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시장 반응이 부정적인 데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자 숙의 과정을 거쳐 이런 결정을 단행했다. 13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최근까지 추진해 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 측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공시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 주주들과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며 “주주 보호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관련 법규와 정관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은 보통주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앞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량 소각을 조건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상태였다. 자사주 공개매수가(89만원)보다 유상증자 예상 발행가격(67만원)이 한참 낮았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고려아연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 측에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와 동시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자사주 공개매수 신고서엔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적었는데, 허위 기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동 물량 증가, 주주 기반 확대로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 전환을 도모하려 했던 것"이라며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유상증자 철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윤동 기자 dong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