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과잉 생산' 등 추가 관세 결정 전인 이달 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에너지 분야인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예정에 없이 긴급 미국을 찾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과 합의한 15% 이내 상호관세 관철을 위해 이달 말 대미 투자 발표를 목표로 막판 조율에 나섰다. 18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하워드 러트닉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한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김 장관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련 “8월 말 발표를 목표로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 보려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막판이 되면서 실무적으로 다양한 구체적인 쟁점들이 나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에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양국은 나머지 2000억 달러의 투자 이행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텍사스주 엔시날에 약 6.4기가와트(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투자 프로젝트 선정 시 '상업적 합리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등 미국 내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발전소 건설은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력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아직 사업 내용과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김 장관이 미국 정부와 막판 조율을 밝힌 만큼 이달 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대미 전략투자 1호 후보 프로젝트로 반도체를 논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관세 협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미국의 추가 관세 결정 전에 대미 투자 1호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달 한국 포함 주요 60개국에 강제노동 관련 1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현재 USTR은 과잉생산 관련 조사도 진행 중이다. 상대 교역국의 제조업 등 산업별 보조금과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으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본 점이 입증되면 이를 '과잉생산'으로 규정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달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조사 결과에 따라 강제노동 12.5%에 이어 관세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가 양국 합의 수준인 15%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을 압박해 왔다. 지난주 미국 상무부는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합의된 상호관세(15%)를 인상하겠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정부가 이달 말 대미 투자 발표를 목표로 막판 협의에 나선 것도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 등 통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표 전에 추가 관세가 먼저 발표되면 협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이 지난해 관세율 15% 상한 합의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예단하지 않고 협의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공백으로 통상 협상 과정에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여 본부장의 경질 관련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미 관세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현재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로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 중이다. 김 장관은 “여 본부장이 비관세 분야와 자유무역협정(FTA) 쪽을 많이 챙겨왔지만 (개인이) 다 챙긴 것은 아니다"며 “협상은 개인이 아닌 전체 조직이 같이하는 것이어서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복권기금, 성과따라 지급 “취약계층 지원”…35% 의무배분 폐지

앞으로 복권 수익금은 12% 가량의 지방자치단체, 제주도 배분금을 뺀 나머지는 성과와 사업 수요에 따라 쓰이게 된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 복지나 재난 지원 등 공익사업에 복권 수익금이 활용될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는 18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6차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복권 및 복권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복권 수익금의 35%를 기존 복권발행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나눠주던 법정배분 제도가 20여년 만에 바뀐다. 지난 2004년 복권법이 제정될 당시 정부는 복권발행기관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복권 수익금의 35%를 10개 기금·기관 등에 의무 배분했다. 이후, 각 기관의 재정 상태나 사업 수요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10개 법정배분 대상 중 지자체와 제주도를 제외한 8개 기금·기관에 대한 법정 배분을 폐지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진흥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중소벤처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국가유산보호기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산림환경기능증진자금,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 8개 기관의 사업은 공익사업으로 전환된다. 앞으로 8개 기관들은 수익금을 자동으로 지급받지 않고, 다른 공익사업처럼 사업 필요성과 성과 등을 평가받아 재원을 배분받는다. 다만, 지자체와 제주도는 지방재정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각각 약 6%, 총 12% 수준의 기존 법정 배분이 유지된다. 기획처에 따르면 올해 복권기금 사업 규모는 총 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이 중 35%인 약 1조1000억원은 10개 기관에 배분된다. 나머지 약 2조3000억원은 저소득층의 주거나 복지 지원 등 공익사업에 쓰인다. 기획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정배분에 따라 사업의 성과가 낮더라도 정해진 금액을 지급해야 했다"며 “앞으로 성과와 수요가 높은 사업 쪽으로 탄력적 배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처는 이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97개국 3,403편 몰린 AI 영상 공모전…해외 출품 1년 새 20배 이상 증가- 구미·포항·경산 산업 강점 결합…AI·VFX·게임 잇는 '산업형 영상제'로 차별화- 1500억 원 펀드 투자상담·글로벌 바이어 수출상담까지…창작에서 비즈니스로 확장-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인공지능(AI)이 영상 제작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시나리오와 이미지 생성에서 영상·음향 제작, 시각효과(VFX)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면서 콘텐츠 산업의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개인과 기업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경상북도는 이 같은 산업 변화에서 지역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고 있다. 단순히 AI를 활용한 작품을 감상하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와 기업, 대학, 투자자, 해외 바이어를 하나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가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영상제는 이제 경북이 추진하는 AI·가상융합 콘텐츠산업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로 변하고 있다. 특히 구미·포항·경산의 서로 다른 산업적 강점을 AI라는 하나의 축으로 묶어 '지역에서 창작하고, 투자받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경북도는 18일 도청 다목적홀에서 시·군 관계자와 영상제 조직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2026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의 주요 프로그램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 1075편에서 3403편으로…숫자로 확인된 '글로벌 확장성' 영상제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공모전이다. 올해 AI 영상 공모전에는 세계 97개국에서 3403편이 접수됐다. 지난해 1075편과 비교하면 출품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해외 참가다. 지난해 72편에 그쳤던 해외 출품작은 올해 1,587편으로 급증했다. 1년 만에 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경북의 영상제가 국내 중심의 지역 행사에서 벗어나 해외 창작자들이 직접 작품을 출품하는 국제 AI 콘텐츠 무대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북도는 그동안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목표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 기관과 협력망을 확대해 왔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공모전 참여 증가로 연결되면서 영상제의 국제화 전략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심사를 맡은 양경미 집행위원장은 3,403편의 작품을 심사한 결과 AI 영상이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새로운 창작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경북도의 목표는 더 크다. 현재 미국·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협력망을 유럽 등으로 확대해 장기적으로 세계 15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AI 콘텐츠 행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구미는 AI, 포항은 VFX, 경산은 게임…도시 자체가 '콘텐츠 클러스터' 올해 영상제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변화는 개최 도시별 산업 특성을 더욱 분명하게 살렸다는 점이다. 행사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구미·포항·경산에서 펼쳐진다. 같은 행사를 여러 지역에서 나눠 개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도시가 보유한 산업적 자산을 AI 콘텐츠와 결합하는 형태다. 구미에서는 AI와 가상융합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과 인재의 접점을 넓힌다.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 특성을 활용해 첨단기술과 콘텐츠의 융합 가능성을 찾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포항은 영화·광고 등 영상 콘텐츠에 활용되는 AI와 VFX 분야에 집중한다. 이를 지역의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해 새로운 거점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경산은 게임산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지역 게임기업과 대학, 청년 인재를 AI 기술과 연결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키운다.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가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표현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결국 세 도시를 연결하는 공통분모는 AI지만 각 지역의 산업 기반에 따라 서로 다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셈이다. ▲ '상을 주는 영화제'에서 '돈과 시장을 연결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경북도가 영상제의 차별화 전략으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산업화'다. 우수 작품을 선정하고 시상한 뒤 행사가 끝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발굴된 기업과 창작자가 실제 투자와 제작, 해외 진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단계를 연결한다. 구미에서는 AI 영상 공모전 본선 진출작 39편을 대상으로 총 1억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대상에는 2,000만 원을 수여하고 우수 작품의 해외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포항에서 열리는 'AI 아트테크 어워즈'는 지난해 5월 이후 공개된 영화·드라마·광고 등의 우수 작품과 제작진, 배우를 선정해 총 1800만 원을 시상한다. 특히 수상 제작사에 문경 버추얼스튜디오 이용 기회를 제공한다. 수상이라는 일회성 성과를 실제 콘텐츠 제작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경산의 '미니게임 콘테스트'에서는 우수 8개 팀에 총 15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올해 처음 마련된 행사임에도 90개 기업이 참가하면서 게임산업 분야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여기에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투자와 수출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AI 혁신기업의 기술·투자 발표회와 함께 K-컬처 콘텐츠 제작사를 대상으로 한 1500억 원 규모 펀드 투자 상담회가 마련된다. 경북 게임기업 수출상담회에는 중국 바이트댄스와 일본 세가 등을 포함해 해외 바이어 20개사가 참가할 예정이다. '작품 출품→수상→투자→제작→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영상제 안에서 구현하겠다는 것이 경북도의 전략이다. ▲첨단기업 34곳 한자리에…관람객도 AI 산업 직접 체험 산업 전시 기능도 강화된다. 올해 'AI 첨단기업 전시관'에는 34개 기업이 참여한다. 지난해 23개사에서 11개사가 늘었다. 도내 기업 10개사를 비롯해 수도권 AI 기업들도 참가해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영상제를 기업 간 기술 교류의 장이자 일반 관람객에게는 최신 AI 기술을 직접 확인하는 체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분야에서는 도내 기업 12개사와 지역 4개 대학이 함께 전시·체험관을 운영한다. 단순 게임 체험에 머물지 않고 관련 교육과 진로 탐색까지 연결해 청소년과 대학생이 콘텐츠 산업을 미래 직업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지역 대학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기업이 이들을 채용하거나 함께 사업을 추진하며, 성장한 기업이 다시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영상제의 경제적 효과 역시 행사 기간을 넘어설 수 있다. ▲'아바타 2'부터 '오징어 게임'까지…세계 콘텐츠 기술 경북으로 글로벌 콘텐츠 제작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들도 경북을 찾는다. 영화 '아바타 2'의 시각효과 기술을 담당한 최병국 KAIST 박사를 비롯해 '오징어 게임', '호프' 등 주요 작품의 비주얼 제작에 참여한 웨스트월드 손승현 대표, 류춘강 베이징 게임산업협회 회장 등 AI·VFX·게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제작 현장에서 AI와 첨단 시각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경험을 공유하고 콘텐츠 산업의 변화와 향후 시장 방향을 짚는다. 영상제가 해외 작품을 불러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가 경북 기업·인재와 만나는 접점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관객을 위한 콘텐츠도 놓치지 않았다. 행사 기간 총 23차례에 걸쳐 작품 상영과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26 AI 영상 공모전 수상작을 비롯해 SIGGRAPH 애니메이션 수상작과 국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작품 등을 선보이며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관건은 '축제 이후'…경북에 산업이 남아야 한다 경북도가 그리고 있는 영상제의 최종 목적지는 관람객 숫자나 출품작 증가에만 있지 않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기업과 인재, 기술과 투자가 지역에 남는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공모전에서 발굴한 창작자와 기업에 투자·제작·해외 진출 기회를 연계하고 지역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현장형 전문인력 양성을 확대한다. 문경 버추얼스튜디오와 같은 지역 콘텐츠 제작 기반에 AI·VFX 기술을 접목하고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영상제를 통해 세계적인 작품과 인재를 경북으로 끌어들이고, 지역 기업이 이들과 협력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며, 그 결과물이 다시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구조가 정착한다면 경북은 수도권 중심의 국내 콘텐츠 산업 지형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올해 새롭게 구성한 조직위원회도 이러한 산업화와 국제화를 뒷받침한다. 경북도는 세이버파트너스 김세연 대표를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학회 회장을 집행위원장,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이사를 고문, 배우 원기준을 대외협력위원장으로 각각 위촉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출범 3년 만에 97개국에서 3403편이 출품되는 등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가 독보적인 AI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AI 영상제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영상제를 경북의 K-컬처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는 동시에 AI·가상융합산업 생태계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AI 콘텐츠 시장을 둘러싼 세계 각국과 도시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기술과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경북의 도전은 결국 '지역에서도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를 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97개국 3403편이라는 숫자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제행사의 외형적 성장세를 지역 기업의 매출과 투자, 청년 일자리, 콘텐츠 제작과 수출이라는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오는 9월 열리는 세 번째 영상제는 그래서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선다. AI라는 새로운 창작 도구를 앞세워 경북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김민석의 시간…국민은 성과를 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내놓은 말은 '통합'과 '일하는 민주당'이었다.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말이다. 그래서 첫 임무는 분명하다. 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국민은 민주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이른바 '명청 갈등'을 둘러싸고 노정됐던 균열부터 정리해야 한다. 승리한 쪽이 자리를 독점하고 다른 목소리를 밀어내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주요 당직과 정책 결정에 계파가 아니라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써야 한다. 하나의 당은 구호가 아니라 인사와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거리를 두거나 무조건 맞추는 것이 아닌 집권여당 대표다운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갈 때는 강하게 밀어주고 민심과 어긋날 때는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 역시 여당을 정책 전달 창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과 정부, 민주당이 충분히 토론하되 결정된 정책에서는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개헌 논쟁도 있겠지만 지금은 헌법보다 민생의 시간이 먼저이다. 김민석 지도부가 당장 책상 위에 올려야 할 것도 반도체와 AI, 부동산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와 민생 회복​이다. 특히 반도체는 시간이 곧 경쟁력이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이든 기존 클러스터의 경쟁력 강화든 지역 배분의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할 전력과 용수, 부지와 교통망을 확보하고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지방정부가 인허가를 풀며 국회가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AI 강국'이라는 구호만으로 기업과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GPU와 컴퓨팅 인프라, 연구인력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지역 대학과 산업단지, 연구기관까지 연결한다면 침체된 지역경제를 다시 뛰게 할 성장축이 된다고 믿는다. 여기서 집권 여당의 역할은 정책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부처마다 말이 다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을 떠넘기며 규제 하나를 푸는 데 몇 년씩 걸린다면 세계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김민석 지도부가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은 실행 일정표다. 핵심 사업마다 책임자를 정하고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결과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 미국 반도체 산업정책의 예를 봐도 중앙정부 지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 기업과 대학이 인프라와 인력 양성을 함께 추진할 때 투자가 공장과 일자리로 연결된다. 우리 정치권도 '어느 지역에 무엇을 주느냐'보다 누가 더 빨리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느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부동산은 더욱 절박하다. 집값은 국민의 삶이다. 필요한 곳에는 공급을 늘리고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는 지키되 투기적 수요에는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을 늘리고 재건축·재개발과 공공주택 역시 이념보다 실제 공급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역경제도 대형 개발계획 몇 개로 살아나지 않는다. 지방에 기업이 가려면 사람이 함께 내려가 살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뿐 아니라 주택과 학교, 병원, 교통과 문화시설이 갖춰져야 젊은 인재가 머문다. 서남권 반도체 구상 역시 산업·주거·교육·교통을 묶는 종합적인 지역발전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이 역시 여당이 선도적으로 정부를 이끌고 힘을 모아야 속도가 붙는다. 야당과의 협치도 빼놓을 수 없다. 반도체·AI·전력망·지역균형발전은 한 정권의 임기만 보고 추진할 사업이 아니다. 김 대표가 먼저 야당 대표를 만나고, 야당의 합리적인 제안이라면 정부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협치는 약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오래 가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남 탓할 여유가 없다.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국회 다수당도 민주당이며 새 지도부까지 출범했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전당대회 승자의 환호가 아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집 걱정이 줄며,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고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변화다. 이제 실행의 시간이다. 김민석 체제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결국 민생의 성과로 결정될 것이다.

[이슈&인사이트] ‘나쁜 뉴스’의 역설, 그리고 시장 금리의 현실

2주 전 미국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신규 고용이 14만 2천 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약16만 명)를 23,000명 하회했다. 실업률도 4.3%에서 4.4%로 상승하면서 고용 시장의 냉각이 뚜렷해졌다. 그러나 월가는 이 '나쁜 뉴스'를 반기는 중이다. 약한 고용이 연준의 추가 긴축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식 시장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른바 '나쁜 뉴스=좋은 뉴스' 공식이 다시 작동한 것이다. 시장의 논리는 고용 둔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물가 압력을 낮춰 연준이 금리 동결에 더 쉽게 동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지난 주 인플레이션 지표도 시장의 기대를 확인해 주었다. 8월 CPI는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쳐 예상치(0.2%)를 밑돌았고, PPI 역시 전월 대비 0.0%로 예상치(0.2%)를 크게 하회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어제 발표된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로 예상치(+0.1%)를 훌쩍 벗어난 부진을 기록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라는 미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흔들리는 신호였지만, 시장은 또다시 '나쁜 뉴스'를 반기며 금리 동결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아이러니가 있다.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67.2로 전월(70.3)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이 지표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다. 소비 심리는 나빠졌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거다. 시장은 '경기가 나쁘니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논리에 열광하는 반면, 실제 소비자들은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갑을 닫고 있으며 여전히 K자 성장으로 소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의 금리 동결 낙관론이 시중 장기 금리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6% 중반대를 유지하며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단기 금리 선물 시장이 9월과 11월 금리 동결을 확실시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는 시장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일본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 일본은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신호를 던지며 엔화 약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시장은 말뿐인 일본의 행동에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결국 미·일 재무당국이 공동 환율 개입이라는 강수를 두며 엔화 가치를 방어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시장은 일본은행이 실제 금리 인상이라는 행동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다시 엔화 약세와 금리 상승 압력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처럼 공포 마케팅을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 '워시'의 모호한 커뮤니케이션에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이번 달 말 잭슨홀 미팅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전임 파월 의장이 '데이터 의존적'이라는 원론적 발언에 그쳤던 것과 달리, 워시 의장은 시장의 기대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그의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결국 시장이 진정한 안심을 얻기 위해서는 연준의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금리 동결이라는 기대가 현실로 확인되기 전까지, 그리고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기 전까지, 장기 금리의 높은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달 말 잭슨홀에서 위시의 발언이 중요하고 궁금한 이유다. bienns@ekn.kr

[EE칼럼] 타당성이 아니라 시급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이란 전쟁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다니고 탱크가 부서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온실가스가 얼마나 나올지?' 또는 '드론의 에너지 효율등급은 얼마일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전투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시장에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에너지 수요에 비해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가 적었다. 민영화된 시장에서 민간 발전사업자는 설비를 늘이기 보다는 이미 보유한 설비의 이용률을 높이는 쪽이 유리했다. 전력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그들이 생산하는 전력은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국가적으로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고려하기 보다는 제 살 깎아먹기가 되더라도 보조금을 잔뜩 받을 수 있는 발전원을 마구잡이로 지어서 배를 불리는 것이 권장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ChatGPT의 등장이 갑자기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예고하였다. 또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하이퍼스케일 컴퍼니가 여기저기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샘 올트만에 따르면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5 GW(기가와트) 즉 원전 5기분의 전력을 요구한다. 삼성전자의 제2공장도 10-15 GW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막대한 전기를 갑자기 필요로 한다면 전력회사가 이를 공급할 수 있을까? 그래서 BYONG(Bring Your Own New Generators)이라는 표현이 탄생했다.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구하라는 얘기다. 즉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기업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에 투자하고 완성되지도 않은 SMR에 대해 개발사와 PPA(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선투자를 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얇은 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덴마크 ASML사의 노광장비를 사용한다. 이는 그야말로 최첨단이기 때문에 얇은 선을 그릴 수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지는 않다. 그 자체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냉각하기 위해 에너지가 또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노광장비는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할까 아니면 에너지를 지금보다 더 사용하더라도 더 얇은 선을 그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까? 당연히 후자이다. 지금 첨단산업은 전시상황이나 다름이 없다. 어느 회사가 얼마나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성공하느냐에 사활이 달린 것이다. 더 얇은 선을 그을 수만 있다면 이들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력설비는 가속적으로 늘어나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든든한 한국전력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과연 200조원의 부채를 가진 한국전력이 신규발전소를 건설하고 송배전망을 확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또한 호남 반도체 등 메가 프로젝트의 성패는 전력설비가 공장보다 더 먼저 준공되어야 하는 시간의 문제도 가지고 있기 떄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력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위기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때에 용수문제와 전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발전설비를 줄이는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소가 가스발전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더 높은 것 같지도 않다. 가스발전소의 간접배출분을 포함하여 비교한다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또한 이란전쟁으로 인하여 가스공급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는 석탄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잊고 있었던 긍정적 측면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월성1호기의 경제적 타당성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사원 보고서는 이미 알려진 바가 있다. 이후 이의 유효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원점 근처에서 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타당성이 중요한가 시급성이 중요한가? 미국도 경제성이 없어서 폐쇄되었던 TMI-1호기와 Palisade 원전을 보수하여 재가동하기로 결정하고 있지 않은가? 탄소중립계획에 따라서 폐기하기로 하였던 석탄발전소를 폐기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하기로 결정했던 월성1호기도 폐기해야 할까? 이것은 혹시 전쟁터에서 '친환경 탱크'가 아니면 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은 아닐까?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같은 문제를 제각각 다른 차원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bienns@ekn.kr

‘51억 섬닥터’ 실적 집계 오류…해수부, 관리 강화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정부가 올해 51억원 넘게 투입한 비대면 진료 사업 '섬닥터'에서 일부 통계 오류가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장비를 설치하고도 주민들이 사용하지 못한 사례가 나왔다. 해양수산부는 실적 관리 기준을 다시 세우고 사업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 비대면 섬닥터는 병원이 없는 섬 주민이 키오스크로 육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배송받는 사업이다. 해수부는 2024년 2억8000만원을 들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3억5000만원이던 사업비는 올해 51억27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전국 200여개 섬에 키오스크를 설치한다. 사업 실적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도 확인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해 섬닥터 이용자를 1947명으로 집계했다. 이후 실제 진료를 받은 주민은 1630명으로 다시 확인됐다. 재이용자 776명도 실제 주민 수가 아니라 초진과 재진을 합친 진료 건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두 차례 이상 진료를 받은 주민은 242명이었다. 회원 등록 실적도 당초 2315명에서 실제 등록자 1454명으로 수정됐다. 해수부는 현장에서 작성한 자료를 활용하면서 진료 건수를 회원 등록 건수에 잘못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만족도 조사 방식도 바꾼다. 그동안 사업을 맡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운영업체가 주민들에게 직접 만족도를 물었다. 앞으로는 외부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조사 결과를 검증한다. 현장에서는 장비가 제대로 쓰이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달 23일 경남 남해군 상주면 노도 마을회관에는 비대면 진료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다. 주민들은 사용법을 몰랐다. 기존 장비와 새 장비가 함께 놓여 있었고 실제 진료를 받은 주민도 없었다. 해수부는 장비 설치와 주민 교육이 함께 이뤄지지 못한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 설치부터 교육, 실제 진료까지 전 과정을 점검할 계획이다. 진료 건수와 이용 인원, 초진·재진 등 주요 실적의 산출 기준도 명확히 한다. 사업자가 제출한 자료는 별도로 검증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비대면 섬닥터 사업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며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해 섬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여한구 경질’ 직후 美 찾은 김정관...‘대미 투자·관세’ 막판 협상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통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에 방문했다. 그간 양국과의 협상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아 온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경질됐으나,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세 등 굵직한 이슈에서 공백이 생기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각) 김 장관은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실무적인 쟁점을 정리하는 것이 이번 출장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8월 말이나 9월 초 정도 프로젝트 발표를 생각하고 있다고 지난번에 말씀드렸다"며 “막판이 되면서 다양한 구체적 쟁점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들을 화상회의도 하고 실무 접촉도 했다"며 “전체적으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이 미국을 찾은 것은 약 3주 만으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접점을 찾기 위해 만날 전망이다. 러트닉 장관은 앞서 대미 투자 지연시 관세율 인상이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백악관으로서도 '치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7월 비농업 취업자수가 2만3000명 줄어드는 등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투자 유치를 통한 일자리 확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미국이 한국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서도 “저희도 벌써 1년이 지나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내자는 취지에 공감하고,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질문에는 “예단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10%포인트(p) 낮추기로 했다. 한국과 35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골자로 하는 무역합의를 이룬 영향이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산업 협력에 배정됐고, 잔여 금액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달 무역법 제301조를 근거로 한국에 강제노동 관련 관세 12.5%를 부과했고, 과잉생산 조사 결과를 들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15%를 넘어설 수 있다. 김 장관은 대미 투자 1호로 언급됐던 복합화력발전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당초 얘기했던대로 상황을 보고 있다"며 “기다려 보시죠"라고 대답했다. 여 본부장 경질에 대해서는 임면권자의 권한에 따라 이뤄진 일을 미국에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 장관은 공백 우려에 대해 “여 본부장이 비관세 분야와 자유무역협정(FTA) 쪽을 많이 챙겨왔지만, 다는 아니다"라며 “협상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조직이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성 통상차관보 등이 업무를 지속할 예정이라고도 설명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건 너무 빡세다” 지적에...정부, ISA 개편안 다시 손본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로 제출되기 전 수정을 거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간 납입한도 이월·계약기간 제한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제방식과 세율을 비롯한 부동산 세제의 기본 골격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입법 예고 과정에서 나온 의견 등을 바탕으로 쟁점별로 수정이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하고 있다. 의견 수렴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며,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수정안을 논의한 뒤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연간 납입한도 이월을 폐지하고 납입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존 ISA도 생산적 금융 ISA와 마찬가지로 이월을 막았고, 납입기간 제한은 5년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자영업자·프리랜서 등 수입이 일정하지 않는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할 뿐더러 장기투자 및 복리 효과를 저해한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정부가 납입한도 이월을 허용하고 계약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려는 까닭이다. 해당 조정은 기존·생산적 금융 ISA 모두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세제혜택 차이는 여전할 전망이다. 정부안에 규정된 일반 ISA의 납입한도는 1억원, 생산적 금융 ISA는 2억원이다. 생산적 금융 ISA의 비과세 혜택은 일반 ISA 보다 크다.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생산적 금융 ISA의 투자 대상으로 포함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유망기업과 전략산업 등을 육성하려는 생산적 금융의 취지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는 큰 틀을 유지하고 국회에서 세부 쟁점을 논의하는 형태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150%인 종부세율 부담 상한이 200%로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여당(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을 필두로 세율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회 의결을 요구하지 않는 시행령을 통한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손주 돌봄, 학군지 전세 거주 등 입법예고 과정에서 나온 사례를 추가하는 식이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예외가 확대될 수 있다. 정부안에는 △취학 △전학 △질병 △직장 변경 △부모 봉양 △해외 체류를 비롯한 사유로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 3년까지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개발과 재건축 공사기간도 거주기간으로 인정된다. 일명 '주가 누르기' 방지책도 보완 목록에 포함됐다. 이는 기업의 상속·증여세와 관련된 것으로, 정부는 세법상 주식 평가기간을 연장하거나 상속세 부담이 상속재산을 넘지 않도록 하는 상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다양한 목소리를 최대한 폭넓게 경청하고 이를 토대로 제도 개편의 취지를 충실히 살릴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 합리적인 보완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슈&인사이트] 원화 강세는 진짜인가: SK하이닉스 착시와 재정의 그림자

8월 들어 외환시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7월 1일 장중 1560원 부근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여 만에 1410원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7월 한 달 원화 절상률은 약 8.8%로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연준과 달러스왑을 체결한 직후 환윤이 안정되기 시작했던 2009년 3월 이후 최대치 였다. 시장에서는 이미 “1300원대 진입" 전망까지 나온다. 불과 두 달 전 환율 1600원 대를 걱정하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이 강세를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원화 강세는 상당 부분 한시적 요인이 만든 것이며, 환율을 1560원까지 밀어 올렸던 구조는 해체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 있을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8월 강세를 떠받친 힘의 성격을 뜯어보자. 가장 큰 공급원은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대금, 약 265억 달러(40조원)의 환전이었다. 이는 반복되지 않는 일회성 유입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출업체들이 고점 인식에서 내놓은 네고 물량과 법인세 중간예납을 위한 계절적 환전 수요가 겹쳤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2.50%에서 2.75%)이 내외금리차를 좁혔으며, 미국 고용지표 부진과 미·일 외환당국 개입이 달러를 강세를 누르는 구조였다. 이들은 일회성이거나, 계절적이거나, 경기순환적이다. 어느 것도 원화약세의 구조적 원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할 역설이 있다. 한국은 지금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6월 경상수지는 497억 달러로 두 달 연속 역대 1위를 경신했고, 흑자는 38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수출은 처음으로 월 1000억 달러를 넘었다. 물론 반도체 호황에 원인이 있다. 우리가 아는 상식대로라면 세계 최상위권의 대외 흑자를 내는 나라의 통화는 당연히 강세를 지속해야 한다. 그런데 원화 환율은 지속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불과 몇 주 전 1560원을 넘봤다. 이 퍼즐은 자본수지에서 풀 수 있다. 반도체로 벌어들인 달러가 나라 안에 머물지 않고 있는 것이다. 6월만 해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16억 달러어치 줄여 역대 최대 순감소를 기록했고, 내국인은 해외 주식으로 돈을 계속 실어 날랐다. 경상수지가 환율의 양동이를 채우는 동안, 자본수지가 그보다 빠르게 물을 퍼내고 있다. 원화 약세는 애초에 무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본 유출의 이야기라는 것이 이 퍼즐의 핵심이다. 환율이 강세와 약세를 줄타기하는 균형 위로 우리 정부의 재정이 한 발 딛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번 정권들어 확고한 확장재정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26년 예산은 사상 처음 700조를 넘긴 728조 원으로 전년보다 약 8.1% 늘었고, 두 차례 추경과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는 GDP 대비 49%대로 올라섰다. 일부 추산은 채무비율이 비기축통화국이 경계하는 60%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재정의 그림자가 희미해 보이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가 강력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완충재는 반도체에 집중되어있으며, AI시장의 성장을 감안하더라도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경기순환적이다. 이 사이클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지속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반도체 사이클이 하락으로 접어들면 경상수지 완충재가 얇아진다. 바로 그 시점에 재정적자가 여전히 커지고 있고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계속된다면, 원화는 경상과 자본 양쪽에서 동시에 방어막을 잃는다. 이는 국제경제학에서 가장 경계하는 쌍둥이 적자 문제가 된다. 특히 우리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는 바로 이 상품수지의 수입 쪽에도 급소가 있다. 호르무즈가 다시 조여 유가가 급등하면, 우리가 의존하는 흑자 규모도 얇아진다. 원화 강세는 한시적일 수 있다. 8월의 되돌림은 지나쳤던 약세를 교정한 것이고, 금리 인상과 달러 약세라는 원인도 작용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두드러진 원인은 일회성 ADR 환전과 계절적 세수였고 중장기적 구조의 전환이 아니었다. 환율를 1,560원까지 밀어 올렸던 구조는 아직 여전히 남아있다. 중장기적으로 1,400원이 지켜질지, 1,300원이 올지, 아니면 1,500원이 돌아올지는 단기적 달러 수급이 아니라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반도체 사이클 지속 여부, 자본 유출, 그리고 재정 건전성이다. 환율 숫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1,410원은 승리의 세리머니가 아니라 일시정지일 수도 있으며, 바닥의 그림자는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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