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신명균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연구그룹장 "수소환원제철, 철강업계 탄소중립 근본적 해결책될 것"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공통의 아젠다로 글로벌 연대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은 기존 고로 제철 공정에서 수소환원제철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기술개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신명균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 수소환원제철연구그룹장은 지난 24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철강업의 탄소중립 달성의 열쇠로 수소환원제철을 꼽았다.그러면서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통한 철강업의 탄소중립 달성의 Key는 경제적인 그린수소와 저탄소 전력 공급망 확보에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 범 국가적인 긴밀한 협력과 정책 및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다음은 신명균 그룹장과 일문일답이다.▲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기술 연구개발(R&D) 현황에 대해 소개해달라.철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 가스 중 약 60%는 철광석을 녹여 용선(쇳물)을 생산하는 ‘제선 공정’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저탄소공정연구소는 고로, FINEX 같은 기존의 제선 공정의 생산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CO2) 발생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화석 연료 대신 수소를 이용해 용선(쇳물)을 생산하기 위한 수소환원제철 신공정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선 공정 외에도 철강 생산 공정을 효율화 하기 위한 공정 설비 엔지니어링 관련 연구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저탄소공정연구소에는 약 150 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수소환원제철의 공정 과정을 고로와 비교해 설명해달라.- 자연 상태의 철광석은 대부분 Fe2O3의 산화철 형태로 존재한다. 철광석에서 순수한 철(Fe)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산화철로부터 산소를 떼어낼 수 있는 ‘환원 가스’와 철광석을 환원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까지 가열하고 녹이기 위한 ‘열’이 필요하다.고로 공정에서는 고로 하부에 열풍 (1000℃ 이상으로 가열 된 공기)을 불어 넣어 내부의 코크스와 반응시켜 2000℃ 이상의 일산화탄소를 발생시켜 환원 가스와 열을 동시에 생성한다. 고온의 일산화탄소가 상승하며 철광석을 환원 및 용융 시키고 자신은 산화철에서 떼어낸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돼 고로 밖으로 배출되게 된다. 수소환원제철은 제선 공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화석 연료 대신 외부에서 가열된 수소를 환원 가스로 공급해 철광석을 환원시킨다.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을 환원할 경우 산화철에서 분리된 산소와 수소가 결합해 물이 생성되므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기로가 아닌 수소환원제철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전기로에 사용할 수 있는 철원은 맥석 성분이 매우 적은 고품질의 철광석을 90% 이상 환원시킨 HBI 또는 고철 스크랩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무엇보다도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철강제품은 품질에 한계가 있어 포스코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고급강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US 기술 또한 한국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이 불리해 현재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철강은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소재로서 미래에도 철강 수요량은 꾸준히 증가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고급강 수요 역시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장량이 풍부한 일반 철광석을 이용해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용선을 생산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수소환원제철이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지적이 있다.-일산화탄소(CO)가스를 사용해 철광석을 환원시키는 반응은 발열반응이므로 환원이 진행 되어도 고로 내부의 온도가 환원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로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반면,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을 환원시키는 반응은 흡열반응이므로 환원이 진행되면 반응기 내부 온도가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환원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열 공급이 필요하다.포스코에서 개발 중인 HyREX 유동환원로는 다단의 반응기가 순차적으로 연결돼 있는 구조로서 반응기 사이 사이에 추가 열 공급이 용이하다. 열을 공급하는 방식으로서는 반응기에 약간의 산소를 투입해 수소를 연소시킴으로써 열을 발생하는 직접 가열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전기 에너지 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열을 공급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환원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교하면 고로에 비해 약 20% 정도가 더 필요하다.▲ 제품 가성비나 품질에 대한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용선을 생산하더라도 이후 쇳물의 성분을 조정하는 제강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또한 포스코는 연산 150만t과 200만t 규모의 FINEX 유동환원로 2기를 15년 이상 가동해 고로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20년 이상의 유동로 조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HyREX 설비를 상용화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다만 수소와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 단가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생에너지 생산과 수소 경제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수소와 전력을 이용해 용선을 생산하는 방식에 많은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초기 기술 개발 정착을 위해서는 경제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시민 사회의 이해가 뒷받침 되는 시장 형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소 및 재생에너지 생산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가격은 점차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공통의 아젠다로 글로벌 연대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나 법안들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국내 산업계의 탄소중립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며, 기술적 뒷받침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은 기존 고로 제철 공정에서 수소환원제철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기술개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미 유럽연합(EU), 일본, 미국 등에서는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 대규모 기술 개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탄소중립 핵심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의 투자 리스크 및 개발 난이도를 고려하여 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국가 주도의 기술개발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또한 수소환원제철 완성을 위해 필수적인 재생에너지 등 그린 전력 확보에 대한 자본·정책적 지원 체계 강화로 설비 투자를 촉진하고, 합리적인 그린 전력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그린 전력의 수요 증가 전망을 반영한 국가의 중장기 전력 운영 계획이 확정된다면 경영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아울러 EU CBAM, 미국 GSSA 등 선진국 중심으로 탄소 감축을 명분으로 한 新 무역장벽 등 ‘탄소중립’이 통상 이슈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이슈는 통상의 관점만이 아닌, 기술 개발 및 그린 스틸 공급 계획 등 방법론 제시를 통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한-EU’, ‘한-미’간 ETS 상호 인정 및 경쟁국과 동등 수준의 협상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EU, 미국 등 주요국과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에 힘써 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통한 철강업의 탄소중립 달성의 Key는 경제적인 그린수소와 저탄소 전력 공급망 확보에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 범 국가적인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진흥하기 위한 정책 및 법률적 지원이 잘 구축됐으면 한다.■신명균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 수소환원제철연구그룹장◇약력 △1994년 서울대학교 금속재료공학 박사 △1993년 RIST 입사 △FINEX 파일럿 설비 연구 개발 △2001년 포스코 기술연구원 입사 △FINEX 유동로 데모 및 상업 설비 R&D 및 엔지니어링 수행 △FINEX 유동로 공정 성능 향상을 위한 다수의 연구 개발 프로젝트 수행 △2021년 저탄소공정연구그룹 그룹장 부임 △2022년 수소환원제철연구그룹 그룹장 연임 △HyREX 기술 개발 착수신명균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 수소환원제철연구그룹장.

[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철강사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철강사들이 탄소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가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철강 산업의 탄소배출량은 2019년 기준 전체 산업 부문의 35.2%를 차지한다. 그간 철강사들은 용선을 생산하기 위해 석탄을 이용해왔다. 이 때문에 철강 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약 60%는 철광석을 녹여 용선(쇳물)을 생산하는 ‘제선 공정’에서 발생했다. 현재 철강사들은 제선 공정에서 투입되는 석탄을 수소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것이 수소로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이다.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Hydrogen Reduction)를 개발하고 있다. 고로 설비는 약 10년을 주기로 개수가 이뤄지는데, 포스코는 기존 설비의 개수 시기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설비 전환을 추진해 2050년까지 하이렉스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수소환원제철공정에서는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이 각각 ‘환원로’와 ‘전기로’에서 분리돼 일어난다. 먼저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을 제조한다. 이 같이 생산된 철은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이라고 부른다. 이후 DRI를 전기로에 넣어 녹이면 쇳물이 생산되는 방식이다.포스코는 1992년부터 하이넥스의 전신인 파이넥스(FINEX)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07년 상용화했다. 파이넥스는 수소를 철광석의 환원 과정에서 약 25% 사용한다. 현재까지 파이넥스에서는 3400만t의 쇳물이 성공적으로 생산됐다. 포스코는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를 100% 사용하는 하이렉스 기술 개발을 정부를 포함 국내 철강사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하이렉스는 SSAB등 해외 철강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샤프트(Shaft) 환원로’와 비교되고 있다. 포스코는 △원료의 차이 △원료와 수소 환원가스의 접촉 방식의 차이 △탄소 배출의 차이 등에서 3가지 강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가장 도드라지는 장점은 사용 원료의 차이다. 샤프트 환원로는 철광석을 환원하기 위해 펠렛광을 단단한 덩어리 형태로 만든 ‘펠렛’을 제조한 후 이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펠렛광은 산지와 매장량이 매우 제한적이라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의 철광석은 샤프트 환원로에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전세계 철광석 생산량 18억t 중 펠렛 공급량은 4억2000만t 밖에 되지 않고 지난해 기준 펠렛은 철광석 분광보다 t당 85달러나 비싸다.반면에 하이렉스는 유동환원로를 이용해 분광 상태의 일반 철광석을 별다른 가공 없이 바로 환원시킬 수 있다. 또한 유동환원로를 통과한 부분환원철은 EAF 전기로 대신 ESF 환원전기로에서 추가 환원 및 용융이 이뤄짐으로써 맥석 성분이 높은 광석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지난 10월 세계철강협회장으로 취임하며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전세계 업체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세계철강협회는 지난해와 올해 수소환원제철 국제 포럼인 하이스(HyIs)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 스웨덴에서 개최된 하이스 포럼에서 포스코는 하이렉스 연구개발 파트너십 계획을 발표했다. 철강사·원료사·엔지니어링사 등 관련 업체와 하이렉스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게 골자다. 이 파트너십은 현재 여러 회사가 관심을 표명해 협의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7월 포스코는 영국의 플랜트 건설사 프라이메탈스(Primetals)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하이렉스 데모플랜트 설계에 착수했다. 프라이메탈스는 포스코와 파이넥스 설비를 공동으로 설계한 경험이 있다. 포스코는 데모플랜드 EPC(설계·조달·시공)를 이어나가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현대제철도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를 갖춘다. 현대제철은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을 통해 저탄소 고급판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갖춘 ‘하이아크(Hy-Arc)’가 하이큐브 기술의 핵심이다.현대제철은 연간 1000만t 이상의 전기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기로는 기존 고로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25%에 불가하기 때문에 철강 산업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기술이다. 현대제철은 △원료 부문 △제조 공정 부문 △제품 등 3대 유연성을 기반으로 전기로 중심의 공정을 구성하고 탄소배출 저감뿐만 아니라 제품과 시장까지 고려한 완성형 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지난해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전담 조직인 탄소중립추진단을 신설하고 장기적인 탄소중립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다.lsj@ekn.kr하이렉스(HyRex) 수소환원제철을 재현한 모형. 사진=포스코하이렉스와 샤프트 환원로의 차이점. 사진=포스코현대제철의 하이아크(Hy-Arc)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철강사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사활걸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탄소 다(多)배출 업종 중 하나로 꼽히는 철강업계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자국의 탄소중립 행보에 맞춰 ‘그린 철강’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우리 철강사들도 세계 흐름에 따라 ‘그린 철강’ 생산을 위해 이 기술에 주목한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쇳물 생산을 위해 석탄을 태우는 과정이 생략되는 만큼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철강업계에선 지속가능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철강사들이 ‘그린 철강’ 생산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저탄소 기술 개발을 위해 494억달러 투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일본제철은 2013년 대비 2030년까지 30% 탄소감축,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및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선 석탄 대신 수소로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나섰다. 이 움직임엔 철강사 ‘맏형’인 포스코가 선두에 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반 친환경 제철소 구현을 통해 포스코 탄소중립 실현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다. 우선 독자기술인 FINEX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발전시켜 수소환원제철법으로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현대제철도 수소환원제철을 미래 핵심 기술로 짚고, 토대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일례로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대량의 환원용 수소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CCUS(탄소포집·활용 저장 기술), 수소 생산,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협력을 위한 탄소중립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정부도 철강사들의 행보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약 9000억원을 투자, 친환경적인 산업구조 전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철강에 209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과제의 경우 1단계로 공정설계 기초기술에 269억원을 우선 지원하고 이후 사업 적정성 재검토를 거쳐 후속 기술개발 및 실증비를 지원할 예정이다.고로vs파이넥스(FINEX)vs수소환원제철 공정 비교. 사진=포스코

[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 "자율운항 기술, 연료·온실가스 대폭 감소 용이"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이승주 기자]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최적의 경로 및 속도로 운항한다면 기존 대기시간을 줄여 연료 및 온실가스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 6월 하이나스2.0을 적용한 대양횡단에서 최적 속도 운항을 통해 연료 7%, 온실가스 5% 절감을 이뤄냈다."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은 지난 14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율운항 기술 특징 중 하나로 연료 및 온실가스 절감을 꼽았다.그러면서 "특히 대형 선박은 해양 물류의 중심인 만큼, 궁극적으로 자율운항 기술이 결합한 선박이 미래 해상물류의 핵심이 될 것이다"며 "정부가 해사 분야의 법제도 정비 등 규제 혁신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고 업계에서 합의된 승인, 인증 프레임워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수용되는 기능적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팀장과 일문일답이다.▲아비커스에 대해 소개해달라.-아비커스(AVIKUS)는 2020년 12월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설립한 자율운항 선박 전문 스타트업이다. 아비커스는 바이킹의 어원인 ‘AVVIKER’에서 온 말로 자율운항 분야의 프런티어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딥러닝 기반의 항해보조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으며 2021년 2월부터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건조하는 선박에 항해보조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현재까지 누적 수주 260 척 이상을 달성했으며, 앞으로도 연간 100척 이상의 선박에 항해보조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서 확보된 대량의 선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보적 성능의 인지 및 제어 솔루션을 개발해 ‘Maritime autonomous pioneer’가 되겠다는 목표다. 현재 직원 수는 약 40 명 정도이며, 현재 채용 중인 인원을 포함해 내년 초에는 7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비커스에서 진행하는 자율운항 기술 R&D 현황은 어느 정도인가.▲우리는 크게 ‘컴퓨터비전’, ‘조종제어’ 2개 분야에서 연구개발(R&D)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컴퓨터비전은 자율운항 기술의 핵심으로 사물을 인지하는 기술이다. 해상에서는 해무와 같은 날씨 조건, 물 반사 등 외부환경이 가변적이고 이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화된 인지 기술이 필요하다. 인지 기술 고도화에 필수적인 것이 곧 데이터인데, 현대중공업그룹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공하며 압도적인 데이터를 공급받고 있다. 조종제어 기술의 경우 대형 선박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 와 있다. 올해 8월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레벨 2 솔루션 ‘HiNAS2.0’ 상용화에 성공해 대형선박 23척에 탑재하기로 했다.자율운항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으며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율운항 기술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개발해 글로벌 Top-Tier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소형 레저보트의 경우 컨설팅 회사와 협업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운전자가 항해와 정박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자율운항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레저보트의 경우 대형 선박과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규모 또한 매우 크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리는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다 위 모든 선박들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야하는 상황이다. 자율운항이 탄소중립에 구체적으로 어떤 긍정적 영향이 있나.▲선박의 연료는 선속의 약 세제곱에 비례해 소모된다. 즉 2배의 선속으로 운항할 경우 연료는 8배가 소요된다. 선박은 정해진 시간에 화물을 운송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패널티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정박지에 미리 도착해 항만에 대기한다. 하지만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최적의 경로 및 속도로 운항한다면 이 대기시간을 줄여 연료 및 온실가스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6월 하이나스2.0(자율운항 레벨 2 기술)을 적용한 대양횡단에서 최적 속도 운항을 통해 연료 7%, 온실가스 5%를 절감한 바 있다. -자율운항 솔루션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들었다. 선주가 이 부분에서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해상사고의 80%가 인적과실에 기인하는데 사람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견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숙련된 선원이 대폭 줄어들고 있어 선박의 자율운항 기술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이 위험을 자동으로 인지해 제어한다면 인적 과실에 의한 충돌·좌초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장 및 선원들은 자율운항 항해 보조 솔루션 ‘HiNAS’를 통해 자율 경로 생성, 자율 속도 제어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접안 보조 솔루션 ‘HiBAS’는 3D 서라운드 뷰 등을 통해 이접안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사고 위험이 높은 예인선의 경우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을 통해 선원 없이 무인 자율운항이 가능하다면 인적 사고 발생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아비커스의 기술 수준이 타사에 비해 얼마큼 올라와 있는지. 차이점은 무엇인지, 또 향후 기술 표준 선점을 위해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자율운항 시장은 아직 개화되지 않았으며 아직 기술적으로 제대로 구현한 회사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솔루션 상용화를 구현하고 있는 아비커스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율운항 솔루션에서 핵심은 곧 데이터다.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모빌아이’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압도적인 데이터를 빠르게 쌓았기 때문이다. 초기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딥러닝 기술을 고도화했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모빌아이를 찾게 됐고, 이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서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더 빠르고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그래서 초기 ADAS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현재 아비커스는 누적 수주 260 척 이상을 달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훨씬 더 빨리 데이터를 쌓아 딥러닝 알고리즘의 성능을 차별화해 나가고 있다. 모빌아이처럼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데이터 자체로 기술 장벽을 쌓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 자체가 곧 기술 경쟁력이며, 아비커스는 글로벌 탑티어 수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곧 국제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다. IMO처럼 강제성을 갖고 있는 표준을 선점하게 되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IMO의 대표적인 강제 규정 중에는 탄소 배출량, 통신 프로토콜, 사이버 보안 등이 있고, 이는 모든 고객사나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 규정에 맞지 않는 선박은 해상에서 운항이 불가능하다. 자율운항 기술과 관련된 어떤 국제 표준이 만들어지면 이 표준을 주도하고 선점한 회사는 기존에 기술을 개발해오던대로 하면 되고, 그 외의 다른 회사들은 표준에 맞춰 다시 개발해야하기에 국제 표준 선점만으로 몇 년을 앞서갈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선사 및 항통장비 업체가 중심이 된 국책과제 수행을 통해 자율운항 기술을 실증하고 산출물을 이용해 강제성이 없는 ISO표준을 선점한 뒤, 이를 강제성이 있는 IMO 표준으로 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국책과제를 통해 표준을 만들고 이것이 국제표준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술 표준의 경우 개별 기업, 단체 등 민간에서 주도하기보다는 국가 및 정부에서 주도해야할 부분으로 현재 아비커스가 참여하고 있는 1600억원 규모의 해수부·산업부 자율운항 국책과제에도 표준화와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에서 필요하다면 우리는 앞으로 표준 제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테스트 베드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정부 주도로 ISO 룰 제정 및 IMO 규제 제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급·기국과의 협력 등 다양한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아비커스는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과 자율운항 레벨 2 솔루션을 수주한 것으로 안다. 레벨별 특징과 레벨 3 이상 상용화 시점은 언제로 보고 있는지. ▲자율운항의 레벨 별 특징은 DNV, BV, NFAS, LR, ONE SEA 등 여러 선급·기국에서 정의하고 있으며, 서로 매우 상이한 편이다. 그 중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IMO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하지만 아직 ‘최소승무규정’, ‘원격제어’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앞으로 지속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벨 3 이상의 상용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항해사(사람)가 아닌 시스템(기술)이 견시의 책임을 지는 레벨 3 이상의 기술은 현재 법규상 사고 발생 시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자동차의 자율주행기술 또한 기술적으로는 레벨 3 이상으로 고도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판매되지 않고 있다. 또한, 자율운항 기술은 개발 및 연구의 역사가 10년이 채 되지 않아 기술 또한 충분히 고도화 되지 않았다. 레벨 3 이상의 상용화는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해운사들은 자율운항 솔루션 가성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율운항 솔루션이 탑재된다면 1년 간 배 1척당 얼마 만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나. ▲선박을 운영하는 데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인건비는 높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예인선의 경우 전체 운영 비용 중 40% 이상이 인건비로 구성될 정도로 고비용의 인력이 필요하다. 또, 대부분의 예인선이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매우 숙련된 선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예컨대 리모컨을 통해 예인선을 원격 제어함으로써 총 비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단거리 해상 운송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EU, 미국, 일본 등)에서는 수요가 더 높을 것이다. 아비커스는 국내외 선사와 ‘HiNAS2.0’ 시험 탑재를 통해 자율운항 선박의 경제성 향상 효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아비커스 솔루션의 경제적 효과를 정량적으로 산출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정부가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전략’을 발표하면서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를 위한 근거 법률을 마련한다고 했다. 그간 자율운항 기술에 부족했던 근거 법률이 무엇이었고 어떤 내용으로 마련돼야 하는지. ▲항해사의 인지·판단·제어를 도와주는 항해 보조 단계에서는 규제나 법규보다는 새로운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자율운항선박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외에도 시스템과 장비의 결합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한 위험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운항을 하며 잠재적인 위험을 식별하는 과정을 통해 규정을 제·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무인 자율운항 선박이 상용화되어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할 때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기존 유인 선박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자율운항 선박과 기존 유인 선박간 운항 안전 기준을 협의해 확립해야 한다. 항해사(사람)가 아닌 시스템(기술)이 견시의 책임을 지는 3단계 이상의 자율운항 단계에서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국내외 각종 규정에 따르면 무인선박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승무규정 등에 대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여러 국가들이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테스트 해역을 지정하는 등 개별 국가의 국내법으로 3, 4단계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사안전법’, ‘선박안전법’ 등 해사 분야의 법제도 정비 등 규제 혁신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또한, 자율운항 기술은 기존에 없던 기술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합의된 승인(approval), 인증(certification) 프레임워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수용되는 기능적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솔루션 공급자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자율운항 기반 해양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가 될 것이다. 대형 선박은 해양 물류의 중심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자율운항 선박은 미래 해상물류의 핵심이 될 것이다. 또한, 자율운항 기술이 탑재된 소형 레저보트는 고객이 해양레저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선사의 대형 선박에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한 뒤, 전세계적으로 1000만 척이 넘고 매년 수십만 척 이상 건조되는 레저 보트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공급해 ‘Maritime Autonomous Pioneer’가 될 것이다.■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약력 △1985년 서울 출생 △달성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 학/석/박사 △2018년 현대중공업 입사 △2019년 현대글로벌서비스 선박유체연구실 △2021년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 팀장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

[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조선3사,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자율운항선박 국제 표준 선점을 위해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BIG)3는 2030년 완전자율운항을 목표로 핵심 기술 실증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이 써내려가는 연구개발 성과가 곧 ‘세계 최초’가 된다. 태평양을 횡단하는 무인선박, ‘바다 위의 테슬라’ 목표는 현재진행형이다.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20년 12월 자율운항 선박 전문 스타트업 아비커스(AVIKUS)를 출범시키고, 현재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 2.0’까지 상용화시켰다. 이는 완전 무인화 단계는 아니지만 원격제어가 가능한 IMO 표준 2단계로, 실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항경로를 생성하고 엔진출력을 자율적으로 제어해 연료소모를 최소화 시킬 수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 8월 SK해운·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의 건조 중인 23척의 대형 선박에 솔루션을 탑재시키는 수주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아비커스는 현재 컴퓨터비전과 조종제어 2개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컴퓨터 비전은 해상에서의 해무와 날씨 조건, 물 반사 등 외부환경을 고려한 인지 기술이다. 인지 기술이 고도화 될 수록 충돌 위험 판단·최적 운항로 탐색·자동접안시스템에서의 완벽을 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경북 포항에서 12인승 레저보트 자율운항 솔루션을 실증한 데 이어 올해 6월 세계 최초로 18㎥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이용한 자율운항 대양횡단을 성공한 바 있다.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의 압도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8년 2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선박 자율운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0년부터 자율운항 솔루션(DS4, DSME Smart Ship Platform)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첫 자율운항기술시험선의 이름은 단비(DAN-V, DSME Autonomous Navigation-Vessel)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회사에 단비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측은 단비를 이용한 실증 테스트를 반복 수행, 자율운항 핵심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미래 자율운항 선박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대우조선해양의 자율운항 솔루션의 특징은 웨더라우팅(Weather Routing) 기능이다. 일종의 선박용 내비게이션이다. 대양의 파고 현황 및 날씨 정보를 취합해 최적의 경로를 안내한다. 현재 대부분의 선주들은 전문 웨더라우팅 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상태로, 서비스 비용은 물론 연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디지털트윈 기반의 상황 모니터링 솔루션도 장착돼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가상공간에 실물과 같은 물체를 만들어 여러가지 위험 상황을 예측하고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야간이나 원거리 통신 환경이 좋지 않을 때도 이를 활용해 선박 주변 상황을 항상 관측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25년부터 자율운항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실제 선박에 탑재하고 2030년 관련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독자 개발 자율항해 체계인 ‘삼성자율선박시스템(SAS, Samsung Autonomous Ship)’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 자율운항 시험선 ‘이지고(EasyGo)’를 제작하고 원격·자동 제어기술의 해상 실증에 착수한 뒤, 지난 2020년 300t급 예인 선박 삼성T-8호의 자율 운항도 마쳤다.삼성중공업의 SAS에는 레이더·범지구 위치결정 시스템(GPS)·자동식별장치(AIS)·360도 열화상 카메라·충돌 회피를 위한 엔진 자동 제어 기술이 도입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목표해양대학교와 세계 최초 자율운항선박 간 충돌 회피 기술 실증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실증 과정에서 자율운항 선박 충돌회피·‘ㄹ’자 형태의 다중 경유점 경로제어 기술을 선보였다.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해양안전대전(KOE), 한국선급(KR), SM그룹 KLCSM과 중대형선을 위한 자율 항해 시스템의 실운항 적용 승인에 관한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하고, 영국 선급 로이드로부터 자체 디지털 트윈 기술(SVESSEL CBM)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해당 솔루션을 연내 상용화하고 2025년까지 부분자율운항 기술을 실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HD현대 아비커스와 SK해운이 대형 상선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의 모습. 사진=현대중공업지난 8월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의 대우조선해양 부스에서 진은석 대우조선해양 스마트십솔루션연구 파트장 책임연구원이 ‘육상 자율운항 관제센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주 기자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 내 원격관제센터에서 자율운항 중인 선박 ‘SAMSUNG T-8’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조선소 주변과 장애물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기업·정부 나서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세계적인 ‘넷제로’ 달성 움직임은 조선업계로도 퍼지는 분위기다. 최근 글로벌 조선업체들을 중심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바로 ‘자율운항선박’이다. 자율운항선박은 기존 선박에 정보통신(ICT), 센서, 스마트기술 등을 융합해 시스템이 선박을 제어하고 사람의 간섭 없이 운항이 가능하도록 하는 선박이다. 최적의 항로를 설정해 운항하다 보니, 연료 절감도 기대해볼 수 있다. 조선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 기술이 미래 스마트 해양시대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3사가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MO가 탄소 감축을 위해 2023년부터 환경규제 도입을 예고,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가 가시화되면서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선 계열사 아비커스를 통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다. 아비커스는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초대형 LNG 운반선에 적용, 세계 최초로 태평양 횡단 성공을 이끌었다. 삼성중공업도 독자 개발 자율항해 체계인 ‘삼성 자율 선박(SAS)’의 연내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관련 기술에 대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원격조종 등 자율운항과 안전운항 관련 기술 시험을 마친 바 있다. 정부도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울산 동구 고늘지구 내에 자율운항에 필요한 항해·기관 자동화 시스템 등 핵심기술 개발과 지난 6월 건조된 자율운행해상시험선 실증을 위한 육상관제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준공한 것. 해양수산부와 산업자원부 등은 이 실증센터에 오는 2025년까지 16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운항 기술 개발과 상용화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삼성중공업이 거제조선소 인근 해상에서 실제 선박을 원격·자율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 자율운항선박 간 충돌 회피 기술 실증 장면. 사진=삼성중공업

[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온실가스를 연료로, 신기술 CCUS 주목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중후장대업계가 저탄소·친환경 경제구조 전환에 맞춰 관련 기술 개발 중 하나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에 주목하고 있다. CCUS는 CCS와 CCU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CCS는 포집한 온실가스를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CCU는 온실가스를 포집, 활용까지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CCUS는 산업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 활용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재활용해 고부가가치로 전환시키는 탄소중립 수단인 셈이다. 기업들은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뿐 아니라 산업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포집해 활용함으로써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1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오는 2070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분의 15%는 CCUS 기술로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 국내외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 등 중후장대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CCUS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우 가까운 나라인 일본만 봐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및 CCUS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선 포스코의 경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가스를 고순도 이산화탄소로 포집한 후 열원으로 전환·사용하는 CCU기술을 실증하고 있으며 현대제철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비롯한 활용 기술을 제철 공정에 적용하고 그린철강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전체 산업 탄소 배출량의 14.7%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정유와 화학업계도 CCUS 상용화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현재 SK에너지는 SK울산CLX에서 탄소를 포집해 액체 탄산용 원료로 공급 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CCS 관련 국내외 국책과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는 수소 공장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동해가스전에 저장하는 CCS 실증모델개발 정부과제에 참여 중이다. 향후 국책과제로 추진될 CCS 실증사업권 확보도 추진할 계획이다.롯데케미칼은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여수 공장에 설치해 연간 6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으며 금호석유화학은 2024년까지 여수 국가 산업단지에 연간 7만t 규모의 CCUS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액화탄산으로 가공해 탄산 시장에 공급한다.현대오일뱅크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액체탄산과 탄산칼슘,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과 함께, CCUS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충전소 및 연료전지 발전용 수소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관한 환경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조선·해운업계도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HMM은 글로벌 선사 중 두 번째로 2050년 탄소중립 중장기 목표를 선언하고, 친환경 설비 기업인 파나시아와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0년부터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장비(OCCS)를 개발해왔으며, 지난 10월 성능까지 마쳤다. OCCS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수산화나트륨 수용액을 통해 흡수, 광물화 형태로 바꿔주는 설비다. 건축물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제로에너지 건축’으로 건설사도 이에 가담했다. 현대건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CCU분야 국책과제 주관 연구개발 기관으로 선정, 하루 100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도 CCUS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기본설계 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탄소 포집 설계·조달·시공(EPC)분야에서 2024년까지 누적 수주 1조원 달성 및 향후 연간 1조원 수주 규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정부도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에 발 맞춰 넷제로 기술 개발사업 지원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2050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탄소 방출을 막고 이를 재활용·저장하는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발표하며 오는 11월까지 ‘CCUS 분야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로드맵’을 마련, 향후 사업기획-투자-평가의 가이드라인(지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소재 투자전문회사 SK머티리얼즈가 지난 3월 차세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 8리버스(8Rivers)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캠호시 8리버스 최고경영자(CEO)와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이 협약식 이후 악수하고 있다.

[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장태선 화학연 단장 "국내 산업계, CCUS 기술 개발 드라이브 걸어야"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2030년 목표도 수립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계가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단순히 기술만 개발에 그쳐서는 안된다.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고 얼마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지 평가도 받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CCUS 기술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기술로 인식될 게 아니라, 석유화학과 정유 산업에는 어떻게 녹아 들어갈 수 있을지 기억하고 논의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된다. 원천기술이 적용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탄소중립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은 지난달 28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CCUS)과 산업계의 역할 대해 이같이 말했다.화석연료는 고대 식물과 동물의 사체로 땅속에 생성된 탄소원이다. 현대 인류는 이를 캐내서 연소시킴으로써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장본인으로 ‘온실가스’로도 불린다.CCUS는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 활용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산업구조 상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공기중으로 배출하지 않고 다시 순환시킨다는 관점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의 핵심 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전 세계 국가·기관·기업들도 여기에 주목,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CCUS 기술 연구개발에 한창이다.장 단장은 CCUS 기술에 대한 기업의 투자가 확대돼야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탄소중립이 사실 기업에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CCUS 기술을 먼저 선점하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고 힘 줘 말했다.다음은 장 단장과 일문일답.-CCUS 기술에 대해 설명해달라.▲CCUS 기술은 ‘산업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활용해보자’라는 차원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버려지는 물질이 아닌 원료로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탄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대기 중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석유화학이나 정유, 철강, 시멘트 등 우리나라가 산업계는 원유를 원료 또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유는 탄소 사슬이 계속 이어져 있는 형태로, 석유화학에서는 이를 잘게 쪼개 화학제품인 옷과 플라스틱 등을 만든다. 화학에서 100% 반응은 없다. 화학제품을 제조한 뒤에는 필연적으로 부산물이 남기 마련인데, 그것이 바로 탄소(C)와 산소(O)가 반응한 이산화탄소(CO2)다.문제는 이렇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계속 남아있게 되면 성층권을 파괴하고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지구를 하나의 온실처럼 만들기에 ‘온실가스’라고도 불린다. 진정한 탄소 중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반드시 다시 활용해야 한다.-현재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해 말해달라.▲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80년대 후반부터 CO2 활용 기술에 대해 고민해왔다. 현재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 미국에 비하면 80∼85% 수준까지 기술력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CCUS 원천 기술 연구와 데모 플랜트(실증 기술)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윤활유의 원료가 되는 알파 올레핀이라는 물질을 실증까지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석유화학의 기초 화학물질인 메탄올을 만들거나, 개미산을 이용해 발전소와 협업한 적도 있다.현재는 합성가스를 이용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발생된 수소와 일산화탄소는 석유화학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원료로 인식되고 있는 데, 현재 실증 단계에 있다.-산업계의 투자도 중요해 보인다.▲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2030년 목표도 수립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계가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단순히 기술만 개발에 그쳐서는 안된다.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고 얼마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지 평가도 받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CCUS 기술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기술로 인식될 게 아니라, 석유화학과 정유 산업에는 어떻게 녹아 들어갈 수 있을지 기억하고 논의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된다. 원천기술이 적용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탄소중립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중후장대 산업은 ‘탄소 악당’이라고 불릴 만큼 탄소배출량이 많다. CCUS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중후장대 산업에서 CCUS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도출되고 있다.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광물과 반응시켜 저장하는 광물화 기술 등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CCUS기술의 방향은 석유화학과 같은 특정 산업군을 넘어 모든 산업군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쪽으로 연구되고 있다. 탄소중립이 사실 기업에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른 국가의 기술들도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CCUS 기술을 먼저 선점하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역사가 140여 년쯤 됐는데 모두 해외에서 들어온 기술뿐이다. 우리나라가 CCUS 기술을 먼저 개발해 새로운 석유화학 프로세스를 만들면 앞장서 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빨리 액션을 취해야 한다. 아니면 전과 같이 다시 기술을 수입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관심도 꾸준하다. 현재까지 지원이 미비하거나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일관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자꾸만 바뀌게되면 기업들도 투자를 망설인다.기술에 대한 표준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는 CCUS 기술에 대한 표준이 없어 사업화에 지장이 있다. 단순히 기술 개발만으로는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없다. 이산화탄소로 만든 제품을 어떤 표준을 적용해 판매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또한 이산화탄소와 산업부산물은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다. 때문에 이를 활용해 만든 제품도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를 법적으로 완화해줘야 산업화가 진행될 수 있다.당장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기존 화학제품에 비해 비쌀 수 밖에 없다. CCUS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세금 혜택이나 인센티브 등 지원이 이뤄져야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CCUS 기술을 놓고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성과 실효성이 낮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이산화탄소는 원유에서 에너지를 빼고 남은 물질이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때 에너지를 다시 투입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경제성을 근거로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현재 이산화탄소 활용기술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이 들어가려면 공정을 다시 바꿔야 하니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한다.실제로 CCUS 기술이 지속적으로 연구되지 못하고, 상용화가 늦어진 것은 그런 반대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다시 순환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은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부분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정부가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출범했다. 앞으로 탄녹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탄녹위에서는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에 대한 다양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기업들과의 연계 방안을 고민해야 되겠다. 탄녹위에서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정할 때 오차 없이 명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이들은 목표를 세워도 그 목표를 책임지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많은 고민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약력 △1961년생 △충남대 이학(화학)박사 △현)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 △현)UST KRICT School 교수 △현)한국 CCUS 추진단 이사 △현)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 부회장 △전)탄소중립위원회 CCUS전문위원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

[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친환경 연료에 뛰어들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이승주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친환경 연료 개발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철강을 비롯해 조선·해운,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대표 기업들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 수요를 대체할 연료로 수소를 비롯해 암모니아 등 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연료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6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후장대 기업들이 ‘탄소 다(多)배출’ 업종이라는 이미지 탈피와 동시에 미래 신성장 동력원으로 육성하고자 친환경 연료 개발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종 등이 있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그린·블루수소로 합성한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 분야 기술을 개발하고자 두산에너빌리티(舊 두산중공업),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과 ‘청정 암모니아 가스터빈 분야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해 ‘수소 드림(Dream) 2030 로드맵’을 발표, 오는 2030년까지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나타냈다. 이를 위해 수전해 기반의 해상발전 플랜트 구축·수소운반선, 수소연료추진선 개발·액화수소탱크 제작·수소충전소 건립 등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Maersk)와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탑재한 메탄올 추진선 19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 건조에 돌입했다.효성그룹은 수소 산업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전 사업 분야의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생산과 유통에 나선다. 효성중공업은 독일 가스·화학기업인 린데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울산 용연공장에서 수소를 생산·유통한다.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차의 연료탱크 및 수소충전소 등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나일론을 활용한 수소 연료탱크용 라이너를 개발·상용화에 성공했다.롯데케미칼은 암모니아를 통한 수소경제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SK가스,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해 미국의 시지지, 일본의 스미토모 상사, 미쓰비시 상사 등과 합작사 설립·공동사업개발협약(JDA),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친환경 연료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암모니아 열분해 기술을 기반으로 청정 수소를 공급하고 국내 수소·암모니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6조원을 투자, 120만t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현대로템은 국내 최초로 음식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추출기를 납품했다. 수소추출기는 바이오가스, 천연가스 등을 수소 형태로 바꿔주는 탄소중립 핵심 기술로 통한다.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는 지난해 충주시 바이오 그린수소 충전소에 납품된 후 아직까지 가동률 99%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하수처리장의 하수 슬러지로부터 발생되는 바이오가스를 통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충주 규제자유특구 실증 사업도 참여하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친환경 연료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과 동시에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생존을 꾀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내년부터 기존 선박에 탄소집약도 감축의무를 부과하고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70% 줄이는 방향으로 상향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역시 오는 2027년부터 탄소감축상쇄제도(CORSIA) 의무참여를 시행하고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했을 경우 항공사에게 배출권 구매 등의 비용을 내도록 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기후 위기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갈수록 환경규제도 더욱 깐깐해지고 엄격해질 전망이다"며 "자연스럽게 친환경에 집중된 사업 개발에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진행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가장 기본이 되는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최근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넷제로 기조에 발 맞추는 동시에 미래 성장산업 육성을 꾀하고자 친환경 연료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부상하는 친환경 연료로는 메탄올을 비롯해 수소와 암모니아, 바이오원료 등이 있다. 메탄올은 기존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탄소배출량 25% 감축이 가능한 차세대 친환경 연료다. 특히 끓는점(64℃)이 비교적 높아 LNG(-162℃), 수소(-253℃)에 비해 저장 및 이송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글로벌 해운사들은 메탄올의 이러한 장점을 꿰뚫어 상용화에 팔을 걷어 부쳤다. 대표적으로 덴마크의 전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Maersk)다.올해 초 머스크는 오는 2040년까지 전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 메탄올 추진선을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낙점했다. 이에 한국조선해양에 1조6201억원 규모의 1만70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하는 등 메탄올 추진선 확대에 나서고 있다. 메탄올 연료 수급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덴마크 리인티크레이트사와 연 1만t 규모의 메탄올 도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6개사 메탄올 업계 선도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메탄올 기반 해운 생태계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수소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친환경 연료 중 하나로 꼽히며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수소는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 중 가장 가볍다. 그리고 풍부하다. 안전성, 안보성, 경제성 확보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생산·저장·유통이 가능하다. 현재엔 생산 방법에 따라 부생수소, 개질수소, 수전해수소, 생산 과정 중의 탄소 발생 여부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핑크 수소 등으로 나뉜다. 이에 우리 기업들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에서도 ‘수소경제’ 실현에 총력을 기울이며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모빌리티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수소차는 2021년 8월 현재 한국 1만6168대, 미국 9948대, 중국 8030대가 보급되고 발전용 연료전지는 한국 688㎿, 미국 527㎿, 일본 352㎿가 확충되면서 양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엔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효성 등이 ‘H2 비즈니스 서밋’을 출범 및 수소펀드를 구성하는 등 민간 주도로 업그레이드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100여년 동안 농업용 비료 등으로 역할을 해온 암모니아도 수소 운반책 외에 친환경 연료로 관심을 받고 있다. 탄소가 없는 분자로 구성돼 내연 기관에서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데다 체적 에너지밀도가 액체수소의 두배 이상, 상온에서도 액체 형태로 저장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어서다. 수소와 비교해 저장 및 운송이 비교적 쉽다는 점에서도 경제적으로 꼽힌다. 실제로 수소로 운반 및 저장하는 것보다 60% 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수소에서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암모니아를 다시 수소로 분해하더라도 ㎏당 생산 비용은 6달러 미만이다.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5년 암모니아 생산량은 200MTA(연간생산메트릭톤)에서 2050년 700MTA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원료는 바이오매스(Biomass)에서 얻는 연료로 살아 있는 유기체뿐 아니라 동물의 배설물 등 대사활동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주목받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화석연료로 만들지 않고 석유제품과 화학적으로 유사, 기존 내연기관이나 인프라의 구조변경 없이 사용가능한 친환경 연료다 보니 화석연료와 혼합하거나 100% 대체해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우리 정부는 이에 주목, 관련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민·관 합동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동맹(얼라이언스)을 발족하며 대규모 통합형 기술 개발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 또 현재 신재생에너지연료혼합의무(RFS)에 따라 일반 경유와 혼합해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의 경우 의무혼합비율을 2030년까지 애초 목표 5%에서 8%로 상향하는 차세대 바이오디젤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 의무혼합비율은 3.5%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