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의 국내 발전설비 계획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공개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동안 총선 등 정치적 이슈에 더해 발전설비총량 확대를 위한 수요전망에 난항을 이어왔으나 최근 일단락 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11차 전기본 실무위원들에게 이달 안 실무안(초안) 발표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획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사실상 첫 계획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매우 크다. 집권 직후 발표된 10차 전기본의 경우 시기 상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이 온전히 반영될 수 없었다. 정부도 중요성이 커진 11차 전기본 계획 수립을 위해 당초 일정보다 서둘러 수립에 착수했다. 당초 지난해 연말 실무안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신규 원자력발전소 등 발전설비 확대를 위한 수요전망치 도출에 난항을 겪은데다 지난 4월 총선까지 맞물려 계속해서 지연됐다. 특히 장기 수요전망 확대를 위해선 국내총생산(GDP)와 인구 전망치가 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두 수치 모두 앞으로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위원들이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원전 등 발전설비 추가 반영의 명분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계획 수립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수차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최선의 방법으로 수요전망을 도출했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무탄소 전원 확대 및 전기화 수요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번 11차 전기본의 핵심 내용은 △전력수요 전망 상향 조정 △신규원전을 포함한 원전 비중 확대 △탄소중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 축소 △전력수요 증가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속도 조절 등이 담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획에 따라 발전설비 물량이 결정되는 만큼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력수요 전망과 각 발전원별 비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차 전기본의 2036년 전력 수요 전망치는 10차 계획보다 5기가와트(GW) 이상 많은 140GW대에서 목표수요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화 수요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 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중심이 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추가 전력만 해도 10GW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수요는 목표수요와 기준수요로 나뉘는데, 정부가 정한 목표수요에서 수요관리 등을 통한 수요절감분이 반영된 기준수요가 제시된다. 과거 전기본 수립에 참여한 바 있는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11차 전기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신규원전 확대와 수요전망이다. 전기본은 전력 수요 전망에 맞춰 공급 계획이 따라가는 구조다. 동시에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 발전을 줄이고, 이를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대 10기까지 거론됐던 신규원전 규모는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 4기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과 함께 무탄소전원 확대의 핵심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수년 째 문제가 되고 있는 계통문제 해결이 관건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높은 제주와 전남 지역에서 이따금 발생하는 수급 불안정에서 보듯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계통의 대규모 증설이 요구되고 있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11차 전기본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목표 30%에서 20% 내외로 하향 조정해 실현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11차 전기본의 발전설비 비중보다 신규원전 부지확보, 전력계통의 적기 확충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기존 석탄화력, 재생에너지 설비들이 계통부족으로 송전제약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당국은 합리적 전력 수요를 유도하는 전기가격 결정 체계를 비롯해 신규원전 부지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전력계통의 원활한 확충을 위한 특별법 마련과 같은 후속 조치를 통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본은 초안이 확정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환경부 등 관계부처들과 환경영향평가, 탄소중립, 2030 NDC 등 다른 정부계획들과의 정합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 이후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을 거쳐 하반기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영향으로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