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가 大史小史 ③] 순혈주의 깬 유통가…외부인재 수혈 ‘가속’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코로나 장기화로 유통업계가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 트렌드 급변으로 국내외 경영여건이 불확실해지면서 외부 인재 영입이 더욱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업계 맏형격인 롯데가 사상 처음 유통사업 수장으로 ‘비(非)롯데맨’을 발탁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수장으로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발탁했다. 롯데가 유통사업의 수장으로 비롯데맨을 발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의 유통사업을 이끌게 될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부회장)은 1986년 미국P&G로 입사해 동남아 총괄사장과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친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 홍콩 소매유통 회사인 DFI리테일그룹의 동남아 유통총괄 대표 등을 지냈다.롯데는 아울러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백화점 사업의 수장으로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발탁했다. 백화점 대표 역시 외부인사가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대표는 신세계그룹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신세계맨’으로. 신세계백화점 이태리 지사장부터 신세계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했을 당시 유명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유치하는 성과를 보였다. 그는 신세계 내부에서도 해외 네크워크가 풍부한 인물로,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까사 대표에 이베이코리아와 여기어때컴퍼니를 지낸 최문석 대표를 영입했다. 백화점 부문 재무기획 담당 전무에는 CJ그룹과 삼성전자를 거친 홍승오 전 ADT캡스 부사장을 영입했고, 온라인사업 담당 상무로도 이은영 전 삼성전자 상무를 기용했다. 또 최근에는 베인앤드컴퍼니출신인 김혜경 상무와 채영준 상무를 전략 온라인 태스크포스 담당과 재무관리 담당으로 영입했다.현대백화점그룹도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한섬 해외패션부문 사장에 박철규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문장(부사장)을 영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사장급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하기는 처음이다. 최근 유통기업들의 외부 인재 영입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은 앞서 파격적으로 외부 인재 수혈에 나선 신세계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는 2019년 파격적으로 컨설팅 업체 출신인 강희석 대표를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인 강 대표는 이마트가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2019년 등판해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1년 만에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시장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조직 체질개선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인재 영입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pr9028@ekn.kr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올해 유통가 大史小史 ②] 신세계, 이베이 인수…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올해 유통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신세계(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급성장 중인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신세계-쿠팡 3강 체제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아마존과 협력을 본격 시작한 11번가 외에도 강력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무기로 온라인 사업 재정비에 나선 롯데온 등 나머지 경쟁사들 역시 바짝 추격에 나서면서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된 셈이다.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달 15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이마트가 설립했던 특수목적회사 에메랄드 SPV가 아폴로코리아의 지분을 취득(취득가액 3조5591억원) 하면서 이날부터 이베이코리아(이하 이베이)는 이마트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 역대 인수·합병 거래 가운데 최대 규모인 이번 인수 금액 마련을 위해 서울 성수동 본사·본점 건물과 부지 일대를 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승부수를 띄웠다.신세계가 이베이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신세계는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 2위 플레이어로 도약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네이버 17%, 쿠팡13%에 이어 3위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 점유율 3%를 더하면 쿠팡을 앞서 2위에 올라서며 이커머스 시장이 3강 구도가 된다.신세계의 이베이 인수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 인수로 이커머스 시장을 포함한 유통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베이 인수를 통해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모두 확고한 1위 유통 사업자로 발돋움 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일단 인수 초기에는 기존 운영하고 있는 SSG닷컴, 이마트몰과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풀필먼트센터 등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고객 빅데이터는 공유해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에는 그룹 전략 내 ‘온라인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온라인 TF장으론 지난달 김혜경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를 상무로 영입했다. 베인앤드 컴퍼니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이마트에 합류하기 전에 근무했던 곳이다. 온라인 TF팀장을 맡게 된 김 상무는 서울대 경영대 졸업 후 MIT 슬로언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2004년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한 후 소비재 유통 그룹 파트너를 맡아온 ‘유통 전문가’다. 베인앤컴퍼니 서울 오피스에서 활동하면서 소비재·유통 기업들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해왔다. 신세계는 여기에 이베이와 SSG닷컴의 본사 통합 이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강남과 종로에 위치한 양사의 본사를 역삼동 센터필드에 합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가 앞으로 기존 SSG닷컴과 인수한 이베이의 시너지 창출 극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업계는 신세계가 이베이 인수를 통한 시너지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오픈마켓인 이베이는 덩치가 크지만, 인수전까지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각도 있다.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오프라인에 강점은 있지만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T기업도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라며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신세계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석권할 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pr9028@ekn.kr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베이코리아 본사.

[올해 유통가 大史小史 ①] 코로나 우려 딛고

올해 유통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 속에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이커머스는 성장률을 더 키웠고 백화점과 편의점 등도 보복 소비 확산으로 신장세를 이어나갔다. 유통 기업들은 이런 시장 트렌드 급변에 따라 국내외 경영 여건에 맞춘 경영에 나섰다.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M&A와 합종연횡 등을 통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올 한해 유통가의 변화를 짚어보고 기업들의 향후 변화와 전망 등을 살펴보는 기획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 속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이커머스를 비롯해 백화점과 편의점이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간 가운데 대형마트는 기업별로 온도차를 보였다. 면세점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업계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보복소비 수혜를 톡톡히 봤다. 코로나 장기화에도 명품 매출이 크게 늘며 신장세를 이어나갔다. 업계 1위 롯데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신세계와 현대는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성장세가 견고했다.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과 자회사 실적 호조로 올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세계는 연결기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1% 증가했다. 신세계가 3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기간 매출도 지난해보다 37.3% 증가한 1조6671억원을 기록했다.현대백화점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난 475억11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6% 증가한 9247억9300만원, 당기순이익은 67.7% 늘어난 629억5300만원을 달성했다.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보복 소비와 신규 출점 여파로 신장세를 이어나갔다"며 "코로나 재확산세로 최근 방역 조치가 강화되긴 했지만 올해 연말은 작년 연말보다 분위기가 더 좋을 것 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이커머스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로 올해도 외형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쿠팡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약 5조4789억원으로 전년 대비 48.1% 신장했다. 분기 매출 최고 기록이다. 이마트가 공개한 SSG닷컴 매출액은 3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상승했다. 네이버도 커머스 부문 매출액이 3803억원으로 33.2% 성장했다.근거리 점포인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만큼 코로나 장기화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올해 3분기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편의점 4사는 전년 대비 일제히 매출액이 증가했다. GS25가 1조9252억원(+2.5%)으로 가장 높은 가운데 CU 1조8365억원(+9.1%), 세븐일레븐 1조1352억원(+3.2%), 이마트24는 5178억원(+16.5%) 순으로 집계됐다.대형마트는 기업별로 온도차가 있었다. 이마트가 지난 2분기 흑자전환에 이어 재난지원금 지급처 배제 여파에도 3분기 분기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6조를 돌파한 반면. 롯데마트는 3분기 매출(1조4810억)과 영업이익(120억원)이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면세점은 코로나 장기화로 올해도 힘든 나날을 보냈다. 면세점 빅4는 올해 3분기에도 실적이 크게 회복되지 못했다. 롯데면세점은 3분기 매출이 2조5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으나, 2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다만 신라면세점은 매출이 8579억으로 지난해보다 11% 증가했으며 209억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매출이 1조7981억으로 12% 증가했으며 740억의 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4570억으로 79% 늘었으나,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업계는 위드코로나로 매출 회복세를 기대했으나, 최근 코로나 변이종인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다시 긴장감이 드리워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시작되며 이르면 내년부터 실적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 재확세로 다시 암울해진 분위기다.pr9028@ekn.kr현대백화점이 올해 2월 신규 출점한 ‘더현대서울’이 코로나 여파에도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서예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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