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저평가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서는 바이오주인 HLB를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순매수 상위권이었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종목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21일 기준) 외국인 투자자 코스닥 순매수 1위는 HLB가 차지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HLB를 681억3216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아직 2월 거래 가능일이 6거래일 남은 시점에서 지난달(104억513만원) 순매수 규모보다 6배 넘게 늘었다. 외국인의 폭풍 매수에 HLB 주가는 최근 한 달간 69.1% 급등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만~5만원 박스권을 횡보했으나 이달 들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지난 21일 8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21일 장중 8만49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시가총액 역시 지난 19일 이후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에코프로와 시총 격차를 5억여원으로 좁혔다. HLB 주가가 올 들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HLB의 간암 치료제 후보 물질 '리보세라닙' 관련 간암 신약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HLB는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 항암제 '캄렐리주맙'를 병용한 요법으로 개발한 신약을 지난해 5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항암제 신약허가를 신청했다. 오는 5월 중 신약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투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HLB의 간암 신약이 승인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120년 역사상 첫 글로벌 항암제가 될 전망이다. HLB 주가 상승에 HLB생명과학, HLB제약 등 HLB그룹주도 최근 한 달간 각각 44.1%, 38.1% 상승했다. HLB는 이날 오후 국내 기관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도 앞두고 있다. 반면 외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코스닥 이차전지 대장주들은 주춤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1위를 차지했던 에코프로비엠은 이달 순매수 규모가 215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4292억원에 달했던 것과 대비된다. 순매수 순위 역시 엔켐(550억원), 아프리카TV(490억원), 서진시스템(291억원), 가온칩스(269억원) 등에 밀려 6위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매수 2위였던 에코프로는 투심이 꺾이면서 38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도 제약·바이오 시장의 확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장기적으로 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팬데믹 이후 높아진 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오랜 기간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기적인 반등을 준비하면서 개별 파이프라인과 기업이 갖는 가치에 주목할 때"라고 전망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