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인 기업이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매년 상승했다. 이듬해 흑자 전환 시나리오는 평가 때마다 받아들여졌다. 적자 행진은 여전하다. 게다가 최근 2년간은 이듬해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가정한다. 지난해에는 특수관계자 매출을, 올해는 정체불명의 중국 제약사와 계약이 근거다. 그런데 한 회사가 이를 인정한다. 코스닥 상장사 소룩스다. 지난해 정재준 소룩스 및 아리바이오 대표가 소룩스를 인수할 당시 시장이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1년 뒤 현실화됐다. 지난 9일 소룩스는 아리바이오와 합병을 한다고 공시했다. 합병비율은 소룩스 주식 한주 당 아리바이오 주식 2.503주로 소룩스는 아리바이오 주주들에게 총 6004만주를 지급하게 된다. 소룩스는 아리바이오의 기업가치로 6778억원을 인정했다. 이는 수익가치 기준 기업가치는 1조1645억원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지난해 매출액 155억원 기업이 이같은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국내 바이오 시장 기준 에스디바이오센서, 보로노이, 코오롱티슈진 등 일부 기업만이 유사 수준의 매출액으로 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아리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액 중 100억원은 2대주주 삼진제약과의 계약금(Upfront Fee)이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생긴 매출이란 의미다. 이를 제외하면 그간 아리바이오의 연매출이 100억원이 넘었다고 공시된 적은 없다. 올 상반기 매출 역시 24억500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반기 매출이 50억원이 넘지 못하는데 조 단위 기업가치를 갖고 있는 바이오 기업은 코오롱티슈진이 유일하다. 시가총액 기준을 5천억원까지 낮추고, 다른 업종까지 확장한다 하더라도 '뻥튀기' 상장 논란이 있는 '파두'가 추가될 뿐이다. 아리바이오는 수익가치 기준으로 '조 단위' 대어로 우뚝 올라섰다. 합병 과정에서 가중평균 하다 보니 기업가치가 6000억원 후반대로 줄어들긴 했지만, DCF 기준으로 아리바이오의 가치는 1조 1600억원 수준의 기업이 된 것이다. 이는 2017년 500억원과 비교하면 23배, 지난해 7600억원과 비교하면 1.5배 급등한 것이다.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이 유니콘으로 인정받는 사례는 드물다. 그리고 시장의 반발도 상당하다. 시장이 발견한 가격이기 보다는 일부가 인정한 가격이다 보니 객관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일반적인 방식으로 상장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이네이스(Kinase) 표적치료제 신약개발 전문기업' 보로노이다. 2019년 프리IPO 당시 1조 2000억원의 밸류를 인정받았던 보로노이는 유니콘 특례 상장 1호을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보로노이는 5000억의 기업가치 수준으로 2022년 6월 상장했다. 보로노이 역시 라이선스 아웃으로 인정받은 기업이었다. 2021년 말 당시 라이선스 아웃은 총 4건, 총 계약규모는 약 2조원에 달했다. 그중 2건은 나스닥 기업 브리켈(Brickell Biotech)과 미국 피라미드(Pyramid Biosciences)와 계약이었다. 두 계약은 보로노이 발목을 잡았다. 상대방 기업의 규모가 턱없이 낮아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시장이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아리바이오와 비교할 때 보로노이는 사정이 깔끔한 편이다. 아리바이오의 경우,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측 제약사'라고만 명기하고 있다. 공시만으로는 거래의 이행 가능성 예상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도 아니다. 아리바이오는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세 번이나 넘지 못한 회사다. 지난해 라이선스 아웃 계약 역시 2대 주주와의 거래이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올라간 밸류에이션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민식이 주연이었던 '카지노'의 제작사 아크미디어다. 아크미디어는 지난해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올라선 기업으로 카카오로부터 '조 단위' 밸류를 인정받았다. 투자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아크미디어 지창배 회장이 SM 시세조종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함께 조사받고, 검찰로부터 기소되면서 조 단위 투자의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리바이오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소룩스 주주들에게 귀결된다"면서 “더 나아가 고밸류 우회상장의 선례도 남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아리바이오는 매출액도 거의 없고, 기술력도 검증되지 않고, 라이선스 아웃 거래도 석연치 않다"면서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관련해 거래소가 어떻게 심사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