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면 ‘지역 소멸’ 해결될까…선거 화두 된 ‘행정통합’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치열한 선거전이 충청·호남·영남권의 '행정통합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지역의 지자체장 후보를 중심으로 통합논의 주도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통합을 넘어 인구 유입을 이끌어낼 실질적인 유인책 등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국회 주도로 급물살을 탔던 행정통합 문제가 선거철과 맞물리며 주요 현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장에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초대 수장으로 누가 뽑힐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시·군 단위의 기초자치단체 통합 사례는 있었지만, 광역자치단체 통합형 지방정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최초다. 해당 지역 여·야 지자체장 후보들은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지방 소멸 대응 등 대승적 관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방식 등 각론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광역지자체 중심의 행정구역 통합에 초점을 맞춘 배경에는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초광역화를 통한 중복 인프라 제거 등 행정 효율성 제고는 물론, 수백만 명의 인구 수를 보유한 광역시 특성상 규모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용이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시장 후보와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 모두 핵심 공약으로 '청년이 모이는 도시로의 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통합특별시의 경우, 정부가 4년 간 20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는데 이를 활용한 두 후보 간 공약 내용에 따라 표심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압도적 성장'을 강조하는 민 후보는 통합특별시라는 큰 그릇 속 '분권형 특별시'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광주권·서부권·동부권·중남권 4개 권역으로 쪼갠 뒤, AI·재생에너지·미래차·반도체·바이오·K-푸드·문화관광 산업 등 권역별 특성을 살린 신성장 벨트를 구축한다는 포부다. 이 후보는 '단군 이래 최대 기회'를 강조하며 20조원을 들여 항공우주·AI에너지 등 10개 유력 분야, 대기업 10곳을 유치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동시에 과거 예산·인사·인허가·보조금 등 운영 전반을 점검해 지역 발전을 막는 비효율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은 지방선거 전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민선 9기 단체장의 과제로 남았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야 주요 후보들은 행정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방식에선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2년 내 행정통합을 마무리하고, 향후 총선 때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는 계획을 밝히는 등 속도감 있는 재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당선 직후 경북도와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추후 주민 투표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통합특별법 제정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경북의 생존이 달린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방해하며 발목을 잡았다"며 민주당이 행정통합에 제동을 건 데 대해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는 같은 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와 수차례 접촉하며 'TK 공동비전'까지 선포하는 등 통합특별법 국회 통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은 민주당의 '메가시티 복원론'과 국민의힘의 '행정통합론'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5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봉하마을에서 같은 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만나 '부울경 해양수도 메가시티(특별연합) 복원'을 공통 공약으로 선포했다. 앞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시도지사가 야권 소속으로 변경됨에 따라, 무산된 특별지자체 구성을 되살리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특별연합이 아닌 '부·경 행정통합'을 전면에 내걸었다. 메가시티가 기존 지자체를 유지한채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별도 마련하는 광역연합형이라면, 행정통합은 기존 지자체를 합쳐 광역지자체로 새롭게 만드는 데 차이점을 둔다. 대전·충남 행정통합법안 역시 국회 문턱에서 표류 중이다. 당초 7월 출범이 목표였으나, 마지노선이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무산돼 여·야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간판만 바꾸는 형식적인 수준을 넘어, 재정·권한 이양 등 지역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비효율적 행정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단순한 시·도 행정 통합은 지역 살리기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인구 감소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시설은 결국 산업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시·도', '시·군·구', '읍·면·동' 3단계 행정체제로 이뤄졌는데, 이 단위를 '읍·면·동'이나 '시·군·구'를 없애는 방식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대 광역화를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3단계 체제가 유지되면, 행정의 비효율화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르포] “선거 특수요? 옛말이죠”…현수막 골목, ‘대목’이 사라졌다

27일 80여 개 인쇄소가 밀집한 서울 중구 충무로 인형동 1가 일대. 이 골목은 선거철만 되면 현수막과 포스터를 뽑아내는 기계 소리가 밤낮으로 이어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상가 곳곳에 슬레이트가 쳐진 채 문을 닫은 곳과 공실이 대부분이었고, '임대문의' 현수막만 몇 장 붙어 있었다. 골목 안쪽 인쇄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인쇄기계 3대가 놓여 있었다. 작동 중인 기계는 한 대뿐이었다. 출력 중인 현수막이 기계 하부를 스치는 소리, 기계가 덜커덕거리는 소리, 한쪽 낡은 나무 작업대 앞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소리만 들릴 뿐 공장 안은 적막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인쇄업체를 운영해온 사장 윤주철(68)씨는 “원래 여기가 다 인쇄 사무실이었는데, 지금은 60퍼센트나 남아있으려나. 20년 사이 거의 다 망해서 나갔다"며 “이건 사실상 사양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7일 앞두고 찾은 충무로 인쇄골목은 선거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업계에서는 매년 선거철을 '대목'으로 여겨왔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그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인쇄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후보와 정당들이 수천만 원을 들여 현수막과 포스터를 찍어내는 대신 유튜브와 SNS로 공약을 알리는 방식이 굳어진 탓이다. 대형 현수막 업체 부사장 김모(63)씨는 “요즘은 휴대폰으로 홍보를 많이 하니까 현수막을 안 하려 한다"며 “전에는 선거만 되면 공장이 모자라 다른 공장까지 빌려 돌렸는데 지금은 있는 공장이 겨우 돌아간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한 인쇄업체사장도 “인쇄업이 디지털·온라인 쪽으로 빠지면서 필드에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내는 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판세도 현수막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선거가 많다 보니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현수막으로 선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 안 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경쟁률이 낮아진 영향도 있고, 군소 정당 후보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남은 일감마저 대형 업체로 집중되면서 영세 인쇄소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정치권 인맥을 갖춘 업체나 초저가 공장형 업체가 선거 물량을 독식하고, 일반 영세 업체들은 선거철에도 한두 건 겨우 받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40년째 해온 인쇄업체 사장 김모(68)씨는 “15년 전에는 국회의원 후보 한 분을 맡아 선거 인쇄물을 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들어오지 않는다"며 “지난 선거 때는 아예 주문을 못 받았고 이번에 시의원·구의원 건 두 개 겨우 했다"고 했다. 을지로에 있는 인쇄업체 사장도 “선거 때 작은 업체에서 밤새 작업해봤자 몇 장이나 하겠냐"며 “하룻밤에 수백 장 하는 큰 업체들이 있으니 일감이 안 넘어온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가 압박까지 가중되고 있다. 현수막 원단은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등을 원료로 하는데, 나프타 수급 불안정 탓에 가로 5m·세로 90㎝ 기준 원단 단가가 기존 6만 원 선에서 8만~9만 원까지 뛰었다. 제작비가 올랐지만 판매 단가는 제자리여서 사실상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34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원래 현수막은 마진을 10~20퍼센트밖에 못 보는데 나프타 값이 20~30퍼센트 뛰면 원자재 값에서 마진이 사라진다"고 했다. 을지로 토박이로 35년째 현대광고기획을 운영하는 정모(65)씨도 “원자재 값은 올라도 물건 값은 못 올려 마진을 거의 못 본다"고 푸념했다.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온라인 대형 업체의 저단가 공세다. 인쇄업 40년 경력의 인쇄업체 사장 오모(71)씨는 “미터당 7000~8000원은 받아야 운영이 되는데 지금은 5000원밖에 못 하니 운영 자체가 안 된다"며 “온라인 업체가 다 죽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31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조모(68)씨도 “마진을 생각하면 미터당 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나마 8000원 겨우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쇄업체 관계자는 “원래 미터당 4000원인데 계속 그 값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5년 새 매출이 30~40퍼센트 줄었다는 조씨는 “전에는 영업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일감을 물고 왔는데 지금은 그런 중간 업자도 없다"며 “지금 을지로는 옛날 을지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당신들이 살던 때와 지금은 다르다”…2030 ‘무당층’의 고백

2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무교로 서울시일자리센터 입구에는 '채용중심 취업지원 프로그램', '생성형 AI 활용 교육', '청년취업사관학교'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복도에는 이력서와 노트북, 포트폴리오를 든 청년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토익학원에 가야 한다"며 연신 시간을 확인하던 대학생 이모(24)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대학 4학년인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토익 준비를 병행 중이다. 지지 정당을 묻자 “청년 공약이 제 일상과 연결된다는 느낌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남 진주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 중인 취업준비생 김모(27)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주 4일 하며 사무·마케팅 직무 취업을 준비한 지 1년 반째다. 월세 55만원에 식비·교통비·자격증 응시료까지 더하면 매달 최소 130만원이 빠져나간다. 김씨는 “알바를 늘리면 생활비는 되는데 자기소개서 쓸 시간이 없어진다"며 “지금은 진보냐 보수냐보다 월세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청년 가운데 지지 정당을 확정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6·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들에게 선거는 아직 삶을 바꿀 수 있는 통로라기보다 멀리 있는 정치 일정에 가까웠다. 본지가 2030 청년 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응답자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청년은 26명, 70.3%에 달했다. 반면 투표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6명으로 97.3%였다. 투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줄 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이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한 정치 무관심이 아니었다.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는 응답자가 33명, 89.2%였다. 월세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가 50만~80만원이라는 응답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80만~100만원 8명, 100만~150만원 6명 순이었다. 가장 부담되는 지출은 식비(24명)였고, 여가·문화비(13명), 교통비(12명)가 뒤를 이었다. 무당층인 이유로는 '이념 싸움이 피로해서'가 15명(40.5%)으로 가장 많았고, '기존 정당 모두에 실망해서' 11명, '청년 공약이 체감되지 않아서' 9명 순이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직장인 문모(23)씨는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는데 식비, 주거비, 교통비 같은 기본 생활비는 계속 올라 부담이 커졌다"며 “청년 공약이라고 하지만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절차도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공약보다 청년들이 '열심히 살면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홍모(24)씨는 경제적 독립을 위해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한다. 앞뒤 출퇴근에만 두 시간이 더 걸린다. 취업 준비 7개월 차인 그는 “월세 지원 확대나 취업 준비 비용 공약이 나오면 마음이 움직일 것 같다"며 “취업 준비를 위한 생계 유지비 마련이 취업 준비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직 3년 차인 서울 용산구의 직장인 조모(27)씨는 “근로소득이 청년 지원 기준에서 조금씩 초과돼 대부분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실제 체감 생활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며 “열심히 일하며 세금을 내는 청년들이 오히려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공약은 '청년 일자리 확대'가 24명(64.9%)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전세사기·주거 불안 대책(17명), 생활비·물가 지원(14명), 청년 월세 지원(11명) 순이었다. 반면 여야 청년 공약에 대한 체감도는 낮았다. '별로 체감되지 않는다'가 17명,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가 2명으로 전체의 51.4%가 체감도가 낮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대상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서'와 '취업·주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서'가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월세와 관리비로 67만원을 낸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하는데 월급을 받으면 30만~40만원으로 생활해야 해 죽을 맛"이라며 “청년 공약을 하는 건 좋은데 어느 당이든 공약했으면 지켜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거면 내놓지도 마라. 당신들이 살았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취업준비 5개월 차인 이모(25)씨는 “청년은 공약용 표어로만 남아있다"고 했다. 취업준비 1년 차인 장모(29)씨도 “이념 싸움이 피곤하다. 민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흠 잡기가 많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30 무당층이 느는 이유로 정치권이 청년의 삶을 오랫동안 외면해 온 데서 찾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청년실업을 비롯해 새로운 바람과 갈망이 있는데 여야 어느 쪽도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년 연장 등 기성세대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으로 청년들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경우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보수 정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무당층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정치적 방향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미래 불확실성과 경제 불안이 정치 무관심을 키울 수 있지만, 반대로 정치 참여를 자극하는 효과도 있어 단정적 해석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청년의 관심을 살 수 있는 일자리, 경제 등 실질적인 이슈를 많이 제시하고 혜택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예림 인턴기자

‘고교 무상교육’ 국비지원 축소…교육감 선거 쟁점으로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고교 무상교육' 예산과 교육복지 확대 공약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 58명의 교육감 후보 상당수는 고교 무상교육과 교육복지 확대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걸며 학부모와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재정 당국이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책 경쟁을 넘어 '지방 교육재정 방어'를 위한 후보들의 역량 시험대로 번지는 양상이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고교 무상교육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정부의 예산 기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3월 30일 '2027년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교 무상교육은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학교운영지원비 등을 전액 지원하는 제도로, 2021년 전면 시행됐다. 현재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하는 구조다. 다만 지난해 법 개정으로 국비 지원 비율은 기존 '47.5%'에서 '47.5% 이하'로 조정됐다. 올해 정부 지원 비율은 30%(5785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정부는 내년 지원 비율을 추가로 낮춘 뒤 국회 협의를 거쳐 2027년 사업을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교 무상교육을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비 지원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전국 시·도교육청이 떠안아야 할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교육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갈등은 6·3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보들은 정부의 국비 축소 움직임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후보는 '국가 책임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교통비·교육 바우처·운전면허 취득비 지원 등 '생활 밀착형 복지' 공약으로 학부모 표심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수도권 후보들을 보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만 3~5세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와 '초·중·고 학생 교통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윤호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시기를 현행 3학년에서 1학년으로 앞당기는 공약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서울 지역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영어학원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공교육 확대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교육청이 우수 학원을 지정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학부모의 사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는 '공립형 학원' 구상도 내놨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임태희 후보는 지난해 고3 학생 12만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운전면허 취득비를 지원한 데 이어, 중3~고3 학생 독감 예방접종비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안민석 후보는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100만원의 펀드 자금을 지급한 뒤 6년간 위탁 운용해 졸업 시 수익금과 함께 돌려주는 '씨앗 교육펀드'를 공약했다. 특히 최근 교육감 선거에서는 단순 무상교육 유지 요구를 넘어 AI 바우처·교통비·교육수당·사회진출 지원금 등 현금성·바우처형 공약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교육복지 범위가 학교 안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청사가 위치한 세종·충청권에서는 정부의 예산 축소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국가 책임 강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임전수 세종시교육감 후보는 최근 “교육은 선택이 아닌 기본권"이라며 “고등학교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교 무상교육을 법정 제도로 전환해 항구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 지역은 농산어촌과 소외 지역 비중이 높은 만큼 국비 축소 시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지방교육재정 방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삼영 강원교육감 후보는 교육감협의회와 연대해 국고 지원 비율을 법으로 명확히 의무화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현숙 후보는 “국가 지원 축소는 교육격차 확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시적 예산 편성 체계 전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경호 후보는 지역별 교육 인프라 지수를 반영한 예산 배분 기준 마련과 고교 무상교육 법적 근거 강화, 지역소멸 위기 지역 대상 특별 교육교부금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광익 후보 역시 “국비 지원 축소는 결국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에 최소한의 국비 지원 유지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지금도 누군지 몰라요”…교육감 ‘깜깜이 선거’ 무관심

“지금 교육감이 누군지도 몰랐어요."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20대 신 모씨는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후보를 아냐는 기자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이번에는 누가 나오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같은 날 은평구 응암동에 사는 이 모(34세·남)씨는 “미취학 아동인 딸 1명이 있지만 솔직히 교육감 선거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하더니 “앞으로는 관심을 가져보겠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26일 정치권에서는 오는 6·3 전국 교육감 선거까지 8일 남았지만,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광주·전남 통합에 따라 16개 시·도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며, 총 58명의 후보들이 출마했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 자리에는 진보·보수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며,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래 역대 최다인 8명의 후보가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교육감은 시·도별 유치원부터 초·중·고 교육과정에 걸쳐 인사·예산·시설 등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중차대한 자리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도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지만,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며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2007년부터 정당 공천 제도를 배제한 주민 직접선거(직선제)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어떤 후보가 있고 어떤 공약을 펼치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득과 실이 공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당 공천이 불가능함에도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상징색을 앞세우는 등 결국 진영 싸움으로 흘러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실상 인지도 조사에 가까운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드러난다. 5월 12일~13일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서울시 거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선전화 자동응답 조사 결과, 교육감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없음(23.8%)'·'잘 모름(27.7%)' 선택지를 택한 응답자 비중이 전체의 절반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p)다. 기사에 인용된 해당 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선거 기간이 겹치는 지방 선거와 비교하면 관심도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시·도지사 등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 선거의 경우 교육감 선거와 달리 정당 공천이 허용된다. 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서울 투표율은 53.3%였다. 반면 2024년 10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때는 23.5%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공통적으로 자녀를 둔 학부모 이외 성인 유권자의 경우 투표 후 체감 효과가 낮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당 공천이 막혀 후보자가 막대한 선거비용 전부 부담해야 하는 탓에 정책보다 자금 동원력에 결과가 갈리는 폐해를 낳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직선제의 제도적 실효성이 다했다"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개정 방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교육감 선거는 진보·보수라는 위장 가면이 씌어져 작동되고 있다"며 “중립적으로 판단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는 만큼, 러닝메이트제(시·도지사, 교육감 후보가 짝을 이뤄 출마하는 제도)를 통해 정당 정치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책임감을 강화한 선거제를 주장했다. 이어 조 교수는 “러닝메이트 후보가 교사 출신 등 현장 전문가보다 소위 교수·전문가 집단 위주로 이뤄질 리스크가 있다"며 “교육전문가의 범주를 초·중·고 등 현장 경력으로 법안화시키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주도해 후보 등록부터, 검증, 홍보, 토론, 단일화 등을 공적 체계로 묶는 선거 공영제로 후보자들의 자금 부담을 줄이고, 투표 신뢰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정당 공천을 허용하는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면 특정 정당에 유리한 공약을 만든다든지 선전성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며 “어릴 때 받는 교육은 뇌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자칫 극단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거공영제 원칙을 담은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박 전 총장은 교육감 선거에 한해 학생들의 참정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행 선거법상 교육감 선거는 만 18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진다. 박 전 총장은 “교육감 선거를 통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들"이라며 “유권자로서 아이들 스스로 교육감 정책을 분석해본다든지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감 선거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李 전통시장 행보에 野 불편 기류…대통령들의 ‘시장 정치학’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잇단 전통시장 방문 행보가 이어지자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야권은 “사실상 정치 행보", “관권선거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통시장 방문이 역대 대통령들이 꾸준히 활용해온 대표적인 '민생 정치'의 한 형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본인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안동구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저녁 식사를 했다. 같은 날 점심에는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을 찾아 시민과 상인들과 만났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울산 동구 남목마성시장을 예고 없이 방문한 데 이어, 14일에는 경기 성남시 성남 모란민속5일장에 들러 소상공인의 애로 사항 등을 경청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며 날을 세웠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노골적인 관권선거이자 선거 개입이다. 대통령이 선거 개입의 수준을 넘어 아예 직접 선거운동을 뛰고 있는 것"이라면서 “선거를 앞두고 매일같이 전국의 전통시장을 직접 돌며 선거 운동을 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선거 운동이 한 번만 더 진행된다면 국민의힘은 즉시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운동에 대한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 명분 있는 행사, 가야 할 곳을 가고 있다"며 “지선과 무관한 통상적인 국정 운영"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보기 공간'을 넘어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 무대다. 역대 대통령들 역시 정치적 고비나 주요 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전통시장을 찾았으며, 그때마다 '민생 행보'와 '선거 개입'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평행선을 달렸다. 실제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둘러싼 여야의 공수교대는 정권의 색깔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어 온 '단골 레퍼토리'다. 후보 시절부터 전통시장 '어퍼컷 세리머니'로 지지층을 결집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지지율 고비가 올 때마다 대구 서문시장이나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등 보수 기반의 시장을 찾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특히 지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와 시장 방문을 병행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포항 지진이나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민심을 다독이는 방편으로 시장을 주로 찾았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남대문시장, 동원시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자 당시 야당은 '총선용 기획 행보'라며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철이나 정치적 위기 때마다 '정치적 고향'인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의 발판으로 삼았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시장에서 직접 미나리를 사는 모습을 통해 기존의 '귀족 이미지'를 탈피하는 감성 정치의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시장 방문이 갖는 다중적 의미에 주목하면서도, 선거 임박 시기에는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동시에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선거 개입' 프레임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근본적인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 포함)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 선거 중립 의무를 지는 공무원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는 행위는 행위 양태에 따라 관련 규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역대 대통령들도 각종 선거 때마다 지방을 순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며 “선거철마다 관권 선거 논란을 소모적으로 반복하느니, 차라리 선거법 개정을 통해 미국처럼 대통령의 정당 활동 및 선거 운동을 일정 부분 전면 허용하는 것도 소모적 논란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AI 딥페이크’ 주의보…제도 허점이 부정선거 키운다

선거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짜 생성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악의적 딥페이크·허위 정보로 유권자의 판단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엄중한 조치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AI 생성물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유세가 막바지로 접어들며 범정부 차원에서 AI 선거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4월 관계장관회의에 이어 공식 선거운동 전날인 지난 20일 AI 가짜뉴스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리는 “AI를 악용한 딥페이크 등 선거범죄는 국민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부정적 효과도 매우 크다“며 "신속하게 삭제 조치하고 최초 제작자부터 유포자까지 추적해 뿌리 뽑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선거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주도로 부처별 특성을 살린 범정부 협의체를 굴려 AI조작 콘텐츠와의 전쟁에 한창이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내부적으로 관련 특별 대응팀을 꾸려 실시간 대응 중이다. 공직선거법 82조8항에 따르면,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딥페이크 영상·음성 등을 제작·편집·유포·상영 또는 게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시 7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상·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문제는 선거법을 손질해 AI 선거범죄에 대한 신규 규제까지 적용했음에도 여전히 진짜·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콘텐츠들이 난립하는 점이다. 예컨대, 최근 온라인상으로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후보로 추정되는 남성이 등장하는 AI 이미지가 떠돌아 논란이 일었다. 전통시장 배경으로 조 후보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착용한 한 남성이 물건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가는 모습이었다. 이에 조 후보는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 “안중시장에서 할머니 짐을 직접 들어 드렸다“며 “AI 생산물은 캠프건 조국혁신당이건 만든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거철 때 가짜 콘텐츠로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4년 미국 대선 당시 발생한 '조 바이든 딥페이크 전화 소동'이 대표 사례다. 그해 1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전 바이든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사칭한 가짜 전화가 민주당원들에게 불참할 것을 종용한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허점이 AI 가짜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 1월부터 AI기본법도 시행됐지만, 1년 간 과태료가 물지 않는 계도기간이 적용된다. 사실상 6월 지방선거까지 실질적 집행력이 없다는 의미다. AI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31조2항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이용한 결과물을 제공할 시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은 “만일 정당에서 악의적 콘텐츠를 유포해 선거에 영향을 줬다면 부정선거로 상대 후보에 페널티를 주면 된다"며 “다만, 특정 정당과 무관하게 의사표현하는 1인 콘텐츠 사업자가 개입할 여지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인물이 딥페이크 제작물을 통해 악영향을 끼쳤더라도 선거법상 개인 처벌은 가능하지만, 후보들과 직접적인 관계성이 없으니 선거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챗GPT가 선거운동원’…6·3 선거 파고든 AI 기술

선거 때마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공지능(AI)이 이제는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원'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AI가 정책 제안부터 홍보 영상 제작, 유세 동선 관리까지 선거 실무 전반에 활용되면서 정치권의 선거 풍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거 AI가 선거 과정에서 허위 정보 확산과 여론 왜곡 우려를 키우는 위험 요소로 인식됐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유권자 접점을 확대하는 '실무형 도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생성형 AI 기술 대중화로 누구나 영상·이미지·문구 제작이 가능해진 데다 선거 비용 절감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AI 도입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후보 캠프는 AI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병수 국민의힘 김포시장 후보 캠프는 최근 AI 기반 실적 홍보 영상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기존 정치 홍보 영상이 감성적 메시지와 이미지 중심이었다면, 해당 영상은 각종 정책 성과와 지역 데이터를 시각화해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후보 캠프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 'ChatGPT에게 지난 4년 동안 김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어봤다'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유권자가 챗GPT에게 김포의 변화상을 질문하고 AI가 답변하는 형식이다. 정당 로고나 정치적 문구 없이 AI의 분석 결과만 담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AI가 선거 홍보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전문 제작 인력과 장시간 편집 작업이 필요했던 콘텐츠를 이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조직력과 자금력 열세에 놓인 후보들도 디지털 선거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정당 차원의 AI 활용도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공식 홈페이지에 AI 기반 정책 제안 시스템을 도입해 유권자 의견 수렴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공천 과정에서 AI 기반 '정치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하며 후보 경쟁력과 리스크 분석 체계를 강화했다. 개혁신당은 유세 일정과 이동 동선을 최적화하는 'AI 사무장'을 자체 개발해 선거 전략 수립에 활용 중이다. 이처럼 AI 활용 범위도 단순 홍보를 넘어 정당 운영과 후보 관리 시스템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과거 선거가 조직 동원과 인맥 중심의 '맨파워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분석하고 전략화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 현장 곳곳에서 등장하는 AI 기반 기술들도 눈길을 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AI 선거 홍보 로봇 '로보트(RoVOTE)'가 거리 유세를 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AI 기반 선거방송도 앞두고 있다. 최근 오픈AI 코리아는 SBS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6·3 지방선거 특집 개표방송 '2026 국민의 선택'에서 AI 실시간 협업 콘텐츠를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SBS의 선거방송 제작 역량과 오픈AI의 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선거방송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선거 당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데이터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가공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유권자가 선거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반복적인 선거 업무를 자동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정치권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다만 AI 활용 확대와 함께 부작용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딥페이크 영상 등을 이용한 허위 정보 확산 문제는 여전히 최대 위험 요소로 꼽힌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2조의8(딥페이크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90일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 등의 제작·편집·유포·상영·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AI 기술이 선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보 신뢰성 검증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초단편 영상과 AI 생성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환경에서는 허위 정보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로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 활용 능력 못지 않게 허위 정보 대응 체계 구축 역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AI 확산이 장기적으로 정치 참여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기존에는 조직·인맥·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정치인이나 신인 후보들이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AI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정책 홍보와 콘텐츠 제작, 유권자 분석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홍열 덕성여대 겸임교수는 한 언론사 기고 칼럼을 통해 “AI가 정치 참여의 비용을 낮추며 선거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정치인이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기존의 돈 정치와 줄서기 정치 구조를 일정 부분 흔들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 경험이 부족한 청년과 신인들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 시민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하남갑 승부수’ 이광재, “선택받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

“3선을 거치며 쌓아온 정치력을 하남을 위해 쏟아붓겠습니다. 뼈를 묻겠습니다." 강원도지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회사무총장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 경기 하남시 전통시장 한복판에 섰다. 6·3 국회의원 보궐선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야기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이 후보의 하남 덕풍시장 출정식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이 후보가 출정식 장소로 덕풍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민생'이었다. “하남은 제2의 고향 같다"는 이 후보는 “과거 강원도 정선시장을 크게 살렸던 것처럼 덕풍재래시장을 확실히 살리겠다는 약속을 드리고자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유세차에 오르기 전, 이 후보는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다. 점포마다 일일이 문을 열고 들어가 상인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화이팅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상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열심히 해주세요"라며 손을 맞잡았다. 차량을 멈춰 세우고 창문을 내린 시민이 “응원한다"고 외치자 이 후보는 양손 엄지를 들어 보이며 화답했다. 이날 출정식은 선거유세라기보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다. 시장 입구에 웅장한 오페라 선율의 유세 팝송이 울려 퍼지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신선한데"라며 걸음을 멈추고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마스코트 '팡재인형'도 다시 등장했다.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환호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본격적인 유세가 시작되자 덕풍시장 사거리 인도는 100여 명의 시민이 몰려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 후보는 연설에 앞서 “일단 큰절부터 하고 시작하겠다"며 시민들을 향해 엎드려 절을 올렸다. 그는 강원도지사 시절 자신의 별명이 '예산 폭격기'였음을 강조하며 “시시하게 정치할 거면 이곳에 안 왔다. 이광재의 손을 잡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0평짜리 농사는 호미로, 1000평은 삽으로 지을 수 있지만, 10만 평이 넘으면 트랙터가 있어야 한다"며 “일이 산적한 하남시에 트랙터 같은 강력한 일꾼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서거 17주기를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노 대통령의 꿈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라며 “그가 못다 이룬 꿈, 즉 일자리가 넘치고 집 걱정이 없으며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의료·문화 도시를 이곳 하남에서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추미애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합동 유세에서는 정무적 감각도 돋보였다. 이 후보는 “우리 추 후보님이 오셨는데 실리를 챙겨야 하지 않겠냐"며 “덕풍시장 등 5개 시장을 살리기 위한 특별조정교부금 확보,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3개 현안을 확실히 요구하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인생의 종착지는 하남"이라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 강원도지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회사무총장 등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이번 하남갑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살겠다. 당이 부르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원도지사 출마를 양보했고, 평택을 출마 제안도 고사했다. 대신 하남갑을 선택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김부겸 총리는 대구에 네 번째 출마했고, 전재수·김경수 같은 후배들도 가장 어려운 지역에 몸을 던지고 있다. 당과 지지자들로부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헌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에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 이번 보궐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도 맞물려 있다. 이번 선거가 가진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두 가지 핵심 의미가 있다. 첫째는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민이 힘을 실어주는 선거라는 점이다. 임기 4년이 남은 이재명 정부에 추진력을 실어주는 것이 민생을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둘째는 윤석열 내란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하는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단호한 심판을 내려주셔야 비로소 건강한 보수가 자리 잡고, 여의도 정치가 내전 상태를 끝내 경제를 살리는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 - 하남갑은 지난 총선에서도 격전지였고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다만 최근 이광재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선거 전략은. “저는 민주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경제성장론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대한민국에 10개, 20개는 더 나와야 나라가 산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국정 경험을 두루 갖춘 실용주의자이기도 하다. 유권자분들께서 이념적 편향 없이 오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안정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결국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할 사람'이다. 하남의 묵은 현안들은 힘 있는 일꾼이 아니면 풀기 어렵다." - 출마 선언 직후 많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하남을 찾고 있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행정을 두루 움직일 수 있는 '힘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이미 일을 시작했다. '당선되면 잘하겠다'가 아니다. 최근 한병도 원내대표가 직접 캠프를 찾아 '원내대표 직속 지역 숙원과제 입법지원 TF'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자리에서 하남시 7대 숙원과제를 풀기 위한 21개 입법 제안서를 전달했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과 국토위 의원들은 감일동 현장까지 찾아와 GTX-D 노선과 위례신사선 감일 연장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논의했다.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분당 원외 위원장 시절에도 사무실 없이 카페를 전전하면서 현역 의원들과 장관들을 분당으로 모셔와 15년 묵은 성남공항 고도제한 문제와 8호선 연장 문제의 물꼬를 텄다. 사무관부터 장관에 이르는 행정 프로세스를 정확히 알아야 예산이 따라오고 법안이 통과된다. 과거 제 별명이 왜 '예산 폭격기'였는지 결과로 증명하겠다." - 하남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교통' 문제다. GTX-D 노선 조기 추진, 지하철 3·9호선 연장 등 공약을 실현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무엇인가. “하남시청에서 위례까지 1시간이 걸리고, 시청역 5호선은 배차 간격이 14분이라 시민분들이 놓치지 않으려고 새벽부터 뛰고 계신다. 이건 도시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해법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광역버스 증차가 시급하다. 국토부와 서울시를 설득해 증차와 배차 시간 단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 중기 대책으로는 올 7월 결정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핵심이다. 이 계획에 GTX-D 노선과 위례신사선 감일 연장을 반드시 반영시키겠다. 확정 후 예산 배정이 지연되고 있는 3·9호선 연장 역시 과거 강원도 시절 철도 예산을 따냈던 경험을 적용하겠다. 4선 중진으로서 국회를 움직이고, 야당 지도부와도 소통 채널을 갖춘 제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 하남을 판교와 강남이 부러워하는 '미래형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녹색 미래도시 하남'과 국가정원 구상에 대해 설명해달라. “하남을 강남보다 문화와 교육이 좋고, 판교만큼 미래 산업이 풍부하며, 강원도만큼 녹색 자연이 어우러진 자족도시로 만들겠다. 하남은 그린벨트 비율이 71%에 달하고 국공유지가 940만 평에 이르는 거대한 자산을 가졌음에도 그동안 묶어두기만 했다. 이곳에 세계적 수준의 AI 대학원을 유치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을 추진해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 국가정원 구상은 미사섬 인근 하천부지에서 출발한다. 그린벨트 역시 무조건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 훼손된 곳은 미래도시로 개발하고 보존할 녹지는 확실하게 지키는 '합리적 재편'이 필요하다. 이것이 진짜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하남은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 유입이 많은 도시다. 청년·육아·교육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는다면. “신도시별 맞춤형 생활 고충을 해결해 '아이 키우기 좋은 하남'을 만들겠다. 첫째로 과밀학급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당선되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하남의 교육 환경 개선을 직접 챙기겠다. 둘째는 의료 공백 해소다. 부모들에게 가장 절박한 순간은 한밤중에 아이가 아픈데 갈 병원이 없을 때다. 24시간 어린이병원 유치, 24시간 심야약국 지정, 달빛어린이병원 야간진료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겠다. 마지막으로 청년·신혼부부 주거 문제다. 교산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을 위해 공공분양 비율을 대폭 늘리는 한편, 초기 비용으로 10분의 1만 내고 살면서 지분을 늘려가는 '지분형 주택' 도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 만약 국회에 재입성하신다면, 거대 여당의 중진 의원으로서 여야 협치나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이번 선거 이후 민주당도 '실용주의 노선'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 80% 이상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를 이야기한다. 당이 정치적 이슈에만 매몰되기보다 민생에 집중하도록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겠다. 상생의 정치 문화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다. 저는 이미 강원도지사 출마를 양보한 경험이 있다. 양보하고 헌신해도 결국 더 큰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다.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인 만큼, 협치가 가능한 국회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남갑 유권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하남 시민 여러분, 늦게 와서 죄송하다. 늦게 온 만큼 더 치열하게, 더 겸손하게, 더 헌신적으로 일하겠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신장동에 거처를 마련했고, 천현동에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하남의 성공이 곧 이광재의 성공이다. 만약 선택받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를 각오하겠다. 이번 선거는 하남의 묵은 숙제를 단숨에 풀어낼 해결사를 뽑느냐, 아니면 또다시 말잔치로 끝낼 사람을 뽑느냐의 문제다. 정부와 국회, 예산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4선 중진의 힘을 하남을 위해 써달라. 하남을 강남과 판교가 부러워하는 녹색 미래도시로 반드시 만들겠다. 하남을 제 땀으로 적시겠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동윤 인턴기자

부산시장 선거, 전재수·박형준 오차범위 접전…보수 텃밭 민심 흔들리나 (6.3 격전지)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다른 말투와 삶의 풍경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새벽 시장 골목을 걷는 후보도 있었고, “떠나기 싫다"는 청년의 말을 가장 마음 아픈 문장으로 꼽은 후보도 있었다. 국밥 한 그릇으로 민생을 말하는 후보도 있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의 하루를 각각 따라가 선거철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 박형준 “부산찬스 있는 도시 만들고 싶다" Q. 요즘 부산에서 가장 자주 가는 장소는 어디인가? A. 새벽의 부전시장과 자갈치시장입니다. 상인들 손이 가장 바쁜 시간에 가보면 부산 경제가 그대로 보입니다. 임대료 걱정, 손님 이야기, 생선 한 상자 가격까지 다 현장의 언어입니다. 시장의 답은 결국 시장 골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체육대회나 행사장도 자주 갑니다. 시민들이 툭 던지는 한마디가 가장 현실적입니다. Q. 시장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시민 반응은? A.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삭발했을 때였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시민들이 “부산을 위해 진심으로 뛰는 건 알겠다"고 해주셨습니다. 특히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년들까지 와서 응원해준 게 기억에 남습니다. 정치인의 진정성은 결국 행동으로 전달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Q.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지는 편인가? A. 새벽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외신까지 챙겨보고 중요한 글도 직접 씁니다. 시장의 일은 결국 판단의 연속인데, 결정의 깊이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가끔 클래식 음악도 듣습니다. Q. 정치 시작 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정치를 선택하겠나? A. 결국 다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늘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뭔가'를 먼저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 정치도 그런 과정 속에서 선택한 길입니다. 정치는 자리를 얻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부산에 꼭 남기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A. “부모찬스가 없어도 부산찬스는 있는 도시." 그걸 꼭 만들고 싶습니다. 청년들이 서울로 떠나지 않아도 부산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산을 싱가포르·홍콩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키우고 싶습니다.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도 반드시 완성해야 합니다. ■ 전재수 “국밥 먹다 들은 민생 이야기, 그게 지금 부산 현실" Q. 선거 기간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은? A. 시장 국밥이나 국수입니다. 빨리 먹고 바로 이동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식사하다 보면 상인분들이 꼭 붙잡고 이야기합니다. “장사 너무 안 된다", “재료값 감당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정말 많이 하십니다. 그래서 부산시장이 되면 가장 먼저 민생부터 챙기겠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됩니다. Q. 부산에서 가장 정이 가는 동네는? A. 아무래도 북구입니다.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곳이었는데 시민들이 저를 세 번이나 선택해주셨습니다. 실패와 도전도 모두 북구에서 함께했습니다. 만덕-센텀 지하고속도로, 금빛노을브릿지 같은 사업들도 결국 서부산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이제는 부산 전체를 함께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Q.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걱정거리는 무엇인가? A. 청년 일자리 문제입니다. “부산 떠나기 싫은데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양수도 부산'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합니다. 해수부 이전, HMM 이전, 해사전문법원 설립 같은 것들이 결국 좋은 일자리로 연결돼야 합니다. 부산이 다시 청년들이 모여드는 도시가 돼야 합니다. Q. 본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A. '프로일잘러'라고 하고 싶습니다.(웃음) 결국 시민들은 말보다 결과를 봅니다. 해수부 부산 이전도, HMM 이전도 처음에는 다들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말보다 성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Q. 부산에서 반드시 실현하고 싶은 변화는? A. 부산을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완성하는 겁니다. 단순히 항만만 키우는 게 아닙니다. 행정·사법·금융·기업 기능을 모두 부산에 모아 거대한 해양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부산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 그게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입니다. ■ 정이한 “청년들 말은 하나였다… '부산 떠나기 싫다'" Q. 정치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생활 습관은? A. 메모하는 습관입니다. 요즘은 주머니용 수첩을 늘 들고 다닙니다. 시민들 이야기 듣다가 중요한 말이 나오면 길바닥에서도 바로 적습니다. 거의 메모 중독 수준입니다.(웃음) Q. 청년들과 대화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A. “떠나기 싫다"는 말입니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좀 먹먹합니다. 부산이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일자리와 미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거니까요. 그 말을 꼭 “부산에 남길 잘했다"로 바꾸고 싶습니다. Q. SNS는 언제 가장 많이 보나? A. 이동하는 차 안입니다. 사실 퇴근하면 저는 정치인이 아니라 120여일 된 아기 돌보는 초보 아빠가 됩니다.(웃음) 육아가 시작되니까 세상 모든 부모님이 존경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차 안 이동 시간이 거의 유일한 SNS 시간입니다. Q. 부산에서 꼭 살리고 싶은 분위기가 있다면? A. 서면의 활기입니다. 캠프 창밖으로 보면 청년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에너지가 도시를 살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활기가 부산 전역으로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Q. 가장 빨리 추진할 수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 A. 일자리 공약입니다. 기업 유치와 로컬기업 성장 지원은 시장이 의지만 있으면 바로 뛸 수 있는 영역입니다.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도 결국 좋은 일자리입니다. 취임식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가장 먼저 움직이겠습니다. 한편, 부산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24일 부산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최근들어 민주당 전재수 후보를 바짝 따라붙으면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재수 후보는 47.4%, 박형준 후보는 41.5%를 기록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다. 한 달 전 조사 때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 후보는 북극항로와 친환경 스마트항만 육성에 무게를 두며 부산항 미래 전략에 박 후보는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 해양금융 허브 조성에 각각 주력하면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18개 지역구 중 17곳을 국민의힘이 차지했고, 직전 지방선거에서는 16개 구·군 기초단체장을 모두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지난해 조기 대선 역시 전국에서 부산만 떼어놓고 보면 강서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보수 진영 득표세가 강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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