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청년예산 43조 푼다…李대통령 “경제적 기회 가장 중요”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년층을 “진정한 의미의 취약세대"로 규정하고 정부에 “정책 하나를 만들더라도 내 아들과 딸의 일이라 생각하고 수 백 번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취업과 자립, 주거와 자산 형성뿐 아니라 혼인·출산까지 청년의 생애주기를 연결하는 내년도 청년정책에 43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28조2000억원보다 약 53%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충무실에서 '청년 예산 언박싱(Unboxing) 2027' 행사를 주재하며 “정부가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청년 여러분들이 실제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발표에 앞서 특정 계층을 위한 주요 사업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역대 정부 중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성숙 국무총리,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과 청년보좌역·청년자문단,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이 참석했으며, 장관이 아닌 사업 설계에 참여한 실무 사무관·서기관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정책을 발표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청년은 과거에 가장 역동적이고 희망이 넘치는 계층이었는데 지금은 기회도 적고 잘 이해받지 못하는, 진정한 의미의 취약세대가 됐다"며 “그런 현실 앞에서 기성세대로서 더 큰 책임을 느낀다. 청년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하기에 앞서 노력한 만큼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성장도 청년 지원의 전제로 제시했다. 그는 “기회 중 가장 중요한 게 경제적 기회다. 현 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파이를 키우는 일"이라며 “상향 성장하도록 국가 역량을 총집중하고 있고 최근에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사회를 향한 당부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이 과연 청년들 필요에서 출발했는지 되돌아보고 과감하게 고칠 것은 고쳐나가야 한다"며 “행정을 경영에 비유하면 정책은 상품이고 홍보는 마케팅이다. 청년들이 쉽게 이해하고 필요할 때 쉽게 찾아서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먼저 찾고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베스트셀링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청년정책을 개별 사업이 아닌 성장단계별 지원으로 묶었다. 청년 성장단계별 종합 투자 규모는 올해 28조2000억원에서 내년 43조3000억원으로 53.3% 늘어나며, '성장 이동 사다리 복원', '출발선의 격차 완화', '삶의 질 강화'를 축으로 설계됐다. 지방 우대지역 출생·기준중위소득 100% 가구 첫째 자녀 조건을 적용하면 18세까지 최대 1억4057만원, 34세까지 최대 1억9582만원의 지원 효과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도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K-유스개런티'를 도입하고 구직촉진수당을 월 60만원에서 65만원으로 올린다. 대학생 6만명에게 직무 경험을 제공하는 '첫경력 프로젝트'(4650억원)는 정부·기업이 절반씩 부담해 월 230만원을 지급한다. K-뉴딜 아카데미 등 AI 직업훈련 인원도 크게 늘리고, 수료 청년을 채용한 중소·중견기업에는 연 최대 720만원의 채용장려금을 지급한다. 중소·중견기업 취업 청년의 근속지원금은 연 최대 36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한다. 창업 지원에서는 청년창업패키지로 200개 기업에 최대 1억5000만원을 지원하고, 청년전용창업자금은 2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린다. 청년 월세지원 소득 기준은 기준중위소득 60%에서 100%로 완화하고, 차상위 이하 지원기간은 24개월에서 48개월로 늘린다. 청년 선호를 반영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신설해 물량의 50% 이상을 청년에게 배정하고, 최대 2억4000만원을 지원하는 보편형 전세주택도 연 5000호 추가 공급한다. 만 39세 이하 비아파트·오피스텔 구입을 지원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2년간 연 3조원 규모로, LTV 최대 80%·우대금리 최대 2.1%포인트가 적용된다. 자산 형성 지원으로는 정부·부모가 함께 적립해 만기 수령액 6000만~1억원 수준으로 설계된 '우리아이자립펀드', 미취업 청년에게 최대 2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청년기회자금'이 신설된다. 청년미래적금 일반형은 소득 요건을 폐지하고 우대형 정부 기여율을 12%에서 15%로 높인다. 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30개 지방국립대에 전액 장학금을 신설하고, 지역인재장학금 지원 인원은 4000명에서 1만명으로 늘린다. 혼인신고 부부에게는 소득과 무관하게 생애 1회 100만원의 혼인지원금을, 2027년 7월부터는 기존 아동수당 등을 통합한 '아이맞이지원금'을 통해 출생 순위·거주지역에 따라 1000만~2000만원을 네 차례로 나눠 지급한다. 청년문화패스 대상은 만 19~20세 일부에서 만 19~34세 전체로 확대되며 체육 분야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진다.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청년 회복 성장 사다리 사업'도 확대한다. 정부는 정책이 많아도 당사자가 찾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달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이혜림 기획예산처 포용사회전략과장은 “그동안 청년정책은 많았지만 찾기 어렵고 생애주기마다 지원이 끊겨 체감도가 낮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온통청년과 고용24 등을 연계해 AI가 개인별 지원정책을 추천·신청까지 연결하도록 전달체계를 개편하고, 미래대응기금에 청년계정을 마련해 관련 사업을 지속 지원할 계획이다.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일정 금액 이상 전월세·매매 계약은 체결 전 전문가의 사전 점검을 거치도록 하는 '청년 계약 안전망'을 제도화하자"고 제안했다. 위기 청년 발굴을 위해 AI를 활용한 홍보 전략을 제안한 참석자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들이 열과 성을 다해 마련한 청년 정책인데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이 많이 보완돼 더 완벽하고 효율적인 정책으로 가꿔질 것"이라며 “청년 여러분들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함께 힘을 내 위기를 넘어가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청년 일자리 AI 등 30만개, 2년간 1800만원 지원…“정부 주도로 한계”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청년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한다. 청년 채용 지원도 수도권 중견기업과 비수도권 대기업까지 확대한다. 취업 청년에게 주는 지원금도 2년간 최대 72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상향한다. 다만,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어 신성장 산업 중심의 기업 투자, 청년 채용으로 이어지는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8일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일자리 방안은 청년 구직부터 취업, 경력 관리와 성장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AI·반도체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첨단산업, 청년 선호 분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전문인력 30만명 이상 양성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전문인력을 8만명 더 늘린다. 2030년까지 민간·공공 일자리도 20만개 이상, 청년 창업 10만개 등 총 30만개 창출한다. 민간·공공 일자리는 내년에 올해보다 약 5만개 더 만든다. 청년의 첫 취업을 돕는 지원도 강화한다. 기존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청년 첫취업지원제를 신설하고, 지원 대상도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까지 확대한다. 청년 구직촉진수당도 월 60만원에서 65만원으로 올린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지원도 대상을 수도권 중견기업과 비수도권 대기업까지 넓힌다. 청년에게 주는 지원금도 2년간 최대 72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늘린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내년 민간·공공 일자리 5만개에 청년 창업까지 더해 총 9만개 이상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중소기업 취업과 재직 청년 지원도 강화한다.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월 최대 75만원, 청년미래적금 월 20만원 등 각종 지원을 합해 2년간 월 100만원 가량 적립 효과가 생길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지방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자산 형성을 위해 청년미래적금에 지방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트랙도 신설한다. 정부 매칭 비율도 기존 중소기업 우대형 12%에서 25%로 높인다. 청년이 신산업 분야에서 창업하면 법인·소득세 감면율도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기준 50%에서 60%로 상향한다. 청년의 취업 이후 경력 개발과 관리, 직업교육 등도 지원한다. 취업 초기 청년에게 직장 적응과 경력 개발을 돕는 '커리어 멘토링'을 제공한다. 중소·중견기업 재직자를 위한 직업훈련과 일·학습 병행 등 교육도 확대한다. 기존 직무능력은행제는 '커리어뱅크'로 개편한다. 정부는 국가기술자격·훈련이력 등 기존 19종 연계 정보에 프리랜서 활동 이력, 일경험 정보 등 10종을 추가해 경력과 직무능력을 통합 관리하고 이직·재취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반면, 2030년까지 중장기적으로 민간과 공공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은 정부 주도만으로 한계가 있어 첨단산업 투자를 통한 민간 기업의 참여 여부가 관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AI 등 기술 진보와 함께 고용 창출 효과가 적은 반도체 산업 외 제조업 등에서 청년 고용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를 신기술 개발, 기업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등 민간 부문 참여를 유도해야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재명 ‘호남 집중’ vs 추미애 ‘경기 사수’…민주당 반도체 영토 신경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 확충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잇달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앞세워 호남에 첨단산업 투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과 달리, 이미 반도체 산업이 집적된 용인·평택을 국가 산업 경쟁력의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지사는 27일 반도체 산업 중심의 산업·에너지 정책을 구체화했다. 성남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뿐 아니라 애플·AWS·ASML·마이크로소프트·퀄컴·SEMI 관계자들이 참석해 반도체 공장·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대응 방안, 전력망, 조달 비용, 영농형 태양광 확대 등을 논의했다. 26일에는 청와대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경기도 재정 상황을 직접 문제 삼았다. “겉으로는 40조원이 넘는 예산으로 넉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년째 1~2조원 규모의 적자가 누적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인구 증가·고령화로 복지 수요는 늘었지만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세입 구조 탓에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추 지사는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40%로 올려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맞추자고 건의했다. 취득세 중심 세입 구조를 소비 기반 지방소비세 중심으로 바꾸자는 취지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호황으로 늘어난 법인세 세수 일부를 광역단체에도 배분하는 제도도 제안했다. 산업단지 조성과 기반시설 확충 부담을 지방정부가 지는 만큼, 산업 성장에 따른 세수도 지방에 돌아와야 한다는 논리다. 추 지사는 경기도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를 2030년까지 10GW로 늘리는 '재생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산업단지·공장 지붕, 영농형·수상형 태양광,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분산에너지 특구와 VPP, ESS를 연계한다는 구상으로, 시화·화옹지구와 평택호·평택항, 경기북부 민통선 일대에서도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를 2040년까지 15.5GW로 예상하고 정부·한전·기업과 재생에너지 확충 및 송·변전설비 조기 구축, ESS 확대 방안을 협의 중이다.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전력 생산·송전망까지 정책 대상으로 삼은 이유다. 이런 행보는 민주당 지도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 유치론과 대비된다. 이 대통령과 김민석 대표 등은 국가 균형발전과 호남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호남 투자 확대와 첨단산업 유치를 강조해왔다. 반면 추 지사는 기업 집적과 전력·용수·인력·장비업체 생태계가 이미 형성된 용인·평택 벨트를 중심축으로 삼고, 그 기반시설에 대한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까지 국가 차원에서 보전해야 한다는 방향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가 산업단지·전력망 등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지만 정작 산업 성장에 따른 법인세 세수는 국가와 기초단체에 집중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법인세 일부의 광역단체 배분 요구는 첨단산업 육성과 지방재정 문제를 하나의 정책 틀에서 다루겠다는 의미다. 추 지사의 “경기도 재정이 박살 났다. 남은 것은 빚더미뿐"이라는 기존 발언은 전직 도정을 겨냥한 것이지만, 이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이어진 기본소득·지역화폐 등 확장적 재정 운용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읽힐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추 지사가 이 대통령의 기조와 일정한 긴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면서까지 경기 반도체를 강조하는 배경에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정치적 이해도 작용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광역단체장은 중앙정치와 달리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산업·일자리·세수 성과가 정치적 평가로 직결된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조성부터 생산시설 가동까지 장기간이 필요한 사업은 임기 중 지속적인 지원과 기반시설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이 중간에 주춤할 경우 도정 성과를 내세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연임이 가능한 만큼 지역 산업의 장기 프로젝트를 자신의 임기 이후까지 이어갈 기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치적 과제다. 추 지사가 용인·평택 반도체 벨트의 전력과 재정 문제를 연이어 제기하는 것도 이런 지역 단위의 성과와 정치적 책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 지사가 이틀 연속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재정 권한 확대와 반도체 산업 기반 확충을 요구한 가운데, 향후 독자 노선이 여론의 힘을 얻을수록 민주당 지도부의 호남 균형발전론과 경기 반도체 초격차론 사이의 긴장도 커질 전망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진짜 원인은

최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권에서 강성 발언이 잇따른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읽힌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도 대체로 비슷하다. 유시민 작가를 비롯한 민주당 코어 지지층의 실망, 개혁 속도에 대한 불만, 지지층 결집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다. 틀린 진단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 보고 있다면 더 큰 변화를 놓칠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 밑바닥에서는 '수도권 성장연합'과 '지방 생존연합'이라는 새로운 균열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에서는 집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다. 지방에서는 집이 안 팔려 걱정이다. 수도권 청년은 집을 살 수 없다고 절망하고, 지방 청년은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난다. 지방의 부모는 자식을 수도권으로 보내고, 자신이 평생 일궈온 집과 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본다. 같은 대한민국인데 경제가 정반대로 움직인다. 정부는 반도체, AI, 방산, 배터리 같은 미래산업을 이야기한다. 필요한 정책이다. 수출도 늘리고 국가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성장의 지도가 지나치게 좁다는 데 있다. 첨단기업과 인재와 자본이 수도권과 몇몇 산업거점으로 몰린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고 방산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해도 어느 농촌 읍내의 식당 매출이나 농지가격까지 온기가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낙수효과'가 약해졌다. 지방 주민의 눈에는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뉴스에서는 대한민국이 잘나간다. 그런데 우리 동네 학교는 문을 닫는다. 병원이 사라진다. 아파트는 미분양이고 상가는 비어간다. 농지는 팔리지 않는다. 젊은 사람은 떠난다. 여기에 농지 이용과 소유에 대한 전수조사와 규제 강화가 투기 방지라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고령 농민과 토지 소유자가 이를 '내 마지막 자산까지 옥죄는 정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문제는 경제를 넘어 정치가 된다.그런데 주요 언론들마저 재대로 된 언급조차 없다.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과거 미국은 세계화와 산업구조 변화에서 뒤처진 러스트벨트의 분노가 기존 정치질서를 흔들었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와 대도시 중심의 성장에서 소외됐다고 느낀 지방 주민의 불만이 노란조끼 시위와 포퓰리즘 정치의 토양이 됐다. 독일에서도 동서 지역격차와 산업전환의 불안이 기존 정당에 대한 이탈과 급진정당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가난해서만 분노하지 않는다. '다른 곳은 앞으로 가는데 나와 내 지역만 뒤로 밀린다'고 느낄 때 더 크게 분노한다. 한국 정치가 지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민주당 코어층의 이탈로만 해석하면 처방은 간단해진다. 더 강하게 말하고, 지지층이 원하는 개혁을 더 빠르게 추진하고, 정치적 전선을 선명하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원인의 상당 부분이 지역의 경제적 박탈감이라면 이런 처방은 번지수가 다르다. 필요한 것은 강성 발언이 아니라 지방 주민의 자산과 소득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지방 부동산을 인위적으로 띄우자는 주장이 아니다. 사람이 살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AI·방산 같은 국가전략산업의 공급망과 연구기관, 대학, 의료, 협력기업을 지방 거점도시와 연결해야 한다. 지방 이전 기업에는 세제 혜택 정도가 아니라 인재·교육·주거를 묶은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 농지는 투기를 막되 농민의 재산권과 고령농의 은퇴·매각 경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부의 지역정책 성적표를 '얼마를 지원했는가'에서 '그 지역의 소득과 인구와 자산가치가 어떻게 변했는가'로 바꿔야 한다. 지금 서울의 청년은 집이 너무 비싸다고 화가 나 있다. 지방의 부모는 집과 땅이 너무 싸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지방의 청년은 아예 일자리가 없다고 떠난다. 세사람의 분노가 한곳에서 만나는 순간이 위험하다.그때 한국 정치의 전선은 진보와 보수가 아닐 수 있다. '수도권 성장연합' 대 '지방 생존연합'.으로 바뀐다.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의 숫자만 들여다볼 때가 아니고 그 숫자 아래에서 움직이는 지도를 봐야 한다. 여권이 코어 지지층의 목소리만 크게 듣다가 지방에서 조용히 쌓이고 있는 박탈감을 놓친다면, 다음번에 확인하게 될 것은 몇 퍼센트 지지율 하락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지형 자체가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자영업, 코로나19 장기연체 채무 감면…3% 금리에 “빚 부담 던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로 갚지 못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장기연체채권에 대해 채무조정을 해 준다. 금융 공공기관의 20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도 일괄 소각한다. 최근 3%대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취약차주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채무를 성실 상환하는 소상공인에게는 금리 인하, 이자 감면 등 인센티브를 줘 채무 감면에 따른 도덕적 해이 논란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28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코로나 시기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위해 생업의 희생을 감수한 자영업자가 장기간에 걸친 빚 부담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우리 사회 공동체가 특별한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연 3.00%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는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른데다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어 취약차주의 채무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2020~2023년 코로나19 시기, 개인사업자 대출 358조7000억원 가운데 아직 상환되지 않은 잔액은 154조7000억원, 약 43%로 집계됐다. 이중 3개월 이상 장기 연체 비율은 4.1% 수준으로 약 6조~7조원이다. 이에 정부는 금융권·공공기관이 보유한 코로나 피해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의 무담보 장기연체채권에 대한 채무조정에 나선다. 코로나19 종료 전인 2023년 6월 연체가 생겨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채권이 대상이다. 정부는 유동화회사와 대부업체가 보유한 5000만원 이하·7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의 경우 새도약기금으로 최대한 매입해 소각 또는 조정한다. 금융 공공기관의 20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도 일괄 소각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의 장기 미상환 특수채권 162억원을 최초 일괄 소각한다. 해당 기업 대표이사 등 연대보증인의 채무도 동시에 소멸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채를 성실 상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0.3%포인트(p) 우대금리와 함께 지원한도 2억원으로 상향한다. 기업은행도 소상공인 희망 드림 대출 공급을 2배 늘린다. 구조조정 중인 기업이 연체 없이 채무를 성실히 상환하면 이자 감면도 해 준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서민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대표적 정책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의 연간 공급규모를 올해 5조9000억원에서 내년 6조2000억원으로 3000억원 늘린다. 청년 대상 미소금융 대출한도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2배 늘리고, 이용대상도 중저신용 청년들로 확대한다. 금융회사가 중신용자에게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도록 중금리대출 제도도 개선한다. 다만, 정부는 장기 연체자에 대한 채무 감면 등에 따른 도덕적 해이,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 제기에 보완책도 검토 중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어느 정도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각 또는 감면할지 기존 새출발기금·새도약기금과의 관계, 성실상환자 문제 등을 고려해 계획을 정교하게 짜고 있다"며 “상환 능력을 완전히 잃은 차주의 채무까지 계속 유지하고 추심하는 것이 맞는지도 균형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세종 반도체·바이오·AI·로보틱스 키운다…정부 ‘중부권 성장엔진’과 연계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세종시가 육성하는 반도체·바이오헬스·인공지능(AI)·로보틱스 분야가 정부의 '중부권 성장엔진'과 연계되면서 지역 산업 기반을 확충할 계기가 마련됐다. 정부는 지난 26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중부권 성장엔진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반도체, 고부가 바이오의약·소재, 첨단 배터리, 미래 방산·수송 시스템 등 4개 산업을 선정했다. 권역별 성장엔진은 지역의 산업 기반과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지방 산업의 핵심 축을 육성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중부권을 '첨단 전략산업 글로벌 허브'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선정 산업에 재정·금융·세제·제도·기술·인재·인프라 등 7개 분야의 정책 지원을 집중한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권역별 성장엔진 육성계획도 연내 수립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된 중부권 성장엔진에는 세종시가 시정 5기 출범과 함께 추진하는 '3대 혁신 클러스터·5대 전략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분야가 다수 포함됐다. 3대 혁신 클러스터는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와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디지털미디어단지다. 5대 전략산업은 반도체·소재·부품·장비, AI·로보틱스, 바이오헬스, 지식서비스, 디지털콘텐츠다. 세종시는 그동안 산업통상부 등에 반도체 소부장과 기능성 화장품, 자율이동 로봇을 중부권 성장엔진에 반영해 달라고 건의해 왔다. 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와 연계해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첨단 패키징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집적화할 계획이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AI·디지털헬스 연구개발과 바이오의약품 제조·사업화 기반을 강화한다. AI·로보틱스 분야는 미래 방산·수송 시스템과 연계해 연구개발과 실증 역량을 높일 방침이다. 세종시는 앞으로 대전·충북·충남 등 중부권 지방자치단체와 성장엔진별 핵심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정부의 연구개발과 기업 지원, 인재 양성 및 투자 지원사업과 연계할 예정이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정부의 중부권 성장엔진과 세종시가 추진하는 5대 전략산업이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지역 산업이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겠다"며 “기업과 인재가 모이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경제자족도시 세종을 만드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한은, 고물가와 맞붙는다…신현송 총재, 시장에 강한 시그널 보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7월에 이어 8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4분기 추가 인상을 비롯해 현재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물가 상승이 당분간 목표 수준을 넘어서고, 금융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는 논리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의 향후 6개원 조건부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 대한 질문에 “향후 통화정책이 함축됐다고 보면 된다"고 답변했다. 점도표는 금통위원 1명당 3개의 점으로 물가상승률 관리 및 금융안정 유지를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수치를 제시한다. 5월에는 3.00%가 10개로 가장 많았고, 2.75%(7개)·3.25%(2개)·2.50%(2개)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3.25%가 10개를 차지했고, 3.50%도 6개로 집계됐다. 현재 수준(3.00%)을 유지하는 비중은 5개에 머물렀다. 추가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신 총재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여러차례 인용하며 조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의 흐름이 '바람직한' 쪽으로 가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정책을 써야한다는 의견도 표명하며 이전 보다 강한 시그널을 주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8·9월 물가 데이터와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비롯한 데이터가 추가되는 10월 통방에서도 매파적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지가 관건이다. 기조적인 수요압력이 확인되면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신 총재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화시키면 긴축 기간을 줄이고 성장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연구결과"라며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추가 데이터를 토대로 인상 시기와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증권가에서도 점도표를 바탕으로 금리 상한선을 추정하는 모양새다. 김태은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백투백' 인상이 이례적이고, 중간값이 3.25%라는 점을 들어 최종 금리를 3.25%로 추정했다. 그는 “금통위가 한 차례를 넘어서는 추가 인상 경로에 대해서는 아직 높은 확신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현실화된다는 시나리오에서 내년 2분기까지 3.50%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통방 문구에서 '금리인상 기조'가 삭제된 만큼 3.50%를 초과하는 구간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경제성장이 소득여건 개선으로 이어지고, 물가에 대한 수요측 상방압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재차 나왔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3%·2.9%로 예상했다. 이는 5월 전망(2.6%·2.1%)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수출과 투자 흐름이 양호하고, 소비 회복세도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녹아들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가 5월과 동일(2.7%·2.3%)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누적된 비용압력이 근원물가를 자극하는 추세다.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은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5월(2.4%·2.3%) 보다 높아졌다. 신 총재는 반도체 기업의 수익이 가계소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통계가 이미 있고,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지표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이 관리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는 “서울 일부 지역 집값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수도권 전반적으로는 주택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했다"며 “금리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지만, 조금이라도 안정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후반으로 낮아졌으나,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추가적인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 환율 안정 뿐 아니라 수입물가 상승률을 낮춰 물가안정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이전 보다 금융안정 측면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정부의 8.13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이 두 자릿수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예년을 웃돌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원들은 금융취약지수(FVI)가 2024년 1분기(37.5)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자산가격·신용·금융기관의 레버리지 등을 토대로 향후 가해질 금융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지수로, 1997년 2분기를 기준치로 삼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직전에는 79.5, 레고랜드 사태를 앞둔 시점에서는 65를 소폭 웃돌았다. 신 총재는 “지금은 46.5 수준이지만, 9월에는 장기 평균을 초과할 수 있다"며 “금리가 특효약은 아니지만, 대체로 금리가 올라가면 FVI가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 증가율과 레버리지를 비롯한 지표들이 하방압력을 받는다는 이유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기준금리가 연 2.75%에서 3.00%로 25bp(1bp=0.01%p) 인상됐고, 금통위원 7명 중 황건일 위원(동결 의견 표명)을 제외한 6명이 해당 결정에 찬성했다. 신 총재는 취약차주에 대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자금사정 등을 고려해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금리를 2.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소득 ‘찔끔’ 늘고 지갑 닫아, 실질 소비 0.4%…“고유가 지원금 덕”

올해 2분기 늘어난 가계소득에 비해 실질 소비지출은 0.4% 증가에 그쳤다.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이 미미한데다 고물가에 씀씀이를 줄여 지갑을 닫은 영향이다. 그나마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지원 덕에 가계소득이 늘었고, 벌어서 생긴 근로소득은 사실상 제자리였다. 2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3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3.4% 증가했다. 반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을 보면 불과 0.4% 증가했다. 올해 1분기 3.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다시 줄어들었다. 가계가 물가 부담에 술·담배를 줄이고, 여행 등 이동과 외식 등도 자제하며 허리띠를 졸라맨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표로 보면 교통·운송(-10.1%), 주류·담배(-2.5%) 등에서 소비지출이 줄었다. 음식·숙박(0.8%), 식료품·비주류음료(1.5%) 등도 소폭 증가에 그쳤다. 2분기 들어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1.9% 늘어났다. 금리 상승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서다. 항목별로 보면 이자비용(12.1%), 사회보험(5.6%)에서 지출 증가 폭이 컸다. 2분기 가계소득은 늘었어도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정책에 힘입은 일시적 효과로 분석됐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9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다만, 실질소득은 1.5% 증가에 그쳤다. 이자, 배당금 등 재산소득이 21.3%, 공적연금과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이 20.4% 등으로 크게 늘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지원책이 전체 소득 증가세를 견인한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근로소득은 321만8000원으로 0.8% 증가에 그쳤다. 최근 일자리 감소, 임금 상승률 정체 등으로 일해서 버는 소득은 빠듯한 상황이다. 박순옥 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은 “2분기 대기업 등 사업체의 임금 상승률이 낮았고, 공적 이전소득의 높은 증가가 전체 가계소득이 늘어나는데 영향을 준 것"이라며 “소비도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따라 가정용품 등 생필품 위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가구당 월평균 423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30만2000원으로 9.6%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69.2%로 전년대비 1.2%포인트(p) 하락했다. 다만, 평균소비성향 하락은 소비를 덜한 것이라기보다 소득 증가 영향으로 분석됐다. 박 과장은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로 높아 실질 소비지출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소비 위축보다 소득이 많이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분배지표는 개선됐지만 이 또한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지원책 영향이 컸다.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97배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낮았다. 5분위 배율은 가구원 수를 고려한 소득 상위 20%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줄어들수록 수치가 낮아진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상위 20%인 5분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李지지율 하락, 주식 영향 커…ETF 주도자 책임 물어야”…친명계도 ‘김용범’ 정조준했다

'원조 친명(친이재명)'으로 꼽히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추진한 인사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실장은 지난 1월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본격적으로 띄운 바 있다. 행안위원장 김영진 “국민들 피해 상당히 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하락 추세인 것을 두고 “주식시장의 영향이 컸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0.2%로 6주 연속 하락 추세다.(지난 18~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2026명 대상,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응답률 3.2%) 김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해서 시장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상실감과 피해가 상당히 컸다"며 “도입했던 사람들이 너무 근시안적인 형태로 이 정책을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준비되지 않은 형태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많은 주식시장이나 ETF 시장에 참여했던 시장 참여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며 “일정 부분의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자리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냐'고 사회자가 묻자 김 의원은 “그냥 넘어가는 것 자체는 적절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업계 의견 듣고, 금융위에 “검토 지시"…4개월 뒤 상장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김용범 정책실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실장은 지난 1월 13일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해외에는 2~3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있는데 국내에는 없다'는 취지의 업계 의견을 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날인 1월 14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이나 개별 주식 ETF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지만,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많다"며 “금융위원회에 '나스닥에선 가능한 것을 왜 국내에서는 못 하게 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고, (정책 부서에)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는 개별 주식에 기초한 레버리지 상품은 상장이 전면 금지된 상태였다. 김 실장의 '검토 지시' 발언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기까지 5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월 28일 국내에서도 우량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고, 금융위는 1월 30일 관련 ETF 입법예고를 전격 단행했다. 이어 4월 21일 국무회의 의결과 28일 공포를 거쳐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우량주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16종이 출시됐다. 이후 국내 증시가 연일 급락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자 김 실장은 해당 ETF 탓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역동적으로 투자하는 시장 특성과 맞물려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국힘 이어 범여 조국도 “김용범 경질해야" 이에 야당과 범여권에서는 김 실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지난 5일 “정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은 명백한 정책 실패"라며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에게 각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을 향해 김 실장을 경질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김영진 의원은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추진한 인사의 책임론을 제기한 발언이 김용범 실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냐고 묻는 본지의 전화나 문자메시지에 회신하지 않았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6개월 뒤 3.25%” 점 몰렸다...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까지 끌어올리며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데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에서도 3.25%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으면서 기준금리가 3%에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인상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3%대를 기록한 것이다. 금통위는 물가 오름세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일반인)이 2%대 후반을 견지하고, 소득 여건 개선으로 수요 측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논리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각각 2.7%·2.3%로 5월 전망과 같지만, 근원물가상승률은 2.5%로 당초 보다 높아진 수준을 예상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경제 성장도 이번 결정을 뒷받침했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3%·2.9%로 5월 전망을 상회했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가 증가세를 이어가는 점도 언급됐다.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완화 등으로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낮아졌다. 국고채 금리는 경제성장, 미 국채금리, 국제유가를 비롯한 요소의 변화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급락했다가 일부 반등했다. 금통위는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안정에 유의한다는 방침이다. 누적된 비용압력이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수도권 주택 가격이 우상향그래프를 그리고, 가계대출도 상당폭 불어난 점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통위원들의 향후 6개월 조건부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를 보면 내년 2월 3.25%가 10개로 가장 많고, 3.50%는 6개로 집계됐다. 나머지 5개는 3.00%였다. 점도표는 위원 1명이 3개의 점을 찍을 수 있고, 점 3개를 서로 다른 수치에 배치할 수 있다. 어떤 위원이 어느 수준을 전망했는지는 비공개다. 한편, 이번 인상은 7월과 달리 소수의견이 존재했다. 황건일 위원은 2.75% 동결 의견을 표명했고, 나머지 6명은 인상 결정을 찬성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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