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96년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저서 중 국내에 처음 소개된 '시간과 타자'의 전면 개정판이다. '시간과 타자'가 처음 출간될 때만 해도 레비나스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던 서구 철학계와 달리 국내에서는 논문 몇 편을 제외하고는 관련 연구가 전무했다. 이 책 출간 후 레비나스의 주요 저작 여러 권이 번역됐고, 레비나스 연구로 학위를 받은 학자도 크게 늘었다. 30여년 가까이 애독된 이 책은 한국의 독자와 연구자들이 '낯선 철학자' 레비나스의 시선으로 우리가 사는 일상과 세계를 새로이 인식하게 해주었다. '시간과 타자'는 레비나스의 독창적 사유가 집약된 책이다. 강연록의 형태라 그의 다른 저작보다 읽기 수월하다. 엄밀하고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해나가기보다는 강의하며 청중들과 대화와 생각을 나눈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작업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 모든 문장을 구어체로 바꾸어 강의 현장의 생동감을 전하고자 했고, 그간 레비나스를 비롯한 여러 철학 연구의 경향을 반영해 일부 번역어와 문장을 다듬었다. 레비나스 사유 전반을 훑은 초판 옮긴이 해제는 '시간과 타자'를 쓸 무렵인 레비나스의 초기 철학에 초점을 맞춘 해제로 대체했다. 독자가 레비나스 사유 여정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를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레비나스는 인간의 고통과 구체적 삶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고통받는 자에 대한 책임과 연대를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레비나스의 철학은 인간, 윤리, 연대, 고통의 주제가 여전히 긴급하게 요청되는 우리 시대에 더욱 첨예해진다. 레비나스 사유 전반의 기획과 표현이 흩뿌려진 이 책은 '타자성의 철학', '평화의 철학'을 고민하는 독자에게 든든한 참조점이 돼줄 것이다. 제목 : 시간과 타자 (개정판) 저자 : 에마뉘엘 레비나스 번역 : 강영안, 강지하 발행처 : 문예출판사 여헌우 기자 yes@ekn.kr