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통신 3사가 설비투자 비용(CAPEX)을 지속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5세대 이동통신(5G)이 성숙기에 진입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입장이지만, 가격 대비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올해 2분기 기준 합산 CAPEX는 1조53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2% 급감했다. 통신사별로 △SKT 3880억원 △LG유플러스 5571억원으로 각각 53%·15% 감소했다. KT는 6428억원으로 3사 중 투자 규모는 가장 컸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6.1%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CAPEX는 통신업계의 망 투자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 2019년 5G 출시 이후 매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신 3사의 합산 CAPEX는 연도별로 △2019년 9조5950억원 △2020년 8조2762억원 △2021년 8조2006억원 △2022년 8조1410억원 △2023년 7조2972억원으로 집계됐다. 5년 동안 약 24% 쪼그라든 셈이다. 올해 상반기 역시 이같은 기조가 뚜렷한 상황이다. 3사의 1·2분기 누적 합산 CAPEX는 2조60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9% 감소했다. 이 중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SKT(705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줄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9420억원으로 약 20.2%, KT는 9609억원으로 3.8% 줄었다. 통상 통신사의 CAPEX 집행이 하반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해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통신업계는 5G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신규 가입자 순증세가 둔화됨에 따라 CAPEX를 감축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기준 3사 합산 5G 가입자 비중은 70%를 돌파했다. 통신사별로 △SKT 1623만명(71%) △KT 1009만명(75%) △LG유플러스 741만명(67.7%)이다. 반면 3사의 무선사업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전년 동기(3만726원)보다 4.7% 감소한 2만9276원으로 나타났다. 통신 3사의 5G 전국망 구축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현재 보유한 주파수로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점도 CAPEX를 줄이는 이유로 꼽힌다. 6세대 이동통신(6G)·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 기조를 강화하면서 추가적인 망 투자보다는 유지 및 보수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통신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여전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이동통신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통신 3사의 종합 만족도는 3.47점으로 집계됐다. 전년(3.42점)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1인당 통신비가 월평균 6만5027원으로 알뜰폰(2만252원)의 3배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대비 체감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통신 3사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데이터·통화 등 서비스 품질이 미흡하다고 느꼈다는 응답 또한 30%에 달했다. 5G의 경우 지하철·고속철도 등 일부 지역에서 접속이 불안정하거나 전송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도 여전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 따르면 5G 품질 미흡 지역 1개소, 접속 미흡 시설 3개소 등 총 4개소에서 품질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전송 속도를 개선하지 못한 구간은 KTX 일부 구간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 5일 일부 무선 공유기(AP) 문제로 전국에서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통신 품질과 안정성에 대한 비판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AI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됨에 따라 데이터 트래픽이 지속 증가할 전망인 만큼 재발 방지책 마련 및 인프라 확장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래픽이 증가하면 통신 품질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수요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본업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