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피해지원금 해외 사례 공개…‘포퓰리즘’ 논란 의식했나

정부가 해외 국가의 고유가 취약계층 지원 사례를 공개한 것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을 의식한 '무마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8일 “이 시점에 정부가 해외 주요국들의 고유가 지원 사례를 들고 나온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다른 나라들의 고유가 대응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지원 사례를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언급했고, 기획예산처가 같은 날 해외 사례를 들며 “고유가 피해 취약계층 지원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획처는 '월간 해외재정동향'을 소개하며 “주요국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민생피해 최소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며 “주요 내용으로 우선 연료비 상승에 취약한 소비자들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사례로 영국은 등유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가중된 취약가정을 위해 총 5240만 파운드(1036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뉴질랜드는 저소득 가구에 매주 50뉴질랜드달러(4만3000원) 지원을, 스웨덴은 전기·가스 소비량에 비례해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처는 “우리 정부도 고유가 피해지원금, 농어민유가연동보조금 등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경안' 중 직접 현금성 지원인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4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추경 총액의 18%로 단일 사업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지방에 거주하고,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더 많이 지원하는 구조다. 당초 상대적으로 고유가 부담이 큰 취약계층 중심의 '핀셋 지원'이 예상됐지만 중산층으로 직접 지원금이 확대됐다. 사실상 30% 고소득층을 제외한 국민에게 나눠주는 현금성 지원이란 비판 속에 포퓰리즘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을 부인한 대통령 발언이 있던 날, 정부가 고유가 지원금 해외 사례를 공개하자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 교수는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만이 아닌 사실상 대부분 국민을 현금 지원한다는 건데 대상 범위가 넓어지면 재정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국민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했고, 나중에 혜택을 보지 못한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시안적 현금성 지원보다 위기 상황이니 고통 분담을 위해 아껴 쓰자 같은 대국민 캠페인으로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절약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면서 요금 동결, 연료비 보전 등의 지원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이라 하지만 정작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돼 버린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돈 풀기식 단기책보다 물량 부족에 대비해 대체 수입선을 찾고, 나프타 대신 종이를 활용하는 등 탈(脫) 나프타 방식의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주요국 고유가 대응 사례 발표가 포퓰리즘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개인에 따라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며 “고유가 대응 관련 여러 정책을 모니터링 중에 민생 지원과 에너지 보조금 등도 있어 국민들 참고 차원으로 소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인공지능(AI) 기본법의 미비점과 세부적 보완 필요성

유럽연합에 이어 포괄적인 인공지능 기본법을 제정하려는 우리정부는 한편으로는 막 새싹을 틔우고 있는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우려와 막강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의 고삐가 풀릴까 경계하는 입장 사이에서 어렵게 중심을 잡으려 노력해 왔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 생태계가 도약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지만, 인공지능 기본법의 조문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제어하기 위한 많은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이런 고난의 결과물임에도 인공지능 영역에서는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다 보니 새로운 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여전히 보완이 요구된다.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에 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마련한 인공지능 기본법 지원데스크에는 최근까지 550여 건 이상의 상담이 접수됐는데 과반수가 투명성 표시 의무 관련 내용이고, 고영향 인공지능 해당 여부가 그다음을 차지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에 따른 책임 부담에 대한 관련 업계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이다. 실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시스템 설계와 구축을 자문하다 보니 일단 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주체가 인공지능 기본법에서 정의된 인공지능 사업자인지, 아니면 이용자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시스템을 운용하는 주체가 작성된 문서를 시스템에 접속한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호한 지위에 있는 경우 규제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파운데이션 모델로 구축된 시스템에서 나오는 생성물만 제공하는데 이용자 아닌 인공지능 이용사업자로 보아야 하는지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런 혼란은 인공지능 기본법의 초안이 논의된 이후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세계적 거대 기술기업들의 파운데이션 모델 성능이 압도적으로 향상돼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가 변화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이런 변화를 수용해 EU 인공지능 법은 Distributor와 Deployer 개념을 구분해 각자 역할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했는데, 우리는 Deployer에 해당하는 역할을 모두 이용자에 포함하여 구분이 어렵게 규정하였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역시 인공지능 개발사업자가 제공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공지능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인공지능 이용사업자라면서도 인공지능 생성물만을 제공하면 단순 이용자로 본다고 설명해 더욱 혼란을 일으킨다. 인공지능 이용사업자인지, 아니면 이용자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그 생성물에 대한 책임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용사업자라면 당장 상담이 집중되고 있는 표시의무, 고영향 인공지능 해당 여부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규제의 대상인 이용사업자의 범위를 축소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자 등 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가 반영되었다고도 하나, 법 시행 직후 주무 부처에서 Deployer 개념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만일 인공지능 이용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하면 생성물에 어떤 방식으로 표시할지도 정해야 한다. 가시적 방법만이 아니라 비가시적 방법인 기계 판독형 방식도 허용되는데 이미지나 동영상의 경우 딥페이크의 가능성이 있어 가시적 방법이 더 우선할 것이지만, 문서를 생성물로 하는 경우 텍스트에 머리말이나 워터마크, 메타데이터로 표시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인공지능 생성물 표시도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것처럼 다양한 기술적 방법으로 표시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안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글로벌 기술 표준인 C2PA 방식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문서라는 것이 알려지면 그 신뢰성이 낮아진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용자가 인공지능 생성물이라는 표시를 삭제할 가능성도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방식만을 사용하는 경우 이용자에게 최소 1회 이상 별도의 안내 문구나 음성 고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비가시성 워터마크로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음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보인다. 결국 시스템 외부로 다운로드나 공유될 수 있는 인공지능 생성물은 해당 단계에서의 인공지능 사업자의 표시의무 이행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이용 단계까지 인공지능 생성물이란 표시를 보장해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고영향 인공지능에 관해서도 인간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도록 제도를 구축하면 위험도가 낮아진다고 하지만, 현재 전장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인간이 인공지능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완벽한 제도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함에 따라 법제도 역시 적절히 변화에 대응해야 하고, 달성될 수는 없는 목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미래일 수밖에 없다. 양희철

‘기업·소비자 심리’도 얼어붙었다…KDI, “경기 하방 위험 확대”

중동 전쟁 여파로 기업과 소비자 심리지수가 동시 하락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 나왔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류비 등 비용 상승에 기업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유가 상승이 물가에 파급되면서 소비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KDI는 '경제동향 4월호'에서 “완만한 경기 개선 흐름을 보여왔던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경제동향을 통해 중동 사태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했는데 KDI는 '위험 확대'란 표현으로 경고 수위를 더 높였다. KDI는 3월 들어 기업심리지수와 함께 소비자심리지수도 하락한 점을 짚었다. 지표로 보면, 3월 들어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이 제조업(77→71)과 비제조업(74→70)에서 모두 하락했다. 정유업계 전망 지표도 악화되고 있어 향후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기업심리도 악화되고 있다는 게 KDI 설명이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7.0로 전월대비(112.1) 큰 폭으로 하락했다. KDI는 “유가 상승이 물가에 점차 파급되면서 향후 소비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중동 전쟁 이후 석유류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3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전월(2%)보다 높은 2.2%를 기록했다. KDI는 “아직 2%대 물가안정목표 수준이지만,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상승이 향후 석유류외 품목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투자와 수출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KDI는 설비투자의 경우 불확실성 확대로 회복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투자는 전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으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도 반도체 호조세에 힘입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외 수요 축소로 향후 여건이 다소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3월 들어 경제불확실성지수(EPU)도 228.13로 전월(172.73) 대비 32%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PU는 언론 보도를 분석해 경제정책 관련 불확실성을 계량화한 지표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와 정책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다. KDI에 따르면, 이 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가장 높고, 2022년 10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수급 문제와 함께 경제 전반의 불안 심리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KDI 분석이다. 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제 심리가 악화되지 않도록 부처별 대응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를 두고 부처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쟁이 수개월 이상 길어진다면 정부의 비상경제 대응에도 불구하고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는 더욱 확산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전쟁 장기화 전망이 지속되면 불확실성이 커져 물가와 소비, 수출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비축유 확보 등 단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수출시장과 공급망 다변화 등 복합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신연수 칼럼] 브라보! K-반도체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을 돌파하며 한국 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중 50조 원이 반도체에서 나왔다. 올해 한국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하리라는 기대가 높은데, 이 역시 반도체 덕분이다. 한국 경제는 이제 반도체를 빼고 상상할 수가 없다. 미-이란 전쟁의 와중에도 3월 수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수출액의 38%가 반도체였다. 작년에 2400 수준이던 코스피가 올해 6000을 돌파하는 데도 반도체의 비중이 40% 가까이 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경제와 안보는 물론이고 인간 생활 전 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시대다. 'AI 산업의 쌀'인 반도체 역시 단순한 정보기술(IT) 부품에서 벗어나 모든 산업의 핵이 되고 있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고품질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몇 개 없다. K-반도체가 각광받는 이유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품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줄섰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물론이고 일반 D램 메모리까지 품귀 현상을 빚어 두 회사는 이미 내년까지 주문이 밀려 있다고 한다. AI 덕분에 반도체 산업에 '슈퍼 사이클'이 찾아왔다는 평가다. 지금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만 K-반도체가 늘 웃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역사는 눈물겹다. 2000년대 초 유동성 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갔을 때 직원들은 돌아가며 무급휴직을 했다. 월급의 10~30%를 자진 반납했으며 구내식당 반찬 수를 줄이면서 버텼다(이인숙 등 저술, ). 최태원 SK 회장이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하려 할 때 그룹 안팎에서는 반대가 심했고, 적자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때도 그랬다. 하이닉스의 '독한' DNA와 리더의 안목이 만나 오늘의 SK하이닉스가 탄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또한 불굴의 도전사를 가졌다. 이병철 창업자는 1980년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지배하던 반도체 시장에 '무모한 도전'을 선언했고, 이건희 전 회장은 '초격차 전략'으로 세계 1위 기업을 만들었다. 최근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는 수모를 겪었지만, 세계 최초로 HBM4를 상용화하며 반전을 시작했다. 반도체는 IT 수요에 따라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아주 큰 산업이다. 공장 건설에 수십조 원이 드는 데다 2~3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불황일 때 대규모 투자를 해야 호황일 때 과실을 따먹을 수 있다. 이 주기를 견디지 못하고 잔인한 '치킨 게임(chicken game)' 속에 일본 엘피다 같은 기업들이 쓰러질 때 K-반도체는 살아남아 호황을 맞았다. K-반도체의 성과는 대단하지만, 과제도 많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 장비와 핵심 부품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등기임원을 제외한 임금 총액이 전년보다 22% 늘었지만, 임직원 수는 오히려 줄었다. SK하이닉스는 1년간 임금이 67%나 늘었지만 직원 수는 6.7%밖에 안 늘었다(에너지경제신문 4월 2일자 '대기업, 고용은 제자리… 인건비만 뛰었다'). 반도체 산업의 온기가 다른 산업이나 국민 전체로 퍼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작년 12월 'AI시대, 반도체 산업 전략' 보고서에서도 밝혔듯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 반도체 공장을 수도권에만 짓지 말고, 대만이나 미국처럼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 산업 안보 측면에서도 좋다. 이번 미-이란 전쟁으로 불거진 것처럼, 중동 지역에 치우친 헬륨 등 반도체 소재와 장비 생산처를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반도체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큰 숙제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 조선, 방산을 빼고는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미운오리새끼였던 하이닉스가 AI를 만나 백조가 되었듯이 10~20년 뒤 경제는 무엇이 주도할지 아무도 모른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가기 위한 교육제도 전환과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북돋는 체계 마련 등 정부가 할 일이 많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이슈&인사이트] 고유가 시대,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 시급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10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동지역 군사·정세 불안이 원유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면서, 원유 선박 운항 차질과 일부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국제유가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에 있다. 이 같은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도 빠르게 전이됐다. 올해 3월 들어 국내 주유소 기준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사이 1,700원대 초반에서 2,000원을 눈앞에 두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가계 및 화물·운송업계의 교통비, 물류비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유가가 국내 경제와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히 크다. 유가 10% 상승 시 한국의 수출이 약 0.39% 감소할 수 있다는 한국 무역협회의 보도처럼 우리 경제는 원자재·에너지 수입 의존형 구조이다. 특히, 중소·중견 제조기업은 유가 상승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의 부담을 동시에 겪으며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채산성이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 가계 측면에서는 자가용 운행비, 버스·택시 등 운송 관련 비용이 증가해 실질 구매력이 하락한다. 또한, 유가 급등은 국내 자본시장에까지 파급된다. 과거 고유가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8년을 들 수 있다. 2008년 상반기 국제유가는 WTI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7월 최고 147달러 수준까지 급등하며, 국내 원유 수입 가격과 운송비·물류비가 크게 상승했다. 해당 과정에서 코스피는 1년간 약 40% 이상 하락하는 등 전방위적인 약세를 겪었다. 특히, 2008년 5월 고유가 국면에서는 '고유가의 늪'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증시가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학술연구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운송업 중심의 주가 수익률이 둔화되며 코스피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실증분석도 보고된 바 있다. 이로써,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첫째,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유류세를 자동 조정하는 '국제유가 연동 유류세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처럼 정부의 개별 연장·확대가 아니라, 고유가 구간(예: 배럴당 90·100달러 통과 시)을 기준으로 유류세 인하 폭과 기간이 사전에 조정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고유가를 에너지 구조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즉, 전기·수소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확장, 대중교통 요금 안정화 및 서비스 확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기·수소차의 구매보조금 지원과 자동차세 감면을 고유가 기간에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수도권·광역시를 중심으로 버스·철도 요금을 유가 상승 구간에 동결 또는 인하해 자가용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셋째, 국내 석유제품 안정화를 위해서 원유의 공급원 다변화와 비축 체계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중동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중남미·아프리카 등 산유국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해외 석유개발사업·전략비축유 공동 비축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전략비축유의 규모를 확대할 뿐 아니라, 국제유가 구간에 따라 방출량·시기를 사전에 공개하는 '단계별 비축유 방출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한다. 넷째, '포괄적 보조금' 중심에서 벗어나, 고유가 충격의 직접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화물·택배·버스·택시 업계의 유가 연동 보조금,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설비구축을 지원하는 대출 등 분야별로 보조금 지급 기준과 기간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1,900원대 수준으로 밀어 올리며 가계 부담과 제조·운송업의 수익성에 커다란 압박을 주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과 수출 경쟁력 약화를 동반하는 구조적 위기 요인으로도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 유류세 인하, 석유 가격 상한제에 그치지 말고, 국제유가 연동 유류세 체계 도입, 전기·수소차 확충, 원유 공급원 다변화와 전략비축유 방출 로드맵 구체화, 그리고 화물·택배·버스·택시와 중소기업 중심의 맞춤형 보조·금융 지원 체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ekn@ekn.co.kr

지난해 나라빚 1300조 ‘역대 최대치’…GDP 대비 49%

지난해 국가채무가 전년보다 129조 원 늘어난 1300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2025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는 1304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결산(1175조 원)보다 129조 4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당초 예산상 전망치(1301조 9000억 원)보다 2조 6000억 원 늘었다. 국가채무 추이를 보면, 2016∼2018년 600조 원대에서 2019년 723조 2000억 원으로 증가한 뒤, 코로나19를 거치며 2020년 846조 6000억 원, 2021년 970조 7000억 원으로 늘었다. 이어 2022년 1067조 4000억 원으로 첫 1000조 원을 돌파한 뒤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49%로 전년(46%)보다 3.0%포인트 상승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나라빚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국가채무 증가 원인으로 지난해 말 계엄에 따른 내수 회복, 민생 안정 지원 등 적극적 재정 지출을 꼽았다. 황순관 재정경제부 국고실장은 “작년에는 계엄 여파에 따른 내수 위축, 미국발 통상환경 급변 등 대내외 충격이 동시에 닥친 해"라며 “정부는 총지출을 줄이는 소극적 재정 운용보다 두 차례의 추경 편성 등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도 정부의 적극적 재정 기조가 이어지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역대 최대폭인 54조 6000억 원(8.1%) 늘어난 728조 원이 편성됐으며, 이에 따른 국가채무도 1413조 8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동 전쟁으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된 데 이어, 전쟁 장기화로 올 하반기에 2차 추경이 이뤄질 경우 지출 증가에 따라 국가채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영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1523조 5000억 원으로 증가하고, 2028년 1664조 3000억 원, 2029년 1788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중앙정부 채무는 1268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고채 발행 확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127조 원 늘었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36조 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조 5000억 원 증가했다. 1인당 국가채무(국가채무 총액을 지난해 말 주민등록 인구 5111만 7000명으로 나눈 값)는 2554만원으로 추산돼 전년 대비 280만 원 가량 늘었다. 국가채무에 공무원연금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빚까지 포함한 국가부채는 2771조 6000억 원으로 전년(2585조 7000억 원)보다 185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총수입은 637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조 원, 총지출은 684조 1000억 원으로 46조 1000억 원 각각 늘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6조 7000억 원 적자가 났다. 특히 한 해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4조 2000억 원 적자를 기록해 2년 연속 100조 원대를 넘어섰다. 적자 폭은 2022년 117조 원, 2020년 112조 원, 2024년 104조 8000억 원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지표다. 다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전년(4.1%)보다 0.2%포인트 개선됐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주식 시장 활성화로 양도소득세 등 세수 증가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수지가 개선됐다고 봤다. 황 실장은 재정 우려에 대해 “경제 성장 견인과 세입 기반 확충,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의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한 정책적 결단이었다"며 “적극 재정을 통해 과감하게 쓸 데는 쓰고 아낄 때는 지출구조를 통해 아끼는 것이 재정 기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장기적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지출 확대에 따른 엄격한 재정 건전성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자 비율만 보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예산 증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추경까지 편성돼 재정 부담이 누적될 우려가 있다"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집중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경북 시군, 공직 혁신부터 농업·육아·산림까지

◇포항시, 우수 공직자 발굴로 행정 경쟁력 강화 포항=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포항시는 지난 3일 시청에서 '2025년 으뜸공무원상' 수여식을 열고 시정 발전에 기여한 직원 6명을 선정해 표창했다. 이 상은 창의적인 업무 수행과 책임감 있는 행정으로 성과를 낸 공무원을 격려하기 위한 제도로, 조직 내 적극 행정 분위기를 확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수상자는 문화·관광, 복지·환경·보건, 농림·해양수산, 교통·지역개발 등 주요 행정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인물들로 구성됐다. 특히 관광산업, 복지정책, 도시계획, 수산 관리, 건축 및 건설 등 실무 전반에서 성과를 창출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묵묵히 성과를 만들어낸 공직자들의 노력이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 서비스 향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안동시, AI·로봇 기반 스마트 과수 산업 전환 시동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안동시는 6일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인 '지능형 농작업 협업 기술개발 사업'에 선정되며 미래 농업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사업은 기후 변화와 농촌 고령화, 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작업 자동화와 지능화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에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을 중심으로 민간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해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협업형 농업 로봇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총 66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며, 정밀 가지치기, 열매 솎기, 수확 등 고난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함께 현장 실증 기반 구축이 병행된다. 전국 최대 사과 생산지 중 하나인 안동시는 실증 거점 역할을 맡아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검증하고, 농가 부담을 줄이는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는 향후 로봇 기반 농작업 서비스 확산을 통해 지역 과수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영주시, 아빠 참여형 육아문화 확산 본격화 영주=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영주시는 지난 4일 'MOM편한 30인의 아빠단' 발대식을 열고 가족 중심 육아문화 조성에 나섰다. 이번 프로그램은 아버지의 육아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일상 속 양육 경험 공유와 체험 활동을 통해 가족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발된 아빠단은 일정 기간 동안 자녀와 함께하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활동에 참여하며 육아의 가치와 즐거움을 체험하게 된다. 시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가족 유대 강화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의 육아 인식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빠가 육아의 중요한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성군, 산림 부산물 활용 체계 구축…자원 순환 기반 마련 의성=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의성군은 6일 미이용 산림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산림자원화센터 조성사업' 추진에 나섰다. 이번 사업은 산림에 방치된 벌채목과 잔가지 등을 수집·가공해 유통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산림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총 30억 원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국비와 지방비, 민간 부담이 함께 투입되며, 시설 구축과 장비 도입을 포함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참여 대상은 산림조합과 목재 생산업체로, 사업 부지를 확보한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이후 서류 및 현장 평가 등을 거쳐 최종 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산림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이슈&인사이트] 나프타(Naphtha, 납사) 수급, 무엇이 문제인가?

온라인에 “기름값이 올라서 비닐봉지도 못 만든다."라는 소문이 돌면서, 평소 10장들이 한 묶음을 사던 시민들이 1년 치 물량을 한꺼번에 사는 투매가 번지고 있다. 중동발 나프타 수급 비상이 촉발한 쓰레기 종량제 봉투 대란이 생필품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나프타는 '산업의 쌀'이라고 해서 가장 기초가 되는 원료다. 원유를 증류하면 비점이 높은 순서로 LPG(액화석유가스),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잔사유가 나오는 데, 나프타는 35°C~220°C 사이의 끓는점에서 분리되는 탄소 수 5~9개의 액체 탄화수소 혼합물이다. 개질하면 휘발유가 되기 때문에 조 휘발유라고도 한다. 요소 비료,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밀도에 따라 경질 나프타와 중질 나프타로 나눈다. 경질 나프타는 끓는 점이 100도 이하로, 탄소 수 5 ~ 6의 주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만드는 데 쓰인다. 중질 나프타는 끓는 점이 100도 이상으로, 탄소 수 7 ~ 9의 주로 방향족 제품(벤젠, 톨루엔, 자일렌) 이나 고옥탄가 휘발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 나프타는 NCC(나프타 분해 설비) 에서 분해되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같은 '기초 유분'이 만들어진다. 이들 기초 유분을 중합, 가공하면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합성 섬유의 원료, 페트병, 화장품 용기, 비닐봉지, 배달 용기와 같은 포장 용품, 스마트폰 케이스, 장난감, 가전제품의 플라스틱 외장재와 같은 생활용품, 타이어, 차량용 내외장재, 건축용 단열재 및 파이프 등의 플라스틱 제품을 만든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산업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2025년 한국의 나프타 수급을 보면 전체 소비량은 6천만 톤으로 국내에서 3,300만 톤을 생산하고, 나머지 2,700만 톤을 수입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산량의 약 12%인 390만 톤을 수출한다. 이유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나프타는 경질은 부족하고 중질은 남기 때문에 중질 나프타는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남아에 수출한다. 수입 나프타의 54%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국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최근 나프타 수입가가 톤당 1000달러를 돌파하여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중소기업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는 83%에 달한다. 한국의 민관 합동 나프타 비축량은 30일~45일분에 불과하기에 현 상태가 1개월 이상 진행되면 비상사태가 예견된다. 정부는 급기야 나프타 수출을 금지하고 내수로 전환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산 나프타 2만 7천 톤이 긴급 도입되었다. 나프타 품귀로 여천과 대산의 NCC 가동률이 급감했고, 생활용품의 품귀로 사재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단순히 석유 제품 중 하나가 아니라, 거의 모든 생활용품의 시발점이다. 종량제 봉투는 시작에 불과하다. 나프타 가격 상승이 불러올 '도미노 현상'에 유의해야 한다. 수급 불안정이 장기화할 경우,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식품 및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국의 나프타 비축량은 공장을 비상으로 돌리기에는 부족하지 않으나, 유통망의 심리적 공황이 품절 사태를 만든다. 수출 금지와 비축유 반출 등 정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아무리 비축량이 많아도 전국적인 사재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유통 재고는 없다.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것보다, 정부의 수급 안정화 대책을 믿고 아나바다(아껴 쓰기. 나눠 쓰기, 바꿔 쓰기, 다시 쓰기) 의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의 장기 과제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나프타 수요를 억제하는 선진국의 순환 경제 고도화 전략이 있다.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5% 미만이다. 이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를 정착시킨 독일의 50%와 큰 격차가 있다. 독일은 페트병의 보증금을 쉽게 반환하는 판트(phand) 시스템을 통해서 재활용률 98%를 달성했다. 나프타 물량 확보 등 단기적인 대안을 넘어서, 대표적인 고탄소 배출 산업인 나프타 중심 플라스틱 산업을 친환경으로 재편해야 한다. 나프타 없이 미생물을 활용해 만드는 '대체 플라스틱'의 대안도 있다. LPG 화학을 포함한 나프타 경제의 국가적 총량 집결이 필요하다. 윤덕균

[EE칼럼] 핵추진잠수함 도입, 신속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집 지을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벽돌 크기나 철근 두께가 아니다. 그 집에 몇 명이 살고, 어디에 지을까를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 사항이 정해지지 않으면, 설계사는 도면에 첫 선조차 긋지 못한다. 핵추진잠수함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책적 결단이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핵연료 공급을 요청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양국이 발표한 공동 설명자료에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핵연료 조달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군의 30년 숙원이 현실의 궤도에 올라선 것이다. 국방부 전력정책국에 핵추진잠수함 획득추진팀이 신설되고, 10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협의체가 출범했으며, 외교부에도 핵추진잠수함 협상팀이 설치됐다. 추진 체계가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엔지니어에게 전달할 '첫 번째 주문'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핵추진잠수함 같은 거대 복합 시스템의 설계는 '최상위 요건'부터 출발한다. 이 잠수함을 어디서, 무엇을 위해 운용할 것인가. 동해와 서해에서의 대북 억제에 한정할 것인가, 아니면 에너지 수송로 보호 등 원양 작전까지 염두에 둘 것인가. 작전 해역이 달라지면 수온과 수압 조건이 바뀌고, 잠수함 선체 설계와 원자로 냉각 체계 등이 달라진다. 건조 방식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완제품 직구매, 원자로 패키지 도입 후 국내 건조, 독자 설계 등 여러 옵션이 있다. 전략적 용도와 건조 방식은 국가 최고위 정책결정자가 확정해야 한다. 이는 엔지니어의 영역을 넘어선 결단의 문제다. 이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기본 설계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가 없다. 도입 규모도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 도입 척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국내 원전 산업과 조선 산업 생태계의 명운을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3척을 도입하면, 상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잠수함은 1척에 불과하다. 1척이 장기 정비에 들어가면 전력 공백이 생긴다. 산업적으로도 연간 0.1척꼴의 건조 물량으로는 전문 인력과 생산라인의 유지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기술 실증 프로그램'에 머무르는 셈이다. 반면, 6척 이상을 확보하면 상시 2척 작전 체제가 가능해지고, 연간 건조 물량도 늘어 생산라인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궁극적 지향점인 9척 이상 규모에서는 잠수함 원자로 정비 산업, 핵연료 주기 산업, 특수 기자재 산업이라는 거대 밸류체인이 국내에 형성된다. 이러한 역량은 나아가 미국 해군 잠수함의 인도·태평양 정비 허브로 발전할 기반이 될 수 있다. 도입 규모의 조기 확정은 '표준설계 연속 건조'라는 결정적 이점도 가져다준다. 1~2척씩 주문을 쪼개 불연속적으로 발주하면 매번 설계 변경과 부품 공급망 재구축, 숙련도 초기화가 발생해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한다. 반면, 처음부터 표준설계로 확정해 연속 건조 체제로 돌입하면, 학습효과가 작동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5,000톤급 이상 핵추진잠수함 1척 건조에 3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4~6척이면 건조비만 12~18조 원이다. 개발비를 합하면 20조 원을 상회해, 창군 이래 최대 무기 사업이 될 것이다. 이 천문학적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규모와 설계를 조기에 확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책결정자들은 다음 세 가지를 신속히 확정해야 한다. 첫째, 전략적 용도와 작전 범위다. 한반도 근해 억제인가, 원양 작전까지 포함하는가. 이것이 선체와 원자로, 무장 설계의 출발점이다. 둘째, 건조 방식과 핵연료 옵션이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 전략 및 국내 산업 육성 경로와 직결된다. 셋째, 6척에서 9척으로 향하는 장기 도입 로드맵과 표준설계 채택 여부다. 산업 생태계 형성과 비용 절감은 규모와 연속성에서 비롯된다. 정치의 시간표가 지연되면, 엔지니어링의 시간표도 멈춘다. 북한은 핵탑재 전략핵잠수함 건조를 가속화하고 있고, 중국은 핵잠수함을 양산하고 있으며, 일본도 해군력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건조 승인이라는 전례 없는 기회의 창이 열린 지금,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신속한 정책 결정이 핵추진잠수함 성공의 첫 번째 열쇠다. ekn@ekn.kr

경북도, 현안 대응과 미래전략 동시 추진

◇산불 피해지서 현안 건의…의료·보훈·관광 인프라 확대 요구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식목일을 앞두고 안동 산불 피해 현장을 찾은 경북도는 훼손된 산림 복원 활동에 참여하며 지역 핵심 현안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번 행사는 대형 산불로 훼손된 산림을 되살리고 탄소중립 실천을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도는 특히 열악한 의료 여건 개선을 위해 국립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북은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공공의료 기반 확충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보훈 대상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동해안권 국립보훈요양원 건립도 요청했다. 고령 유공자 증가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요양서비스 구축 필요성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또한 경주 APEC 개최를 계기로 세계경주포럼을 정례화하고, 대구·경북권 관광 특화권역 지정 등 관광 산업 육성 전략도 함께 제안했다. 산불 피해지 복구 사업에 대해서는 국비 지원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가 급등 대응…어업인 유류비 25억 원 긴급 지원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류 가격이 급등하자 경북도는 5일 어업인 부담 완화를 위해 약 25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에 나섰다. 최근 어업용 면세유 가격은 한 달 사이 50% 이상 상승하면서 어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류비는 출어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 상승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도는 인상분의 일부를 일정 기간 지원하고, 정부 지원과 연계해 어업인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과거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도 유사한 지원을 시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AI·로봇 결합…과수 재배 자동화 기술 개발 본격화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과수 재배 자동화를 위한 첨단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접목해 인공수분, 전정, 수확 등 과수 재배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6년부터 5년간 추진되며, 연구기관과 지자체가 협력해 현장 실증까지 진행된다. 특히 경북이 전국 사과 생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실제 과원 환경을 기반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향후 농가 보급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꿀단지' 공동주택 선정…주거문화 개선 나선다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는 공동주택 관리 우수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K-꿀단지' 인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이 사업은 안전한 시설 관리와 이웃 간 상생, 돌봄 기능을 강화한 공동주택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것이다. 평가 항목에는 관리 투명성, 공동체 활성화, 에너지 절감, 육아·고령 친화 환경 등이 포함된다. 선정 단지에는 인증과 함께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되며, 도는 이를 통해 주거환경 개선과 공동체 문화 확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풍력발전 안전 강화…제도 개선 논의 본격화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최근 발생한 풍력발전 사고를 계기로 경북도는 3일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서는 사고 사례 공유와 함께 유지보수 기술, 안전관리 기준, 교육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특히 정부 차원의 통합 안전지침 마련과 정기검사 주기 조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도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고,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기능인재 301명 참가…경북 기능경기대회 개막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는 지역 기술 인재 발굴을 위한 기능경기대회를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개최하고 숙련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도내 여러 경기장에서 분산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는 다양한 직종에서 300여 명이 참가해 기술을 겨룬다. 입상자는 전국대회 출전 기회를 얻게 된다. 도는 기능경기대회를 통해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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