고 '묻지마 개정'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이들 목소리다. 정치권에서도 법안 도입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숙의 기간 없이 무분별하게 개정안을 처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정·재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달 국무회의를 열고 '3%룰'과 '이사 주주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일부개정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로 인해 이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했다. '3%룰'은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상장회사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는 내용도 담겼다. 독립이사의 이사회 내 의무 선임 비율은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는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3% 제한 규정은 공포 1년 뒤부터 적용된다. 전자 주주총회 의무 개최 규정 등 일부는 2027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같은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의 숙원이었다. 증권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이 일 때 언제나 그 중심에는 기형적인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거론됐다. 무분별한 중복상장,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기업 분할 또는 합병이 '이사 주주충실 의무'에서 비롯했다는 시각이다. 상법 개정이 지난달 3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배경이다.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지난 3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처음 통과했을 당시 공동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이사와 회사의 위임관계에 기반한 회사법의 근간을 훼손해 경제계는 물론 대다수 상법학자들도 법리적 문제가 크다고 지적해 왔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주요국도 이사 충실의무를 회사로 한정하고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재계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사 충실의무 관련 주요국 동향을 보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대부분 국가에서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주총 의무화도 해외 입법 사례가 아직 없다. 경제단체들은 또 “상법이 바뀌며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우려도 크다"고 걱정했다. 현재 주주대표소송은 회사 손해를 전제로 회사에 배상하나 주주보호의무 위반 관련 소송은 주주손해를 전제로 주주에게 배상하는 것인 만큼 소송 제기 가능성이 주주대표소송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론은 소액주주 권익 강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중요하다는 데 손을 들어줬다. 경제단체들이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긴 했지만 일부 기업인들의 상식 밖 행동들에 국민 감정은 '재벌 규제 강화'로 돌아선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 경제를 위해 대기업은 성장해야 하지만 경영 능력이 없는 총수 일가가 '재벌'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며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진보성향 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3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상법 처리는 첫 단추를 꿴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자본시장 개혁 과제를 본격 추진해야한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경협 등 경제8단체는 “경제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필요 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경영판단원칙 명문화, 배임죄 개선,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쟁점은 이른바 '더 센 상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 여부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현재 1명에서 최소 2명 이상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개정안은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7월 임시국회 본회의 마지막날 안건으로 상정되긴 했으나 야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해 의결되지는 않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집중투표제만은 안된다'는 얘기가 들리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더 센 상법'이 시행되면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져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기업들은 상법 2차 개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상장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방안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6.7%는 2차 상법 개정안이 자산 2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업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응답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를 동시 개정하는 경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상장기업 74.0%는 '그렇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없다'는 답은 26% 나왔다. 또 상장기업 39.8%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현재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경우 “외부세력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회 주도해 이사회 견제 심화되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206개 기업의 주주총회 이사 선임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이사 수를 7명으로 가정했을 때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수는 2~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206개 기업의 이사 수가 평균 7.5명이고 최대주주 측 평균 지분율이 42.9%라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반면 2대 주주 이하 주주들이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는 최대 4~5명으로, 최대 주주 측의 의사에 반해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앞서 1차 상법 개정 때 강화된 합산 3%룰에 따라 1대 주주는 본인과 친인척 지분을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2대 주주 이하 주주들은 집중투표를 통해 추가 2~3명의 이사 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상법을 계속해서 개정해 나가려면 기업들이 주장하는 '경영권 방어' 관련 보완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비상식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실제 외국계 자본의 공격에 재계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SK-소버린 사태' 후폭풍도 아직 남은 상태다. 당시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은 SK 주식 약 15%를 매입해 경영권을 위협했다. 2006년 미국계 칼 아이칸 등이 KT&G를 공격했던 사례,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현대자동차를 위협했던 사례 등도 있다. 대부분 펀드들은 '액션'만 취하다 매매차익을 실현하고 떠나갔지만 상법이 계속해서 개정되면 행동주의 펀드들이 대주주를 위협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 '방향'이 아니라 '속도'가 문제라고 비판한다. 거대여당이 기업 경영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수정하면서 정작 이해당사자들과는 대화를 단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에 공식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도 “사회적 혼란 탓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상법 개정은 국회가 하는 일이지만 정치 논리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일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1~24일까지 본회의를 열고 '더 센 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모래주머니 차는 재계 ②] 노란봉투법 7월 통과 피했지만…산업계 ‘혼란 걱정’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7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5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기까지 한달여. 재계에는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한국과 미국 관세협상이 막판까지 타결되지 않아 가슴을 졸이는 시기였지만 기업들 시선은 온통 국회로 쏠렸다. 경제단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논의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호소를 담은 대국민 담화도 연이어 쏟아졌다. 경영계 우려와 호소에는 아랑곳 않고 거대여당은 8월 임시국회서 노란봉투법 통과를 '일방통행'으로 감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재계는 파장과 사후 대응에 걱정이 태산이다. 5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핵심은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파업 등 쟁의행위로 입는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행위가 제한된다. 사용자 범위는 '실질·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자'로 사실상 무한정 확대된다고 재계는 우려한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정부 당시 두 차례 국회를 통과하고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막혀 폐기됐다. 지난달부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 문턱을 넘었다. 4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여당 측 목표였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펼치면서 8월 임시국회로 순연됐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에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대한건설협회 등은 지난달 30일 '노조법 개정 중지 촉구를 위한 공동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 경제를 떠받드는) 자동차·조선·건설업이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시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할 것"이라며 “노조법상 사용자에 대한 다수 형사처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은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사실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경영효율화와 노동생산성 향상은 고사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가 이렇듯 노란봉투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미 우리나라 산업현장이 '강성노조'의 폭력적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일찍부터 쟁의행위가 활발했던 자동차 업종에서는 사측이 작업장 와이파이 제공을 하지 않는다고 해 공장라인을 쇠사슬로 묶는 등 불법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일각에선 노조가 '거대 권력'으로 작동하며 불법을 저지른 가담자에게 면죄부를 주라고 사측을 압박하는 게 사실상 관행이 돼 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처럼 컨베이어벨트 형식으로 작업이 이뤄지는 곳은 한 부분만 막혀도 전체 제품 조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한두명만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면 사측이 당장 손해를 막기 위해 업무강도를 줄이는 식으로 노사합의가 지속되다보니 우리나라 제조업이 '고임금 저효율' 구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이 노란봉투법에 '경고'를 날리는 반응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대목이다. 한국지엠이 노조 때문에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얘기는 증권가 등에서 기정사실화된 상태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018년 부평공장 내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고 집기를 부수며 외국인 사장을 협박한 전례가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같은해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 취지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산업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당이 정치적 셈법으로 무리하게 법안을 추진하다가는 실제 '역풍'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재계 안팎 대부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3년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이 있다. 정리해고에 반발해 파업을 벌인 노조원들에게 사측은 47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인정했지만 노동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정리해고 배경은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기술 먹튀'를 한 것에 있다. '나쁜 자본' 대주주가 약속을 어겨 힘없는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 그림인 셈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했던 것도 상황 자체가 노동자들에게 억울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대기업 노조의 경우 자신들만의 '진입 장벽'을 쌓고 부를 독차지하기 위한 욕심만 부리고 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기존 산업군 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노조도 무리한 임금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이유로 1인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성과급 보상을 요구하며 올해 임금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올해 초 기본급 1500%의 초과이익분배금을 받고 격려금 차원에서 자사주 30주(600만원 상당)을 받았지만 이조차 모자르다고 한 것이다. 이 회사 노조는 “지금부터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강경 투쟁의 최종 국면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거대 노조'가 사측을 압박해 인건비가 오르면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다른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경영진들은 2·3차 협력사 납품 단가를 낮추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는 결국 협력사 직원 임금이 낮아지고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주요 비금융 상장사 사업보고서를 분석해보면 매출 100대 기업 중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곳 수가 절반을 넘었다. 2019년에는 9개사뿐이었지만 2022년 35개사, 지난해 55개사로 매년 느는 추세다. 반면 중소기업 임금 상승폭은 크지 않아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경우 '귀족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는 아니다. 대기업 노조가 힘을 앞세워 부를 독점하는 동안 목소리를 잃었던 하청 노동자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은 눈여겨볼 요소다. 다만 이로 인해 사측과 하청업체 노동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경영심리 위축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걱정이다. 전문가들 역시 해당 내용은 경영계가 양대노총 등 기득권 정치세력이 아닌 '진짜 노동계'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어서 재계는 다시 숨죽이며 정치권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대기업 인력 30세 미만<50세 이상 ‘첫 세대역전’

경제계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가운데 대기업에서 이미 '세대 역전'이 시작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젊은 신입사원 채용은 줄고 고참 사원의 퇴직 속도가 늦어지면서 기업의 인적 비중에서 20대보다 50대 이상 직원이 더 많아진 것이다. 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기업 124곳의 30세 미만 인력 비중이 19.8%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결과는 매출 상위 500대 기업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140곳 가운데 2022년부터 연령별 인력 구성이 비교 가능한 업체를 추려 산출한 내용이다. 2024년도 30세 미만 인력 비중 수치는 전년도인 2023년(21.0%)보다 1.2%포인트(p) 낮아졌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비중은 19.5%에서 20.1%로 0.6%p 늘면서 리더스인덱스 조사 이래 두 연령대의 비중이 처음으로 역전됐다. 30세 미만 직원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체 임직원 수가 2023년 109만7758명에서 지난해 111만6587명으로 소폭 늘었음에도 젊은 인력이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30~49세 비중도 지난해 60.1%로 전년(59.3%)보다 0.8%p 증가했다. 2022~2024년 최근 3년 추이를 보면, 30세 미만이 23만5923명(21.9%)→23만888명(21.0%)→22만1369명(19.8%)으로 줄어든 반면, 30~49세는 58.8%→59.3%→60.1%로, 50세 이상도 20만6040명(19.1%)→21만4098명(19.5%)→22만4438명(20.1%)으로 동반상승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체 22개 업종 가운데 12개에서 30세 미만은 줄고, 50세 이상은 늘어나는 양상을 나타냈다. 가장 격차가 컸던 산업군은 이차전지로, 2022~2024년 기간에 30세 미만 비중이 9.7%p(7789명) 줄었다. 기업별로는 SK하이닉스가 두 연령대간 비중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30세 미만 비중은 15.0%p 하락했지만, 50세 이상은 8.2%p 상승해 총 23.2%p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대기업 인력 비중에서 처음으로 세대 역전이 일어난 가운데 산업계 주요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이 올해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자동차 업계와 조선·철강사들이 대표적이다. 수십년간 산업이 성숙하며 50세 이상 노동자 비중이 높아진 만큼 내부적으로 정년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조사에서 대기업 인력의 세대 역전을 우려하는 청년층의 우려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총이 지난달 미취업 청년과 중장년 재직자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 및 근로 가치관에 대한 세대별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정년 연장 시 청년층 신규채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미취업 청년은 '감소할 것'(61.2%)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고, 중장년 재직자는 '영향 없음'(50.6%)이라는 상반된 대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정년이 미뤄질 경우 조직 내 고령자 비율이 높아져 업무·작업 효율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미취업 청년은 '동의한다'(59.0%) 의견이, 중장년 재직자는 '동의하지 않는다'(62.6%) 응답이 가장 많아 대조를 이뤘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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