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본점 부산이전과 관련 산업은행법 개정 전이라도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남부권투자금융본부' 신설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또 반도체 지원과 관련해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프로그램과 15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산은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으로 높이고 정부에 내는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 본점 부산이전은 남부권 경제와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남부권을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돼 왔고, 작년 5월 산은은 이전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며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되, 산은법 개정 전에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영·호남 지역 혁신생태계 구축과 녹색금융을 총괄하는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조속히 신설하고, 본부 산하에 '호남권투자금융센터'를 비롯해, 지역 스타트업 창업부터 스케일업까지 지원하는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을 하며 산은이 부산이전 전에 실적적인 이전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에 따른 후속사항이라고 강 회장은 설명했다. 21대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이 폐기되며 산은의 부산이전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 가운데 강 회장은 “부산이전은 포기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산은이 지방이전기관으로 지정되고 정부가 국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라며 “타협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산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번번이 막히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저도 조금 난감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나름대로 국회를 설득하고 있지만 (의원들이) 듣지 않거나 작은 이유로 반대를 하거나, 당론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었다"며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의원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 지 모르겠지만, 부산·남부권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자는 대의에 대해서는 어느 의원도 반대하지 않으실 것 같다. 보다 구체적으로 균형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을 가지고 설득을 하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반도체 지원과 관련해 산은 출자를 통한 17조원의 자금공급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산은은 정부 출자 전이라도 자체적인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향후 3년간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 우대 폭을 더 높일 예정이다. 이에 더해 3조원 규모의 AI 분야 초격차 지원프로그램 출시도 준비 중으로 세부 내용은 6월 중 정부가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산은은 제조시설, 팹리스, 후공정, 반도체 장비 등 반도체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국고채 금리 수준의 저리 대출을 할 수 있도록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강 회장은 “17조원 프로그램은 6월 말 정도에 정부에서 제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100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정부의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따라 민간기업은 2027년까지 주요 첨단산업에 55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중 산은이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하면, 연간 8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연간 34조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14만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강 회장은 예상했다. 그는 “산은은 자금공급여력을 확보해 일부는 반도체 분야에 추가 배분하고, 잔여 자금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의 첨단전략 산업에 집중 투입하고자 한다"며 “특히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전용 금융상품과 AI 코리아 펀드 출시 등을 통해 국가 AI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은의 재무구조 강화와 자본확충 노력도 강조했다. 현재 30조원의 산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산은법 개정을 통해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하고, 산은 자체적으로 이익잉여금을 늘려 자본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산은이 매년 정부에 내는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강 회장은 “산은이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게 된다면 이는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매년 3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당의 경우 매년 4000억~5000억원 정도 하고 있는데, 3년 정도 배당 요구를 안하고 자본금으로 늘린다면 1억5000억 정도"라며 “정부와 아직 협의된 내용은 아니지만 은행의 자본금을 어떻게 확보할까 고민을 하고 있고, 산은에게 배당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스스로 자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의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를 위해 산은법 개정을 통한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과 함께, 배당 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부·국회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