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백화점업계가 '쇼핑몰'을 넘어 '쇼핑타운'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한 개 건물이 아니라 상권 일대를 하나의 체계적인 쇼핑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도심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동시에 고객이 오래 체류하도록 함으로써 이커머스에 맞설 오프라인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달 초부터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의 전면 개보수 공사에 돌입한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전날인 3월 31일 영플라자 영업을 종료하고 리뉴얼 공사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영플라자 리뉴얼은 지난 2002년 롯데백화점이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해 이듬해 영플라자로 전환한지 22년만에 처음 단행되는 전면 리뉴얼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영플라자를 글로벌 Z세대(Gen-Z)를 겨냥, 패션, 식음료(F&B), 문화가 결합된 'K콘텐츠 전문관'으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영플라자의 리뉴얼은 인근 롯데백화점 본점 본관, 본점 에비뉴엘관과 연계해 하나의 '롯데타운'을 만든다는 큰그림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명동 맞은편에 나란히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 본관, 에비뉴엘관, 영플라자는 지상 통로로 연결돼 있지만 각각 별개의 건물이다. 뷰티·패션·식품·스포츠·키즈를 아우르는 본관, 명품 중심의 에비뉴엘관, 젠지세대를 위한 영플라자 등 각각의 특색을 결합해 이 일대를 하나의 롯데 쇼핑타운으로 만드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백화점의 '타운화'는 서울 명동 등 도심지역에 대규모 신규 쇼핑몰(하나의 지붕으로 덮인 실내 복합쇼핑공간)을 조성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여러 건물(쇼핑몰)을 연계함으로써 작은 쇼핑도시(타운)를 조성, 고객 모객과 체류시간 연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묘수'로 평가된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이러한 타운화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본점 신관을 2005년 개관 이래 최대 규모로 리뉴얼해 오픈했고 같은 날 본점 본관의 리뉴얼에 돌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본관 옆에 있는 옛 SC제일은행 본점을 럭셔리 전문관 '더 헤리티지'로 리뉴얼해 이달 중 오픈하는 한편, 본점 신관 옆에 있는 메사빌딩을 백화점으로 조성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명품 중심의 본관(더 리저브), 패션·식음료 중심의 신관(더 에스테이트), 럭셔리 부티크 중심의 더 헤리티지, 메사빌딩까지 '명동 신세계 타운'을 완성하게 된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쇼핑몰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비롯해 서울 신촌점, 경기 판교점 등의 공간 리뉴얼과 기획상품(MD) 개편을 위해 올해 총 19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더현대 서울의 경우 주변 입지 여건상 타운화보다는 MD 복합공간과 팝업스토어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쇼핑명소 자리를 지킨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타운화 전략은 이미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2021년 국내 최초 타운화 백화점인 '롯데타운 잠실'(잠실 본관, 에비뉴엘관, 롯데월드몰)로 조성된 후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등 고객 모객과 매출 증대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은 온라인보다 직접 보고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는 만큼 백화점은 오프라인 점포 중에서도 가장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며 “더현대 서울이나 스타필드 수원처럼 고객이 일부러 찾아가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