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환경 issue 전체기사

‘배터리 핵심광물’ 가격 하락…전기차 생산비용 영향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전기차 생산비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캐나다 소재 전기차 공급망 리서치조사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값 폭락으로 전기차 생산에 요구되는 원자재 비용이 평균적으로 60%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110개국에서 등록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용량과 종류(리튬인산철(LFP)·니켈코발트망간(NCM) 등)를 기준으로 하여 전기차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과 흑연의 판매량 가중 평균 가치를 달러화로 산출했다. 리튬 비중이 높은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판매량이 높을수록 가중치가 커지는 식이다. 이를 모두 취합한 결과 지난 8월말 기준, 전기차 한 대당 요구되는 원자재의 평균 비용이 537달러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 비용이 지난해 8월 1342달러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가격이 60% 가량 폭락한 셈이다. 2023년 초엔 1900달러에 육박했다. 이같은 하락 추이는 배터리 원료 중에서도 필수격인 리튬이 주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에 대한 리튬의 평균 가치가 1년 전에 비해 75% 폭락한 236달러로 집계됐다. 또 다른 주요 원료인 코발트의 평균 가치는 같은 기간 42% 하락한 46달러를 나타내면서 신저가를 이어가고 있다. 망간과 흑연의 경우 가치가 올 연초보다 높지만 망간은 작년 동월대비 약 8% 하락산 상황이다. 다만 흑연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26달러로 나타났다. 니켈 가치의 경우 1년 전과 비해 26% 하락했는데 이는 LFP 배터리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출하된 배터리 중 LFP가 차지한 비중은 전년 동월 32%에서 42%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고성능 전기차 사이에서 보이는 하이니켈 양극재에 대한 장기적인 추세와 NCM 배터리의 인기가 LFP 배터리에 상쇄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다만 배터리 원료의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월까지 올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505.6 기가와트시(GWh)로 22% 성장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해 2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 리튬이온 배터리가 여전히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위드머 금속리서치 총괄은 이달초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에 출연해 리튬이온 배터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향후 5~10년 동안 대세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의 줄리아 폴리스카노바 자동차 및 e모빌리티 공급망 이사는 “5년 전에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이야게 했었으면 매우 흥분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오늘날엔 시험단계와 상업화 사이에 큰 장벽이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넷제로 시급한데…‘에너지전환 역베팅’ 나서는 투기세력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의 넷제로(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시급하지만 글로벌 투기세력은 태양광, 전기자동차, 2차전지 등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연관된 주요 주식들에 대해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데이터 제공헙체 헤이즐트리는 총 운용자금이 5조달러에 이르는 헤지펀드 약 500곳의 포지션을 집계했고 블룸버그통신은 각 에너지원별로 이들의 순 숏(매도)·롱(매수) 포지션 비중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태양광을 대표하는 '인베스코 솔라 상장지수펀드(ETF)(티커명 TAN)'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순매도 비중이 올 3분기 7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7곳은 태양광 관련주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탄소중립 열풍으로 청정에너지 투자에 대한 긍정론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 1분기 당시엔 이 비중이 33%에 불과했다. 이를 반영하듯, TAN ETF 주가는 올 들어 29% 가까이 폭락한 상황이며 지난 17일엔 37.02달러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투기 세력들은 또 전기차와 2차전지는 물론 리튬 등 배터리 원료와 관련된 기업들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크레인셰어즈 일렉트릭 비히클&퓨처 모빌리티 ETF'(KARS), '글로벌X 리튬&배터리 테크 ETF'(LIT) 등 전기차 및 2차전지 ETF에 숏 포지션을 택한 헤지펀드들의 비중이 올 3분기 기준 각각 55%, 57%로 2021년 1분기(35%·29%)를 크게 웃돌고 있다. KARS와 LIT 주가는 올 들어 각각 13.81%, 14.77% 하락했다. 27억달러를 운용하는 영국계 헤지펀드 클린 에너지 트렌지션의 퍼 레칸더 창립자는 “전기차가 영원히 죽었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현재는 성장이 둔화되고 산업은 과잉투자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테슬라를 포함해 2차전지와 관련된 주식들을 공매도하고 있다며 “변곡점을 볼 수 있기까지는 앞으로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풍력관련 ETF인 '퍼스트 트러스트 글로벌 윈드 에너지 ETF'(FAN)에 대해선 헤지펀들이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롱 포지션을 택한 이들의 비중이 6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1년 1분기(73%)보단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해상풍력에 대한 기대감이 풍력 시장 전체를 견인시킬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NEF는 2040년까지 세계에서 가동되는 해상풍력 규모가 작년말(73 기가와트)대비 10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석탄, 석유와 천연가스 기업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롱 포지션 비중이 숏 포지션을 웃돌고 있다. 헤지펀드 53%는 'S&P 글로벌 오일 지수' 기업들에 롱 포지션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21년 1분기엔 이 비중이 48%였다. 또 석탄기업들에 매수 포지션을 구축한 헤지펀드들의 비중은 무려 73%에 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수격이지만 헤지펀드들은 아직도 에너지전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헤지펀드들은 친환경 투자를 꺼리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꼬집었다. 헤지펀드 업계는 각종 정부 지원에도 청정에너지 관련 주식들이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S&P 글로벌 클린 에너지 지수'는 2021년 고점 대비 60% 가량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와 S&P 글로벌 오일 지수가 50% 넘게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아나콘다 인베스트의 르노 살레르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전환에 투자를 늘리고자 업계 변곡점을 모색해왔다"며 “각종 지원에도 변곡점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배경엔 고금리를 비롯한 거시경제적 악재와 미 공화당 주도로 발생된 정치적 역풍을 맞은 청정에너지 업계가 이젠 지정학적 위험에도 노출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억 달러 넘게 운용하는 카멧 캐피탈 파트너스의 케리 고 CEO는 “에너지전환 테마가 유효하지 않는 핵심 이유는 지정학"이라며 “중국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데 (대중) 관세가 투자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을 겨냥한 관세는 유럽과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태양 전지부터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매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보호주의 기조가 약화되기 전까지 에너지전환에 대한 투자 타당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소재 K2 자산관리의 조지 보보라스 리서치 총괄도 “헤지펀드들이 오랜 시간을 두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에너지전환 트레이드의 긴 겨울이 올 것이란 의미"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당선될라”…美 대선에 숨 죽이는 친환경 투자자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3주 앞으로 다가운 가운데 청정에너지 산업 투자자들은 숨죽인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민주·공화 양당 후보의 정책 기조가 극명하게 엇갈린 상황 속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대선을 앞두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투자자들이 관망세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대비해 투자자들은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청정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를 철회하거나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소재 기후 관련 스타트업들이 올 3분기 투자자들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이 2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대비,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1%, 39% 감소한 수치다. 이와 관련, 미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의 소피 바칼라 파트너는 “현재 많은 투자자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현재 자본이 (기후 관련 기업들에게) 투입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중점을 둔 벤처캐피털 펄스 펀드의 크리스 만기에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이후 IRA가 살아남아도 (지원 등이) 어느정도 둔화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승리하면 기후 관련 법안들이 더 통과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에 무게를 조금씩 기울이는 분위기다.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서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을 60.7%로, 해리스 부통령(39.1%)을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 1일까지만 해도 두 후보간 격차는 1%포인트(p) 이내였다. 또 다른 베팅사이트인 프리딕트잇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확률은 각각 54%, 50%에 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렇듯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IRA 폐지 또는 축소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 자금이 절실한 기후 관련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는 유리를 제조하는 스타트업인 케이룩스는 2026년까지 미국에서 생산능력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IRA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을 경우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기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산업용 원료로 변환하는 업체인 란자테크 글로벌의 제니퍼 홈그렌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기업이 자금조달에 결국 성공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바로 시간"이라며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연 가능성"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정부 지원 없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JP모건체이스의 루시 브래시 북미에너지 총괄은 “행정부가 바뀌면 스타트업들은 인센티브 없이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원가 이하 요금’ 받는 공기업에 밸류업 이라니”

원가 이하 요금을 받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이제는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정책인 밸류업 정책까지 내놓아야 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에너지 공기업들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저평가된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시행하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다. 증시 상장기업은 자발적으로 발전 전략을 수립해 발표하며, 이에 정부는 밸류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법인세, 배당소득세, 상속세에 대한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상장한 공기업은 한전,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전KPS, 강원랜드, GKL(그랜드코리아레저) 등 7곳이다. 가장 먼저 밸류업에 참여한 에너지 공기업은 한전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3월 11~12일 동안 자사주 총 800주를 매입했다. 매입단가는 주당 2만4300원, 2만3500원으로 총매입액은 약 1900만원가량이다. 하지만 한전의 주가는 오히려 더 내려갔다. 16일 종가 기준 주당 2만650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한전의 총부채는 202조원, 부채율은 530%로 채권을 발행해 운영비를 조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열악한 상황이다. 한전이 이렇게 된 원인은 원가 이하 요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금이 적정선으로 오르지 않는 한 어떤 밸류업 계획을 내놔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날 한국지역난방공사도 4분기 내로 밸류업 계획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한난은 “누리집을 통해 일반주주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를 시행한다"며 “설문조사를 통해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주주에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를 물음으로써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이날 주식 종가는 전날보다 1.1% 떨어진 주당 4만5000원을 기록했다. 한난은 지난해 314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원가 이하 요금 책정으로 못 받은 미수금만 4179억원에 달한다. 현재 한난의 총부채는 5조5765조원이며, 부채율은 254%에 이른다. 가스공사는 아직 밸류업 참여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부응해야 하고,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참여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 역시 밸류업 계획이 나와도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못 줄 가능성이 높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1조553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원가 이하 요금으로 받지 못한 미수금이 15조원이 넘고 있다. 가스공사도 투자비는 고사하고 운영비가 모자라 채권 등 외부자금 조달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총부채는 44조4794억원, 부채율은 423%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업이니까 경영평가 등을 감안해 어쩔 수 없이 밸류업에 참여하는 건 이해하는데, 원가 이하 요금 때문에 재무구조가 망가진 상황에서 다른 어떤 대책을 내놓은들 주가가 오르겠냐"며 “다 필요없고 요금 정상화가 최고의 밸류업이다"라고 일침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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