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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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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HBM3E 공급 완료’ 또 제기…AI 판도에 ‘큰거 온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고대역폭메모리) 8단 제품을 조만간 공급할 것이라는 소식이 연일 나오면서 AI 반도체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HBM3E, 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이 엔비디아로 출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 불가"라며 “계속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러한 신중한 태도를 오히려 HBM3E 공급이 무르익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고객사와의 계약을 염두에 둔 행동이기 때문이다. HBM3E는 기존 HBM3에 비해 대역폭이 최대 1.2배 향상된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의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부품이다. 초당 최대 9.6G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자랑하며, 이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가장 빠른 DDR5 DRAM의 약 10배에 달하는 속도다. 이러한 고성능으로 인해 AI 학습 및 추론 과정에서 데이터 병목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어, AI 칩 제조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BM3E 시장 규모는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 어려우나, 업계 전문가들은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AI와 빅데이터 분석,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로 인해 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도 올해 HBM3E의 소비점유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SK하이닉스 선두, 삼성 맹추격…시장 재편 가능성 현재 HBM3E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선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공급 중이며, 최근에는 12단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시장 점유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현재 HBM3E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도 2분기부터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내 HBM3E 8단 제품 양산 및 공급 본격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HBM 태스크포스(TF)팀을 개발실로 격상하고 인력을 대거 투입해 수율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적극적인 행보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HBM3E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 예측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다. 만약 엔비디아의 H200 및 향후 출시될 블랙웰 시리즈에 HBM3E가 탑재된다면 AI 가속기의 성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 기술난관 극복하며 HBM3E 경쟁력 확보 삼성전자의 HBM3E 개발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기 단계에서 열 관리와 전력 소비 문제로 인해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고성능 메모리 칩 개발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로, 성능 향상과 안정성 확보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칩 설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고효율 열 확산 구조 도입, 전력 관리 회로의 최적화, 다층 구조에서의 열 분산 기술 개선, 저전력 동작 모드 구현 등의 숙제를 해결하기 바빴다.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맞서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 삼성전자의 고객층은 지금보다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기술 기업들은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이 AI 반도체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HBM3E 엔비디아 공급은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키고,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AI 반도체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HBM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주요 업체의 경쟁도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트렌드포스 “삼성전자, 엔비디아향 HBM3E 출하”

“Although Samsung was a bit late to the game, it has recently completed its HBM3e qualification and begun shipping HBM3e 8Hi for the H200, with qualification for the Blackwell series well underway."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 출하 시작을 주장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의 공식 확인은 없다. 트렌드포스는 3일 “삼성이 최근 HBM3E 인증을 완료하고 엔비디아 H200용 HBM3E 8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했다"며 “블랙웰 시리즈에 대한 인증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H200은 HBM3E 8단을 탑재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다. 이 주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던 삼성전자의 HBM3E 공급설과 맥을 같이한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HBM3E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지난달 로이터의 유사한 보도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들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엔비디아의 제품 라인업에서 H200이 HBM3E 8단 메모리 스택을 탑재한 최초의 GPU로 큰 파장을 일으킬 예정"이라며 “곧 출시될 블랙웰 역시 HBM3E를 완전히 채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HBM3E의 소비점유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퀄테스트 통과가 이르면 9월 중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H200 GPU에 대한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고객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H200은 올해 3분기 이후부터 엔비디아의 주요 출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메모리업체 중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은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 공급을 마쳤으며, 이번 분기 양산을 시작해 4분기부터 고객에게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초격차 딜레마’… 워라밸 vs 기술력 사이에서 허리띠 조인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워라밸 정책인 패밀리데이를 없앨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한때 '초격차' 전략으로 경쟁사를 압도했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오히려 경쟁사를 의식하며 위기감에 휩싸인 모양새다. 결국 느슨해진 허리띠를 다시 조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패밀리데이 폐지 하나…기술 경쟁력 약화 대응책 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근무 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시행되던 '패밀리데이'(선택적 주4일제) 폐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패밀리데이는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워라밸 정책으로 지난해 도입됐다. 만족도가 매우 높은 제도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에서는 “패밀리데이 정책 폐지는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도 많은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제도로 폐지를 위한 설문이나 의견수렴 등도 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이슈의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직면한 기술 경쟁력 약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 메모리) 주도권을 빼앗기는 등 위기 징후가 보이기 때문이다. HBM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입장에 선 삼성전자로서는 큰 충격에 휩싸인 형국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19년 HBM 개발 조직을 축소한 것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 때 '초격차'를 자랑하던 삼성전자 입장에서 충격적인 상황이다. 권오현 전 대표가 주창했던 '초격차'는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것을 의미했는데, 현재 삼성전자는 오히려 경쟁사에 추월당해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 전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정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사로 복귀한 것은 지난 5월이다. 하지만 주역들이 떠난 사이 회사의 상황은 전과 크게 달라졌다. ◇DRAM 1위 지켜도 HBM서 뒤처져…초격차 전략 부활 시도 물론 삼성은 아직 1등 회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기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DRA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TrendForce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RAM 시장 점유율은 43.9%를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는 31.7%, 마이크론은 19.1%를 차지했다. 그러나 AI 시장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HBM 분야에서는 입장이 다르다. 여기서 1등은 SK하이닉스다. TrendForce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주류 4세대 HBM(HBM3)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에도 SK하이닉스는 52% 이상의 HBM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부가 사업인 HBM에 대한 시장지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근무 환경 개선과 함께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최근 “디램 설계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술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중이다. 다시 초격차로 가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023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대상으로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도 시행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경쟁사들도 워라밸은 포기한 분위기다. TSMC의 경우 엔지니어들의 12시간 근무일과 주말 근무가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반도체 분야 최전선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이기는 하다. AI 업계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근무 환경은 더욱 극단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 직원들은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근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주 7일, 새벽 2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고 회의 중 고함과 싸움이 일상적이라는 보도도 있다. ◇워라밸 vs 경쟁력…삼성의 딜레마 한편 삼성전자의 변화가 워라밸 트렌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런 정책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정부의 기조는 그대로다. 삼성전자의 과제는 기술 경쟁력 회복과 직원 만족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다. 패밀리데이 폐지와 같은 강경책만으로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최근 취업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근무 환경 악화는 젊은 인재들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신입사원 연봉을 인상하고 복지 지출을 늘리는 등 인재 유출 방지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DS부문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5300만원으로 인상했으며, 복리후생비도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의 '초격차' 전략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근무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함께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밸류업 희생하고 지배력 높이나…DB의 독특한 생존 전략

DB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DB Inc.(이하 DB)가 100% 자회사인 DB에프아이에스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일환이다.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라는게 표면적인 이유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반주주들 입장에서는 DB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방식이 반갑지않기 때문이다. ◇DB, DB에프아이에스 흡수합병으로 유동성 확보 2일 DB그룹 등에 따르면 DB는 지난 8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DB에프아이에스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합병비율은 1:0으로, DB가 존속하고 DB에프아이에스는 소멸된다. DB에프아이에스와의 합병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DB에프아이에스는 2023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 201억 원, 기타금융자산 30억 원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 완료 시 이 자금이 DB로 이전된다. 여기에 DB에프아이에스의 안정적인 수익구조까지 더해져 DB의 재무상태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번 합병을 두고 시장에서는 DB의 DB하이텍 지배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DB는 지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통보를 받았다. 이에 주요 계열사인 DB의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현재 지분율은 23.85%에 그친다. 추가 확보해야 할 6.15%의 지분가치는 2일 DB하이텍의 주가 기준 1107억원에 달한다. 지난 상반기 기준 DB의 현금및현금성 자산규모는 488억원 수준이다. 이에 DB에프아이에스의 풍부한 유동성이 향후 DB하이텍 지분 인수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주사 전환 위한 DB의 고민, 높은 주가가 발목 하지만 DB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DB하이텍이 지난 반기 기준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DB의 고민이다.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주가가 높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가 중 기업의 '밸류업'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DB하이텍의 주가가 높아지면 불리하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 이슈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주가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이에 최근 DB하이텍이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이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DB하이텍은 골프장 레인보우힐스CC를 운영하는 계열사 디비월드의 주식 549만주를 494억원에 취득했다. DB하이텍은 주식 취득 목적을 “신수종사업 진출 및 첨단 반도체 사업 보안 강화"라고 밝혔지만 일반 주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DB하이텍은 올해 사업보고서에서 2024년 기계장치 등에 대한 예상 투자액을 1807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이 중 4분의 1을 골프장을 사는데 써버린 셈이다. 엔데믹으로 한 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골프사업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면서, 금융투자업계와 일반 주주들은 DB하이텍이 일부러 주가를 억누르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계는 인공지능 특수에 따른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지만 DB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지분확보가 시급해 다른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그룹, ESG 소통 강화 위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혁신

SK그룹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형식과 내용을 혁신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통 강화에 나섰다. 이는 복잡해지는 ESG 공시 기준에 대응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1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SK㈜는 이번에 처음으로 '웹 리포팅'(Web Reporting) 형태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효율적인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연도별 보고서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PC, 모바일,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 최적화된 화면을 제공해 사용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성장전략, 위험·기회요인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스페셜 페이지'를 별도로 구성하여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이 페이지에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규제 대응 현황, 생물다양성 추진 체계, 다양성 및 포용성,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강화 현황 등 최신 ESG 트렌드를 반영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SK네트웍스는 '이슈 리포트'를 새롭게 구성하여 환경, 사회 및 재무적 영향이나 위험, 기회 등을 세분화하여 제시했다. 또한 'ESG 팩트북'을 통해 각종 ESG 데이터와 성과를 정리하여 제공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ESG 웹사이트를 개편하여 기후변화 대응, 인권 경영, 상생 경영 등 주요 이슈를 메인 화면에 배치하는 등 직관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영문 웹사이트도 함께 개편하여 글로벌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했다. SK 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단순한 평가 대응 수단을 넘어 기업의 중장기적 지향점과 방향성을 나타내는 소통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해관계자들과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 수출 호조…올해 이미 20만대 돌파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올해 이미 2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한국 자동차 수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총 22만2818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해외로 수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2% 증가한 수치다. 특히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수출 실적이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14만1032대를 수출하며 전년 대비 58.3%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기아 역시 8만1786대를 수출해 8.0% 증가했다. 현대차의 수출 호조는 북미 시장, 특히 미국에서의 수요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준중형 SUV 투싼 하이브리드가 5만2265대로 가장 많이 수출됐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1.0% 증가한 수치다. 소형 SUV 코나 하이브리드도 4만1723대가 수출되어 81.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아는 SUV 모델인 니로 하이브리드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각각 4만387대, 2만2837대 수출되며 선전했다. 올해 새롭게 출시된 카니발 하이브리드도 3701대가 해외로 판매됐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둔화 현상인 '캐즘(Chasm)' 현상과 맞물려 당분간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와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장재훈 사장은 최근 투자자 간담회에서 2028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133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내년 초부터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를 양산 차량에 적용할 예정이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2027년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신공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이 예정되어 있어, 향후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출 증가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10대그룹 지배구조보고서]➃ 삼성그룹, 재계 리더다운 모범생 ‘지배구조 S등급’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은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에서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의 현황을 살펴봤다. 삼성그룹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부 영역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성과 가시화 30일 에너지경제가 집계한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11곳의 2023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상 핵심지표 이행률은 75.15%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총 15개의 핵심지표 중 13개를 이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높은 핵심지표 이행률을 바탕으로 ESG행복경제연구소로부터 지배구조(G) 관련 S등급을 받기도 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이재용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이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삼성그룹은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룹의 대표격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지난 2016년 3월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지위를 분리하는 내용으로 정관과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에 대표이사가 아닌 이상훈 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나아가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다 강화하는 차원에서 2020년 3월에 박재완 사외이사를, 2022년 3월에 김한조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실적과 주가로도 표현됐다. 삼성전자의 2016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이후 영업이익률과 주가 상승률 시장의 평균치를 상회했다. ◇이사회 독립성 확보와 주주 소통 강화에 주력 특히 삼성그룹이 집중하는 지배구조 개선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사회의 60%를 사외이사로 구성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사외이사 6인 중 2명은 여성으로 다양성 측면에서도 개선 노력을 보이고 있다. 주주총회와 관련해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를 실시하고 있다. 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여 주주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주주총회 집중일을 피해 개최하는 등 주주 편의성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스피 시장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속한 만큼 삼성그룹은 주주와의 소통 측면에서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 분기 정기적으로 경영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연 1회 이상 투자자 포럼을 열어 주요 사업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 개최된 제55기 주주총회 이후에는 '2024년 사업전략 공유 및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해, 소액주주들의 질문에 경영진이 직접 답변하는 시간도 가졌다. 주주환원 정책 측면에서도 삼성그룹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1월에 2024~2026년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해, 향후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재원으로 활용해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배당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삼성그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개선 과제 있지만 전반적 평가 '긍정적' 그러나 일부 영역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핵심지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해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노력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이사회 다양성 확대, 소수주주 권익 보호 강화 등의 개선과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에서 재계 리더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두산·SK, 지배구조 재편 강행이 상법 개정 앞당길까

최근 SK이노베이션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목받으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해당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 역시 법안의 입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SK와 두산의 주주 이익 침해 우려와 맞물려 논의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여야, 이사 충실 의무 확대 '한목소리' 28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성준 정책위원장은 여야 당대표 회담에서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부스터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촉구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라며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고, 지배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이사 선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기회가 될 때마다 내놓는 중이다. 이 원장은 28일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연구기관 간담회'에서 “합병이나 공개매수에서 지배주주만 위한 의사결정으로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여당 측 인사지만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중이다. 최근 까지 이 이슈로 학계와 재계, 금융계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고, 곧 일반 투자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SK·두산 사례로 본 주주가치 훼손 우려 여야가 모두 이 이슈에 집중하는 것은 최근 SK와 두산에서 진행되는 지배구조 재편이 큰 이유로 꼽힌다. 해당 이슈는 모두 이사회를 통과한 뒤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 상황에서 논의가 불거졌다. 만약 이사의 충실 의무가 강화된 상황이었다면 주주총회 안건에조차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최근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간의 복잡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 비율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교환비율이 두산로보틱스에 유리하게 설정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두산그룹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재차 요구한 상태다. 법에 따라 기준 시가를 적용한 합병비율 외에 현금흐름할인모형(DCF)과 배당할인모형(DDM) 등의 방식을 이용한 합병비율도 계산해 이를 비교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최근 안건 처리가 완료된 SK이노베이션도 SK E&S와의 합병에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됐었다. 국민연금도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주총 안건은 통과됐지만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고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라는 분석은 여전하다. ◇상법 개정안, 기대와 우려 공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이 법안은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하여 경영 판단을 내리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함으로써, 주주 보호를 강화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처리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서는 경영 불확실성 증가와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법안은 주주 보호와 기업 경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중요한 조치지만 재계의 반발도 거세다"며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안의 세부 조항을 명확히 하고, 경영진의 책임 범위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도 허용 ‘빅4’ 복귀 코 앞… 한경협 개혁은 ‘진행형’

국정농단 사태 이후 와해 위기까지 겪었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개혁 노력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계열사의 한경협 가입을 허용한 것이다. 삼성 준감위는 아직 한경협이 해결해야 할 개혁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도 지적했지만, 일단은 포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 준감위, 복귀는 허용해도 개혁에 의문 제기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는 지난 26일 정례회의를 통해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를 논의했다. 삼성은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함께 국정 농단 사태로 가장 큰 고초를 겪은 곳이다. 이에 대한 부담은 아직 여전하다. 실제로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회의 전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남아서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현 한경협 고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침으로 시작한 회의지만 결과는 한 발 양보한 모습이다. 준감위는 5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삼성전자 등 4개 관계사의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는 관계사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관계사에 권고했다. ◇현대차·SK는 인정…LG·삼성은 신중 이처럼 최근 계열사의 한경협 복귀를 허락하는 각 그룹사의 입장이 속속 나오면서 한경협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건은 빅 4의 복귀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초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35억 원 수준의 회비를 납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경제계 원로들의 권유와 한경협의 변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가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SK그룹도 이번에 회비를 납부했다. SK그룹은 한경협에 흡수통합된 한국경제연구원에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4곳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었지만, 내부 논의 끝에 SK네트웍스 대신 SK하이닉스가 한경협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LG그룹은 신중한 입장이다. LG그룹 측은 “한경협의 변화 의지를 주시하고 있으며, 신중히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복귀를 허용한 삼성그룹도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상황은 아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향후 한경협의 개혁 노력을 지켜볼 것"이라며 “납부한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될 시 즉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경 유착 '고리' 아직 남아…존재 이유도 약해져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단체인 한경협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가지는 것은 개혁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큰 논란을 겪었다. 당시 전경련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의 출연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로 인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2018년 3월 한국경제인총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2023년 8월에는 다시 한국경제인협회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한경협은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고자 다양한 쇄신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아직 협회 고문에 현직 대통령의 측근이 포진해 있어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과, 대한상의 등이 대두된 지금 시점에서 한경협의 존재 이유 자체가 약하다는 재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경협 측은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이를 위해 윤리위원회 신설, 정책 싱크탱크 기능 강화, 회장단 확대 및 운영 방식 개선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같은 듯 다른 두산·SK 구조개편 작업… “적법 절차”·“주주 설득” 관건

최근 두산그룹과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각자 다른 형태의 반대를 마주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고, SK그룹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직접적인 반대 의견을 받았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두 그룹의 개편 방식과 진행 단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현재 두산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적용되지만, SK의 경우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됐다. 이는 두 회사의 합병 방식과 주식 발행 규모에 따른 차이다. ◇두산, 복잡한 구조개편에 금감원 '제동' 26일 각 회사에 따르면 두 그룹의 재편 과정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먼저 두산그룹은 3개 회사가 엮여 있는 다단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현재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금융감독원 심사 단계에 있다. 반면 SK그룹은 단순 합병을 추진 중이고 금감원의 개입 없이 이미 주주 의견 수렴 단계에 진입했다. 이로 인해 두산그룹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SK그룹은 주주의 반응을 먼저 마주하게 되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의 개입 여부가 있느냐다. 자본시장법의 영향에 놓인 곳은 두산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인적 분할, 분할된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의 합병 과정에서 주식을 발행한다는 점이 금감원의 개입을 불러온 요인이다. 이러한 합병 계획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현재 두산그룹의 증권신고서를 심사하고 있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검토하는 이유는 복잡한 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회계적 문제를 사전에 점검하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현재 금감원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공식적인 이유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설명이 미흡하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재편 작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니 나온다. ◇SK, 단순 합병에 국민연금 '반대' 반면 SK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감원의 개입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다. SK그룹 측은 이번 합병이 에너지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이는 합병신주 발행 대상이 50인 미만이며, 합병신주 발행 후 지체 없이 한국예탁결제원에 1년간 보호예수 예탁하기로 한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함으로써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됐다. 금감원의 개입이 없다고 해서 탄탄대로는 아니다. 현재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주주로서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반대 의견을 표명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SK E&S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절차가 다르다보니 주주들의 대응도 다르다. 사실상 두산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증권신고서 검토조차 완료하지 못했기에 주주들의 고민이 적다. 이에 두산그룹은 금융당국 설득을 위해 이번 지배구조의 과정이 적법하다는 데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SK는 현재 주주들을 직접 설득해야 하는 시기다. 그 결과 지배구조 재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을 알리는 데 더 힘을 싣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진행 상황과 그에 따른 기업 가치 변화는 향후 다른 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진 대기업들의 경우, 이번 사례를 참고하여 향후 구조조정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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