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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난방공사 사장 공모…이번에도 ‘정치인 출신’ 올까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하면서, 이번 인선 역시 정치권 출신 인사가 낙점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장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12월 31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임기는 3년이며, 경영 성과에 따라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공사 측은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해당 산업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 △조직관리 및 경영능력 △청렴성과 윤리의식 등을 주요 자격 요건으로 제시했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의 관심은 인선 배경에 쏠려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최근 두 차례 사장 모두 정치인 출신 인사가 맡아왔기 때문이다. 현 정용기 사장은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출신이고, 이전 사장이었던 황창화 전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치인이었다. 이 같은 전례로 인해 이번 사장 공모 역시 정권 성향에 맞는 정치권 인사가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역난방공사가 에너지 전환 정책, 공공요금 관리, 탄소중립 이행 등 정부 정책과 밀접하게 맞물린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정책 조율 능력을 갖춘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내부에서는 “지역난방 사업의 구조적 변화와 경영 환경 악화를 고려할 때, 이제는 에너지·열병합·집단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열요금 인상 논란, 집단에너지 경쟁력 약화, 청정열공급 확대, 탄소중립 대응 투자 부담 등이 동시에 커지고 있어 전문 경영인 필요성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난방공사는 단순한 공공기관을 넘어 에너지 전환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치적 고려보다 산업 이해도와 경영 역량이 검증된 인사가 선임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정치권 출신 사장의 연속이라는 관행이 이어질지, 아니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될지. 한국지역난방공사 차기 사장 인선을 둘러싼 관심이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꿈의 에너지’ 수소의 역설 - 대기 누출되면 온난화 가속화 역할

수소(H₂)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전력·산업·수송 부문의 탈탄소화를 이끌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며, 각국은 수소 경제를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계에서는 수소가 대기 중으로 누출될 경우, 기후 위기를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수소는 직접적인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대기 화학 반응을 통해 강력한 '간접 온실가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수소는 어떻게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드는가 수소의 기후 영향은 대기 중에서 벌어지는 연쇄적인 화학 반응에서 비롯된다. 노르웨이 시세로(CICERO) 국제기후연구센터의 마리아 산드 박사 연구팀이 지난 2023년 6월 국제학술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스(Communications Earth and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로 누출된 수소는 대기의 핵심 산화제인 수산화기(OH)와 빠르게 반응한다. OH는 흔히 '대기의 세정제(cleanser)'로 불리며, 메탄(CH₄)과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를 분해해 대기 중 체류 시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소가 증가하면 OH가 수소와 먼저 반응해 소모되고, 그 결과 메탄을 분해할 수 있는 OH의 양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메탄의 대기 중 수명이 연장되고, 메탄 농도는 이전보다 더 오래, 더 높게 유지된다. 즉, 수소는 스스로 열을 가두지는 않지만, 메탄이라는 '강력한 온실가스'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간접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증폭시킨다. 여기에 더해 수소의 산화 과정은 대기 하층에서 오존(O₃) 생성을 증가시키고, 성층권에서는 수증기(H₂O) 농도를 높여 복사 강제력을 키운다. 이러한 복합 효과가 누적되면서 지표면 온도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수소의 온난화 효과…CO₂보다 11배 강한 '간접 영향' 수소의 기후 영향은 이미 정량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의 주타오 오양 박사와 로버트 잭슨 교수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100년의 시간 범위로 계산한 수소의 지구온난화지수(GWP100)를 11 ± 4로 제시했다. 이는 같은 질량의 수소가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약 11배 큰 온난화 효과를 간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리아 산드 박사팀의 연구에서도 수소의 GWP100은 11.6 ± 2.8로 추정돼, 연구 방법과 모델이 달라져도 계산 결과가 상당히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단기 영향을 보는 20년 기준 지구온난화지수(GWP20)에서는 수치가 37 ± 15 수준까지 상승해, 수소 누출이 단기간 기후에 미칠 파급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2010~2020년, 수소 농도 상승이 기온 끌어올렸다 대기 중 수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70% 증가했으며, 2010년 이후 다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양 박사팀은 2010~2020년 사이 증가한 대기 중 수소가 전 지구 평균 지표 기온을 약 0.02 ± 0.006°C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미미해 보일 수 있는 수치지만, 단일 물질의 간접 효과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수소가 분자가 매우 작고 가벼워 생산·저장·운송 과정에서 쉽게 새어 나온다는 점이다. 현재 산업용 수소 시스템에서도 평균 약 1% 내외의 누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소 경제가 본격화될수록 이 누출량은 절대적인 규모에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010~2020년 기간 동안 전 지구 대기로 공급된(배출된) 수소의 양은 연평균 약 70 Tg(테라그램, 1Tg=100만톤), 즉 7000만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배출원은 인간 활동이 아니라, 메탄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광화학적 산화로, 전체의 약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화석연료 연소, 정유·화학 공정, 산업적 수소 생산과 이용 과정에서의 누출이 중요한 인위적 배출원으로 더해진다. ◇대기로부터 제거되기도…배출원-흡수원 불균형 대기 중 수소를 제거하는 주요 흡수원은 두 가지다. 첫째는 토양 미생물에 의한 흡수로, 전체 제거량의 약 70%를 담당한다. 둘째는 OH와의 반응이다. 토양 흡수 능력은 지역별 토양 특성과 기후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 수소의 대기 중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자 동시에 불확실성이 큰 요소로 지적된다.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결론은 분명하다. 수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출된 수소가 문제라는 점이다. 오양 박사팀의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미래 수소 사용량이 급증하더라도 누출률을 1% 이하로 억제한다면 수소 전환을 통한 기후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누출률이 10% 수준에 이르면, 수소로 인해 발생하는 온난화 효과가 메탄 배출 감축으로 얻는 이익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수소 '누출률'이 기후 혜택을 결정한다 수소는 분명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관리되지 않은 수소는 대기 중 메탄의 수명을 연장하는 '온난화 조력자'로 돌변한다. 마리아 산드 박사팀과 주타오 오양 박사팀이 공통적으로 수소 누출을 실시간으로 감지·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전 주기를 포괄하는 규제와 관리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가정용 배관, 장거리 파이프라인, 저장 시설, 수송 수단 등 수소 활용 영역이 넓어질수록 누출 관리의 난이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이 때문에 수소 경제의 성공 여부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정밀한 측정과 관리 체계 구축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꿈의 에너지' 수소를 진정한 청정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새어 나가는 작은 양의 수소까지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서 ‘궁궐’ 콘셉트 정관장 매장 개장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253번 게이트 인근에 궁궐 콘셉트를 적용한 정관장의 첫 '프리미엄 헤리티지 스토어'를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곡선 형태로 생긴 이 매장은 궁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특화 점포로, 외국인 고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문화유산 소품을 적극 활용해 한국적인 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중국인 등 외국 고객이 선호하는 '뿌리삼' 위주로 준비했다. 또, 신라면세점 단독으로 정관장 제조장인이 엄선한 뿌리삼 원물을 담은 '본삼 중편(75g)'도 판매한다. 이 밖에 매장에서는 전통적인 건강차 비법에 정관장의 홍삼·감귤향 풍미를 더한 차(茶)인 '궁정비차'도 만나볼 수 있다. 신라면세점에서는 매장 개점을 기념해 단독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방문한 모든 고객에게 에브리타임필름 기프트 에디션을 증정하고, 구매 금액대 별로 사은품도 제공한다"며 “차류를 99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은 에너지 활기력샷 8병을, 뿌리삼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은 기다림 침향환 15환을 각각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SK이터닉스, 75MW 규모 풍백풍력 직접전력거래계약 체결

SK이터닉스가 대구·경북 지역에 위치한 풍백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대해 국내 한 수출기업과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SK이터닉스는 내년부터 향후 25년간 풍백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이행 기업에 공급하게 된다. SK이터닉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풍백풍력 발전단지는 대구광역시 군위군 삼국유사면과 경사북도 의성군 춘산면 일대에 위치한 75MW 규모의 연간 약 13만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하는 육상풍력 발전단지로 SK이터닉스가 개발부터 EPC(설계·조달·시공), 운영 전 과정을 주관했다. 이번 계약은 SK이터닉스가 체결한 첫 육상풍력 직접PPA 계약이자 전체 대규모 직접PPA 계약으로는 네 번째다. 앞서 지난해 11월, 올해 6월과 11월 체결한 직접PPA는 태양광 발전 전력을 기반으로 했다. SK이터닉스는 누적 255MW 규모의 직접PPA 공급 실적을 확보하며,RE100 시장 내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는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더욱 확대되면서 대용량·장주기 전력공급이 가능한 풍력자원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당사는 태양광과 풍력을 결합한 재생에너지 공급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안정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공급 솔루션을 제공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시간 단위로 맞춤형 장보기” 배민B마트, ‘내일 예약’ 시작

배달의민족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춤형 장보기'가 가능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6일부터 배민B마트 전 매장에서 1시간 단위로 시간을 선택해 배달하는 '내일 예약'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동안 배민B마트는 자정이 지난 시간에도 당일 아침 장보기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예약 경험을 제공해왔다. 이를 확장시킨 내일예약은 예약 주문 가능한 시간 범위를 당일에서 익일로 확장시킨 것이 방점이다. 배민B마트 운영시간(오픈부터 자정까지)에 이용 시 다음 날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고, 운영하지 않는 시간(자정부터 오픈 전까지)에 주문하면 당일 원하는 시간대로 배달 시점을 지정할 수 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앱에서 실시간 배달 현황도 확인 가능하다. 앞서 배민B마트는 퀵커머스 활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운영 시간을 확장해 왔다. 올 3월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운영 시각을 오전 9시에서 오전 6시로 앞당겨 이른 아침이나 새벽 시간의 장보기 수요에 대응해 왔다. 배민B마트는 이번 '내일 예약' 도입으로 퇴근길이나 늦은 밤 식재료나 생필품을 준비하려는 고객 등에게 더 여유롭고 계획적인 장보기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효진 우아한형제들 커머스사업부문장은 “이번 내일 예약 도입으로 즉시 배달을 넘어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장보기를 계획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혁신적인 장보기 경험을 지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서예온의 건설생태계] 주택공급 vs 마천루…용산정비창 개발 ‘진짜 공공성’ 논란

서울 마지막 초대형 공공부지로 꼽히는 용산정비창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공공자산 헐값 매각 금지' 지시 이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용산정비창 내 주택 물량을 두고 정면으로 맞서면서 사업 추진이 사실상 멈춰 선 것이다. 이를 두고 시장과 전문가들은 공공성을 앞세운 '도심 주택공급' 논리와 사업성·도시 완성도를 중시하는 '랜드마크 개발론'이 충돌한 결과로 해석한다. 용산정비창 개발은 그동안 '서울판 허드슨야드'를 표방해 왔지만 뉴욕 허드슨야드와 용산은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드슨야드 갈등은 방치된 철도부지를 되살리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였다면, 용산정비창은 이미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핵심 공공자산이다. 단순한 벤치마킹을 넘어 “이 부지가 서울에서 어떤 장기적 역할을 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용산정비창 개발 구상은 국토부·서울시·코레일·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함께 '국제업무·MICE(회의·전시·컨벤션) 중심 복합도시를 조성하되, 내부에 주택 6000가구를 포함한다'는 큰 틀에서 출발했다. 국제업무·컨벤션·문화시설과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를 조성해 서울의 대표 비즈니스 거점으로 키우고, 그 안에 일정 규모의 주거를 배치하는 구조였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자산 매각 전면 중단과 공공자산 헐값 매각 금지를 공개적으로 지시하면서다. 국유지였던 용산정비창도 이 지시의 영향권에 휩싸였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민간업체에게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맡기면서 지나치게 용산정비창 땅을 싸게 팔아 수익을 챙기게 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매각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사업지내 공급할 주택 규모로 논란이 옮겨 붙었다. 국토부는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부족을 이유로 “용산에 최소 1만~1만2000가구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2만가구까지 거론했다. 반면 서울시는 “처음부터 국제업무·MICE·문화 중심의 랜드마크를 전제로 한 계획"이라며, 고밀 주택 배치는 교통·학교 등 기반시설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고 도시 균형을 해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주택 물량 자체보다 용산정비창을 어떤 성격의 공간으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개발 철학의 차이"라며 “방향에 대한 합의 없이 물량부터 논의하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산정비창 논쟁은 '집을 많이 짓는 것이 공공성인가, 아니면 도시 전체의 기능과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공공성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국토부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공공성의 핵심으로 보는 반면, 서울시는 국제업무·문화·공원·보행축을 중심으로 한 도시계획 기능이 공공성의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공공성의 정의를 둘러싼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쟁은 사업성과 정치적 대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시가 계획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 청사진에 대한 현실적인 의문도 깔려 있다. 용산 일대의 업무상업시설 공실률이 37%로 서울 시내에서 가장 높은 상황에서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또 지어 대규모 오피스·점포를 공급하는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마천루의 저주'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전세계적으로 초고층 빌딩을 짓고 나면 극한의 경기 불황이 닥친다는 '징크스'로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버즈칼리파 등이 대표적 사례다. 시도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 이번처럼 초고층빌딩이 포함된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추진하다 극심한 경제 침체에 사업이 아예 무산됐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이견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향후 도심 공공부지를 둘러싼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택 공급=공공성'이라는 단순한 시각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다. 도로·공원·문화시설 등 도시계획시설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인 반면, 공공주택은 혜택이 특정 입주민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공공성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용산을 주거 위주로 채울 경우 입주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업무·고용·문화·공원 기능을 강화하면 훨씬 더 많은 시민과 방문객이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 도심 핵심 입지에서는 주거가 중심이 아니라 보완적 기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시공학 분야에서도 공공성을 주택 물량이 아니라 도시 구조와 공간 운영의 문제로 본다. 누구에게나 열린 보행 네트워크와 공원·광장·문화시설을 조성하고, 개별 개발이 도시 전체 맥락을 해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도시적 공공성이라는 설명이다. 철도와 한강, 국립중앙박물관, 도심 업무지구가 맞닿은 용산정비창 같은 결절점에서는 고밀 주거보다 이러한 도시적 공공성을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서울 전체의 경쟁력과 일상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대립이 장기화될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는 집값 안정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용산정비창 논쟁은 주택 공급 확대 여부를 넘어 서울 도심 핵심 공공부지를 어떤 기능과 역할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공공성 판단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허드슨야드는 철도 차량기지(레일야드) 상부를 데크로 덮고 초고층 오피스·레지던스·상업시설·공원·문화시설을 복합적으로 조성한 대형 개발 사례다. 철도 정비창 상부에 국제업무·주거·상업·MICE 기능을 얹으려는 용산정비창과 개발 방식이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도심의 마지막 대형 유휴부지'에 새로운 스카이라인과 업무 중심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설명하며 '서울판 허드슨야드'라는 표현을 써 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사업을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허드슨야드는 방치된 레일야드를 재생한 프로젝트에 가깝지만, 용산정비창은 이미 서울 한복판의 핵심 공공부지"라며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뉴욕이 '버려진 땅의 재활용'에서 출발했다면, 서울은 '도심 핵심 공공부지를 장기간 어떤 기능의 거점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허드슨야드는 개발 당시 약 250억달러(약 37조 250억원) 규모로 추진됐고, 세제 혜택과 공중권(토지 상공의 개발 권리) 판매, 민간 자본을 통해 초기 비용을 조달했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 코로나19 이후 고가 콘도 분양 부진과 임대 공실, 부채 부담 논란을 겪으며 재정 리스크와 지역 불균형을 키웠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반면 용산정비창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공자산 헐값 매각 금지' 지시 이후, 국유지를 어디까지 매각할지, 공공이 토지와 인프라를 얼마나 장기적으로 보유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허드슨야드가 민간 자본 유치와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용산은 공공부지 매각을 어디까지 제한하고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서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를 오히려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김인만 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용산에 1만2000세대를 넣는다고 서울 주택난이 크게 해소되지는 않고, 입지 특성상 주거 안정 효과도 제한적"이라며 “6000세대 수준의 복합개발을 조기에 안착시키거나, 토지 매각 재원으로 다른 지역에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걸 교수는 “용산 같은 도심 핵심 입지는 한 번 조성하면 100년 이상 가는 공간"이라며 “당장의 주택 물량이나 용적률보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 구조인지가 먼저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강, 용산역 일대와의 연계 등을 고려해 허드슨야드가 겪은 공실·부채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는 설계가 '서울판 허드슨야드'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韓 첨단산업 규제 수준 경쟁국보다 높아···패러다임 바꿔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첨단산업·신산업 분야 기업규제 수준이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보다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 장벽을 보다 적극적으로 걷어내고 규제 패러다임 자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대학 교수 등 2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규제혁신 정책과 주요 규제 이슈에 대한 전문가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7%(이하 복수 응답)는 첨단산업·신산업 분야 우리나라 기업규제 수준이 '경쟁국보다 높다'고 답했다. '경쟁국과 유사하다'는 답은 19.2%, '경쟁국보다 낮다'는 답변은 4.1%가 나왔다. 우리나라 첨단산업·신산업 육성 및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규제혁신 제도로 응답자의 61.6%가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원칙허용, 예외금지)이라고 대답했다. 전체의 46.6%는 최근 국회의 입법활동이 '규제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외 응답은 '규제혁신에 도움이 된다'(38.4%), '잘 모르겠다'(15.0%) 순이다. 전문가의 58.5%가 현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 추진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했다. '부정적'이라는 답은 27.9%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 합리화라는 목표 설정'(57.0%), '규제혁신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53.1%), '수요자 중심, 성과 지향, 속도감 있는 규제혁신 지향'(39.8%) 등을 들었다. 최근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요구한 새벽배송 금지에 대해 응답자의 78.5%가 '새벽배송 금지 반대'라고 답햇다. 찬성 의견은 18.3%가 나왔다.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이유는 '직장인, 맞벌이 가구 등 소비자 편익 저해'라는 답이 58.7%, '배송업무 편리성 등 택배기사들이 새벽배송을 원함'이라는 응답이 41.9% 나왔다. '새벽배송 관련 일자리 축소'라는 의견(37.2%)도 있었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 반도체 등 첨단산업 패권 경쟁에서 각국은 막대한 보조금, 세제지원, 수출통제 등 다양한 수단으로 자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거미줄 규제 장벽을 걷어내고, 끊임없는 혁신이 가능하도록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내년 1분기 ‘수출 훈풍’ 기대···반도체 끌고 선박 밀고”

내년 1분기 국내 수출기업의 체감경기가 뚜렷한 개선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와 선박 등 주력 산업의 수출 호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 확대는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2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EBSI는 115.8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110을 상회하는 것이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전망을 조사·분석한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 큰 값을, 악화될 것으로 보이면 작은 값을 가진다. 품목별로는 15대 품목 중 반도체·선박 등 7개 품목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반도체(187.6)는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맞물려 가장 밝은 전망을 보였다. 선박(147.2) 역시 고선가 수주 물량 인도가 본격화되고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증산에 따른 운반선 발주 확대 기대감이 반영되며 수출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전기·전자제품(70.4)과 섬유·의복제품(84.7)은 글로벌 소비 회복 지연, 원재료 가격 상승, 가격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 악화의 영향으로 수출 부진이 예측됐다. 항목별로는 10개 조사 항목 중 △수출단가(125.2), △설비가동률(122.5), △수출상담·계약(121.6) 등 9개 항목에서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상품 제조원가(98.6)는 전 분기(86.8) 대비 소폭 상승(+11.8p) 했음에도 여전히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어 기업의 원가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기업들은 내년 1분기 수출 애로요인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17.5%)과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15.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라고 응답한 비중이 전 분기 대비 5.5%p 상승하며 13개 애로 요인 중 가장 가파른 증가 폭을 기록했다. 옥웅기 무협 수석연구원은 “내년 1분기 반도체와 선박이 수출 성장을 주도하겠지만 품목별로 온도차가 있어 수출 경기 전반을 낙관하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며 “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환율 변동성 완화 대책과 더불어 무역금융 금리인하 등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슈&인사이트] 정보 보안에 대한 발상 전환

올해가 저물어 가던 11월 말 온라인 시장 지배력을 키우던 쿠팡에서 3,37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성년자와 온라인 쇼핑몰 이용에 곤란을 겪는 일부 고령층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미 거대 이동통신 3사와 금융기관들의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감이 커지던 국민을 더 큰 불안에 시달리게 만드는 기사들이었다. 세간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공공정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국민의 개인정보가 끊임없이 유출됐다. 이런 상황은 국민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소홀하게 보관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적법하게 수집하고 보관해야 할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 공공기관, 심지어 정부 부처들에 책임이 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이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인지 고민해 보면 결국 정보 보안을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나 불필요한 비용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관념이 출발점이 아닌가 한다. 사실 변호사들의 업무인 법무도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비슷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기업에서는 반대를 일삼아 성장의 발목을 잡는 방해꾼으로 매도당한다. 정부 기관에서도 규제가 필요할 때는 관련 법무 전문가를 찾다가, 규제 완화 여론이 높아지면 같은 전문가에게 다른 해결책을 요구한다. 법무 검토도 단시간에, 저비용으로 끝내려 하지만 관계 법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상응하는 법적·경제적 불이익이란 후과를 직면하고서야 후회하는 사례를 많이 본다. 최근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역시 대한민국의 보안 관련 산업의 현황을 보면 그럴만하다고 수긍하게 된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에서 2025년 4월 발표한 '2024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내 1,200개 기업 중 연간 정보보호 예산이 '500만 원 미만'이라는 답변이 무려 75.8%에 달한다. 심지어 개인정보나 기업 영업비밀에 대한 보안 위협은 더욱 커지는데도 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보 보안 예산을 편성한 기업이 2022년 67.9%에서 오히려 2024년에는 49.9%로 감소하기까지 했다. 정부 기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행정안전부 예산안을 보면 2025년 정부 정보보호 인프라는 2024년보다 44.8%, 정보시스템 소프트웨어 보안 체계 강화 사업은 30.2%, 사이버 침해사고 예방 예산은 3.8% 각 감소했다. 그나마 2026년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정보 보안 관련 예산을 포함해 7.7% 증가된 예산안이 편성되었다니 다행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나 정부의 온나라시스템이 무려 3년간 해킹을 당한 상황에서 안일한 인식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된다. 민간과 공공부문의 정보 보안 예산 경시는 국내 정보 보안 전문 기업들의 영세한 규모만이 아니라 업무에 종사하는 보안 인력의 양성과 숙련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도 미흡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더불어 특히 사이버 보안 관련하여 인공지능 기반 공격과 방어 수단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인공지능 기반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프롬프트 입력, 회피 공격, 인공지능 데이터 또는 모델 추출 공격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될 수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공지능 업무 시스템 이용자들에 대한 초맞춤형 피싱 공격을 발생할 수 있는데, 실제로 최근 오픈소스 형태의 모델뿐 아니라 상용모델인 앤트로픽사의 '클로드'가 해킹에 이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항해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이상 데이터를 탐지하고, 인간이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의 반복적인 공격을 방어하는 인공지능 보안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 탑재 창과 방패의 확산이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 구축과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정보 보안을 비용 개념으로만 보아서는 향후 벌어질 보안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보 보안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도록 공공부문 입찰 가산점, 투자 인센티브 등 세제 지원과 함께 정보 유출로 손해를 입은 정보 주체들이 직접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정보 보안을 소비자 선택의 척도로 끌어 올려 비용이 아닌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보는 시각이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양희철

[EE칼럼] 대통령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못한 기후부

지난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의 업무보고에서 당혹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와 관련하여 던진 상식적인 질문에 아무도 명쾌한 답변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기후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단가(LCOE, kWh) 목표로 해상풍력은 330원에서 250원이하로, 육상풍력은 180원에서 150원 이하로, 태양광은 150원에서 100원 이하로 하겠다고 보고를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근본적인 질문'이라며 “태양광이 100원 수준이면 태양광에 집중 투자하지 왜 굳이 250원짜리 해상풍력을 해야 하느냐, 밤에 생산해서 그러느냐, 장기적으로 봐서 200원 이하로 내려가도 태양광 100원보다 비싼데 왜 이렇게 해상풍력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질의했다. 이에 장관, 차관, 국장은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상풍력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산업적 기여도가 높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는 재생에너지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상식적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상호간에 보완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가동 시간 상 서로가 서로를 보완한다. 태양광은 명백하게 해가 뜬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다. 7시부터 발전을 시작해 13시에 피크에 도달하고 16시 이후 급감한다. 또한 겨울에는 일조시간이 짧아 발전 시간대가 좁다. 해상풍력은 일반적으로 낮 보다 저녁에서 밤 사이 발전량이 많고, 특히 여름보다 겨울의 발전량이 많다. 태양광의 시간대별, 계절별 공백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설비 투자 측면에서도 태양광과 풍력은 상호보완적이다. 태양광은 공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소규모로도 얼마든지 설치가 가능하므로 장거리 송전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부지 확보, 미관 등의 문제로 대규모 개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계통 안정화 설비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풍력은 대규모 설비로 인해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장거리 송전망이라는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을 필요로 하지만, 한번에 높은 용량의 발전시설을 지을 수 있고 동시에 제조업 등 연관산업 육성에 탁월하다. 태양광은 한번 설치하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연관산업 유발효과는 크지 않다. 그러나 풍력, 특히 해상풍력은 연관산업 효과가 뛰어나고 지속적이다. 제주대 김범석 교수 자료에 의하면 1GW 해상풍력개발에 필요한 총 수명비용은 약 9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금액은 사업개발(2%), 해상풍력터빈(26%), 보조설비(19%), 설치시공(14%), 운영 및 유지(39%)로 구성된다. 해상풍력터빈은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큰 타워다. 블레이드, 베어링, 기어박스, 발전기 등으로 구성된 핵심부품으로 풍력 설비기술의 핵심이다. 기술성숙도가 중요한 분야로 국내 정책 연속성의 부재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있다. 보조설비는 해저케이블, 해상지지 철 구조물, 해상변전소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설치 시공 역시 우리나라의 건설 역량이 빛을 발하는 분야이다. 운영 및 유지 분야의 경우 2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기에 고용창출, 산업유치 등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기여도가 높으며, 충분히 육성될 경우 자동화 등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LCOE 하락을 유도한다. 이날 기후부 관료들은 해상풍력이 가지는 이러한 산업적 효과를 부각하려고 노력했지만 근본적인 상호보완성은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이 '밤에 생산해서 그러느냐'라고 의도치 않은 힌트까지 줬음에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기후부 관료들이 평소 전력시장 이슈에 보여주는 뿌리 깊은 '경직성'이 드러난 사례가 아닌가 필자는 우려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상호보완성에는 주목하지 않고 “태양광은 이러한 장점이 있으니 몇 년도까지 몇 GW(%) 보급하자," “해상풍력은 저러한 장점이 있으니 몇 GW(%) 보급하자"와 같은 담론이 등장한다.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것은 좋지만 찝찝하다. 이들 관료들이 아직도 국가 주도적인 공급 계획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전력시장과 같이 각종 기술과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일수록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방식은 비효율로 이어진다. 정부가 전기 소매가격(P)과 전기 공급계획(D) 둘 다 손에 쥐고 정치 · 행정 편의적으로 통제해왔기에 한전은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고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OECD 꼴찌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정부는 '판을 엎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정부와 공기업(한전)이 때로는 편을 먹고, 때로는 공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며 시장을 일방적으로 '계획'하는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 가깝게는 도매 시장의 지나치게 경직적인 가격 체계를 손봐야 한다. 실시간 가격 제도와 용량 시장 제도를 실시하고 보조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높여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할 설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변동비 (연료비) 평가 방식의 SMP 제도 역시 가격입찰제로의 전환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매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왜곡 없이 제대로 반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에 맞춰 시장이 반응하니 복잡다단하게 인센티브와 규제를 설계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인식이 관료들에게 부족하니 해상풍력을 두고 인허가 완화, 금융 지원, 항만 인프라 구축 같은 논의만 요란하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전력시장 개편은 뒷전이 될까 걱정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계기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김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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