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시대의 그늘③] 개인주유소, 비용부담에 전기차충전 전환

전쟁 폐허였던 작은 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70여년이 걸렸다. 경제 발전 속도가 워낙 빨랐던 만큼 수많은 기업과 산업들이 흥하고 망하기를 반복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미래차 등 분야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있지만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는 산업군도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눈앞에 다가온 ‘전기차 시대’를 맞아 이로 인해 생겨난 음지(陰地)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영세 정비소, 중소 부품사, 개인주유소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분야들이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① 車정비소 ‘줄폐업’이 시작됐다② 중소 부품사 직격탄…"활로가 없다"③ 정유사 발빠른 움직임…개인 주유소는 ‘무대책’[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유 및 주유소 업계가 ‘위기’를 맞고있다. 그러나 대기업 계열의 정유사 직영주유소들과 소상공인 위주의 개인 주유소 업계의 체감은 크게 다르다. 직영 주유소들은 친환경 사업 모델 개발에 집중,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설 지원에 나서고 있는 반면, 소규모 가맹주유소들은 아직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을 뿐 더러, 관련 충전 시설을 설치하기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수익적인 측면에서 비용을 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친환경(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의 누적 등록대수는 100만대를 돌파, 총 106만 3159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20만1520대로 집계됐다. 2014년 말 2775대와 비교하면 약 70배 정도 성장한 수준이다. ◇ 정유업계 전기차 전환에 발 빠른 움직임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유업계도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맞춰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직영 주유소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등이다. GS칼텍스는 현재 전국 70여 곳의 주유소 및 충전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완성차 업체인 기아를 비롯해 LG전자, 충전기 제조업체 등과 협업을 맺고 전기차 생태계를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 역시 주유소 49개소에 전기차 충전기 52기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 충전소 비용 확보를 위해 지난해 6월 주유소 115곳을 매각해 7638억원을 거둬들였다. SK에너지는 오는 2023년까지 전국 190여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앞서 전기차 충전 협력을 위해 한국전력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현대오일뱅크도 오는 2023년까지 전기차 급속충전기 200기를 전국 직영주유소에 설치하고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충전소를 2030년까지 최대 180여 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에쓰오일에서도 전기차 확산에 대비,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전기차 충전사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후 파주 직영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 문제는 개인 주유소…"무대책이 상책"정유사들이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들이 발 빠른 변신을 하는 반면 개인주유소들은 그저 이를 바라만 보는 입장이다. 전기차 충전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전기차 충전 설비를 위한 부지 확보나 기반 시설 설치에 필요한 재정 확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완도에서 주유소 운영하는 김모(47) 씨는 "가맹 주유소를 운영하는 운영자들 대부분이 전기차 수요 증가로 주유소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시설 마련 등에 나서지 않는 데엔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려면 여기에 대한 기반 시설 등 소요되는 비용이 많고 위험도도 있다 보니 애초 준비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유소 내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하려면 전기 시설이 들어가야 하는데 주유소 전체적으로 기름이 오가는 배관들이 깔려있기 때문에 화재 등 위험도가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주유소 운영자들 입장에선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보조도 없이 100% 자부담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 역시 "전기차 보급이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주유소 운영하는 입장에선 현재 전기차 충전사업의 경제성이 없다. 초기 투자비용과 소비자의 수요 부족 등으로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자의 자율적인 투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면서 "여기에 신규투자 및 금융권을 통한 융자지원 등 어려움도 있는데다가 주유소 충전사업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 미비한 것도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 설비가 구축되지 않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재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지난해 말 기준 2500만여대다. 이 가운데 20만대 가량이 전기차로 1/125 수준이다. 개인주유소 운영자로선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이에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 차원의 충전인프라 구축 목표 설정 및 사업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업초기 충전기 설치비용의 70~80% 저리융자 또는 보조금 지원 △위험물을 취급하는 주유소의 특성상 방폭설비 등의 설치공사비용 일부 지원 △사업운영비 보조 및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등 기타 세제 혜택 △충전시간 활용을 위한 주유소 부대용도 규제 완화 등을 꼽고 있다. 아울러 주유소내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활성화를 위한 지원체계로 효과적인 충전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를 위해 전담기관을 지정하고 보조 사업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SK에너지 전기차 충전소

[전기차시대의 그늘②] 중소 부품사 60% 퇴출…고용감소

전쟁 폐허였던 작은 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70여년이 걸렸다. 경제 발전 속도가 워낙 빨랐던 만큼 수많은 기업과 산업들이 흥하고 망하기를 반복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미래차 등 분야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있지만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는 산업군도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눈앞에 다가온 ‘전기차 시대’를 맞아 이로 인해 생겨난 음지(陰地)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영세 정비소, 중소 부품사, 개인 주유소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분야들이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① 車정비소 ‘줄폐업’이 시작됐다② 중소 부품사 직격탄…"활로가 없다"③ 정유사 발빠른 움직임…개인 주유소는 ‘무대책’[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 자동차 구동계쪽 부품을 생산하는 A사 사장은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회사를 매물로 내놨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래차 관련 설비 투자를 전혀 못하다보니 시장에서 제 값을 받기도, 자녀에게 회사를 증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자동차 변속기 관련 부품을 만드는 B사 사장은 최근 몇 년째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익률이 낮아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기 힘들어서다. 당장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내연기관차들이 사라지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처지라는 사실을 직원들도 모두 안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국내 중소 부품사들이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전한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지 못할 경우 한꺼번에 수많은 기업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헐값에 외국자본에 팔려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업계와 한국자동차부품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사는 약 9000개다. 이 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20만~23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전기차에 필요 없는 파워트레인 관련 회사가 전체의 60%에 달한다는 점은 문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절반 가량이다. 복잡한 구조를 지닌 엔진, 변속기 등은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작년 말 기준 2500만여대다. 이 중 친환경차는 100만여대, 순수전기차는 20만대를 넘겼다. 아직 점유율이 낮지만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앞으로 5년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내연기관차 개발·생산 중단은 속속 선언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올해 안에 전기차·수소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를 5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자동차산업협회는 2025년 전기차 생산량이 전체의 20%에 달하면 고용은 3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생산량이 전체의 30%로 늘어나는 2030년에는 38%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500억원 미만 기업의 미래차 전환율은 16% 수준에 불과하다고 협회는 예측한다.업계 한 관계자는 "부품 공급사들은 차량이 신모델로 변경만 돼도 이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며 "이들 입장에서 전기차 시대 전환은 산업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 부품사들이 결국 활로를 찾지 못한다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헐값에 외국자본에 팔려나가는 회사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짚었다.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전후로 이미 자동차 부품 산업에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건비 부담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진 여파다.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며 상위 업체 주문물량이 들쭉날쭉해졌다는 악재까지 겹쳤다. 작년 말에는 현대자동차 1차협력사인 진원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시장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전환에 발 맞춰 우리 부품산업도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 제조사가 하청을 주는 개념을 넘어 부품사들의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자동차 제조사가 부품사를 하청업체로 부리는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현대차·기아의 순정부품 교체 유도에 경고를 내렸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오병성 한국자동차부품협회 회장은 "중소 부품사들에 정부 등이 지원을 해주는 것보다는 이들이 직접 미래차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자동차 부품사가 브랜드를 가진 경우는 타이어 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다. 부품사가 ‘브랜드화’를 통해 다양한 상위 업체들과 협업하고 영업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판을 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yes@ekn.kr자료사진.

[전기차시대의 그늘①] 車정비소

전쟁 폐허였던 작은 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70여 년이 걸렸다. 경제 발전 속도가 워낙 빨랐던 만큼 수많은 기업과 산업들이 흥하고 망하기를 반복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미래차 등 분야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있지만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는 산업군도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눈 앞에 다가온 ‘전기차 시대’를 맞아 이로 인해 생겨난 음지(陰地)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영세 정비소, 중소 부품사, 개인 주유소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분야들이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① 車정비소 ‘줄폐업’이 시작됐다② 중소 부품사 직격탄…"활로가 없다"③ 정유사 발빠른 움직임…개인 주유소는 ‘무대책’[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영세한 자동차 정비 업체가 ‘줄폐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정비소 체질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대기업 위주로만 진행돼 자칫 골목상권이 붕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11일 업계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의원실 등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정비 업체는 약 3만6000개로 추산된다. ‘동네 카센터’부터 대기업 서비스센터 인력까지 모두 더하면 종사자는 9만6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부분 영세 업자들이 전기차 정비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구동장치 외 다른 기능들도 전자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서울 인근 한 주거지 밀집지역에 위치한 정비소에 전기차 점검을 문의하자 "공식 서비스센터에 가셔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차를 살펴보는 방식 자체가 아예 다르다"라며 "대부분 영세 정비업체들은 기본적인 차량 점검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등록된 자동차는 작년 말 기준 2500만여대다. 이 중 친환경차는 100만여대, 순수전기차는 20만대를 넘겼다. 아직 낮은 점유율이지만 업계에서는 당장 5년 가량이 지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본다. 정부 차원의 전기차 보급 목표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속속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안에 전기차·수소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를 5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실제 에너지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률 5%를 달성한 제주도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정비업소 12.6%가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대기업 위주로 전기차 전문 정비소 확충 계획을 세우면서 영세 업체들이 갈 곳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미래차 현장인력 양성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대상 인원이 연간 수백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작년 기준 1100여개인 전기차 정비소를 2025년까지 약 3300개로 확대한다는 청사진도 현대차 블루핸즈, 기아차 오토큐 등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아직 장비 가격이 비싸고 무상수리 보증기간 등이 있는 만큼 영세 정비업까지 전기차 정비소를 확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절대적인 부품 수 자체가 내연기관차 대비 3분의 1 수준인데 제조 기술 발전으로 내구성도 높아 정비소를 찾는 사례 자체도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략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 만큼 일감을 잃게 될 영세 정비업체들의 생존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전기차·배터리 강국이고 정부도 친환경차 판매를 돕고 있지만 정작 대학 등 교육현장이나 차를 고치는 정비소 등은 체질을 개선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고 일침했다. yes@ekn.kr전기차 충전 자료사진.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