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전산운용비를 전년 대비 대부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토큰증권(STO) 등 신사업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IT부문 고도화가 이유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지난해 전산운용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산비용을 1000억원 이상 지출한 증권사는 3곳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 보면 키움증권이 1059억원으로 가장 많고 미래에셋증권이 1045억원, 삼성증권이 103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증가율로 보면 교보증권이 기존 111억원에서 1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6%가 늘어나 가장 컸다. 이어 KB(511억원→633억원, 23.94%), 하나(218억원→269억원, 23.59%), 신한(449억원→549억원,, 22.40%), 미래(937억원→1045억원, 11.53%)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0.73% 줄어든 374억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전산비용 감소에 대해 NH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타사의 경우 대부분 자회사를 통한 아웃소싱 형태로 진행돼 IT부문 비용규모가 크게 잡힌다"면서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자체 인력에 따른 개발 비중이 높아 비용규모가 적다"고 해명했다. 증권사들의 전산운용비 증가는 MTS시스템의 고도화가 가장 큰 이유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MTS에 증권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신한투자증권은 타 증권사를 통해 보유한 주식의 등락률을 볼 수 있도록 MTS를 고도화 했다. 현대차증권은 빠른 검색, 영상 상담 시스템 등이 도입된 신규 MTS '내일'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STO 등 디지털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비용증가 원인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물연계자산(RWA) 중 토큰증권과 CBDC(현금토큰화)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며 “한국형 STO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2025년까지 STO 법제화로 성장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늘어나는 인건비와 더불어 서버 직접 운용으로 인한 비용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운용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운용비 중 전산유지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과 함께 통합 구매방식으로 가격을 책정하므로 합리적 수준에서 유지보수비용을 관리 및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IT담당자는 “우선 가장 큰 건 코로나19 이후 IT관련 인건비가 오르면서 증권사의 전산 비용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며 “여기에 증권사들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닌 서버를 직접 구입해 운용하는 만큼, 현재 클라우드 도입이 진행중에 있어 전산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022년 코스콤에 기고한 '차세대 MTS 경쟁, 합쳐야 산다' 글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투자자가 집중돼 서버가 다운되는 MTS 장애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