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석유 최고가격, 또 동결…“언제까지 계속하나” 논란도

정부가 4차 석유 최고가격도 2~3차 때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4차 최고가격은 24일 0시부터 2주 간 적용된다. 산업통상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 안정이라는 최고가격제의 기본 취지 아래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 수요 관리 필요성, 생업용 소비자와 취약계층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차 최고가격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통해 1차 때(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보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렸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주간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세지만 국제유가 불안이 여전히 남아있어 3차에 이어 4차에도 동결을 결정했다. 실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2척을 나포했다는 소식에 22일(현지 시간)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은 또 다시 100달러선을 넘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1.91달러로 전장보다 3.5%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92.96달러로 전장보다 3.7% 올랐다. 산업부는 석유 수급 위기 상황에서 수요 관리 측면도 고려했다. 석유 제품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고유가로 3월 생산자 물가가 4년여 만에 최대폭 상승한 점도 이번 동결 결정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앞서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 물가지수는 125.24로 전월(123.28) 대비 1.6% 올랐다. 지난 2022년 4월 1.6% 상승 이후 4년여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특히 석탄 및 석유 제품이 31.9% 급등했는데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가 전년 대비 59.5%, 경유는 24.4% 각각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으로 통상 1~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최고가 상한선을 다시 올리면 시장 혼란과 함께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동결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성도 함께 고려했다"며 “화물차 운전자, 택배 기사, 농민과 어업인 등 생계형 수요자가 많고, 민생 물가 전반에 영향이 큰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또 고유가에 따른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초 정부는 1차 최고가격제 시행 당시 정유사의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 4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사 손실보전 정산은 분기별로 이뤄지고, 각 정유사가 3월 13일 최고가격제 시행일 이후 6월 말까지 손실액을 자체 계산한 후 회계법인 검수를 거쳐 정부에 제출하면 된다"며 “정부는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통해 세밀히 검증한 후 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최고가 동결 결정으로 소비자 부담은 줄게 됐지만,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정부의 재정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현재 국제유가와 주유소 판매 가격과의 괴리는 사실상 정유사가 부담하고 있다. 최고가격제로 정유사 공급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눌러놓고 있는데,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 연속 동결이 되면서 석유 최고가격제 지속 여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최고가격제 유지 시 재정 부담과 함께 유류 소비 증가 논란, 물량 축소에 따른 시장 왜곡 등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 역시 최고가격을 올리면 고유가에 민생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최고가격제 운용 지속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석유 최고가격제를 들어 중동전쟁 관련 정책 대응 효과를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석유 최고가격제 조치로 소비자물가를 최대 0.8%포인트(p) 낮췄고, 소비 위축도 관측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최고가격제는 정부의 인위적 가격 억제책인만큼 시한을 두고 종료(일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가 지속될수록 국민들은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이란 생각에 당장 가서 연료를 가득 채우다보니 공급은 줄고 수요는 급증하는 왜곡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석유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언제까지 시행하겠다는 기한, 일몰에 대한 메시지를 미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영등포를 ‘여의구(區)’로 바꾼다…강남 위에 ‘당산~대림’ 라인”

영등포구청장 선거판에 낯선 이름이 뛰어들었다. 조유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다. 화려한 선출직 경력도, 유명세도 없다. 대신 그에겐 두 가지가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국정 현장을 직접 본 경험, 그리고 신길동에서 나고 자란 5대째 영등포 토박이라는 뿌리다. 그가 꺼내 든 핵심 카드는 '여의구(汝矣區)'다. 영등포구라는 이름 자체를 바꾸자는, 지방선거 공약치고는 파격적인 구상이다. IFC, 한국거래소, 파크원이 들어선 여의도가 여전히 '영등포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현실이 그에게는 40년 묵은 숙제처럼 보인다. 영등포는 1960~70년대 산업화의 엔진이었다. 공장 굴뚝과 철도 물류가 이 동네를 먹여 살리던 시절의 이름이 '영등포'다. 그 시절 이미지가 지금도 지워지지 않은 채 세계 금융 인프라 위에 그대로 얹혀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펀드 리포트에서 '영등포구(Yeongdeungpo-gu)'를 마주치는 동안, 여의도는 강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금융 중심지가 됐다. 이름만 제자리걸음이다. 본지는 23일 조 예비후보와 인터뷰했다. 다음은 조유진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왜 하필 영등포구청장인가. “'선택'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어색하다.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신길동에 정착했으니 5대째 영등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박이다. 도림초등학교 16회로 이 동네 골목을 뛰어다녔고 지금도 신길동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다. 영등포는 해방 직후 대한민국임시정부 정진대가 여의도비행장에 처음 내린 땅이고, 산업화의 엔진이었으며, 1987년 직선제 개헌안이 완성된 곳이기도 하다. 이 역사적 자산이 아직도 '과거 공업도시'라는 이미지에 묶여 있다는 게 안타깝다. 영등포를 대한민국 강남권의 새 중심, '여의구 시대'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5대에 걸친 가족의 염원이기도 하다." -핵심 공약인 '여의구' 명칭 변경, 왜 해야 하나. “세 가지다. 첫째, 브랜드 격차 해소다. IFC 서울, 파크원, 한국거래소의 공식 주소가 지금 '서울특별시 영등포구'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는 펀드 리포트에 'Yeongdeungpo-gu'가 찍혀 있는 게 현실이다. 1960~70년대 공업도시 이미지가 고착된 명칭이 세계 금융 인프라 위에 그대로 얹혀 있는 셈이다. 둘째, 단절된 공간 통합이다. 경부선 철도가 여의도와 영등포 본동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있다. 경부선 지중화와 '여의 파크웨이' 조성으로 동서를 통합할 때 '여의구'라는 이름이 그 마지막 마침표가 된다. 셋째, 투자 유치 한계 극복이다. 국제금융중심지 조성 사업을 '영등포구'라는 낡은 명칭으로 홍보하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명칭 하나가 뭘 바꾸나. “2024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성남시 수정·중원구 대비 분당구의 ㎡당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1배 차이가 난다. 같은 생활권, 같은 도시 안에서 행정구역 명칭 하나가 만들어낸 격차다. 영등포구 안에 여의도 재건축 대상 단지만 15개다. '여의구 대림동', '여의구 신길동'이라는 주소가 붙는 순간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의 자산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친다. 브랜드 낙수효과는 여의도에서 대림·신길 방향으로 흐른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여의구'라는 프리미엄 지명 마케팅을 활용해 상권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과 소비자 유입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세입자는 어떻게 되나. 전월세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나. “두 가지를 병행한다. 여의도 재건축 기부채납 물량을 최대한 공공임대로 전환하도록 서울시·사업시행자와 협상하겠다. 동시에 이주대책 기준 준수 여부를 구청이 능동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주비 지원 상담 창구를 원스톱 민원실에 상설 운영하겠다. 브랜드 가치 상승의 과실이 기존 임차인을 내쫓는 방식으로 분배되어선 안 된다." -오세훈 시장도 여의도를 '서울의 맨해튼'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차이가 뭔가. “오 시장 구상은 여의도 일대의 물리적 개발에 집중한다. 반면 '여의구 대전환'은 행정구역 명칭이라는 법적 틀 자체를 바꿔 영등포구 전역, 당산·양평·문래·도림·신길·대림까지를 여의 브랜드로 편입시키는 구조다. 여의도만의 랜드마크가 아니라 영등포 전체의 자산 가치 상향 평준화가 목표다. 뉴욕 맨해튼은 독자적 행정 단위다. 여의구가 완성될 때 비로소 '서울의 맨해튼'은 행정적으로도 완결된다." -임기 4년 안에 가능한가. “완료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의 진입을 약속한다. 당선 후 6개월 내 구민 공론화위원회 구성, 1년 내 구의회 명칭 변경 의결, 2년 내 행안부 건의, 임기 4년 내 대통령령 개정 완료가 목표다. 구의회 의결과 행안부 공식 건의서 제출까지는 반드시 완수하겠다. 이 단계가 완료되면 다음 구청장이 누가 되더라도 프로세스는 멈추지 않는다." -간판·서식 교체 비용이 50~100억 원이라는데 재원은. “소모성 지출이 아니라 도시 리브랜딩 투자다.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이 1%포인트만 줄어도 임대소득세·재산세·지방소득세 증가분으로 상당 부분 상쇄된다. 행안부와 국비 지원 연계 방안도 협의하겠다. 단계별 비용을 임기 내 예산에 분산 편성해 특정 연도에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하겠다." -청와대 경험이 실제 현안 협상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경부선 지중화를 예로 들겠다. 특별법은 통과됐지만 실제 사업은 기재부 예산 반영, 국토부 사업계획 승인, 서울시와의 상부 공간 활용 협약이 맞물려야 한다. 이 세 기관이 어떻게 내부 의사결정을 하고 어느 시점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청와대 안에서 직접 봤다. 외부에서 공문을 넣는 것과 그 테이블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사람이 협상하는 건 결과가 다르다." -경쟁 후보들과의 차이는. “세 가지다. 지역 연고, 경험의 크기, 정책 설계 능력이다. 영등포 핵심 현안은 모두 서울시·중앙정부와의 협상이 전제된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 후보는 나뿐이다. 다른 후보들이 요구할 때 나는 설계한다." -4년 뒤 영등포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당산에서 대림까지, 안양천에서 한강까지, 영등포 구민 모두가 같은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도시다. 여의도만의 프리미엄이 신길동 골목, 대림동 상가, 도림천 수변까지 흐르는 도시를 만들겠다. 5대를 이 땅에서 살아온 내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진솔한 약속이다." 1960년생.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출생으로 도림초, 서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노무현 정부 참여정부 1기 청와대 홍보수석실·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후 문희상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서 당무와 정책을 담당했다. 처음헌법연구소를 설립해 헌법 대중화와 지방행정 정책개발에 전념했으며, 2019년 국방부 발주 '계엄의 민주적 통제방안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영등포구청장 예비후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10년내 또 담합하면 ‘과징금 100%’…‘시장 퇴출’도 가능

앞으로 10년 내 담합을 반복하다 적발되면 과징금이 100%로 가중된다. 올 하반기부터 반복 담합이 적발된 기업은 등록·허가 취소에 영업정지까지 가능토록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안도 추진된다. 소형트럭 등에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의 유류세 인하 폭은 내달 1일부터 기존 10%에서 25%로 확대된다. 시행 기간도 6월 말까지 연장한다. 정부는 23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반복담합 근절방안', '민생물가 특별관리품목 대응 방안' 등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설탕, 밀가루, 돼지고기 등의 업종에서 담합이 반복되는 사례가 적발되자 제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10년 이내 담합한 기업이 또 다시 담합하다 적발될 경우 과징금을 100% 가중 부과한다. 기존에는 5년 이내 위반 횟수에 따라 10~80% 과징금이 가중됐는데, 이제는 반복 담합이 1번만 적발돼도 과징금이 2배(100%)로 강화된다는 의미다. 담합을 반복한 기업은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 등 시장 참여가 제한될 전망이다. 사업자가 5년 내 2회 이상 담합이 적발될 경우 공정위가 해당 기업을 주무 부처에 등록·허가 취소나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 공정위가 반복 담합 기업에 대해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를 요청하면 관계 부처가 행정처분하는 방식이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 상 9년 이내 2회 이상 담합으로 과징금 부과 시 등록 말소된다. 공인중개사법도 2년 이내 2회 이상 담합에 따른 시정조치·과징금 시 등록 취소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공정위는 담합이 반복되고 있는 주요 업종으로 확대 적용해 해당 기업의 참여 제한, 시장 퇴출까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등록 허가제로 된 업종이 제법 있다"며 “어떤 업종에 이런 조치를 도입할지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복 담합 기업은 공공 입찰 시장에서도 자격 제한이 엄격해진다. 공정위는 현재 입찰 담합에만 한정된 입찰 참가자격 제한 요청 대상을 가격·생산량 담합 등 비입찰 방식까지 확대하도록 공동행위 심사 기준을 개정한다. 반복 담합 시에는 의무적으로 자격 제한을 요청하도록 벌점 제도를 개선하고, 참가자격 제한 기간도 최대 6개월씩 늘리기로 했다. 자진신고자 감면 혜택도 축소된다. 담합 적발 뒤 5년 후 10년 이내에 다시 담합을 한 경우 자진 신고자 과징금 감경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재는 담합 적발 뒤 7년 후에 다시 담합한 경우 자진신고 1순위는 과징금 면제, 2순위는 과징금 50% 감경해 준다. 담합 제재 후 5년 이내 반복 담합 적발 시에는 감면 혜택이 없다. 앞으로는 담합을 자진 신고하더라도 1순위는 50%, 2순위는 25%로 감경 수준이 낮아진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담합에 관여한 임원을 해임하거나 직무정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담합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도 강화된다. 단체소송을 손해배상까지 확대하고, 법원이 요청할 경우 공정위가 위법성 및 손해액 입증 자료를 제출하도록 제도화한다. 공정위는 이날 한솔제지, 무림 등 6개 업체의 인쇄용지 가격 담합을 적발해 총 3383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법인은 검찰에 고발하고,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시장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담합을 획기적으로 근절하겠다"며 “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부탄의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10%에서 25%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전보다 리터(ℓ)당 51원 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인하 기간도 6월 말까지 연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중동전쟁에 따른 LPG 국제가격 변동 영향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탄은 소형트럭 등 주로 서민층이 많이 사용해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3월 27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확대된 휘발유(15%)와 경유(25%)는 5월 말까지 인하율이 유지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동전쟁 휴전협상이 지연되고 종전까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며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거시경제 안정과 민생부담 경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조사 시기도 기업이 정한다”…국세청, 패러다임 전환

국세청이 이달부터 세무조사 패러다임을 '납세자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의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해 조사 시기를 기업이 직접 선택하게 하고, 주요 검증 항목을 사전에 공개하여 세무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세청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던 정기 세무조사 착수 시기를 납세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먼저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가 안내문을 받은 후, 3개월 범위에서 희망하는 조사 시기를 1·2순위로 신청하면 국세청이 이를 반영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결산기나 주주총회 등 경영상 중요한 시기를 피해 조사받을 수 있어, 조사 준비 부담을 덜고 본연의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은 최근 조사 실적을 분석하여 빈번하게 과세되는 핵심 유형 10개도 발표했다. 기업이 신고 단계부터 스스로 점검하고, 증빙 자료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형 10가지는 아래와 같다. 1. 법인(사업용) 신용카드 사적 사용: 개인 신변잡화 및 가정용품 구입, 업무 무관 업소 이용, 개인적 치료비, 주말·휴일 및 해외 원거리 사용분을 중점 점검한다. 사용 목적을 입증할 기안문, 이메일, 출장 보고서 등을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 2. 대표자 등 개인 계좌를 통한 매출 누락: 사주 일가나 직원 계좌로 수취한 매출 대금 미신고, 플랫폼 매출의 개인 계좌 정산 누락을 확인한다. 매출 대금은 사업용 계좌 수취가 원칙이며, 부득이한 경우 계약서와 견적서 등 거래 실질 입증 자료를 구비해야 한다. 3. 정당한 사유 없는 매출채권 임의 포기: 회수할 수 있는 채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포기하거나 특수관계법인 채권을 임의로 할인하는 행위를 점검한다. 파산·회생 등 회수 불능 사유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와 이사회 회의록 등이 필수다. 5.가공 인건비 계상: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사주 일가나 퇴직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비용 처리하는 행위를 엄격히 검증한다. 6. R&D 부당 세액공제: 실제 연구 활동 여부와 연구소(전담 부서) 운영 실태를 중점 확인하며 가지급금 인정이자 계산 누락은 대표자 등에게 대여한 자산에 대한 이자 수익 적정 여부를 검증한다. 7.자본적 지출의 비용 처리: 고정자산으로 계상해야 할 지출을 당기 소모품비 등으로 과다하게 비용 처리한 사례를 살핀다. 8.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수수: 실제 거래 없는 가공 세금계산서 수수나 거래 상대방이 다른 경우를 검증한다. 9. 과·면세 구분 오류: 면세 대상이 아닌 재화·용역을 면세로 신고하여 부가가치세를 누락했는지 확인한다. 10. 개인적 공급 등 신고 누락: 사업용 자산을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무상 증여하면서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례 등 거래 실질과의 부합 여부를 확인한다. 아울러 국세청은 제도 혁신과 더불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병행한다. 중동전쟁 장기화 등으로 타격을 입은 석유화학 등 위기 업종 기업에 대해 법인세 납부 기한을 연장하고 세무조사 착수를 보류한다. 또 해외에서 이중과세 문제를 겪지 않도록 외국 세무 당국과의 상호 합의 회의를 활성화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현장 조사를 실시하여 경영 간섭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이번 혁신은 세무조사 방식을 납세자 관점에서 재설계한 것"이라며, “기업이 예측할 수 있는 세무조사 시기에 따라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ekn@ekn.kr

구윤철-신현송, ‘3중고’ 극복 위해 손 잡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재부 장관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를 만났다. 고물가·고환율·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 위함이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구 부총리와 신 총재는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향후 정책대응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공급망 불안이 경기 하방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재정·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에 힘을 합치고, 근본적 체질 개선에 나선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 등 원화 국제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날 회동에서는 당면 과제 극복 뿐 아니라 △성장잠재력 확충 △양극화 해소 △인공지능(AI) 전환 등도 화두에 올랐다. 구 부총리는 한은의 연구역량을 토대로 구조개혁 분야에서도 심층 분석과 정책제언을 당부했고, 신 총재는 적극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비롯한 기존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필요시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누며 정부와 중앙은행간 협력을 공고히할 예정이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당정, ‘5부제 참여’ 차량 보험료 할인 특약 내달 출시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라 차량 5부제 참여 차량에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 상품이 다음 달 출시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2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진행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중동 사태 종합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손해보험업권이 차량 5부제 참여 시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5부제 할인 특약 상품을 5월 중 출시해 에너지 절약 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국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아울러 이달 중 대중교통 혼잡완화 대책을 마련하고 5월 연휴 관광 활성화 등 녹색 소비·관광 촉진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4차 석유최고가격 시행 여부는 시장 영향, 국제유가,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는 전략경제협력특사단이 중동·중앙아시아에서 확보한 원유 2억7300만 배럴, 나프타 210만t이 원활히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을 통한 대체 항로 원유 도입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추경에 반영된 6700억원 규모의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지원 사업도 신속 집행해 수급 안정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회의에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원유·나프타 수급과 공급망 영향 최소화를 위한 적극적 대응"을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는 나프타, 요소수, 주사기 등 주요 품목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매점매석으로 공급망 병목이 의심될 경우 즉시 조사에 착수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예산 집행과 관련해선 26조2000억원 중 25조원을 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신속 집행이 필요한 10조5000억원에 대해서는 상반기 내 85% 이상 집행할 계획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등 집행 과정을 면밀히 관리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KDI “석유 최고가격제, 물가 0.8%p 낮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동 사태 후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로 3월 소비자물가를 최대 0.8%포인트(p) 낮췄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류세 인하도 물가를 0.2%p 낮추는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물가 급등을 막았다며 긍정적 효과를 재차 강조했다. KDI는 22일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에 대응해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분석한 결과, “두 정책 모두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해 억제한 최고가격제 시행 후 3월 소비자물가가 0.4~0.8%p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집계됐는데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석유류 등 물가를 끌어내리며 2%대 초반에 머문 것으로 풀이된다. 마창석 KDI 연구위원은 “주유소 판매가격이 해당 주 국제유가에만 영향을 받는 것으로 가정할 경우 0.8%p, 시차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0.4%p의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1차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3월 4주 차에 소비자가 누리는 가격 인하 효과는 보통휘발유 리터(ℓ)당 460원, 자동차용 경유 916원, 실내등유 552원으로 추정됐다. 정부도 최근 유가 급등, 유류 소비 증가 등 최고가격제 논란을 의식한 듯 긍정적 효과를 또 다시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3차 최고가격이 내일 종료되고 4차 시행 여부를 곧 결정하게 된다"며 “일부에서 실효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물가 폭등 방지, 소비 위축 완화, 화물기사 포함 유가 민감 계층에 대한 충격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달 27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 7%에서 15%, 경유 10%에서 25%로 확대했다. 휘발유는 리터당 65원, 경유는 87원 추가 인하 효과가 생긴다. KDI는 지난 2021년 11월 둘째 주 시행된 유류세 인하책을 토대로 “시행 후부터 주유소 판매 가격이 점진적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확대 적용된 유류세 인하가 0.2%p 물가를 낮출 것이란 분석이다. KDI는 중동 전쟁 발발 후 유의미한 소비 둔화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올해 1~3월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2023~2025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이용 금액이 감소하지 않고 보합세를 나타냈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음식 및 음료서비스업 이용 금액은 미약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유가로 국내 전체 이동자 수가 소폭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향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KDI는 저소득층의 경우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지출 부담이 더 크다고 밝혔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주거광열비, 운송 연료비 등 에너지 지출 비중이 높아지는 역진적 구조가 뚜렷했다는 분석이다. 이영욱 KDI 선임연구위원은 “가구특성별 에너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름철 저소득층의 주거광열비 부담 증가를 감안해 그냥드림센터를 통한 폭염 대비 생필품 지원, 긴급 에너지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임대시장 정책 부재가 키운 매매가…사각지대에 선 월세시민들

다음 달 9일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고 4월 17일부터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 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전면 중단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정부의 규제로 서울 집값이 하락했을 거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실제 계약된 아파트 매매 사례를 전수 분석한 결과, 시장의 가격상승이 오히려 강해졌다. 20일 서울시가 공개한 한국부동산원의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1.9%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의 상승 폭을 앞지른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월세 시장이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사철이 한창이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427건으로 2년 전인 2024년 4월18일(3만750건) 대비 49.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갭투자가 차단된 영향이 컸다. 전세 품귀 속에서 기존 전세 계약 갱신을 택하는 세입자가 늘었고 전세 매물은 귀해진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3만1458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1만5719건으로 그 비중이 49.9%에 이르렀다. 1년 전 같은 기간(38.8%)과 견줘 11%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6억149만원으로 6억원선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전셋값이 오르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지난달 52.1%로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다주택자가 매물을 많이 내놓으면 수요의 변동이 없다면 공급이 증가하기 때문에 매매가는 하락한다. 하지만 임차수요에서 매매수요로 전환된 이들이 매매시장으로 들어와 매매수요를 늘린다면 다시 매매가격은 원래 가격으로 돌아가고 수요가 좀더 급격하게 증가하면 매매가가 전보다 더 오른다. 정부의 규제와 전세 품귀로 인해 매매시장으로 넘어오는 임차수요는 중저가 매매시장에 좀 더 집중될 거라는 예상은 들어맞고 있다. 6억 정도 전세로 살던 사람이라면 그동안 저축을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7-8억 짜리 집은 일부 대출을 통해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다. 마찬가지로 그보다 싼 3-4억의 전세를 살던 사람도 6억 이하의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다. 임대 물건 부족으로 중,저가 시장의 매매시장의 수요가 늘어났다. 그 결과 서울시 전수 조사에서 이 중저가 시장이 살아나면서 2월에 가격이 전월 대비 1.9%가 오른 결과치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전세가 아니라 월세 물건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년 전 대비 24.9%, 2년 전 대비 16.9% 줄어든 1만5009건으로 집계됐다. 전세난 속에서 월셋집이라도 구하려는 임차인들이 늘어나면서 월세나 반전세 물건의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부동산원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는 지난달 152만8천원으로, 월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민간 임대공급은 줄고, 공공임대나 사회주택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중,저가의 전세를 살던 사람들은 매매시장으로 옮겨 갈 수 있겠지만 보증금이 없어 월세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또다시 깡통전세의 구렁텅이로 몰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전세 보증금이 없어 월세를 선택해야만 하는 서민층의 주거 불안이 심해지는 상황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공공주택, 사회주택의 확충 등 정부의 임대시장 대책이 시급하다. bienns@ekn.kr

박홍근 장관, “한국 부채 주요국 보다 크게 낮아…IMF 과한 전망”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21일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부채 비율 증가 지적과 관련, “우리나라 부채 비율은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게 사실"이라며 “실제 전망치가 과하게 전망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최근 IMF는 재정 모니터를 통해 한국의 부채비율이 203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3.1%를 전망하며 '상당한 증가'가 예상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어 “IMF는 코로나19 시절인 2021년 우리의 부채비율을 전망하며 2024년 61.5%를 제시했는데, 실제로는 49.7%였다"고 설명했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박 장관은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시사했다. 그는 “올해 역대 최대인 27조원 지출구조조정을 했고, 처음으로 의무지출 구조조정도 시작했다"며 “내년도 의무지출 10%, 재량지출 15%까지 지출구조조정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중동 사태 장기화를 예상해 추경을 편성했지만 생각보다 더 장기화될 수 있고 상황 악화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추가 추경 편성 여부를 말할 수 있겠느냐"며 “누구도 예단할 수 없고, 현재는 이미 편성된 추경을 신속하게 집행해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재정경제부와 기획처가 분리된 것과 관련 그는 “기획처가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예산 편성의 프로세스, 미래전략과 지출구조 조정 등을 집중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했다. 박 장관은 2045년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계획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의 미래 모습을 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와 전략, 주요 정책 과정을 본격 수립하겠다"며 “올해 안에 2045년의 미래 비전을 국민께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발표한 '비전 2030'을 차별화하고 고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전 2030은 임기 말에 만들었지만, 이제는 정부 초기에 범부처 차원뿐 아니라 정책 수혜자이자 당사자인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방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E칼럼] 전력감독원 신설, ‘옥상옥’보다 거버넌스 개편이 먼저다

지난 4월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력망 안정 확보 위해 기술기준 고도화 및 전력감독체계 개선 공감대 형성'이란 긴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결론은 '전력감독원' 신설이 필요하다는 점인데 굳이 에둘러 길게 표현했다. 지난 30여 년간 전력산업을 참관해 온 필자가 제목을 받아들고 먼저 든 생각은, 새 정권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전력 기득권'이 새로운 환경을 핑계로 또 무슨 일을 벌이는구나 하는 우려였다. 여기서 전력 기득권은 전력산업 정책 결정에 관여하면서 시대변화의 수용을 거부하는 기관이나 관련 종사자를 뜻한다. 보도자료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바뀐 환경을 이유로 들었다. '재생에너지 100GW' 에너지 시대를 앞두고 전력망 운영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그 예로 2024년 대비 2025년 출력제어 횟수가 3배(27회→82회), 제어량이 9배(12.4→109.4GWh) 증가했다고 했다. 따라서 '전력감독원을 신설'해 '선수와 심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였다. 전력감독원의 역할은 크게 전력망 감독과 전력시장 감시 두 축으로 구성하고, 전력망 감독 측면에서는 '전력망 기술기준(그리드코드)'의 고도화 및 이행 관리, 출력제어ㆍ비상조치 등 전력망 운영 조치의 적절성 평가, 주요 설비 고장 원인의 체계적 조사, 재생에너지 등 분산전원 통합관제 체계 확립을 위한 기관 간 협조체계 마련에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전력시장 감시 측면에서는 △시장 내외의 부당거래 감시, △시장 가격ㆍ집중도ㆍ지배력 분석을 통한 경쟁구조 평가, △신규ㆍ소규모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장벽 점검, △전력시장과 장외거래 간 연계 적정성 및 거래 효율성 평가와 함께 △전기사업자와 소비자 간 분쟁 조정 절차 지원 등 소비자보호 업무를 주요한 역할로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서 제시된 전력감독원을 신설하고자 하는 이유 자체도 적절하지 못하고, 제시된 역할들이 필요하기는 하나 전력시장 및 산업의 미래지향적인 비전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출력제어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전력감독 역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송배전망 등 계통 안정화 투자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전력감독원 신설에 앞서 미래지향적인 전력시장 구조 개편과 이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더 시급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불행히도 이번 보도자료에는 이러한 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전력감독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 및 전기위원회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되, 기관 자체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법률에 명문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고 하는데, 이는 오히려 '옥상옥'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 러-우 전쟁과 중동 전쟁을 거치며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기반이 되는 전력산업으로의 근본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하고, 또한 AI 시대를 맞아 전력이 AI를 뒷받침하고 AI가 전력산업을 꽃피우도록 이끄는 정책 역시 절실하다. 다시 말해서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지역 분산화(Decentr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통해 마주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전력 신산업이 자리잡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모양뿐인 전력감독원 신설에 앞서 최소 세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전기요금 결정의 독립성이 필요다. 전기요금이 '비합리적 규제 요금'에서 벗어나 '실시간 시장 가격'이 되어야 한다. 둘째, 계통 투자가 적기에 이루어지도록 대대적인 거버넌스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송전 부문은 전력거래소와 통합하여 국가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중립적인 배전 운영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전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전력감독원 설립에 앞서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전력산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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