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韓 기업 10년간 조세부담 줄고 규제부담 늘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10년 전과 비교해 조세부담이 줄었지만 규제부담은 늘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지난 10년의 정책평가! 향후 10년의 혁신환경'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좌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기업부담지수(BBI)는 정책평가연구원이 기업이 체감하는 조세, 준조세, 규제, 행정 등 부담수준을 측정해 수치화한 것이다. 기준선 100을 넘으면 '부담된다', 100을 넘지 않으면 '부담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BBI는 지난 2015년에 마지막으로 발표됐다. 10년이 지난 지난달 전국 913개 기업을 대상으로 동일한 구조의 조사가 펼쳐졌다. 그 결과 전체 기업부담지수는 105.5로 집계됐다. 2015년(109.5)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준선(100)을 상회하고 있다. 조세 부담은 120.9에서 100.7로, 준조세 부담은 122.5에서 112.5로 줄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2012년에 27%에서 2023년에 24%로 조정되는 등 세율과 과표구간에 변화가 있었고,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추세적으로 감소해 수익 기반의 법인세 부담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규제부담은 10년 전과 비교해 88.3에서 102.9로 크게 높아졌다. 노동규제(112.0), 진입규제(101.1), 환경규제(99.3), 입지·건축규제(99.2) 등 모든 규제영역에서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평가연구원은 “노동규제 부담지수가 112로 기업들이 큰 부담으로 느낀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라며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를 중심으로 고용유연성이 지극히 낮은 우리 노동시장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고, 국회를 중심으로 늘어난 규제법령에 대한 압박이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선행정에 대한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전 77에서 현재 111로 34포인트 증가했다. 지자체의 일선 규제가 늘고 행정지연 등의 관행이 기업의 체감부담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10년전과 비교하면 조세·준조세 부담이 약간 줄었지만 규제와 규제행정에 대한 부담이 급증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규제입법에 대해 영향평가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찾고, 일선 지자체의 규제행태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바꿔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질서가 재편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국내 규제환경을 과감하게 바꿔 많은 기회요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진행된 토론에서는 스타트업, 정부관계자, 학계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됐다. 정지은 코딧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사업은 거의 다 막혀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샌드박스도 기업에게 조그맣게 활로를 열어주고 있지만 혁신을 담기에는 부족한 상자"라며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혁신박스로 불리우는 샌드박스의 크기도 무한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비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은 청춘창업을 늘리는 해법을 제안했다. 그는 “청년 창업가들은 자본뿐 아니라 공간 부족에도 시달린다"며 “유휴 국유지를 창업공간으로 활용한 사례처럼, 현실을 바꾸는 작은 실험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규제는 관행을 바로잡고 새질서를 만드는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런 적극행정을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불확실성이 많은 시대에 기업발목을 잡는 규제를 개선해 기업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야 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옳은 길"이라며 “규제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관세전쟁’ 직격탄 맞은 중견기업···통상영토 확대 등 지원 절실”

미국에서 시작된 '관세전쟁'에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만큼 세액공제 등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제30차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이종태 중견기업위원장(퍼시스 회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정 본부장은 강연을 통해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한 팀, 한 목소리'의 공동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동차 긴급지원방안 등 관세조치에 따른 취약 부문 및 업종에 대한 차질없는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허리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중추인 중견기업들이 통상 변화에도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범정부적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종태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장은 “최근 글로벌 통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발 관세 전쟁은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며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가치사슬과 밀접하게 연결된 중견기업들이 이러한 통상환경의 변화를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같은 변화는 단순한 위기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권역별 및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통상영토를 확대하고, 중견기업의 수출 다변화와 수출 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형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회의에서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들은 미국과의 전략적 협상을 통한 관세율 조정과 더불어 △정부 당국의 긴밀한 정보 공유 △세액공제 등 생산코스트 절감 지원 △대체 수출시장 확보 등 단기적 위기 극복과 중장기적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개선 과제들을 건의했다. 강명수 대한상의 기획회원본부장은 “국내 중견기업들은 제조업부터 도소매, 건설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이 분포돼 있어 대응법도 업종별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항공기 엔진 기술 국산화 속도전…한화 ‘우위 굳히기’ vs. 두산 ‘기술 도전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두산에너빌리티가 일부 선진국만 보유한 항공 엔진 기술 자립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와 타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 등 각종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17일 미국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항공기 엔진 시장은 2037년 3000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엔진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항공기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안전에 직결될 수 밖에 없어 이를 개발·생산·정비하는 것은 첨단 기계 산업의 선두에 있는 분야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일부 국가만 자체 기술을 보유 중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브레이튼 사이클'에 기반해 흡입-압축-연소-팽창·배기의 원리로 작동하는 항공기 엔진은 열역학·유체역학·재료 공학·전자 제어·정밀 가공 기술이 총망라된 현대 공학 기술의 결정체다. 그런 만큼 상당 수준의 투자를 필요함은 물론 핵심 기술의 장기간 개발 기간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국내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군용기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로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확보한 상태로, 해외 선진·신흥 시장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독자적인 첨단 항공 엔진 개발을 추진함과 동시에 엔진 원 제작사와 개발-생산-판매-정비에 이르기까지의 수익과 리스크를 참여 지분에 따라 공유하는 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RSP는 엔진 빌드 기간 초기 투자 비용이 큰 편이나, 애프터 마켓 매출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 항공 엔진 시장의 약 70% 이상을 차지해 MTU 등 대형 글로벌 부품·모듈 업체는 모두 RSP사업에 참여 중이고 수익성 또한 LTA(Long Term Agreement) 업체보다 높다.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엔진 부품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반드시 진입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방위 사업의 보안 관계상 엔진 시장 점유율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품질·납기·가격에서 사업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했다. 이어 “항공·해양 가스 터빈 엔진과 기계 부품 사업을 영위 중이고, 전후방 산업으로의 신규 사업 추진을 통해 글로벌 사업자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자체 연구·개발(R&D) 비용은 2022년 5867억원에서 2023년 8141억원, 2024년에는 8878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항공엔진사업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도 6명이나 두고 있고, 최근에는 포스코·현대제철 연구원 출신 최주태 담당 임원을 자사 한국연구소 소재연구센터로 전격 영입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근래 들어 K-방산의 수주와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계점도 뚜렷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F-21 보라매 전투기에 탑재될 F414 엔진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납품하고 있지만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기술력에 바탕을 두고 있어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방산 물자 수출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선 기술 독립이 필수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신규 무기 체계 부품 시제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계통별 핵심 기술을 배양하고, 양산 사업을 안정적으로 해나가 고객 신인도를 제고하겠다"며 “단순 가공품에서 복잡도가 높은 고부가 품목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트랙 레코드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작년 3월 정관상 사업 목적에 '항공기 엔진 제작과 각종 엔진·추진체 보조 기기류 부분품 제작, 정비, 판매 및 서비스업'을 추가해 관련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발전용 가스 터빈과 항공기 엔진은 기술 기반이 동일하고, 구조와 작동 원리가 유사하고, 사업 모델 또한 본품 판매와 서비스로 이루어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또 종래까지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항공기 엔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소재와 모델 설계 부분에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항공기 엔진 개발 인력을 자체 구성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는 1만 파운드 포스(lbf) 무인기용 가스 터빈 엔진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제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엔진 레이아웃 설계와 구성품 해석, 터빈 베인·블레이드 주조품 제작과 후가공을 담당하고 있고 2027년까지 기본 설계를 수행할 계획이다. 엔진 제작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양산 체계를 갖춰나간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대한항공 항공기술원과는 항공기 엔진과 무인기 체계 개발 차원에서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저피탐 편대기·다목적 스텔스 무인기 등 중대형 무인기용 5000~1만5000lbf급 엔진과 소모성 협동 전투기(CCA) 등 소형 무인기용 100~1000lbf급 엔진 개발에서 중점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항공 엔진 국산화를 넘어 국산 항공기의 해외 시장 진출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지배구조의 지렛대]④ 현대차 승계 키플레이어 ‘현대글로비스’ 그룹 최대 문어발 사업 눈길

현대자동차그룹의 승계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을 변곡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당시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선임됐다. 같은 해에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현대모비스 모듈과 사후관리(AS) 부품 사업 등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발표 이후 합병비율이 현대글로비스 주주에게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합병 자체가 무산됐다. 합병이 무산된 이후 현대차그룹의 승계 시계는 사실상 멈춰 있다. 그러나 2018년 이후부터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극대화가 현대차그룹의 승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20%의 가치도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극대화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승계를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전신은 2001년 3월 현대차그룹이 설립한 현대로지텍이라는 물류 전문 계열사다. 당시 자본금은 12억5300만원에 불과했고, 정 회장이 59.85%, 정 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40.15%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 회사에 가까웠다. 이후 현대로지텍은 사명을 2003년에 글로비스로, 2011년에 현대글로비스로 각각 변경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설립 이후 현대차 계열사의 물류 수요를 흡수하며 급성장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연간 매출은 설립 첫해인 2001년 1984억원에 불과했으나 4년 후인 2005년 1조5408억원으로 7배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3억원에서 785억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이후 노르웨이 해운사 빌헬름센에 지분 매각과 기업공개(IPO)로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지속적으로 줄어왔다. 지난 2015년 2월 당시에는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 둘이 합쳐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대주주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30% 이하로 낮춘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정 회장이 20%의 지분을 보유한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설립 당시 단순 물류사에 가까웠던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기업 정관에 60개가 넘는 사업 목적을 명시하며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현대글로비스는 사업목적 현황에 사업 근거 62개를 등재했다. 이 중 실제 현대글로비스가 영위하는 사업도 53개에 달한다. 주요 영위 사업은 육·해상 및 항공화물운송업과 그 관련 서비스업, 화물운송주선업, 물류센터 운영 및 관련 서비스업 등이다. 이는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 중에서 가장 사업 목적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그룹의 맏형인 현대차는 사업 목적으로 총 30개를 등재했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도 정관에 기재한 사업 목적이 각각 34개와 13개 수준에 그친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의 다른 핵심 계열사보다 2배 가량 사업 목적이 많은 셈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3년 동안 주목할 만한 사업목적들을 연이어 추가해왔다. 2022년에 수소·암모니아 발전사업 및 탄소 중립 관련 부대사업을 등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폐전지 판매 및 재활용업, 비철금속제품의 제조 및 판매업 2가지를 추가하기도 했다. 최근 현대글로비스는 해당 사업목적과 연계해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BaSS)'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배터리 회수 및 전처리, 재활용을 아우르는 종합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향후 전기차 등에 배터리 활용이 늘어나면 엄청난 잠재력을 갖춘 사업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신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특히 성장성이 높은 여러 신사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진출한 것은 다른 핵심 계열사와의 어느정도 의사소통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 경영권 승계 관점에서 다른 계열사보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20%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2020년 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 다만 회장 취임 후 5년차가 되도록 승계의 마지막 단계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는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으나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부친인 정 명예회장을 능가하는 지배력을 갖추지는 못한 것이다. 다만 조만간 정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명예회장은 올해 86세로 고령인 데다 2016년 12월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 8년째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건강 악화설까지 돌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도 2018년 이후 승계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어떤 경우라도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승계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토허제 풍선 효과’ 과천·성남 집값↑…‘행정수도’ 호재 세종도 ‘상승 전환’

지난달 토지거래허가제도(토허제) 재지정 발표 이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비롯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재건축 기대감이 큰 인근 수도권인 과천과 분당의 상승폭이 눈에 띄게 올랐다. 대통령실 이전 호재가 있는 세종 집값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2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주(-0.02%) 대비 하락폭이 축소된 0.01%을 기록했다. 서울(0.08%→0.08%)은 상승폭이 유지됐고 수도권(0.01%→0.02%)은 집값 오름세가 다소 확대됐다. 지방(-0.05%→-0.04%)도 하락폭이 줄었다. 구체적으로, 서울 강남 3구인 서초구(0.11→0.16%)와 강남구(0.20→0.16%), 송파구(0.16→0.08%)는 여전히 강세를 이어갔으나 전 주 대비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 차라리 송파구 대비 동작구(0.09→0.16%)와 양천구(0.14→0.13%)가 더 올랐다. 인기 지역인 용산구(0.13→0.14%)와 성동구(0.20→0.23%)도 가격이 전 주 대비 상승했으나, 전 주의 상승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마포구(0.17→0.13%)는 지난주보다 다소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서울 평균 오름세를 상회했다. 이어 중랑구(-0.02%)는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하락으로 전환했고, 노원(0.00%)은 2주째 보합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등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매도 희망가격이 올라 상승거래가 체결되고 있으나, 일부 지역·단지에서는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이 쏟아지며 상급지 위주로 집값 오름세를 기대해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이 많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경기( -0.01% → -0.01%)는 하락세 지속 중이나 과천(0.19→0.35%)은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높게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부림·중앙동 주요단지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실제 지난 9일 과천시 부림동의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59㎡는 신고가인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또, 성남 수정구(0.06→0.20%)와 분당구(0.09→0.13%)도 상승폭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분당은 조기 대선이 호재로 작용하며 오름세를 보였다. 강남 3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데다 마포구와 성동구 등은 단기간에 가격이 많이 올라 재건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과천과 분당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근 3년간 집값 침체가 지속된 세종시(-0.07→0.04%)도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에 힘입어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실제로 이날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과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권 민심 공략을 위한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국회 세종의사당·대통령 세종 집무실 임기내 건립,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 세종시 완전 이전 추진, 중단된 공공기관 이전 재개 등이 핵심 내용이다. 세종은 청사 접근성이 좋은 다정·새롬동 주요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세종시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나성동 나릿재2단지 리더스포레도 전용 99㎡가 지난 3월 29일 13억2500만원(35층)에 거래되며 지난 2월 8일 거래가 10억8000만원(5층)보다 22.7% 오른 가격을 자랑했다. 이밖에 5대 광역시(-0.02→-0.06)는 대구 (-0.09% → -0.12%), 광주 (-0.10% → -0.09%) 등 하락세가 유지돼 집값 내림폭이 다소 커졌다. 이밖에 8개도( -0.05% → -0.03%)는 충북(-0.02→0.00)과 전북(-0.05→0.00) 보합 전환을 비롯해 경남(-0.03→-0.01)의 하락폭 축소로 내림세가 다소 완화됐다. 전세가격은 지난주(0.00%) 대비 보합 유지됐다. 서울(0.02%→0.02%)과 수도권(0.02%→0.02%)은 상승폭을 유지했고 지방(-0.02%→-0.01%)도 하락폭이 줄었다. 세종(-0.08%→0.05%)은 대통령실 이전 호재에 힘입어 전셋값도 함께 올라 눈길을 끌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정상화 언제? 협력업체들도 ‘간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사업 확장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한미반도체 등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HBM) 관련 협력사들이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는 점도 이들을 마음 졸이게 하는 대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네패스, 두산테스나, 가온칩스 등은 지난해 예상보다 낮은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후공정 및 디자인하우스 분야를 책임지는 핵심 협력사들이다. 네패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5655억7627만원, 2023년 4689억8267만원, 작년 4643억3150만원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2억1730만원, 100억6933만원, 34억180만원 등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네패스 매출액에서 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수준이다. 두산테스나는 몸집을 불리는 데 성공했지만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이 2776억5594만원, 3386억5226만원, 3731억1793만원으로 올랐다. 반면 영업이익은 671억6927만원, 607억7880만원, 379억2328만원으로 뒷걸음질쳤다. 두산테스나는 웨이퍼와 패키징이 완료된 개별 칩 등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에서 매출 대부분을 내고 있다. 가온칩스 역시 영업이익률 감소가 고민이다. 지난해 매출액(964억9200만원)이 전년(635억9735만원) 대비 52%나 뛰었지만 영업이익은 43억5165만원에서 35억2491만원으로 19% 줄었다. 가온칩스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시스템 반도체 설계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소부장 업체들은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AI 수요 등에 힘입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업체별로 보면 대만 TSMC가 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61%에서 존재감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1%로 2위 자리를 지켰지만 2023년 4분기(14%)와 비교해 영향력이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2나노 등 첨단공정 수율에서 TSMC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범용 제품에서는 중국 SMIC, 대만 U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야 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매 분기 1조~2조원 가량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HBM 공급망에 올라탄 소부장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협력사들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SK하이닉스에 열압착 장비를 제공하는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5589억원)과 영업이익(2554억원) 기록을 경신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252%, 638% 급등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분야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 질의응답 자리에서 “현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로 양산하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선단 공정 기술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율을 빨리 올려 수익성을 높이는 위치에 빠르게 도달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남에너지, 산불 피해지역 복구 지원 성금 기탁

경남에너지(대표이사 회장 신창동)은 최근 발생한 산청·하동 지역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 지원과 복구를 위해 함께 마련한 성금 1억8000만원을 경상남도(도지사 박완수)에 기탁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성금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16일 경상남도청에서 열린 성금 전달식에는 박완수 도지사와 각 기관·기업 대표, 모금기관인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종춘 부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신창동 경남에너지 회장은 “이번 산불 진화와 주민 대피 과정에서 헌신한 경상남도와 구호 기관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탁된 성금이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신 회장은 “도시가스 업계는 산불이 배관 인근으로 확산될 우려에 대비해 비상대응 체계를 강화했고, 다행히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경남에너지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재난과 위기 상황속에서 항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지역사회와 함께 위기극복에 전력을 다하고 이를 동반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산불은 진화됐지만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아직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상남도는 신속한 피해복구와 함께 지역사회의 안전과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고 말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몸집 커지는 음식물처리기 시장…대응 늦는 삼성·LG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친환경 소비 트렌드 확산 등 구조적인 변화가 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가운데, 중소·중견 가전업체들은 발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며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여전히 본격적인 시장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어, 과거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기회를 놓친 전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음식물처리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가전제품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음식물처리기는 향후 1년 내 구매 희망 주방가전 1위로 꼽혔다. 홈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도 자사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 음식물처리기 검색량이 2년 전보다 14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 같은 수요 확대의 배경으로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를 꼽는다. 음식물 쓰레기는 보관 시간이 길수록 악취나 벌레 등 위생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 가구에서 실질적인 '가사 해방'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여름철 고온 현상이 심화되며 음식물처리기 수요는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음식물처리기 시장은 2023년 약 33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8년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보급률이 전국 가구의 5%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성장 여지는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소·중견 가전기업들은 건조분쇄형, 미생물형 등 다양한 제품군을 앞다퉈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앳홈의 가전 브랜드 미닉스나 쿠쿠, 쿠첸 등은 사용 편의성과 공간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반응을 이끌고 있다. 일례로 미닉스의 신제품 '더 플렌더 프로'는 사전판매 시작 30분 만에 1000대가 완판됐다. 한뼘 크기의 소형 디자인에 자동 처리·절전·보관 기능을 더한 '풀 오토케어' 시스템이 소비자 호응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중견업체들은 생산 능력 확대, 빠른 사후관리서비스(AS) 등도 강점으로 내세우며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 드리미는 내달 중 음식물처리기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드리미 관계자는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제품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업계 전반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전히 관망 모드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안산시와 협업해 공동주택 약 40세대를 대상으로 음식물처리기 시범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후 “아직 제품 개발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더 제로', 2022년 '비스포크 더 제로'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제품 출시 일정은 알려진 바 없다. 업계는 당초 양사가 지난해 본격 시장 진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조심스러운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여전히 음식물처리기를 틈새 가전 또는 부가 가전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라며 “제품 원가나 판매 단가 대비 수익성이 낮다고 보고 진입을 늦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과거 로봇청소기 시장에서처럼 초기 대응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사는 각각 2006년, 2003년에 로봇청소기를 출시했지만, 이후 20년 가까이 흡입과 물걸레 기능을 분리해 운영하며 일체형 제품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위생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TV·세탁기·냉장고 등 대형 가전에 집중하느라 해당 시장을 저평가했다는 분석이 많다. 그 사이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 업체들이 일체형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했고, 뒤늦게 일체형 제품을 내놓은 삼성과 LG는 지금까지도 이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음식물처리기 시장에서도 대기업들이 대응 타이밍을 놓칠 경우,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미 성능, 디자인, 가격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뒤늦게 진입할 경우 주도권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미중 갈등’ 속 K-배터리, 중국 공장 딜레마와 글로벌 생존 전략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에 위치한 한국기업의 배터리 공장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 공장은 원자재 공급이 수월해 유럽 등 미국 이외 시장에 수출할 때 필수적인 곳이지만, 최대 판매국인 미국과 관계 악화로 인해 '무역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은 현재 미국에 수입되는 물품에 245%의 관세를 적용받는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에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중국이 보복관세를 매기자 245%라는 말도 안되는 수치의 세금으로 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중국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전혀 위축되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에 맞서 비슷한 수준의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1일 미국산 수입품 관세를 기존 84%에서 125%로 높이는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심해지자 눈치를 보는 곳은 우리 기업들이다. 미국과 중국 한국 기업들에겐 놓쳐선 안되는 국가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최대 수출국이고, 중국은 원자재 공급, 저렴한 인건비와 부지 등을 활용한 최대 생산거점이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더 예민하다. 미국은 전기차 최대시장인데, 중국은 최대 원자재 공급 국가다. 한쪽과 등을 진다면 다른 한쪽이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업계는 중국 생산거점은 유지하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공급망과 판매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흑연, 리튬, 희토류 등 주요 원자재의 가공 및 공급 허브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흑연의 95%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현지 생산은 저렴한 인건비와 대규모 내수시장, 그리고 빠른 공급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삼성SDI는 시안과 톈진에, LG에너지솔루션은 난징에, SK온은 옌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각각 운영하며, 중국 내 전기차 시장 성장과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공장은 한국 배터리 3사의 매출 실적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3년 중국 법인 매출은 12조8000억원을 넘었고, 삼성SDI는 5조원대, SK온도 2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즉 중국시장은 생산과 판매 모두 큰 영향을 끼치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 미중 갈등이 심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자 배터리 3사는 중국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이기 위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리튬·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직접 조달을 시도하고, 인공 흑연 개발과 같은 기술 혁신에도 투자하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는 현지 공장 투자와 합작법인 설립을 확대하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LG엔솔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극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및 북미 공급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의 LFP 제품 양산은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라, 단기적으로는 중국산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외 대체 조달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미국과 유럽 등지로 생산 거점을 확대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특히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했다. 또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국가와의 공급망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칠레, 호주 등에서 리튬·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직접 조달을 강화하고 중국산 원자재 장기계약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다. 더불어 블루오벌SK(포드와 합작), 현대차와의 합작 등으로 북미 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은 내수용보다는 유럽 및 동남아에 수출하기 위한 핵심기지"라며 “미중 갈등을 이유로 생산량이 줄거나 공장이 폐쇄될 일은 없지만 공급망 리스크에는 항상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중 전략 및 기술 패권 경쟁 격화, 자원 보유국의 자원 무기화 등으로 광물 공급망 불완전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며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국 외 자원 보유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수입선 다변화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김교흥 의원, 국무총리 산하 ‘RE100위원회 신설’ 법안 발의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서구갑)이 국무총리 산하에 'RE100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RE100위원회를 통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김교흥 의원 등 11명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7일 발의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신규 산업단지, 산업집적지, 산업별 특구 및 산업 관련 지구단위계획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RE100 이행계획을 도입하고, 국무총리 소속 RE100위원회를 신설해 관계 부처와 지자체 협의를 지원하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개정안 발의 취지로 “글로벌 탄소중립 환경규제로 인해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제 캠페인인 RE100은 글로벌 대기업과 바이어들이 공급망 참여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이에 동참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RE100클러스터 도입을 통해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시대에서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고 지역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