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진사갈비’ 정책자금을, 대부업체 싸게 대출…공정위, 제재 착수

명륜당이 저리로 정책자금을 받아 자사 대부업체에 빌려준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또, 외식업체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의 대부업체들은 가맹점을 상대로 연 최대 18%의 고리 대부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6일 명륜당과 계열회사인 대부업체 14곳의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행위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들에게 송부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그에 대한 조치 의견을 기재한 문서로, 검찰의 공소장과 유사하다. 심사보고서 심의가 시작되면 공정위는 제재 절차에 돌입한다. 공정위 심사관은 명륜당이 2021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4년 3개월간 자사 대부업체에 정상 금리보다 상당히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봤다. 조사 결과, 명륜당은 2021~2024년 총 14개 대부업체를 순차적으로 설립한 뒤 산업은행의 정책자금 등을 받아 업체당 100억원 한도로 대여했다. 이후, 대부업체는 저리로 받은 자금을 가맹점주에게 높은 이율로 빌려줬다. 심사관은 “당시 14개 대부업체는 신생 업체로서 독자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명륜당으로부터 연 4.6% 수준의 저금리로 자금을 제공받았다"고 설명했다. 14개 대부업체는 정상보다 상당히 적은 이자를 부담하게 돼 약 217억원의 경제상 이익을 지원받았다는게 공정위 판단이다. 아울러, 명륜당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받은 대부업체들은 인테리어 비용 등이 필요한 가맹점주에게 연 12∼18%의 고금리로 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10일 명륜당을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로 소회의에 회부했다. 심사관은 명륜당의 대부업체 저리 대출을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로 판단했다. 심사관은 심사 보고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법인·개인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들의 서면 의견 제출, 증거자료의 열람·복사 신청, 의견진술 기회 제공 등의 절차를 통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며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열회사에 부당하게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경북 북부권, 민선 9기 혁신부터 문화·먹거리·의정 새 출발

◇황병직 영주시장 “시민이 불편을 감수하는 행정은 끝"…민선 9기 첫 혁신 과제는 '관행 깨기' 영주=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시민이 행정의 불편을 감수하는 시대가 아니라, 행정이 시민의 편의를 위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민선 9기 영주시정이 대규모 신규 사업보다 시민 생활 속에 남아 있는 불편한 행정 관행을 걷어내는 데서 변화의 첫발을 뗀다. 영주시는 7일 시청 강당에서 황병직 시장 취임 이후 첫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부서별 업무 관행과 반복 민원을 시민의 시각에서 다시 점검하는 행정혁신에 착수한다. 이번 회의는 민선 9기 시정 비전인 '시민을 봅니다, 영주를 엽니다'를 행정 현장에 구체화하는 첫 간부회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통상적인 업무보고 형식에서 벗어나 별도의 회의자료 없이 간부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논의의 출발점은 행정 내부에서는 익숙하지만 시민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업무 방식이다. 각 부서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민원과 불필요한 절차, 오랜 기간 '원래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유지된 관행을 꺼내놓고 실제 개선 가능성을 함께 찾는다. 황 시장은 특히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것만큼 현재 시행 중인 정책과 업무를 시민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행정 편의를 기준으로 유지돼 온 절차를 시민의 시간과 비용, 접근성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취임 당시 제시한 행정혁신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황 시장은 오래된 관행과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다르며, 정책은 만들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시민이 변화를 체감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을 민선 9기 시정의 핵심 가치로 제시해 왔다. 세 차례의 권한대행 교체 속에서도 시정을 유지해 온 공직사회에 대한 격려도 전했다. 행정 공백 우려 속에서 현장을 지킨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새 시정 출범에 맞는 변화도 주문했다. 영주시는 앞으로 부서별 행정혁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 상황을 관리할 계획이다.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이 일상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불편을 먼저 찾아 해결하는 생활밀착형 혁신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민선 9기 영주시정의 첫 시험대는 새로운 사업의 규모가 아니라 시민이 “행정이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는 변화의 속도가 될 전망이다. ◇흙과 불로 태어난 청송백자, 사진 속 빛을 입다…작은미술관 첫 전시 '빛에 머문 기억' 청송=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청송의 흙과 물, 불 그리고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청송백자가 사진예술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과 만난다. 청송문화관광재단은 2026년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 지원사업의 첫 전시로 청송백자 사진연출전 '빛에 머문 기억'을 오는 9일부터 30일까지 남관생활문화센터 1층 작은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완성된 백자의 아름다움만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흙을 빚고 유약을 바르고 가마의 불을 기다리는 제작 과정, 장인의 손길, 청송백자전수관의 공간과 풍경까지 사진에 담아 한 점의 백자가 완성되기까지 축적되는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관람객은 사진 속 빛과 질감, 공간의 분위기를 따라가며 청송백자 특유의 맑고 절제된 미감을 만날 수 있다. 사물을 기록하는 사진을 넘어 청송이라는 장소와 사람, 전통기술이 함께 만든 지역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청송백자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활문화, 장인의 기술이 오랜 시간 축적된 대표 문화자산이다. 재단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 공예를 과거의 유산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현대적인 전시 언어로 다시 해석해 관광객과 지역민에게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전시가 열리는 남관생활문화센터 작은미술관 역시 주목된다. 작은미술관 사업은 지역의 유휴공간과 생활문화시설을 활용해 주민들이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청송문화관광재단은 앞으로 이 공간에서 청송의 문화자원과 지역 정체성을 담은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역민에게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히고, 관광객에게는 청송을 기억하게 하는 또 하나의 문화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번 '빛에 머문 기억'은 청송백자를 전시하는 자리를 넘어 지역의 전통문화가 사진과 공간을 만나 어떻게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어수리가 술빵으로, 곰취가 쌀도넛으로…영양 산나물, 디저트 시장 문 두드린다 영양=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나물과 반찬으로 익숙했던 영양 산나물이 술빵과 버터떡, 쌀도넛으로 변신하며 새로운 먹거리 시장에 도전한다. 영양군농업기술센터는 우리음식연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산나물 디저트'를 주제로 지역특화식품 개발 교육을 진행한다. 이번 교육의 핵심은 산나물의 활용 범위를 전통 한식에서 디저트 분야까지 넓히는 데 있다. 산나물이 가진 건강성과 지역성을 유지하면서 젊은 소비층과 관광객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시도다. 교육 과정에서는 어수리술빵과 어수리버터떡, 곰취쌀도넛 등 지역 산나물을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직접 만들고 상품화 가능성을 살펴본다. 영양은 전국적인 산나물 주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소비 방식은 주로 생채와 건나물, 반찬류에 집중돼 왔다. 디저트 개발은 기존 농산물의 소비 범위를 넓히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 농산물을 단순히 생산·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가공과 체험, 관광을 결합할 경우 농가 소득과 지역 브랜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색 있는 디저트가 개발되면 축제와 관광지, 카페, 로컬푸드 매장 등 다양한 유통·소비 공간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에 참여하는 영양군우리음식연구회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향토음식과 특화음식을 연구해 온 여성학습단체다. 그동안 교육과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지역 식문화 확산에도 참여해 왔다. 영양군은 이번 교육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일회성 체험에 머물지 않고 실제 지역 대표 먹거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나물 디저트의 상품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전통 산나물이 젊은 감각의 디저트로 변신하는 이번 도전이 영양의 새로운 미식 관광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초심은 군민에게, 의정은 현장으로"…제10대 영양군의회 4년 항해 시작 영양=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제10대 영양군의회가 '소통과 화합'을 전면에 내걸고 앞으로 4년간의 의정활동에 들어갔다. 영양군의회는 6일 본회의장에서 개원식을 열고 군민 복리 증진과 지역 발전을 위한 제10대 의회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오도창 영양군수를 비롯한 공직자와 내빈들이 참석했다. 개원에 앞서 실시된 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는 홍점표 의원이 의장, 신승배 의원이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됐다. 새 의장단 출범과 함께 제10대 의회의 운영 방향도 제시됐다. 핵심은 '신뢰', '정책 역량', '현장 소통'이다. 영양군의회는 원칙을 지키면서 집행부와 상생하는 '신뢰받는 의회', 지역 현안을 연구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는 '역량 있는 정책 의회', 군민의 생활 현장과 가까이 호흡하는 '소통 중심의 밀착형 의회'를 의정 운영의 세 축으로 삼았다. 제10대 의회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경제 침체, 생활 기반 확충 등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 현안에 대해 집행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넘어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집행부와의 관계 역시 중요한 시험대다. 의회 본연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지역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 앞에서는 협력할 수 있는 균형 있는 관계 설정이 요구된다. 홍점표 신임 의장은 지난 제9대 의회가 쌓은 자치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는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라며, 소속과 정파를 넘어 군민을 중심에 둔 합리적인 의회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의원들은 선거 과정에서 군민에게 약속했던 초심을 되새기고,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의정활동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영양군의회는 오는 28일 제314회 임시회를 열어 군정 주요 업무보고를 청취하고 시급한 안건을 처리한다. 개원 선언을 넘어 실제 민생 현안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제10대 의회의 첫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외환시장 24시간’ 돌입, 환율 변동성 낮추나…구윤철 “원화 매력 높일것”

6일 서울 외환시장이 24시간 운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외환거래가 가능해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도가 커지고, 원화 가치도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했다. 최근 1500원대 중반으로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24시간 결제가 가능한 역외 원화 결제시스템 구축 등의 추가 조치도 필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첫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외환 딜링룸을 찾아 “24시간 외환시장 개장은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단순 거래시간 확장 조치를 넘어 외환 거래에 있어 선진시장 수준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추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과, 세계 국채지수(WGBI) 편입 등 한국 외환·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초 우리 외환시장은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 문을 여는 시스템으로 시작됐다. 이후 2016년부터 폐장 시간이 오후 3시 30분까지 연장됐다. 이어 2024년 7월부터 오전 9시에서 자정까지로 거래 시간이 더 늘어났고, 이날부터 24시간 거래 운영 체제에 들어갔다. 주말과 1월 1일만 제외하고, 한국 공휴일에도 거래가 가능하다. 하나은행과 해외지점 외환딜러, 수출기업 등 참석자들은 “우리 은행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외환시장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24시간 개장으로 우리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가 확대될 것"이라며 “관련 시장 영향 및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한 오전 6시 1527.6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 9시 경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1.8원 오른 1537.4원을 기록했다. 현재 1530원대 안팎에서 등락 중이다. 정부는 24시간 개장 체제로 국내 수출입기업의 실시간 환리스크 대응이 가능해지고, 국내 금융기관·중개사의 영업 확대 등 시장 참여자에게 새로운 편익과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원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여 환율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물환 거래 중 NDF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원화 선물환 거래에서 NDF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약 80%에 달해 전 세계 평균(21%)보다 크게 높다. NDF 시장은 실제 달러를 주고받지 않고 차액만 정산하는 장외 거래소를 의미하는데, 원·달러 환율의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 과거처럼 외환시장이 야간에 문을 닫았을 때는 런던, 뉴욕 등 해외 시장 변수가 다음 날 개장과 함께 환율 변동성으로 반영되는 구조였다. 예컨대, 중동전쟁 발발 등의 영향으로 다음 날 한국의 외환시장은 높아진 NDF 환율에 대응해야 했다. 하지만, 24시간 거래 체제로 바뀌면서 시간 제약으로 역외 NDF 시장에 머물던 거래 수요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달러 공급 확대로 이어져 원화 가격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야간 개장으로 이뤄지는 정보가 역내 시장에서 연속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면 개장 환율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거래시간이 야간으로 연장돼 수시로 가격이 반영되면서 개장 직후 환율이 급격히 뛰는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전과 달리 야간에 발생한 대외 충격이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될 경우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거래시간 연장과 함께 24시간 역외 원화 결제시스템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국외 투자자들은 그동안 역외 외환시장이 없어 원화 환전의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원화 국제화를 하려면 24시간 개장과 동시에 역외에서도 원화가 실시간 안전하고 불편함 없이 거래될 수 있는 인프라가 완비돼야 한다"며 “NDF 시장 야간 변동성에 대비, 충분한 유동성 확충과 모니터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역외 원화 결제시스템 시범 운영에 들어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구 부총리는 “24시간 공백없는 모니터링과 원활한 24시간 거래를 지원하는 한편, 결제도 24시간 가능하게 하는 역외 원화 결제시스템 등 다른 외환시장 개혁 조치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4000조 쏟아붓는다”...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성공조건은?

삼성과 SK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3대 축으로 4000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전력·용수 등 인프라 선확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재설계, 반도체 경기 변동에 대비한 속도 조절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6일 나왔다. 막대한 투자 규모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결국 물과 전기라는 데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었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물이 없으면 가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폭염·가뭄·홍수 등 기후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5년 또는 10년 단위 계획을 세워 기후 위기에 대비한 시설을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력 공급 체계에 대해서도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제주처럼 지역에서 자체 생산해 자체 소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도 공통으로 지적됐다. 정 교수는 “AI 및 신규 팹은 전기가 끊어지지 않고 공급돼야 하므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RE100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원자력·수력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제도 정비보다 원자력 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국민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더 큰 과제"라고 짚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도 “신재생의 간헐적 전력 생산 문제는 원자력이나 LNG 발전소를 보완책으로 삼으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업용수와 관련해 이 교수는 “팹 4개 라인을 가동하려면 하루 60만~80만 톤이 필요한데 해당 지역은 100만 톤까지 대응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 확실히 가동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프라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투자 효과가 전후방 산업까지 미칠지는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장 유치와 소부장은 별개 이슈"라며 “반도체 공장이 지방에 지어지면 소부장도 같이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삼성·SK 등 대기업에는 800조원, 1000조원씩 지원되지만 소부장 지원은 1조원, 2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번 메가프로젝트 지원에서 소부장은 사실상 빠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봤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별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 SK하이닉스 등에 납품할 R&D 역량을 갖춘 핵심 플레이어는 10개 안팎에 불과하다"며 “클러스터가 커져도 나머지 기업들까지 동반 성장하는 '브로드 베이스'는 불가능한 환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차별적 재원 살포가 아닌 핵심 기술력 기준의 국민성장펀드 및 인센티브로 전략적으로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은 지역별 역할 분담론을 제시했다. 그는 “수도권(R&D·칩)-구미(소재·부품)-천안(HBM 패키징)-광주(양산)로 이어지는 철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화학·가스 등 소재 공장은 환경·안전 규제상 수도권 구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구미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소재·부품 전용 거점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학회장은 “정부가 공언한 '용인 클러스터 12년 단축'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여야의 특별 예산 확보와 '원스탑 규제 완화'가 당장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한 뒤 부지를 선정하는 현행 규제를, 환경평가와 부지 선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통합 심사 원스탑 서비스로 바꿔야 한다"며 “아무리 정부가 약속했어도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하지 못해 예산 확보가 지연되면 전체 청사진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그 '속도전'의 전제조건이 되는 재원 마련부터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신 교수는 “정부 국고 지원은 얼마인지, 어떤 형태로 돈을 조달하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아직 안 나와 있다"며 “실제로 돈이 조달될지, 세금 지원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예산과 인허가가 해결돼 팹이 지어진다 해도, 사람이 실제로 그 지역에 정착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경 연구위원은 “종합 대책 없이는 주중엔 지방에 살다 주말엔 SRT를 타고 서울로 상경하는 '세종시 출퇴근 현상'이 재현될 뿐"이라며 “지방 이전 기업과 인력에게 가업상속공제 완화, 분양권 특혜 등 기존 규제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정주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방 거주자들이 의료·인프라 때문에 결국 서울로 원정 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학과 병원이 결합된 종합 도시계획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인력 수급에서 대기업보다 협력사의 어려움을 우려했다. 그는 “대기업은 처우가 좋아 인력 이동을 걱정하지 않지만, 중소·중견기업이 다수인 협력사는 인력 부족이 우려된다"며 “산학협력 모델이나 계약학과 등을 통해 미리 지역과 연계해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도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서울에 오지 않아도 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외국인 인력 제도 개선도 함께 제안했다. 그는 “대학 1~4학년 방학 기간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체험형 단기 인턴십 제도를 대폭 늘리고, 학생비자로 입국했다가 취업비자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황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뒤따랐다. 신 교수는 “반도체는 영원히 호황일 수 없으며 가격 급등락이 심한 산업"이라며 “전 세계가 국가전략산업으로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어 공급 과잉으로 향후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무리하게 벌릴 게 아니라 시황을 봐가며 1기·2기·3기·4기 형태로 단계를 쪼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경 연구위원도 시황 연동 완급 조절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장비 가격이 너무 비싸 투자 타이밍으로 좋지 않다"며 “다만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명분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흔들고 투자를 강요한다면 한국 경제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 역시 “생산라인을 한꺼번에 다 짓는 것이 아니라 1개 라인을 먼저 짓고 다음 라인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착공을 늦추는 '속도조절'로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특별기획-서남권 반도체]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 ③ 왜 해남인가…AI 시대,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가 반도체를 부른다

최근 정부와 삼성, SK그룹의 전남·광주권 대규모 1000조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기대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투자 규모와 입지, 파급효과를 놓고 다양한 전망과 해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지는 독자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전하고자 5부작 특별기획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를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왜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무게중심이 서남권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지역과 국가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이재현 백준 기자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공장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 시대에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초거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은 하루 수십만 가구가 사용하는 수준의 전력과 대규모 산업용수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정부가 서남권을 새로운 첨단산업 거점으로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특히 전남 서남권은 국내 최대 수준의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 잠재력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상대적으로 넓은 산업용지, 추가 확보가 가능한 용수는 AI 시대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이 같은 여건 때문에 정부와 기업에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이 서남권 프로젝트 핵심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 해남 솔라시도와 RE100…산업지도를 바꾸는 에너지 해남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에너지'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RE100 달성 여부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참여에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전남은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기반으로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 잠재력을 보유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정부도 서남권의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의 핵심 기반으로 제시했다. 해남 솔라시도 일대는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 미래산업이 결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며, 지역에서는 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 한 곳을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비와 소재, 물류, 유지보수, 건설, 연구개발, 정보통신, 서비스업까지 다양한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협력기업 유치와 지역 상권 활성화, 신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지역 경제계는 “반도체 산업은 하나의 공장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산업 구조를 바꾸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한다. 해남에서도 미래산업 유치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청년들 “이번에는 달라졌으면" 해남은 오랫동안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지역에서는 첨단산업이 들어설 경우 양질의 일자리와 정주 여건 개선으로 청년들이 다시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 유지보수,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지역 대학과 직업 교육기관도 이에 맞춘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한다면 산업과 교육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대규모 반도체 산업은 안정적인 송·배전망과 산업용수 확보, 교통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들은 투자 발표보다 실제 인허가와 기반시설 조성 속도를 중요하게 본다. 정부가 약속한 인프라 지원과 원스톱 행정 체계가 얼마나 신속하게 작동하느냐가 향후 투자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해남은 국가 첨단산업의 중심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는 산업 입지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용수, 넓은 산업용지, 그리고 서남권 산업벨트의 연결성은 해남이 새로운 가능성을 갖게 된 배경이다. 아직 모든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 산업 전략이 서남권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해남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해남지역에서도 첨단산업 유치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청년들의 지역 정착과 인구 유입,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연관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으로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반면 지역 정재계에서는 투자 계획이 실제 공장 건설과 고용으로 이어질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을 막고,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 명현관 군수 “해남 미래를 바꿀 역사적 기회" 해남군도 이번 서남권 첨단산업 프로젝트를 지역 발전의 전환점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미래를 보고 해남 솔라시도를 선택해준 기업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비롯한 관련 산업 기반 구축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업은 대한민국 AI 산업 발전의 중요한 전기가 되는 것은 물론 해남이 미래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행정 지원과 정주여건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남은 아직 확정된 투자지가 아니라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후보지다. 그러나 AI 시대가 요구하는 재생에너지와 산업용수, 넓은 산업용지, 그리고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 기반을 갖춘 지역이라는 점에서 해남은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뀌는 현장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와 기업, 지자체의 약속이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해남은 그 가능성을 실행으로 증명해야 하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이슈&인사이트] 호남 반도체 성공 투자에는 타당성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했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한국형 AI 산업혁명 완성을 위해 기업들의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계획과 정부 지원 방안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이다. 내용은 서남권(광주·전남)을 제2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총 895조 원의 기업 투자를 통해서 메모리 팹 4기를 짓는다. 정부 목표는 5년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배가하고 이를 통해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력망과 용수, 부지, 인력 확보 등 기반 시설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만큼, 향후 정부 지원책과 기업 투자계획의 구체화, 그리고 스피드 여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의 분수령이 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여유가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 주도형 투자다. 첫 구상은 SK가 2019년, 삼성이 2023년이었다. 삼성전자 클러스터는 시스템 반도체 팹 6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부지는 710만 m2로 300조 원이 소요되어 2042년 완공 목표다. SK하이닉스 클러스터는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414만 m2의 부지에 120조 원을 투자하여 2027년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그런데 먼저 출발한 SK도 2025년, 6년 만에 겨우 공사를 위한 첫 삽을 떴다. 산단 조성에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 토지 수용, 주민 보상 절차의 장기화가 원인이었다. 호남 반도체 투자 성공에는 속도가 절대적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이 첫 삽을 뜨는 데만 6년이 걸린다면 성공은 없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왜냐하면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5년 이후까지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더욱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기업 주도형보다는 관제 성격을 갖고 있다. 호남판 국책 사업이 정권에 따라 어떻게 표류하는지 새만금 사례가 입증한다.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사업이 개시되어 20년 만인 2010년 방조제가 완공되었지만, 35년이 지난 지금도 표류하고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속도전 사례로 일본 TSMC 구마모토 공장을 제시한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원스톱' 지원으로 2년여 만에 완공되었다. 2021년 10월 투자 발표 이후 2024년 2월 준공식을 거쳐 연말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효율적인 정부 지원, 표준화된 공장설계, 협력사 생태계, 신속한 행정이 결합하면 2년 만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또 다른 사례로 대만 남부 가오슝시에 있는 TSMC 반도체 클러스터가 있다. 가오슝의 공장용지는 정유공장 자리로 토양오염이 심각했다. 오염제거만 30년이 소요된다고 할 정도로 최악의 조건이었다. 전력원은 노후화된 화력발전소였다. 그런데 4년여 만에 TSMC의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할 수 있었던 것은 가오슝시 정부가 '예산 폭탄'을 퍼붓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속도전을 벌인 결과다. 환경영향평가에 걸린 기간은 불과 한 달 반, 애초 30년이 걸린다던 오염 정화는 1년 만에 끝냈다. 가뭄으로 공업용수가 부족해지자, 농업용수를 끊고 전국적인 휴경을 단행한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후보지인 광주의 '첨단 3지구'나 해남의 '솔라시도'가 모두 주거·산업·연구 생태계가 연계되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기업·정부의 발상 전환이 있다면 호남클러스터가 용인보다 빠르게 5년 이내에 가시화될 수 있다. 발상 전환을 위해서 반도체 클러스터가 호남을 구조적 낙후에서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이 요구된다. 절실함으로 '민주화의 성지'에 덧씌워진 '강성 노조'의 이미지를 제거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일이 타당성 플러스알파 과제다. bienns@ekn.kr

[기획] 공장은 커지는데 규제가 길을 막았다…경산 기업들 “투자할 수 있게 낡은 빗장부터 풀어달라”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산의 산업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자동차부품과 기계·전기전자 산업이 이끌어온 전통 제조도시에 바이오·화장품·신재생에너지·첨단소재 기업들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성장축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기술과 시장은 앞서가는데 입지와 산업단지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공장을 넓히려 해도 건폐율에 막히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려 해도 산업단지 입주업종 제한에 발목이 잡힌다. 공동 교육장과 세미나 공간이 부족하고, 산업단지 내부 도로의 불편한 교통체계는 물류 흐름까지 더디게 한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특혜가 아니다. 이미 투자한 기업이 공장을 확장하고,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의 문턱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경북도가 지난 3일 경북테크노파크 국제회의실에서 연 '기업규제 개선 현장 간담회'는 이 같은 기업 현장의 고민을 한자리에서 드러낸 자리였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비롯해 경산시와 관계기관, 지역 기업인 등 40여 명이 참석했지만 논의의 중심은 행정기관의 정책 설명이 아닌 기업이 실제 경영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에 맞춰졌다. ▲성장한 공장, 달라진 주변 여건…투자 시계 멈춰 세운 입지 규제 이날 현장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제기된 문제는 기업의 투자 확대와 직결된 입지 규제였다. 한 제조기업은 공장을 설립한 이후 주변 지역의 용도 지정이 달라지면서 건폐율 제한에 묶여 생산시설을 확장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설명했다. 기업은 같은 장소에서 사업을 이어왔지만 주변의 행정적 여건이 바뀌면서 오히려 성장의 제약을 받게 된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 공장 증설은 단순히 건물을 넓히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량 확대와 신규 설비 도입, 고용 창출을 결정하는 투자 행위다. 증설이 막히면 기업은 투자를 늦추거나 다른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업은 기존 공장의 생산라인과 물류망, 협력업체, 숙련 인력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이전에 따른 부담이 크다. 현장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기업의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획일적인 규제 적용에서 벗어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단지의 입주업종 제한도 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됐다. 과거 하나의 업종으로 출발한 기업이라도 기술 융합과 시장 변화에 따라 사업 영역을 넓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동차부품 기업이 전기차나 에너지 분야로 진출하고, 소재기업이 바이오와 친환경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에 정해진 업종 범위가 새로운 사업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면 기업은 기술과 투자 여력을 갖추고도 신사업에 진출하기 어렵다. 산업단지가 기업을 모으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기반이 되려면 입주 당시의 업종을 기준으로 기업 활동을 묶어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 변화에 맞춘 유연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조도시에서 신산업 거점으로…경산의 변화가 규제 개선 서두르는 이유 경산은 경북 남부권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표적인 제조업 도시다. 자동차부품과 기계, 전기·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기반을 쌓아왔고, 진량산업단지와 경산지식산업지구를 중심으로 기업 집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바이오·의약품과 화장품,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이 기존 제조업 기반 위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산업구조 변화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기회지만 기존 제도와의 충돌 가능성도 함께 키운다. 신산업은 전통 제조업보다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하다. 하나의 기업이 연구개발과 제조, 자원순환, 에너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 산업 분류를 기준으로 설계된 입지와 인허가 제도가 기업의 사업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규제 자체가 투자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경북도가 이번 간담회에서 입지 문제뿐 아니라 환경 인허가, 순환자원, 수출, 산업안전, 기업지원 절차까지 폭넓게 들여다본 것도 기업 경영을 가로막는 문제가 하나의 부서나 제도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 안 규제만 문제가 아니다"…도로·교육시설도 기업 경쟁력 좌우 기업 현장의 요구는 법과 제도의 개선에만 머물지 않았다. 경산지식산업지구 기업들은 교육과 세미나, 기업 간 교류에 활용할 수 있는 공동시설 확충 필요성을 제기했다. 산업단지에 기업이 늘어나는 것과 비교해 입주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지원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량산업단지에서는 도로 여건이 문제로 떠올랐다. 공단 내부에 필요한 좌회전 통행로 설치 요구가 대표적이다. 일반 도로에서는 작은 불편으로 보일 수 있지만 대형 화물차와 납품 차량의 이동이 잦은 산업단지에서는 교통체계가 물류비와 운송시간,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금과 기술 지원뿐 아니라 공장 주변의 도로와 교통환경까지 산업정책의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친환경 산업을 둘러싼 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재활용 스티로폼의 수거체계를 강화하고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환경 관련 인허가 절차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재활용과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절차와 제한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K-뷰티 수출부터 재생에너지까지…규제의 경계 넓어졌다 경산의 새로운 성장산업 가운데 하나인 화장품 분야에서는 수출 경쟁력과 브랜드 보호 문제가 제기됐다. 화장품 제조업자 의무표시 제도가 해외시장 진출 과정에서 국내 브랜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현장의 의견이 나오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논의됐다. K-뷰티의 해외시장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규정이 기업의 브랜드 전략과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소득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지역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지역 업체가 배제되면 투자 효과가 지역경제로 충분히 이어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복잡한 신청절차,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한 안전관리 지원, 대구·경북 공공사업의 통합발주, 기술력을 갖춘 여성기업 육성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더 이상 자금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지와 행정절차, 인력, 안전, 교통, 수출제도까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복잡해지면서 규제 개선 역시 개별 민원 처리에서 종합적인 기업환경 개선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간담회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해결 여부 끝까지 추적한다 기업 규제 간담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에서 나온 건의가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경북도는 이번에 접수된 사안을 처리 가능성에 따라 나눠 대응할 방침이다. 도와 시·군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관계부서 검토를 거쳐 조치하고, 법령 개정이나 중앙정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중앙부처 건의과제로 넘겨 지속적으로 협의한다.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려운 과제는 '기업규제 현장지원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처리 과정과 결과를 관리하기로 했다. 이는 기업의 건의사항을 단순히 '접수'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해결 여부를 추적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기업들이 규제 개선을 체감하려면 건의 건수보다 해결된 과제와 투자로 연결된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기업규제 현장지원단을 중심으로 산업별·지역별 현장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바이오 분야에 이어 이번에는 경산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앞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식품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경산 간담회가 주목되는 이유는 기업의 요구가 단순한 지원 확대에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기업들은 보조금을 늘려달라기보다 투자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며, 생산과 물류 과정의 불편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경산이 전통 제조업 도시를 넘어 바이오와 화장품, 첨단소재를 아우르는 신산업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변화 속도와 행정의 제도 개선 속도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기업이 떠난 뒤 규제를 고치는 것보다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지역경제에는 훨씬 큰 효과를 가져온다. 이번에 쏟아진 현장의 요구가 실제 공장 증설과 신규 투자,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OECD 경고, 한국 연금 68세부터…재정개혁 없다면 “2050년 나랏빚 20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고령화에 따른 연금 고갈, 재정 부담 등이 지속되면 오는 2050년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연금·교육·노동 구조개혁과 함께 재정건전화 노력을 병행하면 부채 비율을 100% 안팎에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OECD가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51.4%로 이전 전망치(48.2%)보다 상향 조정됐다. 내년에도 50.2%에서 52.3%로 오를 전망이다. 특히, 현재 정책 유지로 고령화에 따른 재정 압박이 이어지면 정부부채 비율은 2050년까지 200% 이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재정건전화 노력을 하면 2050년 100% 안팎, 2060년에는 125%로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생산성과 고용을 높이는 구조개혁까지 함께 추진하면 2060년 60%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경제 정상화 이후 재정 건전화를 시작하고 추가 연금 개혁과 세입 기반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부채비율 급증 지적에 정부는 증가 추세인 명목 GDP가 반영되지 않아 재정 상황, 부채 비율 전망은 물가 등 다른 지표와 함께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명목 GDP는 실질 GDP 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이 더해진 지표로,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파악할 때 활용된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을 때 추정치를 보여준 현실성 없는 수치"라며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명목 GDP도 감안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OECD는 한국의 고령화 심화에 주목, 불어나는 재정 고갈 위험에 대비한 연금 개혁 추진도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금지출은 2025년 대비 2060년 GDP의 약 5%포인트(p) 늘어 OECD 평균 증가 폭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OECD는 오는 2035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납입 상한 연령을 함께 올릴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상향되고 있다.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되는 방식이다. OECD는 “수급 개시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늦추고, 기대수명 증가분의 3분의 2만큼 추가로 연동하는 포괄적 연금 개혁을 단행할 경우 2060년 GDP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1.9%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OECD는 교육과 함께 노동시장 구조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71%에 달하지만 성인의 교육훈련 참여율이 낮고, 학위 과잉 공급 등으로 청년들이 고용 부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OECD는 “고등교육 등록금 인상 허용과 초·중등 과정의 세수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며 “정규직 근로자 고용보호 완화, 사회보험 가입 확대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OECD는 한국 정부에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 정책은 지속하되 부정확한 재정 지출 축소를 위한 지출 재배분 노력 등 중장기적 재정건전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OECD는 “장기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중기 재정 목표와 의무적 지출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화된 재정 틀에 대해 폭넓은 정치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재정 투명성을 감시할 독립 재정기구를 도입하면 재정 운용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재경부는 “OECD가 제안한 정책 권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정책 추진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태백 매봉산 찾아 고랭지 배추 생육 점검

강원=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여름철 배추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전국 최대 고랭지 배추 산지를 찾아 생육 상황을 점검했다. 강원도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일 태백시 창죽동 매봉산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를 방문해 작황을 살피고 농업인들의 현장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여중협 행정부지사와 이상호 태백시장, 농촌진흥청, 농협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배추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병해충 방제와 생육관리 지원, 씨스트선충 공적방제 추진 상황, 노지 스마트팜 지원사업 등을 점검했다. 매봉산은 여름철 배추 공급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고랭지 산지다. 8월 중·하순 출하가 집중되지만 최근에는 재배면적이 줄고 연작으로 인한 병해충 피해가 늘어나면서 생산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농가는 양배추 등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안정적인 생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원도는 이러한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농산물 광역수급관리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를 중심으로 배추 재배 농가에 예비묘와 저온성 멀칭필름, 점적관수 테이프 등 생산 안정 자재를 지원하고, 공동방제 비용과 가뭄 시 급수차 운영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가격 하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도매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채소류 가격차보전 사업을 병행한다. 이를 통해 농가의 경영 부담을 줄이고 수급 안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재배면적 감소와 병해충 확산, 폭염과 폭우 같은 이상기후가 겹치면서 여름철 배추 수급 불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공급과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중협 도 행정부지사는 “기후변화와 병해충은 이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농업 현장의 상시 위험요인이 됐다"며 “농산물 광역수급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수급 관리체계를 운영해 생산 현장의 어려움을 줄이고, 농업인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수도권에만 몰렸던 투자금”...국민성장펀드 ‘1조 지방리그’ 신설

정부가 수도권에 쏠린 벤처투자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방 기업을 겨냥한 전용 투자펀드를 신설한다. 국민성장펀드 내 '지역전용리그'를 통해 향후 5년간 1조원을 지방 기업에 집중 공급하고, 부산을 비롯한 지역 첨단산업 육성에도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날 부산 유라시아플랫폼에서 '부산지역 첨단산업·벤처생태계 간담회'를 열고 지역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부산과 동남권 첨단산업 현장의 애로를 듣고 국민성장펀드 운영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위는 지역 창업과 상생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보육 플랫폼을 확대하고 민관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국민성장펀드 안에 지역전용리그를 새로 만들어 향후 5년간 1조원을 지방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해당 펀드는 결성 자금의 60% 이상을 지방 소재 기업에 의무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달 중 3곳 안팎의 운용사를 선정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펀드 조성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현재까지 국민성장펀드 승인을 받은 21개 사업 가운데 부산 기업이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향후 2차 메가 프로젝트에 포함된 미래 모빌리티와 방산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부산에서도 국민성장펀드 승인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역으로 자본이 흘러가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정보의 불균형과 생산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으로 자본이 스스로 찾아가지 않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의 경쟁력으로 항만 인프라와 MRO(유지·보수·정비) 클러스터를 꼽으며, 첨단산업을 대표할 기업 육성과 벤처생태계 활성화가 함께 이뤄져야 부산의 강점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 업계에서는 투자 생태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안도 이어졌다. 지역 벤처캐피탈 시리즈벤처스의 곽성욱 대표는 지역에는 투자 운용사뿐 아니라 자본과 산업이 연결될 수 있는 교류 공간도 부족하다며 도심 복합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BNK벤처투자는 지역 전용 세컨더리 펀드가 마련되면 투자 회수와 재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대한항공은 간담회에서 항공 피지컬 인공지능(AI)과 지능형 전장관리 운영체제(OS) 등을 기반으로 무인기 산업 생태계를 확대하고 미래항공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과의 상생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오늘 간담회에서 제기된 지역 운용사 인센티브, 지역 첨단 생태계 기업의 자금 접근성 확대 등 의견을 수렴해 현재 준비 중인 '국민성장펀드 운영 개선방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재수 부산시장과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 김성주 부산은행장을 비롯해 대한항공, 크리스틴컴퍼니, 한국정밀소재, 레디로버스트머신 등 지역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부산이 기업의 창업과 성장, 투자까지 이어지는 기반을 갖춰야 지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와 금융권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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