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th, 에너지가 미래다] “전기 아끼면 최고 7% 이자” SC제일은행, 이색상품 뭐길래

SC제일은행이 국토교통부와 함께 전기에너지 절감률에 따라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위기 등에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고객들에게 금리 혜택은 물론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25일 SC제일은행에 따르면 해당 이벤트는 두드림적금을 새로 가입한 고객 가운데 녹색건축포털 누리집에서 현재 거주 중인 주소지의 전기에너지 사용량 조회가 가능한 고객이 대상이었다. 1년 만기 두드림적금에 월 100만원 이하로 가입한 고객에 전기에너지 절감률에 따라 추가 우대금리 최고 3.5%포인트(p)를 만기에 적용해 최고 7.2%(이하 연, 세전)의 이율을 적용한다. 에너지 사용량 조회는 오는 6월 10일부터 가능하다. 에너지 사용량은 월 단위로 제공되며, 사용월로부터 3개월 이후에 조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월 에너지 사용량은 9월 둘째주 금요일부터 확인 가능한 것이다. 최종 에너지 감축률은 내년 2월 말께 확인할 수 있다. 두드림적금은 1년 만기 2.6%의 기본이율에 최고 1.1%포인트의 우대이율이 적용된다. 우대이율은 급여이체 0.4%포인트, 공과금 자동이체 0.2%포인트, 인터넷뱅킹 이체 0.1%포인트, 신용카드 실적 0.2%포인트, 자동이체 최고 0.2%포인트를 준다. 여기에 가입 다음달부터 6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전기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면 절감율에 따라 최고 3.5%포인트의 추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전기에너지 사용 절감율에 따라 0% 초과 5% 이하시 1.5%포인트, 5%초과시 3.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한편, 녹색건축포털 누리집은 전국 모든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사용량 정보를 구현한 시스템이다. 개별 건축물의 에너지사용량 정보와 통계자료를 제공한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탄소중립·지속성장 해법, 혁신 스타트업이 찾는다

정부가 국내 산업계의 탄소중립 실현 및 지속가능 경제성장의 해법을 '스타트업(창업기업)'에서 찾고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기후테크(기후 첨단기술)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우수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사업화 및 유동성 공급 등 정책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25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부터 '기후테크 혁신 스타트업 레벨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기술력만으로는 탄소중립 실현이 힘들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탄소중립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혁신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중기부가 제시한 목표는 크게 △중소기업 맞춤형 '공정혁신 및 자원순환' 기술 중점 육성과 △그린 혁신리더 육성을 위한 창업생태계 활성화 △글로벌 기후테크 네트워크 확장 △기후테크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제도 및 체계 정비 등이다. 먼저, 중소기업 맞춤형 분야 기술을 중점 육성하면서 기존에 수요가 많은 '시장선도 분야 기술의 상용화'에 힘을 싣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출 중소기업의 탄소 무역규제 대응에 도움이 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사업화를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중기부가 꼽은 중점 육성 분야는 '공정혁신 및 자원순환'으로, 스타트업은 기술 실증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6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포스코 등 기후 분야 관심도가 높은 대기업과 연계해 공동 사업화 및 조달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두 번째로는 기후테크 창업자의 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정부는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춘 '특화형 팁스(TIPS)' 운영사를 지정·활용해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기술 고도화를 견인하면서 사업화를 지원하는 모델이다. 뿐만 아니라, 관련 벤처캐피털 및 스타트업의 정기적인 네트워킹으로 민간자금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게이츠가 기후테크 투자를 목표로 설립한 BEV(Breakthrough Energy Ventures) 등 글로벌 펀드·보조금 정보를 제공하고, 팁스-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지원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창업기업의 해외 현지 진출 실증도 추진한다. 아울러 '기후테크 전용 규제자유특구'를 조성하는 등 관련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에도 힘쏟는다. 지역의 산업 환경이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클린테크 △카본테크 △에코테크 △푸드테크 △지오테크 등 기후테크 5대 분야별 특구를 새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내년까지 테마특구별 5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오는 2027년 기후테크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기후 스타트업 주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기후테크 혁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팀코리아’ 심기일전···글로벌 원전 시장 공략 ‘박차’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을 위해 뭉친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주 중단 같은 변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사 역할을 재정비하며 실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정부 역시 전방위 지원에 나서며 국가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 탄소중립 달성 등 원전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충분한 만큼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팀코리아가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및 파트너를 물색하는 동시에 기술 측면에서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경기중소벤처기업연합회와 협력해 수도권 소재 협력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4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인 캐나다 'ARC 클린 테크놀로지'와 공동 기술개발 및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성공시킨 경험을 고도화하고 있다. 동시에 체코 사태 관련 심기일전도 하고 있다. 운신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원전 원천기술을 자립화하는 방향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한수원 품질기술본부는 기존과 다른방식으로 원자로를 설계해 대형 원전을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밖에 각 국가별 에너지 정책과 수요에 맞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개발하거나 해외 원전 운영·정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역시 설계 역량 향상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맞춤형 상세 설계 및 규제 대응 전략을 수립하며 수출 대상국의 환경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 기존 APR1400 노형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미래 시장을 위한 SMR 개발에도 참여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UAE 성공 이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 대형 원전의 핵심 기자재 설계 및 제작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련 경쟁력 강화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 해외 기업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원전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도 팀코리아 수출 경쟁력에 힘을 보태는 요소로 꼽힌다. 시공 분야를 책임지는 대우건설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작년 9월 새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원자력 분야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기존 2팀+2태스크포스(TF) 규모였던 조직을 5팀 1반 체제로 늘렸다. 신설된 국내원자력팀은 기존 대우건설이 강점으로 보유한 원자력 생애주기 전분야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신규원전 영업 뿐만 아니라 원전해체, 방폐장, 연구용원자로, 가속기 등 원자력 이용시설의 수주영업까지 담당하게 된다. 한전KPS와 한전연료 등은 팀코리아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운전, 정비, 핵연료 공급 등 후속 운영 생태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전KPS는 원전의 시운전, 정비, 성능개선 등 운영 및 유지보수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각 해외 원전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최적화된 운영 및 정비 솔루션을 개발·제공해 프로젝트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전연료는 원자력연료 설계, 제조, 공급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APR1400 등 한국형 원전에 최적화된 고성능, 고안전성 핵연료를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해 해외 원전 운영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 역시 적극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초기 원전 수주전 단계부터 '경제 외교팀'을 중심으로 외교적 지원과 규제 대응을 병행해왔다. 체코 사태를 반면교사삼아 다른 국가에서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다진 상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달 초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안 장관은 “에너지 정책은 몇세대를 보고 가는 것이라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국회가 현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팀코리아는 체코 프로젝트와 별도로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등 후속 원전 시장을 대상으로 유사한 협업 체계를 유지하며 수주 확대를 노릴 전망이다. 원전은 단일 프로젝트당 수십조원 규모에 달하고 시공 후에도 장기 운영이 수반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민관 공동 전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팀코리아'는 그간 다양한 방면에서 원전 수출 성과를 올려왔다. 한전을 포함한 팀코리아는 지난 2009년 12월 UAE 바카라 원전 4기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약 20조원 규모다. 이 원전은 2020년 8월 1호기 가동 후 첫 송전을 시작했다. 한수원은 2022년 8월 3조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을 만들기로 계약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사업을 약 2600억원에 수주했다. 작년에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프랑스 등 경쟁당국이 몽니를 부리고 있어 현재 일시 보류된 상태다. 한수원은 당초 올해 3월까지 체코 원전 관련 최종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에다 탈락 경쟁사들이 절차적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본계약이 늦어졌다. 체코는 두코바니에 1GW급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새로 짓는 원전은 2036년께부터 차례로 가동될 예정이었다. 업계에서는 원전 수주가 패키지형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기업 간 '역할 분담'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수요에 대한 기대는 충분한 만큼 수주 당사국에 팀코리아 경쟁력을 잘 알리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원전 수출에선 비교적 신흥국인 한국이 수익성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전세계에서 계획·제안된 원전 사업 400여건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이 중 43%를 수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업계를 선도했던 미국과 프랑스는 비용과 건설 기간이 늘어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강자인 중국·러시아의 경우 서방 국가들이 안보 우려 때문에 공사를 맡기기 주저할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다만 한국의 국내 혼란과 정치적 변화는 변수로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는 지난달 원전 정책 관련 “비중을 유지하되 사회적 합의로 조금씩 줄여가는 게 큰 방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AI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하며 원전 비중을 확대하고 수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재계의 판이 바뀐다’…에너지로 재설계하는 대기업 지배구조

에너지는 힘이다. 그리고 한국 주요 대기업들은 이 힘을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 쓰기도 한다. 재계의 에너지 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넘어,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과 유지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LG, SK, 포스코, 한화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2차전지·수소·원전 등 고부가 신사업을 지주회사 체제 강화, 계열사 지배력 유지, 총수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안정화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 단순 사업 확장의 틀을 넘어, 에너지 사업의 분사와 상장, 지주사 투자 연결, 합병 등을 통해 그룹의 핵심 지배 경로를 재설계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LG그룹은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고, 2022년 상장시켰다. 이는 급격히 확대되는 2차전지 시장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LG화학을 통해 에너지사업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고정시키는 전략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도 LG화학이 81.84%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회사인 (주)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사실상 그룹 내 최대 성장 동력이 된 이후에도, LG그룹 총수일가와 지주사는 배터리 사업의 성과를 직접 지배구조에 반영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유지한 셈이다. 이는 배터리 사업의 상장과 분리를 통해 신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면서도, 계열 지배력이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고안한 사례다. 향후 LG화학이 추가 지분 매각이나 자회사 신주 발행을 단행하더라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통로는 유지된다. SK그룹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하여 SK온을 설립했다. 이후 2024년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지주회사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55.91% 까지 확대됐다. 이 구조는 단순한 에너지 부문 재편이 아니라, SK㈜가 배터리와 LNG, 도시가스, 친환경 발전까지 포괄하는 핵심 에너지 계열사의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지주사-핵심 사업' 재설계 작업이었다. 특히 SK온은 아직 상장 전 상태지만, 향후 IPO가 실현되더라도 SK㈜ → SK이노베이션 → SK온이라는 지배 흐름이 고정돼 있어, 그룹의 전략적 통제권에는 큰 변화가 없다. SK는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외부 자본 유치는 추진하면서도 핵심 사업군의 경영권은 지주사 경로 아래 놓이도록 설계한 셈이다. SK온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지분을 실제로 넘기지 않고 주식을 담보로 맡긴 뒤, 주가 상승분(차익)을 외부 투자자에게 보전해주는 방식의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자금을 유치했다. 이 역시 지주사 지배구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무적 부담을 조정하려는 설계된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그룹의 방산·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핵심은 인수 주체가 김동관 부회장 중심 계열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미 태양광, 수소, 해상풍력 등 에너지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번 조선사업 인수로 해당 산업군 지배 기반을 확대했다.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원전 EPC 등 해외 플랜트 건설 사업을 맡으며, 형제 간 신사업 중심의 역할 분담이 지배구조 차원의 체제 설계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신사업이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총수일가 후계 구도 내에서 사업적 정당성과 권한을 배분하는 기준선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룹 내 신사업 성공 여부가 경영능력 입증과 후계 정당성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 셈이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POSCO홀딩스로 전환하며, 철강·2차전지·수소 등 각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퓨처엠(2차전지 소재)은 핵심 자회사로 육성되었고, POSCO홀딩스는 약 5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구조는 과거 포스코가 철강 중심 단일 체제에서 벗어나, 지주회사가 그룹 전략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면서 개별 자회사는 책임경영을 수행하도록 분산 통제를 강화한 모델이다. 포스코퓨처엠의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POSCO홀딩스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지배력 유지를 위한 재무적 뒷받침이 명확히 수반되는 지주회사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향후 수소사업 분사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 한국퓨얼셀(연료전지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물적분할한 경험이 있고, 향후 수소부문이 일정 수준의 외형을 갖추면 지주회사 산하 수소전문 자회사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는 향후 성장 속도에 따라 지배구조 재설계를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적 유보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2025년 현재 에너지 신사업은 대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전략일 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를 설계·안정화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지주사 출자, 계열사 합병 등은 겉으로는 성장과 효율화를 위한 조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의 경로 유지, 총수 일가의 간접 지배력 확보, 세대교체 기반 마련이라는 목적 아래 설계되고 있다. 이 흐름은 2차전지, 수소, 원전 등 고부가 에너지 산업이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지배 전략의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는 이제 단지 '무엇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몇몇 그룹의 특수한 전략이 아니라,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일반적 진화 경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순환출자나 내부지분 확대로 지배력을 유지했다면, 이제는 에너지 신사업을 분할해 상장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지주회사-자회사 간 지배 연결망을 설계하는 구조적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규제 회피와 자금 유입, 경영권 유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신사업은 지배구조 전략의 '최적 해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성패는 단지 시장성과 기술력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을 어떤 지배 구조로 안착시킬 것인가, 그룹 전략 속에서 어떤 위치를 부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한국 재계에 더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과제"라며 “결국 에너지 신사업은 사업 전략인 동시에 지배 전략이며, 세대 교체의 증명 도구"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폐기물 굴껍데기가 ‘친환경·고품질 철강 재료’ 대변신

경남 통영에 자리잡고 있는 에코쉘은 버려지는 굴껍데기(패각)를 가공해 제철소와 발전소 등에서 쓰이는 산업용 원료로 만드는 친환경 신소재 벤처기업로 주목받고 있다. 철강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석회석이 쓰이는데 에코쉘의 굴껍데기 재활용 신소재가 바로 석회석 대체재(고순도 탄산칼슘)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 여수, 경남 통영 등지에서 패각은 마땅한 폐기처를 찾지 못해 폐수와 악취 등을 일으키는 골칫거리다. 에코쉘은 패각을 친환경 신소재로 재활용하는 혁신 기술로, 지역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철강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왔다. 다음은 여수진 에코쉘 대표와의 일문일답. -에코쉘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전남 여수에 있는 굴 패각 업체에서 일을 했었는데, 회사가 법적인 문제로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게 됐다. 일을 하면서 패각 관련 사업이 충분한 가치가 있고 시장성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기술력 있는 직원들이 경영 문제로 뿔뿔이 흩어진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이 사업을 다시 해보자고 제안하고 합심해 지난 2023년 회사를 설립했다. -굴 껍데기를 석회석 대체재로 가공하는 게 사업모델이다. 석회석 대체재는 주로 어디에 쓰이나. ▲석회석은 지구상에서 가장 매장량이 많은 광물자원으로 산업 전반에 두루 쓰인다. 특히, 많이 사용되는 곳이 고로가 있는 제철소이며, 소결광(덩어리 형태로 구운 철광석) 제조 단계의 부원료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철광 제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료임에도 자원고갈의 문제와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을 배출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패각은 석회석과 기본 성분이 같으면서 품질은 오히려 더 좋다. 버려지는 굴 껍데기를 활용하는 만큼 환경에 기여하는 부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사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이후 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해 달라. ▲지난해 10월 공명파트너즈로부터 15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당시 수산부산물 재활용이 환경적으로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는 쉽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보니 시장성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이후 시설 설비를 확충해 올해 1월 정식 인허가를 받았다. 현재 조업 안정화 여건은 다 갖춘 상태로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제품을 소비해줄 업체와 소통하고 있다. 지난달 특수강 제조기업 세아베스틸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시제품을 공급하게 됐고, 지난 2일 국내에 처음으로 통영에 들어선 패각 자원화 시설의 위탁운영사로 선정됐다. -사업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나. ▲패각 재활용을 위한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21년 제정됐는데 아무래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보니 각종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회사 공장은 제철소 인근의 전남 광양에 있는데 이곳은 굴 양식을 하지 않다보니 수산부산물 관련 과가 없다. 다행히 광양시에서 적극 도와주신 덕에 공장 등록을 할 수 있었는데, 향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산업계에서 수산부산물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에코쉘의 목표는. ▲패각은 지난해까지 전부 공해에 버려졌다. 패각이 더 이상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원료로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산업계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서 최종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더 많이 기여하는 기업으로 에코쉘을 키워내고 싶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금리·관세에 흔들리는 에너지株…흑자에도 주가는 ‘저공비행’

국내 에너지 대장주들이 실적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가는 정책 수혜보다는 대외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안, 미국의 관세 정책,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방향 등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실적보다 더 강한 주가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각각 태양광, LNG·가스전 분야에서 실적 개선 기대가 높다. 그러나 주가는 전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수주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5년 내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의 태양광 설치사업(TPO) 수혜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미국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진호·김태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IRA 개정안 초안은 한화솔루션의 TPO 사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80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6월 9일로 예정된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이후, 모듈 가격이 상승할 경우 주가 리레이팅(긍정적 재평가)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실적은 이미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예상 영업이익은 8060억원, 순이익은 3620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 그러나 주가는 여전히 전고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월, 그린뉴딜 기대감과 ESG 테마 수급이 몰리며 7만3283원(1/15)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실적 부진과 IRA 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태양광 모듈에 대한 관세 이슈 등이 맞물리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2024년 12월에는 장중 1만4860원까지 밀렸다가, 최근에서야 3만7000원 선까지 회복했다. 한 금투업계 전문가는 “한화솔루션의 2023~2025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각각 0.8배, 0.3배, 0.7배로 3년 연속 0점대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 디스카운트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체코 원전 본계약과 북미 SMR 기대감이 맞물리며 주가가 다시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달 16일 주가가 3만3950원을 기록하며 5년 내 신고가를 경신했고, 연초 대비 상승률도 가장 높은 종목 중 하나로 떠올랐다. 체코 정부는 당초 7일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건설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경쟁 입찰자였던 EDF의 가처분 신청으로 일정을 다소 연기했다. 다만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가처분 기각을 요청하는 항고장이 제출된 만큼,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본계약 체결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사업은 두산에너빌리티가 1차·2차 계통 핵심 주기기뿐 아니라 시공 일부까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며, 총 3조8000억원 이상의 수주가 기대된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북미에서 SMR과 가스터빈 협의가 다수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며 향후 SMR 등 물량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 확대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급자 우위 시장 국면에서 신규 성장 동력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체코 본계약이 주가 반등의 촉매가 될 수 있으나, 과거 사례처럼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유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2024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0.86,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0, 주당순자산가치(BPS)는 1만1706원으로 나타났다. 유 연구원은 “장기 성장 기대감에 의한 밸류에이션 고평가는 실적 성장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며 “하반기부터 나타날 실적 개선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밸류체인과 글로벌 철강 트레이딩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의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백재승·임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환율 상승과 미얀마 가스전 판매 증가 등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2702억원에 달하며 컨센서스를 충족했다"며 “2026년부터 LNG 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미국 에너지 사업 진출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회사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지 사업성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며 “시장의 '불확실한 모멘텀' 기대보다 '확실한 이익 체력'이 투자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가 흐름도 실적과는 무관하게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7월, 미국산 LNG 도입을 위한 장기계약 체결 등 북미 에너지 사업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최고가 9만6700원을 기록한 뒤, 현재는 4만7000원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당시 '북미 진출' 기대감이 선반영된 뒤 기대 대비 느린 가시화 속도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북미 비전통가스 자산 확보를 위한 협의를 다수 진행 중이며, LNG 밸류체인 내 업스트림 자산 투자도 검토 중"이라며 “향후 실질적 투자 신호가 가시화될 경우 중장기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호주 Senex 가스전은 올해 하반기 2·3호기 가스처리시설이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며,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이익 기여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들 에너지 대장주 모두 공통적으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고하고 있음에도, 주가 흐름은 전혀 다른 방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각종 미국 통상 정책, 관세 부과, 금리 방향성 등 '국내 변수 밖의 리스크'가 주가 형성의 핵심 요소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실적이 본격 회복되고 있음에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평균 PBR이 1배를 넘지 못하며 디스카운트된 상태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안정적 영업환경에도 주가 반등이 제한되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기대가 지나쳐 밸류에이션 부담이 심화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보다 정책이 우선되는 '정책 기반 프라이싱'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IRA 법안, 관세 이슈, 해외 수주 계약 여부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에너지ETF, 대선 공약 기대감타고 조용한 상승…전 종목 ‘플러스’ 전환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내놓은 에너지 정책 공약이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부터 전력 인프라 투자와 원전 비중 조정 등 관련 정책이 쏟아지면서, 자산시장에서 정책 수혜 기대가 반영된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26일 펀드닥터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에너지·친환경·화학·신재생에너지 등 7종의 에너지 섹터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수익률이 연초 후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종목 수익률이 크게 올랐고, 그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던 전통에너지 ETF도 플러스 전환했다. 수익률이 가장 크게 오른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Fn신재생에너지다. 이 ETF는 연초 이후 22.95% 상승하며, 같은 기간 6개월 수익률인 17.08%를 상회했다. 이는 작년 말 대비 올해 들어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의미다. 이 상품은 한화솔루션과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씨에스윈드 등 20개 에너지섹터로 구분되는 종목을 추종한다. 이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는 연초 이후 14.43%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해당 종목의 연초 후 수익률은 최근 6개월 기준 8.48%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 ETF 역시 한화솔루션과 HD현대일렉트릭,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식 종목을 97.7% 담고 있다. 이밖에 △타임폴리오 'TIMEFOLIO K신재생에너지액티브'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200 에너지화학'과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Fn친환경에너지' △삼성운용의 'KODEX 에너지화학' 등 모두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TIGER 200에너지화학, HANARO Fn친환경에너지,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 KODEX 에너지화학은 최근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이 또한 최근 들어 수익률이 상승세로 전환됐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분야보다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신재생에너지 ETF 종목들의 가파른 상승세는 최근 태양광 관련 기업들의 성과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섹터 전체 상승세는 대선을 앞두고 정책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책 방향에 따라 자산시장 내 에너지 관련 ETF의 구성 종목과 수익률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 일정은 단기 테마를 넘어 구조적 포트폴리오 조정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에는 태양광, 풍력, 전력장비 기업이 포함된 ETF에 자금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원전 중심의 공약이 이행된다면 SMR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원전 설비 업체가 재조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에너지 공약은 전반적으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라는 기조를 공유하지만, 추진 방식과 세부 정책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과 분산형 전력망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후보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지능형 전력망' 개발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전국을 연결하는 고압 전력망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산업단지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전력 인프라를 개선하는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고전력 수요 산업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현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또한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산단 내 ESS(에너지 저장장치) 설치를 확대하고, 지역 분산형 전력망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햇빛연금·바람연금' 등 지역주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도 도입해, 지방소멸 위기 지역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에너지산업 전반에 있어서는 탄소중립 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한국판 IRA(탄소중립산업법)를 제정해 재생에너지 및 녹색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과 투자 촉진을 추진한다. 해당 법안에는 기후금융공사 신설과 국채 발행을 통한 기후재정 체계 구축도 담겨 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산업 경쟁력 제고에 방점을 둔다. 현재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의 건설을 신속히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원전 비중을 총 에너지 믹스의 6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원전 확대가 곧 전기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원자력 발전의 단가가 LNG나 석탄보다 낮기 때문에, 이를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가정용 수준으로 낮춰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그는 에너지 인프라를 AI 산업 육성과 연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조성하고, 동시에 AI 유니콘 기업 육성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원전 기술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해외 수출 경쟁력 확보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외에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조기 추진해 일본 수준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기술을 확보하고, 핵연료 생산기술까지 갖춰 원전 수출 확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반면 환경 문제가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발전은 절반 이상 감축하고, 연료전지와 같은 신에너지의 비중은 점차 늘려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한국의 에너지 자립도는 글로벌 주요 국가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AI와 같은 국가 전략 안보 산업의 확대를 위해서는 에너지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차기 정부 및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힘입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국가 에너지 전략 전환점”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은 건축물의 경제성을 넘어 에너지 소비문화를 전환하는 국가적 전략이자,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난 18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만난 한승희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은 최근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탄소 중립 건축 기술의 핵심인 '제로에너지건축물' 장려 정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ZEB 인증은 건축물의 난방, 조명 등을 위해 사용하는 전기 등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최고 등급인 ZEB Plus부터 5등급으로 나눠 등급을 매기는데, 이미 2020년부터 공공 건축물에는 의무화됐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민간 건축물도 5등급 수준의 설계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 실장은 ZEB 인증 정책이 건물 분야 에너지 소비 구조와 문화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적으로는 멋진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냉난방이 과도하게 가동되어야 하거나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기후 위기 대응이나 자원 절약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 추가 인프라 마련이 필요해 공급 비용을 국민이 간접적으로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고효율 건축물 보급이 목적인 ZEB 인증 제도는 에너지 소비 기능을 고도화한 건물을 짓고 이를 시장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 지어진 한 도서관의 경우, 최초 설계 시에는 ZEB 5등급 수준(에너지 자립률 26%)이었으나, ZEB 에너지 최적화 컨설팅을 통해 외피 열 성능 및 조명 밀도 최적화, 고효율 전열교환기 적용, 태양광 설비 용량 최적 설계 등을 반영해 ZEB 1등급(에너지 자립률 117%)을 달성했다. 특히 하반기 중 실시되는 민간 부문 설계기준 강화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 실장은 “그간 공공부문은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건축물 효율등급 및 제로에너지 인증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확보하며 이를 민간에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민간 확산은 경제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가격 결정 구조나 건축 비용을 고려해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 자재·시공법에 대한 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실장은 ZEB 고도화를 위한 기술적 과제로 단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창호와 일사차단장치가 연계된 제품 개발을 꼽았다. 각 자재 및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기밀 성능의 향상 역시 기술 발전이 필요한 분야다. 또, 저온의 열원을 활용할 수 있는 설비, 고효율 태양광 모듈, 건물 형태에 따른 다양한 시공법, 수소 기반 에너지 사용을 염두에 둔 연료전지의 보급 확산도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한 주요 과제이다. 또 오래된 설계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 한 실장은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의 단열기준이 과거 50㎜에서 현행 190㎜까지 늘어나는 등 기술이 발전해온 것과 달리 여전히 20~30년 전의 설계 기준을 준용하는 건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설비 용량과 공사비에 과설계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부터 건축 관련 기술을 별도로 평가할 수 있도록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를 꾸렸다. 올해부터는 평가 프로그램과 신기술을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보다 활발한 신기술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실장은 건설업계나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공사비 상승에 대해선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인증이 의무화 대신 5등급 수준으로 설계 기준을 강화했다"며 “이전보다는 공사비 상승 요인이 있겠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실장은 “ZEB 인증 취득 시 용적률 인센티브가 가장 큰 유인책으로 에너지 자립률 확보가 어려운 도심 고층 건물에 대해서는 예외 기준도 검토 중"이라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ZEB가 가능하도록 신재생에너지 대체 인정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수소경제’ 다시 달린다···선진국과 기술격차 좁혀라

수소산업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수소차, 충전소, 연료전지 보급은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추가 성장이 더딘 상황이다. 아직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밀리고 일부 사업에서는 국산화율이 저조한 상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청정수소 확대를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소경제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만큼 규제개선 및 세금, 금융지원 등을 통해 산업 진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6일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 국 가운데 수소경제에서 가장 앞서 있는 편이다. 올해 4월 기준 상업용 충전소는 408기, 수소차 보급대수는 3만7557대, 수소 전문기업은 110개이다. 모두 세계 1위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수소연료전지 보급용량은 1036MW이며, 수소 생산량은 248만4437톤이다. 수소배관은 석유화학이 발달한 울산, 충남, 전남을 중심으로 2023년 기준 22만7255m가 구축됐다. 다만 서울, 충북, 경북은 전혀 구축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수소경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됐으나,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지원규모가 축소되면서 활성화되지 못했다. 조기 대선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소경제가 다시 활력을 띨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주요 기기의 기술확보 및 국산화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소연합의 국내 수소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의 주요 산업 분야별 기술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기술수준은 수소제조분야는 미국의 80%, 수소저장은 미국·유럽연합(EU)의 77.5%, 연료전지는 미국·일본의 90%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술격차는 각각 3년, 5년, 2년 정도 뒤처져 있다. 수소경제의 꽃이라 불리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0%며 국산화율은 70%다. 시장전망은 2030년 3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내 중소기업에서 1MW급 수전해 시스템을 상용화했으나 해외 선도기업 대비 성능 및 생산능력은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주요 국내 대기업이 자체개발 및 해외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수전해 산업에 신규 진출을 추진 중이다. LG는 대면적 알칼라인 수전해 전극을 개발하고 한화는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했다. 핵심 소재·부품은 해외 의존 중이나, 연관산업 역량(화학 등), 수전해와 유사한 연료전지 제조역량 등을 감안시 글로벌 선도기업을 추적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 다만, 수전해 관련 규제가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단계에서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수소충전소 기술수준은 액체는 50%, 기체는 90%이며 국산화율은 액체 20%, 기체 50%로 분석된다. 시장전망은 2030년 100억달러 이상이다. 기체충전소는 국내 기업이 압축기, 충전기 등 주요 설비를 국산화했으나, 액체충전소 핵심 부품은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수소운반차량 기술수준은 액체는 60%, 기체는 90% 정도이고 국산화는 액체 20%, 기체 90%이다. 시장전망은 2030년 10억달러 이상이다. 기체수소는 국내 기업이 지난 2021년 450bar 저장탱크 개발 상용화를 준비 중이며, 3톤급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도 개발 중이다.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적합한 액체수소 탱크로리는 해외 기업이 먼저 상용화했고 국내는 아직 개발 단계로 산업기반이 취약하다. 산업기반 강화를 위해 고압기체수소 저장용기의 탄소섬유 와인딩 장비와 액체수소용 초저온 고압 밸브 및 실링 소재 국내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액체수소 운송선의 기술 수준은 30%이고 국산화율은 0%다. 시장전망은 2030년 1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계는 오는 2029년 수소 3000톤급 시범선 출시 목표로 설계 중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제작역량 등의 기반 역량은 충분하나, 극저온 대용량 원심펌프, 밸브 등 핵심 부품 국산화율 향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액체수소 출하·하역장 등 관련 인프라 구축 병행이 추진되고 있다. 모빌리티용 연료전지의 기술수준은 90%, 국산화율은 95%로 높은 수준이다. 시장전망은 2030년 300억달러 이상이다. 현대차에서 지난 2018년 넥쏘를 출시하면서 국산화율 95%를 달성했고, 트럭·버스·건설기계 등 상용차로 활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의 기술수준은 95%, 국산화율은 90%를 달성 중이다. 시장전망은 2030년 100억달러 이상으로 전망된다. 연료전지는 국내 기업이 해외 원천기술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제휴를 통해 제품을 생산 중이며, 일부 모델은 국내 소재, 부품, 장비 공급망을 구축했다. 변기기, 시스템은 국산화율이 높으나, 셀·스택 등 핵심 부품과 셀 내부의 소재·부품은 기술격차로 여전히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품목의 해외 수입 비중 절감 및 국내 생산공정의 효율 개선으로 제품 가격경쟁력 확보 및 신규 분산전원 수요 창출이 가능해보인다. 성능 및 내구도의 핵심인 셀·스택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범용 핵심 소재 및 공정 불량률 저감 기술개발로 가격경쟁력 제고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수소터빈의 기술수준은 80%이고 국산화율은 90%이다. 시장전망은 2030년 3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기존 LNG 복합화력 발전기술을 기반으로 두산, 한화 등 대기업이 LNG-수소 혼소 및 수소 100% 전소 발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수소연합은 전박적인 수소산업에 대해 신규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간 경쟁 및 전략적 제휴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원천기술 확보 및 신속한 상용화를 위한 기업 간의 경쟁과 연관 기업 간 전략적 협력이 점차 심화되는 추세다. 정부 R&D 성과가 미진한 가운데 우리 기업의 자체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과의 공동 R&D, 기술제휴 지원제도 보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5년 평균으로 보면 수소·연료전지 R&D 성공률은 84.4%이며, 사업화율은 37.7% 수준이다. 해외 주요국은 탄소중립 및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수소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 중이며, 이에 맞춰 민간 투자도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 또한,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미래 에너지원인 청정수소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추진 중이다. 다만, 청정수소는 아직 화석연료 대비 경제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으로 미국·EU·일본 등 주요국들은 대규모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수소차 구매 보조금, 액화수소 발전 실증, 수소도시 조성 등 개별사업 예산은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법'을 기반으로 한 전기요금 정산 중심의 지원은 발전분야에 국한됐으며, 시장 확대를 견인할 수 있는 통합적·전주기형 보조금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소연합은 규제개선, 세금·금융지원, 현장애로 발굴 등을 통해 수소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규제개선 협의체 운영을 통해 총 34건의 과제를 발굴해 12건은 정부에 개선 제안하고 지난해 12월까지 총 7건을 개선 완료했다. 2건은 현재 검토 중이다. 가스안전공사는 개발 중인 수소 제품은 제조시설 검사 없이 제품검사만 실시하는 등 연구용역을 통한 신속 검사체계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수소산업 규제혁신 민·관 협의체에는 '소부장 작업반'을 신설, 소부장 관련 규제의 상시 접수 및 즉각 개선을 추진 중이다. 액체수소, 대용량 수소배관 등 안전기준이 아직 없는 신분야에서 합리적인 안전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제품 개발 및 상용화를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공장에서 짓는 집, 탄소도 줄인다”

건설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붓고 말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장에서 벽체와 창호를 미리 제작해 조립하는 '모듈러 건축(조립식 주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공 속도 향상은 물론 탄소 저감·에너지 절약까지 가능한 차세대 친환경 건축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GS건설이 2024년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해 모듈러 주택 사업에 뛰어 든 후 다른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자이가이스트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생산기지에서 벽체·바닥·배관 등 구조물을 자동화 설비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모듈러 주택을 생산한다. 오차는 0.5㎜ 이하로 정밀하게 제어되며, 공사기간은 기존 방식보다 70% 이상 단축된다. 자이가이스트에 따르면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하는 데 일주일가량이 소요되며, 현장 조립까지 포함해 주택 한 채를 두 달 안에 완공할 수 있다. 고층·대단지 실증도 확대되고 있다. GS건설은 30층 규모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모듈러 아파트 시험 시공을 완료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최고층인 13층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모듈러 방식으로 완공했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비스야마 신도시에서 총 10만여 가구를 PC 방식으로 공급 중이며, 이 중 약 3만 가구가 준공을 마쳤다. 공공 부문도 모듈러 주택 보급이 본격화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세종시에 450가구 규모의 공공 모듈러 주택을 착공했고, 경기 의왕에서는 22층 모듈러 견본주택을 공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LH는 오는 2026년부터 매년 3000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 발주를 계획 중이다. 모듈러 주택의 또 다른 장점인 ICT기술과의 결합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일 모듈러 기업 '홈원(Home One)'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홈 '하우스 원'을 6월 선보인다. 히트펌프, 태양광, 냉난방, 가전 설비를 통합한 시스템으로, 스마트싱스 앱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 LG전자도 '스마트 코티지'를 통해 고효율 가전, 지붕형 태양광, 공조 시스템이 결합된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또 모듈러 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 복합보드,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 탄소광물 콘크리트 등 탄소저감형 건축 자재들이 실용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장 성장세도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모듈러 건축 시장은 지난 2023년 1041억 원 달러에서 오는 2029년 1408억 원 달러(약 201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2019년 324억 원에서 2023년 8059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다만, 업계는 시장 확산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초기 투자비는 기존 공법보다 약 30% 높고, 건축법상 13층 이상 건물은 3시간 이상의 내화 성능을 충족해야 한다. 모듈 크기는 운송 여건이나 현장 조건에 따라 제한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 인식 개선이 관건이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듈러는 공공·청년주택에는 적합하지만 장기 주거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관념이 있고 하자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며 “에너지 절감 효과를 널리 알리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시장 확대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모듈러 건축의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건폐율·용적률 완화 △법적 명칭을 '조립식 건축주택'으로 공식화 △고층 적용 확대를 위한 내화 기준 재정비 등이다. 특히 '조립식'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모듈러 건축을 독립적인 주거 유형으로 인정받도록 명확한 정의와 설계·시공 기준을 법에 담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관련 지자체 및 공공 발주처도 설계 공모나 실증 사업을 확대하며 제도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모듈러 공공주택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도 탄소중립 건축자재 인증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와 맞물려 LH와 SH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도 모듈러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제도와 수요가 동시에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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