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서열 1·3위 삼성, 현대차그룹의 사업 성과에 우호적인 평가가 나온다. 작년 부진했던 삼성그룹은 올해부터 시작된 반도체 상승 사이클을 타고 수익성이 개선됐다. 현대차는 이미 작년부터 수출 호조 및 강달러 수혜를 받고 있었으며, 올해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크게 증가하는 등 완성차 부문이 실적을 책임지고 있다. 재계 서열 상위에 위치한 만큼 양 그룹 모두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약 146조원으로 전년 동기(124조원) 대비 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조원으로 동 기간 약 16배 증가했다. 이 중 8조4000억원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이 삼성그룹 전체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IT 기기 소비 위축 등으로 영업손익이 크게 감소한 바 있다. 반도체 업황이 약세를 탈 무렵 시작된 공급과잉과 메모리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만 약 15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그룹의 연간 연결 영업이익도 6조567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미국발 인공지능(AI) 테마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업황 회복에 따른 판가 상승으로 삼성그룹의 수익성이 급속도로 개선됐다. 삼성그룹 내 비금융부문 영업이익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2023년 평균 84%에 달할 정도로 반도체 부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삼성그룹의 재무 구조도 빠르게 개선됐으며, 신용평가사에서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EBITDA의 경우 상반기 말 기준 37조원을 달성했다. 이는 작년 연간 EBITDA(45조원)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그룹 EBITDA가 연간 80조원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데, 이는 반도체 업황이 꺾이기 전 사상 최고치였던 2021~2022년 수준에 해당한다. 부채비율(26.7%)과 차입금의존도(3.4%)도 양호하다. 단 최근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기술주에 해당하는 반도체 업종의 회복이 더뎌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박원우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경기동향에 연계된 소비자 수요, 시장 내 경쟁환경 및 판가 변화, 고부가 메모리 공급처 다변화 등 제약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전방 시장의 수요 변화 및 삼성전자의 영업실적 변동 추이 등에 대해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에 반도체가 있다면 현대차그룹에는 완성차가 있다. 현대차는 이미 작년부터 완성차 판매 대수 증가, 강달러에 의한 수출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으며, 올해도 그룹 전반의 실적을 지지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일련의 사건 사고 및 캐즘 현상으로 글로벌 수요가 줄었지만, 그만큼 하이브리드 친환경 차량 판매 대수가 증가해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총 차량 판매 대수는 176만대로 작년 동기(186만대)보다 약간 적은 수준인데, 하이브리드 차량이 포함된 친환경차 판매량은 66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올 상반기 현대차 연결 매출도 작년보다 약 5조원 확대된 85조원을 기록했다. 친환경차가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고부가 가치를 지닌 것이 매출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은 약 8조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 건설·철강 부문이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성차 부문 덕에 그룹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재무 안전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4월 정기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무보증사채 등급(AA+) 전망을 각각 긍정적(Positive)으로 변경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그룹의 비금융부문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97.2%, 10.3%로 양호했다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완성차 부문에서 좋은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것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향후 완성차 부문의 주요 권역별 안정적인 판매량 확보, 약달러 등 비우호적 환경에도 우수한 수익성 유지가 가능할지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 될 것"이라며 “미 대선 결과도 북미 시장 영업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성우창 기자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