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 전문 여행사 세중이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장례식장 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을 진행한다. 상용 여행사로서의 입지가 약화되면서 상조업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교보그룹 등 일부 그룹사들이 계열사를 통해 여행업과 상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는 만큼 세중도 새 먹거리 모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중은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장례식장 및 장의 관련 서비스업'과 '화장터 운영, 묘지 분양 및 관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승인의 건을 상정한다고 공시했다. 사업목적 변경 이유는 사업 다각화다. 여행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세중이 상조사업으로 발을 넓히는 건 기존 사업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중은 지난 2000년 6월 나모 인터렉티브라는 사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2006년 세중여행과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에 세중나모여행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지난 2011년 7월 세중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여행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세중의 주요 사업은 크게 △여행사업부문 △에스앤씨사업부문 △정보기술사업부문 등으로 분류된다.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에스앤씨가 74%로 가장 많고 여행사업부(24%), 정보기술사업부(2%) 순이다. 현재 여행사업의 매출 비중은 20% 내외에 불과하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 최대 상용 여행사였다. 상용 여행사는 법인 기업 임직원의 해외 출장 시 항공, 호텔, 렌터카, 보험, 현지정보제공 등 개별적인 출장 일정 안내 및 예약, 상담, 발권과 해외연수 등을 담당한다. 세중은 천신일 세중 회장과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친분으로 삼성그룹 임직원들의 출장 업무를 거의 독점하면서 급성장했다. 하지만 삼성이 2017년부터 호텔신라로 삼성의 상용 물량을 대부분 넘기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 2016년 656억원에 달했던 여행물류부문 매출은 2017년 삼성전자 및 계열회사와의 거래 종료로 29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 2021년에는 2020년 별도 기준 매출액이 30억원 미달을 기록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당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세중은 자회사 합병을 선택했다. 2021년 8월 세중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세중정보기술과 세중에스앤씨를 합병했다. 이에 2021년 세중 매출액(별도 기준)은 724억원으로 증가하면서 관리종목에서 벗어났다. 세중은 지난해에도 자회사 세중클라우드와의 소규모합병을 추진했다. 합병을 통해 자산 규모를 1207억원에서 1357억원으로 늘렸다. 세중은 재무 안정성 지표를 개선하는 등 신사업을 추진할 환경을 조성했다. 업계에서는 세중이 상조 시장 진출을 결심한 것은 여행업과 상조사업 간 시너지 창출을 염두에 뒀다고 보고 있다. 상조사업은 선수금을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선수금을 활용해 자금 운용에 나설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상조 서비스 가입자 수는 지난해 890만명에 달하며 상조업계 선수금 규모는 2020년 6조원대에서 지난해 9조원대로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자금 규모가 작은 여행사의 특성상 상조사업 진출은 이득인 셈이다. 최근 상조회사 서비스가 장례 지원 외에도 크루즈 여행, 교육, 웨딩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점도 여행사 입장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에 용이하다. 실제로 교원그룹은 여행과 상조 관련 계열사인 교원투어 여행이지와 교원라이프를 통해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상조 서비스인 교원라이프에 가입한 고객 중 지난해 여행 서비스로 전환한 비중은 전년 대비 75% 늘어났다. 호텔·리조트 사업을 하는 대명소노그룹도 대명스테이션을 통해 상조 브랜드 대명아임레디를 운영 중이다. 대명아임레디는 지난해부터 선수금을 여행, 골프 등으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세중이 상용 여행 부문에서 입지가 좁아진 만큼 여행업 외에 부가적인 사업 다각화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