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국내 협동로봇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이곳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한 국내·외 기업들의 행보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5900만달러였던 국내 시장은 내년 3억6000만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은 로봇밀도(근로자 1만명당 로봇 대수)가 1000대를 상회하는 등 압도적 1위다. 전세계 협동로봇 판매량의 4.4%를 차지하는 4위 시장인 것도 이같은 통계와 무관치 않다. 협동로봇은 근로자와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제조공정 뿐 아니라 급식·카페·의료 등의 분야에서도 쓰인다. 활용범위가 늘어나면서 △25~30㎏ 수준의 가반하중(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 △넓어진 작업 반경 △향상된 정밀성 등을 갖춘 제품을 앞세워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조선소 용접용 제품을 필두로 협동로봇 시장을 공략하는 중으로 2026년까지 협동로봇을 포함한 신제품 10종 이상을 출시할 계획이다. 산업용 로봇 국내 시장 1위에 이어 협동로봇을 더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국내 협동로봇 1위 사업자 두산로보틱스도 3년 안에 고객 편의성을 높인 2세대 제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협동로봇을 활용한 전기차 자동 충전 솔루션도 개발 중으로, 메가MGC커피에 협동로봇 바리스타 솔루션도 공급한 바 있다. 한화로보틱스는 푸드테크 시장 등을 공략하고 있으며, 최근 차세대 제품 'HCR-5W' 등 용접용 로봇도 선보였다. 조선소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 현장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로보티즈가 맞춤형 협동로봇 '오픈매니퓰레이터-Y'와 자율주행로봇 '개미'를 연계한 무인화 배송 시스템 등 중소기업들도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공세도 매서워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높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밀성은 떨어지지만, 대당 1000만원 이하라는 점은 국내 엔드유저들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국내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1.5배 수준인 국산 제품의 가격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8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협동로봇(코봇)을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 중인 덴마크 유니버설로봇(UR)도 국내 시장을 중요한 곳으로 여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저출산 등이 자동화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UR은 'UR20' 런칭 1년여 만에 'UR30'을 국내에 선보였고, 팔레타이징 시장 공략 등을 목적으로 이들 제품의 가반하중을 5㎏씩 늘리는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UR30의 가반하중 35㎏는 현존 제품 중 높은 수준이다. 킴 포블슨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첫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조선·반도체·기계·2차전지 등의 분야의 자동화 수요를 확인하고 파트너십을 확장하기 위한 행보다. 최근 전남 영암 HD현대삼호중공업을 찾아 숙련공 부족을 비롯한 기존 고객들의 페인포인트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부터 국내 최초 'UR 서비스 및 수리센터'를 공식 오픈하고, 국내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협동로봇은 많은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관련 기업들이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경우 소프트웨어 역량 향상 등 경쟁력 개선을 노력도 경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