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주 풍력발전단지, 안전 문제없나 (1)

산을 깎아 세운 발전기, 땅은 버텨낼 수 있나 허가 기준은 통과했지만…지반 안전은 여전히 물음표 장마·집중호우 앞에서 드러나는 산지형 풍력의 불안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가 정책의 핵심 과제다. 그러나 친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안전과 주민 삶의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경북 경주 산지 곳곳에 들어선 풍력발전단지를 둘러싸고 지반 안정성, 재난 대응, 사후 관리 부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3회에 걸쳐 경주 풍력발전단지의 안전 실태를 점검한다. 1회차에서는 '입지'와 '구조적 위험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글싣는순서 1:산 위의 거대한 바람개비…입지부터 안전한가 2:강풍·낙뢰·화재…사고 가능성은 '가정'이 아니다 3:소음·저주파·관리 공백…'친환경'의 마지막 조건 ​◇ 능선 위에 선 초대형 구조물, 과연 안전한가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주 지역 풍력발전단지는 해안형이 아닌 '산지형'이 주를 이룬다. 바람 자원이 풍부한 산 정상과 능선을 따라 높이 80~100m에 달하는 타워가 줄지어 서 있다. 문제는 이 거대한 구조물이 대부분 급경사 지형 위에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풍력발전기 한 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수백 톤 규모의 콘크리트 기초 공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을 깎고 사면을 절개하며, 발전기 진입을 위한 임도도 새로 낸다. 겉으로는 '친환경 에너지 시설'이지만, 산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대형 토목공사라는 점에서 안전 논란이 뒤따른다. ​◇ '비만 오면 불안'…주민들이 체감하는 위험 인근 마을 주민들의 불안은 이미 일상화돼 있다. 장마철이 다가오면 산 위를 먼저 올려다본다는 말도 나온다. 한 주민은 “풍력기 들어선 뒤로 물길이 달라졌다"며 “큰비가 오면 토사가 내려올까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발전기 주변에서는 인공 사면과 노출된 기초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최근 기후 여건을 고려하면, 토사 유출이나 사면 붕괴 가능성을 단순한 '가정'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전문가들 '풍력 안전의 핵심'은 '땅' 전문가들은 풍력발전 안전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지반'을 지목한다. 기계적 결함보다 산지 지반의 장기적 안정성이 더 큰 변수라는 것이다. 토목·지질 분야 한 전문가는 “설치 직후에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5년, 10년이 지나면서 지반이 약해질 수 있다"며 “특히 절개 사면과 배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위험은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풍력발전은 한 번 허가하면 수십 년간 운영되는 시설"이라며 “초기 환경·안전 영향 평가가 장기 운영을 전제로 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허가 당시 기준, 지금도 유효한가 문제는 대부분의 안전 검토가 '허가 시점'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강우량과 태풍 강도가 커지고 있음에도, 과거 기준으로 설계된 안전 조건이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역시 한계가 있다. 허가권은 있지만, 운영 단계에서 발전기 주변 사면 상태나 임도의 안정성을 상시 점검할 인력과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상 사업자의 자체 점검에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친환경 이전에 안전"…첫 단추부터 다시 보자 경주 풍력발전단지를 둘러싼 논란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바람은 깨끗하지만, 그 바람을 받치는 땅은 안전한가'라는 질문이다. 산지형 풍력은 입지 선택 단계부터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지만, 안전은 현재의 책임이다. 경주 풍력발전단지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설로 남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입지 안전성'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안전 관리 책임은 사업자 중심…행정은 '사후 대응' 현행 법체계상 풍력발전단지의 유지·보수와 안전 관리는 기본적으로 사업자 책임이다. 지자체는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지만, 상시 감시 의무까지 부과돼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풍력발전단지는 장기간 운영되는 민간 시설로, 일상적인 유지·관리는 사업자 책임 사항"이라며“지자체가 상시적으로 모든 운영 상황을 점검하는 데에는 제도적·인력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고가 발생하거나 민원이 반복되기 전까지는 행정 개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예천군, 2026년 군정 청사진 제시…“과감한 변화로 지속 성장하는 행복도시 도약”

예천=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예천군은 3일 군청 5층 대강당에서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2026년 군정 운영 방향과 주요 정책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이번 간담회는 내년도 군정의 큰 틀과 핵심 사업을 선제적으로 공유하고, 지역 현안에 대한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학동 군수를 비롯한 관계 공무원과 지역 언론인 50여 명이 참석했으며, 2026년 군정 운영 방향 설명, 주요 사업 소개, 정책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예천군은 단순한 사업 나열을 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군정의 방향성과 행정 철학을 함께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군은 2026년 군정 비전으로 '과감한 변화와 혁신으로 끊임없이 성장하는 행복도시 예천 구현'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는 △중단 없는 도청신도시 발전 △원도심 정주여건 개선 △생활인구 활성화를 통한 지역 활력 제고 △청년부터 출산·보육·교육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생애주기별 지원 △문화와 배움이 일상이 되는 행복도시 조성 △농업·농촌의 대전환 추진 등을 제시했다. 특히 도청신도시와 원도심의 균형 발전을 군정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주거·교육·문화·행정 인프라를 연계한 생활권 통합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정주 인구는 물론, 방문·체류형 생활인구를 확대해 지역 전반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농업 분야에서는 기존 생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창출과 지속가능한 농촌 기반 조성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과 관련한 예천군의 공식 입장도 함께 설명됐다. 예천군은 경북도청 소재지라는 상징성과 행정 중심성을 고려할 때, 행정통합 과정에서 △행정의 중심성 확보 △안정적인 재정 지원 △실질적인 자치권 보장 △산업 및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도청신도시 완성 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이 아닌, 지역의 역할과 위상이 강화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군정 추진 방향과 주요 사업의 실효성, 지역 현안 해결 방안 등을 두고 언론인들의 질문이 이어졌으며, 군은 각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향후 추진 계획을 밝혔다. 간담회는 형식적인 설명을 넘어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토론이 이어지며 실질적인 소통의 장으로 운영됐다. 김학동 군수는 “군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예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며 “과감한 혁신과 책임 있는 행정으로 군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행복한 예천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예천군은 2026년을 향한 군정 비전과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며, 지역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공식화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단독] 국토부 말도 안 듣는 인천공항, 주차장 운영 ‘제멋대로’ 도 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관리 감독 주체인 국토교통부의 지침도 무시한 채 제멋대로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차 대행 서비스 개편안을 유예하고 보완책 제출을 지시했지만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이미 사실상 이원화된 서비스를 운영해 고객들에게 두 배 이상의 요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국토부와 공사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2일 공사에 주차대행서비스 개편을 이달까지 유예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월 14일 국토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도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직접 나서 이학재 공사 사장에게 “주차대행 서비스 운영을 국민 눈높이에서 최우선적으로 실시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 주차대행료 2만원·보관료 9000원만 내는 주차대행 서비스를 일반·프리미엄 서비스 등 2단계로 바꾸기로 했었다. 일반은 요금을 그대로 받되 차량 인수·인계를 인천공항 터미널에서 4km 떨어진 하늘공원 인근 외곽주차장에서 하도록 해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됐다. 프리미엄 서비스의 경우 주차대행료를 4만원으로 대폭 올리는 대신 이전처럼 인천공항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인수 인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유지했다. 많은 짐과 일행이 있는 이용객 입장에선 비싼 요금제를 택할 수 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꼴이 된다. 이에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고, 국토부가 나서서 업무 지시 및 장관의 직접적인 공개 질책을 통해 보완책 마련을 요청한 상태였다. 승객 비용부담 및 출국 동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승객의 공항 이용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개편방안을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공사에 지시했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신문의 확인 결과 이날 현재까지 공사는 국토부에 보완책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인천공항에 주차대행 서비스 개편을 유예하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며 “그런데도 인천공항은 진작 보고했어야 하는 보완책을 아직까지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와의) 협의 기한을 감안하면 늦어도 1월 중순 전까지는 대안을 마련해야 왔어야 하는데 여전히 인천공항이 주차대행 서비스 개편안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 인천공항에서 대안책을 가지고 와도 (국토부와) 협의를 하기엔 한참 늦었다.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에선 이미 주차대행서비스가 국토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프리미엄 서비스와 일반 서비스 두 가지 트랙으로 편법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 주차대행을 맡은 A·B 업체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미 이들은 일반·프리미엄 등 2단계 요금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일반 요금제의 경우 주차대행료(2만원)·장기주차장 요금(하루 9000원)을 내는데, 공사와의 계약과 달리 차량을 공항 주차장이 아닌 약 4km 떨어진 하늘공원 인근 야외 주차장에다 보관한다. 프리미엄 요금제의 경우 주차대행료는 같지만, 차량 보관을 하루 2만4000원씩 내야하는 공항내 실내 단기 주차장에서 해주고 있다. B업체 측은 이에 대해 홈페이지에 “프리미엄 서비스는 공항 건물 지하 1층에서만 이동되며 건물 외부로 나가지 않고 실내 주차구역에 보관된다"며 “일반 서비스는 공항 건물 외부에 있는 실외 장기주차장에 보관되며 기상환경에 노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인천공항 공식 주차대행서비스 업체들의 영업은 정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 관계자는 “주차대행 서비스 운영과 관련해 국토부 감사가 이뤄지고 있어 공사에서 주차대행 서비스 관련해 어떤 방안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관세 대응 119→ 무역장벽 119’로 확대개편…비관세까지 총괄한다

정부가 작년 2월 범정부 관세 상담 창구로 개설한 '관세 대응 119'를 '무역 장벽 119'로 확대 개편하고, 관세·비관세를 총괄하는 범정부 무역장벽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3일 산업통상부와 KOTRA에 따르면 '관세 대응 119'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1만570건의 상담을 접수하고 기업들의 관세 관련 애로를 해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세관(CBP)의 품목별 관세 통보에 대응해 세율을 50%에서 15%로 낮추거나 자유무역협정(FTA) 미적용 통보 사안을 해결해 관세를 면제받게 하는 등 현장 애로를 해결해왔다. 그러나 최근 기술규제 등 비관세 장벽 심화, CBP의 한국산 원산지 검증 강화, 미국 대법원의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 판결 대응 등과 관련해 기업의 상담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무역장벽 119'로 개편하며 기존서비스에 더해 CBP 사후 검증과 관세 환급 대응(정정신고·이의신청) 등 신규서비스 제공, 무역장벽 리포트 발간, 무역장벽 관련기관 합동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관세 대응 119에 참여했던 기관들에 FTA 통상종합지원센터, TBT 종합지원센터 등과의 협력체계를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무역장벽 119로의 개편은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관세영역을 넘어 기술규제 등 비관세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관세 납부 이후의 검증 대응과 환급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 우리 기업이 수출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성주군, 남부내륙철도 본격 추진 환영…

“대구·경북 서부권 연계가 관건" 성주=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국가균형발전 핵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인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경북 성주군이 사업 추진을 환영하고 대구·경북 서부권을 아우르는 연계 광역교통망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성주군은 3일 '남부내륙철도는 수도권과 남해안을 연결하는 국가 간선 철도망으로, 지역 간 이동시간 단축과 물류·관광 활성화 등 파급효과가 큰 사업'이라며 '특히 경북 서부권 교통체계 전반의 접근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밝혔다. 남부 내륙 철도는 총 14개 공구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성주군이 포함된 2·3공구는 최근 각각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과 공사 계약이 체결되며 사업 추진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노선은 김천을 기점으로 경남 거제까지 연결되는 철도망으로, 경북 서부권의 광역 교통 흐름을 재편할 수 있는 전략적 사업으로 평가된다. 성주군은 특히 대구광역시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성주군은 국도 30호선 6차로 확장과 동서 3축 고속도로(무주~성주~대구) 등 주요 광역교통망이 이미 집적된 지역으로, 남부내륙철도와의 연계 교통체계가 구축될 경우 대구·경북 서부권 전반의 이동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성주군은 대구광역시 도심과 30분 내외로 연결 가능한 생활권에 위치해 있어, 철도·도로·광역교통 간 환승과 연계를 담당하는 '중간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성주군 관계자는 “남부내륙철도 착공을 계기로 타 지자체들이 지역 발전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성주군 역시 기존 및 계획 중인 광역교통망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사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대구·경북 서부권 전체가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교통체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주군은 앞으로도 남부내륙철도를 비롯한 국가 철도사업과 연계 교통망 논의에 적극 참여해 군민 교통편의 증진과 지역 성장 기반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이슈&인사이트] AI로 인한 사회적 충격과 정부의 역할

무연고로 사망하는 분들에 대한 장례를 지원해 온 한 단체에서 지원했던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정리한 자료를 보면 놀랍게도 2020년대에 들어서도 가족 등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어 무연고로 사망한 분 중 상당 비율이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로 인해 발생한 실업이나 사업 실패로 인한 가족 해체의 당사자들이었다. 대한민국을 부도 직전으로 몰아넣었던 외환위기의 상처는 무려 2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치유되지 못한 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놀라울 정도다. 처음에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물의 수준이 높아져 분야에 따라서는 인간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정도다. 인공지능 이용자는 업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이점을 누리게 되고, 사회적 편익도 증가하여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는 인공지능의 수혜를 누리게 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과거 컴퓨터나 인터넷처럼 사회 모든 분야에 보편적으로 도입되어 필수재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활용도가 개인이나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니 사실상 이용이 강제되기도 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업무 효율화 내지는 혁신은 그 결과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작년부터 인공지능 업계의 화두는 목적 달성을 위해 자율적 의사결정을 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와 물리적 실체를 전제로 공간 속에서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였다. 기본 개념이나 성격만 보더라도 인공지능 에이전트는 사무직을, 피지컬 AI는 생산직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도 그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압박해 대한민국에 큰 고통을 안겼던 IMF의 총재조차 비록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어 세계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수년 이내에 세계 전체 일자리의 40%, 선진국의 경우 60%에 달하는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특히 청년층에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충격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 IMF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되었던 전문직인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업계에서도 인공지능 활용으로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실무 수습도 하지 못하는가 하면,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로봇 제조회사를 자회사로 둔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공장에 로봇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실업을 우려하는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사회·경제적 변화가 일어나면 이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는 직업군과 이와 반대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거나 증가하는 직업군이 생기게 된다. 사회 전체를 통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실업과 새로운 직업의 출현이 동시에 발생하겠지만, 그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개인은 불안한 미래로 고통받게 된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문명의 도래라 할 정도로 큰 변화의 물결인데, 이러한 물결에 휩쓸린 개인이 사회·경제적 변혁 앞에서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긴 어렵다. 정부는 최근 사회 전 분야에 인공지능 도입을 장려하고, 공공부문에서는 소버린 AI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공지능으로 인한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실업 문제도 응당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는 예측도, 대책 수립도 없는 상황에서 맞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이로 인한 실업 발생은 그 규모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할지라도 발생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다만, 전 세계와 경쟁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인공지능 도입을 늦추거나 거부해 경쟁력 약화를 수용하라고 할 수는 없다. 개인과 기업은 자신의 길을 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고통을 완화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대책으로는 인공지능 활용 교육 강화, 신규 직무교육 지원부터 디지털세, 로봇세와 연계한 기본소득까지 그 폭과 깊이가 다양할 수 있다. 프로이센의 부국강병을 이끌어 독일 통일을 이룬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1880년대 의료보험, 산재보험, 연금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틀을 마련한 후 벌써 15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혁명적 변화를 맞게 된 인류는 변화된 사회·경제 질서에 맞도록 기존 사회안전망과 세제까지 포괄한 광범위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중대한 위기가 목전에 닥치기 전에 정부는 미리 전문가들과 사회 각 계층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bienns@ekn.co.kr

새해 첫달 물가 2.0% 올랐다…5개월만에 최저

2026년 첫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5개월 만의 최소폭을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3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8.03(2020년=100)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2.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9월 2.1%, 10·11월 2.4% 기록했다. 이후 12월 2.3%에 이어 지난달까지 상승 폭을 두 달 연속 축소했다. 물가 상승폭이 작아진 이유는 작년 8월(-1.2%) 이후 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던 석유류가 보합(0.0%)으로 머물렀기 때문이다. 석유류는 작년 12월 전체 물가를 0.24%포인트(p) 끌어 올렸지만 지난달에는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평균 환율이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작년 1월 80달러 선에서 1년 만에 60달러대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휘발유가 0.5% 하락했고 자동차용LPG도 6.1% 떨어졌다. 농축수산물은 2.6% 상승했다. 작년 9월(1.9%)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농축수산물은 작년 12월 전체 물가를 0.32%p 끌어 올렸지만, 지난달에는 0.20%p로 기여도를 낮췄다. 채소(-6.6%)가 많이 하락했지만 축산물(4.1%)·수산물(5.9%)은 설 연휴를 앞둔 가운데 여전히 상승 폭이 큰 수준이다. 쌀(18.3%), 고등어(11.7%) 사과(10.8%), 국산쇠고기(3.7%) 등 품목에서 많이 올랐다. 그러나 당근(-46.2%), 무(-34.5%), 배(-24.5%), 배추(-18.1%)는 하락 폭이 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달걀 가격은 작년 대비 6.8% 뛰었다. 가공식품 물가는 2.8% 올랐다. 작 12월 2.5%에서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라면은 8.2% 뛰어서 2023년 8월(9.4%)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달 설이 농축수산물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관계부처의 관련 대책을 통해 어느 정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USB메모리나 외장하드 등을 의미하는 저장장치는 22.0% 치솟았다.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자주 구매하는 품목 중심으로 구성돼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2% 올랐고, '밥상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0.2%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쓰는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0%,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3% 상승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성남시, 콘텐츠기업 특례보증 지원 확대...총 124억원

성남=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성남시(시장 신상진)는 3일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콘텐츠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콘텐츠기업 특례보증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5억원 출연금에서 1억2000만원을 추가 출연하고 보증 지원 규모를 기존 100억원에서 124억원으로 24억원 늘리기로 했다. 콘텐츠기업 특례보증 사업은 경기도와 시가 5:5 비율로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에 출연하면 출연금의 최대 10배까지 보증을 제공하는 제도다. 담보력이 부족한 콘텐츠기업도 일반보증보다 완화된 심사 기준을 적용받아 경기신보의 보증서를 통해 시중 은행에서 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경기도 콘텐츠산업 실태조사(경기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콘텐츠기업 2515개 가운데 657개(26.1%)가 시에 소재해 도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 수 역시 4만7233명으로 경기도 전체 종사자 7만4746명의 63.1%를 차지하며 인력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특히 경기도 게임 분야 기업의 64.2%, 지식정보 분야의 35.3%, 콘텐츠솔루션 분야의 34.8%가 시에 소재해 경기도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성남시가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산업 여건 속에서 특례보증에 대한 현장 수요도 꾸준히 이어져 2019년 6월부터 시행된 콘텐츠기업 특례보증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성남 지역 콘텐츠기업 199개사가 총 94억3000만원의 대출보증을 지원받았다. 이는 해당 제도를 운영 중인 경기도 25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지원 기업 수와 지원 금액 모두 가장 많은 실적이다. 시는 이러한 누적 성과와 최근 수요 증가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보증 규모 확대를 결정했다. 지원 대상은 시에 본사 또는 사업장을 둔 콘텐츠기업으로, 출판·만화·애니메이션·영화·방송·음악·게임·광고·캐릭터·솔루션 등 10개 분야 41개 업종이 해당된다. 신청 기업은 경기신보의 신용 및 보증 심사를 거쳐 보증서를 받은 뒤, 이를 통해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업체당 보증 한도는 최대 5억원이고 보증 기간은 5년이다. 한편 시는 올해부터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경우 실운전 증빙 여부에 따라 최대 20만원의 지역화폐를 지원하는 보상 제도를 개편해 시행한다. 이번 제도 개편은 실제 운전 여부를 기준으로 보다 실효성 있게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운전자에게는 기존과 동일하게 지역화폐 10만원을 지급하며 만 65세 이후 실제 운전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지역화폐 1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추가 지원 대상인 '실운전 증빙자'는 본인 명의 자동차등록증, 자동차보험 관련 서류 등 실제 운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면허 반납 신청 시 해당 서류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이번 개편된 보상 제도는 올해부터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실제로 운전하는 고령운전자를 중심으로 보상 체계를 개편해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고, 시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교통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행정수도 완성 말하면서 재정은 도외시”…최민호 세종시장, 정부에 구조개선 촉구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도 정작 재정 지원은 도외시했다는 지적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2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정부에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과 재정분권 논의의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세종시는 중앙행정기관이 집적된 행정중심복합도시이자 광역·기초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단층제 지방자치단체다. 그러나 국가행정도시 기능 수행으로 행정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재정 권한과 지원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세종시에 따르면 국가 계획에 따라 조성돼 이관된 공공시설물 유지·관리비는 2015년 486억 원에서 2025년 1,285억 원으로 증가했고, 2030년에는 1,82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된다. 반면 세입 구조는 부동산 거래세 의존도가 높아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 정부청사 등 비과세 공공기관 집적에 따른 관리 수요 증가는 재정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단층제 구조에 따른 부담은 각종 재정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다른 지역은 광역과 기초가 비용을 나누지만, 세종시는 광역·기초 기능을 모두 단독으로 감당한다. 참전수당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방비 부담 역시 세종시는 단독 부담 구조다. 보통교부세 산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세종시는 단층제 특성을 반영한 재정특례를 적용받고 있으나 규모가 불안정하고 2026년까지 한시 적용된다. 같은 단층제인 제주는 보통교부세 총액의 3%를 정률로 배분받아 2025년 기준 1조 8,121억 원을 확보한 반면, 세종시는 1,159억 원에 그친다. 주민 1인당 보통교부세도 제주는 271만 원, 세종은 30만 원이다. 세종시는 제주와 같은 정률제 도입을 건의해 왔지만,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방교부세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용 곤란 입장을 통보했다. 최 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을 말하면서 이를 실현할 재정 지원은 외면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광역 행정통합 인센티브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과 관련해 연간 5조 원씩 4년간 최대 20조 원의 교부세 지원을 예고했다. 최 시장은 “연간 재정 규모 2조 원 수준인 세종시의 약 1천억 원 재정 부족에는 응답하지 않으면서, 통합 자치단체에는 대규모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형평성과 합리성을 결여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 시장은 ▲정부 차원의 현장 실태조사와 객관적 진단을 통한 제도 개선 ▲범정부 재정분권 TF에 지방자치단체 협의체 추천 인사 참여 ▲재정분권 논의를 시민의 삶과 행정서비스 형평성 기준으로 전환 ▲광역 행정통합 추진 시 지자체 간 형평성과 국가 운영 일관성 확보를 정부에 요구했다. 최 시장은 “세종시 재정 문제는 행정수도 완성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함께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역차별이 계속된다면 시민들과 함께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세종시는 이번 요구 사항을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정치권에 공식 전달할 방침이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靑,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5월 9일 종료’ 재확인

청와대는 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제도와 관련해 “5월 9일에 종료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는 이 대통령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5월 9일에 예정대로 종료하되, 해당 날짜에 계약한 경우까지는 중과를 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강 대변인은 또 최근 이 대통령이 SNS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메시지를 잇달아 내는 배경에 대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유세 등 세제 개편을 준비하는 신호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보유세에 대해서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며 “지금도 여러 부동산 정책을 쓰고 있고, 여기서 실효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보유세 개편은 최종적으로 이 모든 것이 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때 생각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보유세가 아닌 기존 정책의 실효성을 더 강조하는 단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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