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형 로봇청소기를 원하는 고객이 주로 로보락 제품을 찾습니다."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 '베스트바이' 직원이 한 말이다. 전시된 제품이 안보여 “로보락 제품은 없냐"고 묻자 “여기는 없다"며 이처럼 답했다. 매장 한쪽에 진열된 에코백스 제품은 “소비자들이 제품에 만족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로보락·에코백스가 중국 브랜드 아니냐는 질문에는 “확인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고객 맞춤 전략'을 앞세워 미국을 공략하고 있다. 시장 특성을 면밀히 파악한 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내 사회공헌활동 전개를 계획하는 등 중장기적인 성장 전략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가전 시장이다. NICE신용평가가 3월 발간한 '미국의 관세부과가 한국 가전산업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전제품 소비 규모는 전세계에서 약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점유율을 살펴보면 냉장고 29.5%, TV 21.1%, 세탁기 18.6% 등이다. 로봇청소기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 자료를 보면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22년 56억달러(약 7조5700억원)에서 2030년 298억달러(약 40조31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미국은 12억달러(약 1조6200억원)에서 77억달러(약 10조42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세계에서 팔리는 로봇청소기의 20~25% 가량은 미국으로 간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하고 있다. 점유율 통계는 각 업체가 저마다 유리한 방향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중국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맥상통한다. 미국 아이로봇과 샤크닌자가 1·2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수년 내 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에서는 '룸바(Roomba)' 로봇청소기로 잘 알려진 아이로봇(iRobot)이 시장을 선도해왔다. 아직까지도 아마존 판매 랭킹 등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기준 아마존 베스트셀러 랭킹을 보면 샤크닌자의 샤크, 앤커(Anker)의 유피(eufy), 아이로봇 룸바가 1~3위를 달리고 있다. 로보락·에코백스 등 제품은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샤크닌자와 아이로봇은 미국, 나머지는 중국 회사들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중국 기업이 1~4위를 석권했다. 로보락(19.3%), 에코백스(13.6%), 드리미(11.3%), 샤오미(9.9%) 등이다. OpenTools 등 미국 IT 매체들은 중국 브랜드가 급부상해 '아이로봇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내용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2015년 40%를 육박하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0%대로 떨어졌다는 게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재정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 무산 이후 미국 내 일자리 감소와 함께 중국 업체에 더 많은 시장을 내주게 됐다는 분석 기사도 나오고 있다. LA 곳곳 전자제품 매장에서 만나 사람들은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한 부부는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앤커를 미국 브랜드라고 알고 있었다. 설명하는 직원들도 대부분 회사 국적은 모르는 눈치였다. 로보락·에코백스 등이 '가성비'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상품 경쟁력만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배경이다. 세탁기·냉장고 등 전통 가전 분야 최강자인 삼성·LG전자 입장에서 '중국산 공세' 관련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는 배경에는 '맞춤형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다. 로보락 미국법인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은 딥 클리닝 성능보다 자동화된 청소 루틴, 손을 대지 않아도 되는 핸즈프리 기능을 선호하는 등 '시간 절약'을 중요시한다"며 “넓은 주거공간과 반려동물, 카펫·원목이 혼합된 바닥 등으로 인해 여러 종류의 바닥에 적합한 대응력과 대용량 먼지통, 반려동물 털 제거 기능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스펙보다는 직관적인 앱 조작, 충돌 방지 센싱, 유지보수 편의성이 실제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고급 제품인 로보락 사로스(Saros) 시리즈(Z70, 10, 10R)가 미국에서 잘 팔리고 있는 배경을 엿볼 수 있는 설명이다. 해당 제품군은 고급 내비게이션, 인공지능(AI) 기반 장애물 인식, 자동 물걸레 리프팅 등 기능을 갖췄다. 에코백스 미국법인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고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장하며 현지 고객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제초 효율, 동력, 주행 성능을 한층 강화한 잔디깎이 로봇을 선보였으며 창문 청소 로봇 '윈봇' 등 새로운 제품군도 함께 출시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간 통상 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미국 내 중장기전략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 로보락 미국법인 관계자는 “지속가능성, 교육, 시간 역량 강화 등 가치를 담은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기획 중"이라며 “브랜드의 장기적 성장과 연결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또 “단기적 매출보다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이라는 로보락의 브랜드 미션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진짜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일상을 단순화하고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