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가 향후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4일 총리 관저에서 '한국 계엄 선포에 따른 일본인 안전과 한일관계 영향'에 관한 기자 질문에 “다른 나라 내정에 대해 이것저것 말씀드릴 입장은 아니다"라며 “어젯밤 계엄령이 내려진 이후 특별하고 중대한 관심을 갖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내달 방한 추진 계획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내달 초순께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 방한 문제와 관련해 “향후 상황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내년 1월에 이시바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해 왔지만,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주요 일간지들은 이날 조간신문 1면에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기사를 크게 싣고 홈페이지 상단에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배치했다. 교도통신은 비상계엄 선포부터 포고령 발표, 국회 표결, 비상계엄 해제 등 일련의 사건을 신속하게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해제한다고 4일 새벽 밝혔다"고 보도했다. 교도는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해 어려운 국정 운영을 강요받았다"며 “사태 타개를 노리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강경책을 단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가 모두 비판을 강화해 구심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교도는 별도 분석 기사에서 “(한국)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면서 “강권정치 시대로 퇴보한 듯한 강경책에 혼란이 확산했다"고 해설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도 윤 대통령이 야당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이러한 수법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고 더 큰 혼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요미우리는 계엄 선포로 한국에 있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워했다고도 전했다. 마이니치는 “윤 대통령이 야당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및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개선 흐름이 이어졌던 양국 관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는 “국교정상화 60년에 맞춰 관련 행사도 검토가 이뤄진 가운데 계엄령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듯하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국이 불안해져 동아시아 안전보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